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은 세계문화유산이다. 그 화성에 한옥마을 조성이 결정됐다. 오랜 시간 결정을 못 내리고 있던 수원시가 최종결론을 내린 것이다. 국내에는 현재 8개의 세계문화유산이 있다. 순수한 숫자 통계로만 보면 세계 상위권에 속할 만큼 우리의 문화유산은 그 문화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 국토의 수십 배, 인구 역시 20배에 가까운 중국에서조차 우리보다 적은 세계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이번에 결정된 조선왕릉 40기가 유네스코에 등재되면 우리는 총 9개의 세계문화유산 보유국이 된다. 그러나 세계문화유산 지정 이후 유적에 대한 사후관리는 그렇게 흡족한 상태가 아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이러한 주위 상황변화와 함께 이번 수원시의 결정은 크게 환영받을 만한 결정으로 받아들여진다.서울북촌의 한옥마을이나 전주 한옥마을 등 지자체 고유의 전통문화 계승발전을 위한 노력들이 성공적으로 평가받고 있어 수원 한옥마을에 대한 기대를 더 갖게 하는 것이다. 수원시는 공사비용 50% 범위 내에서 한옥신축보조금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을 지원받으려면 시에 등록을 한 후 전문가들로 구성된 한옥심의위원회 심의절차를 거쳐야 한다. 현재 추진 중인 성곽주변 노후주
80년대 우리산업 노동력의 주력부대는 20, 30대였다. 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생산노동인구는 30, 40대로 바뀌었다. 불과 20년 만에 취업자 비중에서조차 큰 변화를 보인 것이다. 이러한 변화와 함께 우리의 출산율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60년대 산아제한 구호는 ‘아들 딸 구별 말고 하나 낳아 잘 기르자’, 또는 ‘잘 자란 딸 하나 열 아들 부럽지 않다’는 우스갯소리까지로 진화하기도 했다. 당시 산아제한은 일종의 사회운동으로까지 발전했었다. 예비군 훈련장에서도 누구나 한 번쯤 겪었던 웃지못할 일들이 수두룩했다. 길거리에서 아주머니들이 길가는 청년들을 불러 세웠다. 정관수술을 받은 사람에게는 카스테라 한 개와 우유 한 병을 주었다. 내달 예비군 훈련도 면제됐고 국가정책에 이바지했다는 뿌듯함도 있었다. 그 후 30년 뒤 오늘처럼 세계 최고의 저출산국이 되었다. 그때 수술받은 현재의 50, 60대 장년층들의 하나 밖에 없는 아들들이 출산세대가 되었다. 자연스럽게 노년인구는 늘어나고 신생아들의 출산율은 계속 하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알게 모르게 우리의 노동력은 점점 늙어가고 있었고 이제는 숫제 40, 50대가 생산주력인구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온 국민이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 행정부, 정치권, 경제계, 문화계, 학계, 시민단체, 네티즌 등 각계각층은 갑작스런 서거 소식을 믿을 수 없다는 반응과 함께 비통한 심정을 드러내면서 애도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각 정당과 경제단체, 종교계 등은 공식 논평을 잇따라 발표해 애도의 뜻을 표했으며, 네티즌과 시민들 그리고 고향인 김해 봉화마을 사람들도 절절한 추모의 정을 드러냈다. 평소 이념 갈등이 있었던 시민단체나 학계도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한 마음으로 애도의 뜻을 전했다. 노 전 대통령 자신은 “농촌으로 돌아가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삶을 살겠다”며 퇴임 직후 고향인 봉화마을로 낙향했지만 그 역시 전직 대통령들의 불행한 전철을 밟게 됐다. 노 전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한 이후 최고의 권좌에 오르기까지 도덕성을 최대의 덕목으로 삼아왔다는 점이 오히려 ‘결백’의 표시로 자살을 선택한 배경으로 작용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없지 않다. ‘박연차 게이트’ 수사와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았지만 투신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파란만장했던 영욕의 삶을 마감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강도는 더 할 수밖
