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법도 법이다.’와 같은 법언(法諺·법 관련 격언)만 해도 으스스한데, ‘법 위의 법’이라는 헌법(憲法)이 있단다. 계엄-탄핵 사태에 어문학적으로 헌법을 톺아보자. 요즘은 ‘군사경찰’이지만, 예전에 헌병(憲兵)이라면 높고 낮은 계급의 장병들이 괜히 떨었다. 물론 그 이름은 왜놈들 치하의 찌꺼기(잔재)였다.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헌법재판소에 울려 퍼진 선언, 국민과의 약속을 헌 신발짝 삼은 권력에게 저 위엄은 추상이었다. 그래서 또 떠올리게 되는 장면이다. 헌재는 헌법을 다룬다. 헌병의 ‘헌’도 그 憲자다. 썩었다 싶으면 가을 서릿발처럼 대통령도 패대기치는 ‘어마무시’한 헌재의 시간이 다시 왔다. 다음은 헌법의 (사전적) 의미다. - 국가 통치체제 기초에 관한 근본 법규의 총체. 국가의 법의 체계적 기초로서 국가 조직, 구성 및 작용에 관한 근본법이며 타 법률이나 명령으로써 변경할 수 없는 최고 법규다... 憲자의 고대로부터의 뜻은 ‘법규(法規)’ 보다는 보배우는(보고배우는) ‘모범’에 가까웠다. 배우고 따라야 할 ‘길의 이치’ 즉 도리(道理)의 개념으로 생성(生成)돼 쓰였다(고 본다). 오늘날 憲의 훈(訓)과 음(音)은 ‘법 헌’이다. 法의 한 가지, 즉 ‘어떠어떠한 법’의 의미로 현대사회에 뿌리내린 것이다. 훈음은 天을 ‘하늘 천’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풀이이다. 동아시아 처음으로 왜(倭 일본)가 제 몸을 열어 서양문물을 받아들일 때 서양 국가의 바탕 법칙인 콘스티튜션(constitution)을 憲法이라고 번역했다. 憲이 法과 함께 새로운 정의(定義 definition)로 제도화(制度化)된 것이다. 왜로부터 이를 받아들여 개화기 우리나라에서는 1896년 서재필의 독립신문이 처음 헌법이란 어휘를 썼다. 헌병도 그 무렵에 들어왔고, 헌법에 따른 정치라는,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헌정(憲政)이란 말은 1907년에 처음 쓰였다. 세상이 변하며 그 말의 터전이 바뀐 것이다. 이제 憲이 본보기나 모범이었음을 짐작하는 이는 거의 없다. 허나 ‘본보기 법’ 또는 ‘법의 모범’과 같은 의미로 그 명맥이 살아있다. 집 면(宀) 예쁠 봉(丰) 눈 목(目) 마음 심(心) 등 멋진 글자들의 합체로 근엄한 뜻을 품는 것으로 보이지만, 원래 憲자의 첫 역사는 그림이었다. ‘상형문자의 의의이다. 높은 사람이 썼을 큰 투구 아래 가로로 눈(目)을 그렸다. 나중에 마음 그림(心)이 붙었다. 갑골문(甲骨文) 시대 저 그림의 ‘화가’인 황하(黃河) 유역 사람들은 제 화의(畫意·그림의 의도)를 안 남겼다. 해석이 분분한 까닭이다. 알타미라 동굴의 벽화도 같다. 문명의 고고학이다. 신비스런 점은, 알타미라는 이집트상형문자처럼 관광지로 살아남았고, 갑골문은 역사를 꿰뚫는 문명의 기호 즉 문자(한자)로 지금도 살아 숨 쉰다는 사실이다. 한자사전 자원(字源) 풀이를 잘 보면 4천여 년 문자의 변천과 디자인화(化) 과정이 보인다. 인류 최고(最古) 최대(最大)의 그림창고인 것이다. 지금도 뜻과 모양의 변화는 계속된다. 그래서 문해력은 저 그림을 제대로 읽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헌법을 제대로 아는 것의 바탕이기도 할 터다. 헌재는 이 황당한 상황을 어떻게 읽고, 어떤 추상을 결단할까?
정부는 지난해 2월 6일 전국 의대 입학 정원을 2000명 증원했다. “급속한 고령화로 늘어나는 의료 수요 등을 감안할 때 2035년까지 의사 수가 1만 5000명 부족할 것”이란 수급 전망을 토대로 의대 증원 규모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로써 3058명이었던 의대 입학정원은 5058명으로 늘어났다. 의료계는 거세게 반발했고 전공의 9000여 명은 수련병원에 사직서를 냈다. 의대생들은 학교에 휴학계를 제출한 채 학교에 나오지 않고 있다. 정부가 이 사태의 본질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12월 16일 전국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가 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지난 2월 이후 집행된 윤석열 정부의 의료정책들은 한마디로 ‘의료개혁을 빙자한 의료개악’, ‘사이비 의료개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독재자의 절대변경 불가 ‘2000명 증원’ 한마디에 어떤 공무원도 반대 의견을 내놓지 못한 채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 업무개시명령 등의 불법적 조치가 내려졌고, 급기야 전공의 처단이라는 무시무시한 포고령까지 나온 것”이라고 날을 세워 비판했다. 의료계가 정책책임자의 경질과 사죄, 의대증원 원점 재검토, 의료개혁 중단 등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이선우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비상대책위원장이 “2026학년도 의대 적정 정원은 0명”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경기신문(21일자 7면, ‘의대협 “2026학년도 적정 정원은 0명” 주장’) 보도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얼마 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급진적인 의대 증원 확대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것이며 정부가 오직 의대생들의 복귀만을 위해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2026학년도에는 신입생을 