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살아온 역사를 500만년이라고 할 때, 그것을 1개월로 줄여서 시대별로 계산하면, 인류가 유목민으로 살아온 제일 긴 기간은, 29일 22시간에 해당하고, 근대 산업사회의 생활은 1분 30초에 해당하며,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전자정보시대는 불과 12초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이 가장 짧은 12초의 순간에 불과한 전자정보시대는 인류역사상 그 어느 시대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급격하고 새로운 변화를 이루어내고 있다. 오늘날 발달한 고도의 정보 통신기술은 인류에게 시간과 공간의 속박을 해방시켜 놓아, 인간의 의식과 행동을 조성하는 경험공간을 재구성하고 있다. 프랑스 철학의 거장 미셸 세르(Michel Serres)는 주로 이 시대의 주류미디어를 사용하는 세대를 ‘신인류’로 표현한다. 그것은 삶의 편리성뿐만 아니라 인간의 의식과 사고방식까지도 뒤바꿔 생활혁명을 이루어 놓은 세대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편 미국의 미디어 전문가 데이비드 와인버거(David Weinberger)는 오늘의 지식과 정보는 모두가 네트워크로 연결돼, 거의 모든 사람들이 포털 사이트로 접속하여 뉴스를 읽고, 쇼핑을 하고, 검색하며 살기 때문에 대부분의 젊
2003년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제56차 세계보건기구(WHO)총회가 열렸다. 그리고 192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담배규제 협약이 채택됐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500만명이 흡연으로 사망하고 오는 2020년엔 1천만명에 이를 것이라 예상되자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세계보건기구가 나선 지 5년만에 결실을 보는 순간이었다. 주요 내용은, ‘5년 안에 협약 가입국에서는 모든 담배 광고, 판촉, 후원 전면 금지’ ‘담뱃갑의 최소 30% 면적에 암에 걸린 폐의 사진을 싣는 등 경고문구나 그림을 삽입’ ‘담배 자판기에 미성년자의 접근 금지’ 등등 다섯가지였다. 그러나 초기에 실천하는 나라는 얼마 없었다. 특히 ‘경고그림’을 싣는 나라는 2001년 세계 최초로 담배에 경고그림을 도입한 캐나다를 비롯 2002년 도입한 브라질, 싱가포르(2004년 도입) 태국(2006년 도입) 등 극소수에 불과 했다. 세계 최대 담배생산국인 미국조차 2012년에 가서야 ‘끔찍’하고 ‘직설적’인 새로운 경고표시를 의무화한다고 발표했을 정도로 참여율은 저조했다. 당시 미국 정부가 담배 포장을 변경하기로 한 것은 25년 만에 처음이었다. 따라서 미국인 사망의 가장 큰 원인이 흡연이며, 이로 인한 연
미국 서부 개척시대 세무공무원들은 총으로 무장하고 납세자를 만났다고 한다. 납세자들이 걸핏하면 총기로 저항하기 때문이었다. 미국 독립전쟁도 영국의 과세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촉발되었듯이 세금을 거두는 일은 목숨을 건 어려운 작업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최근 우리나라에 세금 논쟁이 일고 있다. 복지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세수를 확충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 하다는 여론이 대두되고 있다. 법인세를 과거 수준으로 올리고 고소득자의 세부담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우리나라 조세제도의 소득재분배 기능이 보다 강화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모두 일면 타당성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의 결과가 현실에서 반대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부자들에게 소득세를 더 부과하면 부자들은 해외로 이주하여 세금을 회피할 수도 있고, 법인에게 더 과세하면 국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거나 신규투자도 해외로 돌리게 되어 국내 세수와 고용이 오히려 줄게 되는 결과가 초래된다. 또 우리나라에 투자하려는 외국인 투자자는 우리나라보다 세율이 낮은 싱가포르, 홍콩, 말레이시아 등으로 발길을 돌리게 된다. 가장 큰 세원인 부
