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장마라고 한다. 저수지는 텅 비어 있고 천수답 농사를 하는 곳은 농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해 애를 먹는다. 물이 졸아든 저수지에는 거처를 놓친 물고기들의 파닥거림이 눈에 띄곤 하더니 며칠 전 천둥 번개와 함께 요란스럽게 내린 비에 들판이 생기를 되찾았다. 키가 큰 해바라기와 참깨가 넘어가긴 했어도 호박꽃에는 벌의 윙윙대고 겨우 자라던 오이며 가지가 부쩍부쩍 자란다. 잘 보이지 않던 개구리도 보이고 달팽이도 제집을 지고 슬금슬금 이사를 다닌다. 참외밭을 둘러보고는 깜짝 놀랐다. 올해 처음으로 개똥참외를 심었는데 제법 실하게 달려서 참외깨나 수확하지 싶어 몇 개 따려고 했더니 참외는 없고 참외 열렸던 자리에 흙이 흩어져있다. 길옆에 밭이라서 그런지 간혹 손이 타는 곳이라 누가 또 이런 짓을 했을까 아무리 양심이 없어도 그렇지 주인은 아직 맛도 못 봤는데 너무하지 않은가 한두 번도 아니고 하면서 투덜대고 있는데 나무 밑에 참외 껍질이 있다. 잘 익은 참외를 따가지고 와서 갉아먹고 껍질만 남겨 놓았다. 갉아먹은 흔적으로 보아 제법 큰 동물인 것 같다. 우리는 범인을 너구리라고 단정했다. 며칠 전 고라니가 밭에서 도망치는 것을 보기는 했지만 이빨 자국이며 여러 가
늘상 겪는 일이어서 이제 무디어질만도 하건만 권력이 교체될 때마다 늘상 제일 먼저 바뀌는 것은 뭐니뭐니 해도 역시 사람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과 공약을 내걸고 치열한 표심잡기속에 승리의 환희를 함께 나눈다 해도 ‘당선증’을 받아드는 순간 가장 앞머리에 오는 관심사는 여전히 ‘인사’다. 사람은 물론 안전이니 공동체니 정의니 하는 선거기간 내내 우리에게 찾아 들던 그 숱한 단어들은 다시 허공에 뜨고, ‘자리’를 둘러싼 각종 구설과 잡음이 뒤섞인 이전투구와 밀어내기가 볼쌍사납게 빈틈을 채운다. 두번째 당선증을 받아든 ‘위너(winner)’의 사람들도 4년간의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소리소문없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드는데 세번째 당선증을 받는 사람과 그의 측근들의 컴백은 얼마나 자연스러운가. 그게 다 ‘정치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것임을 부인할 수 없는 것은 매번 첫 당선인과 그의 사람들에게서 보여지는 우스꽝스러운 촌스러움때문일 지도 모른다. 다시 선거는 끝났고, 4년만에 한번씩 힘센 유권자란 짧은 ‘갑’의 자리를 누리던 호사도 어느 틈엔가
허물어지는 벽 /김숙경 변화하는 도심 속 담장 없는 마을은 삶의 모습도 풍요로운 방향으로 가꾸어 주는 듯하다. 예전처럼 흙 담이나 탱자나무 울타리, 사철나무 울타리를 기대하기 힘들겠지만 담장이라고 금을 긋듯이 하나둘 심겨진 나무나 잔디가 깔린 땅을 대신 보게 된다면 그마저도 우리에게는 얼마나 아름다운 눈요기이고 호사일 것인가. -중략- 노란 열매를 매단 교회 앞의 탱자나무, 옆집 돌 박힌 황토 흙 담의 아련한 정서로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꿈을 꾸어본다. 아파트 앞 놀이터 사철나무 울타리가 정겹다. 파란 잔디가 심겨진 놀이터에서 아이들의 함박웃음 소리가 들려온다. 담장이 허물어진 그 세계 속에서 미소 짓는 미래도 보인다. 담장은 안과 밖을 나누는 경계이자 집과 집을 나누는 경계로도 작용한다. 담장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멀어지게 하는 건축물로 세워졌던 것이다. 이러한 담장은 전쟁 등의 위기가 닥칠 때에 방어 기능을 생사하던 성곽처럼 우리의 안위를 지켜주기는 하지만 사람 간의 거리를 멀어지게 하는 것 같다. 이 산문은 수필가의 이러한 담장들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그리고 담장이 사라진 뒤 그 옛날처럼 탱자나무가 심어진 풍경으로 회
바나나가 17세기 처음으로 유럽에 전래되었을 때 사람들은 ‘아담의 무화과(Adam’s fig)’ 라 불렸다. 그리고 하와가 따 먹은 선악과는 무화과가 아니라 바나나며, 아담이 몸을 가린 것도 작은 무화과 잎이 아니라 그보다 큰 바나나 잎이었다는 웃지못할 소문도 성행했다. 모두가 바나나의 달콤함이 빚어낸 애피소드로 밝혀졌지만 오랫동안 유럽인들에게 회자됐었다. 지금도 열대 지방에서는 수많은 바나나 품종이 자라고 있다. 그중 세계 최고의 바나나로 치는 것은 필리핀이 원산인 ‘라카탄’ 바나나다. 향이 매우 달콤하고 단단한 살은 생으로 먹어도, 구워 먹어도 똑같은 맛이다. 완전히 익으면 황금빛 오렌지색으로 변하는게 특징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바나나하면 노란색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그렇지 않다. 빨간 바나나도 있다. 미국인들은 노란 바나나보다 빨간 바나나를 최고로 친다, 가격도 보통 바나나의 두 배다. 하지만 워낙 금방 상하고 다루기도 까다로워서 산지인 카리브해와 동남 아시아 현지에서 주로 소비된다. 이밖에 오렌지색부터 붉은빛을 띤 갈색, 고동색, 심지어 보라색까지 다양하며 어떤 것은 얼룩지거나 줄무늬가 있는 것도 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판매되고 있는 것은…
