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프로야구의 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겁다.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프로야구에서도 최대 관심사는 만년 꼴찌 ‘넥센 히어로즈’의 선전이다. 구단의 미미한 지원과 무명선수 위주로 구성된 선수단은 ‘버림받은 외인구단’에서 ‘공포의 외인구단’으로 변모했다. 매년 하위권을 맴돌던 팀성적이 8연승을 올리며 팀창단 이후 처음으로 단독 선두로 부상했다. 딱히 변신의 이유도 없다. 오죽하면 김시진 감독조차 호성적을 올리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했을까. 이런 넥센의 성공신화는 성적뿐 아니라 라이벌과의 긴장구도를 통해 구름관중을 동원하는 인기팀으로 변모했다는데 방점이 찍힌다. 넥센은 서울을 연고로 하는 LG트윈스와 ‘엘넥라시코’라는 명승부로 절정의 인기를 구가중이다. 넥센은 지난해 LG와 19번의 맞대결을 펼쳐 연장전을 5번이나 치루는 혈전으로 팬들을 매료시켰다. 19번중 단 1점의 차이로 승부가 갈린 것도 9번에 이르니 팬들이 열광치 않을 수 없다. 그러니 선수들도 팽팽한 라이벌의식 속에 매 경기마다 불꽃 투혼을 발휘하며 최선을 다하고, 이 같은 허슬플레이는 또다시 팬들을 늘리는 선순환이 되고 있다. 사실 ‘엘넥라시코’는 언론과 팬들이 만들어 낸 신조어다. 스페인…
광교산 옹달샘에서 소근 소근 솟아 나온 작은 물방울들이 숨소리를 맞춰 가며 수원시 내 한복판을 유유히 흘러 황교천에 이르니 인간을 포함한 이름도 생소한 많은 생물들이 수원천에서 함께 인연을 지어 살아간다. 밀어, 꾹저구, 버들치 등 13종의 어류와 곤충들이 벌개미취, 황새냉이, 개여뀌 등 95종의 많은 풀들과 함께 생을 이어가며 자연의 하모니를 이루어 간다. 자연환경수인 광교산 물의 흐름에서 상쾌한 소리의 조화와 산소가 주는 신선함은 수원시민들의 정서에 활력소를 주는 친환경적인 자연의 보배이다. 그 중에서 광교저수지부터 화홍문 사이에 자연 하천에 서식하는 이름 모를 많은 풀들과 함께 ‘갈대’가 맑은 물소리의 흐름에 더불어 자연의 향연에 솔리스트가 돼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시사철로 우리를 반긴다. 모진 겨울을 헤치며 솟아오르는 갈대는 시원한 광교산의 바람과 작열하는 태양의 에너지를 흠 뿍 받으며 가을이 되면 하얀 너울이 되어 오가는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여 준다. 마치 사람과도 같이 태아에서 태어나 삶의 여정을 시작하여 청장년을 거쳐 노년에 이른 인간들의 하얀 머리 색깔을 표현하여 주듯이 수원천의 그 갈대는 하얀 깃의 날개의 춤을
참 귀한 책이 나왔다.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펴낸 ‘역사의 흔적- 경기도 산성 여행’은 성곽 전문 연구학자는 물론이고 경기도문화재 관계자, 일반 시민들에게도 필요한 책이다. 이 책은 남한산성의 세계유산 등재에 필요한 비교자료집 확보와 향후 소실 위험이 있는 문화유산에 대한 자료 확보 차원에서 만들어진 성곽 사진자료집이다. 최진연 유적전문 사진기자가 2년 동안 도내 전역에 분포된 옛 산성 211여개소를 직접 답사하여 사진을 찍었다. 도는 항공촬영을 지원했다. 산성사진과 해설이 담긴 국내 유일의 산성 에세이집이라고 한다. 이 책이 소중한 것은 작가가 일일이 가시덤불을 헤치고 길 없는 길을 만들며 산에 올라 사진을 찍고 상황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산성은 말 그대로 산위에 있는 성곽으로 접근이 쉽지 않다. 외침에 대비해 인근 백성들과 군인들이 쌓은 산성은 일단 전쟁이 발발하면 주민들이 모두 성안으로 들어가 농성을 하면서 기습공격을 감행하는 장기전을 펼쳐 적군을 무력하게 만든다. 가파른 산중에 높은 곳에 축성돼 있기 때문에 평지에 아무리 우수한 공성(攻城)장비라도 효력을 발휘할 수없다. 산성은 경기도에 유난히 많다. 이 지역이 삼국 쟁패의 요충지였을 뿐 아니라 중국