4선인 과천·의왕출신 안상수 의원이 한나라당 원내대표로 선출된 것은 친이(이명박 대통령)계의 주도권이 당분간 계속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군다나 후임 사무총장에 직전 정책위의장을 지낸 임태희 의원(성남 분당을)이 유력시 되고 있는 것은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친이계가 공천권을 거머쥐고 행사하겠다는 것을 뜻한다. 당 사무총장 자리는 당장 다가올 10월 재보선과 내년 6월 지방선거 공천의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아무리 친이, 친박간 사정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해도 친이계가 사무총장 자리를 친박에게 양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청와대 한 참모도 “원내부대표단 인선에서 친박 의원들을 상당수 기용할 수는 있어도 당 사무총장은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견해가 우세하다”고 말했다. 안상수 의원의 원내대표 선출은 당내 경기권 권력지도의 재편을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당내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는 직전 정책위의장을 지낸 임태희 의원의 거취도 이와 맞물려 관심의 촛점이 되고 있다. 우선 안 원내대표는 청와대와 맞닿아 있다. 청와대 한 핵심 참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쟁점법안 처리 등 현안을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의 국
‘불의 모험(The Adventures of the Fire)’을 주제로 경기도 이천, 광주, 여주에서 열린 제5회 경기도 세계도자비엔날레가 30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24일 막을 내렸다. 경기도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축제라 많은 볼거리를 기대하며 지난 23일 이천축제에 참석했다. 그러나 이천터미널에 내려 주위를 둘러본 뒤 열악한 인프라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주변 식당이나 숙박시설은 낙후됐으며 주차장도 좁아 행사장을 찾는 차량들이 난립해 있었기 때문이다. 행사장 입구에서는 외국인이 있어 통역을 부탁한다는 요청이 있었다. 그러나 담당자는 10명 이상의 단체관람객에 한해서, 그것도 며칠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며 불가하다는 답변했다. 더구나 통역관 배치 현황은 영어 통역관 3명, 일본어 통역관 1명에 불과했다. 사전에 도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지원의 일환으로 통역관을 충분히 배치하겠다고 했었지만 현장의 사정은 달랐다. 또한 행사장에는 초등학생이 유난히 많은 것이 특징이었다. 통솔자는 초등학생의 교육을 위해 지자체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자체별 할당에 따라 가장 ‘만만한’ 초등학생들이 동
노무현 전 대통령이 급서했다. 뜻밖의 비보에 모두가 놀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저를 나와 봉화산에 올라 부엉이 바위 아래로 뛰어내려 자살하기까지는 채 1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동행했던 경호원이 인근 병원으로 옮겼다가 양산 부산대병원으로 이송해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9시 30분 숨을 거뒀다. 향년 63세를 일기로 한 파란만장한 생애는 그렇게 끝났다. 그는 남다른 인생을 살았다.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독학으로 사법고시에 합격해 판사가 되었지만 7개월 만에 법복을 벗고 인권변호사로 변신했다. 이 때가 인간 노무현의 후기 인생의 항로를 바꾸는 전환점이었다. 1988년 제13대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정계에 입문했으나 그를 정치 스타로 급부상시킨 것은 5공청문회였다. 반골로 일관한 그는 2002년 12월 19일 1201만 4227표(유효투표 48.9%)를 얻어 제16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대권의 꿈까지 이뤄냈다. 그러나 그는 2003년 10월 10일 재신임 국민투표 제안, 2004년 3월 12일 국회 탄핵소추 의결로 헌정사상 최초의 ‘권한 정지’ 대통령이 된 데 이어 같은해 10월 12일 수도이전법 ‘위헌결정’까지 받으면서 임기 동안 바람 잘날이 없었다. 그는
살짝 비튼 ‘일상 오브제’의 재발견 조각가를 만나러 가는 길이 행복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대부분의 작업실이 도시에서 많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시골길을 한가롭게 달리다보면 자연의 움직임과 변화하는 모습을 가깝게 느낄 수 있어서다. 무엇보다 맑은 공기가 반겨주니 몸과 마음이 싱그러워진다. 강인구 조각가의 작업실도 자연의 향기가 물씬 감도는 경기도 광탄면 기산리의 한적한 시골에 위치해 있다. 작업실 입구에서 강아지 한 마리가 낯선 이를 경계하며 맞는다. 60여 평의 작업실에서는 곳곳에 한창 진행 중인 작업들로 젊은 작가의 활기찬 기운이 느껴진다. 또한 그동안 도록을 통해서만 봤던 작품들이 제각기 한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강인구 작가의 작품세계 속으로 들어가 보기로 하자. 강 작가의 특징은 사회 속에서 이루어지는 큰 이슈보다는 재료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다. 즉 재료나 objet(오브제-기성품) 자체가 지니는 물성이나 형태 혹은 사연 등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2002년경부터 시작된 이쑤시개를 이용한 작업은, 어느 날 국밥집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서 평상시와는 달리 주의 깊게 관찰하게 된 이쑤시개가 새로운 발견이 되어 강 작가의 또 다른 작업의…
