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임자들과 비교해 미디어에 비우호적이라는 평가를 받지요. 최근에는 마음에 안 드는 질문을 해대는 기자를 공박하다가 말썽이 나기도 했어요. 언론을 매개로 하는 미국 대통령의 대국민 접촉은 대단히 활발해요. 인터뷰뿐만 아니라 심야 토크쇼에 출연해 장기자랑까지 하지요. 공식 기자회견에다 미디어 스테이크아웃(Media Stakeouts), 미디어 풀스프레이(Media Pool Spray)라고 하는 약식회견을 수시로 갖는답니다. 일본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하는 도어스테핑(Doorstepping) 비슷한 관행이 있어요. ‘부라사가리’(매달린다는 뜻의 동사 부라사가루에서 파생)라고 부르는 일상적 약식 기자회견인데요, 2001년 취임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 때부터 계속했다니 역사가 좀 됐지요? 언론기피형인..
대통령실의 사적 채용 논란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사회수석실에서 근무 중인 9급 행정요원 우모 씨를 둘러싼 적절성 시비가 끈덕지다. 19일에는 윤 대통령의 또 다른 지인 아들의 대통령실 근무가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냉정하게 따지면, 야당을 포함해 정치권 어떤 누구도 이 논란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합법성 여부가 아닌 달라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정치권은 이 새로운 기준에 충실할 때가 왔다. 윤석열 대통령 친척, 김건희 여사 회사 직원, 극우 유튜버 누나, 윤 대통령 지인 아들 등이 대통령실에서 일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사적 채용’ 논란이 잇달아 불거지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내가 추천해줬다”고 인정하는 바람에 연줄 채용 문제의 논란이 오히려 커졌다. 나아가 이 직원 아버지가 강릉 지역 선관위원으로 활동 중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이해충돌’ 문제도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판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광주시장 후보로 출마했던 주기환 전 후보 아들도 대통령실 직원으로 채용돼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주 전 후보는 검찰 시절 수사관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용궁’(용산 대통령실을 이르는 말)으로 가는 세 가지 지름길은 ‘대통령 친인척, 대통령 측근이나 지인,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의 추천자’”라고 힐난하며 대국민 사과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정권을 빼앗긴 거대 야당 민주당의 의도적 공격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인사 문제를 둘러싼 대통령실의 난맥상은 정도가 심하다는 인상이다. 야권 일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이제 ‘공정과 상식’을 입줄에 올릴 자격이 없다는 거친 정치공세마저도 펼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는 가장 큰 이유로 ‘인사’ 문제가 손꼽힐 정도로 이 문제는 간단치 않게 됐다. 주의를 기울여야 할 부분은 사소할 수도 있는 이런 문제에 대해 이제 민심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전 정권과 비교해보라”는 ‘남 탓’ 변명에 대해서 민심이 싸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정규직 공무원이 아니므로 상관이 없다”거나, “법적으로 문제가 전혀 되지 않는다”는 해명은 근시안적인 반론에 불과하다. 언론의 촘촘해진 그물망과 국회 인사청문회 같은 공적 검증의 역사를 통해서 ‘국민의 눈높이’는 급격히 변해왔다. 더욱이 윤석열 정권 탄생의 배경에 ‘공정과 상식 회복’이라는 거창한 캐치프레이즈가 있지 않나. 구태의연한 가치관을 바꾸라고 다수 국민이 지지해 준 것 아닌가. 정부·여당의 인사권에 대한 안일한 인식은 하루빨리 혁신돼야 한다. 그러나 야당 더불어민주당 또한 ‘국민 눈높이’ 변화에 대한 윤 정권의 둔감을 물어뜯는 일에 지나치게 도취해선 안 된다. 굳이 지나간 기록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사적 채용’ 문제에 관한 한 야권도 무결점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세상만사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헌법 위에 존재하는 가장 무서운 법이 ‘국민정서법’이라는 말이 있다. 비판하되, 그 비판의 칼날이 부메랑이 되어 자신들을 할퀼 수도 있음을 잊지 말기를 충언한다.
