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에 내는 국세는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모두 성실히 ‘칼같이’ 납부했다는 ‘평범한 가정의 가장’이 지난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에 동의하는 국민들이 많다. 청원인은 “12년 동안 세금 한 푼 안 내고 교도소에서 세금만 쓰고 나온 괴물 같은 인간에게 이제 죽을 때까지 생활비까지 챙겨줘야 하는 법”에 울분을 터트렸다. 40년 살면서 자동차세, 주민세, 재산세, 하물며 교통법규위반 과태료도 한 번도 밀리지 않고 성실히 납부했다는 청원인은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68)이 지난 7일 기초생활급여와 기초연금을 신청했다는 소식에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그러면서 “내가 세금을 꼭 이렇게 내야 되나, 이러려고 이렇게 열심히 사는 거 아닌데”라며 허탈해 했다. “제발 저 행정이 집행되지 않게 부디 올바른 행정에 힘써주시길 바란다”는 말도 남..
“검사는 그 직무를 수행할 때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적법절차를 준수하며,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고 주어진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검찰청법’이 검사의 직무를 규정하는 방식이다. 검창청법은 검사에게 ‘국민의 봉사자’, ‘인권의 수호자’ 그리고 ‘정치적 중립자’가 될 것을 요구한다. 형태는 세 가지이나 이들은 하나로 수렴한다. ‘정치적 중립’이다. 국민 전체에게 봉사하라는 것은 국민을 받들어 모시라는 뜻이 아니다. 국민의 뜻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은 선출직 공직자, 즉 정치인들의 의무다. 검사는 법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하면 된다. 조금 무리하게 표현하면 검사가 판단하고 행동함에 있어 국민의 뜻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그것을 고려하는 순간 검사라는 신분 앞에 ‘정치’라..
왜 정치뉴스가 쏟아지는가? 이는 정치를 하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보면 금방 이해할 수 있다. 다른 직종에는 대부분 라이센스 즉, 전문가 자격증이 있어야 위세를 할 수 있는 데 비해 정치영역만은 그 누구도 전문가 자격증이 없다. 세상에 모든 직종이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고 그들은 나름의 전문영역으로 권위를 인정받는다. 그러나 이렇게 우리 주변에 홍수처럼 쏟아지는 정치뉴스 속에서 정작 정치전문가는 없는 셈이다. 실제로 정치인들의 대부분은 필자처럼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정치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다. 오히려 세칭 정치인들의 직업군을 보더라도 정치학을 전공한 사람보다 타 직종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왜 정치영역만은 정치학 전공자보다 타 직종의 전문가들(?)이 압도적으로 많은가. 이유는 간단하다. 정치는 누구나 해야 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창시자인 BC. 5세기 희랍의 역사가 헤로도토스가 민주정치가 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을 국민의 정치참여라고 했다. 정치는 어떠한 사회적 지위나 신분적 차별 나아가 학력의 유무 등을 따지지 않고 누구나 다 참여함을 전제로 성립하는 것이다. 다만 현대사회는 모든 사람이 정치현장에 나가기 어려우므로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을 정치인으로 위임해 사회의 공공선을 달성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그들에 의해서 오늘의 정치가 이루어진다. 그러나 기대만큼 성과가 없을 때는 국민은 위임해준 정치권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어쩌면 주변의 넘치는 정치뉴스는 제 역할을 못 하는 정치인을 탓하는 국민의 소리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적 펜데믹 사태에 성공적인 방역을 위한 정치인들의 노력이 절실함에도 백신 논쟁과 같은 비생산적이고 당리당략만을 위한다면 그들을 질타하는 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늘어나는 가계부채에 중소기업인과 자영업자들의 한숨소리 커가는데 국가의 곳간을 지키는 관료들은 정부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라며 각자도생을 외치나 이를 질타하는 정치가 없으니 원성소리 드높다. 중대재해법이 통과되었지만 사각지대에 놓인 산업현장에서는 오늘도 죽음에 내몰리는 노동자들을 위한 정치가 숨어버리고 이를 탓하는 눈물이 마를 날이 없다. 판검사 같은 임명직 공무원들이 법을 핑계 대고 민주적 통제권을 이탈하여도 이들에게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고 호통을 치는 정치가 없으니 이 한심함을 탓하는 소리 또한 크다. 현대판 소피스트(궤변론자)들이 난무하여 온통 가짜뉴스가 넘쳐도 그것 하나를 엄하게 벌하는 정치가 없으니 이 또한 우리의 분노가 하늘을 치솟는다. 모두 정치뉴스들이다. 정치는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갈등하는 여러 세력을 조화·화해시키고 통합을 이룸으로써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게 하는 인간이 만든 최고의 기술이다. 그 전위에 선 자들이 정치인이지만 그들이 잘못하면 우리는 소리높여 정치를 탓한다. 그것이 국민이고 국가이다. 2021년은 정치를 탓하기보다는 희망을 주는 정치뉴스로 가득하기를 기대한다.