학교체육이 달리지고 있다. 그동안 공부보다는 운동을 우선시하고 성적을 위해서라면 어린 학생들의 합숙과 얼차려도 마다하지 않던 학교 운동부가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각종 폐해와 문제점들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 지 고민하던 체육인들의 고민이 하나둘씩 풀려가고 있다. 지난 2003년 4월 초등학교 축구부 합숙소 화재 참사 등 특정사안이 발생했을 때만 반짝하던 정책들도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사라졌고 이제는 근본적인 대안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학교체육을 ‘공부하는 엘리트 선수’육성이라는 큰 목표 아래 새로운 정책이 큰 발걸음을 시작했다. 교육과학기술부,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축구협회가 손을 잡고 시작한 축구의 ‘초·중·고 리그제’가 첫 시도다. 리그제 도입 초기 일부 학부모들과 코치들의 거센 반대가 있었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와 축구협회의 강한 추진력으로 올해부터 학원축구는 학기 중 전국대회 개최가 완전히 폐지됐고, 지역리그제와 연말 왕중왕전으로 전환하는 ‘초·중·고 리그제’가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교육부, 문체부, 축구협회가 지난해 7개월여 머
한국인 특유의 유전자 중 하나가 바로 연고주의, 학연주의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지금까지 학연과 지연을 빼놓고는 정치권이나 공직사회를 구성하기 어려울 정도로 극성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연고주의에 대한 세상의 인식은 부정적인 것 같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 대열에 끼어들지 못해 안달을 하고 있다. 누구나 공적인 자리에서는 연고주의를 비판하지만 사적인 자리에서는 학연이나 지연을 통해 정을 느끼고 그들만의 자리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밀고 당기며 끌어주고 키워주는 선후배간의 자리는 여타의 경쟁대상자들이 끼어들 틈을 주지 않는다. 어려울 때 제일 먼저 도와주는 것이 바로 동문·동향인들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특유의 연고주의를 일방적으로 비판할 수만은 없는 사유가 된다. 경기도내 시·군 4급 이상 공무원 281명 가운데 절반 수준이 동향이요, 지역 고등학교 졸업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원시의 경우 시장을 비롯한 간부공무원들이 대부분 특정 고등학교 출신으로 구성돼 있다는 것은 온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심지어 공직으로 출세하려면 이 특정 고등학교를 나와야만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 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새삼스런 얘기가 되겠지만…
‘의식도 없는 상태에서 기약도 없는 생명을 연장해야 하는가’라는 오랜 논의가 종지부를 찍게 됐다. 식물인간 상태인 환자의 연명 치료를 중단하고 호흡기를 제거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처음 나와 ‘존엄사’가 합법화될 길이 열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인공호흡기를 제거해달라며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김모(77·여)씨 가족이 세브란스 병원 운영자인 연세대학교를 상대로 낸 ‘무의미한 연명치료 장치 제거 등 청구소송’에서 인공호흡기 제거를 명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최근 서울대병원이 말기 암환자가 연명치료의 중단을 원할 경우 법적 절차를 거쳐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나온 판결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병원의 의료윤리위원회는 ‘말기 암환자의 심폐 소생술 및 연명 치료 여부에 대한 사전의료지시서’를 얼마전 공식 통과시켜 존엄사의 길을 텄다. 연명치료로써 심폐소생술이나 인공호흡기, 또는 혈액투석 치료를 받을지 여부를 본인이 직접 결정하거나 대리인을 통해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존엄사 논란이 수면 위에 떠오른 건 극히 최근이다. “환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함을 유지하면서 죽음을 맞이할 권리가 있다”고 천명한 이른바 ‘리스본 선언’이 1981년 당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