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설 사재기 파문으로 출판계는 위기감에 빠졌다. 만연한 출판계 사재기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그동안 쉬쉬했을 뿐 ‘사재기 베스트셀러’ 꼼수는 출판계에서 공공연한 영업이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온라인서점을 통한 도서기증, 너무나 지나친 할인 판매, 다른 도서를 한 권 더 끼워 팔기, 과도한 경품 증정 등과 아울러 근절되어야 한다. 이제는 ‘출판 윤리’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온라인 서점이나 대형 오프라인 서점에서 구매자 서평, 판매 부수, 베스트셀러 순위 등을 참고하며 책을 사는 문화가 확산되었다. 그중 온라인 서평 이벤트에는 수십 부의 판매량도 책 발간 초기에는 의미가 크다. 인터넷 서점 홈페이지에 작게라도 노출되기 위한 최소의 양이라는 것이다. 서평은 ‘책에 대한 비평’이기에 ‘가치 판단’을 담고 있다. ‘책을 읽고 난 뒤의 감상을 적은 글’인 독후감과는 엄연히 다르다. 독자가 저자에게 빠지면서 읽은 결과물이 독후감이라면, 서평은 독자가 저자에게 따지면서 당당하게 읽는 것이다. 호평으로 가득찬 독후감은 흔한 반면에, 서평에는 호
어제 본보 보도에 따르면 가정폭력 피해자를 위한 임시 피난처가 크게 부족하다고 한다. 도내 임시 피난처는 24곳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나마도 올 들어 정부가 4대악 척결을 강력하게 내세우면서 일선 경찰서가 관내 병원들과 속속 협약을 맺었기 때문에 늘어난 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31개 시군에 24곳이면, 임시 피난처가 없는 시군이 많고, 있더라도 1개 시군에 1~2곳 수준이 고작이라는 얘기다. 이래서야 여성과 아동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이라는 구호가 민망하다. 2차 폭력을 막을 장치가 시급하다. 안전행정부는 지난달 30일 ‘국민안전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가정폭력의 경우 현재 32.2%인 재범률을 매년 4.5%씩 줄여나가겠다는 목표가 설정돼 있다. 가정폭력 재범률 32.3%는 한 번 폭력이 발생한 가정 3곳 가운데 1곳은 또 욕설·구타가 이뤄진다는 의미다. 이처럼 상습적인 가정폭력으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려면, 임시 피난처, 쉼터, 장기 쉼터와 같은 보호시설을 크게 늘리는 일이 시급하다. 특히 피해자가 배우자로부터 폭력을 당해도 갈 곳이 없는 경우가 62%, 친구 또는 친인척 집이 17%라는 통계도 있고 보면, 이러한 사회적 보호시설의 필요
SNS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의 약자로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사람끼리의 교감을 하고 정보를 주고받는 서비스를 말한다. SNS를 통해 사람들은 개인간, 소집단 커뮤니케이션 뿐만 아니라, 공공 커뮤니케이션까지 원활히 할 수 있게 됐다. 가히 인간 커뮤니케이션의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SNS의 위력은 선거 때 유감없이 발휘된다. 뿐만 아니라 최근 국민들의 큰 관심을 끈 한 유업회사와 대리점 간의 갑·을 관계도 SNS를 통해 낱낱이 밝혀졌다. 이로 인해 ‘관행’처럼 여겨왔던 갑·을 관계를 뒤바꾸는 계기가 됐다. 갑의 횡포가 공개되자 이 회사에 대한 불매운동이 시작되고 을이 똘똘 뭉치자 회사는 고개를 숙인 것이다. 이처럼 갑의 횡포를 일순간에 무너뜨린 것이 바로 ‘SNS의 힘’이다. ‘SNS의 힘’을 또 한번 느낄 수 있었던 사건이 바로 ‘윤창중 사건’이다. 주지하다시피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의 첫 해외순방국인 미국에 방미공식수행원으로 함께 했다. 그리고 성추행 사건을 저질러 대통령은 물론 대한민국의 국격을 훼손하는 ‘대형 사고’를 쳤다. 성추행 사실은 SNS를 통해 미국과 한국, 전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의 발표에 따르면 2011년 양곡년도 기준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OECD 국가 평균 83%를 크게 밑도는 22.6%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국내 전체 곡물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쌀의 자급률이 2010년까지만 하더라도 105% 수준이었으나 2011년에는 83%로 떨어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더욱이 2012년에는 두 번의 태풍으로 쌀 생산량이 전년보다 22만t가량 줄어든 407만t으로 집계되면서 식량자급률은 더욱 감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총 곡물 수요량이 연간 1천900만t 정도 되므로 곡물자급률을 5%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100만t의 추가 생산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농경지의 생산기반 유지를 위해 도로나 택지 등 다른 용도로 전용되는 것을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작물별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절실하다. 