뜨거운 여름 낮 개방 분수대에서 수십 개의 물줄기가 바닥으로부터 솟아오른다. 물줄기를 맞으며 동동거리는 아이들의 '꺄악', '와' 하는 신나는 함성이 들린다. 시원하고 행복하다. 노자 (도덕경)에는 최고의 선이 물과 같다고 비유한다. 만물을 이롭게 하고 다투지 않는 물. 정신적 가치에 대한 비유가 아니더라도 우리를 이롭게 하는 최고 좋은 것이라고 할 법하다. 물은 지구 상의 수많은 생물과 인간 생명의 근원이다. 성인의 경우 몸의 약 60-70 %를 차지하며 음식은 3주를 굶어도 버틸지라도. 물은 며칠만 못 마셔도 생명이 위태롭다. 물의 중요성을 알긴 하지만 숨 가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잘 안 먹거나 못 먹는 분들을 많이 만난다. 맹물을 먹으려고 하니 목에서 안 넘어가 못 먹거나, 물을 마시면 흡수가 안되고 그대로 소변으로 자주 나와 화장실 가기 번거로워 안 먹기도 한다. 심지어 입이 마르고 눈이 마르거나, 변비, 어지럼증, 두통 등 탈수 증상이 의심되는 경우에도 그렇다. 좋은 물을 요약하자면 염소와 각종 오염물질이 함유되어 있지 않고 미네랄 성분과 산소가 균형 있게 함유된 약알칼리성 물이다. 성인의 경우 대체적으로 하루에 2.5리터 정도의 총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먹는 음식의 수분 함유량에 따라 마셔야 할 물의 양이 달라진다. 이럴 때 일상에서는 적당한 물의 양은 소변의 색깔을 관찰하면서 마시면 좋다. 소변의 색이 진한 노란색이면 물이 더 필요하다는 표시이고 소변의 색이 연한 노란색이면 적당하다. 무색투명하면 조금 쉬었다 먹어도 괜찮다. 코로나 19 혹은 열성감기증상으로 열과 땀이 나고 갈증이 날 때나, 혹은 더위에 땀을 많이 흘렸을 때에는 옅은 숭늉이나 미음 혹은 꿀물을 권한다. 흡수가 더 잘되기 때문이다. 맹물을 먹기 어려울 때도 권한다. 성분의 90% 이상이 물인 과일과 채소도 좋은 수분 공급원이다. 과일과 야채에는 비타민 미네랄 등 몸에 유익한 영양물질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고 흡수도 잘 된다. 체액 손실이 많을 때는 염분을 같이 먹는 것이 필요하다. 주의해야 할 것은 음료수이긴 하지만 이뇨작용이 있는 커피, 녹차 등의 카페인, 맥주 소주 등의 알코올 음료 등이다. 보통 커피 한 잔을 먹으면 먹는 것 2배 정도의 물을 소변으로 배출한다. 이런 음료 들은 마시는 음료 양 이상으로 물을 섭취해야 한다. 물의 온도는 체온과 유사한 미지근한 물을 권한다. 맹물을 끓인 후 찬물과 5:5로 탄 동의보감에서의 ’생숙탕’도 좋다. 물은 천천히 나누어 마신다.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몸의 전해질의 균형에 갑작스러운 변화로 신장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요약하자면 한 번에 0.5리터 이하로. 조금씩 나누어서 먹는다. 아침 기상후, 식전 30분, 식후 2시간에 복용하는 것이 좋다. 물을 많이 먹어 해로운 경우도 있다. 물을 대사시키는 몸의 기능이 저하돼있는 경우에는 수분대사를 조절해주는 한약치료가 먼저다. 심부전, 간경화, 신부전 등의 상황에서는 세심한 치료적 관리가 필요하다.
