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제는 미국의 발명품이다. 미국은 영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해 독립을 쟁취했지만 제대로 된 정부 조직조차 없었다. 정부 조직을 갖춰야 했지만, 영국과 같은 왕정국가는 피하고 싶었다. 그렇게 도입된 것이 대통령(president)이다. 미국은 초대 대통령으로 독립전쟁의 영웅 조지 워싱턴이 선출했다. 주변국은 사실상 조지 워싱턴을 대통령이 아닌 왕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조지 워싱턴은 자신을 삼인칭으로 호칭하는 등 왕과 같이 행동하기도 했다. 마음만 먹으면 영구집권도 가능했다. 하지만 그는 재선 후 스스로 임기를 마쳤다. 이후 미국 대통령의 삼선 금지는 불문율이 되었다. 건국 과정 대한민국은 내각제 국가를 그리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 유학파 이승만의 고집으로 대통령제가 선택되었다. 초대 대통령이 된 이승만은 사사건건 국회와 대립했다. 국회 프락치사건이 대표적이다. 이후 대한민국은 4.19 민주혁명 이후 3차 개헌을 통한 제2공화국의 장면내각의 짧은 기간 외 계속하여 대통령제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는 조지 워싱턴과 같은 건국의 아버지를 만나지 못했다. 5.16 군사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장악한 박정희는 1962년 4차 개헌을 통해 더욱 강화된 대통령중심제를 도입했다. 1969년 6차 개헌에서는 국회의원의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의 겸임을 허용하고 대통령의 임기를 3선까지 연장한다. 대통령을 견제해야 할 국회의원의 대통령의 지휘를 받는 각료가 되는 요상한 제도는 박정희의 3선 개헌에 뿌리를 두고 있다. 박정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1972년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반면 국회의 권한은 대폭 축소하는 내용의 7차 개헌을 단행한다. 특히 대통령의 임기 제한 규정을 폐지해 영구집권의 길을 만들었다. 유신개헌이다. 영구집권을 꿈꾼 박정희지만 1979년 10월 26일 김재규의 총탄에 쓰러졌다. 하지만 12.12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전두환 신군부는 서울의 봄을 짓밟고 1980년 8차 개헌을 통해 대통령 간선제로 도입하며 또다시 강력한 대통령제를 이어갔다. 박정희와 전두환으로 이어진 군부독재도 1986년 인천 5.3 항쟁에 이은 1987년 6월 항쟁의 민주화 열기를 버티지는 못했다. 결국 전두환은 6.29 항복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를 도입해야 했다. 현재 헌법을 만든 9차 개헌이다. 대통령 직선제를 도입하고 임기를 5년 단임으로 제한 것, 대통령의 비상조치권 및 국회 해산권을 폐지한 것은 상당한 성과였다. 하지만 수 십년에 걸친 여덟 차례의 개헌을 통해 켜켜히 쌓여있던 강화된 대통령제의 본질은 건드리지는 못했다. 그리고 이후 우리는 40년 가까이 헌법을 개정하지 못했다. 모든 것이 바뀌었지만 통치구조만은 소위 87체제에 갇혀 있던 것이다. 지난 12.3. 군사 쿠데타는 세상이 바뀐 것을 모른 채 87체제가 개혁하지 못한 제왕적 대통령제의 단맛에 빠진 미련한 왕의 무모한 반란이었을까? 그나마 대통령의 국회 해산권이 폐지되었기에 윤석열의 12.3. 군사 쿠데타를 막아 세울수는 있었던 것일까? 내란 세력은 어떻게 처단할 수 있을까? 87체제를 극복하는 것이 진정한 쿠데타의 진압이지 않을까? 많은 질문이 든다.
얼마 전 노후 단독주택·빌라가 들어선 지역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국토교통부의 ‘뉴:빌리지’ 사업 공모 결과, 경기도내에서는 수원특례시 서둔동, 광명시 소하동, 김포시 사우동 등 3곳이 최종 선정됐다. 뉴:빌리지는 노후 저층 주거지역에 국비로 기반·편의시설을 설치하고, 기금 융자, 도시·건축규제 완화 등 인센티브를 통해 민간의 주택정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단독주택, 빌라 등은 주거비용이 저렴해 서민과 청년들의 보금자리이자 주거사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균형 있게 관리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노후화 등으로 주거만족도가 낮아진 데다 전세사기 등으로 신규 공급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뉴:빌리지 사업대상지는 5만~10만㎡ 노후 저층주거 밀집구역으로 20년 이상 건축물 비중이 50% 이상이면서 인구나 산업체가 줄어드는 도시 쇠퇴지역과 노후·불량 건축물 비중이 50% 이상인 소규모주택정비관리계획 대상 지역이다. 정부는 공모를 통해 최종 확정된 지역에 주차장, 공원 등 아파트 수준의 기반·편의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사업 지역 당 최대 국비 15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주택건설사업과 공동이용시설 설치를 직접 연계하는 경우에는 최대 30억 원의 추가적인 국비를 지원한다. 