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년 만의 집중 폭설로 큰 타격을 받은 경기도 내 피해가 심각하다. 반가워야 할 첫눈이 ‘공포의 습설(濕雪)’ 재앙이 돼버린 형국이다. 해수와 대기의 온도 차로 발생한 ‘습설’은 기온이 낮고 건조할 때 오는 ‘건설(乾雪)’보다 훨씬 무거워 피해를 키운다. 문제는 환경오염이 불러오는 기상이변으로 말미암아 이 같은 예측 불가 환경재앙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화석연료 사용 중단, 재생에너지 확대 등 근본적인 대응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지난 30일 오후 5시 기준 경기도에서는 폭설로 인한 시설물 피해 2930건이 접수됐다. 16개 시·군에 거주하는 459세대, 823명이 대피했고, 이 중 416명은 임시거처 등으로 피신했다. 경기 남부 지역 피해가 두드러졌다. 안성시에서는 이번 폭설로 2명이 사망하고 6명이 다쳤다. 농업·축산시설 등 1000여건의..
국제정세는 날로 격화되고 있다. 아울러 동아시아 국가의 군비증강과 전쟁 위협의 불안이 점차 가중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대한민국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처 방법을 고려시대 서희(徐熙) 외교전략에서 그 지혜를 얻을 수 있다. 국가 간에 있어서 가장 좋은 방법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요체이다. 907년에 당나라가 멸망하자 916년 북방의 유목민족을 통일한 거란(契丹)이 일어났다. 926년에 발해를 멸망시키고 989년에는 송(宋)을 제압했으며, 991년에는 여진을 공략해서 압록강 하구를 차지하였다. 이곳은 거란의 고려침입 때 교두보가 되었다. 고려 성종 12년(993년) 거란의 소손녕은 80만 대군을 이끌고 고려에 침공했다. 거란은 고려가 송나라와 외교 관계를 단절하고 거란에 복속할 것을 요구했다. 고려 조정에서는 서경 이북 땅을 거란에 떼어주자는 할지론(割地論)과 항복론이 대두되었지만 서희는 “우리 영토를 적에게 떼어주는 것은 만세의 치욕이 될 것이고, 신(서희) 등으로 적과 더불어 한번 싸우게 한 뒤에 다시 논의하여도 늦지 않을 것이다”라고 주장하였다. 이에 성종은 서희를 거란의 소손녕에게 회담의 대표로 파견하였다. 서희는 거란의 의도를 정확하게 짚고 담판하였다. 소손녕은 서희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첫째 “왜 신라에서 일어난 고려가 압록강 주변의 고구려의 땅을 차지하려 하는가?” 이에 대해 서희는 “고려는 고구려의 나라를 계승한 나라이다. 거란의 동경이 우리 영토 안에 들어와야 하는데 왜 우리에게 침범했다고 하는가” 라고 답변하였다. 둘째, “왜 고려는 거란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데 바다 건너 송나라하고만 교류하고 있는가?” 이에 대해 서희는 “그것은 여진족이 중간에서 방해하기 때문에 거란과 교류하지 못하는 것이니 여진족을 몰아내면 거란과 교류하게 될 것이다.”라고 답변하였다. 이처럼 정확하고 현실적인 서희의 답변에 거란의 소손녕은 이를 부정할 명분을 잃고 양국은 공동으로 압록강 유역의 여진족을 몰아내고 거란과 교류하는 것으로 약속하고 강동 6주의 옛 고구려 땅을 거란으로부터 돌려받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외교의 승리의 요인을 든다면 첫째, 서희(徐熙)라는 경륜과 용기를 가진 출중한 인물이 정세를 냉철하게 파악하고 협상의 지혜를 낼 수 있었다. 둘째, 서희의 건의를 받아들인 명군(明君)이었던 성종(981~ 997)의 결단력이 유효했으며, 셋째, 고려의 군사대비가 강력하여, 안융진(安戎鎭)에서의 거란군에 대한 승리가 협정을 맺는데 커다란 역할을 하였다. 넷째, 고려의 북방정책 즉 고려가 고구려의 적자(嫡子)이며 이를 계승하였다는 자부심을 들 수 있다. 