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 8월 29일. 조상들은 그날을 왜 망국(亡國)의 상실과 분노, 거대한 슬픔의 날로 규정하지 않고, ‘국치(國恥)의 날’이라고 천명했을까. 그로부터 100년도 훨씬 더 지난 오늘날도 우리는 모두가 그날을 ‘크게 부끄러운 날’로 상기한다. 참으로 특별하지 않은가. 왜놈들에게 나라를 빼앗긴 날, 무너진 가슴을 안고 빈손으로 집에 돌아온 가장이 빈 쌀독을 바라보면서, 그는 가족이 조만간 다 함께 굶어죽을 것을 걱정하고 두려워하기 전에, 그보다 더 먼저 그 처지를 부끄러워하였다. 조상들은 그런 족속이었다. 불가사의하지 않은가. 나는 조상들의 그 특별한 마음을 늘 불행 중 ‘다행스러운 자산’이라고 생각하며, 심지어 뿌듯해했다. 강도에게 가진 걸 모두 털린 사내는 우선 목숨이라도 건진 것을 조상의 음덕(陰德)이라 여기고, 정신 차리고 나서 그 상실을 아까워하고 분노하고 두려움에 떨며 걱정하는 것이 순서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맨 먼저 부끄러워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날 이후, 일제 35년은 이 민족이 그 ‘큰 부끄러움’을 줄이고 또 줄여서 끝내 제로로 만들려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망국의 슬픔을 감당하고 이겨내는 공동체의 정신으로써, 그리고 국권회복의 목표를 위해서도 그 수치심은 강력한 에너지였다. 큰 지혜이기도 했다. 이 민족이 세상에 보여준 고결한 자존감이었다. 굶어죽지 않으려고, 왜놈들과 탐관오리들에게 강탈당하지 않으려고, 새끼들에게 그 모욕적인 신분을 물려주지 않으려고 수십만이 남부여대(男負女戴)하여 저 북만주로 피난을 떠났다. 그 생계형 이주민들이 훗날 십시일반(十匙一飯)의 정성으로 내놓은 푼돈들이 모여 독립운동을 위한 군자금으로 쓰이는 과정을 생각하면 언제나 뭉클하고 눈물겹다. 그 조상들은 그리 길지 않은 시간 안에 생활을 현저하게 개선하고, 여러 가지 문제점과 아쉬움, 일상적인 불안을 늘 곁에 두고 살면서도 듬직하게 정착했다. 그 억척스런 살림살이와 특유의 생존력으로 살아남은 세월은 훗날 간도를 국권회복을 위한 베이스캠프로 건설하는 위대한 시간이기도 했다. 우리 민족의 특질이라고 할 수 있는 이 특별한 부끄러움은 ‘경술국치’(1910년) 300여 년 전,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임금에게 낸 출사표에서도 확인된다. “원컨대 한번 죽음으로써 기약하고, 즉시 범의 소굴을 바로 두들겨 요망한 기운을 쓸어내고, 나라의 부끄러움을 만분의 일이나마 씻으려 하옵니다.” 참으로 놀랍지 않은가. 나라가 망하거나 그 조짐이 보일 때 그 특징은 예외 없이 발현된다. 두드러진다. 각종 동식물들의 종(種)이 ‘존재의 위기’에 처하면, 몸의 색깔을 바꾸거나 특정물질을 분비하여 위난(危難)을 돌파하듯이, 우리 민족은 마치 그 자연법칙처럼 ‘부끄러움’을 생존에너지로 치환하여 뛰쳐나갔다. 왜란(倭亂) 때도, 호란(胡亂) 때도, 경술국치 망국 전후 그 지옥의 시간에도 늘 똑같았다. 윗자리에서 군림하며 거들먹거리던 종자들, 심지어 임금까지도 시정잡배들처럼 도망쳤지만, 민초들은 낫과 쇠스랑, 돌팔매와 죽창과 활로 신식무기와 맞서고, 여인들은 치마에 돌맹이와 먹거리를 날랐다. 아들은 총맞아 죽은 어미의 젖을 빨았다. 국난 때마다 조상들이 그렇게 목숨을 던져 나라를 구했다.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의 철학자 맹자는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무수오지심 비인야. 無羞惡之心 非人也), 라고 갈파했다. 먹고 살기 힘든 사람을 가엽게 여기는 마음, 측은지심(惻隱之心), 겸손하고 친절한 마음, 사양지심(辭讓之心), 옳고 그름을 구분하는 마음, 시비지심(是非之心)을 지니고 살지 않으면, 그 역시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실로 단순명료한 인간론이다. 60대 중반 넘도록 살면서,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 가운데 언제나 존경스러워 본받고 싶은 인사들 소수가 있었다. 그들은 늘 부끄러운 일을 경계했다. 그들과 대칭에 있는 자들의 공통점은 후안무치(厚顔無恥)였다. 특히 돈 앞에서 저열하고 쌍스러웠다. 기자와 정치판 인사들이 대부분이었다. 예외가 없지는 않았지만, 대부분 천박한 모리배(謀利輩)들이었다. 자존감 높은 족속은 부끄러움과의 싸움에서 가장 질긴 법이다. 그 과정에서 기나긴 시간 동안 크고 작은 고통과 절망의 기억들이 쌓이고 또 쌓인다. 이 생명을 존중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공동체는 그렇게 고난으로 점철된 역사의 선물이다. 목숨을 던져 얻은 고품격이면서 큰 지혜다. 이 미덕을 귀한 가보(家寶)처럼 이어간다면 그것이 이 특별한 민족의 유전자로 내장될 것이다. 12.3 계엄사태 이후, 이 나라 착한 씨알들, 특히 20-30대 젊은이들이 보여주는 비폭력 저항운동은, 이 불확실성과 불안감이 먹구름처럼 짙게 드리워진 음울한 시대에 밤하늘에 쏘아올린 조명탄이다. 그 위대한 민초들 앞에서 윤석열 일당, 그 한 줌도 안되는 5류 정치낭인 무리가 보여주는 야비하고 졸렬한 작태는 이 특별한 공동체를 한없이 부끄럽게 한다.
