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언어의 예술이다. 언어는 사유의 결과물이기에 언어가 빈곤한 사람은 사유가 부족하다. 요즘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이 화제다. 소통을 위한 적극적 자세가 신선하고 좋아 보인다. 지난 정부의 대국민소통은 답답했는데 이번 정부는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좋은 의도만큼 탈도 많다. 정치인 모두를 지도자라 부르진 않는다. 내 기준으론 당 대표급이거나 대선 후보급 정도는 돼야 정치지도자라 부른다. 대통령은 최고의 정치지도자다. 2017년 문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 주요 사안을 국민에게 직접 브리핑하는 대통령을 약속했다.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오는 시간이 갈수록 쌓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는 더 심했다. 방미 중 성추행 당사자인 윤창중 대변인의 경질을 알리면서 홍보수석..
초유의 당 대표 징계로 집권당이 내홍을 겪고 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을 받아온 이준석 대표에 대해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 결정을 내렸고, 이 대표는 강하게 반발하며 대표직에서도 물러날 뜻이 없음을 내비치고 있다. 집권여당의 향배가 중대 기로에 서 있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초복합위기로 국가와 서민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는데 집권당은 집안싸움으로 국민들이 나라와 여당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새정부가 출범한지 2개월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가 30%대로 내려가고, 국민의힘 지지율이 3개월여 만에 야당에 역전됐다는 여론조사도 나왔다. 국가적으로 산적한 현안이 가로놓여 있다. 특히 노동‧교육‧연금‧공공기관 개혁은 정부‧여당이 총력적인 대응체제를 구축해..
모바일로 뉴스를 접하면서 새벽시간 현관 앞에 배달되는 신문을 집어드는 즐거움이 거의 사라졌다. 무슨 말이냐고 의아해할 젊은 미디어 수용자들이 있을 것이다. 신문 한 부를 확장하기 위해 자전거를 경품으로 주고, 1년 구독료를 받지 않던 시절이 오래되지 않았다. 이런 행태가 전설로 남겠지만, 지면 신문은 담길 기사량이 제한돼 기사의 질은 상대적으로 정제되었고 높았다. 정보기술은 뉴스의 무한 공급을 가능케했지만, 싸구려 기사가 양산될 가능성을 크게 키웠다. 실제로 뉴스의 질은 크게 떨어졌다. 특히 한국이 유별나다. 기사가 포털을 통해 유통되면서 뉴스 이용자들은 어느 언론사가 제공한 기사인지를 크게 따지지 않는다. 전통있는 언론사조차도 클릭수 높이기 전쟁에 뛰어들면서 이 같은 추세는 가속되고 있다. 선정적인 기사가 난무하는 배경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언론이 좋아하는 최고의 뉴스 메이커는 뭐니뭐니해도 김건희 여사다. 김 여사의 일거수일투족은 대통령의 뉴스를 덮을 정도로 집중적 관심을 받는다. 호불호를 넘어 기사 클릭 로켓이다. 이런 우려 때문에 김 여사의 활동이 부각되지 않기를 바라는 국민이 압도적으로 많다. 김 여사 뉴스는 청년실업, 경기침체와 인플레,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사태, 미·중간 신냉전 시대 대응 등 산적한 국가적 의제까지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윤 대통령 취임 1주일 전, 뉴스도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도마토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들은 김 여사의 적극적인 대외 활동에 부정적이다. 국민 66.4%가 조용한 내조를 원했다. 적극적인 대외활동을 원하는 국민은 24.2%에 그쳤다. 주목할 점은 윤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서울지역 응답자 70%, 보수층의 57%가 조용한 내조를 선호했다. 언론지형의 겉모습은 보수와 진보로 양분돼 있다. 윤석열 정부가 유념해야 할 것 중 하나가 보수지는 내편일 것이라는 착각이다. 언론사는 광고수주에 도움이 되면 국가적 의제도 뒤로 한다. 좋은 사례가 있다. 지난 4월 4일 김건희 여사가 자주색 후드티에 청바지를 입고 서초동 자택 앞에서 경호를 맡고 있는 경찰특공대 폭발물 탐지견을 안고 있는 사진에 언론은 광란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조사에 따르면, 이 사진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4일부터 6일까지 3일간 네이버에서 ‘김건희’로 검색했을 때 나온 기사가 자그마치 226건이었다. 이중 머니투데이 미디어그룹이 23건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이 조선(15건), 매경(15건), 연합(11건), 중앙(10건), 동아 미디어그룹(10건)이 뒤를 이었다. 