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음알림’이란 문자메시지를 자주 받는다. ‘부고알림’도 꽤 있다. 한자어인 부음(訃音)과 부고(訃告)에 우리말 알림을 덧댄 말이다. 차츰 공식용어처럼 굳어지는 모양새다. 언론 등의 담당자들이 한자에 덜 익숙해서 빚어지는 상황이리라. 비슷한 사례, 장례의 절차인 발인(發靷)을 어떤 이들은 ‘발인식’이라고 ‘식’을 붙여 쓴다. 발인이 상여(喪輿)를 떠나보내는 의식(儀式)이니 좀 우스꽝스런 뜻(모양)이 됐다. 췌사(贅辭)나 췌언(贅言)이라고 한다. ‘췌’는 군더더기란 뜻. ‘역 앞’인 역전(驛前)에 ‘앞’을 덧붙인 역전앞 같은 말이 그것이다. 처갓집도 있다. ‘없어도 될 말’은 어쩌면 ‘옳지 않은 말’일 수 있다. 허나 언중(言衆)들이 자주 쓰면 ‘틀린 말’이라고 단번에 치부해 버릴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나 작가 등 언어를 생산하거나..
옷더미에 병들어 가는 지구. 그럼에도 대부분의 패션업계들은 유행을 선도해 돈벌이에 혈안이 돼 있다. 이에 반기를 든 업체가 있다. 스페인의 에코알프(Ecoalf)다. 지속 가능성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 회사는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를 시도한다. 2009년 창립한 이 회사는 재활용에 전념하며 이 분야의 선구적 역할을 주도한다. 경제적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많은 브랜드와 달리 에코알프는 생태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한다. 이 브랜드의 여정은 세 명의 어부가 한국산 트롤선(저인망어선)을 이용해 바다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하면서 시작됐다. 현재는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 태국 등 60개 이상의 항구에서 약 3,500명의 자원봉사 어부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의 도움을 받아 해저에서 쓰레기를 건져 올려 분류하고 재활용함으로써 최고 품질의 원사를 생산해 낸다. 이들은 ‘지구에 B는 없다.’는 슬로건을 외친다. 하나 뿐인 지구를 지키기 위해 에코알프는 더 높은 수익을 희생하더라도 지속 가능한 개발을 추구한다. 수익성이 환경 문제보다 우선시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업계에서 생태적 가치에 집중하는 이 업체의 노력은 가히 칭찬해 줄 만하다. ‘에코알프’라는 회사명은 창립자 하비에르 고예네체가 두 아들 알프레도와 알바로의 이름에서 영감을 받아 지은 것이다. 후세대를 위해 지속 가능한 패션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그의 철학적 신념이 깃들어 있다. 고예네체는 재활용이야 말로 가장 지속 가능한 해결책이라 여기고 팀원들과 자체적으로 재활용 소재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대만에서는 플라스틱 병으로 카펫을 만들었고, 한국에서는 버려진 나일론 어망으로 원단을 만들었다. 처음에 에코알프는 경량 패딩과 백팩 컬렉션으로 공식 출범했다. 그 이후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해 현재 전 세계 이백만 개 이상의 소매점에 입점해 있다. 혁신에 대한 그들의 노력은 각각 독특한 질감과 스타일을 제공하는 20가지 이상의 다양한 원단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예를 들어, 재활용 면 티셔츠는 부드럽고 약간 스펀지 같은 느낌을 주며, 재활용 폴리에스테르 원단은 광택이 나지 않고 무광택 마감 처리돼 있다. 고예네체는 지속 가능성은 단순한 원단 그 이상이며, 항상 상업적 수익성으로 이어지지 않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 예를 들면 에코알프는 일부 매출을 희생하더라도 프로모션, 할인, 과잉 생산을 피한다. 그리고 유행을 따르지 않는,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의 옷을 제공한다. 그런데 어인 일인가? 에코알프의 매출은 계속 급증하고 있다. 2021년에는 3,900만 유로의 매출을 올렸고 2022년에는 50% 이상 성장했다. 2013년 마드리드에 첫 매장을 연 이후, 바르셀로나를 포함해 6개 매장으로 확장했다. 2022년에는 밀라노에도 매장을 오픈했다. 독일, 일본, 네덜란드 등 해외 여러 시장에도 진출했다. 또한 애플, 스와치, 데시구알과 같은 주요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더 높은 수익을 포기하면서 후세대를 위해 지구 보전을 선택한 에코알프! 그에게 신은 축복을 내리신다.