경렴정 편액 정(亭)자의 꼬리의 상처는 일제강점기에 꼬리를 잘라내면서 난 상처이다. 일제강점기 소수서원에 흐르는 민족의 정기를 끊어놓기 위해 일본인들은 청룡의 꼬리를 잘라냈고, 해방 후에 잘려나간 용의 꼬리를 다시 이어놓았다. 꼬리를 다시 이어놓기는 했지만 잘려나갔던 흔적이 지금의 상처로 남아 있는 것이다. 경렴정에 앉아 그 상처를 눈으로 쓰다듬어 마음으로 메워본다. 경렴정 바로 앞에는 생단이 자리해 있다. ‘성생단’이라고도 한다. 작은 흙더미의 모습인데 사방에 철제 울타리를 둘렀다. 생단은 제향에 올릴 고기를 검사하고 잡던 곳이다. 그래서 보통은 사당 근처에 자리하는데 소수서원은 정문 바로 앞 서원 입구에 자리해 있다. 생단과 경렴정 사이의 진입로를 통해 정문인 지도문으로 오른다. 서원의 정문은 보통 3칸 정문인데 소수서원은 맞배..
코로나 2단계로 전국이 마비된 지도 6주가 흘렀다. 확진자 수는 연일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월 대구발 코로나와는 다르게 일상생활 속에서 소규모 집단감염이 퍼져나갔다. 수도권 위주로 확산되면서, 우리나라에서 의료 인프라가 가장 잘되어있다는 수도권조차 병상 부족의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 코로나 확진을 받고도 입원할 수 없어 집에서 대기한다는 뉴스가 연일 보도되었고, 그나마 많지도 않은 공공병원은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되어 그곳에 있던 환자들은 치료를 받다가 쫓겨나는 사태마저 발생했다. 결국 코로나 확진자도, 취약계층 환자들도 의료 공백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 것이다. 문제의 원인은 공공 의료기관의 부족이다. 지난 2020년 확진된 코로나 환자들을 맡아온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전체 의료기관의 5.5%밖에 차지하지 않는 국공립병원이다. 우리나라는 OECD국가 평균 공공 의료기관 비율의 1/10의 수준이다.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민간 중심 구조이다 보니 지금과 같은 대확산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그동안 공공의료에 대한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그 이전에도 신종플루나 사스와 같은 감염병이 확산될 때마다 논의는 수없이 있었으나, ‘시급하지 않다’는 사회적 담론으로 필요성과 위기의식은 점점 둔감해졌다. 지난 경험을 바탕으로 공공의료 확충, 이제는 해야 한다. 공공의료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지금, 의료 취약 지역에 우선적으로 공공 병원을 설치하고 경영이 어려운 민간 병원을 인수해 공공병원으로 전환하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 또한 정부는 실력과 인프라를 충분히 갖춘 민간병원에 공공의료의 일부 영역을 책임지도록 하여 민간과 공공의 균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전염병이나 국가 재난상황이 아니더라도 공공병원을 전국적으로 확충한다면 대도시 위주의 의료자원 집중이나 의료전달체계의 불균형은 해소될 것이고 노숙자, 의료급여 수급자 등 취약계층의 건강권도 보장할 수 있다. 또한, 인구의 고령화로 인한 지역사회내의 통합돌봄도 이를 통해 구축해 낼 수 있어 공공부문의 전면적 개편은 불가피하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공공의료의 운영이 미래를 위한 더 큰 투자라는 것을 명심하고, 공공의료 확충에 박차를 가하여 충분한 병상이 확보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해를 보내면서 진도 한춤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었다. 오판주 진도 문인협회 지부장을 통해서 였다. 학예사 문제로 만나 협의를 하던 중 갑자기 타이 가봐야 할 때가 있다면서 나를 끌고 나서는 거였다. 평소에 워낙 조용하신 분이라 무슨 일인가 싶어 따라 나설 수밖에 없었는데 찾아간 곳은 다름아닌 진도한춤 보존회였다. 대강당으로 꾸며진 곳에 김해숙 보존회장이 회원 한 분과 춤 동작을 하나씩 연마하고 있었다. 갑작스런 방문에 당황하셨는데 인사를 나누고는 이내 방문해주셔서 고맙다고 하시면서 차를 직접 끓여 오셨다. 진도는 삼별초의 항몽 유적지인데 이 삼별초의 유적지가 있는 군내면 용장사지와 지산면 안치 인근 마을 여성들의 춤사위를 채록한 춤이 바로 진도 한춤이라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진도한춤을 진도 유배지 춤이라고 하는 것은 십..
