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서 사업을 중단하는 소상공인이 새로 개업하는 소상공인을 크게 앞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생태계는 그 국가사회의 건강성을 판별하는 결정적인 척도라는 측면에서 이는 예사 문제가 아니다. 일단은 시중 경기의 한없는 하락이 주요 원인으로 보이지만, 제도적인 허점이나 약점이 작용하는 것인지 면밀하게 살펴볼 지점이 있어 보인다.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할 시점이다.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이 발간한 경기도 소상공인 경제 이슈 브리프 ‘2024년 상반기 경기도 소상공인, 개업보다 많은 폐업’에 따르면 폐업률이 크게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경기도 소상공인 점포 수는 2020년 상반기 447,259개에서 2024년 493,413개로 증가했지만 2023년부터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2024년에는 폐업률이 개업률을 앞지른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개업 점포 수는 2020년 34,188개에서 2024년 33,213개로 감소했으며, 폐업 점포 수는 2022년 21,753개에서 2024년 상반기 33,555개로 늘어나 같은 기간 폐업 점포 수는 무려 54.2%나 증가했다. 경기도 소상공인 점포의 개업 대비 폐업 비율은 2022년 0.59에서 2024년 1.01로 상승했다. 비율이 '1'을 넘어섰다는 것은 새로 문을 여는 점포보다 문을 닫는 점포가 더 많아졌음을 비율로 보여준다. 특히, 소매업은 전체 46개 생활밀접업종 중 36개 업종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하며 업계 내 심각한 위기를 나타냈다. 경기도 31개 시군의 2024년 상반기 개업률은 과천시와 가평군을 제외한 모든 시군에서 전년동기 대비 감소했으며, 부천시는 5.97%p로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폐업률은 하남시(7.33%), 화성시(7.12%), 평택시(7.11%)가 높게 나타났다. 또한, 31개 시군 중 13개 시군에서 개업 대비 폐업 비율이 ‘1’을 넘겼다. 부동산 중개 및 대리업, 가방 및 기타 가죽제품 소매업 등 6개 생활 밀접업종이 도내에서 개업 대비 폐업 비율이 가장 높은 업종으로 확인됐다. 대한민국은 ‘소상공인·자영업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의 비중이 매우 높은 나라다. 자영업 비중이 높은 이유는 선진국 수준의 고용·복지망이 구축되지 못한 그 빈틈을 소상공인과 자영업 경제가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은퇴자와 조기 퇴직자의 재취업도 소상공인과 자영업 경제가 도맡아 하고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소상공인의 사회경제적 가치를 고려하지 않고 단지 보호와 지원의 대상으로만 간주하며 소상공인 관련 정책을 건성건성 수립해온 게 사실이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의 연구 결과 소상공인의 사회경제적 가치가 상당히 높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소상공인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생산유발효과 총합은 1,546조원으로서 전체 경제 산출의 35.4%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가가치 유발효과도 642조 원으로 전체 경제 부가가치의 33.8%에 달한다. 취업 유발효과도 전체 취업자 수 대비 47.2%, 고용유발효과는 전체 피고용자 수 대비 40.6%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경기도에서 소상공인 폐업률이 고공행진하고 있다는 것은 구멍 난 고용·복지망으로 인해 자영업으로 내몰린 도민들이 혹독한 불경기 등의 한계에 부딪혀서 막다른 골목에 몰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뜻이다. 먹고살 길을 찾느라고 시작한 사업이 성공은커녕 빚더미만 남기고 끝나는 일이 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회안전망 확보 차원에서도 이런 현상은 방치돼서는 안 된다. 관계 당국은 하루빨리 소상공인들을 실패와 절망의 늪에서 구출할 실효적인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언 발에 오줌 누기’식의 미봉책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은퇴자와 조기 퇴직자들이 낭떠러지인 줄 모르고 자영업 쪽으로만 몰려가는 이 비극의 행렬을 언제까지 구경만 할 참인가.