오늘날 한반도는 동아시아 및 국제사회 변화의 가운데에 놓여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전쟁에 참전한 북한군은 장차 한반도 국제정세, 북미협정의 변수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은 한반도의 정세변화에 변수로 영향을 줄 것이다. 전쟁이 발발하기 전 국제적 외교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도 역사상 매우 탁월하였던 서희의 외교전략도 치밀하게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현재 12학급의 작은 학급이다. 지금도 작은데 내년에는 9학급 수준으로 줄어들 게 확정적이다. 학교 위치가 아파트 숲에 둘러싸여 있고 3호선 지하철역이 바로 근처에 있지만 저출생의 직격타를 인근에서 제일 빠르게 맞았다. 5년 안에 근처 초등학교들도 우리 학교와 비슷한 비율로 학생 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대부분 학교의 학급수가 작아지는 데에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먼저 구도심이라고 불리는 곳보다는 신도시라고 불리는 곳에 신혼부부와 아이들이 많다. 여기서 차로 25분 정도 걸리는 신도시에는 한 학년에 10반씩 있는 학교들이 몇 개나 된다. 그곳은 입주를 앞둔 아파트들이 있어서 학생들이 더욱 늘어날 예정이다. 우리 학교에서 그곳으로 전학 간 아이들도 꽤 있다. 학급 규모 축소의 더 근본적인 이유는 출생률이 낮아진 탓이다. 특히 출생 절벽이라고 불리는 18년생부터 22년생 아이들이 순차적으로 학교에 입학하는 25년부터 29년까지가 큰 문제다. 5년 동안 대부분의 학교가 현재 학생 수의 절반으로 줄어드는 게 확정이다. 지금도 작은 우리 학교가 5년 뒤에 학생 수가 절반이 된다면 그땐 폐교되거나, 학년 통합반을 운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교사 입장에서는 작은 학교는 기피 대상이다. 30학급이라면 30명의 교사가 나눠서 하던 100가지의 일을 9학급에서는 9명이 나눠서 해야 한다. 이미 기본 업무부터 3배 차이가 나는 것이다. EBS 다큐 '교육격차'에서 한 교장 선생님은 “(작은 학교에) 스스로 나서서 오시겠다는 분이 안 계신다. 그럼 떠밀려 오게 된다. 특별히 어떤 열정과 사명감이 불타는 교사가 아니면 잘 안 온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는 데 현실을 정확히 짚은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교사가 작은 학교를 피하고 싶다고 모두가 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처음 교사가 된 신규 선생님, 타 지역에서 전입한 교사 등이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학교에 발령받는다. 당연한 말이지만 원치 않는 학교에 왔어도 교사로서의 역량은 비슷하여서 수업의 질 자체를 걱정할 건 없다. 다만 기본 업무가 3배라는 사실이 교사들을 지치게 만든다. 학급 규모가 줄어드는 학교를 학부모들이 벗어나고 싶어하는 것도 작은 학교의 슬픔 중 하나다. 10년 전에 이 학교에서 근무했을 때는 아무도 전학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 올해는 8명 정도가 상담 때 전학을 언급했다. 아이들끼리 다툼이 있었을 때 작은 학교에서는 그들을 나눠놓기 어려운 게 전학을 고려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작은 학교의 기쁨은 대체로 아이들의 기쁨이다. 내가 맡은 학년은 올해 1박 2일 야영을 포함해서 총 5번의 체험학습을 갔다. 여름이면 대형 수영장을 설치해서 전교생이 돌아가며 물놀이하고, 체육관이나 실습실 같은 특별실을 한 반이 온전히 사용하는 데 무리가 없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운동장과 필로티에서 뛰어노는 것도 제한이 없다. 교사가 전교생의 이름을 얼추 다 알고 이름을 불러주는 것도 가능하다. 이건 다 작은 학교라서 가능한 일이다. 작은 학교에는 기쁨과 슬픔이 뒤섞여 굴러간다.
