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1대당 1천300만원, 알고보니 ‘있으나 마나’라는(본보 1월27일자 8면 보도) 제목으로 범죄예방과 범인을 검거하는데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는 기능을 전혀 못한다는 내용의 보도를 했다. 그날 바로 양주경찰서에서 한 경찰관이 “너무 공감하는 기사를 써 줘서 고맙다”는 한 통의 전화를 받고 만났다. 강력반 팀장으로 CCTV가 제 기능만 한다면 경찰관 100여명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CCTV업체를 찾아 개선책도 알아봤는데 충분히 개선책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A/S를 받으려고 해도 설치했던 업체가 영세업체로 업소가 없어지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며 처음 설치때부터 제도적인 장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건발생시 현장에서 범인검거를 위해 CCTV 녹화 분을 확보해 범인의 몽타주를 작성하거나 차량의 번호판을 식별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실상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양주시가 매년 수십억원의 시민의 혈세를 들여 설치해 놓은 CCTV가 현장에서 뛰는 경찰관조차 제 기능을 못하는 ‘있으나 마나’ 한 애물단지로 치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도 올해 양주시는 14억의 예산을 들여 300대를 설치할 계획이다. 양주시는
지동설(地動說)보다는 천동설(天動說)이 통하던 시절, 달(月)은 선인들에게 커다란 의미였다. 특히 농경사회가 시작되면서 달의 변화는 1년 농사를 짓는 달력이라는 시간표를 만들어 줬고 이는 생존을 좌우했다. 따라서 조상들은 달의 변화에 따른 삶을 영위하면서 달에 대한 경외감 속에 주술적 의미까지 부여했다. 오늘날 전해지는 200가지를 헤아리는 각종 명절 풍습은 거의가 달의 변화에 따라 파생됐다. 정월대보름은 새해 들어 처음으로 만월(滿月)을 이루는 시기로 조상들은 이날을 화합의 축제일이자 새해를 시작하면서 달에서 소원을 비는 때로 삼았다. 전래되는 자료에 따르면 정월대보름의 풍습은 50가지 전후에 이른다고 하나 지금은 즐겨 행해지는 풍습이 10여 가지에 불과할 뿐이다. 그래도 정월대보름 아침 일찍 일어나 더위를 파는 풍습은 재미와 더불어 전래되고 있으며 한 해의 액운을 막기 위한 부럼깨기는 맛있는 견과류를 먹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여기에 다섯 가지 이상의 곡식을 섞어 지은 오곡밥은 요즘에도 건강식으로 환영받고 있으며 널뛰기와 연날리기도 새로운 놀이문화로 맥을 잇고 있다. 또 지신밟기, 사자놀이, 줄다리기, 차전놀이, 놋다리밟기 등이 흥을 돋우고 지방마다 특색있
‘청소년은 멋진 이상과 멋진 일탈을 꿈꾸는 이중적인 존재다’. 경찰 입문 초기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해 오면서 청소년들과 많은 접촉 속에 내린 결론이다. 어린 적 나의 꿈은 큰 배를 운항하는 선장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스코틀랜드의 소설가 제임스 매슈 배리 경(Sir James Matthew Barrie)이 쓴 피터 팬 속에 나오는 후크 선장에게 반해 선장의 꿈을 갖게 됐던 것 같다. 어릴 적 꿈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차 바뀐다고 하는데, 나는 중학교에 입학해도 변하지 않았고 꿈을 빨리 이루고 싶은 마음에 가출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여러 가지 여건상 가출계획은 성사되지 못했지만 지금도 가끔 그때를 생각하면 왜 그리 철없는 생각을 했는 지 미소를 지을 때가 있다. 얼마 전 동창 모임에 나가 오십이 다 돼 가는 친구들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친구들도 모두 한두번 씩 가출을 꿈꿨다는 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삶이 단순하던 35년 전에도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한두 번쯤 가출을 꿈꿨는데 요즘같이 공부, 입시, 취직, 부모의 이혼, 학교폭력 등 많은 것들로부터 혹사를 당하고 있는 청소년들은 오죽할까? 1주일 내내 하루도 쉬지 못하고 새벽에 등