단기대책으로는 국내에서 생산기반이 가장 잘 조성된 쌀의 자급률 유지가 필요하다. 쌀 자급률을 정부의 목표치인 98% 수준으로 유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약 4% 증가된다. 그렇다면 쌀 자급률이 120% 수준이 된다면? 2012년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69.8㎏으로…
매년 현충일에는 시신을 찾지 못한 전사자 유가족에 대한 채혈(採血)행사가 있다. 발굴될지도 모를 유해의 유전자 감식 등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미리 혈액을 준비해 놓는 것이다. 국방부 통계에 따르면 6·25전쟁으로 국군 13만7천899명이 전사했다. 이중 3만9천여명은 북한에, 1만3천여명은 비무장지대(DMZ)에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비무장지대와 북한에 묻힌 유해는 전혀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곳곳에선 지금도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영웅들의 유해 발굴 작업은 계속 되고 있다. 그 중심에 2007년 창설된 <국방부 유해 발굴 감식단>이 있다. 이 감식단은 미국의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 합동사령부(JPAC)>와 함께 세계에서 단 2개뿐인 유해 발굴 전문부대다. ‘조국은 당신을 잊지 않는다’는 슬로아래 단 1명의 전사자와 실종자라도 끝까지 찾아 귀환시키는 것으로 유명한 미국의 JPAC가 롤 모델이다. 감식단은 지금까지 8천10구의 유해를 발굴했다. 미국의 JPAC는 북한이 빼놓을 수 없는 조사지역이다. 1995년부터 북한에도 들어가 1951년 1·4후퇴 직전 중공군과의 격전지였던 함경남도 개마고원의 장진호 주변에서 발
일명 잣나무로 불리는 백향목(柏香木). 백향목이 가지런한 숲속은 고품격이 흐른다. 그 숲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백향목의 꼿꼿한 자태에서 훼절이나 변절이란 말을 차마 담을 수 없다. 지조의 상징. 나무는 약간씩 굽어가며 크는데, 이 백향목은 올곧다. 지사(志士) 혼을 풍기는 모습에서 탄성이 절로 나온다. 개인의 인격도 이와 같아야 한다. 최근에 잠시나마 국격이 추락된 사건이 있었다. 국가 요직 인사가 개인의 파탄 난 인격을 넘어 국사(國事)를 단숨에 토네이도 급으로 함몰시킨 불행한 사건이었다. 사람 사는 세상이라 별의별 일들이 무수히 벌어지는 것은 다반사지만 이와 유사한 사건들은 반복적으로 발생할 개연성이 많다. 그래서 국격을 바로 세워야할 것이며 그러려면 특히 공무를 수행하는 개개인의 인격체는 마치 백향목처럼 꼿꼿하고 늘 푸르러야 한다. 백향목의 뿌리가 내리는 지하에는 장엄한 협력이 있다. 하늘 아래에서 기품이 있는 자태를 드러내기 위해서 땅 속에서는 서로서로 얼키설키 꼭 부여잡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희생이요 장엄한 협력이다. 이 합력으로 선을 행한다. 이렇게 아끼고 배려하고 뭉치는 이웃의 뿌리들이 있어서 백향목 나무는 꼿꼿한 자태를 잘 유지하고…
국민행복과 창조경제를 화두로 새 정부의 범국민 창조인재시대에 대한 각오가 대단하다. 아이들에게 행복한 교육, 꿈과 끼를 마냥 살려줄 수 있는 창조교육을 하고자 자유학기제를 도입하려는 준비도 본격화 되고 있다. 그래서인가? 행복한 국민 그리고 이를 견인할 창조인재 육성을 위한 우리 교육의 현실이 문득 궁금해진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교육과 학습에 대한 열기가 세계적이라는 사실은 새삼스럽지 않다. 우리 아이들의 학업성취 수준이 세계 최고라는 보도를 자주 접한다. OECD 국가들의 국제학업성취 비교 프로그램인 PISA 등에서 우리 아이들은 세계 최고의 교육선진국가로 인정받고 있는 핀란드와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등 북구 스칸디나비아 국가들과 등위를 다투며 세계적 수준을 인정받고 있다. 가히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적인 똑똑한 나라’인 듯싶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가? 과연 교육 최고 국가라는 사실을 당연시해도 되는 것일까? 과연 우리가 똑똑한 나라의 똑똑한 국민 맞는가? 이런 저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혹여 우리가 진정한 우리 교육의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채, 극도의 ‘낭만적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염려
