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망명한 작가 칼레드 호세이니의 첫 번째 장편소설 『연을 쫓는 아이』는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되어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이 소설 안에는 또 다른 흥미로운 소설과 신화가 나온다. 소설 안의 소설과 신화 모두 아이러니를 그 자체다. 아프가니스탄에 사는 소년 아미르가 처음으로 쓴 소설은 마법의 잔을 발견한 한 남자의 이야기다. 그 마법의 잔에 눈물을 흘리면 눈물이 진주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남자는 울려고 노력했다. 비록 가난해도 늘 즐겁게 살아온 남자였기에 눈물을 흘리기 쉽지 않았다. 그는 매일 슬퍼질 수 있는 온갖 방법을 다 찾았다. 나날이 진주가 늘어갔지만 사내는 만족하지 못했다. 마침내 사내는 산더미처럼 쌓인 진주 옆에서 자신의 아내를 죽인 칼을 손에 든 채, 아내의 시체를 안고 하염없이 진주 눈물을 흘..
얼마 전 연천군은 인구수가 의미 있게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3월 말 기준 인구수가 4만2784명으로 지난달에 비해 59명 늘었다. 이 같은 반짝 증가세에도 연천군이 반색을 하는 이유는 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2000년 이후 유일하게 인구가 감소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연천군 인구는 2000년 12월 5만3019명이었으나 2021년 12월 4만3553명으로, 9466명이나 줄었다. 20여년 사이에 무려 17.9%나 감소한 것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신서면 대광리의 경우 한때 인구가 7000∼8000명에 달했지만 현재는 2600명대에 불과하다고 한다. 마을 어디를 가나 빈집과 빈 상가를 쉽게 발견할 수 있으며 초등학교와 중학교도 초·중 통합학교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정부가 지난해 10월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한 89곳 중 연천군이 포함돼 있다. 인구감소의 직..
지난 식목일에는 서울에 있는 손자 손녀에게 편지를 썼다. 개인적인 일로 편지를 쓸 때 나는 마음 가볍고 흥미롭다. 내가 촬영한 사진 아래 간단한 문장을 조화롭게 배치하여 개성 있게 제작한 우편엽서를 2000년부터 꾸준히 써오고 있다. 우편엽서나 편지나 쓰는 순간부터 받는 사람의 마음과 인연을 생각하며 정성껏 써서 우체국으로 가서 보내고 나면 나만의 삶에 충실했다는 자긍심을 느끼게 된다. 서울에 살고 있는 손자 손녀의 생일은 이 달에 다 들어 있다. 손녀가 먼저이고 맏손자는 오빠인데 중하순이다. 찾아가서 녀석들 나이에 걸맞게 신나게 해주고도 싶다. 하지만 시시한 할아버지는 치킨 값에라도 보태서 제 아버지가 내 몫까지 즐겁게 해 줄 것을 부탁하며 몇 푼 안 되는 지폐와 축하의 원고지 글을 아들에게로 보낸다. 호수가 있는 동산에 올라 진달래를 본다...
‘문해력’이 또 하나의 과외 과목으로 올라서는 분위기다. 특히 학령기 아동의 엄마(부모)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코딩도 벅찬데 문해력 까지 해야 한단다, 어쩌자는 것이냐. 자녀의 ‘경쟁력’에 모든 걸 걸다시피 하는 우리 엄마들의 열정이 교육현장의 새 국면을 열고 있는 것인가. 문해력, 노인 할머니 등 형편 어려워 한글 못 깨우친 분들 교육하는 (정부) 프로그램의 이름이다. 최근 문득 ‘문해력이 학교교육 전반의 문제라서 하루라도 먼저 깨우쳐(줘)야 한다.’고 교육방송이 연예인들 앞세워 방송 시작하는 바람에 이 걱정이 시작됐다. 아이들이 선생님 말씀, 교과서의 설명, 문제의 예문이나 지시문 등을 상당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는 생생한 현장을 TV는 보여주었다. 설문조사나 관련 통계도 절실하게 제시됐다. 낱말 뜻 모르고, 말귀 못 알아듣고, 글눈 어두워 교..
격렬했던 대선이 끝나고 윤석열 정부가 닻을 올리고 출항을 준비하고 있다. 향후 윤석열호를 끌고 갈 국무총리도 발표되었고, 정부부처 장관들도 속속 지명되고 있다. 덧붙여 모 신문이 “차기 국정원장으로 원출신이 유력”하며 구체적인 이름까지 보도한 이후 향후 국정원의 위상과 활동방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5년의 국정원은 한마디로 ‘빈사상태’였다. 최대의 업적이자 성과로 자부할 남북정상회담도 상당수의 북한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대로 ‘일회성 쇼’였음이 최근 북한의 ICBM 발사나 남한에 대한 ‘핵무기 사용 시사’ 등의 발언에서 현실로 나타났다. 본질이 바뀌지 않는 평화타령은 헛된 구호이자 판타지임이 드러내 주었다. 이 같은 냉랭한 현실은 윤 정부의 국정원이 나아갈 방향을 가늠해주고 있다. 국정원이 그간 ‘동네 국정원..
