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7일은 이소룡 탄생 80주년이다. 이소룡 사후에 있었던 신드롬 현상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에도 그를 기리는 행사가 여기저기에서 있었고 그의 탄생 기념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그를 기리는 ‘브루스 리 데이(Bruce Lee Day)’ 행사가 있어 왔다. 그동안 그를 모방하는 배우나 그의 영화를 패러디한 영화들이 수없이 양산되었고 할리우드에서도 <드래곤/Dragon> 등의 영화들이 제작되었다. 특히 베이징 올림픽 기간 중에 CCTV는 <이소룡전기> 50부작을 방송한 바 있다. 그간 <브루스 리, 마이 브라더/Bruce Lee my Brother>나 그를 등장시킨 <엽문> 시리즈가 제작되었다. 이러한 영화 제작은 비단 과거의 일로 그치질 않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그와 관련해 전 세계에서 신간서적이 출간되었..
찬바람 휘휘 돌아치는 겨울이 오면 문득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 따뜻해지는 단어가 있다. 따끈따끈한 온기에 언 손 살살 녹아내리는 그 순간의 포근함 같은 ‘아랫목’이라는 단어. 요즘은 보다 발달한 다양한 형태의 난방으로 딱히 아랫목 윗목을 구분하진 않지만 그 옛날 온돌방의 ‘아랫목’이란 아궁이 가까운 쪽의 방바닥을 이르는 말이다. 연탄을 때는 아궁이든 군불 때는 재래식 아궁이든 아궁이 가까운 쪽의 방바닥이 가장 먼저 따뜻해지고 오래도록 식지 않아 추운 겨울이면 가족들이 가장 선호하는 장소이기도 했다. 겨울이면 더더욱 비중이 높아지는 아랫목의 역할은 참으로 다양했던 것 같다. 밤늦게 귀가하시는 아버지 고봉밥을 담요에 돌돌 말아 이불 밑에 묻어 둔다거나, 감기로 콜록대는 막내 동생 담요 깔아 눕히고 병간호할 때는 특급 병실로 쓰인다거나, 명..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24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를 청구하고 직무를 배제함으로써 양측의 대충돌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협조하라’는 당부에도 불구하고 법무부와 검찰은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고 끝내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너고 있는 형국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잘잘못을 불문하고 양쪽 모두의 ‘무능’과 ‘아집’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안타깝다. 저질 난투극을 지겹도록 바라봐야 하는 국민만 고달프게 만든다. 추 장관은 이날 저녁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연 긴급 브리핑에서 “감찰 결과 심각하고 중대한 비위 혐의를 다수 확인했다”며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를 청구와 직무배제를 발표했다.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중 JTBC 사주 홍석현 씨와의 만남,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등의 재판부에 대한 불법사찰, 검·..
최근 ‘아파트가 어때서’라는 제목의 책이 출간되었다. ‘문명과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다’라는 부제의 양동신 님의 신간이다. 나는 작가에 대해서도 모르고 그의 책을 읽지는 못했으나 그 제목과 책을 읽은 리뷰 글을 보고 어떤 관점인지 짐작할 수 있다. 그의 관점에 동의한다. 그동안 통상적으로 선진국 특히 유럽의 주거 문화와 비교하여 한국 아파트의 고층화에 대한 비문명성과 비인간화에 대한 비평 글들이 많아 왔다. 천민자본주의의 욕망의 상징이며 성냥곽 감방이라는 아파트를 빌런화하는 표현들에 익숙하다. 경제성장이 그렇게 초고속으로 진행되지 않았으면 서울은 녹색 공간이 많고 주택은 유럽처럼 단독이나 저층으로 ‘우아한’ 랜드스케이프를 이루었을지도 모른다고 독재 개발 역사에 아쉬워하는 문명인(?)들도 있다. 한강변을 보면 유럽의 도..
