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정부가 16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미디어(SNS)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한다. 이 금지법이 시행되면 청소년은 부모의 동의 여부에 상관없이 SNS 접근이 제한된다. 호주 정부는 SNS 기업이 어린 청소년의 접근을 막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마련하게 하고,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막대한 벌금을 물린다는 구상이다. 청소년의 SNS 사용을 제한하는 입법 시도는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 나타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하루 일정 시간 동안 SNS가 부모 동의 없이 미성년자에게 알림을 보내는 것을 금지하고, 미성년자 계정은 비공개를 기본 설정으로 하도록 규정하는 법안을 2027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프랑스 정부는 3세 미만 영유아의 영상 시청을 전면 금지하고, 스마트폰을 통한 인터넷 접속은 13세부터 할 수 있게 하며, SNS 사용은 15세부터 허용하되 제한을 두어야 한다는 초강경 정책을 논의 중이다. 프랑스 일부 학교는 스마트폰 사용 금지를 선언했는데 내년에는 초중학교 전체로 확대하자는 여론이 호응을 얻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14세 미만은 휴대전화 소유 자체를 금지하고 16세 미만은 SNS 계정 개설을 금지하자는 온라인 청원이 올라왔다. 교육, 의학 전문가들이 이 청원에 동의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국내 아동‧청소년의 미디어 이용행태를 조사한 정보통신정책연구원(2024)의 보고서를 보면 19세 미만의 자녀를 둔 가정의 51.6%는 자녀의 미디어 이용을 제한하고 있다. 10살 미만 어린이의 스마트기기 하루 평균 이용 시간은 1시간 15분이고, 10대 청소년의 경우에는 2시간 41분으로 전년 대비 스마트기기 이용 시간이 늘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3 어린이 미디어 이용 조사’에서 3세부터 9세 아동의 75.3%가 유튜브를 이용했다. 유튜브를 ‘매일 이용한다’는 비율이 30.8%에 달했다. 유튜브 쇼츠나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와 같은 숏폼 콘텐츠를 시청하는 아동의 비율은 51.1%였다. 하루 평균 숏폼 이용 시간은 약 1시간이었다. 10세 미만 아동이 15초~60초 정도의 콘텐츠를 한 시간가량 보고 있다는 것이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SNS 과몰입을 우려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 들 수 있다. 그중에서 중독으로 부르는 ‘과의존’이 심각할 경우 심리적‧신체적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제도 일으킬 염려가 있다. SNS를 통한 사회적 비교, 사회적 압박, 다른 사람들과의 부정적 상호작용 등으로 인한 해로운 영향에서 누구도 자유롭지 않다. 미성년자에게 술과 담배를 금지하는 것처럼 스마트폰과 SNS도 제한을 두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SNS 이용을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은 타인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학업 부담에서 벗어나 즐거움을 느끼고 쉴 수 있다. 하지만 이용이 늘수록 부정적 영향을 피할 수 있는 여건과 공간을 확보하기란 훨씬 어려워졌다. 스마트폰 소유부터 SNS 계정 접근 금지까지 원천 차단하는 방식의 통제가 해결책이 아니라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노출 시기와 정도를 최대한 늦추자는 주장은 모두가 동의하는 분위기로 보인다.
요즘 우리 사회는 희망적인 일보다 비관적인 일이 가득하다. 주식폭락, 정치부패, 지방소멸, 학교폭력, 고독사 등등. 사회가 방향을 잃은 듯하다. 부모 자식 지간도 마찬가지다. 단적인 예로 노인들이 자신의 전 재산을 자식에게 한 푼도 주지 않고 전부 쓰고 가겠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가 난무하다. 자식에게 더 이상 기댈게 없다는 비관론이다. 이런 삭막한 분위기와는 달리 프랑스에서는 전 재산을 지역 사회에 기증하고 떠나는 노인들이 많다. 올 초 프랑스 남부에 있는 바르(Var) 지역에서 95세의 한 노인이 세상을 뜨면서 지역 당국에 250만 유로(한화 약 40억 원)를 유증하고 돌아가셨다. 마르슬렝 아르튀르 샤익이라는 이 남성은 자신의 유산으로 노인들을 위한 데이케어 센터를 설립해 줄 것을 요청했다. 