뽑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오는 3월 새 학기에는 휴학생과 신입생을 합쳐 최대 7500명의 학생이 동시에 수업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의비도 전기한 성명서를 통해 2025년도 의대 신입생은 3058명(기존 정원)에서 크게 줄이거나 아예 뽑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와 함께 국회와 정부에 “윤석열의 ‘사이비 의료개혁’을 중지”시키고, 긴급히 총장, 의대학장, 교수들과 함께 논의해 대학별 수시·정시 모집 인원을 줄이는 등 ‘의대증원’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현 사태를 수습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전의비의 일부 주장은 일리가 있다. 증원된 신입생을 가르칠 여건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말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증원이 없는 의대조차 이대로 의대 신입생을 선발한다면, 내년부터는 올해 휴학한 24학번까지 최소한 기존 정원의 2배나 되는 학생들을 향후 6년간 함께 교육해야 하는 초유의 상황”이란 전의비의 호소처럼 현실은 심각한 상황이다. “의학교육뿐 아니라 이들이 전공의 수련을 마치는 10년 이후까지도 비정상적 교육과 수련 상황은 지속될 것”이란 경고를 정부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럼에도 ‘2026학년도 의대 적정 정원은 0명’이어야 한다는 의대협의 주장을 우려하는 국민들이 많다. 경기신문이 전한 시민들의 목소리 가운데 “의정갈등 초반과 달리 정부의 갑작스러운 증원 정책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도 많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같은 막무가내식 주장은 오히려 국민들을 돌아서게 만들 것”이란 한 대학생의 말에 수긍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무슨 자격으로 수험생들의 기회를 뺏자는 주장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한 자영업자의 비판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사실상 2026학년도 수험생들의 기회를 박탈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의사, 의대생이기 전에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의정갈등을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실현가능성이 낮은 주장으로 혼란을 부르고 갈등을 촉발시킬 것이 아니라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말처럼 이런 주장은 의정(醫政)갈등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국민의 마음을 잘 헤아려야 할 것이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의 발언이 주목받고 있다. 젠슨 황은 지난 1월 6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 기조연설에서 “인공지능(AI) 로봇의 대중화가 챗GPT처럼 시작되었다”라면서 ‘피지컬 AI시대’를 선포하였으며 AI 로봇개발 플랫폼인 코스모스를 공개하여 관심을 끌었다. 엔비디아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공지능이 핵심기술로 부상하면서 AI 반도체 세계시장을 80% 이상 점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올해 1월 3일 시총은 3조 5,380억 달러를 기록하였다. 엔비디아는 한국 기업과도 밀접하다. SK하이닉스는 TSMC와 손잡고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엔비디아에 공급하고 있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와 똑같은 혁신가인 젠슨 황의 말 한마디 파괴력은 크다. 그는 산업변화 흐름을 잘 읽고 있다. 세상은 이미 로봇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AI 반도체도 챗GPT 중심에서 AI 로봇 시대로 이전되고 있다. 이는 AI 반도체 기술이 언어모델 중심에서 피지컬 기능 쪽으로 급속하게 발전한다는 뜻이다. 엔비디아는 AI 개발 프로그램인 쿠다(CUDA)를 오픈소스하여 AI 반도체 시장을 제패했으며 이제 코스모스 무료 제공을 통해 로봇 대중화를 앞당기려고 한다. 쿠다는 물론 코스모스를 활용하려면 엔비디아 반도체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 엔비디아의 핵심역량이다. 젠슨 황은 미래를 바라보는 통찰력을 갖고 있다. 로봇, 자율주행차, 플라잉카를 중심으로 새로운 AI 모빌리티 사회가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일론 머스크도 ‘위 로봇’(We, Robot) 행사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와 로보택시 사이버캡을 선보이고 로봇 사회를 예고했다.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빠른 속도로 진화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머스크는 트럼프 2기 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임명되었으며 미국 경제 혁신의 아이콘이 될 것이다. 