겨울철은 추운 날씨로 인해 불과 난방기기 사용이 증가하고, 건조한 공기와 맞물려 작은 불씨도 큰 화재로 번질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최근 5년간 성남시의 연평균 71건(25.59%)의 화재가 겨울철에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인명피해는 22명, 재산 피해는 약 19억 5천만 원이 발생하였습니다. 이는 다른 계절보다 17.9% 높은 수치입니다. 이러한 화재는 대부분 사소한 부주의에서 비롯되며, 특히 전기, 가스, 난방기구 사용 중 관리 소홀과 점검 미비가 원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 10월 4일 성남시 한 다가구 주택에서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침대 위에 전기장판을 켜고 잠을 자던 중 발생한 화재로 해당 가구가 전소되었고, 다행히 신속한 대피와 구조를 통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약 5천만 원 이상의 재산 피해가 발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처럼 전기장판이나 히터, 난로 같은 난방기구의 사용빈도가 높아지는 겨울철에 화재 위험이 큰 만큼 가정에서 지켜야 할 안전 수칙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합니다. 첫째로, 전기장판, 전기히터, 온풍기, 가스난로 등 다양한 난방기기를 사용할 때는 반드시 안전 인증(KC 마크 등)을 받은 제품인지 확인해야 하며, 사용 전 ‘전선 피복 손상, 꺽임, 접힌 부분이 없는지 전기기구의 노화’ 등을 점검하여 합선이나 단락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난방기기 주변에 불이 붙기 쉬운 물건(커튼, 종이, 옷 등)과의 거리를 충분히 두고 사용해야 합니다. 둘째로, 화목보일러는 과열되기 쉽고 타고 남은 재의 불티가 비산해 보일러 주변의 가연물에 옮겨붙어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투입구를 반드시 닫고, 목재나 인화성 물질은 보일러와 2m 이상 떨어진 장소에 보관하며 보일러 인근에 소화기를 반드시 비치해야 합니다. 셋째로, 평소에 전기 콘센트와 멀티탭 점검을 하고 사용하지 않는 플러그는 반드시 뽑고, 하나의 멀티탭에 여러 전기기기를 연결하는 문어발식 사용은 전로에 허용전류 이상의 전류가 흐르는 ‘과부하’ 현상을 발생시켜 화재 위험을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또한 멀티탭에 먼지나 습기 등이 쌓여 누설전류와 전기 불꽃이 반복적으로 발생 절연체 표면을 탄화시키는 ‘트래킹(쇼트)’ 현상이 발생 전기화재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청소하는 것이 좋습니다. 화재 예방은 작은 관심에서 시작됩니다. 화재 예방을 위한 작은 노력이 큰 재난을 막을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겨울철 화재 예방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생활 속 주변을 점검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화재 없는 안전한 겨울을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의정 갈등 해소를 목표로 꾸려진 ‘여야의정협의체’가 출범 3주 만에 중단돼 ‘성탄절 선물’로 내놓겠다던 해법은 가뭇한 숙제가 됐다. 간단하게 말하면, 정부와 의료계가 상대방이 소화하지 못할 주장들을 따로 펼쳐놓고 시간만 끌다가 돌아선 것이다. ‘여야의정협의체’ 중단은 아무도 책임질 줄 모르는 천박한 한국사회 고질병의 단면이다. 민생은 날로 피폐해지는 판에 ‘해결 의지’ 없는 정치권, ‘사명감’ 없는 의료계 모두 한심한 몰골이다. 국민의힘은 1일 국회에서 여야의정협의체 4차 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협의체가 당분간 공식회의를 열지 않고 휴지기를 갖는다고 밝혔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의료계가 2025년도 의대 정원 변경을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지만, 입시가 상당히 진행된 상황을 감안해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라며 이같이 설명했다. 향후 재개 시점이 막막한 상황에서 정부·여당은 ‘휴지기’를 강조했으나 이날 의료계는 ‘참여 중단’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의료계 대표로 참가한 이진우 의학회장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더 이상의 협의는 의미가 없다. 정부·여당이 사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의학회와 KAMC는 협의체 참여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참담한 결정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여야의정협의체는 국민의힘과 정부, 대한의학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의대협회·KAMC)가 모여 의정 갈등의 시발점인 의대 정원 문제를 논의해 왔다. 당초 협의체의 필요성을 수긍해왔던 더불어민주당이 전공의협의회의 강경 주장에 눈치를 보며 불참한 일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반쪽짜리 협의체마저 출범부터 서로 이견을 굽히지 않는 분위기였다.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의정 갈등이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은 어느 한쪽만의 문제로 볼 수만은 없다. 테이블에 나선 대표자들이 협상에 성공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피차간 양보할 수 있는 영역을 슬기롭게 파악하는 일이다. 내가 양보할 최저 한계를 설정하는 것 못지않게 상대방의 처지도 함께 헤아려야 대화가 진전되는 법이다. 