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부터 6월 사이 성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6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 4명이 동급생 1명을 상대로 심각한 학교폭력을 저질렀다. 가해학생들은 피해 학생을 공원으로 불러낸 뒤 강제로 모래를 섞은 과자를 먹였다. 게임 벌칙 수행 등을 이유로 몸을 짓누르는 등 신체적 폭력을 저질렀으며 심지어 흉기로 위협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 이 사실을 확인한 교육당국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심의를 열어 가담정도가 심한 가해 학생 2명에 서면사과와 학급 교체를, 가담 정도가 덜한 1명에게는 서면사과와 학교 봉사 4시간, 나머지 1명에게는 서면사과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가해 정도에 비해 처분이 너무 가볍다는 여론이 지역사회 학부모를 중심으로 일고 있다. 피해 학생 측도 지난달 30일 분당경찰서에 가해 학생 4명을 포함해 동급생 5명을 폭행 및 상해 등의 혐의로 고..
가평 자라섬 남도에서 지난9월14일부터 열린 '자라섬 꽃 페스타(가을)'가 10월13일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폭염 등으로 걱정이 많았지만 고맙게도 축제기간 동안 22만 7000여 명이 자라섬을 찾아 주셨다. 특히 이번 축제는 지난해 가을 꽃축제보다 기간이 1주일 짧았음에도 방문객 수가 8.3%나 증가했다. 이는 자라섬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관광지임을 다시 한번 입증한 것이어서 보람이 크다. 이번 꽃 페스타 기간동안 자라섬 남도에는 백일홍·구절초·핑크뮬리·팜파스그라스 등 다채로운 가을꽃이 넘실댔고 국화 작품전과 테마공원도 특별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자라섬, 남이섬, 가평마리나를 연결하는 북한강 천년뱃길도 강변의 수려한 경관과 함께 꽃 축제의 매력을 더욱 높였다. 또한 가평레일바이크에서 자라섬 입구까지 전기차가 운행돼 방문객들의 편리한..
우크라이나 남쪽 흑해 연안에 있는 항구 도시 오데사(Odesa)의 우신스키 국립사범대학에는 한국어과가 있다. 이곳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박토냐(Tonya Park/한국명: 박성미)교수가 오랜만에 한국에 왔다. 그녀를 만났다. 우크라이나 동부의 도네츠크 등 매일 전투가 치열한 곳과는 달리, 러시아와 전쟁 중이지만 이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은 쉼 없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경보가 울리고, 미사일이 떨어지고, 포탄이 날아오는 때는 온라인으로 강의를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학교에서 강의를 계속한다고 한다. 박토냐 교수는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난 고려인 차세대이다. 고려인 2세대 3세대들이 모국어라 할 수 있는 한국어를 잊어버렸음에도 그녀는 한국어와 한글을 잊지 않고 자랐다. 그뿐 아니라, 일찍이 서울대학교에 유학을 와서 한국어교육..
자궁근종이 있으며 월경통이 심해서 한약을 먹고 조금이라도 덜했으면 해서 내원한 한 50대 환자는 한약을 한 달 정도 복용할 즈음해서 카카오톡으로 이렇게 시작되는 치료 후기를 보내어 왔다. “처음 생리 시작했을 때 이후로 처음으로 통증이 없는 경험을 했어요. 정말 너무 고통스러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한의원을 방문한 거였는데 이렇게 씻은 듯이 통증이 없어서 정말 놀랍고 감사드립니다.” 초경 때부터의 통증이었기에 대개는 치료 기간이 더 걸린다. 치료 속도는 환자의 상황에 따라 정말 많이 다르지만, 생각보다 빠르긴 하다. 일상이 너무 바빠서 두 달 후 한의원에서 만난 환자분이 말한다, “몇 년 전 자궁근종을 진단받아서 그것 때문에 아프다고 생각했지만, 진통제를 계속 먹는 것도 답이 아닌 것 같아서 한약을 복용했는데 이렇게 안 아파서 정말..