시 의회는 고인의 유언과 유산을 만장일치로 받아들였다. 약 3,000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이 지역의 단체장인 카미유 부주(Camille Bouge)는 이 금액이 “앞으로 몇 년 동안 놀라운 투자 및 운영 능력”을 키워갈 것이라며 흐뭇해했다. 부주 시장은 “약 100평방미터의 새 부지를 찾아 노인들이 함께할 수 있는 친절하고, 따뜻하고, 친근한 공간을 만들고 세 명의 직원을 새로 고용할 계획”을 발표했다. 지역 주민들도 나서서 환영의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이 공사는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며, 2026년 이전에 개소할 방침이다. 또 다른 미담은 2022년 12월 100세의 노인 로메인 칼레스가 남긴 유언장이다. 칼레스는 자신이 살던 지자체인 알프 마리팀의 로크포르레팽(Roquefort les pins)을 유산 상속자로 지정하고 생을 마감했다. 이 지자체는 약 800만 유로(117억 원)를 고인으로부터 받았다. 이는 신의 큰 선물로 지자체의 연간 운영 예산 전체에 해당하는 거금이다. 로크포르레팽은 이 기부금으로 새로운 학교를 지을 계획이다. 한 시의원은 “우리는 공동체의 중기적 필요를 충족시킬 학교를 지을 땅을 찾고 있었어요. 로메인 칼레스의 집 근처에 새 학교를 지을 미개발 부지를 발견했지 뭐예요. 이는 하늘의 계시인 것 같아요”라며 감사해 했다. 칼레스의 유산은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모든 예술을 위한 문화센터로 탈바꿈시키는 데도 사용될 예정이다. 프랑스 중부에 위치한 셰르 지방의 작은 마을 생트 솔랑주(Sainte Solange) 역시 비슷한 미담을 갖고 있다. 지난해 7월 6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간 한 여성으로부터 놀라운 선물을 받았다. 그녀는 사망하면서 100만 유로(약 15억 원)와 20헥타르의 농장이 있는 자신의 집을 기증했다. 이 지자체의 시장인 기슬렌 드 방기는 고인이 돌아가신지 몇 개월이 지난 11월에야 정확한 유증 금액을 알게 되었다.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어요! 처음에는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고, 그 정도인지도 몰랐어요”라며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기증액은 1,100명의 주민이 사는 생트 솔랑주의 연간 예산과 맞먹는 액수이기에 지역 의회는 매우 기뻐하고 있다. 고인은 기부금 사용처에 대해 아무런 조건을 달지 않았다. 따라서 생트 솔랑주는 우선 기부금 중 일부를 번개에 맞은 성당의 종탑 보수 공사에 사용하기로 했다. 남은 금액 중 일부는 예배당 지붕의 손상된 부분을 수리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방기 시장은 “기부금은 매우 신중하게 사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세편의 미담은 얼어붙은 우리의 마음을 훈훈하게 녹여준다. 필자는 세 명의 기증자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너무나 고맙게 느껴진다. ‘한평생 잘 살다가니 남은 것은 후세의 몫이다’라는 철학의 소유자들 같아서 말이다. 나도 이런 결말을 내고 가야할텐데... 솔직히 자신이 없다.
경기도가 전세사기 피해를 막고 안전한 주거생활을 돕기 위해 개발해 공개한 ‘1인 가구 주거 안전 체크리스트’의 유용가치가 높다는 여론이다. 전세사기는 근년 수도권은 물론 전국에서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한 희대의 범죄 유형이다. 주로 젊은 층인 피해자들이 한순간의 판단 실수와 정보 부족으로 전 재산을 잃고 피눈물을 흘리는 비극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참상이다. 더 적극적인 자세로 막막한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충실히 제공하는 행정 서비스는 더욱 큰 폭으로 확장돼야 한다. 경기도가 ‘1인가구 포털’을 통해 제공하고 있는 ‘1인가구 주거안전 체크리스트’는 전·월세 계약부터 이사 후까지 안전한 주거생활을 확보하기 위해 스스로 점검해 볼 수 있는 실질적인 점검 목록이다. 공개된 체크리스트에는 전월세 계약 전, 계약 당일, 잔금 지급일, 계약 기간 중 등 단계별로 나누어 필수 확인 사항과 주의사항 등 필수 점검 항목이 망라돼 있다. 체크리스트에 따르면, 계약 전에는 등록된 공인중개사인지를 확인해 동행하여 계약할 집의 교통 편리성과 주변 환경 등을 확인해야 한다. 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이나 KB부동산을 통해 주변 시세에 대비해 보증금과 월세가 적정한지를 확인(특히 신축 다세대주택 등의 경우는 필수)하기를 권한다. 등기부등본을 통해 선순위 권리관계를 확인하고, 건축물대장도 살펴봐야 한다. 