이와 함께 자율정비주택정비 사업 등에 대한 금융·제도적 지원을 확대하고, 자율주택정비사업 융자한도를 확대(총사업비의 50→70%, 금리 2.2%)했다. 다세대 건축 시에는 호당 융자한도도 상향(5천만→7.5천만, 금리 3.2%)시켰다. 이번에 뉴:빌리지 사업지로 선정된 수원특례시 서둔동의 경우 주거환경이 열악해 재개발을 추진한 적이 있다. 그러나 사업성이 부족, 재개발은 무산됐는데 이번 사업 대상지로 선정돼 공영주차장, 소공원, 자원순환센터 등 주민 생활편의시설을 개선하고 자율주택정비사업과 개별재건축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광명시 소하동은 건축물 높이 제한 규제 때문에 전면 재개발이 어렵다. 경기도 지정 문화유산 역사문화환경 보전지역이기 때문이다. 이 지역에는 순환형 자율주택정비 시범사업이 추진되며 공영주차장, 주민운동시설 등 생활기반시설이 공급된다. 원도심 공동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김포시 사우동엔 공원부지를 활용한 공영주차장, 생활체육시설 등이 조성된다. 경기도는 정부의 뉴:빌리지 사업 등 정부 도시재생 공모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 결과 올해까지 70곳이 선정됐다. 이는 전국 최다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기도형 도시재생사업 20곳을 보태면 모두 90곳에서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도시재생사업인 ‘경기 더드림 재생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원도심 재생을 위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민선 8기 경기도형 사업이다. 주민 공동체가 주도해서 지역 여건에 맞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안산시는 생활폐기물 배출시설 사업을 추진해 다문화국제거리를 정비했다. 구리시는 골목상권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 인창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에 수리단길 가로환경개선과 생태프로그램 등을 연계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매년 약 2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 경기 더드림 재생 사업을 추진해 원도심 쇠퇴지역의 주민들의 주거환경 개선 사업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힌다. 아울러 정부의 도시재생사업과 함께 민선 8기 공약과 시군 정책사업을 연계한 경기 더드림 재생사업을 병행해 성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도시재생지원센터의 활약도 돋보인다. 센터는 각 지역센터 간 소통․협력을 위한 경기도 도시재생지원센터 협의회를 개최하고, 도시재생 역량강화를 위한 경기도 도시재생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경기도 도시재생 경진대회를 통해 도시재생 우수사례를 발굴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더 확대돼야한다. 이에 앞서 지역의 역량이 주도돼야 이 사업은 더욱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헌법 필사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당시 정국이 헌법 제77조에 명시된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고 판단해 계엄을 선포했다고 했다. 이후 대통령은 탄핵소추 됐는데, 대통령 권한 대행을 하던 국무총리마저 탄핵소추 돼 부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는 초유의 상황이 됐다. 탄핵소추와 권한 대행은 모두 헌법에 근거한 것이며, 앞으로 헌법재판소가 탄핵 사건을 다룰 때도 헌법의 여러 조항들을 근거로 심판할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시민들은 대한민국헌법 전체 조항을 면밀히 살펴보고 민주주의와 삼권분립의 근간을 스스로 알고 싶었을 것이다. 대개 법은 필요한 때 해당 조항을 찾아보지만, 이번엔 필자도 대한민국헌법을 전문부터 부칙까지 정독해봤다. 30분이면 다 읽을 수 있는 대한민국헌법은 조문의 체계성과 내용의 심오함을 느끼게 했다. 헌법은 한 나라의 최고의 법이다. 1945년 8월 15일 일제로부터 해방된 후 1948년 5월에 처음으로 보통선거를 실시해 제헌국회가 구성됐고, 제헌국회는 7월 12일 헌법을 제정해 7월 17일 공포됐다. 이후 9차례 개정되었지만, 헌법적 가치는 그대로 유지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행 헌법은 1987년 6월 항쟁의 영향으로 전부개정된 제10호 헌법이며, 총 10장 130조로 돼있다. 헌법은 전문에 이어 제1장 총강에서 주권, 국민, 영토를 규정한다. 국회나 정부보다 국민을 제2장에 먼저 두고 있고, 국민의 권리와 의무 중에서는 권리를 먼저 규정했다. 