4.11총선이 7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구를 늘리고 줄이는 문제는 아직도 국회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위원장 이경재)는 4.11 총선 선거구 획정안에 잠정 합의했으나 자당의 강세지역만 1곳씩 늘린 ‘제 밥그릇 지키기’라는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경기도내 선거구 분구대상은 용인 수지와 용인 기흥, 파주, 수원 권선구, 여주이천 등이 었지만 파주만 선거구가 늘어나는 것으로 잠정 확정된 상태다. 선거구 분구를 예상했던 해당지역 이해관계자들의 빗발치는 항의가 줄을 잇고 있다. 경기도 수부도시인 수원시 권선구 선거구의 분구가 물건너가자 염태영 시장은 31일 “인구 110만명의 수원시에 국회의원 선거구가 4개에 불과하다”며 “이는 수원시민의 자존심을 훼손하는 처사”라며 선거구 분구 필요성을 강조했다. 수원시 권선구는 선거구 분구 기준인 31만406명을 넘어선 상태로 주변지역의 개발로 인한 인구 증가로 분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곳이다. 국회가 아직 선거구 획정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국회 정개특위가 정당 간 이해득실만 따지며 늑장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가 밀고 당기기를 하다 서로 손해 보지 않는 밀실 담합을 이뤄냈
수원청개구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특정 지명을 갖게 된 경우다. 지난 1980년 일본의 양서류 연구가인 구라모토 박사가 현 농촌진흥청 인근 논둑에서 발견했다. 구라모토 박사의 발표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특정 지명을 갖는 ‘수원청개구리’가 세계 양서류 학계에 신종으로 등록됐다. 그러나 최근 잇따른 개발로 인해 정확한 서식지와 개체수 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4월 6일 수원화성박물관에서는 수원시와 한국양서류보존네트워크, 수원환경운동센터 등이 수원청개구리 보존방안과 관련한 토론회가 열린바 있다. 수원시와 수원환경운동센터, 한국양서류보존네트워크가 개최한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수원청개구리의 보존을 위해 시민홍보와 교육, 모니터링, 수원청개구리의 분포현황, 서식실태조사를 통해 최적의 서식환경 조성 및 보존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다행히 지난 29일 환경부는 수원청개구리와 따오기·금자란 등을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로 새로 지정한다는 내용의 ‘야생 동·식물 보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로 지정되면 불법 포획·채취·훼손 등의 행위가 엄격히 금지된다. 하지만 현재 도시화와 대규모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수원지역의
어두운 골목길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그리 다니지 않는 길은 아니다. 평소에도 왕래가 제법 있었고, 우리 집까지는 직선거리로 불과 100여 미터. 앞에서 뻐끔대는 담뱃불이 조금 찜찜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지름길이다. 조심조심 걸어 검은 그림자를 지나니 뒤통수가 서늘하다. 그때였다. “야. 가진 돈 다 내놔.” 검은 그림자가 불쑥 내 팔을 붙들었다. 무슨 오기였을까. 갑자기 대범해졌다. “뒤져봐. 난 아무 것도 없어.” 피식 웃음소리를 들은 것 같다. 주먹이 날아온 것도 바로 그 순간. 정말 눈앞에 파란 불꽃이 튀었다. “뒤져서 돈이 나오면 한 대씩 맞는다.” 제법 싸늘하다. 겁에 질려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한 놈이 내 주머니를 뒤졌다. 그 손길이 익숙하다. 고등학교 다니는 동네 선배 같다. 까까머리를 한 중학생인 나에게 고등학교 선배는 하늘이었던 옛날이었다. 게다가 상대방은 둘이다. 고스란히 당할 수밖에 없었다. 마침 어른이 옆을 지나 갔다. 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이 자식이. 목소리 안 낮춰?” 이상한 낌새를 채면 그냥 가지 않으리라는 믿음으로 계속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것도 잠깐. 다시 녀석들의 주먹이 날아왔다. 어른은 종종걸음으로 곁
재벌(財閥)은 몇 가지 특징을 보인다. 우선 가족과 혈족 중심의 경영권 형성과 대물림을 통해 ‘한번 부자는 영원한 부자’라는 등식을 입증하려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물의를 아랑곳하지 않으며 정부나 법의 심판마저 왜곡시키려 한다. 또 성장기에 정부의 특혜성 지원, 나아가 국민의 혈세를 이용한 부의 축적을 이루고 이 과정에서 권력과 유착돼 각종 비리를 양산한다. 우리나라 10대 재벌 중 대부분이 과거 권력과 유착해 총수나 그룹대표가 법적 처벌을 받은 것으로 보면 알 수 있다. 기업운영방식은 ‘황제경영’으로 불리며 왕조시대 군주처럼 재벌 총수의 말은 곧 법이고 조직원의 생사가 달려있다. 소위 문어발식 경영도 특징 중의 하나로 돈이 되는 사업이라면 두부, 순대, 빵, 떡볶이 등을 마다하지 않는다. 물론 우리 경제사를 돌아보면 압축성장 과정에서 빠른 결단과 순발력있는 경영으로 재벌이 경제발전에 기여한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수십년간 부를 세속하면서 폐쇄적이고 독단적이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재벌에 대한 국민적 반감과 분노는 늘 상존해 왔다. ‘장군의 아들’로 유명한 김두한 전 국회의원은 지난 1966년 9월, S재벌의 사카린 밀수사건을 따지던 중 분
