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씨남정기(謝氏南征記)’와 ‘구운몽(九雲夢)’은 조선 숙종 때 사람 서포(西浦) 김만중이 지은 국문소설이다. 사씨남정기는 여성의 질투심리와 궁중 비극을 폭로한 최초의 작품으로 중국을 무대로 하였다. 당시 숙종이 장희빈에게 반해서 인현왕후 민씨를 내쫓은 사실을 풍자한 글로 권선징악(勸善懲惡) 사상이 바탕에 깔려 있다. 김만중은 실제로 민씨 축출을 반대하는 일련의 정치활동을 했다. 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고, 남해로 귀향 가서 지은 것이 사씨남정기였다. 훗날 김만중의 종손 김춘택이 한문으로 번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운몽 역시 남해 귀향 때 홀어머니를 위로해 드리기 위해 쓴 국문소설인데 성진(性眞)이란 주인공이 여덟 선녀와 함께 인간으로 환생하여 입신양명하고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다가 깨어나 보니 꿈이었다는 것이 줄거리다. 국문소설이 흔치 않던 시기에 하나는 풍자, 하나는 공상이라는 전혀 격이 다른 소설을 썼으니 이는 문학사적으로 평가할만 한 일이다. 그런데 고전적 소설로 인정받고 있는 두 소설의 창작연대와 적소(謫所·죄인이 유배되어 있는 곳)에 대해 일치된 결론을 못내리고 오늘날까지 입시름을 하고 있어서 학자들의 연구열에 감탄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고금
우물물로 배 채우던 세월은 까마득한 옛날이다. 도시락을 못 싸오는 학생들의 얘기를 다른 세상 얘기로 들어온 사람들도 있다. 국민 소득 몇 만 불 시대에 웬 밥 굶는 얘기냐고 할지 몰라도 눈물 젖은 점심조차 먹지 못하는 학생들이 곳곳에 방치돼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경기불황에 따른 생활고가 원인이다. 점심시간이 되면 학교 분위기는 어두워지고 월정급식비 4~5만원을 못내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급식비를 못 내니까 학생들 스스로 눈치를 보게 되고 아예 점심시간이면 운동장 후미진 곳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다. 하지만 중앙 정부의 의지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예산을 핑계로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래서 학교 급식을 무료로 하겠다는 지자체가 먼저 발 벗고 나섰다. 교육청에만 학교급식 문제를 맡길 수 없다면서 지자체 예산을 교육청에 지원하고 나선 것이다. 무료급식 문제는 교육예산과는 별개로 지자체에서 스스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지엽적으로 해결될 사안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중앙정부의 결단을 촉구하는 조치로도 보이지만 일선 교육청이나 지자체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왜 중앙정부에서는 뒷짐을 지고 있는지 그 속
도청 소재지인 수원시에서 차를 타고 1시간 남짓 거리에 바다가 있다. 바다에 인접한 안산시와 화성시에는 해안선이 잘 발달되어 있다. 어업에 종사하는 인구도 적은 편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바다는 고기를 잡고 기르는 1차산업의 자원으로만 머물러 왔다. 그래서 경기도는 이 천혜의 자연조건을 성장동력으로 일으켜보면 어떨까 해서 생각해 낸 것이 해양레저산업의 육성이다. 오는 7일까지 화성시 전곡항과 안산시 탄도항에 가면 새로운 볼거리를 만날 수 있다. 올해로 두번째를 맞는 ‘2009 경기국제보트쇼 및 코리아매치컵 세계요트대회’가 3일 화성시 전곡항과 안산시 탄도항 일대에서 개막됐다. 해양레저의 모든 것을 보고 즐길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개막식 축하 영상메시지를 통해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여서 해양 강국의 조건을 갖추고 있으나 지금까지 이를 적극 활용하지 못했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우리나라 조선기술을 해양레저산업에 접목시키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트쇼 조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문수 경기지사도 개막사에서 “해양레저산업은 부가가치와 고용창출 효과가 높은 산업”이라며 “도가 항공레저산업과 함께 해양레저산업을 앞장서 발전시켜 나갈…