그리고 입법부인 국회를 제3장에 설명한 후에 최고 통수권자이자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을 설명하고, 그 뒤에 사법부가 나오는데, 이런 순서는 국가의 가치와 철학을 함축하는 것 같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대통령 취임식에서 하는 이 선서문도 헌법 제69조에 나와 있다. 마지막 제10장 헌법개정 전에 “경제”가 제9장에 규정되어 있다. 헌법기관의 구성과 조직에 해당하는 것이 아닌 경제가 헌법의 한 장을 구성하고 있는 점이 특이하게 느껴지지만 경제가 국가의 모든 면에 끼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것을 헌법에서 확인하게 된다. 때 맞춰 출간된 「일생에 한번은 헌법을 읽어라」(2024. 8.)의 저자 이효원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책 서문에 국가도 헌법도 ‘또 다른 나’이며, 헌법을 통해 나와 국가도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고 썼다. 좋은 헌법은 국가를 건강하게 하며, 개인의 발전의 근간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헌법은 내 삶의 철학이 될 수 있고, 나 자신을 이해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필사는 긴장과 스트레스를 풀게 하고, 흐트러진 마음을 모아 집중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문학작품이나 성경을 필사하는 사례가 많다. 헌법 필사는 이와 다른 의미가 있는 것 같다. 헌법을 알아야 이 나라의 제대로 된 주인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헌법을 바르게 이해하고자 헌법 필사를 하는 것이리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이 잘 지켜지고 헌법대로만 한다면 우리나라는 참 좋은 나라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허망함의 깊이는 측정할 수 없다. 죽음 너머는 불가해(不可解)의 영역이다. 삶에 발 딛고 죽음과 결별하는 마지막 절차가 장례다. 죽음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끼리 죽음의 아픔을 나누는 것처럼 민망한 일이 또 있을까. 고인(故人)의 영정(影幀) 앞에 조아리며 절을 할 때면 나도 모르게 휘청거린다. 망자의 얼굴을 쏙 빼닮은 자식을 보고 있자면, 작별할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한 내가 당혹스럽다. 이리도 쉽게 화르르 태워지고 사라지는 것이 한 사람의 역사일 수 있을까. 빈소를 걸어 나올 때면, 그래도 살아남아야 하는 현실이 흔들리는 넥타이 같아서 아찔하다. 진이 빠진다. 길을 잃은 세상에는 내일이 없다. 나는 더 이상 믿지 않는다. 꽃보다 아름다운 게 사람이라고? 한때, 그렇게 믿었던 내가 안쓰럽다. 짐승보다 못한 사람도 사람일 수 있을까. 광기로 번뜩이는 눈동자가 지워지지 않아서 이 겨울은 내내 불면이다. 귀를 여는 것조차 겁이 난다.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을 조롱하고, 추모를 가장하여 구호품을 싹쓸이하는 그들도 사람이랄 수 있을까. 그것도 모자라 제주항공 참사를 “하나님이 사탄에게 허락한 것”이라 말하는 목회자는 또 어떠한가. 그런 목회자를 최고사령관이라 추앙하는 정치 모리배를 보면 나도 모르게 진절머리가 난다. 진이 빠진다. 밑바닥으로부터 길어 올린 생각에는 얼굴이 없다. 나이도 이름도 주소도 없다. 행방이 불분명한 무국적자처럼 소문만 무성하고 실체가 없다. 실체도 없이 꿈틀거리는 생각에 문자와 기호로 숨을 불어넣는 것처럼 가뭇없는 일이 또 있을까. 단어로 콧대를 세우고 문장으로 눈썹을 그리다 보면 나도 모르게 애가 탄다. 이 얼굴이 맞나? 집 나가 소식 끊긴 소녀와, 일이 없어 고시원에 틀어박힌 소년과, 빚 독촉에 핸드폰을 꺼버린 사람들. 맞나, 얼굴이? 문장 하나를 일으켜 새롭게 얼굴을 그릴 때마다 그 생김새가 나와 닮아서 애가 탄다. 진이 빠진다. 하늘에 대고 외치는 기도에는 사람이 없다. 사람은 없고 적의만 일렁이는 간절함. 그들의 간절함은 깃발 되어 거리에 가득한데, 가득함으로 충만한 신은 어느 나라 백성의 신인 걸까. 나는 민망해서 차마 땅을 내려다보지 못하고 눈을 감고 만다. 이 나라는 어떤 백성의 나라이고, 저들은 어떤 나라의 백성인가. 광화문 거리에 흔들리는 성조기를 보고 있자면, 나는 나라를 빼앗긴 식민지 백성이 되어 고개를 떨구고 만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빼앗긴 들에도 옳음이 여물고 어둠은 빛에 밀려 사라지는가. 이따위를 기도라고 읊조릴 때마다 조아리는 내가 안쓰러워서 속이 탄다. 진이 빠진다. 그래도 꿈꿔야 하는 건지 자신이 없다. ‘없음’을 ‘있음’으로 바꾸는 건 기적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뭉클한 기적. 기적은 멀리 있지 않다. 은박지를 덮고 눈발을 버티는 그대들. 응원봉을 들어 어둠을 밀어내는 너희들. 36.5도의 체온으로 내란(內亂)의 얼음장을 녹이는 당신들. 그대와 너희와 당신이 있어 나는 기적처럼 꿈을 꾼다. 