연말연시. 소외된 사람들이 가장 춥고 외로움을 느끼는 시기이다. 그들이 품위 있고 유쾌한 한때를 보내도록 특별한 손길이 필요하다. 이를 몸소 실천한 인물이 있다. 아르망 마르키제(Armand Marquiset)다. 이 프랑스인은 20세기 사회사의 핵심 인물이다. 그는 사람들의 관대함을 동원해 크리스마스시즌에 노인들이나 취약 계층이 홀로 남겨지지 않도록 ‘가난한 이들의 작은 형제회(Petits Frères des Pauvres)를 설립했다. 이 ‘작은 형제회’는 크리스마스이브 연대 행사를 조직할 뿐만 아니라 자원봉사자들의 지원을 받아 연중 내내 노인들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음으로써 꾸준한 명성을 쌓아 왔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활발히 진행된 홍보 캠페인은 당시 프랑스의 아파트와 주택, 도시와 시골의 호스피스에 숨어 있는 소리 없는 고통에 대한 사회의 무관심을 일깨우기에 충분했다. 마르키제는 수도원을 자주 방문하는 신비주의자로 예술을 즐기는 귀족이었다. 이런 그가 소외계층을 위해 헌신할 수 있었던 건 할머니의 영향이 컸다. 남작 부인이었던 그의 할머니는 1차 세계대전에서 남편과 외아들을 잃었다. 동병상린 때문이었을까. 그녀는 전쟁에서 아들을 잃고 무일푼이 된 병사들의 부모를 돕기 위해 재단을 설립했다. 할머니를 좋아한 마르키제는 그녀를 도우며 가난을 처음 접하게 됐다. 서른 살에 할머니를 여읜 그는 큰 충격을 받아 음악을 포기하고 ‘가난한 이들을 위해 헌신’하기로 결심했다. 어느 겨울 저녁, 배식 봉사를 가던 마르키제는 가난으로 고통 받는 학생들과 예술가들을 만났다. 그들을 위해 그는 ‘살아있는 영혼을 위하여’라는 협회를 설립했다. 곧 한계에 봉착한 그는 루르드로 자전거 여행을 떠났다. 거기서 숙식을 구걸하며 가난을 몸소 체험했다. 마르키제는 공주, 공작부인, 남작부인 등 아낌없는 후원자들을 모으기로 작정했다. 이때 그는 기부자들에게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 그들이 더욱 관대해지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따라서 인맥을 이용해 사냥, 자선공연, 경매를 조직해 큰돈을 모았다. 하지만 그는 빈자와 부자 사이를 오가며 매우 불편함을 느꼈다. 그는 모순적인 세상을 괴로워하며 절대자를 꿈꿨다. 1939년 마흔을 앞 둔 마르키제는 파리 노트르담에서 기도할 때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온전히 바치기로 결심하면서 평화를 찾았다. 2차 대전 후 재건이 한창인 프랑스는 노인들을 방치했다. 그들을 위해 마르키제는 1946년 ‘가난한 이들의 작은 형제회’를 설립했다. 항상 창의적이었던 그는 최초의 크리스마스 소포를 배포하고 ‘작은 형제의 크리스마스트리’를 위한 모금함을 곳곳의 상점에 비치했다. 후에 그는 자신이 태어난 몽기셰 성을 개조해 고립된 노인들이 휴가를 보낼 수 있도록 했다. 다이아몬드식(결혼 60주년 기념식)을 맞은 노부부에게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선물하기도 했다. 어떤 이들은 그의 사치스런 행동에 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나 그는 ‘가난한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가장 필요한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모토를 갖고 있었다. 그는 노인들에게 수프보다 꽃을 먼저 주고 다이아몬드를 선물했다. 노인들은 이 보석을 세상 하직하는 날에도 간직했다. 인간은 빵만으로 살 수 없다. 가난한 이들에게 밥 대신 꽃을 줬던 마르키제의 발상에 신선한 충격을 넘어 진한 감동을 받는다. 여러분 중에 여유 있는 분은 올 크리스마스에 한국판 마르키제가 되어 보시라. 가난한 이들에게 가장 원하는 것을 줄줄 아는 사람. 이 얼마나 멋진가!
