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나는 아침마다 밥 먹기가 힘들었다. 어머니는 그런 나에게 정성껏 차린 건강음식을 강력하게 압박해 먹이셨다. 아침식사 끝에는 노란콩을 갓 삶아 식혀서 믹서에 갈아주시는 두유, 생토마토를 금방 간 토마토 주스가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머니는 인스턴트, 화학첨가물이든 재료는 전혀 사용하지 않으셨다. 뇌와 장건강에 좋은 천연재료의 한식으로 가득 채워 밥상을 차려주셨다. 그 영양 가득한 음식들이 몸의 건강뿐만 아니라 마음을 든든하게 지탱해 준 것을 그때의 나는 전혀 몰랐다. 맛있는 라면이나 화려한 기름진 빵과 과자들이 장바구니에 없다고 서운해하며 입이 쑥 나왔을 따름이었다. 거의 그 후 30년이 지난 지금 나는 진료실에서 그때의 나와 같은 이들을 만난다. 그 아이는 빵을 좋아하기도 하고 멋진 빵을 곧잘 만든다. 라면을 좋아하는 불닭볶음..
‘카카오T’는 민간 택시호출 플랫폼인데 전국 등록택시기사 24만3709명 중 92.8%인 22만6154명이 가입했다.(2021년 8월 말 기준) 월 1016만명이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거의 독점 수준이다. 이에 대항해 지방정부들이 중개수수료와 호출수수료가 없는 공공 플랫폼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4월 수원시 택시업계가 주도하고 시가 지원해 개발한 민관협업 방식의 ‘수원e택시’를, 같은 해 7월 경기도 택시조합이 직접 ‘리본택시’ 운영 기업인 코나투스와 (주)티원모빌리티와 업무협약을 통해 통합 호출플랫폼 운영을 시작했다. 인천에서도 지난해 11월 ‘e음택시’가 출범했다. 이 가운데 ‘수원e택시’는 출범 한 달여 만에 일반(법인)택시 가입대상 1715명 중 76%, 개인택시 가입대상 2923명 중 84.2%가 가입했다. 올해 1월 말 기준 법인 택시 15..
한국의 20대가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대통령의 인사권을 무력화한 이른바 윤석열 사태 정국이 아닌가 한다. 당시 검찰의 선택적 수사에 분노한 시민들은 대규모 촛불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20대는 생뚱맞게도 공정을 외쳤다. 조국 씨 부부의 자녀 스펙 쌓기야말로 우리 사회가 불공정하다는 증표라는 것이었다. 일각에서는 기성 언론이 정권에 타격을 가하기 위해 우리 사회의 낯선 언어인 공정을 내세웠는데 소가 뒷걸음질하다 쥐 잡는 격으로 예기치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아무튼 20대가 부르짖은 공정은 한국 사회의 키워드로 급부상했다. 공정이 모든 영역으로 파고들어 20대의 영향력을 실감하고 있는 이즈음이다. 하지만 이는 20대의 출현 그 서막에 불과한 것인지 모른다. '공정 사건' 이후부터 그들이 선거의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아 기성세..