요즘 인터넷상에서는 ‘돌직구녀’가 압권이다. 지난 22일 방송된 MBC ‘100분토론’의 ‘통합진보당 어디로Ⅱ’ 편에서 시민논객 홍지영씨가 마이크를 잡고 통합진보당 이상규 당선자에게 거침없는 발언을 날렸다. 홍씨는 이 당선자에게 “북한 인권이나 북핵, 3대 세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했다. 이 당선자는 “종북이라는 말 자체가 유감이다”라며 “여전히 남아있는 사상 검증은 양심의 자유를 옥죄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형태의 질문과 프레임이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에 홍씨가 기다렸다는듯 “말을 돌리시고 계신 것 같으니 질문에 명확한 입장을 밝히시라. 유권자로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하고 전 국민이 궁금한 사안이니 답변을 부탁한다”라며 통렬하게 일침을 가했다. 날카로운 홍씨의 질문을 들은 네티즌들이 그녀에게 ‘돌직구녀’라는 호칭을 붙였고 이상한 논리로 답변을 회피한 이 당선자에게는 뭇매가 가해졌다. 토론회에 참석했던 진보논객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24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시원한 펀치를 날렸다. 진 교수는 이날 오전 “이번 ‘100분토론’은 제가 알기론 당권파측의 요청으로 하게 된 것입니다. 물타기로 국면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얘기죠”라고 첫 운을…
그를 나무 속으로 밀어넣어 버렸다 나무가 둥글게 부풀었다 바람이 부니 느낌표가 되었다가 물음표가 되었다가 흔들렸다 아주 멀리 나도 이제 여행을 간다 쓱 나무 속으로 들어가 아무것도 아닌 표정으로 손바닥 내밀고 아니야 아니야 흔들리는 것이다 나와 갈등을 빚고 있는 대상을 ‘그’라고 하자. ‘그’를 나무 속으로 밀어 넣으면 느낌표나 물음표 같은 기호로 단순화되면서 ‘그’에 대한 온갖 감정이 단순명료하게 정리된다. 마찬가지로 나도 나무 속으로 들어가 “아무것도 아닌 표정”으로 흔들리는 것. 생각해보면 사람살이가 이와 같은 시치미 떼기가 아닐까. 어차피 들여다보면 온갖 잡다한 속내가 진창처럼 펼쳐져 있을 터. 그런데 이런 시치미 떼기도 어려운 일. “드디어”라는 시어를 통해 마음고생이 어떠했을지 짐작할 수 있겠다.
우리 산업현장이 언젠가부터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공장을 가동하기 어려운 현실에 부딪혔다. 외국인력 유입은 비단 제조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서비스업과 건설 현장에까지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80년대 후반 들어 나타난 국내 기업의 빠른 경제성장, 임금 수준의 상승 및 3D(Dirty, Difficult, Dangerous) 업종 작업장의 심각한 노동력 부족 현상으로 전 산업에 걸쳐 외국인 근로자의 유입이 가속화된 결과다. 올 3월 현재, 우리나라 실업자가 95만명에 이르지만 중소기업은 일할 사람이 없어서 발을 구르고, 그 대안으로 고용허가제에 의한 외국인 근로자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이도 여의치 않은 산업체는 불법체류 외국인으로 그 자리를 메우고 있는 현실이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는 지난해 말 기준 60만명에 달하며 이는 국내 경제활동 인구의 약 2.4%를 차지한다. 외국인 근로자의 수가 급증하면서 산업안전보건과 관련한 사회적 문제도 동반 상승추세다. 2005년 화성 소재 전자부품공장에서 노말 헥산에 의한 중독으로 8명의 태국 여성근로자가 다발성 신경장애(일명 앉은뱅이병)에 걸려 충격을 던졌는가 하면, 2006년
한의원을 방문해 탕약을 처방받는 중년의 환자들 중 대부분이 꼭 하는 말이 있다. “살 안 찌게 해주세요.” 이는 예전에 못 먹던 시절 한약을 통해 살을 찌게 했던 경험에서 나오는 말이기도 하지만 살 찌는 것에 대한 이 시대의 두려움을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다. 실제 우리나라 여성의 95%가 의학적 정의와 상관없이 스스로를 비만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40-50대 중년 남성의 절반 가량이 의학적으로 비만에 속한다. 지난 10년간 비만 인구는 150%가 증가했으며 특별한 조치가 없는 한 이 수치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로 미용과 관련된 젊은 사람들의 비만은 논외로 했을 때 중년의 비만은 그것이 건강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보다 큰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복부비만은 고혈압이 될 확률을 10배나 높이고, 간질환은 2.2배, 당뇨병은 1.8배 더 높인다. 또한 심근경색이나 협심증같은 허혈성 심장질환과 뇌경색이나 뇌출혈같은 뇌혈관 장애를 일으킬 확률을 비약적으로 증가시킨다. 각종 관절질환, 암, 여성질환도 비만과 연관되어 있다. 때로 40-50대 비만 환자들 중 자신의 체중 증가가 어쩔 수 없는 나잇살 때문이라고 말하며 애써 무시하는 경우가 있