보수 언론들이 클릭수 경쟁을 이끌었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정상회담을 참석하고도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했다. 해외순방 후 지지율이 내려간 전례 없는 사례라고 한다. 언론이 쏟아낸 김건희 여사 패션 기사에 대통령의 순방 성과까지 휩쓸려가지는 않았는지 냉정하게 점검해 볼 때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고령화 속도로 인해 급격한 인구 구조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을 보면 2020년에 16%에 이르렀고, 10년 후에는 25% 이상이 될 것이라 한다. 이로 인한 의료비 증가와 서비스 수요 증가 또한 가속화되고 있다. 노인 건강복지를 위한 요양병원이나 시설의 경우 냄새, 욕창, 낙상, 와상이 없는 것과 기저귀와 신체 억제대를 가능하면 사용하지 않고 노인들을 케어하는 돌봄을 지향하고 있으나 간병사나 요양보호사의 간병 수가가 도입되지 않아 돌봄 서비스 경쟁보다는 간병 단가를 낮추기 위한 경쟁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건강과 보건 의료분야에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big data), 가상현실(VR), 모바일 앱, 원격의료, 소프트웨어 등의 첨단기술을 결합한 전 세계가 지향하고 있는 새로..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후 남북관계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남북관계가 재개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생각해 본다. 5월 16일 정부는 코로나 방역협력을 위한 남북실무접촉을 제의했고, 6월 21일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장소, 의제, 형식 등을 가리지 않는 조건없는 남북대화를 제의했다. 북한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 7월 1일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을 통해 신종코로나 진원지로 대북전단지를 지목하며 대남 비방에 나섰다. 이 점을 우리는 매우 심각하게 받아 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대화제의에 대한 답변을 북한 신종코로나 확산의 원인제공자로 남한을 지목했다는 점이다. 코로나와 식량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북한주민들의 동요를 막고 대남 적개심 고취를 통해 민심을 다잡기 위한 행보라고 단순하게 해석할 것은 아니라 판단된다. 통일부에서 북한..
경기도보건교사회와 경기도전문상담교사협회 회원들이 화났다. 지난 2일 도교육청이 비교과 계열(보건‧영양‧전문상담‧예술창작 4군) 장학사를 기존 전문전형(5년)이 아닌 임기제 전형(3년)으로 선발하겠다고 발표한 다음부터다. 전문전형 장학사는 5년, 길게는 9년까지 일하면서 장기계획과 정책을 수립할 수 있지만 임기제 장학사는 임기가 3년이다. 책임감 있는 상담과 위기지원 정책을 펼칠 수 없으며 본인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또 2년간 장학사 지원이 제한돼 직무연속성으로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장학사는 교육현장을 지도·조언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교육전문직 공무원이다. 이들은 교육의 목표와 내용, 학습지도법 등 교육에 관한 모든 조건과 영역에 걸쳐서 협력과 조언을 해준다. 전기한 것처럼..
불멸의 작가 기 드 모파쌍(Guy de Maupassant). 그 역시 천재적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신의 부르심은 너무도 빨랐다. 그가 생을 마감한 건 서른일곱 살 청춘. 하지만 100년을 살다 간 사람을 무색게 할 정도로 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의 첫 성공작 ‘비곗덩어리’부터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여자의 일생’, 그리고 파리의 불쌍하고 추잡함을 고발하는 ‘롱돌 자매’ 등 주옥같은 소설을 300편 넘게 썼다. 이 작품들을 통해 그는 다양한 인간군상과 그들의 대화, 시선을 섬세하고 애잔하게 표현했다. 이런 모파쌍의 탄생지는 특이하다. 그는 미로메닐 성(Château de Miromesnil)에서 태어났다. 노르망디 페깡(Fécamp)에 있는 이 성은 18세기 프랑스 법무재상이었던 미로메닐 공작의 소유였다. 백성을 사랑한 미로메닐 공작은 죽으면서 이 성을 지역주민들에게 개방했다. 모파쌍의 부모는 그들에게 호의적이었던 페깡시장과 주임신부에게 부탁해 이 성을 빌렸고 거기서 아들을 낳았다. 그러나 어린 모파쌍은 지극히 평범했다. 말이 없고 페깡의 바다와 항구, 선원들을 무척 좋아했다. 스포츠광에 자유를 만끽한 행복한 아이였다. 