한해의 첫날 임을 뜻하는 ‘설’. 언제부터 우리의 명절이었는지 명확하지 않다. 중국 역사서인 구당서(舊唐書)에 ‘신라인들이 매년 정월 원단(元旦)에 서로 경하하며, 왕이 연희를 베풀고 여러 손님과 관원들이 모인다. 이날 일월신을 배례한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삼국시대로 짐작할 뿐이다. 고려사에 설날은 상원(上元 대보름)·상사(上巳 3월삼진)·한식(寒食)·단오(端午)·추석(秋夕)·중구(重九 중앙절)·팔관(八關)·동지(冬至)와 함께 9대 명절로 기록되어 있다. 조선시대에는 한식·단오·추석과 더불어 4대 명절로 여겼다. 하지만 그중에 원단 즉 설날을 으뜸으로 쳤다. 새해의 시작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설날을 전후해 관리들에게 7일간의 휴가를 주었고 신하들은 왕에게 신년을 축하하는 예를 올렸으며 왕은 신하들을 위해 잔치를 베풀었다는 기록도 있다. 상서로운 날인 만큼 원일(元日)·원단(元旦)·원정(元正)·원신(元新)·원조(元朝)·정조(正朝)·세수(歲首)·세초(歲初)·연두(年頭)·연수(年首)·연시(年始)등 부르는 이름도 매우 많았고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 세시풍속도 다양했다. 고려시대 정초엔 패수(浿水)에서 물과 돌을 서로 끼얹고 던지고 소리지르며 놀았다는 기
담배에는 발암물질과 독성 유해물질 성분이 잔뜩 포함돼 있는데 대표적인 유해 물질에는 타르, 일산화탄소(CO), 니코틴 등이 있다. 특히 타르는 극독 물질로 약 20종의 A급 발암물질을 비롯해 수천 종의 독성화학 물질이 들어 있다. 일산화탄소는 연탄가스와 같은 것으로 흡연은 연탄가스를 계속 흡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한다. 니코틴은 습관성 중독을 일으키는 마약성 물질이다. 따라서 직접 흡연은 물론 간접흡연도 심각한 피해를 준다. 요즘 금연하는 성인들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도 담배의 이런 유해성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부터 담뱃값도 큰 폭으로 인상됐기 때문에 독한 마음을 먹고 금연하는 사람들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경제력이 없어서 부모에게 용돈을 타서 쓰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담뱃값 인상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끊는 것이 바른 길이지만 의지력과 판단력이 성인들보다 약한 청소년들은 금연을 쉽게 단행하지 못한다. 담배는 끊지 못하겠고 가진 돈은 없고 결국 이들은 절도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이에 본보는 이미 지난 1월5일자에서 정부의 금연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올해부터 대부분의 담배의 가격을 갑당 2천원 인상한 가격으로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담배를 구하기 위한 청소년
최근 콜센터 상담원을 상대로 하거나 인터넷 등에서 행해지는 언어폭력이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김해 콜센터 상담원과 고객 사이의 언어폭력 내용이 SNS를 통해 공개되면서 세간의 화제가 된 적도 있다. 고객의 욕설을 듣다못한 상담원이 같이 욕을 해대는 내용이었다. 얼마 전에는 수년 간 상습적으로 폭언 등을 일삼은 대리기사가 구속됐다. 특히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에서 근무 중인 상담원들 역시 심각한 언어폭력 등에 지속적으로 시달리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경인지역본부 고객센터 상담원들이 욕설 폭언 및 모욕, 성희롱, 협박 등 민원인들로부터 언어폭력을 당한 건수를 집계한 결과 2013년 80건, 지난해 135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이들은 시·군·구 기초지자체에 40개 지사 5개 출장소를 설치·운영하면서 1천400만 경기 인천 지역주민의 사회보장 안전망 구축 및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 서비스 관련 업무를 상담해주고 있다. 하루종일 상담에 임하는 과정에서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성적인 언어폭력까지 서슴지 않는 악성민원인을 상담하게 된다. 먼저 전화를 끊을 수도 없게 돼있어 일방적으로 언어폭력에 시달리면서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이…
요즘 들려오는 미술계 소식들 중에서 유독 이중섭에 관한 것들이 자주 들린다. 현대화랑에서 열린 이중섭의 전시에는 도화지 살 돈이 없어 담패 포장 은박지 위에 그렸다는 그림들과 일본의 가족들에게 보낸 손편지 등을 보려고 2만 여명의 관객들이 다녀갔다고 한다. 국공립 미술관이나 문예회관이 아닌 화랑에서 이루어진 전시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놀라운 숫자가 아닐 수 없다. 화가 이중섭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기 시작하자 몇 년 전부터는 가족들이 주고받은 편지를 엮은 책, 작가 평전 등도 꾸준히 출판되었다. 제주 서귀포시 이중섭이 살았던 집이 있는 곳에는 미술관과 예술거리가 조성되었으며, 부산시립극단은 이중섭의 생애를 소재로 한 공연을 상연하고 있다. 사실 화가 이중섭을 향한 대중들의 사랑은 요 몇 년만이 아니라 오랫동안 꾸준히 이루어졌다. 이중섭은 호당 작품 가격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높은 작가이며, 가족그림이 인기를 얻기 이전에도 ‘황소’ 시리즈로 익히 알려져 있었다. 다만 그동안은 주로 황소를 그린 작가로 인지되어 왔다면 최근에는 가족들을 그린 작품들로 주목을 받고 있는데, 여기에는 작가의 구구절절한 가족사가 한몫하고 있다. 작가는 유학시절에…