향후 4년간 휴머노이드 로봇과 자율주행차 산업 발전이 가속화 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로봇 시대에서는 엔비디아뿐만 아니라 테슬라, 구글, 아마존,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의 빅테크들이 로봇산업과 자율주행차 산업에서 서로 경쟁하면서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을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와 경쟁 관계인 현대차는 엔비디아와 손을 맞잡았다. 현대차는 엔비디아의 로보틱스 플랫폼 아이작을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생산에 활용할 것이며, 디지털 트윈 플랫폼 옴니버스를 자율주행차·전기차 공장에 접목할 것이다. 국내에서도 LG전자, 삼성전자, 네이버 등 대기업들이 휴머노이드 로봇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번 CES 전시회에서 중국업체들의 로봇개발이 두각을 나타내었으며 젠슨 황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한때 반도체 시장에서 인텔의 위세는 대단했다. 그러나 인텔은 모바일 시장변화와 AI 기술환경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여 최근 어려운 상황에 빠지고 말았다. 이것은 시장 환경변화에 대한 CEO의 통찰력이 부족하여 일어난 현상이다. 국내 기업들도 ‘피지컬 AI시대’와 로봇 패권경쟁이라는 산업변화 물결에 발 빠르게 대비하는 통찰력을 갖고 현명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때이다.
지난 2024년은 유례없는 폭염, 가뭄, 홍수, 태풍 등 기상이변으로 인해 지구촌은 무척 힘든 한 해를 보냈다. 피해 규모도 커서 유엔기후협약(UNFCCC,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기금의 구체적 제도화를 뒷받침하는 기반이 되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여름도 역대급의 폭염과 관측 이래 최장의 열대야로 기후 위기가 어떤 것인지를 체험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대체로 이러한 기후변화에 대한 관점은 갈등하는 상반된 두 가지 논쟁으로 설명해 볼 수 있겠다. 기후 위기론과 기후 음모론이 그것이다. 우선 기후 위기가 지구를 종말로 몰아가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는 곧 기후 위기론자들의 핵심 논리다. 이들은 경제발전보다 환경보호가 우선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산업 발전과는 대치점에 서 있다. 선진국에서도 다소의 논란이 있지만 개발도상국들은 ‘죽느냐 사느냐’라고 하는 경계에 처해 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대표되는 이산화탄소가 줄어들지 않는 한 지구는 금세기 안에 종말로 치닫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21세기 접어들어 세계적인 흐름을 조성하며 UNFCCC를 통해 기후 위기를 둘러싼 세계 기구와 각국 정부의 정책을 주도하고 있어 기후 위기론은 기후변화에 대한 주도적 기세(氣勢)를 점하고 있다. 이에 반해 기후 음모론자들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는 인간이 만든 것이고 어마어마한 위기를 불러온다는 식으로 사람들을 설득하려는 대중 홍보 활동이 과장되게 퍼져있다. 환경 단체, 정부 기관, 심지어 언론마저 그런 불길한 뉴스를 전달하는데, 돈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기후 위기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거짓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기후 위기의 핵심 논리에는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고 강변(强辯)한다. 이들 간의 가장 큰 쟁점과 차이는 경제발전과 기후 위기에 있어서 서로 대립하는 요소 사이의 균형(trade-off)에 대한 효과적인 입장이다. 기후 위기론자들은 이제 세계는 경제발전보다 환경보호를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기후 음모론자들은 화석연료의 퇴출과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더욱 심각한 위기를 몰고 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기후변화 위기가 과연 다른 모든 중요한 사안을 잠재울 만큼 그렇게도 ‘절박한가’라고 반문한다. 현재 전 세계 인류는 빈곤 문제, 핵전쟁의 위협, 문화충돌 등 심각한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지 않는가 하고 말이다. 다른 하나는 기후 온난화의 주범은 바로 이산화탄소라고 하는 데 있다. 온실가스는 약 14C〫의 지구 평균 온도를 유지하는데 주요한 요소로서 인간이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후 위기론자들은 기후 온난화로 인하여 해수면 상승, 폭염, 폭우, 가뭄 등 이상기후를 유발하고 있으며 산업혁명 이전보다 1.5C〫가 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기후 음모론자들은 오히려 이상기후는 인간에 의한 이산화탄소 증가보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특히 습도와 연관성이 더 크다는 주장이다. 