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7일(목) 오후. 윤 대통령과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연관된 믿기지 않는 뉴스가 보도 됐다. 김 의장이 자신의 회고록 '대한민국은 무엇을 축적해 왔는가'에서 밝힌 윤 대통령의 발언이다. ‘이태원 참사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김 전 의장은 “나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며 “극우 유튜버 방송에서 나오는 음모론적 말이 대통령의 입에서 술술 나온다는 것을 믿기 힘들었다”고 술회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런 방송 보지 마십시오라고 말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으나 꾹 참았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회고록은 보도된 다음 날부터 판매될 예정이었다. 회고록 출판사의 홍보전략을 감안하더라도 발언자와 그 발언을 듣고 전한 사람은 행정부와 입법부의 수장이었다. 소속된 정당은 다르지만 대통령이 한 말..
자영업자에겐 위기 아닌 때가 없다. 그나마 잘 되는 가게는 괜찮았다. 그런데 변화가 읽힌다. 2~30분 줄서서 먹는 음식점에 빈 좌석이 생겼다. 소비경제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정부는 지난 3일 '소상공인 25조 원 규모 맞춤형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대환대출 확대 ▲대출상환 연장 ▲전기료 지원 등이 그것이다. 샌드박스를 활용해 규제도 개선하겠단다. 하지만, 전가의 보도처럼 쓰이는 ‘규제개선’은 폐업 속출의 원인이기도 하다. 음식점을 예로 들자. 미국선 술을 팔려면 주류 라이선스가 있어야 한다. 라이선스 발급에 60여일 소요, 발급비용은 1만 2000불. 7월 5일 기준으로 한화 1060여만 원이 든다. 우리나라는 교육생이 2만 6000원 교육비를 내고 식품위생집합교육 6시간을 받으면, 주류 판매 자격을 취득하게 된다. 미국의 강력한 규제에 비해 대조적이..
대권 잠룡으로 분류되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펼치는 일련의 행보가 정치권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김 지사는 말없이 몸집을 불리는 모양새로, 오 시장은 정치현안에 대한 잦은 의사 개진 형태로 달라진 자세를 나타내고 있는 형국이다. 수도권 지역민들의 ‘삶의 질’을 증진시키기 위한 소통과 협치가 절실한 시점이다. 대선 행보에 정신이 팔려 수도권 행정 수장들로서의 사명에 허점이 드러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잊지 말길 바란다.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김동연 지사의 제안으로 시작됐던 경기-서울-인천 지자체장들의 ‘수도권 3자 협의체’가 지난 반년 넘게 이어지지 않으면서 사실상 무기한 중지됐다. 민선 8기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수도권 지자체장 간 견제의 기류가 흐르기 시작한 변화와 무관치 않으리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지사..
지난 6월 24일 화성시 서신면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의 화재로 총 31명이 죽거나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후 리튬을 비롯,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장에 대한 관리 권한을 지방정부가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엄격히 말하자면 ‘환수’다. 원래 유해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에 대한 관리 권한은 지방정부에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화학물질 관리법이 개정되면서, 권한이 지방정부에서 환경부로 넘어갔다. 2012년 발생한 불산 가스 누출 사고가 계기가 됐다. 당시 경북 구미시 4공단에 소재한 LCD액정 세척제 제조공장에서 탱크로리 위에 있는 송출밸브가 열려 불화수소산가스가 누출됐다. 이 사고로 작업자 5명이 숨지는 등 23명의 인명 피해가 났고, 농작물 200ha, 가축 4000 마리 이상이 피해를 입었다. 주민들이 황급히 대피했으며 인..
기후 변화는 전 세계적으로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며, 그 영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광범위하고 깊다. 많은 나라에서 기후 변화는 전통적인 문화와 관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우리나라의 복날 문화다. 복날은 삼복(三伏)으로 불리며, 초복, 중복, 말복으로 나뉜다. 이 기간은 대체로 여름의 가장 더운 시기로 더위를 이기기 위해 보양식을 섭취하는 전통이 있다. 그러나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해 복날의 의미와 보양식 문화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여름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해 평균 기온이 상승하고 열대야 현상이 빈번해지며 더위가 길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복날을 기준으로 여름의 더위를 이기기 위한 보양식을 준비했지만, 이제는 여름 전반에 걸쳐 더위를 피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단순히 특정 기간의 더위를 이기..
