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발 한파가 세밑부터 보름 가까이 우리를 강타했다. 서울에서는 20여년 만에 영하 20도 안팎까지 내려가고 얼어붙은 한강 주변에는 철새가 자취를 감췄다. 지난달 중순에도 일주일이상 한파로 이번 겨울에만 벌써 두 차례의 한파가 나타났다. 지난 겨울 전국 한파 일수가 0.3일이었던 것과 크게 비교된다. 이제 삼한사온은 옛말이 된지 오래다. 2020년 우리는 역대급 장마와 폭우.태풍을 겪었다. 500년만의 빈도수로 섬진강 유역에 물폭탄이 터졌다. 곧이어 10월에는 30년만에 처음으로 서울에 비 한방울 오지 않았다. 기상 전문가들은 2천년대 들어 이런 널뛰기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은 기후온난화와 관련이 있다고 진단한다. 북극의 온난화가 제트기류와 맞물리며 기후를 변화무쌍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만 이런 현상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한낮의 하늘을 아마겟돈 전쟁처럼 주홍빛으로 물들게 한 미국 샌프란시스코 초대형 산불은 극심한 가뭄 현상이 빚어낸 재앙이었다. 미 중서부 콜로라도에서는 하루새 섭씨 35도를 넘는 폭염의 날씨가 영하권으로 곤두박질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모두 탐욕으로 질주해온 인류에 대한 자연의 응수다. 2021년 올해는 ‘파리기후변화협정’의 신기후체제가 적용되는 원년이다. 세계 각국은 기후온난화의 주범인 탄소배출량을 2050년까지 제로로 만드는 탄소중립에 나선다. 그러나 이 계획이 올곧게 실천에 옮겨지더라도 산업화 이전의 상태로 지구의 온도를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해양의 열 관성이 존재하고, 다양한 탄소 순환 흐름에 따라 산업혁명 이후 뿜어낸 탄소는 장기간 대기에 남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위적으로 태양복사에너지가 지표로 흡수되는 양을 줄이는 ‘기후공학’이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그만큼 지구를 원상회복시키는 일이 지난한 일임을 보여준다. 앞으로 인류는 두가지 관점에서 온난화의 재앙에 대응해야 한다. 첫째는 탄소배출을 계획대로 제로로 줄이는 노력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11일 신년사에서 정부 차원에서 “올해 안에 에너지와 산업을 비롯한 사회 전 분야에서 '2050 탄소중립' 추진계획을 구체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가축전염병, 신종감염병, 자연재해 등의 협력을 통한 북한과의 ‘평화와 상생’의 구상까지 제시했다. 두 번째는 현존하며 미래에 닥칠 기후재앙에 선제적 또는 상시적 대응체제를 구축하는 일이다. 이번 겨울 한파는 그동안 우리나라를 찾아온 장마와 태풍, 폭염과 가뭄, 그리고 미세먼지 등 기후 재난이 언제든 우리를 엄습할 수 있음을 다시한번 경고한 신호로 읽혀진다.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마스크나 백신 문제는 많은 교훈을 남겼다. 또 새해 벽두 폭설로 아수라장이 된 출퇴근 길 모습도 지켜봤다. 앞으로는 ‘기후-생물학 팬데믹’ 등이 악순환되거나 ‘트윈(동시) 재난’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상정해야 한다. 지금 이순간에도 정부 어딘가에서는 총체적 재난 위기를 응시하는 콘트롤타워가 가동되고 있어야 한다. 문 대통령이 신년사에 강조한 것처럼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몫”이다.
