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 6일 ‘열린공감TV’에 출연하여, 이재명 후보가 살아남은 것은 현재 국내 기득권 미디어의 힘이 약화되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20세기였다면 신문과 방송의 눈 밖에 난 정치인 살아남을 수 없었을 거라는 이야기다. 레거시미디어라는 말에서 드러나듯, 대중매체가 쇠락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들이 얼마나 약화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부분이 있다. 유 전 이사장이 지적했듯이 박근혜 씨는 그들의 비호로 대통령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석열 씨는 그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없었다면 국민의 힘 대선후보가 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직전 대통령을 만들었고, 현재 야당 대권후보를 쥐락펴락할 정도의 ‘약한 힘’은 여전히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대다수 기득권 언론이 ‘낙선운동본부’를 자처하는 상황에서 이재명..
2022년 1월 10일 15시. 파리 8구 마들렌느 대성당. 프랑스 전 장관 뤽 페리(Luc Ferry), 작가 라파엘 앙토방(Raphaël Enthoven), 방송인 시릴 아누나(Cyril Hanouna) 등 프랑스의 유명인들과 유고슬라비아 엘렌느 공주 부부 등 해외인사, 그리고 익명의 프랑스인 1000여 명이 모였다. 보그다노프(Bogdanoff) 형제의 마지막을 배웅하기 위해서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방송인 보그다노프 이고르(Igor)와 보그다노프 그리슈카(Grichka). 이들은 일란성쌍둥이다. 바늘과 실처럼 항상 붙어 다녔던 그들. 영혼의 반쪽이었을까. 그리슈카가 코로나 19로 세상을 떠나자 이고르도 6일 만에 같은 길을 걸었다. 데칼코마니를 보는 듯한 그들의 형상. 할리우드 배우 뺨치게 핸섬했었다. 그런 그들이 우주복을 입고 나타나 미래로 시간여행을 하고 천체..
이번 대선에서 눈에 띄게 좋아진 점이 있다. 색깔론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캠페인도 확연히 퇴색되고 있다. 이 자리를 ‘젠더 이슈’나 ‘세대 갈등 문제’가 끼어들 기미는 있다. 선거 때만큼은 국민이 왕임을 실감한다. 응축됐던 민의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선거 진영은 이를 수렴해 어떤 형태로든 해결책을 내놓는다. 국가적 난제도 여론의 힘으로 해결되는 계기가 된다. 대통령 선거 후 6개월은 언론도 승리한 후보의 정책에 비판의 칼날을 유보한다. 이른바 허니문 기간이다. 특정 집단은 표의 응집력을 발휘할 때 그 힘은 배가 된다. 투표율까지 높으면 그 힘은 태풍이 된다. 이번 대선에서 2030 유권자가 그 지위를 확보했다. 지난해 4월 서울과 부산 시장 보궐선거에서 보여준 이 세대의 위력적인 표심 때문이다. 이념이나 지역정서에 매몰되지 않은 이들의 선택은 초미의 관심사다. 이 세대만을 대상으로하는 여론조사까지 나오고 있다.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대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런 측면에서 ‘세대 갈등’이 아닌 ‘세대 여론’이 옳다. 안도하던 선거판에 난데없는 ‘멸공’ 불청객이 찾아왔다. 그것도 정치적 언사를 극도로 조심하는 국내 기업풍토에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촉발했다. 정 부회장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연일 ‘멸공’이란 단어를 사용하면서다. 특히 ‘멸공’과 함께 시진핑 중국 주석의 사진을 게재하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시 주석의 사진은 김정일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으로 변경했다. 윤석열 후보, 나경원 전의원 등이 이마트에서 달걀·파·멸치·콩을 사는 사진을 올리며 ‘멸공 챌린지’에 나섰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멸치 볶음과 콩조림을 곁들여 아침식사를 하는 영상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려 동참했다. 달파(달걀·파)는 문재인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을 이르는 속어다. 달은 ‘문’을 말하고, 파는 ‘빠’를 칭한다. 멸치와 콩은 ‘멸공’이다. 아무리 표가 급해도 금도가 있다. 오죽하면 같은 당 원희룡 선거대책본부장이 “썩 동의하기 어렵다”고까지 했겠는가. 이 논란은 해외 언론까지 관심을 보였다. 지난 6일자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금주의 아시아 이슈’로 다뤘다. 삼성 리더의 사촌이라는 언급도 했다. 중국은 삼성전자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나라다. 중국과 불필요한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신세계 주가는 11일 오전 한 때 8%가 넘게 곤두박질했다. 매일경제는 ‘“주주들 피말린다” 용진이형 ’멸공‘ 여파 이 정도일 줄이야···신세계 장중 8%대 급락’이란 기사를 실었다. 머니투데이는 “기업가의 정치적 발언은 적절하지 않으며,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니 중단해달라”는 투자자의 목소리를 기사에 담았다. 주주 걱정을 담아 간접 비판을 하는 기사는 많았지만, 어떤 신문도 사설로 다루지는 못했다. 기업에 직언하는 언론이 없다는 소리다.
