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앨범은 1학기 중반인 5~6월에 촬영한다. 봄 배경을 바탕으로 야외 사진을 찍으면 자연광의 화사함과 다양한 꽃들이 아름답게 나오고, 너무 덥지 않아서 좋다. 대부분의 학교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저 시즌에 졸업앨범 촬영을 마친다. 사진을 찍는 몇 시간 동안은 수업을 할 수 없으니 대다수 아이 모두가 행복해하는 날이기도 하다. 촬영 당일에는 아이들이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서 특이한 소품을 준비해온다. 최근에는 장래 희망과 관련된 프로필 사진을 찍는 게 유행이다. 축구 유니폼과 축구공, 판사복과 법봉, 컴퓨터 키보드와 방송 마이크처럼 직업이 연상되는 물품을 많이 들고 왔다. 수의사가 꿈인 친구는 의사 가운과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를 데려와서 다른 아이들의 부러움을 샀다. 경력 많은 사진 작가님을 만나면 평소 경직된 표정이 대부분이던 아이들의 다채..
청소년들의 딥페이크(AI 기반 합성 이미지) 성범죄 오염이 심각하다. 최고 수준의 전자기술 국가라는 특성이 우리나라의 딥페이크 범죄 양상을 세계 최악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사생결단 권력 쟁패에 여념이 없는 정부·정치권은 사뭇 늑장 대응이고, 그 틈바구니에서 아이들은 변태 문화의 피해자이자 가해자로 전락하고 있다. 악성 바이러스처럼 급속히 퍼지는 딥페이크 성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전방위적인 방책과 교육이 필요하다. 하루빨리 차단해내지 못한다면 감당 못 할 ‘대혼란’과 더불어, 나라의 미래마저 그르칠 위험성이 높다. 경기도는 지난달 27일 교육청, 경찰청, 경기도 젠더폭력통합대응단 등과 상황공유와 대응 협의를 위한 회의를 열고 대응단을 통해 불법 영상물 삭제와 모니터링을 지원하고 수사·법률 지원, 전문심리상담 지원을 하기로 했..
불귀(不歸)는 돌아오지 않고, 돌아가지 아니함을 뜻한다. 불귀라는 표현은 시인 김소월의 ‘삼수갑산’에서 나온다. 삼수갑산은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양(량)강도에 있다. 삼수갑산은 한번 들어가면 다시 나오지 못하는 첩첩산중에 있다. ‘삼수갑산 어디뇨 내가 오고 내 못가네/불귀로다 내 고향 아하 새가 되면 떠가리라’ 산중에 쌓여 돌아가지 못하는 불귀는 새가 되어 고향으로 떠간다. 김소월은 시 ‘고향’에서 조상님 뼈가 묻힌 곳, 넋이라도 있거들랑 고향으로 가라고 한다. 내가 고향을 잊고 고향이 나를 버렸더라도 그곳에 부모님과 동생이 있고, 하늘, 바다, 가을, 단풍, 고깃배 들이 어우러져 있다. 백석은 고향을 아버지와 같은 따스한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표현한다. 백골이 따라와 눕는 윤동주의 고향은 이주를 통해 새롭게 만들어진다. 등 따시고 배부..