코로나 이후 세대는 새로운 여건에서 새로운 사고를 하며 살 것이다, 코로나 위기 속에는 새로운 사회경제적 변화가 있다. 사회적 경제조직이 해야 할 새로운 역할들 역시 그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뿐 아니라 기후변화 같은 전지구적 위기는 여러 사회경제적 기회를 낳는다. 새롭게 오는 시대를 새로운 눈으로 봐야 한다. 코로나로 사회안전망이 뻥 뚤렸으니 세계의 시민들은 세금의 사용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사회보장이 약한 나라의 시민들은 나라가 돕지 않으면 전쟁터에서 죽듯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내가 낸 세금으로 기본소득을 달라는 인식이 커져간다. 만일 기본수당을 받아야 할 취약인구가 많아진다면 그만큼 사회적 경제조직이나 시민단체, 비영리기구와 공익조직들이 할 일은 많아진다. 정부는 시민이 낸 세금을 그곳에 투여해야 할..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막바지에 다다른 가운데, 3차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가 정가의 화두로 떠올랐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적극적으로 제안한 이 문제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화답을 하고, 정의당도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신중한 반응이다. 이 문제를 놓고 각 정당 정파들이 정략적으로 접근하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오직 위기에 몰린 국민만 바라보면서 숙고하고 논의해야 마땅하다는 생각이다. 이재명 지사는 진작부터 제3차 재난지원금의 지급을 주장하고 나선 상태다. 이 지사는 특히 1차와 2차 재난지원금의 효과를 비교하며 “3차 재난지원금은 지역화폐로 전 국민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지사는 선별적으로 현금지원이 이뤄진 2차 재난지원금의 효과가 미미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최근 유행하는 노래가사처럼 끝을 알 수 없는 코로나19로 힘들어진 삶의 질이 언제쯤 좋아질지 인류의 큰 스승에게 묻고 싶은 공감 가는 가사다. 코로나19에 대한 우리나라의 속도감 있는 방역대응은 국제모범사례로 회자되어 K-방역으로 불리며, 국격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 성공 배경에는 국민 신뢰와 협력, 의료진의 희생과 더불어 전 국민 건강보험 제도가 크게 뒷받침 되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평가이다. 정부와 공단은 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의학적으로 필요한 비급여를 급여화하고 취약계층의 의료비는 대폭 낮추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발표(2017년 8월)하고 2018년부터 MRI ·초음파 및 상급병실 급여화, 선택진료비 폐지 등으로 암 등 중증환자 의료비 부담..
월간칼럼이라 뒷북을 칠수 밖에 없다. 그래도 꼭 필요하다 생각하여 이번 칼럼은 대학입시 기회균형전형에 대한 신문의 보도프레임을 말하고자 한다. 교육위 국정감사 시 야당 국회의원의 “민주화운동 전형 특혜” 라는 주장에 대한 많은 신문보도에는 하나의 틀(프레임)이 있었다. 제목에서부터 ‘불공정시비’, ‘부모찬스된민주화운동 전형’ 등 이미 기울어진 시각이 나타난다. 국회에서는 사안의 옳고 그름을 떠나 내게 유리한 부분만 골라 정치적 이슈제기를 하고 정쟁을 목적으로 한 질의가 있을 수 있다.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게 정치이기 때문이다. 신문은, 언론은 존재의미가 다르다. 정치의 부속품이나 이용도구가 아니다. 오히려 정치의 감시자다. 국정감사결과를 객관보도 한다고 그대로 옮겨 전재하면서 자신의 입장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은 객관을..
공수처장 후보추천을 위한 추천위원회가 한 차례 무산된 가운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가 험악하게 돌아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이 더 이상 공수처에 협조할 뜻이 없다는 판단으로 단독 추천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을 시도할 조짐이고, 국민의힘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국회 보이콧’까지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태세다. 그래도, 민주당은 현 공수처법 입법 취지를 살려 끝까지 야당을 설득해 협조를 받아내야 한다. ‘야당 비토권’을 무리하게 제거하면 ‘검찰개혁’이라는 대의명분마저 붕괴될 수 있다. 공수처를 연내에 출범시키기 위한 여당의 목소리는 점점 더 거세어지고 있다. 이낙연 대표는 물론 대권 주자 최상위 반열에 올라있는 이재명 경기지사도 공수처 출범을 위한 여당의 강행을 종용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낙연..
성큼 겨울이 다시 다가왔다. 가까이는 산책길의 가로수부터 멀리로는 하늘에 닿을 듯 한 천마산 등성이 까지 여러 색깔로 물들어 계절을 알린다. 아침 저녁으로 옷깃을 단단히 여며야 할 만큼 바람도 서늘하다. 이런 바람이 아직 남아 불던 지난겨울의 끄트머리에 ‘코로나‘라는 두려운 이름이 들려오기 시작했었다. 처음엔 온갖 질병이 난무하는 세상이라 그러려니 했다. 다른 전염병처럼 한바탕 거친 바람이 불면 지나갈 것이라 생각했다. 마스크 잘 끼고 손 잘 씻고 빨리 병원에 가다보면 금세 끝날 거라 믿었지만 웬걸, 아니다. 어느새 10개월이 지나고 또 다시 3차 대 유행이 시작되려나보다. 코로나가 지나는 동안 여러 가지 생각과 변화가 있었다. 사람들의 잘못인가? 아니면 우리가 알 수 없는 어떤 이유인가? 고민하면서 마스크를 끼고 거리두기를 지키며 하고 싶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