지구촌의 기후재난이 역대급 기록을 경신 중인 가운데 환경재앙을 막아내기 위한 효과적인 방안으로 평가받는 그린 리모델링 사업의 추진이 너무 더디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는 공공건축물 그린 리모델링 사업으로 올해 총 529동을 지원한다고 밝혔고, 경기도는 51개 공공건축물이 대상으로 선정됐다. 민간 차원에서 활발하게 추진돼도 태부족할 판에 우리는 겨우 매년 공공건축물이나 몇 개씩 건드리고 있는 수준이다. 지구환경은 경각에 이르고 있는데 이 어리석은 태무심을 대체 어찌해야 하나. 경기도에서는 앞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도내 공공건축물 353개가 그린리모델링 사업에 선정됐다. 이 중 2024년 5월까지 270개가 준공했으며 76개가 설계, 공사 중이다. 지금까지 투입된 사업비는 1530억 원으로 이 가운데 70%인 1071억 원이 국비다. 올해는 19개 시군 81개가 사업공모에 참여했으며 51개가 최종 선정됐다. 전국에서 선정된 529개 대비 10%,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에서 선정된 93개 대비 55%에 해당한다. 용도별로는 어린이집이 7개, 보건소가 5개, 경로당 39개가 선정됐으며, 이 중 보건소 1개, 경로당 2개는 ‘시그니처’ 사업으로 선정돼 일반사업의 2배가량의 사업비를 지원받아 그린 리모델링 랜드마크로 조성될 예정이다. 이번에 선정된 사업은 6월 국비가 교부될 예정이며 하반기 지방비 예산확보를 통해 사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그린 리모델링은 탄소중립과 기후적응을 위한 기후 위기 대응의 필수 정책으로 꼽힌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2030년까지 연간 기존 건물 2.5%를 리모델링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프랑스의 경우 매년 50만 동의 노후 주거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그린 리모델링 목표를 갖고 건축물에 에너지 효율 등급을 매기고, 일정 수준 이하의 건축물에 대해서는 그린 리모델링을 의무화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집행한다. 그린 리모델링의 핵심은 민간분야의 자발적 확산 유도다. 탄소중립 녹색성장을 위해서는 가장 효과적인 대책임에도 결국은 예산 우선순위에서 계속 밀리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160만 건 그린리모델링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세부 계획이 전혀 수립되지 않고, 그나마도 지자체의 보일러 교체사업에 의존하거나 민간의 자발적 창호 교체 등도 실적에 포함시키는 등 성과 챙기기에만 열심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올해 정부 예산에서 그린 리모델링 예산은 대폭 삭감됐다. 공공건축물 그린 리모델링 사업 예산은 635억원이나 삭감됐다. 민간 그린 리모델링 이자 지원사업은 대안도 없이 아예 종료됐다. 국가 예산이 부족하면 효율적인 홍보를 통해 민간의 인식변화라도 유도하는 게 올바른 대응이다. 인류 종말을 압박하는 절박한 지구온난화 공포 앞에 우리는 지금 거의 ‘무대책’에 가깝다. 지구가 빠른 속도로 불덩어리로 변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기상 관측 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하면서 올해는 12만5천 년 만에 가장 더운 해가 됐다. 지구촌 곳곳에서 폭염·폭우가 수시로 민생을 덮친다. 지구를 종말로 몰고 가는 환경재앙을 정말 이대로 두어도 괜찮은가. 아이들에게 기어이 이 불덩어리 지구를 물려주고야 말 것인가.
