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 연말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사회주의 농촌건설을 금년도 역점 추진사업으로 제시하고 지역별 기관별 궐기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북한 농촌 전지역을 북한이 자랑하는 백두산 삼지연지역 수준으로 현대화하고 농촌근로자들의 혁명역량을 강화해서 농업 생산량의 획기적인 증대를 도모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과학 영농과 쌀과 밀 생산 증대로 식문화를 바꾸며 유능한 젊은 인재들을 농촌지역으로 배치하고 협동농장의 부채도 탕감해 주는 특혜조치도 실시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식량 부족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김일성 시대부터 식의주가 중요하다고 하면서 최소 1일 1만 톤이 필요하며 ‘인민의 소망이 이밥(흰쌀밥)에 고깃국’이라고 하였다. 김정은 위원장도 인민들이 ‘더 이상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도록 하겠다’ 고 하면서 농업..
새해를 축하합니다! 만나면 서로가 주고받는 인사이다. 이날에는 궁색한 살림일지라도 새 옷을 사 입고 낡은 옷이라도 아주 깨끗하게 손질해서 입는다. 마지막 밤인 31일에는 눈썹이 희어진다고 자정이 되기까지 잠들지 않는다. 그렇게 맞이한 새해 첫날에는 정갈하게 만든 음식으로 조상들에게 먼저 제사를 지낸다. 추석처럼 요란하지 않고 간단하게 한다. 가장 좋은 것을 나름의 규정에 맞게 상위에 올려놓고 술잔을 돌리고 다음에 가족이 모여 앉아 식사를 한다. 남쪽에서처럼 해돋이를 보면서 소원을 말하는 풍경은 없다. 그러나 설날 아침은 설레는 마음으로 아침을 맞는다. 색다른 음식을 만드는 맛있는 냄새가 흘러나오고 절구에 떡 찧는 소리도 들린다. 떡이 만들어지면 아이들에게 들려서 이웃에 보낸다. 그러면 이웃은 그릇에 떡을 담아 보낸다. 이렇게 오고 간 떡..
잠룡(潛龍)들 세상을 노리다. 선거 얘기다. 개천에서 용 났다. 이재명 대통령후보 얘기다. ‘개천용’은 우리와 친근한 이미지다. 중국 황제의 상징 용, 우리나라에선 그 그림 흉내도 못 냈다. 대신 봉황이 임금의 상징이었다. 청와대 문장(紋章)의 봉황은 이 굴레 벗지 못한 결과다. 20세 조지훈의 시 ‘봉황수’(鳳凰愁)는 뒤틀린 역사의 한(恨)을 품었다. 이제 그 한의 대상은 미국과 일본인가. 정신력 허전한 저 나라들의 짜증스런 사슬, 풀어버리자. 저 시의 해석과 해설들, 상당수가 헷갈렸더라. 입시용 상투적 문안의 몰(沒)지성에 섬뜩했다. 용을 서양신화의 드래곤과 혼동한 경우도 잦았다. 어찌 탓하랴, 구미(유럽과 미국)의 지식의 틀로만 가르쳐 왔으니. 요즘 뜬금없이 문해력(文解力)이 유행이다. 이는 여태 한글 못 배운 세대에게 가나다 깨쳐주는 ‘특수교육’이..
한국은행이 지난해부터 5개월여 사이에 기준 금리를 0.5%에서 1.25%로 대폭 올리면서 시장의 충격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제 기준금리가 코로나 직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3%가 넘는 높은 물가와 급증한 가계부채 등 누적된 금융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 폭등과 주식 투자 열풍속에 내몰린 ‘영끌‧빚투족’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금리는 고점을 찍었고,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3.75~5.51% 수준으로 1년 새 1%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전세대출 금리도 5% 수준까지 접근하며 반년 사이 2배 이상 올랐다. 임대차3법 시행 이후 전세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전세대출 금리가 낮아 세입자들이 그나마 버틸 수 있었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37.2%로 크게 증가했다. 2019년 28.1%, 2020년 31.1%에 이어 다시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에서 월세를 낀 아파트 임대차 거래량(6만 8736건)도 2011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역대 최다다. 월세 비용은 1년 만에 10% 넘게 증가했다. 부동산 증세와 금리 인상 추이를 보면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연초 세계를 강타한 미국의 고강도 긴축 움직임(금리인상+양적 회수 예고)은 자국내 인플레이션과 함께 고용회복의 자신감이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기 상황은 아직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한 체감 경기나 고용 여건은 미국과 비교된다. 그만큼 한은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은 한국경제에 엄중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더구나 미국발 양적 긴축은 올해 국내 금융 시장을 더욱 옥죌 가능성이 높다. 많은 전문가들은 한은이 앞으로도 기준금리를 2~3차례 더 올려 연말까지 1.75% 안팎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년 7개월 만에 서울을 포함한 전국의 아파트 가격지수가 지난해 11월 하락세로 돌아섰다. 강화된 대출규제와 금리 인상으로 매수 심리가 위축되면서 급매물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부동산 폭등세가 진정‧하락 추세로 돌아선 것은 그 자체만으로는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최근의 금리 상승 흐름이 급격한 부동산 충격으로 이어지지 않아야 한다. 특히 금리‧부동산·주식 등 시장의 격변기에는 자산‧임금소득의 약자가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 가까스로 올라가던 사다리에서 밀어내며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Fed)은 통화 정책의 두 축으로 물가와 고용을 주시한다. 고용이 궤도에 오르면 개인들은 물가나 금리 인상에 대처할 최소한의 여력을 갖게 된다. 우리의 전월세 세입자나, 영끌‧빚투족, 자영업자, 서민들은 상당부분 금리 인상에 대처할 축적된 자산이나 소득을 뒷받침할 양질의 일자리를 갖고 있지 못하다. 경제적 약자에게 코로나 양극화에 이은 금융긴축 쇼크가 엄습하고 있다. 금리인상도 미국의 연준처럼 충분한 예고·숙성기간이 필요하다. 나아가 정부와 대선주자들은 지속가능한 일자리로 금융 양극화에 답해야 한다.