계약 당일에는 임대인 신분 확인과 함께 등기사항전부증명서의 권리관계를 재확인하고 임대인 세금 체납 여부도 체크해야 한다. 대리인이 계약하는 경우에는 대리권이 있는지를 명확히 확인하는 절차가 중요하다. 계약 시에는 반드시 주택임대차 표준계약서를 사용하되 옵션 사항·수리비 부담·근저당 말소 등 구두로만 하고 넘어가기 쉬운 사항들은 특약사항에 반드시 명문화해 넣어야 한다. 중개사를 통해 임대인의 세금 체납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만약을 위해서 필요하다. 계약 체결 후에는 곧바로 주택임대차계약신고를 마친다. 잔금 지급일에는 등기사항전부증명서를 통해 근저당권 등 특약사항이 이행됐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입금 계좌가 등기부등본상 임대인이 맞는지를 재확인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때 중계 수수료 현금영수증을 포함한 영수증 확보 또한 필수적이다. 계약 후에는 곧바로 행정복지관 등에 전입신고를 마쳐야 한다. 이는 대항력, 우선변제권 확보를 위해 꼭 필요하다. 경기도 ‘1인가구 주거안전 체트리스트’는 계약 기간 중에 임차인이 확인해야 할 내용도 빼놓지 않고 안내하고 있다. 임차인은 계약 만료 2개월 전에 계약 갱신 또는 해지 의사를 임대인에게 전달해야 한다. 만일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했을 때는 관할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신청을 하고 보증보험가입기관에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이행청구 등 안전 확보 조치를 해야 한다. 경기도가 개발해 내놓은 ‘1인가구 주거안전 체크리스트’는 안전한 임대차 관리를 위해 요긴한 내용들을 잘 축약해 담고 있다. 수많은 젊은이가 부동산 사기를 당해 길거리에 나앉은 희생에서 얻은 교훈의 산물이기도 하다. 지자체 등 국민의 안전한 삶을 담보해야 할 관청들은 사건 사고가 발생한 뒤 사후약방문식으로 해법을 내놓는 전근대적인 행정을 이제는 혁신해야 한다. 문제 발생 이전에 빈틈없는 방지책을 펼치는 예방행정에 집중해야 한다. 생활안전·산업안전을 포함해 국민이 당할 수 있는 불운·불행을 최대한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지혜로운 대안들을 살뜰히 제시하는 선진행정으로 반드시 가야 한다. 이번 ‘주거안전 체트리스트’ 개발 보급을 계기로 경기도가 지역민들이 일상적으로 당할 수 있는 직·간접적인 위해를 미리미리 막아주는 수준 높은 예방행정 활동을 확대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경기도에 살기 때문에, 주민들이 더욱 안락한 민생을 누릴 수 있도록 만드는 정책은 무조건 다다익선(多多益善) 아니겠는가.
지난 시간에 이어 보양주에 대해 마무리를 해야겠다. 이 술이 사람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았다. 일단 동물성 재료로 술을 빚는다는 부분과 맛이 나쁘지 않다는 것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을 수도 있다. 동물성 재료는 발효하는데 많은 변수가 있을 수 있다. 술빚기에는 적합하지 않아 지금까지 전해진 것은 별로 없지만 이런 지혜를 통해 우리 술이 나아가는 길을 좀 더 확장 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좋을 것 같다. 네 번째로 사용했던 재료는 북어이다. 북어는 명태를 말린 것으로 다양한 음식 재료로 사용되지만 우리는 제일 먼저 해장국을 떠올린다. 아버지가 저녁에 술 한잔하고 들어오시면 다음 날 아침 부엌 한편에 있는 북어를 나무 방망이로 두들겨 부드럽게 만든 후 고소한 참기름에 볶다가 물을 조금씩 넣으면서 끓이면 뽀얀 국물이 우러난다. 여기에 파와 마늘 그리고 달걀을 풀어 마무리하면 까칠한 입맛을 돌아오게 하는 시원한 속풀잇국이 완성된다. 드시면서 시원하다고 이야기하시는데, 어렸을 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그런 일들이 지금은 말하지 않아도 공감이 많이 간다. 그럼 먼저 명태에 대해 유래부터 알아보자. 여러 가지 이야기가 전해진다. 옛날 함경도 명천(明川)에 성이 태(太) 씨인 사람이 고기잡이하며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낚시로 물고기를 잡았는데, 그 이름을 아무도 몰라 고을 사람들은 명천에서 ‘태’ 씨가 잡았다고 해서 ‘명태’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리고 마른 명태를 북어라고 이르게 된 것은 함경도가 북쪽에 있어서 남쪽에서는 볼 수 없는 물고기라 북어(北魚)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명태 유래는 '새 국어 어원사전'에서 요약했다.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이 많은 북어가 숙취 해소에 좋다고 하니 나의 호기심에 북어로 끓인 물을 술빚는 데 사용하면 가능하겠다는 실험은 이미 앞에 사용한 소고기, 돼지 뼈, 닭이 있었기에 실행에 옮기는 것은 아주 수월했다. 