지난 글을 통해서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의 경우 상속개시가 있음을 안날 즉, 피상속인의 사망을 안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피상속인의 주소지 관할 가정법원에 상속포기 또는 한정승인을 신고를 하여야 한다는 사실을 설명드린 바 있습니다. 그러나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하기 이전에 상속인들이 상속재산인 부동산을 매도, 주식을 매각하거나 예금채권을 찾아 사용하는 등 상속재산에 대하여 처분행위를 하거나, 상속인이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한 후에 상속재산을 은닉 또는 부정소비하거나 고의로 재산목록에 기입하지 않은 때에는 상속인이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보게 되므로,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할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확실히 결정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상속재산을 처분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속인들이 한정승인을 한 경우 상속인들에게는 상속재산의 청산이라는 후속 절차가 남게 됩니다. 이러한 상속재산 청산절차는 상속채권자나 유증받은 사람에 대한 채권 또는 수증을 신고할 것을 신문에 공고(한정승인이 있은 날로부터 5일 이내에 2개월의 기간 동안)하고 채권자들에 대한 변제·배당 및 유증의 이행 절차를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속재산 청산 절차는 법률전문가의 조력이 없이는 어렵고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일이고 그 과정에서 부당변제가 발생하는 경우 이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상속재산보다 채무가 많은 경우에는 사적으로 위와 같은 상속재산청산 절차를 밟아서는 안 되고 법원에 상속재산파산신청을 하여야 합니다. 상속재산파산신청을 하게 되면 법원에서 선임한 파산관재인이 채무조사, 채권자신고, 배당절차 등을 진행하므로 상속인들의 입장에서는 업무의 부담을 덜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실제 한정승인 이후에 금융기관 등 채권자들이 대여금 등의 채무를 변제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민사소송을 상속인들에게 제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민사소송이 제기되더라도 법원은 한정승인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상속재산의 범위 내에서만 상속인들이 채무를 이행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상속인들은 소송과정에서 한정승인이 있었다는 사실만을 주장, 입증하면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상속이 발생하는 경우 체크하여야 할 사항들에 대하여 살펴보았습니다. 만약 피상속인 사망 전에 한 유언 있다면 유언에 따라 상속재산이 처리되어야 하므로 유언이 민법이 정한 방식에 따라 적법하게 작성된 것인지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점도 알아두시면 유용할 것입니다.
경기도가 지난 31일 ‘화성 국제테마파크’를 관광단지로 공식 고시했다. 지정된 ‘화성 국제테마파크 관광단지’는 화성시 남양읍 신외리와 문호리 일원(송산그린시티 특별계획구역 8) 285만 4708㎡(약 86만 평)에 조성되는 복합관광단지다. 관광단지가 되면 조성계획 승인과 인·허가를 함께 처리할 수 있어서 기간이 단축되고 취득세 50% 감면 등 혜택도 제공된다. 이에 화성시는 지난 5월 경기도에 화성 국제테마파크를 관광단지로 지정해 달라고 신청한 바 있다. 이로써 ‘화성국제테마파크’ 조성 사업은 더욱 활기를 띠게 됐다. 화성 국제테마파크 사업은 17년 간 공전하다가 최근 재점화됐다. 지난 2007년 최초 추진됐지만 사업은 순탄하지 않았다. 유니버설스튜디오코리아(USK)컨소시엄과 수자원공사가 MOU도 체결했다. 포스코, 쌍용건설, KCC건설, STX건설, USKPH, 신한은행, 산업은행 등도 참여했다. 당초 계획은 3조원을 투자, 유니버설 스튜디오 코리아 리조트를 2010년 착공해 2013년 개장한다는 것이었지만 세계금융위기로 무산됐다. 이후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2019년 신세계프라퍼티 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됐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해 10월 10일 파라마운트사가 화성국제테마파크의 글로벌 브랜드 파트너로 결정됐다는 공식 발표와 함께 화성국제테마파크 글로벌 브랜드 유치 선포식이 화성시청에서 열렸다. 이 자리엔 김동연 경기도지사, 정명근 화성시장,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사장, 마리 막스(Marie Marks) 파라마운트 엔터테인먼트 부문장 등이 참석, 이 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파라마운트사는 세계적 엔터테인먼트 기업이자 콘텐츠 지식재산 보유·배급사다. 미국 할리우드 5대 메이저 스튜디오 중 하나인 파라마운트픽처스, 방송사 CBS, 어린이 전문 케이블 방송 니켈로디언, 음악 전문 케이블 방송 MTV 등 다수의 채널을 지닌 초대형 미디어 기업이다. 이런 파라마운트사가 글로벌 브랜드 파트너로 결정됐으니 화성시의 기대감이 클 수밖에 없다. 