백화점, 대형마트, TV홈쇼핑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또다시 납품업체에 수수료 덤터기를 씌우기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대형유통업체 판매수수료율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대형 유통업체들이 납품업체에 부과하는 수수료율이 지난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유통업체 각종 비용의 수취 과정에 불공정행위가 없는지를 정밀 분석해 강력하게 시정해야 한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힘없는 납품업체를 약탈해서야 될 말인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업태별 실질 수수료율은 TV홈쇼핑 27.3%, 백화점 19.2%, 대형마트 18.0%, 아울렛·복합쇼핑몰 12.8%, 온라인쇼핑몰 11.8%로 집계됐다. 실질 수수료율은 업태별로 대규모 유통업자가 납품‧입점 업체로부터 받은 수수료 금액과 추가 부담 비용(판촉비‧물류비 등)의 합을 상품 판매총액으로 나눈 값을 말한다. 2022년까진 대다수 업태에서 실질 수수료율 하락 추세가 뚜렷했지만, 작년에는 대부분의 업태에서 수수료율이 상승하거나 하락 폭이 둔화했다. TV홈쇼핑의 경우, 2019년 29.1%였던 실질 수수료율이 2020년·2021년엔 29.2%로 소폭 상승했다가 2022년에는 27%로 2.2%포인트(p) 내렸다. 하지만, 2023년에는 27.4%로 다시 상승했다. 백화점은 2019년 21.1%에서 2022년 19.1%까지 하락했던 실질 수수료율이 2023년엔 19.2%로 상승 전환했다. 대형마트도 2019년부터 2022년까지 19.4%→18.8%→18.6%→17.7%로 매년 하락했으나, 작년엔 18.0%로 다시 올랐다. 백화점은 AK플라자(20.4%)→롯데백화점(19.6%)→신세계백화점(19.4%) 순으로 실질 수수료율이 높았다. 대형마트의 경우 이마트가 19.2%로 가장 높았고, 홈플러스(17.9%), 하나로마트(17.5%), 롯데마트(16.6%) 순이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실질 수수료 격차는 무려 2.6%p나 됐다. 온라인쇼핑몰에선 쿠팡의 실질 수수료율이 29.8%로 가장 높았다. GS SHOP이 11.2%로 2위였고, 카카오(선물하기)가 10.0%로 3위였다. 다만 쿠팡은 납품업체의 상품을 보관·배송하고 고객서비스를 대신하는 서비스가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다른 이커머스 업체의 특약 매입과 차이가 있다고 공정위 관계자는 설명했다. 납품업체들은 수수료 이외에도 판매촉진비, 물류배송비, 서버이용비, 기타비용 등을 추가로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태별 납품업체의 추가 부담비용 비율은 편의점(7.8%), 대형마트(4.2%), 온라인쇼핑몰(4.0%), TV홈쇼핑(1.0%), 백화점(0.3%) 순이었다. 닫힌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 많은 유통업체가 경쟁적으로 할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자극하기 위한 역대급 할인, 최저가 가격 등 자극적인 문구와 함께 치열한 가격 경쟁이 벌어지는 중이다. 가계 경제가 어려워지는 상황 속에서 소비자들에게는 나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유통구조에서 을(乙)일 수밖에 없는 납품업체는 함께 웃지 못하고 있다. 대다수 납품업체의 희생에 가까운 손해가 동반되는 까닭이다. 유통업체가 판매촉진 행사 등에 투입되는 비용을 납품업체에 전가하는 악습도 완전히 개선된 게 아니다. 제도적으로는 납품업자의 판촉 비용 분담 비율이 50%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버는’ 폐습은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 방치하면 유통 질서를 무너뜨리고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치명적인 손해를 안길 수도 있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에 담긴 숨은 뜻을 되새길 때다. 관계 당국의 철두철미한 감시와 실효적인 대응책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모두가 행복한 유통구조를 갖추기 위한 노력은 한시도 중단돼서는 안 된다.
말은 달려보아야 그 힘을 알고 사람은 겪어봐야 진면목을 알 수 있다는 것은 고전의 교훈이요. 우리들 체험적 삶의 진실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견뎌내는 일이다. 한 문장으로 쉽게 표현한다면 ‘삶 = 인내’라는 등식이다. 지금껏 내 삶은 작은 물웅덩이 하나쯤 될 만한 눈물을 흘리는 길이었다. 그래서 인생은 제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데 동의하며 살아갈 이유가 되기도 했다. 또한 모든 것을 단념하고 산속으로 들어가 오두막살이를 할 결단도 버팀의 의지와 능력도 부족했다는 것도 사실이다. 사람은 제 각각의 인생을 살게 되어 있다. 성공과 실패는 세상의 가치로 판단하는 것. 내가 살아오면서 공부한 인문학과 철학을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진정한 철학은 인문학과 공존하게 된다. 인문학은 자유와 평등한 인간애를 생각하는 휴머니즘적 삶의 가치를 소중히 하는 학문이요 공부이다. 그런 가운데 인간으로서 도리를 생각하며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어느 날, 나는 내 어머니와 외할머니 그리고 그 윗대 조상들은 어떻게 웃음과 친해질 수 있었으며 허허 허! 하는 마음가짐으로 삶의 무게를 지탱해 왔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또한 헛웃음이든 가짜 미소든 지성적인 유머와 해학이든, 입 꼬리를 올리고 웃는 자작웃음이든 웃음이 생활과 순간의 비타민이요 감정의 소화제가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한국인의 해학과 익살의 탈, 사랑방 유머와 지구촌의 위트' 욕도 시로 읊은 '김삿갓의 지혜로운 유머' 등을 관심 있게 읽고 스스로의 내적 평화를 위한 시동을 걸기도 했다. 그 중 김삿갓의 토속적인 고품격 지혜로운 웃음을 한 토막 소개 한다. 시제는 「욕도 시로 읊는 여유」이다. 날이 어두워 김삿갓이 어느 부잣집을 찾아들었다. 까다롭고 인색한 주인에게 천대를 받은 김삿갓은 하룻밤을 푸대접 속에 보내고 떠나면서 주인에게 ‘제가 가진 게 없어 드릴 것은 없고 시나 한 수 지어드리고 가겠다고 했다. 주인 영감은 시큰둥한 얼굴로 맘대로 하라는 것이었다. 김삿갓은 붓을 들고 써나갔다. 