다만 하나만 쓰는 것보다 혹시 모를 냄새를 잡기 위해 마늘과 파를 함께 넣어 준다면 더 효과가 좋겠다는 생각에 모든 재료를 넣고 푹 끓인 후 그 국물로 된죽을 쑨 뒤, 차게 식혀 누룩을 넣어 7일간 발효시켜 밑술을 완성한다. 멥쌀을 깨끗하게 씻어 24시간 불린 뒤 건져 고두밥을 찐 다음 차게 식힌다. 빚어 놓은 밑술과 함께 버무려 한 달간 발효시켜 술은 완성한다. 술을 빚는 과정은 어느 한순간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특히 신경이 쓰이는 부분은 원재료의 맛을 끌어 올릴 수 있는 숙성의 단계가 아닐까 생각한다. 술을 걸러 맑게 여과한 후 냉장고에서 두 달 정도를 넣어두고 기다렸다. 여전히 술은 맛보기 위한 기다림은 참 행복하다. 하얀 술잔에 떨어지는 맑은 노란빛이 나의 눈을 행복하게 하고, 입안으로 들어오는 첫맛은 입안에 퍼지는 시원한 맛과 함께 뒤에 올라오는 자연스러운 탄산 감이 나를 설레게 했다. 발효가 다 끝나면 느낄 수 없는데 이 술은 유난히 탄산 감이 많이 느껴졌다. 냄새에 민감해 혹시 비린내가 나지 않을까 고민했는데 전혀 느끼지는 못했다. 이로써 보양주 사총사는 나의 무한한 술 세계의 또 다른 시작점과 함께 스스로 기쁠 수 있는 만족감을 선물해 주었다. 이런 행복이 내가 술을 선택하는 핵심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칼 포퍼는 '열린사회와 그 적들'이란 자신의 저서를 마르크스 주의 비판을 위해 썼다. 그가 이 책을 썼던 때는 1945년이다. 나치의 잔혹함을 경험했고 스탈린의 전체주의 독재를 목격했다. 칼 포퍼의 이론은 소위 자유민주주의자들이 자신들의 정치 선전 도구로 이용하곤 한다. 반공 이데올로기를 그럴 듯 하게, ‘좀 있어 보이게’ 하려는 사람들은 칼 포퍼를 아는 척 한다. 특히 개신교 이론가들이 포퍼의 ‘열린 사회와 닫힌 사회’의 대립 개념을 내세우곤 한다. 아이러니다. 칼 포퍼의 열린 사회론을 내세우는 집단들, 정당들, 교회들이 오히려 닫힌 사회의 행태를 더욱 적극화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견이 다른 정당의 대표와 정치인들을 무리한 법조항을 내세워 활동을 규제하려 하는 것은 닫힌 사회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동성애, 이슬람을 인정하지 않는 일부 개신교들의 집회는 그걸 지켜 보는 사람들을 두려워 떨게 만든다. 나치 히틀러는 유대인을 학살하면서 동성애자 역시 상당수 태워 죽였다. 그 역사를 애써 외면하려 하는가. 한 사회가 열린 사회인지 닫힌 사회인지를 바로 알 수 있는 길은 사회 구성원의 일부, 특히 지도급 인사들이 문화와 예술을 대하는 태도이다. 한국 사람들 중 일부는 기이하게도 해외에서 높은 성과를 올린 작가, 예술가들을 폄훼하는 경향을 보인다. 노벨상 수상작가인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청소년 유해도서로 규정하고 도서관에서 책을 폐기시킨다. 모두 3부로 이루어진 '채식주의자'의 2부 ‘몽고반점’에서 형부와 처제가 관계를 맺는 에피소드 때문인 모양이다. 다소 극우주의적 사고를 지닌 사람들은 한강의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가 각각 5.18과 4.3의 역사를 다룬 내용이어서 ‘좌파 빨갱이’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평소 웃고 인사하는 사람의 속내에 5.18과 4.3에 대해, 끔찍하게 다른 생각이 들어 있을 수 있다는 생각만 해도 모골이 송연 해진다. 5.18은 북한 간첩에 의해 일어난 것이며 4.3 역시 남로당 계열 공산주의자들이 의도적으로 일으킨 것이라고 그들은 생각한다. 이런 사람들은 5.18과 4.3 때 얼마나 많은 양민이 학살당했는지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는다. 이것은 정녕 교육의 잘못인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션 베이커 감독의 영화 ‘아노라’에 대해서도 댓글에 욕설에 가까운 비난 글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 역시 한국사회가 칼 포퍼식 열린 사회가 아니라 닫힌 사회가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아노라’는 뉴욕의 한 창녀가 러시아 갑부 자식인 애송이 청년 때문에 겪게 되는 적나라한 이야기이다. 칼 포퍼 이론의 핵심은 ‘비판을 허용하는 열린사회란, 서로 상충하는 의견이 자유롭게 표출되고, 엇갈리는 목표들이 다양하게 추구될 수 있는 다원적인 사회를 말한다’에 있다. 지금의 한국사회가 과연 칼 포퍼가 얘기하는 열린 사회인가. 반공주의자들, 일부 기독교 목사들이 신봉하는 칼 포퍼의 열린 사회론이 바로 그들에 의해 닫힌 사회론이 되고 있다. 이건 거의 개그 수준의 사회이다. 칼 포퍼의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이라도 제발 제대로 읽고 얘기했으면 좋겠다. 그러나 행여나이다. 과연 그럴까이다.
