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에 대해서 말을 꺼내려고 하니 영화 ‘인사이드 아웃 2’가 떠오른다. 아들과 함께 재미있게 보았는데 많은 이들이 공감을 했던지 흥행에도 성공한 이야기의 중심에는 불안이 있다. 라일리는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다. 아이스하키 캠프를 가는길에 그동안 단짝으로 지냈던 두 친구가 자신과 다른 고등학교를 진학하기로 했다는 고백을 듣는다. 라일리는 고등학교에 자신이 외톨이가 될까봐 두렵다. 원하는 하키팀에 합류하지 못할까도 걱정을 한다. 이 즈음 라일리의 감정 컨트롤 본부는 불안이 장악을 한다. 원래의 기쁨, 슬픔, 버럭, 소심, 까칠의 다섯감정에 더해서 불안, 당황, 따분, 부럽의 감정이 새로 등장했는데 불안이 다른 감정들과 충돌하다가 기존의 감정들을 추방해버린 것이다. 불안에 압도된다. 코치에게 실력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불안은 밤새 전략..
경기 북부 지역민들의 숙원인 ‘K-컬처밸리’ 사업이 8년간 불과 3% 공정률을 보인 끝에 경기도가 CJ측에 협약 해지를 통보한 이래 ‘갈팡질팡’하는 모양새가 지속되고 있다.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이 성명을 내고 협조를 구했지만 국민의힘은 반발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K-컬처밸리’ 사업은 정치권이 정쟁 칼도마 위에 올려놓고 무참히 난도질하기엔 너무나 절박한 지역 이슈다. 경기도와 여야는 일체의 갈등을 접고 합심하여 하루빨리 새로운 동력을 꾸려내야 한다. 경기도의회 민주당은 23일 성명을 통해 “해당 상임위원회를 중심으로 여·야가 합의해 ‘K-컬처밸리’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면서 “난관을 헤쳐가는 것은 단합과 협심이 함께하는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K-컬처밸리’..
이미지 트레이닝(image training)으로 다이어트 효과가 있다는 이색적인 실험이 검증되어 세간의 이목을 끈다. 이미지 트레이닝이란 자신이 설정한 목표를 오감을 동원해 상상 속에 그려보고 성공을 위한 길을 모색하는 훈련법이다. 경기에서 맞닥뜨릴 가능성이 있는 선수가 어떤 동작의 공격을 가할 때 거기에 대응해서 어떻게 방어하고 공격을 펼치겠다는 생각을 머릿속에 그려보고, 그것을 기반으로 자신의 대응을 실제 동작으로 훈련하는 것이다. 초창기에는 주로 운동선수가 많이 이용했는데, 지금은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미지 트레이닝에 대해 잘 알려진 일화가 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출전을 목전에 둔 구소련의 선수들이 몬트리올시의 경기장 사진을 보면서, 거기서 경기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를 날마다 상상했다고 한다. 선수들은..
걸었던 길을 다시 걷습니다. 걸었지만 길은 어제의 길이 아니고, 걷지만 우리는 어제의 우리가 아닙니다. 어제 걸었던 산책로를 오늘 다시 걷습니다. 길은 산과 도시의 경계를 가르며 구부정하게 누웠습니다. 누운 길의 꼬리를 밟으며 머리를 향해 나아갑니다. 아무리 걸어도 길은 쉬 머리를 내어주지 않습니다. 발은 길에 있지만 눈은 도시에 머뭅니다. 철야에 지친 간호사처럼 도시는 식곤증에 취했습니다. 그림자를 늘어뜨린 빌딩 숲이 어깨를 움츠립니다. 조각공원에 늘어선 조각상들이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는 것 같습니다. 걸었던 길을 다시 걷습니다. 걸었지만 길은 어제의 길이 아니고, 흐르지만 시간은 어제의 시간이 아닙니다. 어제 걸었던 골목길을 오늘 다시 걷습니다. 골목은 집과 집 사이를 서성거리는 길 잃은 아이 같습니다. 도시의 골목에는 한밤에도 열기가..