혼자 살아서 불편한 일이 많을까, 함께 살아서 불편한 일이 많을까? 혼자 샤워를 할 때마다 등 한가운데 손이 잘 닿지 않는 곳에 비누칠을 하려고 팔을 최대한 천천히 꺾는 순간, 등이 간지러워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부분이 있을 때 생각한다. 아, 혼자는 불편하구나. 그러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함께가 되었다 치자. 이젠 등 한가운데의 문제를 풀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의외로 이 문제를 잘 풀어나가는 커플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싱글들이 커플이 되면서 지금까지 혼자서도 잘해왔던 일들을 상대방에게 전가하기 때문이다. 등 한가운데 뿐 아니라 온몸을 상대에게 맡기며 그걸 믿음이라고, 사랑이라고 오해한다는 거다. 등 한가운데만 해결해주는 상대방에 대해서는 늘 불만이 많다. 그러나 다시 한번 잘 생각해보자. 우리가 누군가를 만나고 관계를 맺는 현명한 방법은 모든 것을 기대해서는 안된다는 거다. 기대한다고 되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그도 나와 똑같은 인간이므로, 나에게 똑같이 기대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그래서 지금까지 스스로 해오던 삶을 상대에게 내던지지 말고 그저 꾸준히 등 한가운데를 제외한 자신 전체를 스스로 돌보고 가꾸어야 한다. 그때 상대방이 등 한가운데라는 문제를 해결해주거나 도와준다면 그건 너무도 만족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그런데 더욱더 큰 문제는 둘이 된다고 해서 상대방이 반드시 등의 한가운데를 해결해주는 건 아니라는 거다. 처음부터 상대의 온몸을 책임져야 했던 부담감은 점점 더 힘겨워지면서 마침내 등 한가운데의 문제까지도 저버리게 되는 거다. 그래서 많은 부부들이 둘이 되고도 혼자였을 때와 동일한 "등 한가운데"의 문제에 부딪힌다. 아니, 혼자일 때보다 외로움은 더욱더 증폭된다. 그리고 이제는 "등 한가운데"라는 문제를 온몸의 문제로 확대시킨다. 그때부터는 모든 것이 상대방 탓이 된다. 나의 괴로움도, 외로움도, 슬픔도, 실패도, 불행도..... 모두 저 사람 탓이 된다.나는 이것을 "등 한가운데의 딜레마"라고 부른다. 다시 말하자면 여기서 등 한가운데의 문제는 자신이 가진 단점, 결점 또는 혼자의 힘으로 해결하기 힘든 문제를 말한다. 이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대에게 의지할 범위를 스스로 자존감을 가지고 정해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마저 상대에게 의지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없는 것 중에서 그가 나에게 해줄 수 있는 것. 즉, 자신의 등 한가운데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좀더 구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을 때 상대가 나에게 베푸는 작은 마음에도 감사를 느낄 수 있게 된다. 혹 삶의 유연성이 뛰어나 자신의 등 한가운데까지 손이 닿아 스스로 해결하는 사람도 있다. 그는 특별히 좋은 달란트를 태생적으로 또는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받게 된 것이니 자신의 등 한가운데는 스스로 해결하고 남은 힘을 상대를 위해 조금 더 베풀어주는 것도 좋은 일이다. 어제 샤워하면서 갑자기 깨달은 것. 우리는 자신의 등 한가운데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과 함께.
나는 일본과 이웃하여 사는 것이 매우 불편하다. 10만년에서 3만년 전 사이의 어느 때까지는 우리의 대륙과 붙어 있었기 때문에 선사시대 원주민들의 영토에 우리의 조상들은 물론 중국과 몽골족, 시베리아 인종들 다수가 건너가서 오늘날 일본족의 조상이 되었다. 지금 저 대한해협은 1만2천년 전에 생겼다고 한다. 일본에 대해서 관심이 크다. 일본에서 공부한 사람들, 특히 한국말 좀 하는 일본친구들과 대화하는 걸 좋아하며 질문을 많이 한다. 지난 연말연시를 휴가차 서울에 온 일본의 유력지 기자와 보냈다. 노래하고 춤추고 마시고 얘기하고…특별한 시간이었다. 그는 대학 1학년 때 일어판 ‘뜻으로 본 한국역사’를 읽은 특별한 친구다. 내가 속한 ‘씨알의 소리’에, 45년 전 그가 경험했던 감격적인 독서와 그 기쁨과 쑈크를 내용으로 기고하게 하였다. 멋진 인..
경기도와 인천, 서울시가 확대 운영해온 ‘광역 장애인콜택시’가 여전히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2월부터 8개월째 운영 중인 ‘광역 장애인콜택시’는 이동범위만 늘리고 광역요금·통합운행시스템 등 정작 뒷받침해 줄 체계를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약자를 보호한다면서 거창하게 홍보한 제도가 여전히 장애인들의 불편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제 역할을 하도록 재설계하고 보완해야 할 것이다. 장애인콜택시의 확대 운행은 지난해 7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중증 보행장애인들의 특별교통수단의 운행 범위가 인접 특·광역시·도까지 확대되면서 시작됐다. 경기도, 인천시와 서울시는 관련하여 총 7차례의 실무협의를 거쳐 기준안을 마련했고, 작년 12월 21부터 시행에..