경기도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타지역과 마찬가지로 국제연합(UN)이 정한 고령사회 기준의 두 배를 넘길 정도로 고령화 현상이 심각하다. 그런데도 공립요양시설이 거의 없다시피 해 도민들이 불편을 호소해 왔지만, 마땅한 대안은 제시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고령화 현상은 인구절벽 사태와 함께 우리가 잘 헤쳐 나가야 할 핵심 복지사업 대상이다. 공립·민간 가릴 것 없이 질 높은 노인 케어가 가능한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경기도 노인들이 더욱 행복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은 대폭 확충돼야 할 것이다. 통계청이 지난 9월 26일 발표한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모두 993만 8천 명으로 전체 인구의 19.2%에 달한다. 불과 0.8%만 더 늘어나면 대한민국은 영락없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경기지역 65세 인구 역시 전체의 15.9%를 넘기면서 고령사회가 한층 더 깊어졌다. 하지만, 도내에서 운영 중인 공립노인요양시설은 턱없이 부족하고 노인요양시설 대부분이 민간 운영에 치중돼 있다. 서비스 질이나 안정성이 높은 공립노인요양시설을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해마다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현재 경기도 내에서 운영되는 노인요양시설은 총 2천136곳이다. 이 중 공립노인요양시설은 단 10곳으로 고작 0.5%에 머무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경기 남부에 수원시, 성남시, 부천시, 광명시, 평택시, 안산시, 군포시, 의왕시, 양평군 등 9개 시군에 공립노인요양시설이 설립돼 있다. 경기 북부엔 단 한 곳(구리시)에서 공립노인요양시설을 운영 중이다. 경기도에서 노인 돌봄에 대한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다 보니 도내에서 운영 중인 10곳 공립노인요양시설 모두 정원이 가득 차서 이미 오래전부터 추가적인 인원을 제때 받을 수 없는 상태가 돼 있다. 공립 시설을 이용하려는 수요가 계속 늘다 보니 짧게는 2개월에서 길게는 최대 5년까지 기다려야 차례가 돌아오는 실정이다. 노인들이 공립노인요양시설을 선호하는 이유로는 부정 수급, 학대 피해 예방 등 안전성과 요양 서비스, 프로그램의 질 등이 민간시설보다 더 높을 것이란 믿음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관리 사각지대가 많을 수밖에 없는 민간시설에서 간간이 발생해 말썽이 되는 노인학대 논란 등에 따른 반작용으로 공공시설에 대한 갈망은 날로 높아지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이미 가속도가 붙은 노인 인구의 증가추세로 인해 우리나라는 조만간 급속한 돌봄 수요 확대와 공급 부족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의료와 요양 등 돌봄 필요와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공급은 부족한 사태가 지금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심각하게 도래할 것이란 전망이다. 폭증하는 돌봄 수요에는 의료, 간호, 요양 등 건강 유지를 위한 기초적인 서비스부터 가사와 식사, 여가 서비스, 금융서비스 등 넓은 의미의 서비스까지 포함된다. 고령 친화적 주거는 삶의 기본 조건이자 돌봄 서비스의 플랫폼 역할을 하게 돼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이에 대한 즉각적이고 충분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에는 공공과 민간이 협력해 고령자 돌봄 주택 공급을 촉진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도 등장하고 있다. 공립요양시설 태부족 현상과 빠른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인해 빚어지고 있는 노인 돌봄의 불균형을 개선하는 일은 두 가지 관점에서 진행돼야 한다. 부족한 공립요양시설을 확충해 질 높은 노인 돌봄 시스템을 갖추는 일과 민간시설의 수준 향상을 견인하는 일이다. 노인 인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경기도의 공립노인요양시설 운영실태는 개선돼야 한다. 아울러 급격한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선진적인 노인 돌봄 시스템 구축 마스터플랜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할 것이다.