天脫冠而得一点 (천탈관이득일점) 천(天)자가 모자를 벗고 점을 하나 얻어 달았고, 乃失杖而橫一帶 (내실장이횡일대) 내(乃)는 지팡이를 잃고 허리에 띠를 둘렀구나. 주인 영감은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어 낑낑대다 나중에 시를 잘 아는 사람을 통해 그 뜻을 알고는 길길이 날뛰며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그 뜻은 천(天)자가 모자를 벗고 점을 하나 얻었으니 개 견(犬)자이고/ 내(乃)자가 지팡이를 잃고 허리에 띠를 둘렀으니 아들 자(子)자를 가리키는 것. 한마디로 ‘개자식’이라는 뜻이었다. 오래 된 대중가요에는 ‘나그네 설움’ 이라는 노래가 있다. ‘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처 없는 이 발길…’ 로 시작 된다. 삶은 걷는 것인가 싶다. 나그네는 시름겨워 걷고, 인생은 풀길 없는 그 무엇을 생각하며 걷는다. ‘직립한 인간’이라는 뜻의 호모에렉투스라는 이름을 얻게 된 두 번째 인류로서 원인(原人)은 150만 년 전에 등장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호모에렉투스에서 호모사피엔스로 진화 할 수 있었던 것은 ‘걷기 덕분’이었으며 직립보행이 생존에 필요한 지혜로 이어졌다고 한다. 걷는다는 것은 가장 인간적인 몸짓인 것 같다. 걷는 순간은 인간으로서 겸허한 기도의 시간이 되기도 한다. 나는 슬프고 우울할 때는 하늘을 보면서 걷는다. 사랑하는 사람이 그리울 때는 그의 이름을 부르기도 한다. 눈이 내렸을 때는 길가 언덕에 ‘어머니!’라고 써놓고 크게 한번 불러본 뒤 걷기도 한다. 내 다리로 우주의 중심에 서서 자연을 즐기면서 숲 속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마냥 감사하기만 하다. ‘말은 달려보아야 그 힘을 알 수 있고 사람은 겪어봐야 진면목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나는 아침 일찍 숲속을 걸으면서 참된 나를 만나 대화하며 삶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순간의 기쁨을 맞이하게 된다. 이 글의 제호와 첫 문장도 길 위에서 탄생되었다. 나는 이렇듯 길 위에서의 창조적 생각의 탄생을 기대하며 오늘도 그 길을 걷고 있다.
오늘날의 박물관은 단순히 유물을 수집하고 전시하는 공간이 아닌,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살아 숨쉬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는 스페인 빌바오(Bilbao)시에 건립된 구겐하임박물관(Guggenheim Museum Bibao)을 들 수 있다. 박물관은 1997년 개관하자마자 세계적인 명소가 되었고, 쇠퇴하던 공업 도시 빌바오를 단숨에 문화의 도시로 탈바꿈시켰다. 우리 지역에 박물관이 생긴다는 것은 빌바오 지역 사례처럼 다양한 문화 혜택을 누리게 될 뿐만 아니라,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널리 알리고 지역 구성원으로서 자긍심과 자부심을 가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필자가 포천에 처음 왔을 때, 교육자로서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학생들이 마음껏 누릴 수 있는 문화 공간이 부족하다는 사실이었다. 학생들이 포천의 역사와 전통을 온전히 느끼고 체험하며, 이를 바탕으로 창의적으로 자신만의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 왔다. 최근 백영현 포천시장님께서 포천 시민 모두가 풍부한 인문환경을 누리며 경험할 수 있도록 ‘품격 있는 인문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민선 8기 공약사업 중 하나로 ‘포천시립박물관 건립’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 반가움과 기대감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다. 포천시립박물관은 단순한 랜드마크를 넘어 포천 교육 전반에 깊이 있는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박물관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은 학생들에게 생동감 넘치는 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특히 포천의 고유한 유물을 활용한 교육 콘텐츠는 학생들이 지역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더불어 박물관 교육 프로그램은 학교교육과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포천의 교육환경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또한, 박물관은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설계하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전시회 유물 해설을 돕는 도슨트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은 문화를 향유하고 봉사 경험을 쌓게 될 뿐만 아니라, 학예사, 보존처리사, 역사 텔러 등 다양한 전문가들과의 만남으로 학생들이 이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진로를 꿈꾸게 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더 나아가, 박물관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의 평생학습을 지원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지역문화 강좌, 역사 세미나 등 다양한 교육 활동이 박물관에서 이루어져, 학생들의 부모와 지역 주민들이 함께 학습에 참여할 수 있게 되고, 이를 통해 지역 공동체의 교육과 문화 수준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포천시립박물관은 포천교육에 다방면으로 공헌할 수 있는 중요한 시설로, 누구나 찾아오고 싶은 문화와 교육의 중심지로 성장할 원동력이 될 것이다. 따라서 포천시는 시립박물관 건립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물론 설립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그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해 포천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담아내면서도 교육의 중심이 될 포천시립박물관이 하루빨리 건립되기를 기대한다.
