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IMF금융위기 이후 ‘부자 되세요’라는 말이 가장 큰 덕담으로 자리 잡았다. 모든 가치가 돈으로 환산되는 물화(物化)의 극단적 현상으로 치닫는 것 같아 씁쓸함이 느껴진다. 부자(富者)! 살펴보건대 예부터 사농공상(士農工商)이라 하여 돈 만지는 직업을 가장 천직으로 간주한 시대도 있었다. 요즘 세태로는 말도 안되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기준이지만 그 순서의 기준에는 ‘정직’이 자리잡고 있다. ‘장사꾼이 이문을 안남기고 본전에 판다’, ‘노처녀가 시집을 안간다’는 앙탈이, 그리고 노인들이 ‘빨리 죽어야 하는데...’ 이런 넋두리, 오죽하면 불변의 3대 거짓말이라고 했을까? 이 가운데 장사꾼의 거짓말이 으뜸이니... 부자하면, 최인호 선생이 쓴 상도(商道)의 임상옥과 경주(慶州) 최 부자가 언뜻 떠오른다. 조선 후기 무역상 임상옥은 물론 최 선생의 소설가적 구상으로(반드시 사료에 의한 건 아니지만) 장사의 도(道)가 무엇인지 우리에게 소중한 가르침을 준다. 이 소설에 참 좋은 말들이 많이 나온다. 현자(賢者)는 모든 걸 배우는 사람, 강자(强
제8대 수원시의회의 마지막 행정사무감사가 최근 6일간의 일정을 모두 마쳤다. 시정 난맥을 속 시원히 파헤치는 이른바 ‘한방’이 없었다. 의원들의 전문성은 여전히 한계를 드러냈다. 당초 이번 행감은 제8대 의회의 마지막 행감이라는 점에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모든 의원들이 다 그렇지는 않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가 하면 소관 부서에 대한 업무 파악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타 부서 업무를 질의하는 등 비 전문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특히 동료 의원이 집행부에 대한 질의를 하는 도중 자리를 뜬다든지 행감이 시작됐는데도 수 십여분이 지난 뒤 오는 지각생 의원들도 행감 도중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한마디로 ‘실속’이 없었다. 이유는 있다. 아무래도 내년 지방선거와 단체장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시의원 또 하나의 역할이 예산이 수반된 사업을 지역구에 혜택이 가도록 해야 하는데 단체장 눈밖에 나면 그것 역시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또 내년 선거 출마를 고려한 의원들 역시 지역구 관리에 신경을 쓰다보니 아무래도 행감에 소홀해 지지 않았나 싶다. 이번 행감은 의원들의 열의도 없었지만 집행부의 무
달력에서 ‘빨간날’을 기다리는 것은 어린이, 어른 따질 것이 없다. 모두가 기대에 부풀어 기다리는 날이다. 현충일, 광복절, 개천절 등은 굴러 들어온 떡이다. 이날 하루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지내거나 푹 쉴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국경일이 토·일요일과 겹쳐 날아간다면 그만한 아쉬움도 없다. 2010년 경인년(庚寅年)은 올해처럼 공휴일에 관한한 손해를 본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공휴일에 관한한 ‘우울한 한해’였던 올해보다 내년은 이틀 정도 더 쉴 수 있지만 대부분 공휴일이 토·일요일과 겹쳐 손해(?)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주5일제 근무자를 기준으로 내년에 ‘쉬는 날’은 토·일요일을 포함해 모두 112일이다. 이 가운데 국경일과 법정 공휴일이 토·일요일과 겹치는 경우가 많아 월∼금요일에 쉴 수 있는 ‘빨간 날’은 겨우 8일뿐이다. 올해 설(1월26일)은 월요일이어서 그나마 토요일부터 화요일까지 나흘 연속으로 쉬었지만, 내년 설(2월14일)은 일요일이라 토~월요일 사흘 동안 귀성과 귀경길에 오르는 피곤한 연휴를 보내게 됐다. 그나마 내년 봄에는 3.1절(3월1일)과 석가탄신일(5월21일)이 각각 월요일, 금요일이어서 여유롭고, 어린이날(5월5일)