레퀴엠(Requiem). 죽은 자를 위한 진혼곡이다. 그래서일까. 무섭고 장중하고 근엄하다. 하지만 가브리엘 포레(Gabriel Fauré)의 레퀴엠은 전혀 다르다. 지옥불처럼 요동을 치는 모차르트와는 달리 아주 상냥하고 평화롭다. 죽음은 결코 황망한 것이 아닌 자연스러운 것. 이것이 포레의 철학이다. 그의 파반느(Pavane) 역시 너무도 아름답다. 피아노 선율과 트럼펫 소리는 우리의 심연을 오묘하게 파고들어 흔든다. 독일풍이 아닌 프랑스풍을 구가했던 포레. 키는 작았지만 뚝심의 사나이였다. 그의 고집은 프랑스 음악을 바그너 음악으로부터 탈피시켰다. 그가 격찬 받는 이유 중 하나다. 포레는 베를리오즈 시대가 가고 드뷔시의 시대가 오기 전 가장 위대한 작곡가였다. 하지만 그가 하루아침에 명성을 얻은 건 아니다. 인고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가 유명하게 되자 비평가들은 흔들어댔다. 그러나 포레를 괴롭힌 건 혹평이 아니라 신체적 장애였다. 귀머거리 작곡가하면 베토벤을 연상하기 쉽다. 그러나 포레 역시 그러했다. 선율을 들을 수 없다면 작곡가의 인생은 끝난 게 아닌가. 하지만 역경 속에서 더 찬란했던 사람들이 있다. 포레도 그 중 하나다. 그는 청각을 잃으면서부터 내적 세계에 더 심취했고 음악 스타일을 새롭게 바꿨다. 프랑스 남쪽 끝 지점 아리에 주 파미에르(Pamiers)에서 태어난 포레. 아들의 재능을 발견한 그의 아버지의 덕에 일찍이 파리로 유학을 왔다. 그러나 포레는 정통 음악 학교인 파리음악원이 아닌 니데르메이에르(Niedermeyer) 학교에 들어갔고, 거기서 11년간 수학했다. 이단아였던 포레. 하지만 그의 스승인 생상스와 자신의 탁월한 재능 덕에 파리 대성당 마들렌느의 오르가니스트가 되는 영광을 안았다. 이런 포레가 시련 속에서 찾은 곳이 있다. 에비앙(Évian)이다. 에비앙의 본래 이름은 에비앙 레 뱅(Évian-les-Bains). 이 마을은 론 강과 레망(Léman) 호가 합쳐지는 곳이어서 풍경이 기막히다. 여기에 신은 알프스의 수려함까지 선사했다. 이곳 레망 강가에서 70살의 노인 포레는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2번과 피아노를 위한 판타지를 작곡했다. 이곳의 수려함이 녹아들어 가서일까. 이 작품들은 포레의 수작으로 꼽힌다. 포레가 머물렀던 에비앙. 이 매혹적인 마을에는 9000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아름답기 그지없는 마을이지만 특히 이곳은 물이 빼어나다. 에비앙 광천수. 그 유명한 물병을 안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에비앙이 물의 도시가 된 것은 프랑스혁명을 피해 도망친 오베르뉴의 한 후작 때문이다. 이 후작은 매일 정원에 있는 샘물을 마셨다. 그러던 어느 날 요도결석이 나은 것을 알았다. 그 후 에비앙 수는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이 후작의 샘은 1903년 카샤(Cachat) 샘으로 리모델링돼 지금은 에비앙의 빼놓을 수 없는 관광지가 됐다. 한평생을 살면서 우리는 수없이 절망한다. 그런 절망 속에서 어느 날 멀리 떠나고 싶다면 에비앙을 한 번 찾아가 보라. 알프스 산허리를 굽이굽이 걸어도 보고, 레망 호의 물결을 하염없이 바라보기도 하고, 그러다 혹시 여유가 생긴다면 포레의 레퀴엠도 한 번 들어봐라. 나도 모르는 순간 절망의 페이지는 넘어가고 희망의 새 페이지가 펼쳐져 있을지도 모른다.
새 대통령은 통일의 기초를 확실히 놓을 수 있는 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너무 커서인지 낙심이 너무 크다. 새해 들어 점점 농도를 더해가는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접하며, ‘선제타격’을 주장하는 후보, 점잖게 타이르며 핵미사일을 내려놓으면 내가 좋은 것 주겠다고 훈시 하는 후보, 평화번영정책을 계승 하겠다 면서도 현 남북관계 정체의 원인 진단이나 창의적인 대안 제시는 없이 그저 득표만을 의식한 듯, 북의 행태를 그저 도발로 치부하며 강경 발언을 내뱉는 후보 등 도대체 우리의 후손들이 자유롭고 평화롭게 살아가야 할 한반도 미래에 대한 밝고 희망찬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를 찾아 볼 수가 없다.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포함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루어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행복한 삶을 누리게 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하고 시급하게 추진되..