의료계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에 대해 수시 미충원 인원의 정시 이월 제한 및 예비 합격자 규모 축소와 2026학년도 의대 정원 보류 등을 제안했다. 사실상 2025학년도 정원 확대 백지화를 요구한 셈이다. 상대방의 한계를 무시한 채 전공의협회나 의사협회의 강경 주장을 답습한 셈이다. 이미 한창 진행 중인 입시를 뒤엎고 내년 의대 증원을 백지화하자는 얘기는 가당찮은 억지다. 정부는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조정은 법적 문제가 야기될 것이므로 검토할 수 없고, 2026학년도는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에서 논의하자는 견해를 밝혀 왔다. 책임 소재를 불문하고, 내년도 의대 증원은 인정하고 2026학년도 증원 규모부터 정부와 접점을 찾도록 접근하는 게 바른길로 보인다. 이 시점에 강경파에 휘둘리는 게 의사들에게도 이익이 되는 선택인지도 성찰할 필요가 있다. 찬성 여론이 높은 ‘의료 개혁’의 당위성에 기대어, 심각한 의료 현장 마비가 발생하지 않는 한 정부는 의지를 관철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이미 간호법이 통과됐고, 실손보험 정책 개혁도 앞두고 있다. 의사단체는 강경 입장을 숙고하고, 정부 또한 협의의 끈을 놓지 말고 양보의 한계를 조금이라도 넓히는 게 지혜로운 길이 아닐까 싶다. “아이를 둘로 쪼개어 나누어 가지라”는 솔로몬의 판결 앞에 두 비정한 어머니가 “그렇게 하자”고 나서는 꼴인 살기 찬 ‘의정 갈등’ 앞에서 민심은 과연 어디로 흐를 것인가. 가없는 힘겨루기로 사분오열 삼매경에 빠진 딱한 나라에서 잠시라도 마음 편히 살았으면 좋겠다. 하루하루 투병 생활이 고달픈 환자들을 볼모로 한없는 드잡이 행각이라니, 대체 이 무슨 어리석음인가.
어느덧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이다. 이맘때면 농협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농업과 농촌에 대해 곰곰이 되돌아보게 된다. 먼저 영농현장의 뜨거운 햇볕 아래서 구슬땀을 흘린 농업인들과 농촌지역 조합장님들이 떠올려진다. 그러면 도시농협의 역할을 좀 더 잘 수행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또한 농협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조합원님들을 모시고, 각종 사업 추진 성과를 살펴보는 자리를 통해 우리 농협이 한 단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의지도 생긴다. 나는 이사조합장으로서 농촌지역 조합장들과 다양하게 교류하며 소통하고 있다. 농촌지역 농협은 은행업무라고 일컫는 신용사업과 농산물 생산과 판매 등의 활동인 경제사업, 그리고 농업인조합원들의 복지와 영농기술 전수 등의 지도사업이 유기적으로 엮여 활기차게 돌아간다. 그런 복합적인 일들을 마술사처럼 지휘하는 조합장님들을 뵐 때면 참으로 남다른 능력을 갖고 있다고 여겨진다. 농업·농촌에서 일어나는 여러 고충도 들을 수 있다. 제일 큰 문제가 농촌 인력의 고령화와 인구감소, 그에 따른 인력 부족 현상이다. 내년이면 우리나라도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다고 하니 농촌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래도 이런 얘기를 듣다 보면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앞으로 농사는 누가 지을까’ 하는 것이다. 인간은 물론 모든 생명체에게 먹는 문제보다 더 큰 일이 어디에 있을까. 당연히 누군가는 해야 하는 수고스러운 일이다. 그러면 고령 농업인들을 대체할 후계농업인 육성, 즉 세대교체가 이뤄져야 한다는 단순한 결론에 이른다. 어떤 학자는 “농업은 자연과 인간의 협력으로 이루어지는 위대한 예술”이라며 농업을 치켜세웠다. 하지만 현실은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농촌 인구의 고령화에 따른 인력부족이라는 결코 아름답지 않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2020년 농림업총조사에 따르면 우리 청년농(40세 미만) 규모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20년 기준 1만 2000명 수준으로 전체 농업종사자의 1.2% 불과하다. 일본 4.9%, 프랑스 19.9%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도 낮다. 정부도 심각성을 알고 있어 국정과제의 하나로 2027년까지 청년농 3만 명을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청년농에게 정착지원금과 저금리의 농업투자자금 융자 등 뒷받침할 방안들도 내놓았다. 농협 또한 다양한 금융지원과 6개월 과정의 농부사관학교를 통해 청년들의 농업유입을 적극 도모하고 있다. 그럼에도 초기 자본부족, 농지구매 애로, 첨단농업 기술 활용의 한계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여전히 존재한다. 여기에 젊은 인구 안착을 위한 생활환경 개선, 주거와 보육시설 확충, 문화 및 여가시설 조성 등 농촌지역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선행 과제도 안고 있다. 농업선진국인 네덜란드와 미국 또한 농업경영인 세대교체를 위해 우리와 비슷한 양상의 지원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그 규모와 지원속도, 방법에 차이가 있다. 그러면 국가는 왜 이런 지원을 하고 있는가. 그건 모두가 다 먹고사는 문제의 근간이 농업이기 때문에 갖는 현상이다. 나는 이와 관련해 물리적 지원도 필요하지만 농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자부심과 긍지, 보람을 심어주는 사회 전반의 인식변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존 통념의 변화를 통해 농업에 희망이 생기면 구조적인 정책지원이 자동적으로 뒤따르기 때문이다. 시쳇말로 농사꾼이 아닌 전문 농업경영인으로서 대우해 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단 뜻이다. ‘밥이 하늘’이라면 밥을 짓는 사람이 존경받도록 해야 함은 당연하다. 녹색혁명의 아버지로 불리는 노먼 볼로그는 “농업은 평화와 번영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했다. 나는 그 평화와 번영의 열쇠를 청년농업인이 품고 있다고 믿는다. 고령 농업인들이 하던 농사를 젊은이들에게 떠맡길 요량이라면 먼저 그 무대와 여건을 충분히 조성해 줘야 한다. 미래를 책임질 청년농업인 육성에 농업의 미래는 물론 우리 모두의 생존이 달려있다는 절박함으로 말이다. 여러 가지로 바쁜 시기다. 조합 건전결산과 농업·농촌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수척해진 조합장님들께 떠들썩한 청년농업인들의 육성(肉聲)을 들려주고 싶다. [ 박경식 농협중앙회 이사·안산농협 조합장 ]