파라마운트의 브랜드를 활용한다면 아시아 최대 규모 테마파크로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사업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경기도 역시 “파라마운트 브랜드가 활용되는 화성국제테마파크는 그간 미디어로만 만나볼 수 있었던 파라마운트의 환상적인 콘텐츠 세계를 현실에서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조성해 즐거움·영감·힐링을 누리는 전례 없는 테마파크, 아시아 대표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도는 개발 단계에서 생산유발효과 약 11조 7175억 원, 운영 단계에서 생산유발효과 약 4조 7144억 원, 취업유발효과 약 4만 9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연간 약 2000만 명 이상의 관광객 유치를 기대하고 있다. 김동연 도지사가 화성국제테마파크 글로벌 브랜드 유치 선포식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서 서해안과 연계한 관광 프로그램이 개발되면 국내는 물론 국제적인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수긍이 된다. 테마파크를 조성함으로써 도로, 철도 등 인프라를 포함한 서부 개발 비전을 담은 경기서부 SOC 대개발을 성공적으로 견인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막연한 것은 아니다. 화성국제테마파크 조성 사업은 복합 리조트형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것이다. ㈜신세계프라퍼티가 총사업비 4조 6000억 원을 투자해 송산면 418만 9000㎡ 부지에 테마파크를 비롯, 호텔과 전문 쇼핑몰, 골프장 등 관광단지를 개발한다. 이 사업에 가장 큰 기대를 하는 곳은 역시 화성시다. 정명근 시장은 “화성시는 혁신적인 미래형 관광단지 산업에 박차를 가해 대한민국 대표 문화중심지로 도약”할 것이라면서 행정 역량을 총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그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물론 경기도와 화성시 모두 과거의 사례를 교훈삼아 사업에 차질이 없도록 치밀하게 추진해야 한다.
어느 시인은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는 시를 써서 유명해졌다. 모두가 외롭다는 것. 자연도, 하나님도 외롭다는 이 형벌 같은 외로움의 본질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생명으로서 피할 수 없는 존재론적 문제인 것일까? 외롭고 고독하다는 것은 시와 산문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언어요 문장일 것이다. 외로움에도 갈래가 있다. 각각 느낌과 고통스러운 우울감이 다르다. 꿈과 사랑을 잃은 젊은이,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희망이 꺾이어서 주저앉고 싶은 소상인과 농민들, 가족을 잃은 이들의 피맺힌 한 같은 그리움과 외로움- 어떻게 하면 새해에는 외로움이 덜 느껴지는 가운데 살맛 돋는 세상이 될 수 있을까. 지난해 12월 3일, 한밤중에는 윤석열이란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다음 날 04시 30분에는 계엄 해제를 선언했다. 따라서 12월 14일 오후에는 대통령 윤석열의 탄핵안이 비상계엄령 선포 11일 만에 국회에서 가결되었다. 이게 무슨 한밤중의 악몽이었던가. 아니면 국가적인 비상사태에 따른 군인들의 작전 연습이었던가. 이 순간 국가의 명예를 빛내고 문화예술인과 온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준 한강 작가는, 스웨덴의 밤을 빛낸 수상자로서 스톡홀름 노벨 만찬에서 ‘생명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한다는 수상 소감을 발표했다. 나이 선배로서 이 작가에게 한없이 부끄러웠다. 한 여성 작가는 한국인으로서 세계에서 가장 받고 싶어 하고 우러러보는 노벨문학상을 받으며 역시 ‘동방예의지국은 다르다’고 세계적인 지도자들의 박수를 받고 있는데 작가가 태어난 그 땅에서는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뒷수습에 소란을 피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젊은이들과 노조원 그리고 뜻있는 많은 분이 국회의사당이 있는 여의도에 모여 촛불집회를 하며 “누구는 물러가라”고 추위 속에 외치고 있었다. 이런 현실 속에서 금배지를 차보지도 않았고 국가의 녹을 먹는 사람도 아니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게 부끄러웠다. 결론은 이 나라에 ‘승⭑두⭑석(승만, 두환, 석ㅇ) 같은 이가 제발 그만 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대회의 정조 치세 어록을 보면, 1797년 12월 말 광주 목사 서형수에게 보낸 비밀 편지 내용과 함께 신하에게 안부를 묻는 대목이 있다. “해가 바뀌는 시기가 되자 무엇보다 앞서 초가에 누더기를 입은 백성이 떠오른다. 연말에도 이 지경이니 년 초에는 더 심각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도적 떼가 날뛰는 것도 괴로운데 백성들을 돌보아야 할 아전들이 앞장서 도적 떼와 결탁해서 한 술 더 뜬다.” 고 하는. 백성을 자기 몸과 가족처럼 생각하는 정조의 마음이 눈물겹게 고맙다. 그리고 신하에게 비밀 편지를 보내면서도 본분을 잃지 않고 깎듯 한 점이 과연 대왕답다는 생각이다. 