1980년대의 은어로 여성들은 ‘돈키호테’를 좋아한다고 했다. 돈 많고, 키 크고, 호감이 가고, 테크닉 좋은 남자를 은유적으로 표현하면서-. 사는 게 도무지 재미가 없고 흥미도 없는 사회적 현실 속에서 웃자고 한번 해 본 얘기다. 러시아는 전쟁 중이고 핵무기를 보유한 북쪽에서는 별별 괴상한 짓거리를 다 하고, 일본은 독도를 제 것이라고 그들의 교과서에 못 박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어디를 둘러보아도 우리나라의 진정한 친구는 없는 것 같다. 한국은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나라요 우울한 사회가 되었다. 많은 사람이 혼자이고 경쟁자는 있어도 진정한 이웃은 없는 것 같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이나 다시 읽어야 할 것 같다. 나이 든 분이 지상에 발표한 글을 우연히 읽게 되었다. 그는 헬스장을 다니면서 코치(PT)에게 ‘회원님 오늘도..
농촌유학은 해외유학 가듯 도시의 학생들이 농(산어)촌으로 유학을 가는 것이다. 현재 전라남북도, 강원특별도와 농촌유학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시교육청은 농촌유학을 ‘서울 학생이 일정 기간 흙을 밟을 수 있는 농촌의 학교에 다니면서 자연-마을-학교 안에서 계절의 변화, 제철 먹거리, 관계 맺기 등의 경험을 통해 생태시민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소개하고 있다. 초등학생과 중학교 1, 2학년을 대상으로 2021년부터 올해까지 1050명의 학생이 참여했다고 한다. 도시의 과밀, 과잉을 덜고, 지방의 과소, 결핍을 채우면서 도농상생을 도모할 수 있는 정책으로 그 의미가 큰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경기도 상황은 어떤가? 초등학생 수는 2023년 기준 75만 명이 넘어 서울 학생 수의 2배가량이다. 경기도의 초등학교 학급 1인당 학생 수는 23.1명..
청소년이 도박에 빠져드는 현상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역사회와 교육계가, 그리고 정부 당국과 정치권이 번지르르한 백가쟁명식 대책들을 쏟아내지만, 극적인 반전을 만들어냈다는 증거는 감감무소식이다. 이렇게 뜨뜻미지근한 대책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것이 현장과 전문가들의 한목소리다. 청소년들의 가상계좌 이용부터 차단해야 한다. ‘온라인 불법 도박사이트’ 발본색원 말고는 대안이 없다. 이렇게 미적거릴 때가 아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지난 3월 31일까지 전국 시·도청 사이버범죄수사대를 중심으로 청소년 대상 사이버도박 특별 단속을 펼친 결과 2925명(구속 75명 포함)을 검거하고 범죄수익 총 619억 원을 환수했다. 놀라운 일은 검거된 도박 사범 중 청소년(19세 미만)이 무려 1035명, 35.1%나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동(9세, 12세)을 포함하여 검거된 청소년들을 도박으로 유인하는 주요 수단은 스마트폰 문자메시지였다. 특히 도박 자금 관리 등에 사용된 청소년 명의 금융계좌 1000여 개가 발견된 일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전국 중학교 1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 87만여 명을 대상으로 사이버도박 위험성을 진단한 결과 ‘위험군’으로 분류된 청소년은 3.3%(2만 8000여명)나 됐다. 놀라운 것은, ‘위험군 청소년’ 비율이 고등학생(2.9%)보다 중학생(3.7%)이 더 많다는 점이다. 도박에 빠져드는 아이들의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한다. 목격한 적이 없다고, 자기 자녀는 절대로 도박에 빠지지 않았다고 믿는 바보 어른들이 많다는 얘기다. 국가수사본부의 경고처럼, 도박은 불법에 인생을 베팅하고 사회적 고립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개인과 우리 사회의 미래를 동시에 파괴하는 중대한 범죄다. 성장 중인 청소년이 도박을 게임이라고 잘못 인식하고 즐거움을 얻게 되면 중독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자신을 조절하지 못해 폭력 성향까지 생길 수 있다. 정부와 정치권의 대응은 무기력하기 짝이 없다. 교육 당국마저 무슨 연례 행사 치르듯 이벤트만 주무르고 있는 인상이다. 문제가 제기되면 하고한 날 ‘강력대처’니 ‘검토’니 하는 답변만 앵무새처럼 하고 있다. 이래서는 안 된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의 가상계좌를 엄격히 규제하고, 불법도박 사이트를 일망타진해야 한다고 외친다. 세계적 사이버 강국 대한민국이 왜 못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불만도 터져 나온다.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온라인 불법도박 근절 범정부 대응팀’을 주축으로 온라인 불법도박 처벌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도박사이트 개장 시 최고형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상향시키는 등 처벌 강화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불법도박에 이용된 계좌나 전화번호를 차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된다. 이번에야말로 지옥 같은 도박의 늪에 빠져들고 있는 청소년들을 구해낼 해법을 제대로 찾아야 한다. 도박 문제의 심각성 이야기가 나오면 누구나 걱정을 보탠다. 그러나 백날 걱정만 하면 뭐 하나.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넣어야 짠 법이다. 어림없는 ‘일확천금’의 유혹에 휘둘리는 청소년들을 그냥 두고서야 이 나라에 무슨 희망이 있을 것인가.