어느 작가가 여행길에서 인터뷰를 했다. 그런데 그는 11월인데도 벚꽃이 피고 토마토는 착과가 되지 않는다고 걱정하는 농부를 만났다고 했다. 기후재난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맞설 기술은 과거의 관성을 누가 먼저 깨느냐에 달려 있다고 한다. 기후재난은 과학자들의 예측을 넘어서고 있는데, 권력자도 기업가도 과학자도 교육에서도 기후재난 앞에서는 누구 하나 용기 있게 얘기하는 사람이 없다. 연기처럼 희미하게 그 문제 자체가 잊어지는 게 우선 당장은 다행이라는 것인가. 11월도 중순이어서 일까. 그동안 추위 걱정 않고 지냈으니 이제 기후재난 속 겨울의 길목에서 추위에 따른 체험적 경험을 쌓으라는 듯 바람은 차갑고 드세다. 온기가 없는 곳에서는 생명이 자랄 수 없다. 인간은 에덴동산에서부터 혼자 살 수 없도록 창조된 것일까. 사랑하는 이를 잃고 가정이 삶의 근원이요 문명과 문화의 기초되는 곳이라는 인식을 체감한다. 그런 가운데 어느 날 문득 걱정의 늪 속에 빠져버린 느낌이다. ‘있을 때 잘해’라는 대중가요 가사가 실감 난다. 글쓴이로 살아오면서 저렇듯 딱 부러지게 공감할 수 있는 유행가 가사 하나 없구나! 하는 자책도 따랐다. 나에게 희망이 있다면 아파트 옆 동에 살고 있는 딸에게서 ‘식사하러 오시라’는 그 전화요 목소리이다. 그것이 오직 가족과의 대화가 된 셈이고_. 나로 인한 딸의 수고가 고생이 되어 갈수록 안타깝고 애틋한 생각에 마음만 저리다. 그러던 어느 날, 딸 가정에 기념할 만한 일이 닥쳤다. 나는 전화로 모두 밖으로 나가 음식점으로 가서 식사를 하자고 말했다. 그랬는데 서로 간 소통이 잘 되지 않아 나는 끝내 큰소리를 내고 말았다. 녹음을 해놓고 들으며 반성해야 할 말도 하고 말았다. 그러나 얼마 안 가 함께 식사를 하게 되어 한숨을 놓게 되었다. 아버지와 딸이란 인연의 은혜 속에 가족이라는 이해의 이불을 하나님께서 덮어줌으로써 불행했던 순간을 여백이 공간으로 창조할 수 있었다. 세상을 걷다 보면 서 있는 자리가 다르면 세상 풍경도 사뭇 다르게 보인다. 나같이 수양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많은 일을 자기 방식대로 통제하려 든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통제에 응하지 않으면 순간의 적이 되기도 하는가 싶은 후회였다. 이런 상황일 때는 내가 나를 용서 못해 괴롭다. 이럴 때 이해의 담요와 이불이 필요한 것을_. 이 참담한 시대에 우울감에 빠지지 않고 자신을 지키려면 마음의 여백을 늘려가면서 바보처럼 살아가야 하겠거니 싶다. 바보도 바보 나름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은 백치요. 하나 밖에 모르는 사람은 바보다. 그런데 김수환 추기경님이나 이태석 신부 같은 분들 앞에서는 ‘바보’라는 명사를 끄집어낼 수도 없다. 그래서 썩을 놈의 세상 ‘나는 완전 바보, 그대는 반절 바보’가 되는가 싶다. 바보로 살려면 힘(力)이 있어야 한다. 자신이 아는 단 한 가지를 그냥 밀고 갈 수 있는 힘 말이다. 신앙이든 문학이든 그림이든 도공이든 소리꾼이든 말이다. 뚝심으로 자기의 명작을 위한 일생의 종착지를 향해 가는 것이다. 외로움과 피곤은 날마다 나비처럼 다가오고, 후회는 벌처럼 날아와 쏘는데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 행복이라는 단어와 눈이라도 맞춰 볼 기회가 올 것인지 사뭇 안타깝다. 어느 날 먼 곳에 있는 아들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이 말 저 말 끝에 아들은 요즘 무슨 생각을 하며 지내시냐? 고 했다. 나는 ‘죽음 뒤의 희망’을 생각해 본다고 했다. 아들은 ‘제가 있는데 무슨 죽음 뒤의 일이냐’ 고 말했다. 아차! 내가 말실수했구나 싶어 ‘그래 네가 나의 자존심이다. 네가 있으니 좀 더 의미 있게, 가볍게, 유머러스하게 살아가야겠다.’고 진심어린 말을 들려주었다. 작가로서 살아오면서 글쓰기는 나의 삶의 가치를 느끼게 해주는 작업이라고 믿고 살아왔다. 시간을 보내는 가장 멋진 일이라고도 생각했다. 지금껏 걸어온 길, 이 길에 깨어 있으리라. 갈아입고 겨울을 보내야 할 옷들을 세탁소에 맡기고 왔다. 때 묻고 추해진 옷은 세탁소에 맡기면 된다. 그러나 마음은 어디에 맡겨야 새롭고 맑아질 수 있을까. 봄 강물 흐르는 그 어디쯤일까… 아침햇살은 뒷산 이마에서 빛나고, 슬픈 경험은 지혜가 되어 가슴에서 빛날 것이다.