경기신문은 국무조정실이 비전문취업(E-9) 비자 발급 대상에 운수업을 포함하는 안을 고용노동부에 전달해 검토 중이라고 보도한바 있다.(11월 21일자 3면, ‘외국 노동자도 찾지 않는…도내 인구감소지역 해결책 시급’) 마을버스 운전기사 인력난을 겪고 있는 서울시의 공식 건의에 정부가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운수업을 E-9 비자 발급 대상으로 하는 것에 더해 취업활동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하자는 내용도 있다. 서울시는 지난 9월부터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채용하고 있다. 정부와 함께 국내에서 처음으로 외국인 가사 관리사를 제도화하고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서울시 내 169가정에서 외국인 가사 관리사가 일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한다. 또 출퇴근제 외국인 가사 관리사가 아니라 입주형을 혼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고령화로 인한 ‘돌봄 대란’을 우려하며 ‘외국인 간병인’ 도입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을버스 운전기사와 가사관리사 등의 직종은 내국인 일손이 부족하다. 따라서 외국인의 손이라도 빌려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시의 고민을 이해한다. 그러나 외국인들의 서울유입으로 인해 지방의 노동인력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인구감소 현상이 가속화 되고 있는 농촌지역은 비상이 걸렸다. 이들 지역은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외국인 유치에 적극 노력해왔다.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돼 있는 도내 연천군의 경우 인구감소 대응 차원에서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을 실시하는 등 외국인주민 유치에 나서고 있다. 노동인력이 부족한 동두천시와 포천시도 외국인계절근로자(결혼이민자의 가족·친척), 농가 고용 방식의 외국인 계절근로자 프로그램 등을 각각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에 비슷한 직종이 있고 임금과 안정성 등의 노동조건이 낫다면 주거를 옮길 가능성이 크다. 도내엔 외국인 의존도가 높은 지역들이 많다. 특히 포천시의 경우 외국인 인구가 빠지면 10.07%나 인구가 감소하게 된다고 한다. 이밖에 동두천시 4.48%, 연천군 3.52%, 가평군 2.01%의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접경지역의 경우 최근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외국인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형편이다. 서울이 지방에 비해 일자리 기반이 좋은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더해 서울시가 외국인들이 체계적인 일자리를 지원해 준다면 외국인력의 서울 유입은 더욱 증가할 것이고 지방의 외국인인구 유출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좀 더 좋은 조건의 일자리를 찾아가는 발길을 막을 수는 없다. 실제로 국내 유입 외국인들이 인구가 많고 일자리 기반이 형성된 도심을 선호한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해결책이 필요하다. 경기신문은 앞에서 소개한 기사를 통해 외국인 대거 유입과 기반 확충을 유도할 기회발전특구 수도권 예외조항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순천시의 경우 최근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됨에 따라 외국인 투자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아 수도권 접경지역은 내년 3차에서나 신청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포천시, 동두천시, 가평군, 연천군 등 경기북부의 수도권 내 인구감소지역과 접경지역에서는 규제완화와 함께 수도권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탈 수도권’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경기도 차원의 행정체제 개편 노력도 눈에 띈다. 도는 현재 정부에서 추진 중인 행정체제 개편 검토안이 광역 자치단체 통합 위주로 접근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따라서 “경기북부의 독자적 발전과 수도권 내 균형발전, 나아가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도권 맥락이 충분히 반영된 개편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외국인노동자들까지 서울로 집중되면 지방의 소멸은 더 빠르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수도권 맥락이 충분히 반영된 개편안’을 원한다.