제22대 총선은 4월 10일 실시되었다. 제22대 국회는 5월 30일 임기를 시작했고, 6월 5일 개원했다. 제1당 더불어민주당의 의석수는 170석, 범야권 의석수는 총 192석이다. 민주당은 운영위원장, 법사위원장, 과방위원장까지 11개 상임위원장을 차지했다. 민주당의 4선 정청래 의원은 제22대 국회의 임기가 시작한 바로 ‘다음날’인 5월 31일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 국회에서 발의한 언론중재법 개정안과 내용은 동일하고, 제안이유도 거의 동일한데, 언론의 악의적인 보도로 인격권이 침해된 경우에 법원이 손해액의 3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손해배상을 명할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글의 첫 문장을 보면 그 글이 나아갈 방향을 알 수 있다. 제1야당이 개원도 하기 전에 발의한 법안을 보면 그 정당이 나아가려는 방향..
모든 기업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공익과 사익을 동시에 추구한다. 언론사도 마찬가지다. 다만 언론사는 특히 공익을 강조한다. 국민의 알 권리를 대리하기에 언론의 자유를 누리며 사익 추구의 정당성을 갖는다. 제4부로서 언론사는 공익을 우선해야 하지만, 기업으로서 언론사는 적절한 수익이 필요하다. 언론사의 존재 이유인 공익과 존재 근거인 사익 사이에는 항상 딜레마가 있다. 저널리즘 가치가 강조되는 지점은 대부분 공익이다. 이를 부정할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기업으로서 언론사의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매년 우리나라 언론산업 규모를 조사한다. 2023년 발표에서 2022년 기준 종이신문, 인터넷신문, 방송, 뉴스통신을 포함하는 언론산업의 사업체는 5774개로 파악됐다. 종사자는 63,475명, 이중 기자는 3만 7435명이었다. 매출액은 10조 7138억 원이었다. 여기에서 각각 종이신문은 3조 6703억 원, 인터넷신문은 8319억 원, 방송은 5조 8877억 원, 뉴스통신은 3238억 원으로 확인됐다. 5년 전인 2017년과 비교해 보자. 2017년 언론산업 사업체는 4296개에 불과했다. 5년 동안의 극적 변화는 인터넷신문이 추동했다. 인터넷신문 사업체는 2017년 2796개에서 2022년 4322개로 54.6% 늘어났다. 2017년 언론산업 종사자는 6만 1073명, 매출액은 9조 1909억 원이었다. 5년간 사업체는 34.4% 많아졌지만 종사자는 3.9% 증가했을 뿐이다. 그나마 매출액 증가율은 16.6%였다. 평균으로 보면 1개 사업체당 종사자와 매출액이 줄어든 것이다. 언론산업 내 치열한 경쟁과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언론산업의 상대적 열악함은 다른 산업과의 비교에서 더욱 눈에 띈다. 2022년 네이버 매출액은 8조 2201억 원, 카카오는 7조 1071억 원이었다. 두 기업 매출액 합은 15조 3272억 원으로, 같은 해 언론사 전체 매출액보다 43.1%나 많았다. 올해 1분기 네이버 매출액은 2조 5261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8% 성장률이다. 연말까지 10조 원은 무난히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다. 언론산업 매출액이 10조 원 정도에 계속 머무를 것으로 가정하면, 올해 네이버 한 기업의 매출액은 우리나라 언론사 전체와 거의 같거나 이보다 많을 것이다. 이러한 언론산업의 현실은 당연히 스스로 자초한 바 크다. 기업으로서 경쟁력 확보를 등안시하고 여러 사회적 논란을 야기했다. 각 산업의 변화를 보도해 왔지만, 정작 자신은 이를 거부하고 안주했다. 외부 핑계를 찾아 원망하기에는 현실이 급박하다. 그럼에도 언론사의 존재 이유는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고품질 저널리즘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다. 공익 실현을 위한 늦지 않은 지원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시점이다. 이제 언론 정책의 시간이다.