조선왕조 500년 동안 한글을 지으신 세종대왕과 함께 인문학적 사상으로 백성을 내 몸과 같이 생각하는 휴머니즘에 가슴 수그러지는 정조 대왕이다 ‘대통령은 누구에게도 책임을 전가할 수 없다’ 는 말은 1953년 미국 33대 대통령 해리 트루먼이 국민들에게 한 연설 중 일부다. 그리고 그동안 그는 자기 집무실 책상 앞에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는 문구가 새겨진 명패를 두고 일했다. 그런데 이 명패는 우리나라 윤석열 대통령 책상 위에도 있다. 글머리에서 나는 한 시인의 ‘외로우니까 사람’이라는 시를 말했다. 바꿔 말하면 사람이니까 외롭다는 것이다. 된 사람일수록 외롭고 슬픈 것. 그것을 참고 ‘홀로 움’ 속에서 한 걸음 한 걸음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들이 조선의 선비정신이요 참된 스승이었다. 한강 작가는 스웨덴의밤 수상식장 그 자리에서 ‘어두운 밤 우리를 잇는 것은 언어’라고 했다. 그리고 ‘문학의 실로 세계를 잇다’라고 평했다. 지금은 2025년 새해다. 새해는 덕담과 세배로 온다. 모든 독자에게 ‘너무 외로워하지 마세요. 외로우니까 가족과 이웃이 있으니까요.’ 하고 인사드리고 싶다. 그리고 정치하는 사람들이 제발 국민(백성)의 힘을 빼는 일과 스트레스 주는 일 없는 가운데, 모든 사람이 ‘아름다운 나무 열매처럼 익어가고 예쁘게 희망을 기다릴 줄 아는 삶’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 이것이 2025년 나의 덕담이다.
경기도가 도내 중소기업·소상공인의 경영안정을 위한 ‘2025년도 중소기업 육성자금’ 규모를 2조 원으로 확정해 발표했다.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날로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해보다 규모를 2500억 원을 늘린 것은 적절한 조치다. 정치인들은 입만 열면 ‘중소기업 진흥’을 외친다. 그러나 속 시원한 정책을 펼치는 정치 행정을 확인하기란 쉽지 않다.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도내 중소기업들을 살려내는 효율적인 정책들을 개발해 추진하기를 당부한다. 코로나19 당시 저금리로 빌렸던 대출을 갚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늘어나면서 중소기업 경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에서 발생한 1개월 이상 중소기업 대출 신규 연체액은 3조1621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통계 작성 이후 분기 기준 최대치다. 1~3분기 합산으로 봤을 때는 2023년 3분기 누적 5조8166억 원보다 무려 49%나 폭증한 8조 683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연체율도 상승세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 연체율(0.70%)은 전월 말(0.65%) 대비 0.05% 포인트 올랐다. 전년 동월 말(0.44%) 대비로 보면 0.15% 포인트 급등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5월(2.57%)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보는 상황이어서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경기도는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대내외 어려운 경제환경 변화 등으로 위기 상황을 맞고 있는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육성자금 지원 규모를 확대하고, 2022년 이후 중단됐던 기금융자 지원도 재개하기로 했다. ‘운전자금’은 총 1조3000억 원으로서 세부 지원 사항은 ‘경영안정자금 1조800억 원’, ‘특화지원자금 1000억 원’, ‘특별경영자금 1200억 원’ 등이다. 7000억 원 규모인 ‘창업및경쟁력강화자금(창경자금)’은 공장 매입비와 건축비 등 시설자금으로 지원될 예정이다. 이 중 기금융자는 2000억 원 규모로 금리 2.90%(변동금리)로 지원할 예정이며, 기금융자 외 협약 금융기관 협조융자의 이차보전율은 0.3~2.0%p다. 구체적으로, ‘경영안정자금’은 중소기업 지원에 6300억 원, 소상공인 경영안정(창업·경영개선·대환)을 위해 4500억 원을 지원한다. 이 가운데 대환자금은 금융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확대 방안으로 전년도 500억 원 규모에서 2배 늘린 1000억 원 규모로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 대상을 기존 소상공인 자금뿐 아니라 높은 금리의 일반 시중은행 소상공인 대출 사용자도 포함한 것이 특지징이다. ‘특화지원자금’은 기존 대출이 있는 기업도 지원할 수 있도록 별도 한도로 운용해 기업의 성장 여건을 마련하는 데 역점을 뒀다. 그밖에 수출형기업자금 300억 원, 일자리창출기업 200억 원, 신성장혁신기업 자금 300억 원을 투입한다. 특히 올해 신설된 지역균형발전기업 자금 200억 원은 ‘경기도 지역균형발전 지원 조례’에 따라 선정된 시군(포천·양평·여주·동두천·가평·연천) 소재 기업들에 별도 한도로 지원한다. ‘특별경영자금’은 긴급 재난 상황에 대비하는 재해피해자금으로 500억 원, 예비자금으로 600억 원 등을 마련해 도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긴급한 자금 수요에 대비할 수 있도록 했다. 중소기업은 지역경제의 뿌리와도 같은 존재다. 뿌리가 건강하지 못한 나무가 멀쩡할 수 없듯이 지역 중소기업의 경영 실태는 지역민 삶의 질과 직결된다. 