어머니께서 7년째 병원신세를 지며 힘들게 사시다가 하늘나라로 돌아가셨다. 1935년생 88세, 미수(米壽)시다. 아들과 마지막 통화하시고 한 시간 뒤에 눈을 감으셨다. 나는 그 이틀 전 병원측의 협조로 어머니 곁에서 하룻밤을 꼬박 새웠다. 행운이었다. 임종의 도리도 지키기 힘든 시대다. 돌이켜보면, 아버지 돌아가신 뒤로 빠르고 현저하게 어머니의 체력이 약화되었다. 어머니는 마침내 혼자서 걸을 수 없어 누군가의 부축을 받아야만 짧은 거리나마 어렵게 이동할 수 있었다. 그다음으로는 화장실 출입이 고난도 프로젝트가 되었다. 최근에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서 식사나 자잘한 목적을 위하여 움직이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기능이 전반적으로 제로로 향하는 마지막 시간이었다. 최근에는 구급차를 불러야할 응급상황이 빈발했다. 특히 승하차 과정이 정말 위..
오는 3월 9일 실시되는 제20대 대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선거 레이스가 점점 더 망국적 ‘표(票)퓰리즘’ 혼란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후보들이 득표를 위해 꾀를 내는 일을 탓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소아적 개인주의에 영합해 ‘이념·젠더 갈등’까지 악용하면서 나라의 미래는 안중에도 없는 듯한 언행을 서슴지 않는 것은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유권자들의 분별력을 마비시켜 이득을 보려는 이런 선거행태는 역사에 대죄를 짓는 행위다. 국민 사이에 점차 팽배해가고 있는 유례없는 정치혐오가 어떤 결과를 빚어낼지 걱정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 병사 월급 200만 원 공약 등 ‘이념·젠더 갈등’ 확산정치에 앞장서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페미니즘, 성소수자 문제 등을 다뤄온 유튜브 채널 ‘닷페이스’에 출연..
이해하기 힘들 때가 있어요. 교통법규를 제멋대로 무시할 때 말이지요. 그렇다고 멱살다툼을 할 순 없잖아요. 무시하는 그도, 지켜보는 우리도, ‘어른’이라는 명찰을 달고 있으니까요. 화가 나서 경적을 울려대는 사람도 있긴 했어요. 바쁜 일이 있거나 성마른 성격 탓이었겠지요. 생각해보면 그럴 만도 했어요. 다른 차로와는 달리 오른쪽 바깥 차로만 꽉 막혀 있었으니까요. 사고가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요. 앞서가던 차들이 차로를 변경하며 추월하기 시작했어요. 급할 것이 없는 우리는 차로를 고수했지요. 장례식장으로 조문을 가는 중이었거든요. 대여섯 대의 앞차가 추월해서 나간 뒤에야 문제의 트럭이 꽁무니를 드러냈어요. 짐칸에 채소를 가득 실은 1톤 트럭이었어요. 사고가 있었거나 고장이 난 것 같진 않았어요. 비상등을 깜빡이며 거북이걸음을 하고..