다사다난했던 5월이 지나갔다. 5월은 어린이 주간과 청소년 주간이 함께 있는 달이다. 때문에 많은 관련 행사들이 있었고, 또 일부 행사는 국민장 기간에 예정되어 있었기에 취소되거나 연기되었다. 어렵사리 지나간 5월을 되돌아보며, 그 5월에 반짝 주인공이었던 청소년의 의미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지금 우리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인간발달의 단계를 얘기하고, 또 그 ‘결정적인 시기’로서 청소년(靑少年)의 존재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청소년은 지극히 근대적인 존재이며, 근대적 사회에서 설정된 ‘새로운’ 인간발달 단계의 하나이다. 여기서 근대적이라고 한 것은 서구 자본주의 사회의 성립, 그리고 그에 따라 진행된 새로운 질서 형성을 위한 사회변화의 논리가 전 세계적으로 관철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그리고 청소년이라는 새로운 존재 개념과 관련해서 볼 때 근대적이라는 말은 특히 공교육이 국가의 주요 정책영역이 되고, 이에 따라 학교교육이 중요한 사회기관으로서 제도화된 것과 관련이 있다. 근대적 사회의 형성은 공교육으로서의 학교교육이 연장되는 과정, 특히 중등교육의 보편화와 관련하여 어린 아이(幼)와 어른(長)으로만 구분되던 인생 주기에…
얼마전 ‘청담동 클럽 사진’이라는 검색어가 포털사이트에서 1위에 오르는 등 누리꾼들에 관심을 받았다. 약 140여장이 사진이 인터넷을 나돌고 있는 가운데 이 사진들에는 동성의 키스 사진과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사진, 가슴에 술병을 넣고 있는 장면 등이 담겨 있어 충격을 줬다. 더구나 이 사진들 속에는 일부 유명 연예인들도 포함돼 있어 공인으로써의 자세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누리꾼들도 비난이 높다. ‘정신이 나갔다’, ‘나라가 어려운데 저러고 놀 수 있냐’는 등의 비난이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가득했다. 유출된 사진에 나오는 사람들은 20대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인다. 미래의 주역이라 불리는 20대들이 이러한 모습을 보이면 현재 교복을 입고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할까? 정말 한심하다 앞으로 나라의 미래가 걱정될 뿐이다. 한 누리꾼은 이런 말을 했다. “‘한심한 세대’, ‘썩어버린 세대’, ‘잃어버린 세대’, ‘희망이 없는 세대’”라며 “너무 한심하다”고…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의 국민장이 끝나기 무섭게 이명박 대통령의 사죄, MB악법 철회와 대북 강경정책 폐기 등을 촉구했다. 노 전 대통령 장례기간 동안 ‘상주’를 자임한 것은 정 대표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 시절 노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했던 것은 민주당이다. 노 전 대통령의 검찰 수사가 한창 진행되던 두달 전쯤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공식회의에서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이 받은 돈이 채권·채무 관계인지 객관적으로 밝혀져야 한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기 전까지는 노 전 대통령과의 선긋기에 혈안이 되었던 민주당이 돌연 ‘노무현 정신의 계승자’ 임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돼 금품을 수수했다고 알려지면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철저한 수사촉구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의 표현은 여·야나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았다. 민주노동당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는 불가피해졌다”고 했다. 민주노총은 “노 전 대통령의 수뢰 사실은 참으로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개탄했다.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고 국민적 애도기간을 거친 지금 이들은 종전의 입장을 180도 바꿔 한결같이 ‘정치적 타살’을 운운하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2014인천아시아경기대회는 세계와 아시아인이 동참하는 지구촌 스포츠축제이기도 하지만, 대한민국의 브랜드를 드높이는 신성장 동력의 모티브가 될 것이기에 기대가 크다. 특히 개항을 통해 이 나라 근대화의 물꼬를 텄던 인천에서 펼쳐질 인천AG는 전근대 조선을 근대 한국으로 바꾼 1세기의 변화를 조감한다는 관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정부는 물론 인접 도시인 경기도로서도 관심과 함께 가능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사안이다. 그런데 인천시가 인접시 경기장 신설 예산을 삭감하는 내용의 도마뱀 꼬리 자르기식의 예산안을 정부에 제출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고조되던 공동협력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되고 말았다. 인천시는 AG 유치에 성공하고 나서 인접 도시 경기장 15개소를 이용하되, 개·보수가 가능한 11개소를 제외한 4개 경기장은 국고보조와 자체 예산으로 새로 짓기로 하고, 3650억원의 국고 보조를 요청했었다. 신설계획에 든 4개 경기장은 시흥시 종합운동장과 실내체육관, 김포실내체육관, 고양실내체육관 등으로 모두 인천 가까이 있는 경기도 관할구역이다. 3개 시는 인천AG 사업계획에 동의하고 이미 자체 계획을 수립, 정부에 연차적 국