중소기업이 안고 있는 애로는 단지 금융 분야에 한정하지 않는다. 현장에서 아쉬워하고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경영상 난관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결해줄 필요가 있다. 새해 들어 각종 악재가 널린 가시밭길 앞에 놓인 경기지역 중소기업들이 앞길을 잘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보다 효율적인 정책들이 적극적으로 구사되길 기대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대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1월 5일 아시아투데이가 한국여론평판연구소(KOPRA)에 의뢰해 1월 3일부터 4일까지 양일간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ARS 조사 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로 집계된 것이다. 해당 여론조사만 여권의 지지율이 높게 나온 것은 아니다. 지난 1월 6일에 발표된 에너지 경제 신문이 리얼미터에 의뢰한 여론조사(1월 2일과 3일 양일간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ARS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4.4%를 기록했다. 이런 여론조사의 결과만 놓고 보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에 대항해, 보수층이 결집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해당 여론조사들이 ARS 조사라는 점이다. ARS 조사는 기계음이 묻는 문항에 답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응답층 대부분은 정치적 고관여층들일 수밖에 없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진보·보수 양 진영의 강성 지지층들이 ARS 조사에 적극 응답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ARS 조사는 선거 직전에 그 정확성을 과시할 수 있다. ARS 조사에 응답하는 계층들 대부분이 반드시 투표에 참여할 것이기 때문에, 해당 조사에서 나온 결과로 선거 결과를 비교적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선거 시즌이 아닌 시기에는, 일반적인 여론의 추이를 ARS 조사 결과로 논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럼에도, 앞서 언급한 여론조사들의 결과는, 최소한 강성 보수 유권자들이 응집하고 있음은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들 강경 보수들이 결집하는 이유로, 윤석열 대통령이 수시로 꺼내 드는 ‘반국가 세력’의 준동 주장에 공감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그런데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반국가 세력’의 준동에 대해 대통령은 그 어떤 구체적인 증거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계엄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탄핵에 반대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강성 지지층들이 결집하고 있으니, 또 다른 이유도 찾아야 할 듯하다. 아마도 강성 보수층 결집의 또 다른 이유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거부감을 들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 가장 유력한 대권 후보는 당연히 이재명 대표다. 그런데 강성 보수층의 이재명 대표에 대한 시선은 긍정적이지 못하다. 그렇기 때문에 탄핵 시기를 어떻게든 늦추거나, 아니면, 윤 대통령을 지켜내 이재명 대표가 대권을 거머쥐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낸다고 해석할 수 있다. 어쨌든 윤 대통령이나 국민의힘은, 이런 여론조사 결과를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 즉, ‘국민의 보편적 지지’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착각하면, 국민의힘은, 지역 정당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이 처한 지금의 상황이 어렵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럴수록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합리적인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검찰에 의한 ‘독재’를 추구하다가 ‘주술’에 의한 정치로 종지부를 찍었다. 검찰독재와 주술정치의 부적절한 만남은 ‘12.3 비상계엄’이란 사생아를 출산하였다. 윤석열은 어떻게 주술정치를 불러들였는가? 주술은 종교와 달리 목표가 합리적이지 않고 수단은 윤리적이지 않다. 주술은 자기 개인과 가족의 이익을 추구하므로, 종교와 달리 사회 공공의 이익에는 관심이 없다. 주술이 개인 차원에서 머문다면 굳이 나무랄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공적인 차원에 나타난다면 사회에 커다란 해악을 끼치게 된다. 