기자와 언론에 대한 불신이 위험 수준이다. 한국의 언론 신뢰도는 최하위권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24년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 조사가 반증한다. 조사대상 47개국 가운데 38위다. 이들 국가의 뉴스 신뢰도 평균인 40%에 크게 못미친 31%에 지나지 않았다. 매일경제신문은 11월 24일 인터넷판에 '이혼 전 딱 한번 했는데, 도장 찍은 다음날 임신 알아...42살 아내의 기막힌 사연, 결말은-'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포털 다음에서 많이 본 뉴스 1위를 기록했다. (무슨 이유인지 현재는 사라졌다). 한국 일등 경제지를 자처하는 신문의 기사 수준이다. 이런 난세에 두 언론사 기자들이 희망을 선사했다. 부산일보 박석호 기자와 CBS 노컷뉴스 네 기자(유동근·서민선·김세준·남성경)다. 박 기자는 11월 7일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에게 사과가 ‘두루뭉술하다’며 ‘무엇에 대해 사과한 것이냐’고 물었다. 2시간이 넘게 진행된 회견을 TV 생중계로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대통령의 추상적인 사과와 자화자찬에 답답해하고 있었다. 박 기자는 침착하면서도 단호하게 국민이 묻고 싶었던 질문을 했다. 상식 수준의 질문이었지만 그는 일약 스타 기자가 됐다. 그동안 대통령 기자회견이 얼마나 시청자를 실망시켰는지를 보여준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19일 국회운영위원회에 출석, 박 기자의 질문이 ‘대통령에 대한 무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언론계가 거세게 반발했다. 결국 발언 이틀 후 ‘적절하지 못한 발언을 한 점에 대해 부산일보 기자분과 언론 관계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사과했다. CBS 노컷뉴스 기자들은 대통령의 골프 취재로 기자 정신을 발휘했다. 기자회견 이틀 후인 9일 태릉CC를 찾은 대통령 일행을 카메라에 담았다. 대통령의 골프 시점, 경호실의 취재 기자 과잉 제재, 대통령실의 해명까지 국민의 분노를 이끌어냈다. 대통령실은 CBS 취재 다음날인 10일 ”8년만에 골프채를 잡았다“며 ‘골프광인 트럼프와 ‘골프외교’를 위해 최근 골프 연습을 시작했다”는 코메디 해명을 내놨다. 명태균과의 녹음파일이 공개돼 대통령의 발언이 거짓으로 밝혀진 시기에 골프 친 사실까지 국민를 속이려해 분노로 들끓게 했다. 받아쓰기가 일상화된 언론풍토에 경종이었다. 미국에 탐사기자회(Investigative Reporters and Editors)라는 언론단체가 있다. 1975년 설립돼 곧 50주년을 맞는다. 약칭으로 분노를 의미하는 ‘IRE’라는 말을 사용한다. 탐사보도는 ‘분노’를 바탕으로 하는 보도라고도 한다. 미국의 경우지만 닉슨 대통령은 거짓이 들통나 하야했다. 헬렌 토머스라는 전설적인 백악관 출입 기자가 있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부터 60년간 백악관을 출입하면서 10명의 대통령을 취재한 여기자 였다. 지난해 그녀가 세상을 뜨자 오바마 전 대통령은 “여성 언론인의 벽을 허문 진정한 개척자”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기자에겐 무례한 질문이란 없다”. “대통령을 언제나 깨어있도록 하는 게 언론이다”라고 했다. 참언론의 맛을 보여준 두 언론사 기자들께 감사드립니다.