그러기에 이들은 이산화탄소가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빙하기를 거쳐 기후 역사에서 기후 온난화는 산업활동 등 인간의 활동이 원인이 아니라 자연 현상에 불과하다는 관점이다. 여태까지는 어느 관점이 옳은지 정확한 팩트를 알 수 없다. AI의 발달과 수년 내에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양자컴퓨터를 활용한다면 기후변화의 정확한 모의실험을 통해서 잠재적 해답을 구하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인과관계를 밝히면 문제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사업가 출신의 ‘워싱턴 정계 이단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년 만에 화려하게 귀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새로운 미국 우선주의의 시대’를 선언했다. 가뜩이나 국내 정치 불안정이 깊어진 시점이다. 4년 만에 다시 무대에 등장한 지구촌 최대 강골 지도자의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 정책 앞에 우리는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변해야 살아남는다. 급변하는 상황에 영리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나라의 운명이 중요한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2017년부터 4년간 제45대 대통령으로 재임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 DC의 연방의회 의사당 로툰다(중앙 원형홀)에서 47대 대통령으로서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트럼프는 취임사에서 “미국의 황금기는 이제 시작”이라며 집권 1기 취임사와 마찬가지로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다시 국정 철학으로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우리는 세계에서 본 적 없는 가장 강력한 군대를 건설할 것”이라면서도 대외 군사개입을 자제하는 ‘트럼프판 신고립주의’를 선언했다. 트럼프는 “내 가장 자랑스러운 유산은 피스메이커(평화중재자)이자 통합자일 것”이라고도 했다. 백악관 개편된 홈페이지 첫 화면에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는 문구가 실렸다. 트럼프 정권이 제시한 6개의 정책 의제는 ‘인플레이션 종식 및 생활비 인하’, ‘미국 노동자를 위한 감세’, ‘국경 안전 강화’, ‘힘을 통한 평화 복원’, ‘에너지 패권’, ‘미국의 도시를 다시 안전하게 만들기’ 등이다. 지금 트럼프의 공화당은 상·하원을 모두 장악했다. 대법원도 보수 우위다. 임기 초 세계 정치·경제·안보 지형을 뒤흔들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8년 전보다 더 거리낌 없이 밀어붙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 오벌어피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동안 취재진의 북핵 관련 질문에 “(북핵은 당시에) 엄청난 위협이었고 이제 그(김정은)는 핵보유국”이라고 말한 대목에 정신이 번쩍 든다. 트럼프가 명시적으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지칭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앞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후보자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지칭해 비핵화가 아닌 핵 군축 협상이 대두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은 바 있다. 헌정사에서 세 번째 ‘대통령 탄핵소추’라는 혼란 속에 놓인 우리는 다른 그 어느 때보다도 엄중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극도의 개인주의에 빠져 나라의 미래를 방관해온 우리 국민에게 새로운 각성이 절실해지는 새로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지구촌 최강인 미국의 급변은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의 생존에 결정적 변수로 작동할 것이다. 어쩌면 지금까지 우리가 누려온 안일한 태도로는 미국으로부터 시작되는 허리케인을 감당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절체절명의 시대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현실을 진단하고 예측하고 대비하는 일에 추호의 허점도 있어서는 안 된다. 미국의 급변 앞에서 아무런 변화 없이 일상을 누릴 수 있는 국가사회는 지구촌에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국방과 경제에 있어서 우리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개념으로 접근해야 할지도 모른다. 변화하고 적응해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내는 특단의 지혜가 절실하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새롭게 떠오른다. 강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무수한 외침과 간난을 처절한 의지로 극복해온 역사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국민 각자가 더욱더 현명해지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안온한 미래는 없다. ‘미국은 어디까지나 미국 편’이라는 현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결정적인 일대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트럼프의 미국’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외생변수 앞에서 정치적 안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시급해졌다. 하루빨리 갈등과 혼란상을 정리하고 합심하여 폭풍의 바다를 건너야 한다. 그래야 우리 국민이 산다.