폭염주의보와 함께 열대야가 한 달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냉방 전기세 폭탄에 대한 온 국민의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소상공인들의 경우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올여름 경기가 형편없이 가라앉아 냉방시설을 풀가동해도 손님이 없어서 울상이다. 한전 관계자들마저 8월 전기요금이 부과되는 9월 전기요금이 최고치를 기록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빈사지경에 이른 중소 영세상인들의 전기세 부담을 덜어 줄 마땅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상황이다. 경기도 내에는 지난달 24일부터 폭염주의보가 발령되고 있으며 특히, 지난달 21일 이후 열대야가 계속되면서 에어컨 등 냉방기기 전력 총수요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전력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주택용 전기 판매량은 9377GWh로, 가구당 8월 평균 전기 사용량은 333kWh, 요금도..
어느새 8월이다. 1년 12개월 중 벌써 4분의 3이 지나가고 있다. 올해 초 새로운 해를 맞으며 세웠던 계획과 목표를 하나씩 지우고 있지만 야속하게도 시간은 나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는 것 같다. 가끔은 무서울 정도다. 하지만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보다 무서운 건 요즘 날씨다. 올해는 작년, 그리고 재작년에 비교해 훨씬 더운 것 같다. 어쩌면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순간부터 비교해도 가장 더운 것 같이 느껴졌는데, 알고 보니 실제로도 그런 상황이다. 기후학자들은 이번 여름이 앞으로 다가올 여름 중에서 가장 시원한 여름이라고 말을 한다. 이렇게 더운 상황에 하는 재치 있는 농담이었으면 좋겠지만 무서운 현실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매년 여름, 뉴스를 통해 자주 접해서일까? 너무나 익숙하지만 체감하지 못했던, 말로만 듣던 기후 위기, 기후 변화가 피부로 느껴진..
한국현대사에서 광복절(光復節)만큼 경사스러운 날이 또 있을까. 이날은 “오등은 자에 아조선의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주민임을 선언”한 기미독립선언이 완성된 날이고, 일제강점이라는 암흑과 절망의 터널을 지나 ‘동방의 등불’이 될 기회를 다시 얻은 날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몇 가지를 생각해 본다. 광복절은 국권 회복을 기념(記念)하는 날이다. 우리 민족은 고조선 이후 줄곧 독립국이었다. 20세기 초, 일본제국주의의 강탈로 국권을 잠시 상실하였지만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1919) 이후 해내외 동포사회의 줄기찬 독립투쟁과 미·영·중·소 연합군의 승전으로 독립을 쟁취하였다. 그날의 감격은 “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 기어이 보시려던 어른님, 벗님 어찌하리. 이날이 사십 년, 뜨거운 피 엉긴 자취니 길이길이 지키세, 길이길..
행정안전부가 집계한 인구통계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전국 1인가구가 1000만 명(전체 가구 수의 41.8%)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도 높아 내년에는 2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2025년이면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전 국민 5명 중 1명이 고령자가 된다는 것이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건강한 노후를 맞이하는 것이 사회적 과제가 됐다. 노인의 고독사와 질병, 외로움으로 인한 우울증 문제는 이제 개인 문제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의제(議題-아젠다)가 됐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의 하나로 AI기기를 활용한 스마트 돌봄 시스템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미 정부와 일부 지방정부에서는 ‘AI 건강관리 로봇’이나 ‘AI 돌봄 로봇’, 또는 ‘반려로봇’ 보급을 하고 있다. 이 사업의 성과는 이미 검증됐..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를 빚은 티몬·위메프 피해자들이 검은 우산을 들고 거리 집회에 나섰다. 검은 우산 집회는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단기적으로는 피해 금액 회복을, 장기적으로는 전자 상거래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목표로 삼았다. 검은 우산은 정부의 관리 감독 책임을 묵과할 수 없다는 항의의 표시다. 규제의 사각지대가 이 사태를 불렀다는 의미다. 정부는 5월까지 미정산액을 2천7백억 원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6월과 7월 거래분과 해외 미정산금까지 합하면 피해액이 최대 2조 원을 훌쩍 넘길 거란 예측까지 나왔다. 온라인 쇼핑몰 입점 업체가 6만 개에 달한다는데 이중 대다수는 중소 판매자들인데다 규모가 작은 중소 판매자들이어서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하면 영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피해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시급한 일..
