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전 총리의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그 여파가 상당한 파장을 낳고 있다.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고 전 총리를 믿고 의지했던 국민들의 실망감이다. 어떻게든 잘 살아보고 싶은 마음에 능력있는 지도자를 요구했던 우리는 또 한사람의 지도자가 출마를 포기함으로써 그만큼 선택의 폭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들의 이러한 실망감에는 한가지 잘못된 인식이 포함돼 있다. 그것은 우리의 정치가 정책보다는 인물 우선인, 그래서 인물이 정치를 좌지우지 하는 정당구조를 지녔다는 점이다. 정치학자들에 따르면 인물 위주의 정치는 합리적인 정책의 부재나 결손이 발생할 때 이를 위장하기 위해 정치적 상징으로서의 인물이 과도하게 부각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한다. 정치인의 좋은 이미지가 마치 좋은 정치를 실현할 것 같은 이미지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역시 이러한 한계를 넘지 못하고 있다. 각종 언론은 정치적 상징으로 대표되는 대선주자들의 개인적 이미지를 보여주는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고, 우리는 그 이미지를 전제로 선택을 하게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고 전 총리의 대선 불출마가 안겨준 실망감은 그가 제시안 정책보다는 희망과 기대의 상징이었던 한 인물의 부재가 주는 실망감이라
성신사는 말 그대로 성을 지키는 신을 모신 사당이다. 세계문화유산인 화성에 성신사가 있었다. 성신사는 1796년 화성 완공을 앞두고 성을 지키는 성신의 사당을 먼저 지으라는 정조대왕의 명에 따라 그해 9월1일 완공됐다. “첫째의 할 일은 좋은 날을 점쳐서 먼저 성신묘(城神廟)를 세우는 것이다. 그런 후 때에 맞추어 향을 내리고 제사를 지냄으로써 만세에 흔들리지 않는 터로 정하면 신이나 사람이 함께 화락하고, 나에게 수(壽)를 주며, 나에게 복(福)을 주어, 화성이 명실상부할 것이다.” 이것이 정조대왕께서 성신사 건립을 지시한 이유다. 정조대왕은 성신사 완공 후 성신(城神)에 대한 고유문(告由文)을 직접 작성하기까지 하였다. 성신사는 화성에서 화성행궁과 더불어 가장 중요하고 신성한 공간이었던 것이다. 성신사는 팔달산 회주 도로 중간에 있는 강감찬 장군 동상 자리에 있었다. 이곳이 화성 성내에서 가장 좋은 명당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 일제는 건물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화성행궁과 함께 파괴하였다. 수원시 학예연구사 김준혁 씨는 “민족정신이 깃들어 있는 곳을 일차적으로 파괴한 일본인들의 눈에 성신사는 파괴 대상 1호였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이 이곳을 파
기획예산처가 22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공개한 공공기관들의 이사록은 방만한 경영과 국민의 혈세 낭비 등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그 사례를 보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직원이 자녀를 입양하면 7일, 성희롱을 당하면 5일의 휴가를 주고, 공무원연금공단은 지난해 공무원 본인과 자녀의 국내ㆍ외 대학 등록금을 무이자로 대부해주는 대여장학금 관련 액수를 138억8천500만원이나 추가하는 추가경정예산안을 이사회에 안건으로 올렸다. 또 철도공사 이사회는 본인은 물론 배우자의 조부모 사망 시에도 기본급의 100%에 이르는 금액을 사망 위로금으로 지급하며,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성과등급이 최하위인 11등급 직원에게도 기본급의 330%를 상여금으로 주고, 배우자가 유학을 가도 최대 4년까지 휴직을 허용토록 추진하는 등 갖가지 특혜를 누리고 있다. 공공기관의 사외이사들은 이사회에서 공공기관들의 도덕적 해이를 비판하고 정도가 심한 사항은 시정하는 효과를 올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외이사들은 정확하고 충분한 경영정보를 제공받지 못해 국민의 혈세낭비를 미리 막는 임무를 충분히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의 한 사외이사가 “국민의 세금으로 보수를 받고 있지만…