드디어 그녀가 2주간 3일을 빼고는 매일 걸었다는 표시가 된 체크리스트를 나에게 주었다. 시간도 기입하였는데 보행시간이 모두 30분은 넘고 1시간씩 되는 날도 몇 번 있었다. 치료 초기에는 위장기능이 극도로 저하되어 속도 쓰리고 잘 먹지도 못해서, 통증으로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어서, 두통이 심해서. 생리통이 심해서 등등의 이유로 계속 주저되었고 몸의 증상이 조금씩 호전이 되자 조금 활동이 느나 싶더니 곧, 비가 여러날 와서, 날씨가 추워지면서 나가기 싫어서. 김장을 하느라 며칠간 몸살이 나서, 또 나가서 걸으면 귀가 너무 시려서 라는 아주 다양한 이유로 주저되었던 걷기였다. 체크리스트를 나에게 건내면서 그녀는 계속 걸으니 소화가 좀 되고 장이 움직여서 그런지 식사량이 좀 늘었어요, 두끼가 먹어져요. 라고 덧붙인다. 몸도 더 가벼워지는 것 같단다. 과연 체크리스트를 비교해보니 30분씩이라도 걷기를 지속한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 되니 식사가 한끼에서 두끼로 늘기 시작했다. 좋은 면역을 위한 영양섭취와 소화를 위해 움직임이 필요하고 최소한 하루에 30분정도의 걷기를 권했던 5개월만의 일이다. 그동안 위장통증, 설사를 비롯하여 불안장애도, 화병도, 대상포진도, 진통제를 사탕처럼 복용하면서도 낫지 않던 두통까지 일상의 예기치 않은 사건들과 나쁜 습관들에도 불구하고 좋아지느라 바빴던 시간이었다. 치료를 중간결산하고 이제부터는 더 건강해지는 것이 목표로 잡아야 할 시점, 얼마나 지속적으로 유지될지는 그녀 자신에게 달렸다. 습관의 제 2의 천성이고 운명이라고 하는 것은 바꾸기 어렵다는 말로 들린다. 운명이 어디 만만하던가. 그녀도 예외가 아니다. 급기야 나는 요즈음에 한의원에 점점 늘고 있는 난치성 만성통증환자들을 위한 점검표-걷기에 대한 항목이 포함되어 있는-를 기록해오라했다. 2주간 자가점검과 실행 후 그녀의 몸은 알게 되었다. 정말 계속 걸으니까 소화가 잘 되고 식사량이 늘어난다는 것을. 그리고 그렇게 얻어진 영양이 그녀에게 활기를 준다는 것을. 아주 단순한 사실이지만 우리는 언제나 한걸음 내딛기가 어렵다. 언젠가 우연한 기회에 예술의 전당에서 스위스의 화가이자 조각가인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전시회를 보러간 적이 있었다. 난생 처음 마주한 이국 작가의 작품인 (걸어가는 사람)을 보고는 한참을 우두커니 서 감상하였던 기억이 난다. 사람의 전신을 표현한 청동작품으로 모든 장식, 표정, 색, 근육, 살점, 부피감 외형의 어떤 치장하나 없이 철저히 가늘고 긴 골격만 남겨있었는데 그 골격은 걷는 듯한, 걷기 시작할 때 한걸음 내딛었을 때의 형상이었다. 길에서 마주쳤던 이름 모를 많은 타인들의 실루엣을 닮은 것도 같았고 어쩌면 나의 옆모습도 비슷할 수 있겠다는 인상을 받았다. 계속 어떤 끌림에 물끄러미 계속 바라보며 감상하게 되었는데 그 형상이 삶의 여러 조건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걷노라, 걷고 있노라 말하는 것 같아 그 결연함에 알 수 없는 위로를 받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하루 30분이상 걷기가 성인병, 뇌질환, 만성통증, 골다공증 치료와 예방에 꼭 필요하다는 많은 연구가 쏟아져나오는 요즈음이다. 걷기를 진료실에서 처방하고, 확인하면서 그때 한참을 바라보았던 멸치같이 날씬한 청동상, (걸어가는 사람)이 떠오른다. 또다른 새해, 또 한걸음 내딛으며 시작한다.