현재 우리 사회는 혼돈에 빠져있다. 국가와 국민 앞에 잘못한 사람이 너무 많다. 연일 뉴스를 보고 있자니 가슴이 두근거리고 어지럼증이 지속된다. 국민을 혼란하게 만드는 위정자들의 모습에 심히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렇게 어려운 시국이지만 저 멀리에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국을 다시 한번 세계에 각인시킨 한강 작가의 아름다운 모습과 추운 날씨지만 저마다 개성 있는 응원봉을 들고 거리로 나와 우리나라가 정상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외침 덕에 우리는 비상계엄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기 자리를 지키며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이제 결론으로 치닫고 있는 정국 속에서 과거의 경험상 우리는 이제까지의 잘잘못을 따지는 혼돈의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변명을 난발하는 위정자들의 모습을 많이 보게 될 것이다. 이렇게 어지러운 순간이 오기까지 위정자들에게는 사과의 기회가 많았다. 그러나 제대로 사과한 경우는 기억나지 않는다. 개탄스럽다. 이런 마음을 담아 사과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국어사전에서 볼 수 있듯이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빈다는 의미의 사과는 상대방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중요한 소통 방법이다. 성숙한 사과를 통해 실수를 인정하고 잘못의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개선하는 자세는 상대방에게 긍정적 이미지를 전달한다. 더 나아가 기업과 같은 조직에서 여러 형태로 행해지는 사과는 매우 중요한 위기관리가 된다. 사과는 사과하는 당사자, 사과의 내용, 사과의 전달방식이 그 구성요소이다. 사과하는 당사자는 구체적으로 사과해야 하는 대상을 정하고, 직접적으로 사과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직접적인 표현이 어렵다면 편지 등을 활용해서라도 빠르게 사과하는 게 필요하다. 그리고 사과의 내용에는 다음의 내용이 담겨 있어야 한다. 첫째, 잘못의 인정이다. 자신의 잘못을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인지하고,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더불어 상대방의 감정을 불편하게 했거나 다른 피해가 발생한 것에 대해 빠르게 이를 인정해야 한다. 둘째, 어떤 형태로든 피해당한 상대방의 감정을 깊이 이해하고 공감해야 한다. 셋째, 진심으로 사과를 표현해야 한다. 언어적, 비언어적 표현에서 진정성을 담아 사과하는 마음이 잘 전달돼야 한다.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 형식적인 사과는 상대방의 좋지 않은 기분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넷째, 잘못에 대한 책임을 수용하고, 문제해결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다섯째,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 사과할 때 주의할 점도 있다. 사과할 때는 명확하고 간결한 언어를 사용한다. 변명하거나 자신의 잘못을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라 모호하지 않은 분명한 언어로 깔끔하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 또한 사과 후에는 상대방의 이해를 강요하거나 재촉해서도 안 된다. 상대방도 사과를 받은 후 자신의 감정을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서로 간에 안 좋은 마음이 쌓이지 않도록 작은 실수라도 바로 사과하는 모습이 중요하다.