최근 수원에서는 ‘수원팔경’을 두고 논쟁에 휩싸였다. 한 민속학자가 기존의 ▶화산두견(花山杜鵑, 화산 숲속의 두견새 소리) ▶용지대월(龍池待月, 방화수류정에서 달) ▶화홍관창(華虹觀漲, 화홍문 7간 수문에 쏟아지는 물보라) ▶남제장류(南堤長柳, 수원천 긴 제방에 늘어진 수양버들) ▶북지상련(北池賞蓮, 만석거에 핀 아름다운 연꽃) ▶광교적설(光敎積雪, 광교산에 쌓여있는 흰 눈) ▶서호낙조(西湖落照, 서호와 여기산에 비치는 저녁노을) ▶팔달청람(八達晴嵐, 팔달산 솔숲 사이로 불어오는 맑고 시원한 바람) 등 수원팔경이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에 의해 조작된 일제의 문화 잔재라고 주장했던 것이다. 이에 수원시가 사실관계 확인 작업을 실시하고 지역 학자들 사이에 갑론을박 논쟁이 벌어졌다. 그런데 수원8경에 대한 새로운 입증자료인 이원규라는 사람의 ‘수원팔경가(水原八景歌)’를 발견함으로써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수원시는 1912년 매일신보에 소개된 이원규의 ‘수원팔경가(水原八景歌)’를 최종 수원팔경으로 잠정 선정했다. 매일신보에 게재된 수원팔경가는 1914년에 출간된 사카이 마사노스케(酒井政之助)의 ‘발전하는 수원(發展せる水原)(1914)’에 각각 수록된 후지노 군잔(藤
봄기운이 만연한 날, 정미경 변호사가 여성경찰관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했다. 정미경 변호사는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고시 38회를 수료한 뒤 법조계에 입문했다. 부군 역시도 판사를 거쳐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정 변호사는 문학적인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라 문학을 하고 있는 필자와는 낯설지 않은 관계였다. 남성경찰관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에서도 큰 박수를 받았던 터라 여성경찰관들을 대상으로 한 정훈교육을 얼마 전에 갖게 되었다. 정 변호사의 인생은 한 편의 소설 혹은 영화 같다. 연하의 남편인 이 변호사와 부부 인연을 맺게 된 이야기나 이색적인 삶을 걸어온 인생기는 한 편의 장편소설이기도 했고 영화 같은 이야기였다. 필자가 그에게 인간적인 냄새를 발견한 것은 오래 전 경기도교육정보센터에서 시낭송회를 했을 때였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자신의 삶의 편린이 고스란히 녹아나 깊은 감동을 주었다. 그녀는 어머니를 일찍 여의어 어머니에 대해 모르는 채 살아갔고, 그녀의 아버지는 늘 술과 함께 인생을 탓한 채 살아갔다. 사랑하는 아내를 일찍 잃은 부친의 일화는 슬프면서도 감동의 선율이 되었다. 필자는 그녀가 쓴 한 권의 책을 오래전에 받았다. 그 책의 제목은 ‘여
우리 사회에서 희망을 만들어 가기 위해 사회복지 실천현장의 최일선에서 파수꾼인 사회복지사. 그러나 정작 사회복지사들에게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 현실 속에서 과연 지역주민들에게 양질의 복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최근 우리 정치권의 가장 큰 화두는 ‘복지’이며, 이에 발맞추어 새로운 복지 정책들이 무수히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복지정책들을 수행하는 사회복지사들에 대한 처우와 관련한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정책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사회복지실천 전문가들에 대해 봉사와 무한희생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사회복지실천현장에 종사하고 있는 사회복지사 등에 대한 처우 및 지위에 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최근 금융경제위기 등 사회복지 환경의 변화 속에서 사회복지사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과도한 업무로 인해 건강과 안전에 위협 받고 있는 현실을 비추어 볼 때 더 이상 정치권에서는 실효성 있는 근본적인 대책들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최근 공공영역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의 자살 등으로 근무환경 등 처우개선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