연필을 깎고 까만 연필심에 촛불을 당긴다. 부디 이 한 줌 불빛이 온기가 될 수 있기를. 오늘도 어김없이 차디찬 아스팔트에서 기적을 일으키고 있을 그대와 너희와 당신에게 따스한 입김일 수 있기를. 간절한 심정으로 글을 쓴다. 연필이 운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는 말처럼 우리의 감정, 생각과 의도를 가장 잘 드러내는 부분 중 하나이다. 눈물이 흐를 때 슬픔이나 감동을 나타내며 눈이 반짝이는 것은 기쁨이나 흥분을 나타낸다. 사랑하는 사람과 눈을 마주치는 순간, 우리는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느낄 수 있으며 누군가의 눈빛이 차갑고 무관심하다면 그 사람의 마음이 멀어졌음을 느낄 수 있다. 창이라는 은유는 분리된 두 공간을 전제하지만 그 두 공간은 창을 통해서 소통이 가능하다. 마음의 창인 눈은 우리의 내면에 있는 것이 밖으로 드러내기도 하지만 눈을 통해서 외부의 것을 경험한다. 어떤 사건은 고통스러운 상처로 변환되어 창이 변형되거나 일부 닫히기도 하지만 또 치료의 과정을 통해서 치유가 일어난다면 창이 재건되고 열리기도 한다. 눈은 뇌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발생학적으로 뇌와 같이 외배엽에서 분화되어 발생한다. 청각과 체감각이 관련되는 뇌피질이 전체 뇌피질의 3%와 11% 에 불과한데 비하여 시각정보처리에 관여하는 뇌피질은 전체의 55%를 차지한다, 12개의 뇌신경중 눈과 관련된 신경은 무려 4가지나 된다. 이쯤이면 눈은 뇌의 창이라고 불러도 될 법하다. 실제로 눈을 통해서 뇌에 저장된 기억과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 눈을 매개로 한 치유법 중 트라우마치료에 효과적인 안구운동 민감소실 및 재처리 기법(Eye Movement Desentizition and Reprogressing; 이하 EMDR)이 있다. EMDR을 개발한 프란신 샤피로는 1987년 어느날 공원을 걷다가 계속 오래동안 반복되는 부정적인 생각들이 사라져서 놀란다. 이유를 찾다가 힘들게 하는 생각들이 마음속에 들어왔을 때 안구를 좌우로 빠르게 움직였던 것을 알아차렸다. 이 발견으로부터 시작된 EMDR은 고통스러운 경험을 떠올리면서 동시에 안구운동과 같은 양측성 자극을 주어 뇌의 정보처리시스템을 활성화시켜 기억의 처리가 다시 일어나도록 돕는다. 이 과정을 통해서 고통스러운 기억들이 긍정적으로 통합되고 해결되어 증상을 완화된다. 또다른 트라우마 치료법인 브레인스포팅(Brain spotting)은 EMDR전문가 였던 미국의 데이비드 그랜드 박사에 의해 개발되었다. 2003년 어느날 아동기,외상 스포츠등 여러 트라우마가 있는 아이스 스케이트 선수였던 내담자에게 EMDR세션을 하고 있었는데 손가락을 이용해 수평 움직임을 유도 하던 중 그녀의 눈이 특정 지점에서 얼어붙었다. 말 그대로 얼어붙은 듯 바라보았고, 데이비드의 손 역시 움직일수 없어서 그 순간 그대로 10여 분간을 그 지점에 머물도록 하였다. 다음날 그녀는 그동안 계속 실패했던 트리플 루프를 아주 부드럽게 몇 번이고 성공했고 그녀를 오래된 수행불안에서 해방시켰다. 이로부터 발전된 브레인 스포팅은 해결되지 않은 과거의 경험과 연관된 눈의 위치를 찾아 시선을 유지하고 집중 마음챙김하여 비언어적, 비인지적인 신경생리학적 변화의 과정을 유도하여 치료한다. 이러한 치료법들은 반드시 훈련 받은 전문가에 의해서 실시되어야 효과적이다.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아닌 일상에서의 눈을 통한 셀프회복법으로는 ‘멍때리기’ 가 좋다. 집중에서 해방되어 멍하게 있는 상태, 쫒기듯 바쁜 일상에서 잠시 ‘촛불멍’이든 ‘물멍’이든 편안한 곳을 바라보는 시선의 여유는 직관의 통찰과 뇌를, 마음을 회복하는 시간이 된다.
경기도가 CJ라이브시티와의 계약 해지로 중지된 K-컬처밸리 사업 가운데 아레나를 비롯한 일부를 민간기업 공모로 다시 진행한다. 공모는 4월 초 진행될 것으로 보이며, 이르면 올해 재착공해 2028년 준공될 것으로 예상된다. K-컬처밸리는 경기도민들의 희망이었다가 애물단지로 전락한 대표적인 사업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다시 시작하는 이 사업이 날개를 달고 화려하게 비상하여 개발이 더딘 경기북부 부흥의 신호탄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김성중 경기도 행정1부지사는 21일 열린 K-컬처밸리 사업추진 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경기도와 GH는 아레나를 포함한 T2부지 4만8000평을 우선 건립하고 운영할 민간기업 공모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김 부지사는 “K-pop 공연장 부족으로 미국 유명 여가수의 글로벌 투어에서 코리아패싱이 일어나고, 창동·잠실 등에서 아레나 시설 건립이 추진되고 있기에 신속한 착공이 필요하다. 도의회와 고양시 주민의 요구도 있었다”고 말했다. 도의회는 앞서 ‘K-컬처밸리 사업협약 부당 해제 의혹 행정사무조사 특위’ 결과보고서를 통해 아레나를 건설·운영하는 민간기업 공모를 최우선하여 추진하고, 민간기업 참여를 촉진하는 공모지침을 마련하도록 경기도에 권고했다. 도는 고양시, GH, 민간전문가와 함께 K-컬처밸리 테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사업화 방안 수립 예비용역’을 통해 아레나 건립 방안과 사업 추진 방식을 논의해왔다. 