“비상계엄 조치는 대한민국 헌정 질서와 국헌을 망가뜨리려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망국의 위기 상황을 알려드려 헌정 질서와 국헌을 지키고 회복하기 위한 것” “지금 야당은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한다며 광란의 칼춤을 추고 있다” “국정 마비의 망국적 비상 상황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국정을 정상화하기 위해, 대통령의 법적 권한으로 행사한 비상계엄 조치는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라는 궤변에 가까운 말까지 쏟아내며 끝까지 싸우겠다던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결국 직무정지 당했다. 여당의원들조차도 윤 대통령이 자진 하야 의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탄핵 찬성으로 돌아섰다. “탄핵 대신 질서 있는 퇴진”을 주장하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탄핵 말고는 사실 대통령 권한을 뺏을 방법이 없다”며 표결 참여를 독려했다. 한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이틀 앞둔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은 탄핵으로 대통령의 직무 집행 정지를 시키는 것이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이라며 당론으로 탄핵에 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이 2∼3월 퇴진하고 4∼5월 조기 대선을 치르는 이른바 ‘질서 있는 퇴진‘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12일 긴급 대국민 담화를 열고 지난 3일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하면서 수용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지난번 담화에서 임기 등의 문제를 당에 일임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어긴 것이다. 이에 한 대표가 “대통령이 조기 퇴진에 응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탄핵안에 당론으로 찬성 투표하자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을 군 통수권을 비롯한 국정운영에서 즉각 배제돼야 한다면서 “그 유효한 방식은 단 하나뿐”인 탄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회의장에 출석해 소신과 양심에 따라 표결에 참여하라고 호소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회를 접한 대다수의 국민들 역시 참담하다는 반응이었다.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 우원식 의장의 말처럼 국회에 경고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는 것은 민주주의 헌정질서에서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민주주의 헌정질서를 파괴해도 된다는 것이고, 국민 기본권을 정치적 목적의 수단으로 삼아도 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3일 대통령의 느닷없는 계엄령 선포에 이어 무장한 특수부대 군인들이 민의의 전당인 국회로 난입하던 광경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여당의 진종오 최고위원조차도 “21세기, 세계 10위권의 문명국에서 일어난 일이라고는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며 두 번 째 탄핵소추안 투표에 참여해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지난 7일 첫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찬성표를 찍은 안철수·김예지 의원에 이어 첫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졌다고 밝힌 바 있는 김상욱 의원과 진종오·조경태·한지아 의원도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후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국민의 힘 의원은 점차 늘어났고 결국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것이다. 12일 윤 대통령의 긴급 담화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국민들은 혹시 ‘하야 발표인가‘하는 기대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역시나...’였다. 야당의 행태가 불만스럽다고 그야말로 ‘아닌 밤중’에 비상계엄을 선포해버리는 대통령이 어느 나라에 또 있을까? 역사와 국민 앞에 죄인이 될 수 없다는 자괴감에 괴로워한 많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탄핵 찬성으로 돌아선 것은 사필귀정이다. 윤 대통령의 탄핵은 완성된 것이 아니다. 앞으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국회와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하루빨리 나라를 안정시켜 제 궤도에 다시 올려놓는 것이다. 특히 군통수권을 비롯, 안보와 민생 경제, 외교의 불확실성을 해소시키고 대한민국이 정상적으로 가동되도록 힘을 합쳐주길 바란다.