경기도가 ‘아파트 노동자 인권 보호 및 인식개선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해온 ‘착한아파트’ 선정의 첫 결실이 발표됐다. 입주민과 관리 종사자가 상호 배려하고 존중하는 아파트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도입한 이 사업의 의미는 남다르다. 아파트 노동자들에 대한 폭언·갑질 사건이 끊이지 않는 그릇된 문화를 개선하는 일은 아파트가 핵심 주거환경인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경기도의 ‘착한아파트’ 선정사업이 선한 영향력을 폭발시켜 경기도는 물론 전국의 아파트 문화 혁신을 견인해내기를 기대한다. 올해 경기도 ‘착한아파트’로 최종 선정된 단지는 500세대 미만 그룹의 김포 ‘강변마을 동일하이빌’, 500~1천 세대 미만 그룹의 용인 ‘동백역 경남아너스빌’, 1천 세대 이상 그룹의 수원 ‘e편한세상 광교’다. 경..
2017년, 레딧 이용자 '딥페이크스'는 기존 성착취물에 여성 연예인의 얼굴을 합성하였다. 이른바 딥페이크의 등장이다. 2023년 12월, 수십억 개 이미지로 구성되어 생성 AI 학습에 활용되어 온 공개 데이터셋 LAION-5B에 다수의 아동 성착취물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24년 현재, 대한민국은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잔혹한 딥페이크 성착취물 피해 사례가 매일같이 보도되고 있다. 이미지 생성 AI는 심지어 이용자의 의도와 무관하게 성적 묘사를 하기에 이르렀다. 증명사진을 확장하기 위해 이미지 생성 AI 모델을 썼더니 가슴 아래가 나신으로 생성되었다거나, 셔츠 단추를 교묘히 풀어 헤친 상태로 묘사되었다는 사례들은 지금의 생성형 AI 기술이 그 자체만으로도 문제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근대문명은 과학적 지식을 기초로, 특정 목적을 위해 기술을 취사선택하고 이에 따른 잠재적 위험을 감수한다. 과학은 사회가 기술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위험을 충분히 밝히고 이를 합리적으로 관리할 것을 약속한다. 과학 공동체의 예리한 감각기관이 기술의 위험을 간파하고 이에 대응할 관리 방법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과학 공동체는 딥페이크 기술이 여성에게 가하는 위험을 관리하는 데 철저히 실패했다. 우리 사회의 정치 역시 딥페이크 성착취물의 위험을 대비하는 데에 실패했다. 딥페이크 성착취물의 위험은 지극히 정치적 과정 속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뒤로 밀렸다. 법무부 산하 디지털 성범죄 대응 TF의 권고안 중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정책은 전무하며, 21대 국회에서 발의되었던 법안들은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되었다. 딥페이크 기술은 그것의 근간이 된 데이터셋의 제작부터 설계, 개발, 최종 이용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주기에 걸쳐 여성에게 위험한 기술이었다. 그것의 위험은 명백히 여성에게 불평등하게 분포하고 있었다. 딥페이크 기술이 성착취물 제작에 이용되고 있다는 명백하게 현존하는 위험을 과학 공동체와 우리 사회는 정말 몰랐던 것일까. 과학 공동체와 정치의 무능과 무관심 속에서 딥페이크 성착취물로 인한 피해는 전적으로 여성이 짊어져야 했다. 그것의 위험성을 알린 것 또한 여성들이었다. 딥페이크 기술의 위험을 사회가 인지하고 대응하기까지 수많은 여성의 존엄이 훼손되어야 했고, 수많은 여성이 이를 공론화하기 위한 싸움을 벌였다. 우리 사회의 과학적 감각기관은 여성에게 가해지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나서야 이 위험을 마치 처음 발견한 것처럼 놀라 움츠리고 있다. 소라넷, 웰컴투비디오, 웹하드 카르텔, N번방 등 산업적 규모로 성장한 한국의 성착취물 시장을 배경으로 딥페이크 기술은 빠른 ‘발전’을 거듭했다. 딥페이크 기술은 이전까지 여성이 경험해 온 구조적 폭력을 반복하고 있으며, 그런데도 딥페이크를 비롯한 기술이 매개, 증폭하고 있는 위험은 사회의 관심 범위 밖에 있었고, 이러한 공백 속에서 딥페이크 성착취물은 시장 가치를 인정받아 산업적 규모로 성장하였으며, 위험은 현실이 되어 여성의 삶을 파괴하였다. 딥페이크 기술이 초래한 위험의 불평등은 딱 우리 사회만큼 불평등했다. 과학 공동체 그리고 우리 사회는 이에 대한 윤리적 대답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 대선(2024)이 코앞에 왔다. 제47대 대통령직을 누가 차지하느냐. 