핀란드, 뉴질랜드, 캐나다 같은 나라에 30대 초중반 총리가 들어설 때마다 어떻게 새파란 나이에 국정을 책임지는 총리가 될 수 있는지 놀라는 분들이 많다. 30대 총리들의 비밀은 이들 나라에서는 중학교 때부터 정당가입이 가능해서 10대 중반부터 정치활동을 시작한다는 데 있다. 그 결과 나이가 젊어도 무려 20년 안팎의 정치이력을 자랑하는 30대 국회의원이 적지 않다. 대조적으로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대부분 전문분야에서 화려한 이력을 쌓은 후 50세 안팎에 정치권에 입문하기 때문에 나이가 많아도 정치경험이 짧은 편이다. 특히 2,30대 청년의 국회진출은 전 세계에서 최저수준이다. 2018년 국제의회연맹 자료에 따르면 노르웨이와 스웨덴, 핀란드에서 20대 국회의원이 10%를 넘어섰고 덴마크, 우크라이나에선 2,30대 국회의원비율이 40% 벽을 깼다...
지난해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제주 하천의 원형을 파괴하는 제주 하천정비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주장해 관심을 끌었다. “홍수 피해 방지를 명분으로 진행되고 있는 제주도의 하천정비 사업은 하천 파괴 문제로 오랫동안 논란이 되고 있는 현안”이라며 하천정비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모든 하천과 산은 오랜 세월동안 비바람, 지구 활동이 만들어 놓은 모습이다. 그 자연환경과 생태는 세월의 완벽한 작품이므로 보존해야 한다. 그러나 원형보존과 함께 수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도 필요하다. 따라서 하천 정비사업이 전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지금까지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4대강 사업이다. 2018년 7월 4일 발표된 감사원의 4차 감사 결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의 설계 단계부터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 주무 부처에..
김정은은 2022년 당 중앙위 제8기 전원회의 관련 내용으로 신년사의 ‘구멍’을 메웠다. 당 중앙위 전원회의 내용에서도 ‘구멍’을 숨기거나 남겨놓았다. 군사부문 및 대남, 대외 관계에 대한 언급은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자신들이 언제든지 집어넣을 수 있는 ‘구멍’을 남겨놓고, 경제 특히 농촌문제에 상당부분 할애했다. 북한이 의도적으로 심어놓은 ‘구멍’의 흔적을 통해 장님 코끼리 만지듯 북한의 정세인식을 살펴보면, 무엇보다 스스로 자초한 고립을 올해도 이어가려는 의지가 보인다. 비상방역 사업을 국가사업의 제1 순위로 놓고, 방역을 명분으로 북한의 경제구조와 틀을 바꾸려는 것이다. 농촌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내세우고, 중앙집중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한동안 부업농업을 중시하는 등 개별 생산력 향상에 집중했던 것에서 탈피하여, 중앙 집중을..
정말로 음악 한 곡이 인생을 바꾼다. 열아홉 살까지 음악과 무관하게 살았다는 연주자 K. 대입이 코앞이던 어느 날, 방과 후 버스 정류장의 음반가게에서 들린 악기 소리에 ‘온몸이 빨려 드는 듯한’ 경험을 한다. 우리나라에서 보기도 배우기도 힘든 악기라는 것을 안 K는 대입 준비를 던지고 독일 유학을 떠난다. 단지 그 악기를 배우기 위해. K의 무모함과 용기에 공감됐던 것은 나 역시 그 악기와의 만남이 전율이고 충격이었기 때문이다. 그 악기, 비올라 다 감바(viola da gamba) 소리를 처음 들은 것은 30년 전, 프랑스 영화 ‘ 세상의 모든 아침’을 통해서다. 영화에는 17세기 중반, 프랑스를 배경으로 비올라 다 감바와 운명의 늪에 빠진 세 사람이 나온다. 아내가 죽자 오두막을 지어 비올라 다 감바와 함께 죽는 날까지 칩거한 천재 연주자 쌩뜨 꼴롱브, 꼴..