우리 헌법은 대통령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제77조 제1항).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영장제도나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에 관하여도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제3항). 계엄을 해제하려면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하다(제5항). 즉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고, 비상계엄을 선포하면 심지어 언론의 자유와 같은 기본권에 대해서도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고, 국회 재적의원의 과반수가 모여야 겨우 계엄을 해제할 수 있다. 다른 나라 헌법도 이런가? 독일의 기본법에서는 방위상의 긴급사태(Verteidigungsfall)에 대해 정하고 있다. 그러나 방위상의 긴급사태는 ‘연방영역이 무력으로 공격받거나 또는 그와 같은 공격의 직접적인 위험에 직면’한 경우로 한정되고, 방위상의 긴급사태의 결정 자체를 의회가 한다. 연방하원의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을 포함하는 출석의원 2/3 이상의 득표나(독일 기본법 제115a조 제1항), 연방하원의원과 연방상원의원으로 구성된 합동위원회의 2/3 이상의 득표가 있어야 방위상의 긴급사태를 확정할 수 있다(제115a조 제2항). 방위상의 긴급사태 하에서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은 없다. 연방하원은 언제든지 연방상원의 동의를 얻어 연방대통령이 긴급사태의 종료를 선포하게 할 수 있다(기본법 제115l조). 방위상의 긴급사태에 관한 규정도 상세하게 되어 있어서, 제115a조부터 제115l조까지 11개 조문이 있다. 우리 헌법 제77조는 독일의 기본법 제115조보다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의 헌법 제48조 제2항을 닮았다: “국가 내에 있어서 공안의 안녕질서에 중대한 장해가 발생하거나 또는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에는 국가 대통령은 공공의 안녕질서를 회복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하고 필요할 때에는 병력을 사용할 수 있다. 이 목적을 위하여 대통령은 일시적으로 제114조(인신의 자유), 제115조(주거의 불가침), 제117조(우편의 자유), 제118조(언론출판의 자유) 제123조(집회의 자유), 제124조(선거의 자유) 및 제153조(소유권)에 정한 기본권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정지할 수 있다.” 바이마르 공화국 대통령들은 헌법 제48조 제2항의 비상 권한을 남용했고, 이는 나치당의 집권으로 이어졌다. 전후 독일은 바이마르 헌법의 실패를 교훈 삼아 1949년 기본법을 제정할 때 국가긴급권에 관한 규정 자체를 두지 않았다가, 이후 기본법을 개정하면서 방위사태와 국내긴급상태에 관한 조항을 만들면서도 의회의 통제 하에 두었다(백윤철, 독일의 국가긴급권, 세계헌법학회). 우리 헌법도 한시바삐 개정되어야 한다. 계엄에 대한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고 국회의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국회의 계엄 해제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 규정을 더욱 상세하게 해야 한다. 특히 영장제도와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비롯한 기본권은 계엄이 선포되더라도 쉽게 제한할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
어처구니없는 셀프 친위쿠데타로 정국이 안개 속이지만, 차라리 이번 기회에 한국 민주주의가 제대로 재건될 기회가 된다면 전화위복일 것이다. 할 말은 많지만, 올해가 넘어가기 전에 꼭 기록해야 할 일이 있다. 2024년은 우리 근대사 최고의 인물인 수운 최제우가 태어난 지 200주년의 해이다. 그의 학문 세계를 전공하는 연구자는 물론 한국적 윤리관과 민주주의 이념, 생명·생태사상. 페미니즘, 어린이 운동 그리고 소외된 이웃의 아픔을 함께하는 법을 깨달은 모든 이들이 경축해야 하는 해이다. 필자는 단연코 수운 최제우를 우리 근대 최고의 인물이라고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한국의 근대 이후 학문적으로나 운동적 측면으로나 그의 영향을 받지 않는 분야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수운 최제우는 경주에서 유력한 선비의 자제로 태어났지만, 서자라는 신분적 한계 때문에 높은 학식을 가졌음에도 과거를 치를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좌절한 그는 주유천하 하던 중 도탄에 빠져 유랑민화 되는 백성들과 중국 중심의 세계관마저 몰락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더이상 성리학으로는 조선을 구할 방도가 없다고 판단해 새로운 학문을 만드니 그것이 1860년에 등장하는 동학(東學)이었다. 동학은 모든 사람은 하늘을 모신 위대한 존재라는 진리로 만민평등적 사고를 전파하니 우리의 고유의 독창적 철학이자 사상의 탄생이었다. 동학이 창도 됨으로써 우리는 자발적 의지로 전근대를 넘어 근대를 맞이한 국가가 되었고, 서구 열강의 무력을 앞세운 침략에 대항해 자주적 독립국가의 틀을 만들 명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동학은 한국 민족주의 사상과 운동의 효시라고 할 수 있다. 수운은 동학을 몸소 실천하니 자기 집의 여종 두 명을 해방시키고 그중 나이가 든 여종은 며느리로, 어린 여종은 수양딸로 삼았다. 그의 행적에 감동한 수많은 사람이 그를 뵙고자 모여들자 죽임을 예감하고 서둘러 자신이 깨달은 바를 정리하기 위해 남원으로 피신해 위대한 [동경대전]과 [용담유사]를 저술하였다. 경주로 귀향한 뒤 체포되어 처형당했지만, 그가 남긴 동학은 한국 근대를 열었다. 저 유명한 동학혁명과 3.1혁명 그리고 일제하의 독립운동과 해방 이후의 민주화운동과 통일운동까지 그 연원은 동학에서 출발했다고 한다면 과언일까. 오늘 한국 고유의 문화와 사고를 바탕으로 창도된 동학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한국의 대표적 사상이자 정신이다. 한류가 유행하는 이즈음 한류의 최종단계라고 할 수 있는 우리의 정신문화로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있다면 단연코 동학이다. 수운 최제우는 앞선 세대의 지식인이었던 실학자들이 개혁을 주장했지만, 책상물림에 머무른 데 비해 그는 자신이 깨달은 바를 들고 그대로 민중 속으로 들어갔다. 그가 가장 사랑했던 대상은 언제나 억압과 탄압의 대상이었던 민중이었다. 그들 가슴 속에 위대한 자각을 심어주어 스스로 나서서 보국안민(輔國安民, 나라를 보하고 백성의 안전을 지킴)과 이상적 지상천국 건설의 주역이 될 것을 역설하였다. 우리의 근현대사가 언제나 민중이 주체이고 역사의 주인공이었던 연원은 수운 최제우의 동학이었다. 오늘 여의도 국회 의사당을 울리는 우리의 함성은 동학의 함성이다. 수운 최제우 탄신 200주년을 어쩌면 이렇게도 정확히 맞혀서 축하하는가 말이다.