‘유치원교사는 초·중등 교사에 비해 지나친 행정 업무(학비 지원 정산, 유치원 정보 공시, 인사 채용 계약 및 서류 작성 등)가 많다. 유아들의 교육연구에 시간과 노력을 쏟고 싶은데 이런 식의 현장평가가 진정한 유치원 교육내실화를 방해한다. 유아들에게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경기유아교육을 원하신다면 현장평가를 폐지하고 초등학교처럼 자체평가로 개선해 달라’ 경기도교육청 산하 경기도유아교육진흥원 홈페이지에 쏟아지고 있는 유치원교사들의 항의 글 가운데 하나다. 도교육청이 시행하는 유치원 현장평가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초·중등학교에서는 이미 서면 평가로 대체해 실시하는 학교 평가를 유치원에서만 현장 평가의 형태로 실시하는 것은 형평성의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것이 일선 유치원교사들의 일치된 호소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와 경기도교원단체총연합회(경기교총)도 합세했다. 유치원 평가 중 현장평가는 수업과 생활지도, 행정업무까지 맡은 유치원 교원의 업무를 가중시켜 결국 유아교육의 교육력을 낮추는 부작용만 낳고 있다며 즉각 폐지를 촉구한 것이다(본보 24일자 22면). 대신 부담 경감 차원에서 자체평가서로 대체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평가의 취지는 공감하나 평
경제사정의 악화와 경쟁력의 감소로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일자리 찾기가 어렵다. 미래의 가능성이 보이면서 충분한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안정된 직장을 찾기가 날이 갈수록 찾기 어려운 현실이다. 취업자들은 보수와 사회적 지위가 높은 대기업에 취업하기를 바라고 있다. 우리나라 취업자의 1%정도만이 대기업에 취업할 뿐 나머지는 중소기업에 취직할 뿐이다. 젊은이들의 올바른 직업의식과 부모의 과보호문제도 해결되어야 할 과제이다. 최근 취업자의 분석에 따르면 30대 취업자는 6천명이나 감소하고 있는 반면에 50대는 35만7천명이나 취업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정부나 지자체도 젊은이들의 취업기회 확충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한다. 학부모들도 서구사회처럼 초등학교 때부터 자신의 소질과 취향에 맞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교육시켜가는 일이 중요하다. 이제는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분야에서 성실하게 일할 수 있는 직업교육을 강화시켜가야 할 때다. 남경필 도지사는 지난 선거 때에 70만개 일자리창출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제 취업이 숫자놀이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일자리로 정착되어 가야 한다. 특히 남 지사는 맞춤형 취업 무한지원서비스와 지식산업육성, 빅파이 프로젝트 등 7개 분야
한때는 껌과 초콜릿을 달라며 죽어라 쫓아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자랑스러울 것 없는 과거이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그때 껌과 초콜릿은 구원과 행복의 상징이었다. 누구는 그걸 얻으려 교회에 나가기도 했고, 또 누군가는 몸을 팔기도 했다. 몸을 팔아서라도 껌과 초콜릿이 물처럼 넘쳐나는 나라를 갈 수만 있다면 좋았다. 그래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바다를 건너 떠나기도 했다. 어릴 적 내 고향엔 캠프 페이지라는 미군 부대가 있었다. 당연히 미군을 끼고 생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에게서 나오는 물건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것이어서, 몰래 시장에 흘러나오면 바로 유통이 되곤 했다. 불법이지만 사람들은 거기서 잼과 햄을 사고, 옷과 물품을 샀다. 정식 명칭은 따로 있었지만 그 물건이 나오는 시장을 우리 동네에서는 양키 시장이라고 불렀다. 그나마 내 유년의 1970년대만 하더라도 극빈을 벗어났을 때였다. 그런데도 양키 시장은 우리에겐 선망의 장소였다. 지나서 생각해보니 그 물질적 궁핍 때문에 악착같이 살았다. 