나는 국회의원 강민정의 후원회장으로 정치후원금 모집을 책임지고 있다. 일을 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됐다. 첫째, 교사출신, 공무원출신 국회의원은 과거의 동료선후배들한테 소액정치후원도 받지 못하도록 법이 금지한다. 공무원, 교사의 신분을 이유로, 좋아하는 국회의원한테 소액후원조차 못하게 막는 건 과잉금지의 전형이다. 법 개정이 요구된다. 둘째, 지금의 세액공제 정치후원금제도는 겉보기와 달리 정치의 부익부빈익빈을 강화하고 부익부빈익빈의 정치를 재생산하는 아주 몹쓸 제도다. 국세청 자료가 입증한다. 2018년 근로소득 상위1%는 정치후원금의 24.2%, 상위5%는 48.4%, 상위10%는 62.6%, 상위30%는 90.1%를 제공했다. 압도적이다. 반면 근로소득 하위50%는 2%, 하위70%는 9.9%를 제공했다. 보잘것없다, 종합소득..
전 세계 항공시장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한 항공 수요와 공급의 급감, 국가 간 출입국 제한 및 격리 조치 확대 등으로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 봉착해 있다. 전문가들은 항공여객의 경우 전년 대비 40% 이하로 하락해 전년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2∼5년이 소요된다고 예측했다. 2030년까지 2만1760대가 예정된 항공기 완제기 제조도 30% 이상 감소해 항공 MRO 시장도 장기불황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한데 정부는 항공산업의 구조 재편에 가속도를 냈다. 오히려 엄청난 공적자금을 투입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주도했다. 국적항공사의 경영 정상화와 국제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세계 7위권 대형항공사(FSC)와 동북아 최대 저비용항공사(LCC)를 만들 요량이다. 또한 ‘항공MRO 통합법인’도 설립해 FSC‧LCC의 안전운항 역량 제고와 국부..
허위를 항일지사로만 아는 사람이 많다. 항일 의병장으로 이름을 알리고, 일제에 의해 서대문형무소에서 최후를 마쳤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허위는 정당정치가 도입되기 전에 ‘책임 정치’의 문화를 이 땅에 선보인 뛰어난 지도자였다. 의병항쟁이 무위로 돌아가자 한양으로 올라온 허위는 세 차례에 걸친 ‘소청운동’을 연속적으로 벌였다. 첫 번째는 명성황후를 시해한 원수를 갚고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자는 ‘복수소청’이었고, 두 번째는 주변 열강의 침탈을 분쇄하고 내정 개혁에 필요한 ‘건의소청’이었다. 마지막으로는 국정운영 현안에 대한 ‘광의소청’이었다. 허위는 이러한 소청운동으로 여론전을 벌이는 한편으로 황국협회에 참여하여 독립협회가 주관한 만민공동회에 대한 반대활동을 벌였다. 허위를 비롯해 황국협회의 선봉에서 근왕운동을 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