일반적으로 성년후견이 개시되면 피성년후견인은 행위능력을 상실하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행위능력이라는 개념은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지만 미성년자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될 수 있는 개념입니다. 민법에서는 미성년자를 행위무능력자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 시기에는 법정대리인인 부모님이 자녀들의 법률행위를 대리할 수 있는 포괄적인 법정대리권을 가지게 됩니다. 이와 같이 성인에게 성년후견이 개시되는 경우 성년후견인은 미성년자처럼 독자적으로 법률행위를 할 수 있는 행위능력을 잃게 되고 성년후견인은 피성년후견인을 대리하여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법정대리권을 얻게 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성년후견이 개시되면 피성년후견인은 기존에 혼자서 하였던 예금인출금과 같은 금융거래도 더 이상 혼자할 처리할 수 없게 되고 성년후견인은 일상생활비나 병원비 지출과 같은 금융업무를 피성년후견인을 대신하여 처리해주어야 합니다. 성년후견인이 피성년후견인을 대신하여 금융업무를 처리하려고 하는 경우 보편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인터넷뱅킹이나 ATM과 같은 비대면 거래수단을 이용하는 것에 대한 제한이 발생하게 됩니다. 은행에 따라 다소의 차이가 있지만 상당수의 은행들은 피성년후견인 명의 계좌에 대한 비대면거래를 제한하고 있기에 성년후견인은 생활비 이체나 거래내역서 발급 등 금융업무를 보기 위해서 매번 은행창구를 방문하여 처리해야 하는 수고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처럼 일반인들은 폰뱅킹으로 5분이면 처리할 수 있는 일들을 위해서 성년후견인은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또한 피성년후견인 명의 체크카드를 발급받는 것 역시 허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성년후견인이 피성년후견인이 필요로 하는 물품을 온라인상에서 구입하고 결제하는 것 역시 쉽지가 않습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성년후견업무 수행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편함을 시정하기 위해서 가정법원, 금융감독원, 은행연합회 등 관계기관들이 합동으로 ‘성년후견인 금융거래메뉴얼’을 만들어서 보급을 하였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이러한 불편함들이 쉽게 해소되지는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실제 성년후견제도를 이용하려고 하는 경우에도 이러한 불편함을 호소하며 그 이용을 주저하고 있는 사례도 빈번히 볼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피성년후견인에게 부과된 미납세금이나 보험료, 통신비 등을 성년후견인이 확인하고 납부하는 과정에서 본인인증의 문제로 인하여 성년후견인이 직접 해당 기관을 방문하여 처리하는 경우도 빈번합니다. 이러한 성년후견 업무의 부담은 전문후견인의 경우 후견보수의 상승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고 이로 인하여 피성년후견인이 가지는 후견비용의 부담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성년후견제도 활성화를 위한 노력은 성년후견제도에 대한 홍보만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실제 성년후견제도의 이용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편함과 차별들을 해결하는 것으로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더욱이 이러한 문제의 해결은 입법적인 뒷받침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이를 위해서 일선 현장은 물론 관계기관들의 지속적인 제도개선 목소리와 함께 정치권의 관심도 절실하다고 할 것입니다.
지난 8월15일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은 두 쪽이 났다. 광복회가 ‘뉴라이트 계열 인사’로 지목된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대한 항의로 경축식에 불참한 것이다. 광복회 측은 대한민국이 1948년에 건국됐다고 억지 주장하는 인사가 독립기념관장에 임명된 것은 독립기념관의 역사와 정통성에 반하는 것이라며 김 관장 임명철회를 요구했다. 김 관장은 ‘대한민국 건국이 1919년 임시정부 수립으로 시작돼 1948년 정부 수립으로 완성됐다’고 주장, ‘뉴라이트인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광복회는 용산 대통령실 인근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도 김 관장 임명 철회를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김호동 광복회 경기도지부장은 “식민지 근대화론'의 대표학자 김주성을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으로 임명한데 이어 쌀을 수탈당한 게 아니라 수출한..
얼마 전 휴가차 한국을 잠시 벗어나 해외에 머물렀다. 요즘은 통역AI기능이 워낙 잘 되어있어서 소통이 어려운 곳도 부담 없다. 그러나 사실 아무리 통역AI가 발달한 시대라도 해외에 나가보면 손짓 하나로 소통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품을 구매하거나 음식을 주문할 때 손가락으로 가리키기만 해도 주문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 그래서 영어를 못하시는 고령의 어머니와 함께 해외여행을 가면 소통은 나보다 어머니가 더 잘하신다. 고대 로마의 수사학자이자 웅변가인 쿠인틸리아누스(Marcus Fabius Quintilianus)는 “손은 입으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말을 할 수 있다”고 하였다. 손짓의 정의를 보면 손을 놀려 어떤 사물을 가리키거나 자기의 생각을 남에게 전달하는 일, 말로 하여서는 부족한 감정이나 정황을 손을 놀려 표현하는 일이라고 되어있다...