어쩌다 이리 되었을까. 남과 북의 흥겨웠던 시간은 어느새 백년은 지났나 싶게 아득하다. 실제 백년 전쯤으로 한번 돌아가볼까. 1898년은 “제국 아메리카의 시발점”이다. 미국은 당시 스페인의 식민지 쿠바와 필리핀을 독립시키겠다며 노쇠한 스페인 제국과 전쟁을 벌였다. 하지만 사실은 아시아와 라틴 아메리카 지역에 교두보를 확보하는 전략이었다. 쿠바와 필리핀은 독립은커녕 졸지에 주인만 바뀐 식민지로 다시 전락했다. 1895년 청일전쟁으로 조선반도에서 중국을 몰아내고 “조선은 독립국”이라고 선언했으나 조선을 식민지 비슷하게 거머쥔 일본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1905년 러일전쟁이 일본의 승리로 귀결되자 조선의 식민지화는 기정사실이 되었다. 그러나 어디 그게 일본 혼자의 힘이었던가. 러일전쟁 자체가 영국과 미국의 지원으로 치러진 전..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꾸준히 재난지원금 전 국민 보편지급을 주장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준비된 선별적 3차재난지원금을 신속집행 하되 보편적 4차재난지원금도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 3분의 2가 선별지원에 찬성했다는 조사결과 보도가 있었지만 경기도 조사 결과론 경기도민 3분의 2가 2차재난기본소득(전 도민에게 10만원씩 지역화폐) 지급에 찬성했다”며 “진실은 무엇일까?”라고 의문을 표시했다. 1차지원금(소멸성 지역화폐 전국민 보편지급)이 2차지원금(현금선별)보다 소득양극화 완화 및 소비활성화 효과가 더 크다면서 “소상공인들이 지역화폐 전 국민 지급을 주장하는 이유”라는 말도 덧붙였다. 지난달 28일에도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전원에게 자신의 이런 소신을 담은 문자 메시지를 보낸바..
고립이 주는 선물 ‘밀레니얼 세대 이후 코로니얼 세대가 왔다’고 누군가 말했다. 항상 언제 어디서든 접속할 수는 있지만 늘 외로운 세대로부터, 실제로 접촉하지는 않지만 늘 소통하고 공유해야만 살아남는 세대로 넘어간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싶다. 20세기 말에 온 밀레니얼 세대는 지금의 디지털 생활을 창조했다. 하지만 왕성한 스마트 소통 속에서 줄곧 원자의 고독을 느껴왔다. 그런데 코로나19의 등장과 함께 새로운 세대가 왔다. ‘팬데믹’이라고 부르는 감염의 세계적 대유행 속에서는, 고립될 수밖에 없지만 더욱 공감을 위해 노력하는 콜로니얼 세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본다. 우리는 21세기가 시작 될 무렵부터 20여 년 간, 온라인 커뮤니티 안에서 개인주의적이면서도 창의적인 표현을 할 수 있는 미레니엄 이후 세대들의 활약을 보아왔다. 서구에서는 X세..
아이 하나가 엉엉 울면서 내게 다가온다. 보통은 다른 친구가 우는 아이를 토닥이며 데리고 온다. 눈물을 쏟는 아이를 달래며 자초지정을 묻자 친구 A가 자신을 때리면서 욕했다고 말한다. 한참 성토대회를 열던 아이는 이때부터 기대에 찬 눈빛을 보낸다. 다른 사람에게 나쁜 말을 하고 폭력을 쓰는 건 선생님께 혼나야 하는 일이니까. 친구가 얼마나 혼날지, 내가 어떤 판결을 내려줄지 기대감이 차오른다. 막상 A를 불러서 삼자대면 해보면 나쁜 행동을 저지른 나름의 이유가 있다. B가 먼저 놀리고 도망쳤거나, B가 먼저 때렸거나, B가 예전 어느 날에 자신을 놀리면서 때렸거나. 보통은 셋 중 하나의 이유로 귀결된다. 장난치려고 먼저 때리는 경우는 있어도 아무 이유 없이 욕하면서 건드리는 경우는 드물다. 과거의 어떤 사건이 마음 속에 남아 있다가 갑자기 행동으로 드..