다들 여행을 간다. 침대에 편히 누워 세상 온갖 정보를 접하고 경험할 수 있는 현시대에도, 여행 인구는 늘고 있다. 필자 또한 여행을 좋아한다. 길고 짧은 일정, 국내외 할 것 없이 떠나고 싶다는 갈망이 가슴속에 늘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그 갈망은 어김없이 여행지에서의 만족감으로 이어지며 여행이 끝나는 것을 아쉬워한다. 우리는 왜 이렇게 여행을 좋아할까? 도대체 무엇이 사람들을 여행길로 이끄는 것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에게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도피의 행위일 것이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를 느끼고,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 또 다른 이유로는 낯선 환경에서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은 호기심과 모험심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여행은 해야 할 일을 잠시나마 하지 않아도 되는 ‘휴식’의 개념에서 사랑받는 것 같다. 여행이란, 결국 우리에게 ‘지금은 괜찮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라고 다독여주는 존재인 것이다. 하지만 남들도 그러하듯(아마도) 좋아하는 만큼, 자주 가지는 못한다. 잘 생각해 보면, 좋아하는 행동과 그 행동을 하는 빈도수가 일치하지 않다는 것이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은 운동을 자주 할 테고, 술을 좋아하는 사람을 술을 자주 마실 텐데, 여행을 좋아하지만 여행을 자주 가지 못한다니.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기본적으로 여행이란 소비의 모습을 띠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금전적인, 시간적인 투자를 하는 것이다. 여행을 가려면 하던 일을 멈출 수 있는 용기와 여유가 있어야 한다. 일종의 비일상적인 행위이자 스스로에게 주는 상과 같은 셈이다. 그래서 나에게 여행의 의미는 기다림의 즐거움 그리고 위로다. 길게는 반년, 짧게는 한두 달 전에 여행 일정을 잡는다. 그러고서 마치 열매가 익길 기다리듯, 여행 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지친 마음을 달래는 것이다. 때로, 너무 힘들었던 하루 끝에 예약된 비행기표를 확인하며 ‘이제 xx 일만 참으면 여행 갈 수 있다’라는 말 따위로 나를 위로하는 것이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막상 여행을 간 것보다 가기 전의 설렘을 더 즐기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만약 인생의 모든 행복이 여행에만 달려 있다면, 이는 결코 건강한 삶이 아니다. 일상에서 행복을 누릴 줄 모른다면, 아무리 아름다운 여행지에서도 진정한 만족감을 얻기 어렵다. 일상에서의 행복과 여행으로부터의 행복은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이루어야 한다. 그런데도, 나는 또 여행을 간다. 이유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여행이 내 삶에서 중요한 쉼표와도 같다는 사실이다. 인생이라는 긴 문장을 쓰면서, 나는 여행이라는 쉼표를 찍는다. 이 작은 쉼표는 나로 하여금 다음 문장을 더 가벼운 마음으로 써 내려가게 만든다. 내 삶에 잠깐의 멈춤을 제공하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되찾게 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 멈춤 덕분에 나는 일상에서도 조금 더 감사하고,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다. 그러니 여행이란 우리 인생의 책에 단순한 페이지가 아니라, 다음 장으로 이어지기 위한 숨 고르기일지도 모른다. 당신은 어떤 쉼표를 꿈꾸고 있는가? 오늘 당신의 일상에서도 그 쉼표를 찾기를 바란다. 그리고 다음 여행을 준비하며 설렘을 느끼는 순간, 당신의 삶도 조금 더 아름다워질 것이다.