새해 벽두부터 세계 금융 흐름이 심상치 않다. 세계 증시가 일제히 큰 폭으로 하락하며 연일 요동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보다 공격적인 유동성 축소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연준이 공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보면 치솟는 물가에다 고용회복 등으로 당초 예상보다 금리를 빠르게 인상시켜야 한다는 논의가 이뤄졌다. 이에 따라 금리 인상이 이르면 3월부터 시작되고 횟수도 올해 네 차례 이상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초 시장에서는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이 올 3월까지 종료되면 시차를 두고 단계적인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연준이 금리 인상과 함께 보유자산을 팔아 유동성을 회수하는 직접적인 ‘양적 긴축’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지금 40년 만의 최고..
클로이 모레츠 주연의 넷플릭스 영화 ‘마더/ 안드로이드’에는 ‘KOREA’가 두 번 언급된다. 안드로이드의 공격을 피해 살아 남기 위해 보스턴으로 가려는 주인공들은 궁극적으로는 ‘한국으로 가는 배를 타겠다’고 말한다. 덧붙이기를 ‘거기가 가장 안전하다고 들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극 후반에 이들은 실제로 한국으로 가는 기회를 얻는다. 아이를 낳은 여주인공 G(조지아, 클로이 모레츠)는 두 다리를 잃은 아이의 아빠 샘(알지 스미스)과 함께 한국에서 온 요원 셋을 만나 갓 낳은 아이를 눈물과 함께 한국으로 보낸다. 특히 뒷 장면은 6·25 전쟁 후 숱한 전쟁고아를 미국으로 입양 보냈던 시대를 생각하면 이상한 데자뷔를 준다. 이제는 미국인들이 전쟁보다 더한 전쟁을 겪으면서 아이를 거꾸로 한국으로 보내고 있는 셈이다. 영화 속 AI 인공지능 안드로이..
인큐버스(Incubus). ‘악몽’, ’큰 걱정거리’라는 뜻 그리고 ‘신화에서 전설적으로 내려오는 잠든 이의 정기를 뺏어가는 악령’을 말한다. 신화에 관심 있거나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여성의 모습을 한 서큐버스와 더불어 악령의 이미지가 바로 떠오르겠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그 이름을 가진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의 밴드가 우선될 것이다. 2004년 서울 올림픽홀에서 열린 인큐버스 단독 공연에 다녀왔을 때였다. 공연이 끝나고 여태껏 내한한 밴드 중 가장 완성도 있는 사운드를 들은 것 같다며 일행과 입을 모아 칭찬했던 기억이 있다. 무대 위의 밴드에 미안할 정도로 관객은 적었지만, 공연 내용은 탄탄했고, 꽉 찬 사운드와 연주가 주는 매력으로 인하여 다시 한번 그들의 팬이 되어버렸다. 이후로도 그들은 여러 장르를 아우르는 사운드..
정부가 지난달 말일에 내놓은 ‘2022년부터 이렇게 달라집니다’에는 코로나19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해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을 확대해 구축하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감염병 전문병원은 현재 충청권·호남권·경북권·경남권에 설치돼 있는데 올해부터 수도권을 더해 전국 5개소 권역별로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해 12월 3일부터 공모를 시작해 13일 공모를 마감한다. 수도권 권역에 속하는 지역은 경기·인천·서울·강원 등 4곳이다. 이들 지역에 소재하는 상급종합병원 또는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이 대상이다. 선정평가위원회 심사 등을 거쳐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선정되면 음압병실 30개실과 중환자실 6개실 등 총 36개의 음압병실과 2개의 음압수술실, 외래관찰 병상 2개 등 독립적인 감염병동 구축을 위해 449억여 원을 지원한다. 감염병 전문병원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