도는 민간 투자 여건으로 공모가 어려울 경우 GH가 직접 주도해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덧붙였다. 민간 사업자는 17% 공정률의 아레나를 원형 그대로 유지하되 나머지 2만 8000평가량의 부지에는 기존 스튜디오 말고 다른 사업을 제안해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김 부지사는 “민간이 K-컬처밸리 전체가 아닌 지금은 T2부지로 한정하고 공모 조건이 완화돼 사업자 부담이 줄어들었다. 다만 ‘아파트·오피스텔을 불허한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민간 참여 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용적률·건폐율 상향 제안, 구조물 장기 임대, 지체상금 상한 설정 등 공모 조건이 최대한 완화되도록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협약 해제 당사자인 CJ 측의 참여 가능성에 대해서는 “민간기업 공모는 제한을 두지 않기 때문에 CJ 측도 참여할 수 있다”고 말해 유연한 입장을 밝혔다. 숙박시설, 상업용지가 들어설 예정인 T1부지와 A·C부지 등 나머지 4만4000평은 올해 마스터플랜을 수립한 뒤 GH 주관 공공개발로 사업을 진행한다. 도의회와 도민 의견을 적극 수렴해 K-컬처밸리 비전과 전략을 재수립한다는 구상이다. 김 부지사는 “K-컬처밸리와 그 주변 일대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해 국내외 기업의 투자 여건이 개선되도록 노력하겠다. 6000억원 규모의 K-컬처밸리 도유 자산을 GH에 현물 출자해 K-컬처밸리 사업 추진의 재무적 기반을 확고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K-컬처밸리 사업을 살려내기 위한 경기도의 노심초사는 이해가 간다. 당초 K-컬처밸리는 세계 문화 시장의 심볼 역할을 하도록 기획됐다. 원인이 뭐가 됐든지 간에, 순탄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계약 해지’라는 최악의 상황에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도민들에게 준 실망의 그늘은 상당히 깊다. 경기도가 사업재개 계획을 발표하는 과정을 보면 민간 투자 여건의 한계로 공모가 어려울 경우까지 상정한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긴다. 추이를 좀처럼 예측하기가 쉽지 않은 게 이런 개발사업인 만큼 향후의 사업관리가 중요하다. 변수에 유연하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면서 설계도대로 공정 목표를 달성해나가야 할 것이다. 경기북부 부흥의 마중물 역할을 짊어진 종요로운 사업이라는 점에서 이번에는 절대 뒷말도 뒤탈도 없어야 할 것이다. 한차례 복잡한 낭패를 겪은 만큼, K-컬처밸리 사업이 더 이상 잡음이 없는 순탄한 사업으로 전개돼 나가기를 기대한다.
또다시 을사년(乙巳年)이다. 1785년 조선의 대기근, 1905년 대한제국 외교권 강탈, 1965년 대한민국과 일본국 수교 등 을사년마다 국가미래의 변곡점(inflection point)이 있었다. 우연인가 필연인가. 21세기 첫을사년이 “을씨년스럽”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먼저 우리 자신이 누군지를 알아야 한다. 우리는 한국사람이다. 태어난 때와 장소는 달라도 배달민족의 후예다. 부모와 성은 달라도 고유문화와 전통을 이어받은 역사적 존재다. 반만 년 전부터 동북아에 터 잡아 살면서 때로는 대륙으로 때로는 해양으로 들고나며 선진문물을 주고받은 사람들의 자녀다. 여러 왕조의 흥망성쇠에도 예의(禮義)를 잃지 않았고, 법(法)과 무(武)보다 덕(德)을 소중히 한 민족이다. 이런 토양에서 위민(爲民)·애민(愛民)·여민(與民)을 실천한 성군(聖君) 세종(世宗. 1397-1450)이 나왔다. 조상들은 지정학적으로 대륙과 해양, 유목과 정착, 농경과 상업 등이 뒤섞이는 오묘한 땅에 나라를 건국했다. 이(異)민족의 지배를 받거나 이(異)문화에 휩쓸린 때도 있었지만 독립국의 자유민으로 대대로 살았다. 3·1운동과 기미(己未)독립선언(1919) 이후 임시의정원과 임시정부를 세워 왕정복고(王政復古) 대신 민주공화정(民主共和政)을 선택했다. 국호(대한민국)·국기(태극기)·국가(애국가)·국경일(삼일절·개천절) 등 피땀으로 지킨 법통(法統)과 유산(遺産)은 이승만정부 이후 역대 정부의 국가미래 목표 설정의 근거가 됐다. 2025년은 우리 겨레가 자유를 되찾은 지 80년, 우리 동포가 독립을 쟁취한 지 80년이다, 모두가 함께 기뻐해야 할 경사스러운 해다. 그렇지만 국토는 여전히 분단되어 있고, 남북은 UN 동시가입(1991) 이후 사실상 ‘1민족 2국가’가 됐다. 작년 연말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거대 야당의 탄핵 정국은 국민과 국론을 사분오열시켰다. 이대로 가다간 을사년의 악몽(惡夢)이 되살아날까 두렵다. 옛말에 “궁즉변(窮則變) 변즉통(變則通) 통즉구(通則久)”라고 했다.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위기가 오히려 반전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지금 당장 분열과 대립을 멈춰야 한다. 