궁핍을 벗어나고자 죽기 살기로 공부를 했고, 몸이 부서져라 일을 했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어느덧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리지 않는 삶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평택시 포승읍 원정리 일원에 연료전지발전소가 조성된다. 세계 최대 규모인 360㎿급이다. 이를 위해 지난 22일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공재광 평택시장, 그리고 관련업체 대표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평택 연료전지발전소 건립을 위한 투자협약식도 가졌다. ‘세계 최대’라는 말에 어울리게 사업규모도 엄청나다. 총 투자 규모가 약 2조원이나 된다. 공사는 내년에 착공해 오는 2018년까지 2단계 공사를 진행하게 된다고 한다. 경기도와 평택시는 연료전지발전소 건립에 필요한 부지를 제공하고 공장설립에 필요한 행정절차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300억원 규모의 외자유치와 500명의 신규고용, 3천여명의 간접고용 창출도 기대하고 잇다. 또 다른 기대효과도 있다. 도와 평택시는 이 사업으로 인해 현재 지지부진한 평택호 관광단지 사업정상화와 관련 부품산업 활성화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돼 원하는 효과가 창출되기를 바란다. 연료전지발전은 수소가 산소와 만나 물로 바뀌면서 내놓는 전기를 모으는 친환경 발전 시스템이다. 수소와 산소의 화학 에너지를 전기화학 반응에 의해 직접 전기 에너지로 변환시키는 고효율의 무공해 발전장치다. 연료전지발전이 좋
우리나라 노인 빈곤이 OECD 국가들 중 1위임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에 더해 최근에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의 심각성을 나타낸 보고서가 발표됐다. 바로 지난해 10월 ‘노인의 날’을 맞아 유엔인구기금(UNFPA) 등 유엔 산하단체들과 국제 노인인권단체인 ‘헬프에이지 인터내셔널’(HelpAge International)이 91개국의 노인복지 수준을 수치화해서 작성한 ‘글로벌 에이지워치 지수 2013’(Global AgeWatch Index 2013)이다. 이 자료에 의하면 연금과 노년 빈곤율 등을 반영한 소득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91개국 중 90를 차지했다. 이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개도국들보다도 낮은 충격적인 결과였다. 소득지수가 한국보다 낮은 국가는 아프가니스탄이 유일했다. 우리나라 노인의 자살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이유는 이러한 노년의 빈곤과 무관하지 않다. 정부는 ‘어려운 노후를 보내는 어르신들을 돕기 위하여’ 7월 1일부터 기존의 기초노령연금보다 ‘급여액을 최대 2배로 늘리고, 일하는 어르신들이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초연금제도를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이 말은 세금에도 적용된다. 부부간에 믿고 신뢰하면 재산과 소득을 서로 나눌 수 있고, 세금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부부간의 신뢰를 통해 재산과 소득을 나누었을 때 받을 수 있는 세제상 혜택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현재 증여세법은 배우자간에 6억원까지 증여하더라도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이 제도를 잘 활용하면 합법적으로 세금을 줄일 수 있다. 남편이 오랫동안 보유하던 부동산을 처분하는 경우 과다한 양도소득세가 예상된다면, 부동산 일부 또는 전부를 아내에게 증여 한 후 아내가 증여받은 부동산을 매각 한다면, 양도소득세 계산시 남편이 취득한 시점이 아니라 아내가 증여 받은 시점의 가액으로 취득가액을 계산하기 때문에 양도소득세를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만 증여받은 후 5년 지나서 팔아야 이러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비사업용토지나 다주택자 등 고율 양도소득세 적용 대상이라면 배우자간 증여를 이용하면 큰 혜택을 볼 수 있겠다. 사업소득이나 근로소득이 있는 남편이 임대용 상가를 취득하는 경우 해당 상가를 배우자 또는 공동 명의로 취득하면 소득이 분산되어 소득세를 절감할 수 있다. 배우자가 자금이 없다면 6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