대형창고형 매장이나 온라인 중고마켓 등 다양한 방법으로 유명 브랜드를 도용한 위조상품, 일명 짝퉁 제품을 판매한 일당이 상표법 위반으로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에 적발됐다. 짝퉁 제품 제조·유통은 상거래 질서를 어지럽히고, 나아가 산업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경제범죄다. 국내는 물론 중국 등 가짜 수입품에 이르기까지 반드시 발본색원해야 할 독버섯이다. 촘촘한 감시망과 강력한 단속으로 완전히 차단할 방안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경기도 특사경이 11일 발표한 수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2월~11월) 15명의 범죄 피의자 검거 과정에서 압수한 위조상품은 의류, 골프용품, 향수, 액세서리 등 총 6158점, 정품가 기준으로 23억 원 상당이다. 도용 브랜드는 샤넬, 루이뷔통, 말본, 타이틀리스트, 나이키, 몽클레르, 버버리 등 20여 종이다. 품목별로는 의류 4841점, 향수·선글라스 233점, 액세서리(가방·신발·벨트 등) 1084점 등이다. 주요 적발 사례를 살펴보면, 피의자 중 4명은 대형 유통·보관 창고에서 누리소통망(SNS) 실시간 방송을 이용해 위조상품을 대량으로 판매했다. 특사경은 이곳에서 정품가액 14억8000만 원 상당의 위조상품 3507점을 압수했다. 또 다른 피의자들은 스크린골프장과 골프의류 등의 도소매업을 운영하면서 온라인 중고거래처에서 짝퉁 골프용품과 의류를 판매하다가 걸렸다. 특사경은 정품가액 1억8300만 원 상당의 위조품 1051점을 압수했다.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식당과 카페 옆 식재료 보관장소로 보이는 창고에서 위조 작업을 벌인 사례도 있다. 피의자는 전용프린팅 기계와 재봉틀을 이용해 상표가 없는 일반의류에 유명 상표를 무단으로 인쇄하거나 부착하는 방식으로 위조상품을 제작‧유통했다. 적발 당시 정품가액 4억4000만 원 상당의 위조상품 1129점을 압수했다. 여성의류 매장과 명품 옷수선점을 병행 운영하는 또 다른 피의자의 경우 유명 브랜드를 도용한 가품 의류를 판매했으며, 단속을 모면하려고 이를 수선용이라고 속이는 수법을 사용했다. 특사경은 정품가액 4600만 원 상당의 위조상품 72점을 압수했다. 이 밖에도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매장 외부에 ‘폐업 세일’, ‘창고 정리’와 같은 간판이나 현수막을 게시하고 내부에서 진열‧판매 중인 위조상품을 적발해 정품가액 1억 8000원 상당의 짝퉁 상품 399점을 압수하기도 했다. 검거된 상표권 침해행위 피의자들은 상표법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번에 경기도 특사경이 적발해낸 짝퉁 제조·유통 범죄는 가히 조족지혈(鳥足之血)이자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산을 중심으로 수입 위조상품의 유통 문제는 이만저만한 규모가 아니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최근 5년 동안 지식재산권을 침해해 적발된 짝퉁 수입품 규모는 시가 기준 2조 902억 원이며 이 중 중국산 짝퉁은 1조 7658억 원으로 84.5%에 달했다. 중국산 짝퉁이 전체 지재권 침해 수입품의 대다수라는 것은 ‘짝퉁 방지 시스템’에 구조적 결함이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 직구의 가파른 성장세로 중국산 짝퉁은 날이 갈수록 더 기승을 부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국산, 중국산 가릴 것도 없이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가짜상품에 대한 근원적이고 철두철미한 방지 시스템을 마련하고 실행하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 전문가들은 중국산 짝퉁 방지를 위해 미국·일본·유럽연합(EU) 등과 국제 공조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물론 짝퉁 상품에 쉬이 현혹되는 소비자들이 더 문제라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정말 시급한 일은 허접한 겉치레와 허세에 중독된 우리 의식의 허점을 찾아서 각성해가는 일일 지도 모른다. 짝퉁이 범람하는 이 혼란한 사회를 지금처럼 무기력하게 후세들에게 물려줄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