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언론, 정치부문 사회개혁은 ‘미완’된 채, 버라이어티 쇼는 끝났다. 승자가 된 국민의힘과 윤석열 당선자는 국민 앞에 낮은 자세로 임할 때다. 패자가 된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고문은 새로운 환경에 응전해야 할 때다. 환호와 절망은 잠시, 시나브로 지방선거는 6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경기지사 선거에 예비 후보들의 출사표가 몰리고 있다. 정치권은 “대선주자급이 나와야 한다”라는 ‘도그마’에서 목하 고민 중이다. ‘대선 시즌2’라는 얘기도 들린다. 게다가 포스트 이재명은 누가 될 것인가? 유승민과 김동연의 매치는 성사될 것인가? 경기도에서 윤 당선자(45.62%)보다 높게 얻은 이 고문의 대선 득표율(50.94%)은 지선에서 그대로 적용될 것인가에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국민의힘에서는 유승민 전 의원이, 민주당에서는 과방위·예결위·산자위·정책위의장을 두루 거친 5선의 조정식 의원, 교육 전문가인 5선의 중진 안민석 의원, 3선 경력 염태영 전 수원시장의 3파전에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가세하는 모양새다. 열기가 후끈하다. 민주당 예비후보들은 저마다 ‘이재명 마케팅’ 중이다. 백낙청 교수가 “이재명은 김대중 대통령 이후 최고의 정치 지도자”라고 한 말은 이런 현상의 동질화를 규정하는 듯하다. 돌이켜 보면 지난 대선은 ‘언론의 정치’가 주효했던 대표적 케이스다. 희망과 절망의 교차점에서 시민들은 저마다 독립 언론으로서 주류 언론의 속내를 읽는 법을 터득했다. ‘이재명 계승자’를 가릴 수 있는 혜안도 생겼다. 윤석열 인수위의 ‘용산 이전’ 이슈, 국민의힘 당대표의 ‘장애인 시위 조롱’ 등을 목도한 결과일 수 있다. 이젠 경기도정에 ‘이재명’을 뛰어넘는 새로운 리더가 필요하다. 단순한 행정이 아니라 정책능력이 겸비돼 있어야 한다. 중앙정부, 혹은 입법부와의 조정 능력은 필요충분조건이다. 과학기술, 산업은 물론이고, 정책 홍보 및 언론전문가여야 한다. 또한 도내 각지에 분포된 기업들을 살릴 수 있는 경영 능력도 있어야 한다. 물론 국가예산을 확보하는 ‘줄다리기’에 능해야 한다. 참 까탈스럽다. 경기도민이 바라는 지사의 자격 요건이다. 서울보다 인구가 400여만 명이나 많은 최대 도시 경기도… 제대로 된 대중교통(지하철) 시설은 턱없이 빈약하다. 아예 없는 곳도 많다. ‘신도시 천국’이지만 자강 능력은 미흡하다. 도립대학교, 민영 TV방송국도 없다. 개발을 할라치면 수도권 규제(수도권정비규제법)로 옴짝달싹 하지 못한다. 인구가 급격하게 팽창하는 기초지자체는 도시 경계, 혐오시설 등을 둘러싸고 갈등이 첨예하다. 더욱이 지역의 언론은 서울과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독자 확보가 쉽지 않다. 현안은 헤아릴 수 없다. 해결은 전적으로 리더의 능력에 달렸다. ‘이재명 마케팅’이 먹히는 이유다. 수장(首長)의 실력으로 주민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점, ‘이재명 철학과 가치 계승’만으로 도시의 발전적 미래가 담보될 수 있다는 것을 유권자들이 공공연히 알게 됐다. 그렇기에 이재명의 진짜 계승자는 이 고문을 ‘변함없이 도와준’, ‘여의도 정치인으로 키울 수 있는’ 동지라야 한다. 선택과 판단의 규범적 요소다. 여야를 막론하고 인지도 기준 전략공천은 구태정치다. 국민에 대한 결례다. 오랫동안 경기도에 기여하고 헌신한 사람이 도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마땅하다. 유권자의 안목과 식견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진짜 봄이 온다. 세상을 색색으로 물들이는 봄이. 이맘때쯤이면 사람들은 봄꽃 개화 시기 지도를 펴고 발을 동동 구르지만 봄은 남쪽에서부터 천천히 올라온다. 마침내 시린 겨울을 보낸 이들 앞에서 봉오리를 틔우고 고운 잎을 펼쳐낼 때, 모두가 기다리던 봄은 시작된다. 하지만 축제는 없다. 봄이면 늘 수도권을 들썩이게 하던 축제들은 어떻게 됐을까. 황홀한 노란빛 양평 산수유·한우 축제와 이천 백사 산수유꽃 축제, 산자락을 분홍빛으로 물들이는 부천 원미산 진달래 축제, 아름드리 벚나무 이백여 그루가 수원 팔달구 일대를 화사하게 빛내주는 경기도청 벚꽃축제는 모두 취소됐다. 3년 연속 경기관광대표축제로 선정되며 진분홍빛 철쭉동산을 배경으로 다채로운 문화예술행사를 펼치던 군포 철쭉축제도 3년째 조용하다. 친구, 가족, 연인이 가볍게 가까운 동네로..