옛 선조들의 풍속화와 문헌을 보면 그 시대의 모든 생활상과 사회의식이 드러난다. 초가집 아궁이에 불을 때서 밥을 짓고, 물레로 실을 자아 베틀로 옷감을 짜 입었으며, 날이 어두워지면 등잔에 불을 밝혔다. 젊은 여자가 남편과 사별하면 평생을 수절하며 정절을 지키는 것을 미덕으로 알고 나라에서는 열녀문을 세워 칭송하였다. 그 시대의 생활과 사회의식을 알 수 있는 것은 비단 그림, 문헌뿐만이 아니다. 판결과 사건도 그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한다. 1970년대 근대화의 시기에 월급날이면 월급봉투를 노린 절도범들이 판을 쳤으나 모든 월급이 통장으로 자동이체되면서 월급봉투를 노리는 범죄는 사라졌다. 그 대신 최첨단 산업기술을 유출하는 산업스파이 범죄가 등장하고, 최첨단 정보화 사회가 되면서 컴퓨터 이용 범죄에 관한 규정이 형법에 신설되었다. 또 석탄이 주연료이던 시대에는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망한 사글세방 임차인의 유족들이 집주인을 상대로 하는 손해배상 소송이 많았으나 이제는 원자력 방사능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집단소송이 등장하고 있다. 이처럼 그 시대의 소송과 판결을 통하여 사회현실과 사회의식의 변화를 알 수 있다. 헌법재판소가 올해 11월 26일 혼인빙자간음죄에 대한…
택시는 버스와 함께 서민의 발이다. 그리고 그 택시를 모는 기사들 역시 서민들이다. 그래서 택시를 타고 기사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요즘 택시기사들의 아우성이 하늘을 찌를 정도이다. IMF때 보다 손님이 더 없다는 것이다. 그건 그렇다. 최근 역이나 각 백화점 등 택시 정류장을 보면 빈차들이 수십 대씩 꼬리를 물고 서있다. 어떤 택시는 아예 시동을 꺼놓고 있을 정도다. 이는 몇 년째 이어오는 경기불황이 겹친 데다 신종플루까지 가세한 결과다. 여기에 최근 두 달 연속 인상된 LPG 값으로 인해 택시 업계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올해 신종플루가 퍼지면서 시민들이 대중교통 이용을 회피하고 있는데다가 회사의 연말회식도 자제하는 분위기여서 도로가 한산해지고 있다는 것이다.(본보 7일자 6면 보도) 한 법인 택시기사는 회사 사납금을 내고나면 남는 게 고작 1만원 정도이며 사납금마저도 못 채우는 기사들이 많다고 했다. 그의 한 달 실수입은 50만원 정도라니 생활이 안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도시락을 싸갖고 다니는 기사도 있을 정도란다. 두 달 연속 인상된 LPG 값도 치명적이다. 한 개인택시 기사는 오전 6시30분에 나와 밤 1
각종 경제지표가 살아나고 있다는 소식은 다행이지만 곳곳에서 사회를 짓누르는 암울한 소식들이 연말 가계를 힘들게 하고 있다. 고용 여건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내년 초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하기 위해 절취부심하고 있다. 또 경기회복세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고 있는 가계부채가 경제에 무거운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정부와 공공기관, 중소기업 등에서 일하는 청년 인턴 6만여명이 이달 중순까지 계약이 만료돼 ‘실업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학교를 졸업한 경우가 많아 당장 다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할 경우 실업자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정부의 일자리 대책에 따라 청년 인턴으로 고용된 인원 가운데 이달 중에만 3만명 이상이 6개월~1년 간의 계약이 끝나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나서야 하는데 지난달 말까지 계약이 끝난 인원을 합치면 6만여명에 달한다. 이들이 실업자 대열에 합류하게 되면 지난 10월 7.5%에 달했던 청년실업률은 9%대까지 늘어나게 된다. 내년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복병 중 하나는 ‘가계 부실’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올해 2분기와 3분기에 경기가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고는 하나 근로소득은 줄어들고 빚만 늘어나면서 가계부채
최근 경기도교육청은 ‘무상급식 연구 용역 중간보고서’를 도의회에 제출했다. 초등학교 급식비 지원 예산안이 도의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보고서에는 도내 215개교의 학부모 1천756명, 교직원 1천518명, 학생 1천123명 등 모두 4천39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가 포함되어 있다. 예상했던 대로 학교급식에 찬성한다는 학부모와 교직원은 80%대를 웃돌았다. 그러나 무상급식에 찬성한다는 학생들은 64%선에 머물고 있다. 급식비를 직접 부담하고 있는 학부모 입장에서 급식비를 지원해 준다는데 이를 마다할 학부모가 어디에 있겠는가. 인사권을 갖고 있는 교육 수장이 추진하는 사업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반대할 직원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이처럼 결과가 빤히 들여다 보이는 여론조사 결과로 도의회를 압박하는 경기도교육청은 도의회보다 한 수 위의 정치적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도의회 의원들도 주민들의 표를 먹고 사는 여론의 풍향에 힘 없는 존재이고 보면 여론조사 결과를 들이대는 도교육청의 행동은 지극히 정치적인 집단으로 이해된다. 단지 무상급식에 찬성한다는 학생들이 학부모나 교직원의 그것보다 낮다는 조사결과