크든 작든 경영을 맡은 한국 정치·경제·사회·문화계 인사들은 국민의 가슴에서 피눈물이 나게 해서는 안 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했다. 거울에 비친 자기 얼굴에 사사로움이나 거짓이 보이거든 당장 물러나는 것이 정도(正道)다. 역사는 진보하지만 반복되는 속성이 있다. 분열과 반목과 대립과 갈등은 망국(亡國)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트럼프(D. j. Trump) 2기 행정부가 내건 ‘미국제일주의(America First)’를 마냥 부러워하거나 비난할 일이 아니다. 국익(國益)은 국력에 기반한다. 국력은 국민의 지지와 목표 공유에 달렸다. 국민은 자아존중과 상호신뢰로 위대해진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Freedom is not free)”라는 말처럼 통일은 절로 오지 않는다. 한민족의 미래는 화합과 이해와 신뢰와 단결과 상생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에게도 희망은 있다. 희망은 절망 다음에 온다. 앞으로 어떤 미래구상을 할 때 한반도와 그 주변국가에 다양한 유형의 한국인이 집거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구촌 180여 개 나라에 700만 명 이상의 세계한인(Global Korean)이 흩어져 살고 있다는 것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글로벌시대 한인동포사회의 확장성과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이분들이야말로 대한민국이 2045년 G-2 국가로 나아가는데 없어서는 안될 상수(常數)다. 매사에 밝은 면이 있으면 어두운 면이 있다. 을사년처럼 양면의 경계가 분명해지는 때일수록 일희일비(一喜一悲), 부화뇌동(附和雷同)해서는 안 된다. 세상이 혼란스러울수록 마음은 더 중심 잡아야 하며, 말과 행동은 좀 더 신중해야 한다. 매순간 맺고 끊음이 분명해야 하며, 과거에 사로잡히지 않아야 한다. 현실을 직시해야 하며, 미래를 개척해야 한다. 미래는 꿈꾸는 자의 것이다. 앞으로 20년, 2045년, 해방과 광복 100년. 이때를 글로벌 한민족공동체를 하나로 통합하는 원년(元年)으로 설정하자. 지금부터 우리가 가진 모든 가용자산과 역량, 인적·물적 자원과 과학기술, 빅데이터와 네트워크를 총동원하여 초연결(hyper-connect)해야 하는 절박한 이유다.
‘악법도 법이다.’와 같은 법언(法諺·법 관련 격언)만 해도 으스스한데, ‘법 위의 법’이라는 헌법(憲法)이 있단다. 계엄-탄핵 사태에 어문학적으로 헌법을 톺아보자. 요즘은 ‘군사경찰’이지만, 예전에 헌병(憲兵)이라면 높고 낮은 계급의 장병들이 괜히 떨었다. 물론 그 이름은 왜놈들 치하의 찌꺼기(잔재)였다.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헌법재판소에 울려 퍼진 선언, 국민과의 약속을 헌 신발짝 삼은 권력에게 저 위엄은 추상이었다. 그래서 또 떠올리게 되는 장면이다. 헌재는 헌법을 다룬다. 헌병의 ‘헌’도 그 憲자다. 썩었다 싶으면 가을 서릿발처럼 대통령도 패대기치는 ‘어마무시’한 헌재의 시간이 다시 왔다. 다음은 헌법의 (사전적) 의미다. - 국가 통치체제 기초에 관한 근본 법규의 총체. 국가의 법의 체계적 기초로서 국가 조직, 구성 및 작용에 관한 근본법이며 타 법률이나 명령으로써 변경할 수 없는 최고 법규다... 憲자의 고대로부터의 뜻은 ‘법규(法規)’ 보다는 보배우는(보고배우는) ‘모범’에 가까웠다. 배우고 따라야 할 ‘길의 이치’ 즉 도리(道理)의 개념으로 생성(生成)돼 쓰였다(고 본다). 오늘날 憲의 훈(訓)과 음(音)은 ‘법 헌’이다. 法의 한 가지, 즉 ‘어떠어떠한 법’의 의미로 현대사회에 뿌리내린 것이다. 훈음은 天을 ‘하늘 천’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풀이이다. 동아시아 처음으로 왜(倭 일본)가 제 몸을 열어 서양문물을 받아들일 때 서양 국가의 바탕 법칙인 콘스티튜션(constitution)을 憲法이라고 번역했다. 憲이 法과 함께 새로운 정의(定義 definition)로 제도화(制度化)된 것이다. 왜로부터 이를 받아들여 개화기 우리나라에서는 1896년 서재필의 독립신문이 처음 헌법이란 어휘를 썼다. 헌병도 그 무렵에 들어왔고, 헌법에 따른 정치라는,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헌정(憲政)이란 말은 1907년에 처음 쓰였다. 세상이 변하며 그 말의 터전이 바뀐 것이다. 이제 憲이 본보기나 모범이었음을 짐작하는 이는 거의 없다. 허나 ‘본보기 법’ 또는 ‘법의 모범’과 같은 의미로 그 명맥이 살아있다. 집 면(宀) 예쁠 봉(丰) 눈 목(目) 마음 심(心) 등 멋진 글자들의 합체로 근엄한 뜻을 품는 것으로 보이지만, 원래 憲자의 첫 역사는 그림이었다. ‘상형문자의 의의이다. 높은 사람이 썼을 큰 투구 아래 가로로 눈(目)을 그렸다. 나중에 마음 그림(心)이 붙었다. 갑골문(甲骨文) 시대 저 그림의 ‘화가’인 황하(黃河) 유역 사람들은 제 화의(畫意·그림의 의도)를 안 남겼다. 해석이 분분한 까닭이다. 알타미라 동굴의 벽화도 같다. 문명의 고고학이다. 신비스런 점은, 알타미라는 이집트상형문자처럼 관광지로 살아남았고, 갑골문은 역사를 꿰뚫는 문명의 기호 즉 문자(한자)로 지금도 살아 숨 쉰다는 사실이다. 한자사전 자원(字源) 풀이를 잘 보면 4천여 년 문자의 변천과 디자인화(化) 과정이 보인다. 인류 최고(最古) 최대(最大)의 그림창고인 것이다. 지금도 뜻과 모양의 변화는 계속된다. 그래서 문해력은 저 그림을 제대로 읽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헌법을 제대로 아는 것의 바탕이기도 할 터다. 헌재는 이 황당한 상황을 어떻게 읽고, 어떤 추상을 결단할까?