우리나라에 고추가 보급되기 이전엔 김치를 소금에 담갔다. 이런 역사를 유추해 볼 때 지금도 11월 초 통째 혹은 크게 썬 무를 짜지 않은 소금물을 가득 부어 담그는 동치미는 가장 먼저 시작된 김치의 기본형이라 할 수 있다. 겨울 저장식품이라고 해서 조선시대엔 동치미를 ‘동침(凍沈, 冬沈)’ 또는 ‘동침저(凍沈菹)’라 불렀다. 겨울에 물에 담가서 먹는 김치 혹은 겨울에 국물이 언 김치라는 뜻이다. 그런 명칭이 세월이 지나며 일반인들이 한자어 ‘동침’을 동침이 혹은 동치미라고 부르면서 지금의 이름이 됐다고 한다. 동치미, 특히 국물은 옛날에도 겨울철 별미 음식을 만드는데 중요한 재료로 사용됐다고 한다. 조선시대 요리책 규합총서(閨閤叢書)엔 동치미 국물 이용을 이렇게 적고 있어서다. ‘겨울에 익은 후 먹을 때 배와 유자는 썰고, 그 국에 꿀을 타고 석류에 잣을 흩어 쓰면 맑고 산뜻하며, 그 맛이 매우 좋고, 또 좋은 꿩고기를 백숙으로 고아서 그 국의 기름기를 없애고 얼음을 같이 채워 동치미 국에 붓고, 꿩고기 살을 섞어 쓰면 그 이름이 이른바 생치김치이며, 동치미국에 가는 국수를 넣고 무, 오이, 배, 유자를 같이 저며 얹고, 돼지고기와 계란 부친 것을 채 쳐서…
답답하다. 총리 후보자 인준과 임명을 놓고 이렇게 힘든 나라가 지구상에 또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지만,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면 다 그렇고 그렇다지만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경우 흠결이 너무 많다는 국민여론이어서 더 답답하다. 그래서 여당도 야당과의 협의를 통해 국회에서의 임명동의안 처리를 당초 12일 본회의에서 16일로 처리일정을 미뤘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갑자기 또 여론조사기관을 통해 인준을 처리하자고 시비 걸고 나섰다. 점입가경이다. 야당이 이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 14일 한국갤럽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적합이 41%, 부적합이 29%로 나온데다 총리로서 부적격한 측면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청문회 단골메뉴인 병역문제 투기 대언론관 태도 등 역대 후보자 낙마사유보다 심각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당으로서도 단독으로 인준을 강행하기에는 버거워 일단은 표결로 가겠다는 방침이다. 해외체류 중인 새누리당 소속 의원과 내각에 겸직 중인 의원들의 표 단속에도 나섰다. 이번에도 총리 임명이 무산된다면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지나 않을까 우려해서다. 우리는 그동안 총리 지명자들이 중도에서 줄줄이…
최근 인천 어린이집 사건 등 어린이집 폭행사건으로 인해 아이를 둔 부모들의 걱정이 크다. 이에 따라 정부는 보안과 방범을 강화하기 위해 어린이집에서부터 국공립 유치원 CCTV 설치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법률을 만들려 하고 있다. 부모들의 우려가 얼마나 큰지는 최근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게시된 ‘전국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를 강력히 청원합니다’라는 글에 이틀 만에 무려 1만8천600여명이 찬성 서명한 사실로도 알 수 있다.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5년 4월에도 어린이집에 CCTV 설치를 의무화 하도록 하는 영유아보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2013년에도 지난해에도 이 법안이 발의 됐지만 10년 가까이 관련 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보육교사들의 사생활과 인권이 침해된다는 인권단체와 보육노동조합 등의 반발 때문이다. 결과를 두고 봐야 알겠지만 이번에는 부모들의 의지가 강하다. 게시글을 쓴 부모는 ‘CCTV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라면서 ‘어린이집 교사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아무런 자기방어 능력이 없는 영유아의 생명보호가 더 시급하다’는 것이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