한국의 정치상황에 가려서 그렇지 프랑스의 시국도 엄청나게 시끄러운 모양이다. 지난 해 마크 롱이 낙점한 중도 우파 성향의 미셸 바르니에 총리를 트로츠키 주의자 출신의 극좌 장 뤽 멜랑숑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 대표가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과 담합해 불신임안을 성사시켜 몰아 낸 것이다. 이들은 마크 롱 대통령의 퇴진까지 몰아 붙였지만 마크 롱은 다시 중도 우파인 프랑수아 바이루를 임명해 고비를 넘겼다. 나치즘을 옹호하는 마린 르 팽의 국민연합에 왜 사회주의자인 멜랑숑이 협조하는지, 이쯤되면 뭐가 뭔지 모르게 되는 상황이다. 정치는 늘, ‘앞단의 이야기들을 복잡하게 만들어’ 전체 이야기의 본질을 흐리게 한다. 프랑스 경제난이 대중들의 불만을 고조 시키고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그것이 모두 이민자 탓, 자국의 노동권을 훼손시킨 탓이라는 식의 마린 르 팽의 주장은 ‘앞 단을 흐리게 하는’ 선동일 뿐이다. 프랑스 경제난의 본질은 신자유주의 노선으로 치닫고 있는 세계 자본주의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신자유주의 노선은 자국 우선주의로 강화되고 있으며 미국의 새 대통령 트럼프가 보란 듯이 그걸 실현하려 하고 있다. 이민자 억제, 계층 계급에 대한 차별적 경제 정책, 공공 복지의 약화, 부자 감세로 인한 자본의 양극화는 절대적으로 심화될 것이다. 독일에서도, 이탈리아에서도, 심지어 캐나다에서도 정국 현황이 심상치가 않다. 광기의 극우 정당들이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다. 한국의 법원에서 2021년 미국 국회의사당 폭동 사태가 재현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2021년 1월, 당시 조 바이든 새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트럼프 극렬 지지자들이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미 국회의사당에 난입해 난동을 부렸다. 경찰 1명이 죽었고 폭도 4명도 죽었다. 700명이 체포됐다. 전 세계 사람들은 미국의 민주주의가 종말을 고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트럼프 같은 극단주의자들이 목소리를 얻는 현상에 대해 수심이 가득한 표정들이 됐다. 정확히 4년 후인 현재 한국의 한 지방법원에서 벌어진 일을 두고 세계 민주공화주의자들은 똑 같은 심경이 될 것이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위험하구나, 세계가 다시 파시즘화가 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나라가 왜 이 모양이 됐을까. 왜 극우 시위대들은 태극기, 성조기, 이스라엘기, 심지어 일장기까지 들고 나오는 것일까. 히틀러가 권력을 잡은 것은 1933년이고 1939년에 폴란드를 침공해 세계 전쟁을 일으켰으며 1945년 독일이 패망하기 까지 세계 인구 5000만 명 이상이 죽었다. 히틀러는 1923년 뮌헨의 펠트헤른할렌의 비어홀(맥주집)에서 쿠테타를 일으키지만 실패하고 체포된다. 구금된 히틀러를 놓고 그의 광신도들인 극우 자경단 페메(vëme)는 살인, 방화, 폭력, 난동이 서슴지 않았다. 꼭 지금의 우리 꼴이다. 이게 다 거짓말 같은가. 넷플릭스에 올라 있는 다큐멘터리 ‘히틀러 : 파시즘의 진화’나 6부작 ‘히틀러와 나치 : 심판대에 선 악마’에 다 나와 있는 얘기이다.
경기도가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올해 1분기에 총 11조 원 집행 등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신속 집행 목표를 설정하고 공공부문 지출 확대에 나섰다. 대통령 탄핵 시국 등 해를 넘기며 깊어지고 있는 정치적 불안정과 국내외 경제 상황 악화에 따른 민생의 피폐가 척박한 환경을 형성하고 있다. 경기도가 절박한 상황에 맞춰서 예산을 공격적으로 집행하기로 한 것은 적절한 판단이다. ‘선택과 집중’의 지혜를 발휘하여 좋은 성과를 거두어내길 기대한다. 도는 2025년 상반기 신속 집행 목표를 65%, 약 20조 원으로 상향(정부안 64%)했다. 특히 1분기에 35%, 약 11조 원 집중 집행으로 저소득층,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 지원은 물론 민생경제 회복과 경기활성화사업에 우선 지원해 도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신속 집행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시·군 재원으로 활용되는 조정교부금을 조기에 교부하고, 1분기 신속 집행 우수 7개 시군에 특별조정교부금 총 65억 원을 인센티브로 제공할 예정이다. 아울러 건설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비 50억 원 이상 대규모 공공 투자사업 중점 관리를 위해서는 경기도 신속 집행 추진단에 공공 SOC 추진반을 신설한다. 경기도가 전국 지방재정에서 가장 큰 부분(20% 내외)을 차지하는 만큼 적극적인 신속 집행 추진 효과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 도는 중앙부처의 협조가 필요한 사전행정절차 등 도와 시군이 겪고 있는 예산집행 애로사항을 관계부처에 지속 건의하는 등 공공부문의 확장적 재정집행이 경제 회복과 민간 소비·투자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악의 경기 침체 속에 탄핵정국까지 겹치면서 소비와 투자심리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내수 부진의 여파로 지난해 소매판매액 지수는 지난 2003년 발생한 ‘신용카드 대란’ 사태 때를 능가할 정도로 심각하다.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지역경제가 살아나기보다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우세하다. 한파가 휘몰아치는 지역경제에 온기를 불어넣기 위해서 조기 재정집행은 불가피하고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동안 시행했던 지방재정 조기 집행에서 증명됐듯이 단순히 조기 집행을 많이 하는 것만으로는 지역경제를 살린다는 보장이 없다. 가장 경계해야 할 대목은 단지 집행률을 높이는 데만 집중하는 구태의연한 행정이다. 