가정을 가진 사람들은 가족 구성원 개개인에게 들어가는 돈을 합산하고 삶의 보람이 주는 활기를 생산 항목으로 올려 이 둘을 교량(較量)하여 행복지수를 펼친다. 만일 어떤 가정의 구성원들이 경제적 부담은 커지는데, 사회복지의 혜택은 줄거나 그저 그렇고, 정치·사회적 상황이 어둡거나 혼란스러워 미래의 꿈을 펼치기 어렵다고 느끼면 행복하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와 반대의 상황이 오면 가족 구성원들은 행복할 것이다. 경기도가 도내 1만6천741 표본가구원 만 15세 이상 3만9천189명을 대상으로 가계·거주·교육·의료·교통·문화 등 여러 분야에 걸친 28개 항목에 대해 실시하여 22일 발표한 주거지 중심의 생활만족도 조사결과는 도민의 어두운 가계 형편을 일목요연하게 드러내고 있다. 도민들은 농가를 제외한 월 평균 소득이 지난해 266만7천 원보다 9.5% 높아진 292만 원인데도 가계 생활형편을 묻는 질문에 변화가 없다는 의견이 지난해의 53.6%보다 6.4%나 높아진 60%였으며, 오히려 나빠졌다는 의견은 32.8%나 된다. 이와 같은 인식은 지난해 말 물가 상승률이 2.2%로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과 전월세값
각 연구기관들의 올해 경제 전망은 대체로 비관적이다. 우선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책연구소는 올해 경제성장율을 4.4%로 보고 있으며, 일부 민간 연구기관은 4%도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경제 전망이 밝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경제에 대한 희망을 접을 수는 없다. 특히 기업들, 그중에서도 중소기업은 여러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야만 한다. 창조적 기업, 혁신기업에는 ‘파괴’의 DNA가 있다. 이 DNA를 가진 업체는 외산업체가 이미 점령해버린 시장에서 틈새를 만들고 대기업이 빼곡히 들어찬 시장에서 고정관념을 깬 상품으로 승전고를 울린다. 기업의 창조적 파괴대상에는 제한이 없다. 새로운 성장동력의 확보가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가능케 한다. 성장동력의 확보는 차별화 전략과 부족한 부문을 전문기업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업전략이 주요하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여러면에서 취약하다. 그러나 독보적 기술력과 발상의 전환, 안정적 협업시스템에 바탕을 둔 이들 기업의 활약은 국가 경쟁력에도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글로벌시장의 주역은 대부분 초일류 대기업이다. 하지만 세계 각국에는 수십, 수백 명의 임직원만으로도 한우물을 파며 세계 최
“카면!” 나뭇가지를 대충 다듬은 나무총으로 숨어 있는 상대방을 찾아 겨냥하며 외치던 이 확인 명령 소리를 기억하는 사람이 혹시 있을까? 가난했기에 세 들어 살던 곳이 기찻길이 높게 걸린 굴다리 아래 개천변이었고, 그 기차 불통 소리를 벗 삼아 7명의 우리 가족은 비교적 다복한 시절을 보냈다. 그러던 중 5.16 쿠데타가 터지고 새마을 운동의 여파로 나무로 집 짓던 대목 직업이 사양길로 접어들자 아버지는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 모두를 시골로 내려 보내고 그 당시 국민학교(현 초등학교) 고학년이던 나와 단 둘이 자취를 하게 되었다. 그 시절 기찻길을 경계로 이웃마을과 구분 짓고 소통하던 방식이 바로 이 총싸움이었다. 그런데, 우습게도 우리는 이놈의 ‘카면!’을 무슨 뜻인지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적의 은신처를 정확하게 추적하여 잡아내면 충분하였고, 이 소리는 잡았다는 신호이며, 막연히 ‘너 가면 벗어, 너 가면 죽어’ 정도의 뜻으로 이를 좀 멋스럽게 표현한 것이라 짐작하면 족했던 것이다. 이 놀이는 우리 전통 마을의 교류의식이었던 석전(石戰)이 변형된 것이며, 우리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미군 ‘하야리야 부대’가 그 단어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었음을 알기까지는…
한나라당 대선 후보 중 국민의 지지도가 높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대선을 11개월이나 앞둔 지금부터 감정적인 설전을 벌이고 있다. 양 진영이 같은 당의 상대방 후보에 대해 ‘후보 검증’이란 말을 쓰는 것 자체가 파당 내지는 분당을 각오하지 않고서는 할 말이 못되므로 이 당이 과연 대선을 치를 수 있을지 고개를 갸우뚱하는 국민이 늘고 있다. 당 지도부의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잇따라 후보 검증을 주장하고 있는 박 전 대표는 지난 20일 대구 시민회관에서 열린 새물결 희망연대 창립대회 축사에서 당 지도부가 자제를 요청함에도 불구하고 “지키지도 못할 정책, 국가적으로 도움이 안되는 정책을 표만 생각해 마구잡이로 발표해서는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이 전 시장을 공격했다. 이 전 시장도 같은 날 대전 시엠비(CMB) 엑스포아트홀에서 열린 ‘대전발전 정책포럼’ 창립대회 초청 특강에서 “나처럼 애를 낳아봐야 보육을 얘기할 자격이 있고, 고 3을 4명 키워봐야 교육을 얘기할 자격이 있다”고 말해, 박 전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인식되었다. 객관적으로 접근하면 이명박 전 시장의 정책이 ‘지키지도 못할 정책, 국가적으로 도움이 안되는 정책’인지 여부는…