지난 11월 초 3박4일로 일본, 오사카에 회의 차 다녀왔다. 이 회의는 단순한 회의라기보다는 현장을 둘러보며 전문가들의 발표를 듣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역동적 모임이었다. 이름하여, “한일 예수회 사회 사도직 모임(Korea-Japan Jesuit Social apostolate meeting).” 한국 측 8명, 일본 측 11명이 모였다. 우리가 방문한 현장은 오사카의 노숙자와 쪽방촌 사람들의 무대인 “가마가사키” 지역이었다. 이 지역은 2차 세계대전 후 판자집, 간이숙박소 등 저렴한 주거시설이 들어서며 도시 하층민들이 집중적으로 거주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고 60년대 초까지 항만업, 제조업, 건설업 분야의 일용직 일거리를 구하기 위해 도시 하층 노동자들이 모여드는 노천 인력시장(요세바)이 서는 곳이었다. 90년대 초까지 일본의 3대 인력 시장의 한 곳이었다. 지금은 노동자들이 노령화되었고 노숙자도 숫자가 줄었다. 이 지역의 안 좋은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지역 주민들과 정부의 노력으로 깨끗하고 저렴한 숙박시설이 들어오게 되었고 국제공항이 가까워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방문하여 도시가 그 전보다는 아주 깨끗해졌다. 가마가사키 지역에 도착하자마자 ‘가마가사키’에 있는 일본 예수회의 사회사도직 활동 본부 격인 “여로의 마을(旅路의 里)” 근처를 돌아볼 때 나누어 준 한 쪽 짜리 안내서에 눈에 띄는 문구가 있었다. 이 문구 하나로 “여로의 마을”의 아주 중요한 근본적인 정신을 알 수 있었고 특히 내가 평소에 생각하던 내용이어서 참으로 반가운 내용이었다: “가마가사키(Kamagasaki釜ヶ崎), 기독교 협우회(基督敎 協友會)”에 대한 간단한 설명인데, 일부를 짧게 인용하면: “~기독교의 정신에 근거해, ‘포교가 아니라’ 아이린 지역, 가마가사키에 사는 사람들의 존엄을 지키고, ‘함께 살아가기’ 위한 활동을 하는 단체의 네트워크.” 이 중에 첫째, “포교가 아니라”와 둘째, “함께 살아가기”라는 두 문구에 내 시선이 머물렀다. 한국의 기독교(개신교와 가톨릭)는 포교에 더 중점을 두는 경향이 강하다. 예수가 초대 교종(교황)인 베드로에게 주신 “임무(mission)”에는 교회를 설립하고 교회의 멤버십(membership)을 늘리라는 것은 없는데 굳이 임무(mission)를 포교, 선교, 전교, 전도로 번역하여 교회를 알리고 신자들을 늘리려고 노력한다. 특히 한국의 개신교는 그런 경향이 더욱 심하다. 심지어 교회의 신자 수를 늘리는 것을 ‘의무’라고 가르친다. 십일조 봉헌도 의무라고 가르치니 신자들이 늘어나면 당연히 교회의 수입은 많아진다. 분명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예수가 베드로에게 준 진정한 “임무(mission)”는 “내 양들을 돌보아라(요한 21,15)”라고 하신 것이다. 여기서 ‘양’은 겁이 많고 약한 사람들의 상징이다. 그러니 예수가 제자들에게 맡긴 진정한 임무는 우리 주변에 약자를 돌보는 것이다. 둘째로 “함께 살아가기”는 주일 미사 때 혼다 신부님(프란치스칸)이 보여주신 그림과 설명에 정확히 일치하는 내용이다. 이 그림은 “예수가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배식 줄에 서 계시는 장면”이다. 예수는 우리에게 단순히 가난한 사람들을 동정의 눈으로 보며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서 머물지 말고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우리도 가난한 사람으로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는 나 자신이 청빈 서원(vow)을 한 수도자이니 당연한 것일 뿐만 아니라 수도자가 아니라도 자원의 한계가 있는 이 지구에서 사는 모든 이들은 “공동의 집”인 “지구”의 환경과 우리 후세들을 위해서도 반드시 지켜야 할 삶의 태도이다. 가난한 이들과 “함께” 가난하게 살아가야 하는 것은 지역을 막론하고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지켜야 할 삶의 실천적 행동 양식이어야 한다.