故 장준하 선생(1918-1975)이 저자다. 스무살 때 처음 읽었으니 어언 40년이 넘었다. 그 감동은 줄지 않았다. 그간 또래나 후배들에게 선물한 것만 족히 백 권은 넘는다. 기회 있을 때마다 읽기를 권해왔다. 10여 년 전, 대학생들에게 씨알사상을 강의할 때는 아예 필독서 리스트에 올렸다. 요즘 청소년들은 안타깝게도 김구도 안중근(응칠)도 잘 모른다고 한다. 장준하를 알 리가 없다. "안중근 의사를 안과의사라고 하는 애들도 있다"는 중학교 교사의 탄식도 들었다. 그렇게 자란 친구들이 이 특별한 책을 읽고 발표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뭉클했다. "졸업하고 세상에 나가면,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장준하 선생처럼 살겠다"던 학생대표의 스피치를 들으며 목이 메었다. 아, 장준하! 박정희의 정적이 둘이라면 장준하와 김대중이다. 하나라면 장준하다. 그래서 먼저 죽인 거다. 독립군 출신 정치인으로서 "독립군을 사냥하던 박정희만은 안된다"며 저항했던 선생은 박정희의 독재가 극한으로 치닫던 1975년 8월 포천의 약사봉에서 암살되었다. 추락사로 위장된 그 더러운 역사는 먼 훗날(2013년 3월 26일) 타살로 결론이 났다. 장준하, 김준엽 등 50여 명의 청년들이 7개월 동안 6000리를 걸어서 쓰촨성 충칭의 임시정부 청사에 도착한 날은 1945년 1월 31일이었다. 조국독립 위한 사즉생(死卽生)의 장정(長程)이었다. 일행은 늙은 애국지사들과 부둥켜안고 애국가를 부르며 긴 시간 통곡했다. 나도 울었다. 장준하는 그 얼마 후 임정이 하나의 뜨거운 불덩이가 아니라, 여러 갈래로 분열되어 있는 대중소 계파들의 연합체라는 걸 알아차리고 절망한다. 노인들은 밤마다 이 순일무잡(純一無雜)의 청년들을 유곽으로 불러내어 자신의 계보로 만들기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임정요인들 상당수가 그렇게 밤마다 홍등가를 돌며, 소란 피우고 중국여성들을 농락하는 게 일상이었다. 실로 천인공노할 작태였다. 장준하는 임정의 의정단상으로 뛰어 올라가서 불후의 사자후를 토한다. "나는 지금 일본군으로 되돌아가서 일본의 폭격기를 몰고 이곳으로 날아와 임정을 폭격하고 싶다." 내 가슴이 격렬하게 뛰었다. 스물여섯 살 그 특별한 청년 장준하의 옆에서 그 폭탄을 함께 투하하는 전우이고 싶었다. 2022년, 이 엄중한 시간! 전국 방방곡곡에서 청년 장준하들이 백이든 천이든 속속 출현하길 하늘에 빈다. 그 조짐도 보인다. 지금은 자식들에게 '돌베개'를 읽게 할 시간이다. '백범일지', 김산의 '아리랑', 함석헌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 '안응칠 역사', 서애 유성룡의 '징비록'과 더불어... 물론 이 외에도 자양분 높은 양서들은 부지기수다. 우리 중고대학생들이 이 책들을 읽고 소화한 뒤 세상에 나온다면, 국격이 열 배는 높아지리라 믿는다. 공교육과 나라를 함께 구하는 길이다.