여름이 깊었다. 에어컨 환경이 좋은 도서관으로 가는데, 인도블록 틈 사이를 비집고 올라온 지렁이 사체가 눈에 띈다. 구리철사 토막인가 싶었다. 멈춰서 보니 지렁이 사체가 분명하다. 한 생명의 계절적 희생이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 어느 신문에서 김형석 씨가 쓴 ‘100년 산책’을 읽게 되었다. 그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워싱턴 DC 부근 마운트버넌이라는 곳에 있는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저택과 농장과 그의 묘를 보고 소개한 글이다. 생전의 워싱턴은 자기를 내 농장 집 내가 지정한 장소에 그를 묻어달라고 유언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국회의사당으로 옮기지 못하고 그의 유언대로 자기 저택 왼쪽 돌들이 쌓여 있던 경사지에 잠들어 있다는 것이다. 그가 대통령 임기를 마친 뒤, 주변의 간곡한 연임 권고를 거부하고 사저로 돌아와 살..
알다시피, 한겨레신문은 국민에게 진실을 알리다 군사정권에 의해 해직된 기자들이 만든 신문이다. 그 해직기자들을 상징적으로 대표하는 분이 바로 리영희 선생이다. 선생은 한겨레신문의 창간 멤버로서 재정적인 면에서의 기여는 물론이고 뼈를 깎는 실천으로 저널리스트로서의 모범을 보여주었다. 한겨레신문이 추구해야 할 정신과 방향을 제시해준 셈이다. 선생의 저널리즘 철학은 한 마디로 해서 진실의 추구였다. 선생이 『역설의 변증』(1987)에서, “이 글들을 쓰는 목적은 오로지 진실로 통용되고 있는 허위의 진상을 밝혀내고, 허위의 모임으로 이루어진 ‘허위구조’의 내면을 들여다보려는 것이다.” 라고 하면서 회고한 글이다. “사실 말이지 나에게 있어서 글 쓰는 작업은 자료수집이 거의 90퍼센트라고 할 수 있다. 그러자니 그 고생은 보통이 아니었다. 매 순간마다 국제관계 전반에 대해서 날카롭게 살펴야 하고, 하찮은 것같이 보이는 어떤 힌트가 있어도 그것이 빙산의 일각으로 돌출한 그 수평 아래 숨어 있는 거대한 진실의 덩어리를 찾아내려고 갖은 애를 썼다. 이런 일은 소위 국제정치학자들은 하지 않고 또 하지도 못하는 일이다.”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가 많다. 특히 국제관계에서는 나라마다 국익을 앞세우기 때문에 정부의 발표와 그 나라 언론의 보도를 액면 그대로 믿고 기사를 쓰면 안 된다. 정부의 발표는 빙산의 일각으로 돌출한 단서일 뿐, 본격적인 취재는 그때부터 시작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취재한다면서 키예프에 간 기자들은 보이지 않는 거대한 진실의 덩어리를 찾아내려고 무슨 노력을 했을까? 한겨레신문의 우크라이나 전쟁관련 보도의 취재원은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부의 발표, 미국과 영국 언론의 편파적인 보도, 그리고 우크라이나 현지라고는 하지만 키예프에 한정된 지역에서 피상적으로 보고들은 것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미국 네오콘의 입장을 대변하는 전쟁연구소의 발표도 그대로 인용한다. 리영희 선생이라면 기사를 이렇게 안이하게 썼을까? 선생은 매일 쏟아져 들어오는 외신들 가운데 진실에 부합하는 내용을 가려내고, 진실을 말해주는 자료를 찾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현장은 단서를 찾는 데 유용할 따름이다. 무슨 큰 사고가 나더라도 현장에 가는 것은 단서를 찾기 위함이지 보고 들은 그대로 진실이라고 믿는다면 어리석은 생각일 것이다. 『대학』에 이런 말이 있다. 생각을 집중하지 않으면, 보인다고 본 것이 아니고, 들린다고 들은 게 아니다. 진실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하물며 이해당사자 한쪽의 말만 듣는 안이함으로는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진실은 대한민국의 미래와도 관련된 중차대한 문제다. 하루하루 전황의 보도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한겨레신문이 정녕코 창간 정신과 리영희 정신으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