잘못된 습관은 바로 고쳐야 한다고 정수리를 때리던 어머니의 잔소리가 전신을 타고 흘러내리다 얼어붙었나 차가운 바위대문 밖에서 - 열려라, 참깨 – 라고 주문을 외우다가 딱 한 번 뒤돌아본 죄로 굳어버렸나 아니면 다른 계절 내내 네 앞에 섰던 자들의 잔등을 때린 죄로 포박되었나 사연은 딱하다 높은 곳 좋아하다 첩첩산중을 나오지 못하고 징역을 산단다 참, 세상에 뭐든지 갖다 붙이면 다 죄가 된다지만 처음 들어보는 물의 죄는 또 뭔가 그러나 봄이 오면 출소한단다 어머니의 잔소리도 들을 겸 두부 한 모 사 들고 마중 가야지 약력 경남 밀양 출생 [서정시학](2016)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물속도시](2017) 요양병원 간호사
우리나라 선박이 이란 혁명 수비대에 의해 나포됐다. 이란 측이 나포의 이유로 드는 것은, 이른바 “환경오염”이다. 그런데 해당 선박을 소유하고 있는 회사는 이런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환경을 오염시킬만한 물건을 선적하지도 않았고, 또 환경을 오염 시켰다면 위성으로도 확인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란은 과거 영국이나 다른 국가들의 선박을 나포했을 때도, “해양 오염” 과 같은 이유를 든 적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란 측의 주장을 믿기는 매우 어렵다. 많은 전문가들은, 한국 계좌에 동결된 이란 석유대금 70억 달러와 관계가 있다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한은에 예치된 일반은행의 초과 지급준비금의 90% 이상이 이란 멜라트 은행 서울지점이 맡긴 돈이고, 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도 이란 중앙은행 명의로 원화 계좌가 개설돼 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기본소득’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차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한 데 이어 새해 정치권과 자치단체에서 다시 보편적 재난지원금 또는 기본소득론이 화두로 등장했다. 국민 또는 경기도민 10명 중 7명이 전국민 지원금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도 나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기본소득을 정강정책 전면에 내세웠다. 여권에서도 이재명 경기지사를 중심으로 기본소득론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기본소득은 재산과 관계없이 모든 국민에게 일정액을 정기적으로 현금으로 지급한다는 게 기본 골자다. 올해 서울.부산 시장 선거와 내년에 대선, 지방선거가 잇따라 실시된다. 이에따라 기존의 복지 시스템을 뛰어넘는 대안으로 기본소득론이 선거의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본소득론은 인간의 기본 생존권이라는 이상적인 명분에..
요즘 새로 습관이 하나 생겼다. 집을 나설 때 무의식적으로 마스크를 챙긴다는 점이다. 마스크 없이 집을 나서면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외출한 것처럼 찜찜하고 불안했다. 우리는 이 습관에 더 강력하게 길들여지기 위해 자석고리를 철문에 붙여놓고 마스크를 걸어두기 시작했다. 외출할 때 깜빡할래야 깜빡할 수 없게 만들어놓았다. 이런 삶이 몇 개월은 귀찮고 답답했는데 지금은 당연한 일이 되었다. 그 당연함 속에 불편함도 녹아 있었다. 마스크 쓰게 되면서 얼굴의 반이 가려져서 상대를 단숨에 알아보는 일은 둔해졌다. 유심히 쳐다보지 않으면 누구인지 도통 알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50년 넘는 세월을 살면서 이런 시절은 한 번도 없었으니 지금의 시간들은 낯선 경험이 될 터였다. 지난 늦가을 잠깐 동안 대면 수업이 2주 정도 허용된 적이 있었다. 그래도 마스크를..
오늘은 합주실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합주실이란 말 그대로 합주(合奏)를 할 수 있게 만들어진 장소이다. 각 시나 도에서 운영 중인 곳도 있으나, 작업실이나 합주실 앞에 개인이라는 말이 붙지 않는 경우 대부분 사설 대여 합주실을 지칭한다. 마치 노래방과 같이 시간당 일정 금액을 내고 합주할 수 있는 공간을 대여하는데, 리허설 스튜디오도 같은 개념이다. 방의 크기는 여러 가지가 있으며 내부에는 방음, 차음 시설이 되어있고 드럼 세트, 기타와 베이스 기타 앰프, 믹서, 마이크, 스피커 등 연주에 필요한 장비들로 채워져 있다. 아마 이 땅에서 밴드를 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거쳐 가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예전 내가 밴드를 시작했던 시기에 서울에는 유명한 합주실이 몇 개 있었다. 서대문의 서문 합주실 그리고 종로의 세화 합주실, 강남의 화이트 합주실 등이 유명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