수원시청 게양대엔 지난 1일부터 노란색 세월호 깃발이 걸려 있다. 수원시는 이 날부터 16일까지를 ‘기억과 약속의 기간’으로 선포했고 세월호기를 게양하고 있다. 304명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고 참혹했던 사건을 기억하며 안전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해 보자는 것이 수원시의 의도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 인천항을 출발해 제주도로 향하던 세월호 여객선이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 수학여행을 떠나던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 학생을 포함한 승객 304명이 차가운 바다에 수장됐다. 그리고 이 사건을 상징하는 노란리본이 온 나라를 장식했다. 참사 후 실종자들이 돌아오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옷이나 가방, 차량에 달기 시작했다. 누리꾼들도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 스마트폰을 이용한 SNS를 통해 노란 리본 이미지를 내걸었다. “8년이라는..
꽃비가 내릴 땐 세상이 고요해진다. 사락사락 떨어지는 꽃잎은 숨죽여 바라볼 만큼 아름답지만, 이유 모를 슬픔도 따른다. 4월은 아름다움과 서글픔이 공존하는 달이다. 4월 3일 제주에서는 짧게 사이렌이 울렸다. 4월 15~16일에는 경기도교육청의 각 기관과 학교에서 사이렌이 울릴 예정이다. 제주도에선 붉은 동백이 바닥으로 툭, 툭 떨어졌고 경기도에선 노란 리본이 나무에서 흔들렸다. 추모는 4월 내내 이어진다. 가장 멀고 소외된 지역에서 피어난 어둠은 오랜 시간이 흐르도록 드러나지 않았다. 실시간 정보가 다양한 채널로 빠르게 전달되는 시대에도 똬리를 튼 어둠은 배를 침몰시켰다. 깊숙한 동굴에서, 깊은 바다에서 가장 순박하고 순수한 사람들이 속절없이 사라졌다. 꽁꽁 감춰졌던 일들은 위에서부터 아래로 알린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부터 번져갔다. 세계..
지난 3월 15일 자 조선일보 동서남북 칼럼에”정권은 바뀌어도 방송은 안 바뀔 것”이란 글이 실렸다. ”공영방송이나 정부, 지자체가 대주주인 방송사들은 언제나 여당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5월 대통령이 바뀌어도 방송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조선일보 기사 내용이다. 보수세력이 집권했으니 공영방송과 정부가 대주주인 방송도 친여 보수적으로 가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노조 등 장애요인이 있어 어렵다는 내용이다. 공영방송은 죄 없다. 공영방송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먹는 정치인과 정파적 집단 그리고 그에 붙어먹는 일부 경영진과 경영진 희망자들이 문제일 뿐. 왜 보수가 집권했다고 공영방송이 친여 보수적으로 가야 하나? 제발 공영방송이 제자리 잡도록 놔둬라. 욕하고 이용해먹으려 하지 말고. 신문사가 경영하는 종편이나 잘해라. 종편은 극단..
사회적경제는 고도성장과 무한경쟁 사회에서 협동과 연대를 통해 사람 가치를 중시하며 경제적 이윤을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로 전환해 가는 경제활동이라 할 수 있다. 지속가능경영, 지역사회문제 해결, 사회적가치 창출, 공유가치창출(CSV), 기업가정신, 자율경영공시, 윤리경영 등이 사회적기업 창업과 연관된 키워드들이다. 효율과 경쟁 중심의 자본주의 시장경제 속에서 발생하는 양극화, 고령화 사회, 환경문제 등 많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방식의 사회적경제기업 창업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 창업과 관련된 사회문제를 발굴하고 사회적 이슈나 문제에 대한 이해당사자들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문제해결자로서 단체나 활동가들의 참여는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등을 면밀하게 검토한 후 그에 부합하는 조직화나 창업 단계로 이어 가야..
지난 3월 4일 시작된 드라마 ‘파친코’의 흥행이 예사롭지 않다. OTT 통합검색 및 콘텐츠 추천 플랫폼 ‘키노라이츠’에서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고, 유튜브에 무료로 공개했던 1화 동영상의 조회수는 1500만 뷰에 육박하고 있다. ‘파친코’는 재미작가 이민진의 동명 소설을 글로벌OTT사업자인 애플TV플러스에서 1000억원의 들여 8부작 드라마로 제작, 공개한 것이다. 소설 ‘파친코’는 2017년 전미도서상 후보에 올랐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읽어보라고 추천하기도 했던 책이다. 일제강점기 부산 영도에 살다가 일본으로 이주한 주인공 선자 가족의 4대에 걸친 일대기를 다루고 있다. 일본 식민지배의 잔혹성과 재일 한인(자이니치)에 대한 일본인의 차별과 탄압의 역사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국내에서의 흥행은 예상된 일이었다. 미국과 유럽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