정부는 지난해 2월 6일 전국 의대 입학 정원을 2000명 증원했다. “급속한 고령화로 늘어나는 의료 수요 등을 감안할 때 2035년까지 의사 수가 1만 5000명 부족할 것”이란 수급 전망을 토대로 의대 증원 규모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로써 3058명이었던 의대 입학정원은 5058명으로 늘어났다. 의료계는 거세게 반발했고 전공의 9000여 명은 수련병원에 사직서를 냈다. 의대생들은 학교에 휴학계를 제출한 채 학교에 나오지 않고 있다. 정부가 이 사태의 본질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12월 16일 전국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가 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지난 2월 이후 집행된 윤석열 정부의 의료정책들은 한마디로 ‘의료개혁을 빙자한 의료개악’, ‘사이비 의료개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독재자의 절대변경 불가 ‘2000명 증원’ 한마디에 어떤 공무원도 반대 의견을 내놓지 못한 채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 업무개시명령 등의 불법적 조치가 내려졌고, 급기야 전공의 처단이라는 무시무시한 포고령까지 나온 것”이라고 날을 세워 비판했다. 의료계가 정책책임자의 경질과 사죄, 의대증원 원점 재검토, 의료개혁 중단 등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이선우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비상대책위원장이 “2026학년도 의대 적정 정원은 0명”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경기신문(21일자 7면, ‘의대협 “2026학년도 적정 정원은 0명” 주장’) 보도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얼마 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급진적인 의대 증원 확대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것이며 정부가 오직 의대생들의 복귀만을 위해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2026학년도에는 신입생을 뽑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오는 3월 새 학기에는 휴학생과 신입생을 합쳐 최대 7500명의 학생이 동시에 수업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의비도 전기한 성명서를 통해 2025년도 의대 신입생은 3058명(기존 정원)에서 크게 줄이거나 아예 뽑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와 함께 국회와 정부에 “윤석열의 ‘사이비 의료개혁’을 중지”시키고, 긴급히 총장, 의대학장, 교수들과 함께 논의해 대학별 수시·정시 모집 인원을 줄이는 등 ‘의대증원’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현 사태를 수습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전의비의 일부 주장은 일리가 있다. 증원된 신입생을 가르칠 여건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말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증원이 없는 의대조차 이대로 의대 신입생을 선발한다면, 내년부터는 올해 휴학한 24학번까지 최소한 기존 정원의 2배나 되는 학생들을 향후 6년간 함께 교육해야 하는 초유의 상황”이란 전의비의 호소처럼 현실은 심각한 상황이다. “의학교육뿐 아니라 이들이 전공의 수련을 마치는 10년 이후까지도 비정상적 교육과 수련 상황은 지속될 것”이란 경고를 정부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럼에도 ‘2026학년도 의대 적정 정원은 0명’이어야 한다는 의대협의 주장을 우려하는 국민들이 많다. 