과연 자전거는 한국 녹색성장의 희망인가.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자전거 타기가 좋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는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으로는 자전거 타기를 시원하게 권할 수가 없다.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최소한의 사회적 구조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원시 내 어느 고등학교에서는 자전거 등교를 막고 있다고 한다. 위험천만한 도로상황 때문이다. 또 자전거를 보관할 수 있는 준비도 전혀 안 된 상태에서 녹색성장을 내세우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엊그제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자전거타기에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서울, 평택을 잇는 자전거도로를 개설한다고 해서 자전거 타기를 생활화할 수 있다는 제안도 참으로 허황된 정책으로 보인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자전거 타기는 레저나 스포츠용의 자전거 타기가 아닐 것이다. 1시간이내의 거리를 달릴 수 있는 출퇴근용이나 통학용 또는 주부들이 수시로 이용할 수 있는 생활 속의 자전거 타기였을 것이다. 4대 강 유역에 자전거 도로를 개설해서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하다. 아무런 사전준비 없이 그저 막연하게 자전거의 좋은 점만 택해서 온 국민의 자전거 타기를 권하고 있다면 그야말로 탁상행
환경부가 ‘야생 동·식물 보호법 시행규칙’을 개정하면서 집비둘기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했다. 까닭은 산성이 강한 집비둘기 배설물이 문화재와 건축물을 부식시키고 흩날리는 깃털은 주민 생활과 건강에 해롭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으면 포획할 수 있게 됐다. 은근히 속상해하던 주민들로서는 잘되었다 싶을지 모르지만 집비둘기 처지로 보면 맑은 하늘의 벼락과 다를 것 없는 흉보라 할 것이다. 집비둘기는 귀서본능이 강해 전서구(傳書鳩)로 쓰인 때가 있었다. 신화에서 비둘기는 곡모신(穀母神)의 사자로 인식된다. 고구려 주몽이 동부여 왕자들의 박해를 피해 남하했을 때 그의 어머니 유화는 비둘기로 하여금 그 목에 보리 씨앗을 간직하게 하여 아들을 뒤따르게 한다. 주몽은 자기를 쫓아 날아오는 비둘기를 활로 쏘아 잡는다. 주몽은 비둘기 목을 따서 보리 씨앗을 꺼낸 다음, 물을 뿜어 되살아나게 해서는 어머니에게로 되돌아가게 하였다. 즉 비둘기는 신모사(神母使)이면서 곡모신의 사자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비둘기는 부부 금실이 좋다. 알을 낳으면 암수가 번갈아 품고, 비가 오면 수컷이 암컷을 멀리 보내 비를 피하게 하고, 개면 동지로 돌아오도록 한
역사는 반복되는 것이지만 역사는 언제나 경건하고 장엄하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추모 열기는 그 역사를 다시 써야할 만큼 뜨거웠다. 역시 대한민국의 6월은 뜨겁다. 우리의 현대사에 비춰진 6월의 역사는 언제나 변혁의 역사였다. 6·10만세운동에서부터 6월 항쟁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민주주의 꽃의 만개시기였던 것이다. 이제 우리는 2009년 6월의 역사를 새롭게 써야 할 때를 맞고 있다. 6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원내대표와 함께 새로운 집행부가 구성된다. 더 이상 국회가 야합과 독선으로 얼룩진 난장판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새삼스럽지만 국회의원으로서의 국가적 소명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은 정당의 당원이다. 그러나 당원이기 이전에 국민의 대표자이다. 지역에 상관없이 국가장래를 위한 신념과 정책으로 무장해야 한다. 정당의 거수기로 전락해가는 지금까지의 무능력, 무 소신으로는 새로운 정책을 수행할 수가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인 운명 이후 그의 유훈을 살려야 한다. 여·야에 상관없이 화합과 통합이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하나가 되는 통합의 정치 마련을 위한 시금석이 필요한 것이다. 집권여당의 지지율이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