글처럼 그리운 게 또 있을까. 그립고 그리워서 보물 같은 게 또 있을까. 보물은 박물관에만 있지 않아서, 달력에 적힌 글 몇 줄도 보물일 수 있다. 이를테면 농촌지도소에서 농민들에게 배포한 달력도 그중 하나다. 그림은 없고 숫자만 커다랗게 인쇄된 달력에는, 음력과 절기와 국경일이 적혀있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날마다 그 달력에 기록을 하였다. 날짜가 인쇄된 네모난 칸 안에 ‘찹쌀 한 말(육손네)’, ‘비료 열 포대(화원댁)’, 같은 글귀를 써넣었는데, 빌린 것과 빌려준 것의 수량과 액수를 분명하게 밝혀 적었다. 빼곡하게 적힌 글귀가, 그러니까 잡다한 기록들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었음을 그녀도 처음에는 알지 못했다.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다 시골집 방에 걸린 달력이 그녀의 눈에 처음 밟혔다. 하마터면 불쏘시개로 태워지고 말았을 달력이었다. 아..
원·달러 환율이 비상이다. 지난주 15일엔 1326.1을 기록하며 2009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올해 들어서만 1월1일 기준(1188.9) 11% 이상 올랐다.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이 우려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로 자금이 몰린데 따른 결과다. 글로벌 공급망 교란 등으로 국내 고물가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환율까지 가세하고 있다. 지난주 한국은행이 사상 초유의 ‘빅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했지만 환율은 계속 천장을 두드리고 있다. 게다가 오는 27일 미국 연준(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 금리인상이 예고돼 있다. 6월 수출입물가지수’는 지난달보다 0.5% 올랐다. 지난해 6월과 비교하면 33.6% 높은 수준이다. 환율 영향을 제거한 계약통화기준 수입물가는 5월보다 0.1%, 지난해 6월보..
본보는 경기도청공무원노동조합(경공노) 창립 16주년을 앞두고 강순하 위원장과의 인터뷰를 실었다.(14일자 3면) 강위원장은 김 지사를 만나본 직원들이 “전임 지사와 달리 부드러운 이미지가 있어 직원들이 안심, 편안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딱딱하지 않은, 소통하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공무원 생활도 오랫동안 하셨기 때문에 누구보다 공무원의 심리를 잘 아는 김동연 지사가 폭넓은 마음으로 도청 공무원들의 고충을 헤아려 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도지사로서 도민들과의 소통과 약속도 중요하지만 식구인 도청 직원들에 대한 배려와 신뢰, 소통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직원들에 대한 문제 해결을 지사가 적극적으로 해결해주리라는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에 경공노 제16주년 창립기념식에 참석한 김지사도 경기도 공..
나는 숙박형 체험학습 반대론자에 가깝다. 반대하는 이유가 대단히 많은데 가장 크게 작용한 게 어린 시절 겪었던 수학여행이 지옥의 모습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낮까지는 평범한 체험학습인데 저녁이 되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일탈이 벌어졌다. 누군가는 술을 텀블러에 담아서 오고, 다른 누군가는 캐리어 숨은 공간에 소주를 넣어왔다. 밤이 되면 온갖 일탈이 벌어졌고,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 숙취에 절여진 채 전세 버스에서 내리지도 못했던 기억이 있다. 가장 끔찍했던 체험학습의 한 장면은 중학교 수학여행 첫째날 밤에 친구가 만취해서 똑같이 만취해서 복도를 돌아다니던 교사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던 모습이다. 아무리 소지품 검사를 해도 무언가를 귀신같이 숨겨오는 아이들을 다 잡아낼 수 없었다. 나도 우리 방 분위기에 휩쓸려서 일탈을 함께 저질렀고 인생의..