天知地知子知我知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자네가 알고 내가 안다 중국 후한서에 나오는 말이다. 청렴하고 박학다식해 그 지방의 공자(孔子)라 불리는 양진(楊震)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그가 군수로 임명돼 임지로 가다 어느 곳에서 묵게 됐는데, 그곳의 현령(도지사)인 왕밀(王蜜)이라는 이가 찾아왔다. 왕밀은 양진의 학식을 높이 사 무재(茂才)라는 관리시험에 합격시켜 준 사람이었다. 그런 왕밀을 양진은 매우 반갑고 극진하게 맞이했다. 식사를 마친 뒤 왕밀이 황금 10돈을 소매 속에서 꺼내 양진에게 줬다. 양진이 그에게 베풀어준 정에 대한 보답으로 준비한 것이었다. 양진이 놀라서 점잖게 거절하니 왕밀이 “나는 옛 지인으로서 자네의 학식과 인물됨을 잘 기억하고 있네. 그런데 자네는 나를 잊어버린 것 같네”라고 말했다. 이에 양진은 “아닙니다. 지난날의 은혜에 보답하려는 것 뿐입니다”라고 했다. 왕밀이 “자네가 영진(榮進)하여 나라와 백성을 위해 진력하는 것에 대한 보답이네. 지금은 밤중이고 이 방안에는 군수인 자네와 나 뿐일세”라고 하니, 양진이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당신(자)이 알고 제가 알지 않습니까”라고 답했다. 왕밀은 부끄러움을 안고 자리를 떠났다. 양진은 후
한·미 FTA 발효가 눈앞에 다가왔다. 한·미 양국의 이행 점검 협의도 1월 말이나 늦어도 2월 초면 끝날 것으로 보여 3월 1일쯤 역사적인 한·미 FTA가 발효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돌이켜 보면 한·미 FTA만큼 우리 사회에 큰 파장과 논란을 초래한 FTA도 없었다. 그만큼 미국과의 FTA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이 다양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러나 한·미 FTA를 찬성하건 또는 반대하건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해 선진국으로서 당당히 서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가 같을 것이다. 따라서 발효를 앞둔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미 FTA를 잘 활용하는 길을 찾는 일이다. 우리 기업들은 새롭게 펼쳐질 무역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치열한 전략을 짜고 있을 것이다. 미국 시장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공략해 수출을 늘릴 것인지, 기술력과 서비스로 무장한 미국 기업과 어떻게 경쟁해 우리 시장을 지켜낼 것인지, 미국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세계 시장을 개척하는 길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해법 모색이다. 농축수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저렴한 미국산 수입 농축수산물과 어떻게 차별화해 우리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것인지, 역으로 이 기회에 K-POP으로 대
“정치권이 앞장서서 반값 등록금 운운할 때가 엊그제 인데 고작 이게 뭡니까.” 속내를 드러내는 등록금 인하폭이 국민들의 실소를 자아내게 하고 있다. 대학 등록금 인하폭이 국민의 체감 기대치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올해 등록금을 결정한 109개 대학의 평균 인하폭은 4.8%에 그쳤다. 특히 누적 적립금이 최상위권에 속한 이른바 ‘부자 대학’들이 등록금 인하에 더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적립금 상위 10개 대학 중 등록금을 내린 6곳의 인하율은 평균 3.3%에 그쳤고 고려대와 숙명여대는 2% 인하로 체면치레만 했다. 이러니 당초 대학교육협의회가 약속했던 5% 가이드라인에도 미달하는 ‘생색내기’ 인하로 “있는 대학이 더하다”는 비판을 받는 것이다. 벌써부터 봄철 대학가에서 반값등록금 투쟁이 더 거세질 것이란 우려가 나올 만하다. 등록금을 내리기로 한 대학들의 평균 인하액은 34만원 수준이다. 학기당 겨우 17만원에 불과하다. 반면 고래대 등 주요 사립대의 등록금은 대부분 800만원을 넘고 있고, 일부 사립대의 경우 등록금이 1천만원을 웃도는 학과도 적지 않다. 살인적 등록금 부담으로 정상적인 학업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학생의 비명은 여전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