전남 강진 읍내에 가면 다산 정약용 선생께서 유배를 왔을 때 묵었던 주막이 초가집으로 복원되어 있다. 1801년 12월 엄동설한에 40세의 다산 선생은 이곳 시장 골목에 있는 초라한 주막에 도착했고, 이때 늙은 주모가 건넨 밥 한 그릇을 먹고 차가운 냉방에서 유배 첫 날을 보냈던 집이 사의재(四宜齋)이다. 다산 선생은 정조대왕의 사랑과 지원을 받으며 동부승지와 형조참의라는 당상관직의 높은 벼슬에 재직하다가 하루아침에 옥에 갇히는 죄수가 되었다. 다행히 감형이 되어 이곳 강진에 유배를 오게 되었다. 함께 구속되어 심문을 받았던 정약전 둘째 형은 흑산도로 귀양을 가고, 정약종 셋째 형과 매부인 이승훈은 사형을 당하는 등 한 가문이 일시에 폐족(廢族)이 되었다. 이러한 엄혹한 여건 속에서도 다산 선생은 새롭게 마음을 다잡아 학문에 전념하게 된다. 그 좌우명으로 다산 선생은 네 가지 덕목을 실천하기로 작정하였다. 첫째, 생각은 담백해야 하니 담백하지 않은 바가 있으면 그것을 빨리 맑게 하고, 둘째, 외모는 장엄해야 하니 장엄하지 않은 바가 있으면 그것을 빨리 단정히 하고, 셋째, 말은 과묵해야 하니 적지 않은 바가 있으면 빨리 그쳐야 하고, 넷째, 행동은 무거워야 하니 무겁지 않음이 있으면 더디게 해야 한다. 그가 거처하였던 사의재(四宜齋)는 여기서 유래한 것이다. 마땅하다(宜)라는 것은 의롭다(義)라는 것이니, 의로움으로 제어함을 말한다. 다산 선생은 유배지에 와서 학문에 대한 자신의 뜻이 무너져 내리지 않도록 사의(四宜)를 내세워 스스로 채찍질 하면서 오랜 귀양살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500여 권의 금쪽과 같은 저서를 발간하는 커다란 업적을 냈던 것이다. 다산 선생은 57세(1818년) 때, 유배가 풀려서 8월에 양주군 와부면 능내리 본가로 돌아가게 되는데, 그 해 봄에 목민심서(牧民心書)를 완성하였다. 이 책의 서문에도 지방 수령이 자신의 사사로운 이익을 추구하는데 관심을 가질 뿐이지, 어떻게 목민(牧民)해야 하는지 모른다고 비판하였다. 그래서 “지도자의 학문은 수신(修身)이 반(半)이고 그 나머지 반은 목민(牧民)이다”라고 주장하였다. 이때의 목민(牧民)은 백성을 다스린다는 뜻이고, 심서(心書)는 백성을 다스릴 마음은 있지만 몸소 실천할 수 없으므로 ’목민심서‘로 이름을 정한 것이다. 모름지기 나라를 이끌어 가는 지도자는 다산 선생이 강조하였던 네 가지 마땅함, 즉 담백한 생각, 단정한 외모, 과묵한 말, 신중한 행동을 실천해야 하며, 평소에도 늘 자신을 닦아야(修身)하고, 애민(愛民)정신으로 공평무사하게 국민들을 다스려야 한다. 요즈음 국회의원들과 정치인들의 막말과 반대만을 위한 적대적 발언이 난무하고 있다. 국회(Parliament)는 오직 말로써 국민을 대변하는 곳이다. 보다 세련되며 가다듬은 언어로 상대방 의견을 존중하며 민주주의 절차에 입각한 국정을 논의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다산 선생의 네 가지 마땅함의 덕목이 새삼 떠오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