불행하게도 윤석열 정부가 그 예가 되었다. 2018년 소가죽을 벗기는 굿판에 윤석열 부부의 이름이 연등에 올려졌을 때 사람들은 의아해하였다.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윤석열 후보가 손바닥에 ‘王(왕)’자를 써서 보여주었을 때 사람들은 크게 실소했다. 2022년 3월 9일 윤석열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3일만에 청와대를 버리고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한다고 발표하였을 때 국민들은 비로소 심상치 않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 배후엔 영부인 김건희가 있었다. “나는 영적인 사람이고 도사들과 얘기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김건희가 말할 때 건진법사와 천공의 이름이 거론되었다. 후에 자칭 ‘지리산도사’ 라고 하는 명태균이 모든 것을 폭로하였을 때 모든 악폐의 근원이 김건희로 부터 비롯되는 것임이 밝혀졌다. 한덕수 국무총리의 부인(최O영)도 무속에 심취하여 김건희와 밀착하였다고 한다. 정치적 위기에 처한 윤석열 대통령은 국면전환을 위해 불법 ‘12.3 비상계엄’을 공포하였다. 그러나 국회는 즉각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하여 계엄은 즉시 해제되었다. 계엄을 모의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도 서울 근교에 ‘점집’을 차린 ‘안산보살’인 것으로 드러났다. 윤석열 대통령은 주술의 포로가 되어 과대망상으로 국정을 전횡하다가 불법계엄으로 종언을 맞이하였다. 윤석열정부의 무속정치 주변에는 기독교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윤석열을 전면에서 옹호하는 대표적인 사람은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을 역임한 그가 “하나님 꼼짝마,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라고 하였을 때 세상은 그를 제정신이 아니라고 치부하였다. 그가 비상계엄을 가리켜 “윤대통령은 ‘거룩한 사고'를 친 것…” 이라고 옹호할 때 세상은 기독교가 내란범에 동조하는 것처럼 보여졌다. 한국의 많은 대형교회들은 뉴라이트에 함께 무속정치를 자행하는 윤석열을 비호한다. 재임중 3차례 가진 국가조찬기도회에서도 기독교 지도자들은 ‘공의’을 말하면서 무속정치를 자행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질책하지 않았다. 2024년 10월 27일 ‘차별금지법’의 제정에 반대하여 광화문에 백만명의 기독교인이 모인 바 있지만, 윤석열의 무속정치에 대하여는 침묵하고 동조한다. 이제 한국교회는 세상으로부터 “속담거리와 이야기거리”(왕상 9:7)가 될 것이다. 일제시기에 신사참배를 한 한국기독교가 광복이후 맞이한 남북분단으로 금년 80년에 이르고 있다. 한국교회는 이제 무속정치와 확실하게 결별하고 공의와 정의로 사회를 올바르게 이끌어야 한다. 뉴라이트를 떠나 민족의 정체성과 생존을 위해 한국교회를 새롭게 해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이다.
경기도가 ‘경기북부 대개조 프로젝트’ 4대 분야 8대 핵심과제에 올해 총 5265억 원을 집중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경기도의 남·북부 불균형 발전은 해묵은 지역의 숙제다. 횡단하는 군사분계선과 넓은 군사 보호 구역의 제한 때문에 개발도 발전도 제대로 하지 못한 경기북부는 국가의 깊숙한 배려가 집중적으로 필요한 지역이다. ‘경기북부 대개조 프로젝트’가 수십 년 지역의 숙원을 해결해 균형발전의 신기원을 달성하는 분기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도가 발표한 ‘경기북부 대개조 프로젝트’의 핵심은 ‘생활인프라 확충’, ‘공공기관 이전’, ‘교통인프라 개선’, ‘투자유치·규제개선’ 등 4대 분야에 선제적인 투자를 추진해 지역개발을 도모한다는 내용이다. 먼저 생활인프라 확충을 위해 남양주와 양주에 감염병 대응과 응급의료, 의료·돌봄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할 ‘혁신형 공공병원’을 설립한다. 2030년 착공을 목표로 올해 타당성 조사 연구용역을 착수할 계획이며 총 24억 5000만 원이 투입된다. 반려동물 테마파크인 경기북부 ‘반려마루’도 총사업비 250억 원을 투입해 동두천시에 조성한다. 공공기관 이전은 올해 경기연구원(의정부)·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파주)·경기도신용보증재단(남양주), 오는 2026년 경기주택도시공사(구리) 이전을 진행한다. 인재개발원(의정부)과 교통연수원(포천)은 임차 방식으로, 농업기술원 북부농업R&D센터(연천)와 소방학교 북부캠퍼스(연천)는 신축 설치를 추진 중이다. 교통 인프라도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경기북부 고속철도 확충을 위해 지난 추가경정예산에 의정부발 SRT 용역비 3억 원을 확보, 지난해 11월 사업에 착수했다. 파주발 KTX는 올해 본예산에 용역비 1억5000만 원을 확보해 신속히 용역에 착수할 방침이다. 도로 분야는 올해 지방도로 25개, 116.37㎞를 추진할 계획으로 총 1425억 원을 집중투자해 평균 13년이 걸리는 도로 사업 기간을 최대 7년 이상 단축할 방침이다. 이 밖에 북부 주민 출·퇴근 ‘1시간 시대’도 열기 위해 상습 정체 구간인 경기 구리~서울 광진 강변북로 지하화와 교통수요가 많은 경기 고양~서울 은평 구간 민자도로를 건설해 출퇴근 시간 단축을 도모한다. 