공화당이 탈환하느냐, 민주당이 수성하느냐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세계 최강국 미국이 어떤 대내외정책과 세계전략을 펼치느냐에 따라 세계사의 진로가 달라지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등 지구촌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는 크고 작은 전쟁·분쟁과 미·중 갈등의 강도에 영향을 미친다. 이것이 국제사회의 엄연한 현실이다. 남·북한 관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8·15 해방(1945) 이후 분단체제와 대결구도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현실에서 민족사의 염원인 ‘평화·번영의 한민족공동체’로 나아갈 것인지 ‘가깝지만 머나먼 남북’ 관계 또는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물러설 것인지도 미국의 대선 결과에 연동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것 또한 한반도의 엄연한 현실이다. 이런 중차대한 역사적 변곡점을 앞두고 260만 재미동포들은 150만 한인 시민권자들의 유권자 등록에 이어 이들의 투표권 행사를 독려하고 있다. 이번 대선이 다른 선거와 달리 좀 더 주목받는 이유는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연방상원선거에 연방하원 3선 출신의 한인 2세 앤디 김(Andrew Kim. 뉴저지주·민주당)이 첫 도전하고 있고, 영 김(캘리포니아주·공화당), 미셸 박 스틸(캘리포니아주·공화당), 메릴린 스트릭랜드(워싱턴주·민주당) 등 현역 연방하원 3명이 3선에, 그리고 데이비드 김(켈리포니아주·민주당), 데이브 민(캘리포니아주·공화당), 유진철(조지아주·공화당) 등 신진 정치인들이 연방하원 초선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 기회에 한인이 연방상원의원에 당선된다면 이는 아일랜드계 가톨릭신자였던 존 F. 케네디 제35대 대통령(1961)이 연방하원(1947)을 거쳐 연방상원(1951)에 당선된 것에 비견할 만한 역사적 사건이며, 다수의 한인 연방하원의원들도 미국의 인도·태평양정책이나 대한반도정책과 같은 외교·안보 아젠다 설정에서부터 동포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이민·보험·노인·소상공인·헤이트 문제에 이르기까지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경제적 성공과 한국정치에 기울어져 있던 기성세대들과 달리 미국의 건국이념인 자유·평등, 개척자정신·청교도윤리를 바탕으로 이민자 전체의 권익 보호와 ‘아메리카 드림’을 실현하려고 애쓰는 140만 한인 차세대들의 진정성과 전문성이 주류사회로부터 더 많은 지지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뒤돌아보면 1970년대 이후 미국으로 본격 이주한 한국인들이 1992년 L.A폭동을 겪으면서 다민족·다인종사회에서 다른 문화·이념·신념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현실인식을 갖게 되었다. “정치력이 없으면 법의 보호를 기대할 수 없다”는 뼈저린 교훈까지 얻었다. 백인 중심의 이민사회에서 아일랜드계·폴란드계·유태인계·아프리카계 등 후발 이주자집단들이 정치압력 세력을 형성하여 자기 권익을 보호하고 차별을 방지하는 것 외에 모국과의 관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비밀 아닌 비밀’도 알게 되었고, 이민 1.5세를 중심으로 ‘재미한인(Korean American)’이라는 새로운 정체성까지 찾아내었다. 현장에서는 한인유권자센터(KACE. 현 시민참여센터), 청년학교(YKASEC),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NAKASEC) 등이 나서서 한인유권자 명부 작성, 현장 투표 참여 유도, 고령자를 위한 통역 서비스, 선거 관련 포럼·워크숍을 비롯하여 대학생 한인 풀뿌리 컨퍼런스, 고등학교·대학생 풀뿌리 인턴십 프로그램 등을 꾸준히 전개해오고 있으며, 세계한인정치인협의회·미주한인회총연합회·미주한인정치력신장위원회 등 한인동포가 주도하는 풀뿌리 공공외교도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2024 미국 대선과 연방의회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자유·평화·번영의 통일한국’을 위해서라도 한인 정치력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져야 한다. 특출나고 유능한 차세대 한인 정치인들에게 기대하는 것 못지않게 한인 유권자 등록율과 투표 참여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환경 조성에 힘써야 한다. 이민 20년이 지났는데도 시민권을 취득하지 않고 영주권자 신분에 머물러 있거나 유대감·소속감·충성심을 구분하지 못한 채 자신이 한국인인지 미국인인지 불투명하거나 어렵게 유권자 등록까지는 했으나 투표 현장에는 나가지 않는 현실을 직시하고 개선해야 한다. 자유가 공짜가 아니듯 정치력도 공짜가 아니다.