공부하는 목적은 인식의 변화를 꾀하며, 철학적 사상의 확충과 상상력을 풍부하게 하는 데 있다. 한마디로 영혼을 풍요롭고 밝게 가꾸는 일이다. ‘나는 지금 무엇하며 사는가?’를 생각하면서 아침에도 실비 내리는 산길을 걸었다. 읽히는 수필, 내 아이들이 읽어줄 만한 글을 써야 할 텐데- 하는 작가로서의 의무적인 생각을 했다, 예술가에게도 공주병 같은 심리가 있는 것일까. 내가 쓴 글이 감동적이고 울림이 있어 독자의 사랑을 원하고 있는 것 같다. ‘공주병 스타일’이라는 유머다. 이순신 스타일 : 나의 미모를 적에게 알리지 마라./ 안중근 스타일 : 하루라도 예쁜 척하지 않으면 온몸에 닭살이 돋는다,/ 맥아더 스타일 : 공주는 죽지 않는다. 다만 사리질 뿐이다./ 나폴레옹 스타일 : 내 사전에 추녀는 없다. 몸 기능은 낡고 세월 수치는 쌓여 가는데, 어느 날의..
내가 전통주를 함께한 지도 25년이 되었다. 현재 나는 북촌에 있는 전통주갤러리에서 다양한 우리 술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매일매일 전통주와 일상을 함께하는 나의 삶이 참 풍요롭다. 술을 즐겨 마시지는 않지만 이것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행복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술이 나의 인생에 반을 차지하는 일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나와 술의 첫 인연을 말하자면 아버지께 해드렸던 음식에서부터 시작이 되었다. 어려서 자주 몸이 아파 아버지의 손이 많이 필요한 딸이었다. 늦은 밤 아프다는 딸을 업고 빗속을 달리던 아버지의 따뜻한 등이 생각난다. 등굣길 어지럼증 때문에 지하철 역사 나무의자에 몸을 쪼그리고 있으면 한걸음에 달려와 나를 안심시켰던 아버지의 음성도 떠오른다. 아버지의 따스한 보살핌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맛있는 음식을 즐기시는 아버지를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었다. 아버지만의 음식을 맛있게 먹는 방법은 각 음식의 온도에 따라 즐기는 것이다. “찬음식은 차게, 뜨거운 음식은 뜨겁게”. 특별한 날, 우리의 식탁에는 모든 음식이 한꺼번에 올라오지 않았다. 매 음식을 그렇게 즐기셨다. 부엌에서 준비하는 사람은 힘들었지만 그 음식을 즐기는 가족들의 행복한 모습은 또 다른 기쁨이었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음식을 잘 알지 못했던 나는 배우는데 시간을 많이 투자했다. 여러 가지 도전했던 음식 중에 술도 하나였다. 어느 날, 아버지가 막걸리를 직접 빚어 달라고 하시면서 “할머니에게 빚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하면 된다”라고 이야기하셨다. 그때 처음 안 사실이지만 예전에 할머니도 종종 술을 빚으셨다고 한다. 할머니의 술맛이 동네에서 유명할 정도로 솜씨가 좋으셨다는 얘기를 그때 처음 해주셨다. 할머니의 솜씨를 믿고 하나하나 차근하게 재료들을 준비했다. 재래시장에서 산 누룩을 나무방망이로 두들겨 작은 크기로 직접 빻아 햇볕에 펼쳐 놓았다. 찹쌀을 씻어 불린 다음 솔잎과 함께 넣고 찜통에 쪄서 식혔다. 준비한 재료인 찹쌀고두밥과 누룩, 물을 함께 넣어 정성을 다해 버무려 발효시켰다. 그러나 결과로 보면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아버지도 맛은 그런대로 합격점을 주셨지만, 술 빛깔에서 고개를 갸웃하셨다. 일반적인 술의 빛깔은 뽀얀 우윳빛이나 연한 미색인데 내가 빚은 술은 검은빛에 가까웠다. 왜, 이런 검은빛이 되었을까? 문제가 무엇일까?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를 모르다 보니 이 세계가 더 궁금해졌다.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은 마음에 수소문을 해보았지만 해답을 줄 수 있는 곳을 찾기가 참 어려웠다. 1999년 3월. 나의 갈증을 해소시켜 줄 수 있는 곳을 찾았다. 한국전통음식연구소에서 전통주 수업이 열렸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기쁜 마음으로 참여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이렇게 오랜 시간 함께 할 줄은 나도 몰랐다. 나에게 새로운 세계를 알려 주면서 제2의 삶을 설계하는데 구심점이 되어준 전통주. 지금도 ‘왜 술을 선택했나 ’ 하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나는 술이 블랙홀이라고 답한다. 왜냐하면 묘한 매력이 있어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술을 빚을 때의 마음은 늘 새롭고, 경건하다. 자연이 함께 하는 예술이다 보니 이런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매번 같은 재료를 가지고 빚지만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그 세계를 접하면 깊은 바닷속의 신비로움과도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이제는 우리 술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시켜 줄 곳이 많이 생겼다. 2023년 12월 기준 우리 술 교육 훈련기관 18개소와 전문인력 양성기관 5개소가 있어 전통주의 기본 원리부터 상업양조까지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아버지를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어 시작했던 전통주가 나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는 지금, 더 많은 사람들과 전통주의 세계를 여행해보고자 한다. 한잔의 술잔 속 자연과 시간 그리고 기다림의 미학을 느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