그가 페깡을 떠난 건 스무 살 때. 파리 해양부장관실 공무원이 되면서였다. 이때 플로베르로부터 본격적인 문학수업을 받았다. 플로베르는 문학에 심취한 어머니의 친구였고 어머니는 플로베르의 대모였다. 플로베르는 모파쌍에게 위스망스와 도데, 졸라를 소개시켜줬고 이 유망한 청년들은 피나는 노력을 통해 훗날 손꼽히는 작가가 됐다. 모파상은 농부, 간교한 사람, 부르주아, 바보, 불우한 사람들의 삶 속을 파고들거나 외관을 그리는 데 열중했다. 그는 특히 노르망디 농부들의 사투리를 재치 있게 표현했고 그들의 삶을 설득력 있게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이런 그의 문학적 원천은 고향 페깡이었다. 이곳은 노르망디 공작의 저택이 있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공작들의 궁궐이 많고, 아주 빼어난 생트 트리니티 사원까지 어우러져 있어 기품이 넘친다. 어디 이뿐인가. 기괴한 베네딕틴 궁과 맛과 색깔이 신비한 페깡의 위스키인 리큐르 베네딕틴은 매력적이다. 거기에 온갖 식물이 뿜어내는 향기와 향료들의 풋풋한 냄새. 코를 찌른다. 페깡에서 에트르타로 넘어가는 알바트로 해안의 하얀 절벽과 모파쌍이 사랑했던 이뽀르(Yport)에 펼쳐진 특이한 여름별장들, 바람의 언덕에서 바라본 마을과 바다, 갈리아 요새, 대서양의 장벽까지. 이보다 더 아름다운 장면은 찾을 수 없다. 오죽했으면 프랑스 사람들이 죽기 전에 걸어봐야 할 코스로 이곳을 선정했을까. 올 여름 페깡의 자갈해변에서 강렬한 태양을 즐기고, 바람의 언덕으로 옮겨 리큐르 베네딕틴을 마시며 아름다운 절벽과 에메랄드빛 바다를 유유자적 바라본다면 어떠할까.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녹아내릴 일이다.
"고난의 역사! 한국역사 밑에 숨어흐르는 바닥 가락은 고난이다. 이 땅도 이 사람도, 큰 일도 작은 일도, 정치도 종교도 예술도 사랑도, 그 무엇도 다 고난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 말 듣고 놀라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부끄럽고 쓰라린 사실임은 어찌할 수 없다."ㅡ함석헌(1901~1989)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 중에서. 8.15 광복과 다름 없던 '80년 서울의 봄'은 그 해 5월, 전두환 일당이 광주를 피로 물들이면서 겨울공화국으로 되돌아갔다. 신군부의 12년 만행은 짙은 살의의 시간이었다. 그후 87년 6월 시민항쟁으로 쟁취한 민주주의는 문민정치의 싸구려 소모품으로 전락했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까지 거창하고 유혹적인 구호로 시작했지만, 아는 바대로 예외없이 끝은 좋지 않았다. 씨알들이 끝도 없는 고난의 삶을 살았다는 뜻이다. 요즘은 윤석열 정치에 대한 불편함과 우려가 뒤섞인채 연관된 기억과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나날이다. 내 주변의 착한 시민들 다수가 비슷한 입장이다. 신명을 잃은채 집단적으로 무기력 증세를 보인다. 그 그룹의 폭주 때문만도 아니다. 내 경우는 문재인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반이다. 참 힘들다. 주말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숲속을 걷다가 1930년대 시 한 편이 떠올랐다. 심훈(1901~1936)의 '그날이 오면'이다.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은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 끊기기 전에 와주기만 할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人磬)에 머리로 들이받아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울리오리다. .... ....." 위의 '그날이 오면' 이후, 50년이 또 지난 뒤(1980년대) 제2의 '그날이 오면'이 만들어졌다. 그 노래는 또다시 30년 넘도록 엄숙하고 장엄하게 불리고 있다. "한밤의 꿈은 아니리 오랜 고통 다한 후에 내 형제 빛나는 두 눈에 뜨거운 눈물들 .....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내 형제 그리운 얼굴들 그 아픈 추억도 아 짧았던 내 젊음도 헛된 꿈이 아니었으리 ....." 함석헌과 심훈의 '그날'은 일제로부터의 해방일이었다. 1945년 8월 15일. 마침내 왔다. 그러나 이내 6·25 형제간 내전으로 금수강산은 지옥이 되었다. 그 후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의 나쁜 정치 40년은 일제의 잔학한 36년 식민지배를 능가하는 악마의 시간이었다. 그 셋의 비극적 말로(末路)는 마치 사전 제작된 드라마 같았다. 경술국치(1910년) 이후 100년도 더 지났지만, 그 정치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 갈망(渴望)은 절망적이다. 그래서 안스럽다. 구슬픈 숙환이다. 그날, 과연 오고 있는가. 정말로 오기는 오는 건가. 아니라면, 지금은, 우리가, 또 다시, 지옥으로, 건너가는 시간인가.