조기 집행의 핵심은 예산의 효율적이고 신속한 집행이다. 조기 집행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안을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 실질적인 경제 효과를 이끌어내는 예산집행이 돼야 한다. 지역 경제 구조 강화, 자립성, 경제 회복의 돌파구가 되도록 유도하는 게 핵심이다. 무엇보다도 사업 선정의 우선순위가 잘 설정돼야 한다. 조기 집행 예산은 모든 분야에 균등하게 배분될 수 없는 까닭에 ‘선택과 집중’의 지혜는 필수적이다. 민생경제에 즉각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분야에 재원을 집중하여 수혜 대상의 체감도가 높은 사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통합적 관점에서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사업의 중복과 비효율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정보 공유 시스템을 강화하고, 공동 목표를 설정해 협력의 시너지를 극대화해야 한다. 집행 예산의 실질적인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성과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피드백을 반영하는 과정도 소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업별로 명확한 목표와 성과 지표를 만들어 정기적으로 진행 상황을 점검해 필요시 신속히 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민간 부문과의 협력도 필수적이다. 민간 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지역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는 절차가 긴요하다. 경기도의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예산집행이 민생경제 회복를 현저히 부양하는 효과를 거두기를 기대한다. 비상한 상황에는 비상한 대처가 필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가짜뉴스’ 대응에 유별났었다. 이른바 바이든-날리면 논란이 그랬다. 대통령이 무슨 말을 했는지 밝히면 그만이었는데, 온 국민이 듣기평가를 하게 만들었다. 언론이 가짜뉴스를 내보내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다면서 대통령실, 여당 정치인, 심의위원회 등까지 나서서 대통령을 대신해 언론을 탓했다. 심지어 전용기 탑승 배제라는 조치를 내리면서 “동맹관계를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고 악의적 행태를 보였다”며 언론사를 비판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비판 목소리에도 날선 반응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허위 선동과 조작, 가짜뉴스와 괴담이 정부를 흔들고 위협한다면서 반국가적 세력이 너무나 많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가짜뉴스와 허위 조작 선동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한 사례는 생각보다 많다. 가짜뉴스가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드는 심각한 사회적 재앙이라는 인식은 상당하게 공감할 부분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생각하는 가짜뉴스 진앙지, 그러니까 허위 정보를 생산하거나 확대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곳은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과 차원이 달랐던 것 같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유 중 하나로 부정선거론을 들고나온 것만 봐도 그렇다. 부정 선거 의혹을 확대 재생산해 온 극우 유튜버의 주장을 상당하게 믿고 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대통령이 극우 유튜브에 심취해 있다는 정황은 일찍부터 감지됐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2025년 1월 1일 한남동 관저 앞에서 윤 대통령은 계엄을 옹호하고 탄핵을 반대하는 집회 참가자들에게 “실시간 생중계 유튜브를 통해 여러분께서 애쓰시는 모습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을 지지하는 여론을 동원하고 집회 참가자들을 결집시키려는 정치적 메시지였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유튜브 채널로 여러분의 모습을 보고 있다고 말한 것은 신문이나 방송 매체와 같은 언론보도는 부정하거나 신뢰하지 않는다는 메시지이기도 했다. 1월 15일 윤 대통령이 체포되기 직전에는 관저를 찾아온 국민의힘 정치인들에게 “기존 언론(신문이나 방송) 대신 유튜브를 많이 볼 것을 권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왜냐하면 기존 언론이 너무 편향적이기 때문에 유튜브에서 잘 정리된 정보를 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사상가인 월터 리프먼은 1922년 그의 저서 ‘여론’에서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세상에 관해 얼마나 간접적으로밖에 알고 있지 못한지 깨닫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우리가 알았어야 하는 세상과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이 엄청나게 모순되는 별개의 것임을 깨닫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환경은 너무 거대하고 너무 복잡한데다 직접 인식하기에는 너무 빨리 지나가 버리기 때문에 제대로 감지하고 이해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언론이 있지만 탐조등 불빛과 같아서 인간은 이 빛에만 기대서는 세상일을 다 알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사람은 자신만의 안정된 빛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그 힘은 단순하거나 고정적이지 않다. 