경기신문이 전한 시민들의 목소리 가운데 “의정갈등 초반과 달리 정부의 갑작스러운 증원 정책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도 많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같은 막무가내식 주장은 오히려 국민들을 돌아서게 만들 것”이란 한 대학생의 말에 수긍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무슨 자격으로 수험생들의 기회를 뺏자는 주장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한 자영업자의 비판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사실상 2026학년도 수험생들의 기회를 박탈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의사, 의대생이기 전에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의정갈등을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실현가능성이 낮은 주장으로 혼란을 부르고 갈등을 촉발시킬 것이 아니라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말처럼 이런 주장은 의정(醫政)갈등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국민의 마음을 잘 헤아려야 할 것이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의 발언이 주목받고 있다. 젠슨 황은 지난 1월 6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 기조연설에서 “인공지능(AI) 로봇의 대중화가 챗GPT처럼 시작되었다”라면서 ‘피지컬 AI시대’를 선포하였으며 AI 로봇개발 플랫폼인 코스모스를 공개하여 관심을 끌었다. 엔비디아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공지능이 핵심기술로 부상하면서 AI 반도체 세계시장을 80% 이상 점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올해 1월 3일 시총은 3조 5,380억 달러를 기록하였다. 엔비디아는 한국 기업과도 밀접하다. SK하이닉스는 TSMC와 손잡고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엔비디아에 공급하고 있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와 똑같은 혁신가인 젠슨 황의 말 한마디 파괴력은 크다. 그는 산업변화 흐름을 잘 읽고 있다. 세상은 이미 로봇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AI 반도체도 챗GPT 중심에서 AI 로봇 시대로 이전되고 있다. 이는 AI 반도체 기술이 언어모델 중심에서 피지컬 기능 쪽으로 급속하게 발전한다는 뜻이다. 엔비디아는 AI 개발 프로그램인 쿠다(CUDA)를 오픈소스하여 AI 반도체 시장을 제패했으며 이제 코스모스 무료 제공을 통해 로봇 대중화를 앞당기려고 한다. 쿠다는 물론 코스모스를 활용하려면 엔비디아 반도체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 엔비디아의 핵심역량이다. 젠슨 황은 미래를 바라보는 통찰력을 갖고 있다. 로봇, 자율주행차, 플라잉카를 중심으로 새로운 AI 모빌리티 사회가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일론 머스크도 ‘위 로봇’(We, Robot) 행사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와 로보택시 사이버캡을 선보이고 로봇 사회를 예고했다.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빠른 속도로 진화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머스크는 트럼프 2기 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임명되었으며 미국 경제 혁신의 아이콘이 될 것이다. 향후 4년간 휴머노이드 로봇과 자율주행차 산업 발전이 가속화 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로봇 시대에서는 엔비디아뿐만 아니라 테슬라, 구글, 아마존,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의 빅테크들이 로봇산업과 자율주행차 산업에서 서로 경쟁하면서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을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와 경쟁 관계인 현대차는 엔비디아와 손을 맞잡았다. 현대차는 엔비디아의 로보틱스 플랫폼 아이작을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생산에 활용할 것이며, 디지털 트윈 플랫폼 옴니버스를 자율주행차·전기차 공장에 접목할 것이다. 국내에서도 LG전자, 삼성전자, 네이버 등 대기업들이 휴머노이드 로봇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번 CES 전시회에서 중국업체들의 로봇개발이 두각을 나타내었으며 젠슨 황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한때 반도체 시장에서 인텔의 위세는 대단했다. 그러나 인텔은 모바일 시장변화와 AI 기술환경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여 최근 어려운 상황에 빠지고 말았다. 이것은 시장 환경변화에 대한 CEO의 통찰력이 부족하여 일어난 현상이다. 국내 기업들도 ‘피지컬 AI시대’와 로봇 패권경쟁이라는 산업변화 물결에 발 빠르게 대비하는 통찰력을 갖고 현명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