국회는 과도한 정치 공방으로 파열음만 빚은 국정감사가 끝나면서 내년도 국가예산안을 심사하는 예산안 정국을 맞고 있다. 국민 삶과 직결되는 한 해 나라 살림살이를 다루는 국회 예산안 심사는 국회가 짊어진 사명 가운데 가장 중요한 책무다. 작금의 상황으로 볼 때 올해도 예산안을 성실하게 다루지 않을 개연성이 높아서 한 걱정이다. 아무리 그래도, 여야 정당이 정쟁에 몰두한 나머지 예산안 심사를 졸속으로 다루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31일 예결특위 회의장에서 ‘2025년도 예산 및 기금운영계획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고, 다음 달 7∼8일 종합정책질의, 11∼12일 경제부처 부별 심사, 13∼14일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를 각각 진행할 계획이다. 이어서 18일부터 예산안조정소위 활동을 통해 감·증액을 심사하고, 29일 전..
세계 최초의 대학으로 꼽히는 볼로냐(Bologna) 대학이 1088년에 설립되어 올해로 936년이 된다. 그동안 전 세계에서 대학은 꾸준히 늘어나 2023년 기준으로 2만 6000여 개 교나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 가운데 좋은 대학도 많고, 좋다고 하는 대학 또한 많다. 여기서 ‘좋은 대학’이란 평범한 고졸 출신이나 그에 준하는 자격을 가진 학생들(고졸 검정고시 합격자)을 선발하여 대학에서 열심히 잘 가르쳐서 쓸모 있는 사람으로 졸업시키는 연금술을 구현하는 대학을 말한다. 이 연금술은 중세기에 납을 금(gold)으로 만드는 아이디어를 뜻한다. 좀 거칠게 표현하면 그저 그런 학생들을 받아들여 바람직한 교육을 통해 유능한 인재(人材)로 변모시켜 내보내는 대학을 의미한다. 반면에 ‘좋다고 하는 대학’은 명문대학이다. 명문대학은 이미 세상에 잘 알려..
흐르는 것은 죄다 길이 있다. 흘러야 길이다. 물이 그렇고 숨이 그렇고 피가 그렇다. 바람도, 해와 달도 흐르는 길이 있다. 흐름은 길이 품고 태어난 숙명이다. 형체가 있든 없든, 만져지든 만질 수 없든, 흐르는 것들은 흐르는 것들끼리 길을 따라 흐른다. 흐르지 않는 것을 가리키며 길이라고 이름 붙인 게 있었던가. 나는 흐르지 않는 길과 마주친 적이 없다. 길이란 길은 흘러야 산다. 생명도 그와 같아서, 길을 따라 생명의 씨앗을 흘려보낸다. 뿌리를 내린 것들은 뿌리 아래서 물과 양분을 뽑아 올려 줄기와 이파리로 실어 나른다. 손과 코와 입을 가진 것들은 쥐고 맡고 뜯은 것을 씹어 삼켜 허파와 위와 심장과 뇌로 실어 나른다. 그렇게 실어 나른 숨결과 온기가 생명을 살려낸다. 사람이라고 다를 리 없다. 막힌 것도 길일까? 묻는 건 어리석다. 막힘이라는 말 어디에도 흐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