대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가 쏟아지고 있지만, 누가 우세하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역대 대선을 보면 대선일이 가까워져 올수록 유력 후보들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는 현상은 있었어도, 이번 대선처럼 1위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것이 이번 대선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현상이 발생하게 된 이유로 다음과 같은 두 가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거대 정당의 후보들이 자신만의 고유한 이미지 창출에 실패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과거 대선에서는 유력 후보들이 거시적인 이미지를 창출했었다.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는 자신의 샐러리맨 신화를 내세워 경제 대통령의 이미지를 만들었었고,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는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연관된 이미지를 창출했었다. 19대..
초등학교 생활에서 아이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은 학업보다는 친구 관계가 더 크다. 중,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성적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하는 친구들이 많지만 초등학교는 친구와 사이가 좋으면 만사형통인 아이들이 많다. 학부모 상담을 했을 때 부모님의 걱정도 교우 관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다. 아이에게 친구가 없으면 아이 본인도, 부모님도 걱정이 크다. 인간관계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같은 게 아니기에 친구 사귀는 법이라는 정답이 있는 메뉴얼을 만들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분명히 상황을 나아지게 하는 방법들은 있다.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걸 어려워하는 소극적인 아이들에게 상담에서 하는 몇 가지 이야기가 있다. 어떤 아이는 상담 후에 정말 친구를 사귀는 데 성공했고, 또 다른 아이는 노력했지만 끝내 혼자인 채로 다음 학년에 올라갔다. 아이..
경기도는 지리적 특성상 북한과 맞닿아 있는 파주시, 연천군 등 7개 접경지역 시군을 포함하고 있다. 남북정세에 따라 갈등의 최전선이 되기도 하고 남북 정상회담과 같은 대화의 장이 되기도 하는 등 위기와 평화가 공존하고 있다. 그렇기에 경기도는 평화와 국민의 안녕을 지키기 위해 국가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인 셈이다. 최근 우리나라를 둘러싼 국내외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로 유럽지역 나토(NATO)와 러시아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고 미국·중국의 패권 경쟁과 더불어, 올해 들어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로 인한 북·미관계 악화, 국내 안보 불안 증가 등 안보 환경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따라서 경기도는 지리적 리스크를 감수하고 위기와 평화를 동시에 대비하는 실질적인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 이에 경..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동계올림픽이 우리 국민감정을 사정없이 자극하고 있다. 개막식에서 한복을 입은 조선족 여성을 등장시켜 ‘문화 동북공정’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데 이어 쇼트트랙 경기에서 한국 선수들이 잇따라 실격처리되고, 반칙을 범한 중국 선수들을 대놓고 봐주는 등 주최국 횡포가 점입가경이다. 중국의 치밀한 ‘동북공정’에 감정적으로만 대응할 때가 아니다. 조직적으로, 그리고 치열하게 대항하지 않으면 우리의 역사와 문화가 송두리째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을 자기네 나라의 속국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중국의 엉큼한 속내는 날이 갈수록 노골화되는 추세다. 중국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중화민족주의를 지속적으로 강조하면서 소위 동북공정(東北工程)과 서북공정(西北工程) 등 소수민족 관련 정책을 추진했다. 고구려·발해..
나이가 들수록 절대자의 섭리에 순응해야겠지 싶다. 운명이란 두 글자가 품고 있는 그 의미 속으로 푹 빠져들어 허둥대다 끝나는 것이 인생인가 싶기도 하다. 어린 시절을 가난하게 보내며 버스비를 아끼겠다고 온몸으로 걸었다. 기초적인 생활경제를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도 때때로 하늘을 보며 눈시울을 적시곤 했다. 지족자선경(知足者仙境)이라는 의미를 되새기며 살았다. 매사에 족한 줄 알고 나와의 인연에 감사하며 상대를 배려하고자 했다. 따라서 창조적인 자신의 빛과 스타일을 위해 나 자신답게 살고자 했다. 그런데 진(眞)과 선이 세상의 모든 것이 아니라고 느껴졌을 때 영혼이 감전되어 죽어 가는가 싶기도 했다. 몇 년 전 이청준의 산문집에서 『부끄러움, 혹은 사랑의 이름으로』라는 글을 읽었다. 내용은 이렇다. 한국전쟁의 어느 해 겨울, 외국 선교사가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