암(癌)은 아직 정복되지 않은 대표적 불치병이다. 암 치료후 5년간 생존할 확률을 의미하는 ‘암 생존율’은 50%를 넘어 계속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암에 걸렸다”는 통보는 죽음과 가까워졌다는 표현으로 들리는게 사실이다. 따라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소위 ‘암 잘 고치는’ 병원의 등급발표는 파괴력 만큼이나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22일 심평원은 302개 전국 주요 대학병원 및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발생빈도가 높은 위암, 대장암, 간암의 수술사망율을 평가해 발표했다. 이 가운데 3개 암수술 모두에서 1등급을 만족시킨 병원은 51개에 불과했다. 경기도에서는 성빈센트병원, 고려대 안산병원, 아주대병원, 분당차병원, 한양대 구리병원, 한림대 성심병원, 인제대 일산백병원, 국립암센터병원, 분당서울대병원이 이름을 올렸다. 인천에서는 인천성모병원, 길병원, 인하대병원 등 단 3개 병원만이 1등급으로 분류됐다. 특이한 것은 당연히 명단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 우리 주변의 대형 의료기관들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번 발표가 그동안 국민들이 가졌던 병원 등급에 대한 통념을 뒤엎고 있어 충격을 더하고 있다. 국민들은 이번 발표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이다. 나아가 한국
나비와 개구리 주룩주룩 장대비 내리는 날 산길 걷다가 나비를 만나면 슬프다 비 피할 집 없이 어디론가 날아갈 기척도 없이 흠씬 젖어 있는 제비나비를 보면 내 숨겨둔 날개가 젖은 듯 후줄근해진다 주룩주룩 장대비 내리는 날 산길 걷다가 개구리를 만나면 기쁘다 좋아라고 만세 부르듯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무당개구리 번들거리는 초록 피부를 보면 내 살갗도 촉촉이 젖어 생생해진다 -최두석 시집 ‘꽃에게 길을 묻다’ / 문학과 지성사 어디론가 날아가야 할 길은 아직 먼데, 비를 피할 집이 없는 나비를 보는 슬픈 마음과 같은 길 위에서 비를 만나 신이 난 개구리를 보는 기쁜 마음이 대조적이다. 살다보면 나비와 개구리를 보는 일처럼 슬픔과 기쁨이 함께하기 마련이다. 누구에게나 숨겨둔 '내일'이라는 꿈은 있다. 비 개인 날, 눈 부시게 날아갈 나비와 만세 부르듯 더 멀리 도약할 개구리를 눈 앞에 보는 듯 생생한 시처럼. /권오영 시인
파리를 방문했을 때 인상 깊은 것은 복잡한 교통이 서울 못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런데 현지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차량이 막히는 도로가 있으면 차도를 넓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줄이고 인도를 만들어 버린다는 것이었다. 대중교통을 장려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어쩐지 가는 곳마다 대부분 도로는 인도가 차도보다 넓었다. 차도도 도심이라 해도 편도 3차선 정도였다. 그런데 비좁기로 유명한 서울은 편도 4차선 6차선이 기본이다. 그럼에도 차는 막힌다. 우리나라에 등록된 자동차는 2천만 대에 육박한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의 운전 문화다. 우리나라 교통사고는 매년 20여만 건이 발생하고 있고 사망자만도 5천여명이 넘는다. 자동차 1만 대당 사망자 수는 3.1명으로 영국이나 독일,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평균 1.4명에 비해 훨씬 높다. 교통사고 중 경찰관이 가장 가슴 아파하는 사건이 뺑소니다. 사고를 당한 피해자를 조금만 빨리 병원으로 옮겼으면 사망을 막거나 심각한 신체장애를 예방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장시간 길 바닥에 방치함으로써 돌이킬 수 없는 상처와 슬픔을 안긴다. 佛 대중교통 장려위해 인도 넓혀 사고를 내고 도주해 버린 운전자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