“죽음의 숫자가 너무 많으니까 죽음은 무의미한 통계숫자처럼 일상화되어 아무런 충격이나 반성의 자료가 되지 못하고 이 사회는 본래부터 저러해서, 저러한 것이 이 사회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생명안전 시민넷 공동대표이기도 한 김훈 작가의 ‘빛과 어둠-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에 부쳐’ 글의 일부이다. 2018년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고 김용균 씨의 사망 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시민대책위원회 활동을 기록한 책 ‘김용균이라는 빛’을 발간하는 자리에서 작가가 소리내 읊었다. 누군가의 죽음은 삶의 진실을 직시하게 만든다. 생명의 안위보다 그 무엇도 앞세워 이야기할 수 없음을 다시 확인하게 한다. 한국전력(이하 한전)이 매년 공시하는 ‘안전경영책임보고서’를 보면 2016년 이후 2020년까지 산업재해 사망..
오늘(13일)부터 경기도내 수원시, 용인시, 고양시와 경남 창원시가 특례시가 된다. 이들 도시는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였음에도 몸에 맞지 않는 중소도시의 옷을 입고 있었다. 이제야 비로소 대도시 위상에 어울리는 명칭을 갖게 됐다. 2020년 12월 9일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인구 100만 명 이상 대도시인 수원·용인·고양·창원시에 ‘특례시’ 명칭이 부여되었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에는 ‘인구 100만 명 이상의 도시와 실질적인 행정수요, 국가균형발전 및 지방소멸위기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과 절차에 따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정하는 도시에 특례시 명칭을 부여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특례시라고하지만 기초지방정부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권한이 달라지는 것은 없다. 일반 시와 차별화되는 법적 지위를 부여받을 뿐 도시 이름도 특별시나 광역시와 달리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된다. 즉 공식적으로는 ‘서울특별시’나 ‘인천광역시’처럼 ‘수원특례시’가 아닌 그냥 ‘수원시’다. 따라서 광역시급 위상에 걸맞은 행정·재정 자치 권한을 확보하는 것이 숙제로 남아 있다. 다만 특례시가 됨으로써 달라진 것도 있다. 대표적인 것은 기본재산액이 대도시 기준으로 상향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연말 ‘기초연금 지급대상자 선정기준액, 기준연금액 및 소득인정액 산정 세부기준에 관한 고시’를 개정, 기초연금 기본재산액 지역 구분에서 특례시를 ‘대도시’에 포함했다. 이에 따라 수원시 등 4개 특례시의 지역 구분이 1월 13일부터 ‘중소도시’에서 ‘대도시’로 변경됐다. 수원시를 비롯한 4개 특례시 시민도 특별시·광역시 시민과 동등한 기준을 적용받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초연금 기본재산액도 기준이 상향됐다. 수원특례시의 경우 기본재산액이 늘어나면서 기존 기초연금 수급자는 급여가 1인당 최대 16만 5000원 증가하고, 신규 수급자는 5580여 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원시 생계급여 수급자는 가구당 급여가 월 최대 28만 원 증가하고, 의료급여 수급자 중 일부는 생계급여를 지원받는 등 보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 수원시의 설명이다. 긴급복지지원도 대도시와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주거지원 월 한도액은 42만 2900원(4인 가구 기준)에서 64만 3200원으로 22만 300원 늘어난다. 긴급복지는 위기 상황 발생해 생계유지가 곤란한 가구에 생계비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사무권한도 확대됐다. 2020년 12월 개정 지방자치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특례시 출범이 확 정된 수원·고양·용인·창원시장은 ‘전국특례시장협의회’를 구성, 세부 권한 확보 사항을 발굴하고 정부에 끊임없이 건의했다. 그 결과 개정 지방자치법 시행령에 ‘인구 100만 이상 시가 직접 처리할 수 있는 사무’ 8건이 추가됐다. 기존에는 광역지자체의 승인이 있어야만 했던 업무들로 ▲택지개발지구 지정 ▲개발제한구역 지정 및 해제 ▲5급 이하 공직자 직급·정원 조정 등이다. 그러나 전기한 것처럼 특례시 위상에 걸맞은 권한은 확보되지 않았다. 자치분권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의회 인사권 독립도 절반만 반영됐다는 것이다. 광역시 수준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진정한 특례시’까지의 갈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