북부 33개 지방하천 정비에는 총 768억 원을 투자한다. 정비가 시급한 고양, 남양주, 파주, 의정부 등 13개 하천은 조기 착공하고 8개 하천은 조기 준공해 홍수와 폭우 등 기상이변에 대비한다. 투자유치 분야에서는 지난해 5월 1천500억 원 규모의 프리미엄 아웃렛을 경기북부에 투자하기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일산 및 양주 테크노밸리(올해 토지공급), 킨텍스 제3전시장(이달 착공) 등 대규모 개발사업도 본격화되며 북부지역 경제자유구역 지정도 올해 추진할 계획이다. 기회발전특구와 평화경제특구 지정도 있다. 기회발전특구는 접경지역 및 인구감소지역 8개 시군을 대상으로 경기도가 산업통상자원부에 신청한다. 평화경제특구는 접경지역 7개 시군을 대상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경기북부는 오랜 세월 경기도가 안고 살아온 ‘아픈 손가락’이다. 국방이라는 중차대한 사명에 막혀 불편하고 부당한 금지와 제한을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희생하며 살아온 지역인 것이다. 멀게는 1945년 해방 직후 분단 구도가 형성된 이래 지금껏 지속돼 왔으니, 그 피해는 계량하는 일 자체가 무의미할 만큼 막대하다. 그러므로 경기북부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는 일은 우리 국가사회가 감당해야 할 당연한 의무인 것이다. 이번 경기도의 ‘경기북부 대개조 프로젝트’가 대한민국이 지역에 갚아야 할 어마어마한 빚을 조금이라도 청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 프로젝트를 기점으로 경기북부가 괄목할 발전을 거듭하여 기본인프라는 물론 생활 문화 환경까지도 국민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풍요롭고 안락한 지역으로 거듭나기를 소망해 마지않는다.
최근 50대 초반인 지인의 ‘권고사직’ 소식을 듣게 됐다. 이런 일을 가까이서 목격하는 건 처음이다. 나와는 아주 먼 이야기인 줄 알았던 소식을 가까이서 접하고 보니, 우리나라 경제 위기와 중장년층의 고용 불안이 얼마나 심각한 지 피부로 오롯이 느껴졌다. 지난달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촉발된 1500원대 환율 전망과 경제 위기, 역대급 고용 불안 등으로 대한민국호는 그 어느 때보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국내 대기업들은 희망퇴직과 권고사직을 시행하며 긴축경영에 돌입했다. 새해를 앞두고 ‘조직 슬림화’를 통해 고정비를 절감하기 위해서다. 엔씨소프트, SK텔레콤, KT, LG헬로비전, 롯데면세점, G마켓, SSG닷컴 등 기업들은 인원 감축을 실시했고, 이 중 일부 기업은 대대적으로 몸집을 줄이기 위해 역대급 퇴직금과 위로금을 내걸기도 했다. 문제는 이같은 기업들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는 점이다. 새해벽두부터 은행권 역시 대대적인 희망퇴직에 돌입했다. 지난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2일 희망퇴직을 통해 541명을 떠나보냈고, 최근 희망퇴직 접수를 마무리한 KB국민은행도 지난해(674명)와 비슷하거나 더 큰 규모의 임직원을 떠나보낼 예정이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도 각각 6일, 7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올해는 국내 5대 은행의 희망퇴직자 규모가 지난해보다 더 많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벼랑 끝에 내몰린 건 자영업자도 마찬가지다. 하루종일 손님이 한 명도 오지 않아 매출 ‘0’원으로 마감했다는 한 카페 주인은 월세를 내는 것도 힘에 부친다며 한 숨을 쉬었다. 이처럼 지난달 음식점과 유흥업소 등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탓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실이 신한‧KB‧삼성‧현대카드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20일까지 4개 카드사의 합산 매출은 28조2045억원으로 전월 동기대비 약 2% 감소했다. 한국은행도 이와 비슷한 통계를 내놨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88.4로 전월보다 12.3포인트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년 3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지수는 2022년 11월 이후 최저치다. 국내 유수의 대기업에서 일하는 또 다른 지인은 올해 연말 상여금이 한푼도 없었다며, 예상은 했지만 막상 받지 못하니 기운이 빠진다고 속상해 했다. 희망퇴직과 권고사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배부른 하소연일 수도 있지만, 월급만 바라보며 사는 직장인에게 커다린 기쁨이 사라진 일임은 분명하다. 매년 경제 상황에 대한 평가는 암울했지만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위기감이 최고조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장년층의 재취업과 이직 또한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많은 이들이 어느 때보다 무거운 마음으로 새해를 시작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권고사직을 당한 지인은 현재 새로운 회사를 알아보고 있다. 