경기도에서 부동산개발업 사업자등록만 해놓고 사무실을 운영하지 않거나 변경된 등록사항을 신고하지 않는 등 부동산개발업법을 위반한 50개 업체가 적발됐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부동산 투기꾼들이 일으키는 문제는 그 여파가 이만저만 심각한 것이 아니다. 대형 비리 사건을 저지르거나 가담할 가능성이 있는 업체를 찾아내어 예방하는 노력은 매우 소중하다. 부동산 개발 비리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제도의 허점을 정밀하게 보완하는 작업도 서둘러야 한다. 경기도는 지난 8~10월 도내 674개 부동산개발업 등록사업자 중 167개 사업자를 선별 조사했다. 부동산개발업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해 조사에 불응한 업체만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기간 중 14개 업체에 부동산개발업을 자진 폐업하도록 안내했고, 사무실을 운영하지 않거나 전문인력이 부족한 16개 업체는 등록취소 절차에 들어갔다. 변경된 등록사항을 신고하지 않은 33개 업체에 대해선 총 11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키로 했다. 부동산개발업 등록제도는 분양·임대 등 방법으로 부동산을 거래하는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2007년 도입된 제도다. 이에 따라 일정 규모(건축물 연면적 3000㎡ 또는 연간 5000㎡·토지 면적 5000㎡ 또는 연간 1만㎡) 이상 부동산을 개발해 공급할 경우에는 등록을 해야 한다. 부동산개발업 등록사업자는 전문인력 2인 이상 상근, 법인 자본금 3억 원 이상, 사무실 확보 등 등록요건 미달 시 등록취소 대상이 된다. 등록업체는 대표자, 임원, 소재지, 전문인력 등 등록사항 변경이 있으면 변경 발생일로부터 30일 이내 부동산개발협회를 통해 도에 변경사항을 신고하도록 돼 있다. 또 매년 4월 10일까지 협회를 통해 사업실적을 보고해야 한다. 경기도 부동산개발업 등록사업자의 수는 2022년 770개, 2023년 743개, 2024년 674개로 매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는 부동산경기 악화가 원인으로서, 도는 부동산개발업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2024년 실태조사 대상을 2023년도 조사 때 불응한 167개 업체만으로 정해 점검을 실시했다. 아울러 도는 등록사업자가 법령을 오해해 과태료 처분을 받는 경우가 없도록 부동산개발업 사업실적을 누가, 어떻게 보고해야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제도개선안을 지난 22일 국토부에 건의한 바 있다. 부동산 개발 사기는 일확천금을 꿈꾸는 일반 국민의 보편적인 심리를 파고드는 교묘한 수법이 동원된다. 범법자들의 수법이 워낙 치밀해서 범죄가 한창 진행 중일 때는 좀처럼 발견이 되지 않는다. 요 몇 년 사이에 수많은 젊은 층을 울리고 있는 전세 사기만 해도 법망의 허점을 교묘하게 파고들고, 경험이 없는 무주택 서민들의 무지를 악용해 근근이 모은 전 재산을 편취하는 수법에 속수무책 당하는 현상이었다. 부동산 개발 비리, 사기는 최근까지도 불거지는 사회적 문제다. 이들이 가장 즐겨 써먹는 수법은 자기들만이 알고 있다는 귓속말 개발정보를 들고 수요자들을 꼬드기는 것이다. 정부나 지자체의 개발계획이 극비리에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특성을 이들은 현란하게 이용한다. 그럴듯하게 포장되어 제시된 증거는 투자자들의 욕망을 자극하기에 딱 좋은 향기를 풍긴다. 부동산 개발 비리의 유형은 그린벨트 해제 정보에서부터 대형 시설 건설정보·도로개통 기타 도시계획에 이르기까지 하나 같이 매력적인 사탕발림들을 포함한다. 물론 옥석을 가리는 일은 중요하다. 정상적인 사업을 영위하는 부동산 개발사업은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작은 하자일지라도 부동산개발업체의 불법 행위를 점검하여 옥석을 가려내는 일은 대단히 요긴한 예방행정이다. 이는 순수한 마음으로 투자를 결정했다가 피눈물을 흘리는 무고한 투자자를 보호하는 일과도 직결된다. 법·규정의 미비점을 찾아서 보완하는 일 또한 빈틈이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