우리 사회는 개발경제의 고도성장 이후 정치적으로 1987년 6·29 이후의 자유민주체제와 경제적으로는 1997년 외환위기(IMF) 이후의 신자유주의체제를 유지하면서 체제의 한계성을 노출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체제에 대한 개헌을 주장하는 것도 임기 말년의 정략으로 볼 일만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자유민주체제보다 신자유주의체제의 문제가 더 심각함을 알아야 한다. 더구나 그것을 받아들인 관료들이 국가정책을 위한 시장이 아니라 시장을 위한 국가역할의 축소를 주장하여 정책부재를 야기하고 있다. 예를 들면 개발경제의 주택정책은 의식주의 하나인 집을 재정지원 없이 국민의 자금을 모아 짓도록 하면서, 국가가 택지를 개발하여 원가에 공급하고 그 집값을 규제해온 것이다. 국민에게 싸고 좋은 집을 많이 공급하려고, 집값을 규제하면서 건설 전에 분양하도록 허용한 것이 선분양 주택정책이다. 그런데 97년 외환위기 이후 경기부양책으로 선분양의 전제인 분양가 규제를 철폐하여 주택정책이 허물어지면서 부동산문제가 심화된 것이다. 주택사업자들이 높은 분양가로 폭리를 취하고, 전 국민이 폭등하는 집값의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에 뛰어들도록 주택자금을 무한정 방출한 것이 문제였다. 노
정부가 지난해 11월 15일 발표한 ‘부동산 시장 안정화 방안’의 골자는 아파트 분양가 인하와 아파트 공급 확대이다.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한 이전까지의 각종 정부 대책이 주택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데에 맞추어졌던 것에서 급선회했다고 볼 수 있다. 이어 경실련이 발표한 건설사의 아파트 분양가 폭리, 한나라당의 토지임대부 분양 방식, 여당의 환매조건부 분양 방식 등을 두루 수렴하여 올 1월 11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제도 개편 방안’이 나오기에 이르렀다. 11.15대책과 1.11대책을 통한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 따르면, 오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김포, 파주, 송파, 검단, 분당급 신도시 등의 공공택지에서 분양될 가구 수가 70만에 이른다고 한다. 이는 2001년부터 2006년 사이에 분양된 67만 가구 수를 상회하는 규모다. 이로써 수도권에 또 다시 200만이 넘는 인구가 유입될 것이다. 결국 신행정복합도시,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의 건설로 국토 이용의 효율성과 균형발전을 추구하겠다던 참여정부의 로드맵은 집값 안정이라는 목표 아래 무릎을 꿇는 것인가. 게다가 정부는 11.15 대책에서 신도시의 주택 공급 수를 늘리기 위해 용적률은 상향 조
노무현 대통령이 개헌 발의권을 행사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상황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국민 대다수는 아직도 개헌 자체는 찬성하지만 그 시기는 지금이 아니라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와중에 법원이 집권당인 우리당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의 당헌개정 작업을 중단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비록 당내 계파 간의 갈등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지만 사법부가 집권당의 정치일정을 중단시키라고 결정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는 87헌법 이후 법원이 더이상 사법적 기구가 아닌 정치적 기구로 변전되었다는 증거의 하나이다. 서울 남부지법 민사 51부는 지난 19일, 우리당 기간 당원 11명이 당을 상대로 제출한 당헌개정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수용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당헌상 중앙위가 비대위에 당헌 개정권을 재위임할 수 없고, 비대위 성격상 당헌 개정권을 행사할 수 없으며, 재위임을 하더라도 의결정족수인 ‘재적 3분의 2 이상의 찬성’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당헌 개정결의의 효력정지 및 개정된 당헌의 집행정지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 결정문에서 또 “정당 활동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함에 있어 소홀함이 있어서는 아니되나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