하지만 많은 회사들이 허리띠를 졸라맨 상황에서 순탄하게 이직에 성공할지는 의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한 줌의 희망을 품고서 열심히 오늘을 살아야 한다. 부디 그에게 ‘전화위복’의 기회가 주어지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지난 3일 오전 8시 쯤 ‘12.3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 및 수색 영장 집행을 시작했다. 이후 국민들은 실시간으로 방송되는 체포 영장 집행 시도에 눈을 떼지 못한 채 5시간 30분 동안 초조함 속에서 애를 태웠다. 한남동 관저에서 두문불출하고 있는 윤 대통령을 체포하기 위해 검사를 비롯한 공수처 체포팀이 영장을 들고 진입했지만 경호처 직원들과 수도경비사령부 소속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이 막아서며 대치가 시작됐다. 대치는 5시간 30분 정도 이어졌다. 그리고 오후 1시 30분쯤, 공수처는 수사팀 안전이 우려된다며 체포 영장 집행을 멈췄다고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실패한 것이다. 버티기를 고수해 온 윤대통령의 전략이 또 한 번 시간을 벌었다. 물론 윤대통령 탄핵과 체포, 파면을 염원해 온 국민들의 실망은 클 수밖에 없었다.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이 불발된 직후 한 시민이 한 방송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됐던 사람이 저렇게 치졸하고 비열하게 버티는지. 빨리 나와서 체포에 응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한탄에 대부분의 국민들은 동의할 것이다. 이번에 체포 영장이 발부된 것은 윤 대통령이 공수처의 세 차례 출석 요구에 모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헌법 수호 기관인 검찰의 최고위직인 총장까지 지냈다. 대통령이 된 것도 ‘법과 원칙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국민들이 믿고 표를 줬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9월 19일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집사부일체’에 출연해서 “밥을 절대 혼자 먹지 않겠다”고 말했다. ‘밥은 소통의 기본’이기 때문에 항상 여러 사람과 밥을 먹으며 소통하겠다고 부연했다. 그리고 “어떤 일이 있을 때마다 늘 나와서 잘했든, 잘 못했든 국민들 앞에 나설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절대 국민 앞에 숨지 않겠다고 분명히 말했다. “권력자가 법을 어긴 것이 드러났을 때 제대로 처리를 안 하면 국민들에게 법을 지키라고 할 수가 없고 그러면 사회가 혼란에 빠진다” “힘이 있는 사람에 대한 사건을 얼마나 원칙대로 제대로 하느냐에 국민이 검찰을 어떻게 보느냐가 달려 있다” “무조건 원칙대로 해야 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말도 했다. 윤대통령은 12·3 계엄사태로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면서도 수사기관 출석요구에 불응하면서 법 집행을 거부하고 있다. 당시의 발언과 지금의 모습은 도무지 일치가 되지 않는다. 관저 앞을 지키고 있는 지지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고 그들을 격려하는 내용의 친필 사인 편지를 보내는 등 국민을 갈라치기하고 극단적 지지층에 보호를 기대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지적이 여당 내에서도 나왔다. 국민의힘 김상욱 의원은 지난 2일 CBS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이 무섭다고 뒤로 숨어서 대중을 갈라치기하고, 속이고, 비겁하게 법의 집행까지 피한다는 건 안타깝고 부끄러운 상황"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자신이 법 집행의 대상자가 되니까 법 집행을 정면을 거부한 채 숨어 있는 대통령이다. 오죽하면 대표적인 보수 논객인 조갑제 씨 조차 한 방송에 출연해 “보수는 책임을 지는 사람”이라고 전제 한 뒤 윤석열 대통령을 “보수의 제일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라고 잘라 말했다. “잘 속고, 국민들에 대한 예의가 없고, 무능”하다고 했다. 목숨을 걸 용기도 없고 하야할 용기가 없었으면 계엄을 선포하지 하지 않았어야 한다고 비난했다. “총을 가진 집단인 군대를 동원한다는 게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 모르는 것”이라면서 만 번 목을 베도 모자란다는 ‘만참’이란 극단적인 용어까지 사용했다. 어쨌거나 법치주의 국가에서 법원이 발부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영장 집행이 저지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장면은 전 세계로 생생하게 전해졌다. 부끄럽다. 국격이 실추됐다. 외신은 윤대통령을 ‘비참한 생존자’라고까지 표현했단다. 이제라도 한 나라의 대통령답게 당당하게 관저를 나서 자진출석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