10월 7일에 벌어진 일은 물론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안긴 비극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1948년에 팔레스타인의 땅 78%를 강탈하며 이스라엘이 만들어지고, 1967년 이후에는 나머지 22% 지역마저 군사점령하고, 2007년부터는 가자지구를 봉쇄해서 창살 없는 감옥으로 만든 것이 낳은 결과라는 것도 분명했다. 이스라엘 정권은 끝없이 정착촌을 확대하면서 무장헬기, 전투기, 불도저, 장갑차로 팔레스타인인들을 인종청소해 왔다. 75년이 넘게 다른 민족을 점령하고, 2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감옥처럼 가둬놓고서 평화를 기대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 10월 7일을 통해서 명명백백해졌다. 그날 벌어진 비극은 이스라엘의 식민 점령과 억압에 대한 분노의 분출이었다. 지난 1년간 우리가 가자에서 본 것은 '하마스에 대한 공격'이 아니었다. 이것은 팔레스타인과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폭격이었다. 가자의 모든 학교와 병원이 파괴됐고 생지옥으로 변한 가자에서 끝없이 피난 가고, 죽고, 돌아오고, 다시 죽는 사람들이 매일같이 생중계로 보여졌다. 이것은 SNS를 통해서 피해자들 자신에 의해서 24시간 생중계된 대량학살이었다. 지난 1년을 통해 우리가 봐야 할 가장 중요한 사실은, 아랍인들을 내쫓고 그 자리에 유대 국가를 건설하겠다는 시온주의 프로젝트의 실패다. 최근의 레바논 침공은 이런 실패와 붕괴를 가리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과도 같다. 홀로코스트 생존 유대인의 후손이며 이스라엘의 역사학자인 일란 파페는 몇 가지 지표를 통해 "우리는 시오니즘의 몰락으로 정점을 찍을 가능성이 높은 역사적 과정, 그 시작을 목격하고 있다"라고 분석한다. 이제 '이스라엘의 대량학살을 비판하는 것은 반유대주의'라는 억지는 더 이상 통하지 않고 있다. 시온주의의 붕괴와 함께 미국과 서방 강대국들이 말하던 '인권과 민주주의에 기반한 규칙 기반 세계 질서'라는 위선적 구호의 정당성도 같이 무너지고 있다. 이것은 폭격과 학살에 반대하는 국제적 반전 평화 운동이 등장하면서 이루어진 변화였다. 이 운동은 도덕적 우위를 차지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반환점을 넘어섰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 국제적 운동과 여론의 힘으로 학살과 전쟁을 실제로 끝내는 일이다. 가자의 민중이 포기하거나 무릎 꿇지 않듯, 폭격과 학살에 반대하는 사람들 또한 물러설 수 없다.
경기도교육청의 ‘경기형 과학고’ 유치를 위한 도내 각 지방정부들의 경쟁이 뜨겁다. 도교육청의 설명에 따르면 경기형 과학고란 학교와 교육지원청, 지방정부, 지역기관이 협력해 지역별 특색을 살린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지역 특화형 과학고등학교라고 한다. 도교육청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살고 있는 곳이 경기도임에도 불구, 경기북과학고등학교(의정부시 소재) 한 곳만 있어 학생들이 진로 선택에 심각한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에 지역 특색을 살린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지역특화형 과학고를 설립해야 한다고 밝힌다. 지난 9월 경기형 과학고 신규지정 공모 계획이 발표되자 많은 지방정부들이 관심을 가지고 공모에 응했다. 1단계 예비지정 공모 신청서 접수 결과 총 12개 지역에서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화성시의 경우 첨단 과학기술을 토대로 서해안 K-미래차 벨리,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K-바이오 벨트가 자리한 대한민국 신산업의 중심지로서 과학고가 설립되면 학생들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사고를 함양할 수 있게 지원하고, 지역 산업과 밀접하게 연계된 과학 교육 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고양시는 고양 우주항공 과학고를 설립을, 광명시는 AI·모빌리티산업과 탄소중립 친환경 기술의 교육과정 연계, 수도권 20분 연결 시대를 앞둔 뛰어난 접근성 등을 꼽았다. 구리시는 토평 2지구 개발이 완료되면 지·산·학 완전체가 구성될 수 있는 최적의 입지임을, 김포시는 현재 추진 중인 김포한강2콤팩트시티의 직주 근접성과 주거 편의성이 우수하고 네트워크도 용이함을 내세우고 있다. 시흥시는 은계지구에 과학고를 위한 땅을 이미 확보했다며 유리한 여건을 내세우고 있고, 이천시는 과학고 유치가 지역 교육 발전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꼭 선정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용인시의 경우는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은 취임 직후부터 과학고 유치 의사를 밝힌 후 관련 기관과 협력체계를 구축, 과학고 유치를 위한 활동을 적극 전개해 왔다. 평택시도 경기남부의 대표 산업도시임을 내세우며 과학고를 유치에 적극 나섰다. 부천시는 현 부천고등학교를 과학고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과학고 설립을 추진할 계획이다. 성남시는 현 분당중앙고를, 안산시는 성포고를 과학고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경쟁에 뛰어들었다. 1단계 예비 지정 결과는 11월 말 발표되는데 공정한 심사를 거쳐 선정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경기도형 과학고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와 경기지역 교육·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특권교육저지 경기공동대책위원회(이하 경기 공대위)는 지난 9월 12일 성명을 통해 반대의사를 밝혔다. “도교육청이 구상하는 ‘경기형 과학고’는 지자체 자체 재원 등으로 설립해 운영하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과학고 부지와 설립에 필요한 예산, 운영비 등을 지자체가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다. 지방정부의 재정 지원 규모를 심사 기준으로 내세워 ‘부자 동네’가 선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도내 지역 간 교육 격차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다. 경기공대위는 지난달 28일에도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학고 설립계획을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대위의 우려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이다. 경기형 과학고가 지방정부에 설립·운영예산을 떠넘기고 있어, 결국 일반고 학생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지원은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이 터무니없는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과학고 확대는 결국 일반고 죽이기로 귀결될 것"이란 지적을 교육당국과 지방정부들은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과학고 설립계획이 발표되면서 학원가에 초등 과학고 진학반이 생기는 등 사교육비가 폭증하고 있다”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과학고 설립 계획은 신중해야 한다. 그럼에도 과학고 유치를 희망하는 도민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유치 신청서를 낸 지방정부들도 적극 나서고 있다. 도교육청은 이런 도민들의 상반된 반응을 잘 살펴 현명하게 대처하기를 바란다.