화성시 동탄을 비롯한 신도시의 과밀학교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로 인해 학생은 물론 교사 등이 열악한 교육환경에 방치돼 있다. 화성시는 2023년 말 인구 100만 명을 넘어 특례시를 앞두고 있으며 제조업체 수 전국 1위, 지역내총생산(GRDP) 전국 1위, 지방자치경쟁력지수 7년 연속 전국 1위 등 놀라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게다가 출생아 수도 전국 1위로 ‘가장 젊은 도시’임을 자랑하고 있다. 뿐 만 아니라 진안신도시를 비롯한 도시개발이 확대되고, 송산그린시티 국가산업단지, 화성우정 국가산업단지, H-테크노밸리 일반산업단지가 분양될 예정이다. 이로 인해 인구가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학생 수 역시 증가가 예상된다. 그러나 초중고 과밀학교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없다. 경기도 전체의 과밀학교 비율은 중학교 48.2%, 고등학교 25.9%다. 화성시의 경우 과밀 비율은 이보다 크게 높다. 중학교 68.9%, 고등학교 76.7%나 된다. 동탄신도시 지역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17개 중학교 모두(100%)와 13개 고등학교 가운데 12개(92.3%)가 가히 ‘절대적 과밀’이라고 할만하다. 13일 열린 경기도의회 제375회 정례회 3차 본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언급됐다. 신미숙(민주·화성4) 경기도의회 의원이 도정질문을 통해 임태희 교육감에게 신도시 과밀 학급 문제를 따졌다.(관련기사:경기신문 13일자 인터넷판, ‘임태희 “신도시 과밀학급, 개발사업 시행사 일부 책임”’) 신 도의원은 동탄지역 고교 학급당 학생 수는 32명, 올해 입학생 기준으로 학급 학생은 35명으로써 지난 2021년 7월 교육부가 ‘교육회복 종합방안’에서 정한 과밀학급 기준인 28명을 훨씬 웃도는 수치라고 밝혔다. “도교육청의 수요예측 실패로 신설 학교가 과밀화되는 상황이다. 28명이 들어갈 교실에 35명을 입학시켰다면 (그만큼) 공간 건축 비용을 아낀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교육비가 다른 곳에 유용된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임태희 교육감은 동탄지역 경우 학급이 계속 과밀화되는 문제는 학교용지가 없기 때문이며 원인은 “개발사업 시행을 주관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관련된 여러 부서들의 불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신도시 과밀 학급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것에 LH를 포함해 과거 신도시 사업 시행사도 일부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책임을 전가하는 발언으로 들리기는 하지만 LH를 포함, 신도시 사업 시행사들의 잘못도 큰 것이 사실이다. 늘어나는 학생 수를 예측하지 못한 졸속 개발이란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교육행정에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급속한 인구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늑장 교육행정도 반성해야 한다. 이날 임 교육감은 과밀 학급 해소를 위해 지난 2년 동안 교육부 중앙투자심사를 최소화하면서 일정 규모 학교에 대해선 도교육청이 자체 투자 심사를 할 수 있게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관계기관은 책임을 통감하고 동탄신도시를 비롯한 초·중·고 과밀학급 해소를 위해선 교육부의 중앙투자심사 시스템을 개선해 선제적으로 교육시설을 확보해야 한다. 