미국 언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아베 총살과 관련해 우리나라 안중근 장군의 이등박문 총살(1909년)을 언급한 것을 두고 국내 일각(一角)에서 ‘말’이 일고 있다. ‘이토(이등박문)를 처벌한 것은 독립운동 차원이었다.’는 것이다. WSJ가 말하듯 ‘정치폭력 역사’에 해당하지 않으니, 미국인들의 역사인식 부재(不在)가 드러났다는 얘기다. 먼저 명확히 할 것이 있다. 안중근 장군의 이토 총격은 (충무공 이순신 제독의 그것처럼) 한일(韓日) 간 전쟁에서의 전투행위다. ‘독립운동’을 넘어서는 뜻이다. 우리 임시정부 김구 주석 등과의 협의를 거친 작전을 수행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일본의 침략 두목을 처벌한 하얼빈 역의 총격은 당연하다. 또 당당하다. 그게 그거 아녀? 할 이 있을까? 우리나라를 남한(South Korea)으로 부르는 것과 대한민국(Republic Of Korea)으로 부르는 것의 차이보다 훨씬 큰 의미의 차이가 있다. 미국(언론)의 ‘정치폭력’ 시각(視角)도, 국내 일각의 ‘독립을 위한 민간운동(캠페인)’ 시각도 교정(矯正)되거나 조정(調整)되어야 마땅하다. 다만 처절한 전쟁이었다. 흔히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략할 때) 했듯, 뒤통수를 몰래 봐버리는 야비한 짓과 어찌 비교되랴. 하나 더 명확히 하자. 일본은 이미 우리(가 신경 쓰는) 상대가 아니다. 가끔 대한민국과 일본을 같은 줄에 걸어놓고 생각하는 국내외의 관성(慣性)이나 통념이 실소나 짜증을 부른다. 과거의 기억 때문이겠다. 근거 없는 우월감이나 열등감을 지우면 둘 사이 친선이 가능하다. 총살된 두 일본 정치인에 주목할 대목은 따로 있다. 전쟁광(戰爭狂)들이었다. 황당한 논리로 제 국민과 이웃나라를 속이고 전쟁을 획책했다. 이토의 ‘동아시아 공영(共榮)’과 아베가 추진해온 ‘평화헌법’이 그것이다. 바탕과 명분 없는 정치꾼은 전쟁을 벌여야 먹고산다. 나라도 다르지 않다. 히틀러나 푸틴 사례에서도 읽힌다. 돈과 요트도, 미녀 애인과 검은 권력의 꿀맛도 실은 아지랑이 한 줄기에 지나지 않으니 저 어리석음을 어쩌랴. 이념, 애국심, 역사... 자빠졌네. 왜들 사니? 전쟁을 ‘함께 번영함(共榮)’이라고, 전쟁하는 나라를 ‘평화국가’라고 사기 치는 것을 모순어법(矛盾語法)으로 보자. 고대 그리스 철학이 빚은 개념 옥시모론(oxymoron)의 번역어다. 우리는 ‘소리 없는 아우성’과 같은 보기를 통해 이를 배웠다. ‘옥시’는 똑똑한, ‘모론’은 멍청이란 뜻이니 ‘똑똑한 바보’라는 그 자체 모순된 단어묶음이다. 이를 배우는 이유는 그 사기의 본질을 논리적으로 또 직감적으로 쉬 파악하고자 함이다. 영리한 졸장부들이 거는 제목(구호)은 늘 그 실체(속셈)와 다르니 극히 조심할 것. 하여간, 전쟁하려는 자는 어떤 식으로든 처벌을 받는다. 그 총성의 뜻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