다음달 10일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차기 정부 조각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윤 당선인은 금명간 초대 국무총리를 지명할 예정이다. 이어 장관과 대통령 비서실 참모 등이 차례로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번에 임명되는 총리는 역대 어느 총리보다 엄격하고 막중한 자질이 요구된다. 인사청문회와 국정현안에서 여소야대의 벽을 넘어야 한다. 여기에 차기 윤석열 대통령은 정계에 진출한 기간이 짧고 검찰직을 제외한 국정경험도 사실상 전무하다. 또 취임 20여일만에 전국 단위의 지방선거를 치러야 한다. 대외적으로는 신냉전구도가 가속화하며 국제 질서가 요동치고 있고 북한의 도발 수위는 임계치를 넘어서고 있다. 차기 정부에게는 어느 한 곳도 녹록한 상황이 없다. 과거 같으면 새정부 출범이후 잠시나마 허니문 기간도 있었지만 지금은 전혀 사정이 다르다. 결국 국내외 파고를 헤쳐나가려면 깨끗한 실력과 진정성으로 승부하는 수 밖에 없다. 그 예비 동작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였고 실질적인 첫 단추가 총리를 포함한 조각이다. 늘 강조되는 것이지만 차기 정부 고위공직의 첫번째 덕목은 도덕성이다. 윤 당선인은 철저한 검증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몫은 공직 후보자에 있다. 역대 인사청문회가 숱한 파행을 겪었는데, 궁극적인 책임을 말한다면 공직 후보자의 도덕불감증이 가장 크다. 자신의 흠결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거나 그것과 관계없이 인사권자가 임명을 강행하면 그만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사태를 키웠다. 적어도 윤석열 정부 첫 조각에서는 그런 공직 후보자가 없기를 바란다. 둘째 차기 총리는 ‘경제통’ ‘국민통합형’ 등의 전문가적 특장만으로는 부족하다. 외교·안보, 정치권 등을 아우르는 종합적 리더십이 요구된다. 또 내치에서 부처간 칸막이를 허무는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해야 한다. 최근 글로벌 환경을 보면 대통령은 외교·안보·국방에 전념해도 모자랄 정도로 상황이 엄중하다. 대통령이 외치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총리는 명실상부하게 행정부를 통할할 실력을 갖춰야 한다. 이를위해 셋째 대통령은 총리에게 헌법이 허용하는 최대치로 권한과 책임을 행사하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 이것은 대선 과정에서 여야 후보들이 앞다퉈 내세웠던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줄이는 진전된 걸음이기도 하다. 지난 대선은 역대 최소 격차로 승패가 갈렸다. 또 거대 야당구도다. 인선을 앞두고 차기 여권 일각에서는 능력보다 야당이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을 골라야 한다는 자조 섞인 얘기가 있다고 한다. 나아가 후보군을 놓고 사전에 여야간 막후 채널이 가동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사실 여소야대가 아니더라도 여권이 야당의 눈높이를 살피고 소통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필요한 일이다. 그동안 우리 정치권은 힘있는 쪽이 불통과 오만의 질주를 해왔다. 선거를 앞두고 있을 때만 ‘통합정부’ ‘다당제’ 운운하지 말고 평상시 협치 상생의 정치를 해야 한다. 여권이 손을 내밀고 야당은 작은 일로 발목을 잡아선 안된다. 새정부의 여소야대가 한국정치를 한 단계 진화시키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이 지난달 외래 해충 월동알 발생 현황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안성, 평택, 화성, 포천, 파주, 가평 6개 시·군의 꽃매미, 갈색날개매미충, 미국선녀벌레 등 월동알 생존율이 증가했다. 농기원은 꽃매미 월동알 생존율이 북부 평균 72.9%, 남부 평균 84.9%로 지난해(북부 평균 64.9%, 남부 평균 82.8%)보다 2.1~8% 증가했다고 밝혔다. 갈색날개매미충의 월동알 생존율은 북부 평균 76.7%, 남부 평균 88.4%로 지난해(북부 평균 75.9%, 남부 평균 82.9%) 대비 0.8~5.5% 증가했다고 한다. 이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기온이 상승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기간 경기도 평균기온은 –2.8℃였다.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약 0.3℃ 높은 것이다. 강수량 또한 7.9mm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약 44% 감소했다. 이는 해충 발생에 유리한..