지난 4일 홍기헌 수원시의회 의장의 자전수상집 ‘나에게 나를 묻다’ 출판기념회가 수원월드컵 컨벤션센터에서 있었다. 정계, 언론계, 학계, 경제계 등 각계 인사와 학교 동창과 동문, 친지 등 1000여 명이 참석해 대성황을 이루었다. 참석자가 많은데는 수원시의회 의장이라는 직함의 사회적 영향 탓도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개인적 사교 탓이 더 커 보였다. 통상의 출판기념회는 시집, 수필집, 소설, 논문집 따위를 펴냈을 때 동료 작가나 선후배, 친지들이 모여 작가의 노고를 위로하고 축하하는 자리이다보니까 먹고 마시며 시끌법적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치인의 출판기념회는 영 딴판이다. 왜 그런가. 선거법 때문이다. 여기서 선거법을 해설할 수는 없고, 매우 간단하게 요약하면 이렇다. “입으로 씹어 먹는 것은 안되고, 마시는 것은 된다”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식탁에는 생수와 쥬스 그리고 종이컵 뿐이다. 손님을 초청한 주최측 입장으로서는 미안하기 그지없었겠지만, 그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이날의 주인공은 7전8기의 70 평생을 회고 하고 나서, “남은 여생을 늙은 젊은이로 살기보다는 젊은 늙은이로 살겠다”며 미래보다는 현실에 충실하겠노라고 했다. 일이 좋아 일을 만들고
2010년도 새해 예산안이 또 다시 법정 처리시한을 넘겼다. 헌법이 정한 예산 처리시한(12월 2일)내에 국회가 예산심사를 착수조차 못한 것은 19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고, 7년 연속 국회가 헌법을 어기는 불명예를 남기게 되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국회의 예산 심사 처리시한 위반이 관행처럼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1989년 이후 20차례 예산 심사에서 시한 내에 처리된 경우는 5차례에 불과하고, 2003년부터는 예산안이 제때 통과된 적이 한 차례도 없다. 예산안 처리시점도 근래에 올수록 늦어지고 있다. 1999년 이전에 예산안이 가장 늦게 처리된 것은 1989년으로 12월 19일이었다. 하지만 2000년 이후에는 12월 27일 이후에 처리된 경우가 7번이나 됐고, 2004년에는 마지막 날인 31일 밤에 처리되기까지 했다. 작년의 경우 전대미문의 국제 금융위기에 따른 국민적 우려가 반영돼 그나마 평년보다 빠른 12월 13일 처리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젠 예산이 법정기일 내에 처리될 것이라고 믿는 국민들이 없을 정도다. 문제는 예산 처리 지연으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지난달 17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예산
홍석화라는 사람이 있다. 서울대 치의예과를 다녔지만 졸업을 못했다. 아니 안했는지 모른다. 대신 그는 한국의 토종을 연구하고 있다. 그래서 홍석화라는 이름 앞엔 ‘토종’이라는 이름이 하나 더 붙는다. 그는 ‘한국의 토종 101가지’라는 동식물도감을 펴냈다. 야생꽃을 공부한 결과물이다. 그는 동식물의 종자문제 심각성을 각성한 영국이 제국시대 식민국가의 ‘토종’을 채취해 미국보다 여전히 종자 분야에서 우위를 확보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래서 이 땅의 토종 먹을거리를 찾아 나섰다. ‘한국의 토종기행’이란 책과 ‘토종문화와 모듬살이’ 책은 한국의 토종에 대한 그의 애정을 보여준다. ‘청산에 살어리랏다’란 소설을 내기도 했다. 토종은 우리 대한민국의 자연과 선조가 물려준 가장 큰 유산 중 하나이다. 토종은 헤아릴 수 없는 무궁한 세월 동안 우리나라의 기후와 환경에 적응하면서 진화되고 퇴화됐다. 자연적, 또는 인위적인 여건에 의해 오늘날까지 우리 땅 우리 기후에 잘 맞는 전통식물로 정착해왔다. 그런데 최근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수천만 년 동안 우리 산야에서 자생하거나 수천 년 동안 농가에서 재배해 온 토종이 사라졌다. 육성품종 또는 외래종의 도입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