교육부와 경기교육청, 국토교통부, LH 등이 서로 협의해서 학교용지를 추가 마련하는 등 총력을 기울여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손가락에서 채혈한 몇 방울의 피만으로 약 250개의 질병을 진단하는 ‘에디슨키트’를 개발했다는 회사가 있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테라노스’, 창업자는 엘리자베스 홈즈라는 스탠포드를 중퇴한 여성이었다. 언론과 각계각층의 지지를 업고 2015년에 이르자 테라노스는 주가총액 90억달러로 실리콘밸리 최고의 스타트업기업이 되었다. 그러나 홈즈의 신화는 월스트리트저널 존 캐리루기자의 탐사보도에 의해 희대의 사기극으로 귀결된다. 에디슨키트가 진단했다는 결과는 다른 대기업의 기기로 검사한 것이었고 처음부터 만능키트는 없었다. 결국 2022년 11월 홈즈가 징역 11년 3개월을 선고받고 사건이 일단락되자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이런 사기극이 가능했던가를 궁금해했다. '젊고 신비로운 천재 미녀CEO', '여자 잡스'라는 캐릭터와 스토리텔링에 키신저, 루퍼트 머독 같은 유명인들의 지지가 더해 거품이 치솟았지만 더 큰 문제는 실리콘밸리 테크언론들의 행태였다. 테라노스가 개발했다는 기술에 대해 질문하면 홈즈는 "에디슨에 적용한 극비 기술은 외부로 유출시킬 수 없다"며 구체적 답변을 거부했지만 언론들은 놀라울 정도로 별다른 의문을 표하지 않았다. 이는 실리콘밸리의 기자들이 어떤 기술에 대해 부정적인 기사를 쓸 경우 해당 언론은 더 이상 업체로부터 다른 정보를 받지 못하게 될 뿐 아니라 다시는 인터뷰 기회조차 주지 않기 때문이었다. 실리콘밸리의 테크언론들이 침묵하자 주류 언론이 홈즈를 띄우기 시작한 것이 테라노스 사기극의 시작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기름 한 방울 나지않는 나라”라고 자조해야 했던 대한민국, 원유가격의 등락에 경기가 요동치는 것이 당연시되는 대한민국에서 산유국은 필생의 꿈이었다. 그 꿈을 대통령이 국정브리핑에서 140억배럴로 부풀렸다. 이런 ‘아니면 말고’식의 화법이야 윤대통령의 캐릭터이니 그렇다 치자. 발표가 난 다음날 주류언론들은 대부분 선정적인 제목으로 산유국의 꿈을 퍼나르기에 바빴다. 왜 정부는 이미 파산당한 1인기업인 액트지오에게 분석을 맡겼으며, 액트지오는 어떻게 자료분석 만으로 140억배럴 매장가능성을 도출했는지 라는 분석기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외려 성공가능성 20%라고 하니 “다섯 번 시추하면 100%가 되는 것 아니냐”는 해괴한 통계학까지 등장하는가 하면, 모 증권사는 시황보고서에 “액트지오 고문 아브레우가 히딩크 감독을 닮은 관상으로 사기꾼이 아닐 확률이 상승했다”는 점괘에 가까운 전망까지 내어놓았으니 정녕 이 나라가 미쳐버린 것은 아닐까 싶다. 이런 관상학이나, “강수확률 20%의 맑은 날씨가 5일이면 개중 하루는 100% 비가 온다”는 소리와 진배없는 주장을 공공연히 하는 사람들에게 반박은 불가능하다. 그냥 미친 것이다. 사람들은 불안해한다. 제일 해먹기 좋은 작업이 하천준설과 시추라는데(검증이 불가하니) 하나에 천억이 넘는다는 시추공을 마구잡이로 뚫으면 도대체 국고를 얼마나 축낼런지, 주가조작으로 23억 차익을 실현한 경력이 있는 여사님을 생각하면 이번 석유발표가 마치 관련업종 작전주 띄우기와 유사한지라 이미 누군가 미리 알고 이익을 실현하지는 않았는지도 걱정이다. 그리고 절망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할 것이다. 청와대도 옮긴 그들이다. 그어놓은 고속도로도 노선을 바꿔버리는 그들이다. 수십조를 말아먹은 이명박정권의 자원외교처럼 그들은 동해로 진격할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테크언론들이 홈즈에 침묵했던 것처럼 언론이 그렇게 입을 닫는 한, 기자들이 대통령이 만든 ‘계란말이 먹은 벙어리’가 되는 한 그렇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