어느 시민은 필자다. 개인적으론 무심하게 치른 선거였지만 그렇다고 바람이 없었던 건 아니다. 이번이 정치구조와 의식의 개혁이 일어날 적기로 보았기 때문이다. 난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었으면 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이 후보가 민주당 내 기득권 세력이 아니고 후보가 되기까지 민주당 주류의 지지 없이 본인의 경쟁력만으로 후보가 되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연상시켰다. 민주당 주류세력과 큰 연이 없어 차제에 민주당의 구태가 개혁될 수 있는 기회로 보았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높은 지지를 받아 태어났고 국민들은 총선에서도 힘을 실어주었다. 그럼에도 부동산, 조국 사태 등을 보면 소통능력 부재가 심각해 보였다. 민주당 주도세력의 환골탈태가 필요하다 보였다. 문빠 등 비합리적 지지세력이 여론을 호도하는 게 안타까웠고, 기득권자가 돼버린 5..
기억을 소환해본다, 퐁당퐁당 당직- 2일에 1번 당직을 이렇게 말했었다.-으로 집은 잠시 들르는 곳일 뿐 병원에서 거의 살다시피 한 꼬꼬마 한의사 인턴 시절의 한 장면이다. 그날도 당직이었는데 밤늦은 시간에 간호사실에서 호출하는 삐삐가 울렸다. 전화를 해보니 뇌경색이 발생해서 입원한 70대의 여성 환자분이 잠을 이룰 수 없다고 해서 호출을 하였다한다. 피곤한데 잠이 들지 않아 야간에 간호사실에 잠 좀 자게 해달라고 여러 번 요청한 모양이었다. 늦은 밤 조용한 병실에서 그녀는 조금씩 호전되고는 있었지만 뇌경색으로 인해서 팔다리 근력이 저하되고 경직되는 편마비가 되어 달라진 자신의 모습에 많이 의기소침해하고 있었다. 게다가 며칠 잠을 잘 못 자서 기분은 더 좋지 않았고 힘들다는 그녀의 말은 ‘이런 모습으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요.’ 어조로..
“사람이 만일 그 이웃을 상하였으면 그 행한 대로 그에게 행할 것이니. 파상은 파상으로,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을지라. 남에게 손상을 입힌 대로 그에게 그렇게 할 것이며”(레위기 24:19~20). “또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으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악한 자를 대적지 말라. 누구든지 네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대며”(마태복음 5:38~39). 레위기는 구약이고 마태복음은 신약이다. 두 가르침은 정반대이다. 당신은 어느 가르침에 따르려는가? 예수의 가르침은 기존의 율법을 뒤엎는 혁신적이다. 종교적이고 고결하다. 하지만 개인의 종교적 가르침으로 받아들이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회단체 간, 국가 간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레위기의 율법은 공정·공평하다. 그런 점에서 개인 간, 단체 간, 국가 간의 갈..
한동안 마주하지도 못한 채 이취임식을 치러야 할 것 같은 대통령과 당선자가 대선 19일 만에 만났다. 청와대 여민관 앞까지 마중나와 윤석열 당선자를 안내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안쓰러웠다. 집을 넘겨주려 하는데 새로 들어올 사람은 “청와대는 제왕적 권력의 상징으로 절대 들어가지 않는다”고 하는 판이니 짧은 안내조차 얼마나 공허한 몸짓이란 말인가? 국민과 소통을 위해 국방부 요새로 집무실을 옮기겠다는 희대의 권력교체기를 보면서 나는 마음을 토닥였다. “놀라지 말아라. 앞으로 기상천외한 일이 잦을 것이니..” 대통령선거를 치르면서 나는 생각했다. 아무리 언론들이 기득권동맹의 한 축이 되어 검찰쿠데타를 응원하더라도 살아있는 권력을 탄핵하고 촛불혁명을 완수한 대한민국 국민들의 집단지성은 결국 현명한 선택을 할 것이라고.. 선거운동기간..