경기도가 사회적 또는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여행을 가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등 관광소외계층을 위해 ‘노동자 휴가비 지원사업’이란 것을 펼치고 있다. 도가 대상으로 삼은 비정규직 노동자는 대리운전기사,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기간제, 파견‧용역 등으로 연 총소득 3600만원(월 300만원) 이하, 만 19세 이상이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15만원을 적립하면 도가 25만원을 추가 지원해 총 40만원 적립금을 휴가‧여가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선정된 노동자는 이 적립금으로 전용 온라인몰’(www.ggvacation.ezwel.com)을 통해 여행, 문화, 교육, 여가 등을 즐길 수 있다. 숙박권·입장권 등 국내 여행 관련 각종 상품은 물론, 캠핑, 문화예술시설, 베이킹·가죽공예 등의 취미·여가 용품까지 구매가 가능하다고 하니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이즈음 강남 좌파라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 사회적 지위가 있으면서 경제적으로 부유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진보적인 계층을 일컫는 이 말은 전통적 계급이론에 들어있지 않은 것이다. 생산수단을 둘러싼 제 관계인 계급이론에 따르면 강남 좌파는 그저 소(쁘띠)부르조아일 뿐이다. 강남 좌파는 형용 모순의 조어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강남 좌파란 말이 언론이나 담론 장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강남 좌파가 우리 사회에서 사라져서 일까? 아니면 그보다 폭넓게 적용할 수 있는 말이 필요해서 일까? 말이 새롭게 태어나고 사멸하는 것은 역동적 인간 삶에 있어 자연스런 일일 터이다. 하지만 강남 좌파의 사멸을 인과 관계적으로 파악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런 가운데 담론 장에서 등장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브라만 좌파란 말이 주목을 끈다. 인도 카스트 제도에서 유래한 브라만은 중세 유럽의 3신분(전사·사제·평민) 사회에서 제2 신분인 사제를 뜻한다. 이런 브라만은 현대 사회에 있어 종교지도자뿐만 아니라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 교수 등 지식인을 총칭하는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브라만 좌파는 무엇을 지칭하는 것일까? 말 그대로 브라만에 속하면서도 우파가 아닌 좌파인 사람들을 일컫는다. 기득권의 이익보다는 약자의 이익을 옹호하며 당연히 공동선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그렇기 때문에 강남 좌파와 엇비슷하거나 좀 더 확장된 개념이다. 그러나 브라만 좌파란 말에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게 깃들어 있는 점이 낭만적 뉘앙스의 강남 좌파와 크게 대비된다. 정의와 공정 등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현대 사회의 가치를 자신의 존재이유라도 되는 것처럼 내세우지만 이는 구호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브라만 좌파는 자신을 고상한 가치로 치장하고 있을 뿐이다. 실제로 토마 피케티는 사례와 통계 위주의 명저 『자본과 이데올로기』에서 프랑스 브라만 좌파들이 그 누구도 아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정치 행위를 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구체적으로 그들은 유리한 사회적 지위를 통해 자신의 자녀들에게 이익이 되는 교육 제도를 관철시켰다. 이는 그들이 깃발처럼 내세우는 가치에 정면 위배되는 것이다. 한국 사회로 눈을 돌려보자. 한국의 광범위한 브라만 좌파들은 정의와 공정을 부르짖은 만큼 그것을 이행하고 있을까? 그들이 그토록 증오하고 있는 기성 언론을 조금만 톺아봐도 그렇지 않다는 팩트가 넘쳐난다. 자녀들의 교육과 취업 문제에 있어서뿐만 아니라 부동산 등 모든 영역에서 정의와는 거리가 먼 불공정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담론 장에서 한국 브라만 좌파를 자신들의 이익에 충실한 하나의 계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진보니 좌파니 하는 말들은 영혼 없는 수사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은 쁘띠부르조아에서 우리가 전혀 상상하지 못한 쪽으로 진화를 한 것일까, 아니면 그저 타락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