지난 7월 27일,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 일대에 집중호우로 인한 대규모 수해 소식이 전해졌다. 8월 중순까지 9차례나 수해 관련 일정을 소화한 김정은 위원장의 행보는 현장 상황의 심각성을 방증한다. 한국뿐 아니라 국제기구와 독일, 스위스 등 각국의 지원 의사가 타진되고 있으나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의 자력 수해복구 방침(8.10 대민연설) 속에 일부 러시아의 식량 물자만 수재민들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집중 수해 지역인 의주군 중심부에서 10km 가량 떨어진 곳에서까지 관측되는 대규모 수재민용 천막촌(VOA, 8.20자)도 ‘수해복구 전투’의 장기화를 시사하고 있다. 그렇다면 해마다 발생하는 변칙성 집중호우는 북한지역에 국한된 문제일까? 얼마 전 지구 반대편에서 치러진 파리올림픽의 경우 때아닌 집중호우로 센강의 수질오염 문제가 도마..
지난 4월 7일 세계보건기구(WHO)는 보건의 날 주제를 ‘나의 건강, 나의 권리’로 정한 바 있다. 모든 사람은 경제적 환경과 상관없이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세계 인류가 어디서나 양질의 보건 서비스를 차별 없이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소득층이나 취약 계층이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은 공공 의료 시설이다. WHO의 ‘권리’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공공 의료 시설이 충분해야 한다. 공공의료시설의 부족은 사회적 불평등과 건강 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공공의료, 즉 보건소, 공공의료원, 보훈병원, 경찰병원 등의 비중은 그리 높지 않다. 경기신문은 ‘국립의대 없는 인천시… 공공의대 설립 서둘러야’(22일자 인천판 1면) 기사를 통해 공공의료 문제를 짚었다. 정부가 2025학년도..
최근 경기도 교육청이 과학고 설립 공모를 준비하며 '성남 수정구의 과학고 유치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수정과학고유치위원회는 주민들의 열망을 이루기 위한 모임이다. 현재 수정구는 지역 내 다양한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입지적으로도 과학고 유치에 유리한 입지가 수정구라는 당위성으로 장영하 위원장은 "수정구는 다른 지자체와 비교할 때 과학고 유치에 필요한 모든 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있다. 먼저 과학고는 일반 고등학교와는 달리 교사 부지, 체육장, 부속 토지 등 넓은 부지가 필요하다. 이미 수정구에는 산성역 인근에 있는 창성중학교부지가 있다. 창성중학교는 창곡 남중, 여중, 영성여중 3곳을 통폐합해 만든 학교로 2개의 학교가 있던 곳이라 부지 또한 기숙사 연구시설 등이 필요한 과학고등학교에 매우 적합하다..
기후 재난 중에 있으니 여름이 그냥 여름이 아니다. 다행히 처서가 지나 역대 최장 기록 34일의 열대야에서 벗어났다고 한다. 느닷없이, 돌발 퀴즈 하나: 다음의 보기 중 건강을 생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1.음식 2.운동 3.잠 4. 약. 당근 정답은 3번 “잠”이다. 이는 의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잠을 잘 때 우리의 몸이 reset 되면서 회복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습기가 많은 이 무더위가 우리의 잠을 방해할 뿐 아니라 우리 대한민국에는 잠 못 들게 하는 이유가 더 있다. 그것은 국정을 책임지는 사람들이 그 임무를 져 버리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것의 근원적 책임은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이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잘못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그분보다 더 clever(영악한) 한 부인의 행태 때문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