언론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상이 있다. 퓰리처상이다. 매년 4월이면 15개 분야에 걸쳐 수상작을 발표한다. 금년이 106회 째다. 수상자는 전세계 언론인의 부러움을 산다. 그가 일하는 언론사는 덩달아 권위를 얻는다. 수상 기사는 저널리즘을 지키는 희망의 빛이 된다. 그 상을 있게한 퓰리처가 한 명언이 있다. “민주주의와 언론은 함께 일어서고 함께 무너진다”. 20대 대선보도는 숱한 비판을 받았다. 여론조사에서 정파적 보도까지 곳곳에서 경보등이 켜졌다. 선거 이후 보도들도 우려를 자아낸다. 검찰총장 등 임기가 보장된 공공기관장들의 사표를 종용하는 정치인의 발언을 받아쓰고, 의도된 보도자료를 베껴쓰는 관행은 한치의 개선도 없다. 마치 새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재촉하는 듯한 추임새 보도를 거침 없이 해대는 모습이다. 지난 15일 ‘윤핵관의 맏형 격인 권성동 의원이 MBC라디오에 출연, “김오수 검찰총장은 스스로 거취결정하라”라고 했다. 물러나라는 소리였다. 같은 날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중앙일보 기자와 통화에서 “김오수 검찰총장은 검찰을 권력에 예속시키고 권력의 주구로 만들었다”며 “본인이 한 일을 잘 알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물러나야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17일자 '김오수 검찰총장이 법과 원칙에 따라 임무를 수행한적이 있는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김 총장의 ‘법과 원칙에 따라 물러서지 않겠다’는 발언을 코미디라고 했다. 반면 동아일보는 같은날 사설에서 ‘새 실세들의 경망함이 부른 잡음’이라며 조선일보와 정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중앙일보는 16일자 6면에 '권성동, “김오수 거취 정해야···MB·김경수 같이 사면될 듯“'이란 제목의 스트레이트 기사를 냈다. 발언내용을 그대로 제목에 인용, 권 의원 발언에 힘을 실어줬다. 반면, 대부분의 다른 신문들과 달리 사설로는 다루지 않았다. 중앙일보 보도는 잘못됐다.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권 의원의 발언은 그의 주장이다. 권 의원의 발언을 접하면서 ‘새 정부가 출범해도 바뀐 게 없다’는 생각을 갖는 국민도 다수다. 윤 당선자는 검찰총장 출신으로 검찰 독립을 주장하며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이 최측근이자 검찰출신 국회의원의 발언이기에 국민적 공감과는 멀어보였다. 또 MB와 김경수 두 정치인에 대한 사면 발언은 사면을 정치적 흥정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는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공정과 정의’라는 국민의 법 감정과는 거리가 있다. 서구의 선진 언론에 없는 한국 신문의 그릇된 관행 중의 하나가 바로 취재원의 발언을 그대로 인용하는 제목이다. 독자에게 취재원의 발언이 옳은 것처럼 보이게 한다. 객관적 보도로 위장한 편향보도다. 조선일보가 ‘코미디’라는 격한 용어까지 동원한 점은 과도한 주관성이 개입돼 있다는 비판의 여지가 있다. 다만 사설은 한 신문의 입장을 나타내는 의견이라는 측면에서 서는 중앙일보보다는 더 솔직했다. 한겨레, 경향신문 등 진보적 입장을 견지하는 신문은 물론 중립지를 표방하는 한국일보 등은 김오수 총장 사퇴압박 발언을 사설을 통해 비판했다. 국민일보, 서울신문도 마찬가지로 비판했다. 공공기관장도 마찬가지다. 문화일보는 14일자 1면에 '文더정부 공기관장 80% 2~3년 뒤 퇴임···새정부 공기업 개혁 ‘걸림돌’ 우려'라는 기사를 냈다. 연합뉴스는 3월 22일 '새 정부 출범해도 공공기관·감사 63%는 임기 1년 이상 남아'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새 정부의 물러서달라는 메시지를 담은 보도자료를 그대로 전하고 있다. 이 문제는 정권교체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문제가 있는 사안이라면 탐사보도를 통해서라도 법과 제도 개정을 촉구했었어야 옳다. 임기보장을 법에 명시했다는 것은 그게 민주주의를 위해 더 낫기 때문이다. 취재원이 주는 먹거리를 생각없이 받아 먹는 언론의 습성을 정치권이 맘껏 활용하고 있다. 비판없는 인용보도와 받아쓰기는 감시견이 푸들로 바뀌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