해석자는 자신의 해석이 옳다는 점에 대하여 독단에 가까울 정도의 확신이 있어야 성공하는 듯하다. 마르틴 루터는 독단에 가까운 확신을 가진 해석자였다. 그리스도는 체포되기 전날 밤 떡을 떼어 가리키며 ‘이것은 내 몸이다’(Hoc est enim corpus meum)라고 했다. 그리스도는 분명히 ‘이다’(est)라고 했다. 그러니 성만찬의 떡은 예수의 몸‘이다’. 성만찬의 떡은 떡이면서도 동시에 예수의 몸이다(공재설). 이것이 마르틴 루터의 해석이었다. 울리히 츠빙글리의 해석은 달랐다. 그리스도는 같은 날 밤 이런 말도 했다. ‘이것을 행하여 나를 기념하라’. 그리스도는 분명히 ‘기념’하라고 했다. 성만찬의 떡은 단지 기념이고 상징일 뿐이다(기념설). 복음서 텍스트의 몇 문장에 대한 해석의 차이 때문에 독일과 스위스의 종교개혁 진영은 분열되었다. 독일의 제후 헤센 방백 필리프 1세는 비텐베르크의 루터와 취리히의 츠빙글리를 중재하고자 했다. 유럽의 구교 세력에 맞서기 위해서는 개혁주의 진영이 단일 대오를 이루어도 세력이 모자란 형편이었다. 필리프 1세의 중재로 루터파와 츠빙글리파는 마르부르크에서 회동을 했다. 그러나 회담은 중간 지점을 찾지 못하고 결렬되었다. 츠빙글리는 “모든 것이 당신 뜻대로 되어야 한다는 말인가”라고 개탄했다. 루터는 기어이 식탁에 ‘이것은 내 몸이다’를 적어 놓고 퇴장했다(앤드루 페트그리, 《루터, 브랜드가 되다》, 김선영 역). 다른 한편, 해석자는 개별 사례에 대해 판단을 내릴 때에는 유연하거나 “관용적”일 수도 있어야 성공하는 듯하다. 방금 등장한 개혁주의 진영의 뒷배 헤센 방백 필리프는 정략결혼의 상대방이었던 아내 작센의 크리스티나와 이혼하고 연하의 궁중 시녀 마르가레테 폰 데어 잘레와 재혼하기를 희망했다. 필리프는, 루터가 아닌 루터의 친구, 개혁주의 진영의 또 다른 권위자인 필리프 멜랑히톤에게 편지를 보내 “자문”을 구했다. 내가 아내를 버리고 시녀와 결혼한다면 개혁주의 진영의 해석 방법에 따라 해석을 하더라도 “불법”이겠는가? 법률가라면 멜랑히톤의 곤란한 처지가 이해될 것이다. 클라이언트, 그것도 VIP 클라이언트가 자문을 구할 때에는 많은 경우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되며, 결론은 정해져 있고, 너는 논리만 만들면 된다. 멜랑히톤은 필리프의 질의에 회신하며, 이혼하고 재혼하는 대신 중혼을 하되 이를 숨길 것을 권고했다고 한다. 루터는 침묵했다고 한다. 이 스캔들은 두고두고 개혁주의 진영의 약점이 되었다(앤드루 페트그리, 같은 책). 루터가 ‘이혼보다는 중혼이 낫지’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렇게나 유연한 사람들이 기념설은 끝내 관용하지 못하고 기를 쓰고 반대했다. 법철학은 정신화한(vergeistigt) 정치이고, 정신의 영역으로 옮겨와 수행되는 정치적 투쟁이라는 글이 눈에 띈다(구스타프 라드브루흐, 《법철학》, 윤재왕 역). 법의 해석과 적용도 마찬가지이다. 법의 해석도 정치적이고, 법의 적용도 정치적이다. 해석자는 완고함과 유연함이 공존해야 성공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