그래서 자신의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앞세워 세상을 판단하지 않도록 반복해서 성찰할 필요가 있다. 윤 대통령은 자신이 세상을 보는 창으로 유튜브를 선택했지만 이것이 더 극단화하고 편향될 수 있음을 간과했다. 윤 대통령의 망상이 우려스러운 수준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느긋이 잘 자고 일어났다. 어젯밤 외롭지 않도록 친구가 보내준 음악을 듣고 마음을 정리한 결과이다. 잘 자면 다음 날 아침 기상이 상쾌하고 마음의 결이 부드럽다. 세상 또한 잘 살면 죽음 또한 그럴 것이다. 옷을 갈아입고 오래도록 내 자리요 세상에서 사라질 때까지 머물고 싶은 책상 앞에 앉았다. 멀리서 사는 아이들과 내게 강의를 받는 회원에게 덕담 문자를 보내고 산길로 들어섰다. 걸으며 생각하며 때로는 산속 의자에 앉아 명상에 잠기기도 한다. 학교생활을 끝내고 서울로 가서 고생하던 때였다. 나 없는 줄 알면서도 시골집을 찾아가 어머니에게 명태를 선물로 드리며 손을 꼭 잡고 위로해 주고 돌아갔다는 배 업 선생이 떠오른다. 내 집 마련할 때 적금을 해약하여 자금을 빌려준 고향 친구도 생각난다. 속으로 이 친구를 만나서 그 말하며 식사라도 하리라고 마음먹고 메모를 한다. 그리고 내가 이 땅에 와 발붙이고 살겠다고 고민하며 힘들어 할 때 손을 내밀어준 분들을 생각하며 사람이 제 혼자 사는 것 아님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새 아침이다. 집으로 돌아와 올해의 독서 계획을 생각해 본다. '유머가 인생을 바꾼다'는 책을 읽고 있었다. 그 책 속에는 일찍이 세계적으로 175개국에 회사를 설립하여 경영하는 IBM 창설자 톰 왓슨 회장 이야기가 있다. 회사의 한 간부가 위험부담이 큰 사업을 벌였다가 천만 불이 넘는 엄청난 손실을 냈다. 그가 왓슨 회장에게 불리어 갔다. 간부사원은 죽어가는 소리로 “사표는 써왔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왓슨 회장은 당치도 않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지금 농담하는 건가? IBM은 자네의 교육비로 무려 천만 불을 투자했단 말일세” 했다고 한다. 아이비엠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데는 톰 왓슨 회장의 탁월한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유머 같은 진실이 있었다는 것이 돋보였다. 돈 잃고 속 좋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손해비용 = 교육비용’이라는 넉넉한 유머 감각으로 간부의 실수를 끌어안았기에 돈은 잃었지만, 사람은 잃지 않았다. 그리고 유머 카리스마라는 전설 같은 절대적인 권위를 남겼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지배적인 지위에 있는 사람이나 살아남으려 전전긍긍하는 사람이나 끊임없이 자기가 필요한 수준 이상으로 욕망을 재생산한다. 동물 중에 먹을 만큼 먹어서 배가 부른데도 토할 때까지 더 먹는 생명은 사람과 양이라고 한다. 뱀은 토끼 한 마리를 삼키면 소화가 되는 한 달 내내 꼼짝도 안 한다고 한다. 뱀의 해이니 먹을 만큼만 먹었으면 싶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정치적 사회의 가장 큰 암 같은 권력도 누릴 만큼 누렸으면 남 말 듣지 말고 내려놓을 줄도 알았으면 좋겠다. 정치적 재난이랄까. 1970 - 80년대의 한강의 기적이 나이든 세대와 같이 저물어가는 황혼의 시대 같은 느낌이 든다면 잘못된 판단일까. 5·16, 5·18 때의 폭력과 희생을 소환하는 것 같은 일은 다시 없기를 정갈한 마음으로 기원해 본다. 새해 나의 특별한 독서 계획은 없다. 단 한 가지, 역사적 가치가 있는 소설과 유머에 관한 책을 읽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역사학자 린 헌트는 인권이 18세기에 ‘발명’되었다고 한다. 그는 '인권의 발명'에서 ‘미국독립선언’과 프랑스의 ‘인간과 시민의 권리 선언’의 기원이 대중소설이라고 했다. 문학이 인간의 권리를 ‘발명’하고 사회를 변혁시켰다는 역사학자의 말에 나는 귀를 기울인다. 우리나라에서도 일찍부터 고대소설을 보면 약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연민하며 삶의 가치관의 의문을 품게 했다. 그리고 소설은 대중들에게 균형 감각과 공감 능력을 향상하는 교육의 효과가 컸다. 책을 읽는 사람은 읽기 전의 자기와 달라져야 한다. 도스토옙스키는 인간의 가장 깊은 곳에 존재하는 악에 관한 것과 비천하고 혐오스러운 인간을 어떻게 사랑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 고민한 대 작가이다. 그래서라기보다 올해 뱀의 해에는 적게 먹고 마시며 역사적인 소설을 주로 읽어보겠다는 생각이다. 죄 없는 존재로 남기 위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