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11월 15일 발표한 ‘부동산 시장 안정화 방안’의 골자는 아파트 분양가 인하와 아파트 공급 확대이다.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한 이전까지의 각종 정부 대책이 주택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데에 맞추어졌던 것에서 급선회했다고 볼 수 있다. 이어 경실련이 발표한 건설사의 아파트 분양가 폭리, 한나라당의 토지임대부 분양 방식, 여당의 환매조건부 분양 방식 등을 두루 수렴하여 올 1월 11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제도 개편 방안’이 나오기에 이르렀다. 11.15대책과 1.11대책을 통한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 따르면, 오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김포, 파주, 송파, 검단, 분당급 신도시 등의 공공택지에서 분양될 가구 수가 70만에 이른다고 한다. 이는 2001년부터 2006년 사이에 분양된 67만 가구 수를 상회하는 규모다. 이로써 수도권에 또 다시 200만이 넘는 인구가 유입될 것이다. 결국 신행정복합도시,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의 건설로 국토 이용의 효율성과 균형발전을 추구하겠다던 참여정부의 로드맵은 집값 안정이라는 목표 아래 무릎을 꿇는 것인가. 게다가 정부는 11.15 대책에서 신도시의 주택 공급 수를 늘리기 위해 용적률은 상향 조
노무현 대통령이 개헌 발의권을 행사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상황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국민 대다수는 아직도 개헌 자체는 찬성하지만 그 시기는 지금이 아니라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와중에 법원이 집권당인 우리당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의 당헌개정 작업을 중단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비록 당내 계파 간의 갈등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지만 사법부가 집권당의 정치일정을 중단시키라고 결정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는 87헌법 이후 법원이 더이상 사법적 기구가 아닌 정치적 기구로 변전되었다는 증거의 하나이다. 서울 남부지법 민사 51부는 지난 19일, 우리당 기간 당원 11명이 당을 상대로 제출한 당헌개정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수용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당헌상 중앙위가 비대위에 당헌 개정권을 재위임할 수 없고, 비대위 성격상 당헌 개정권을 행사할 수 없으며, 재위임을 하더라도 의결정족수인 ‘재적 3분의 2 이상의 찬성’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당헌 개정결의의 효력정지 및 개정된 당헌의 집행정지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 결정문에서 또 “정당 활동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함에 있어 소홀함이 있어서는 아니되나 정
경기도의회 의원들의 해외연수문제가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본보 18일, 19일자 참조) 이번에는 다행히 도의회 공무국외심사위원회로부터 부결처리 되어 도민의 혈세는 낭비되지는 않았지만 연수경비의 부담주체에 대한 논란으로 연수를 추진하였던 도의원들은 도민들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지난 18일자 언론보도에 따르면 아직 이번 연수의 비용을 부담하는 주체는 쉽게 알 수는 없는 실정이다. 연수를 계획하였던 도의원들은 비용문제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고 연수에 동행하여 비용을 부담하는 기관으로 알려진 경기도 산하 연구원에서는 펄쩍뛰며 비용을 부담할 계획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9월 회기가 끝나자마자 일제히 해외연수를 떠나 선진국 행정제도를 배우는 대신 관광성 놀자판 연수를 마치고 돌아와 큰 물의를 일으키고 경기도민의 명예를 실추시킨 도의원들이 몇 달 지나지 않아 해외연수 문제로 언론의 질타를 받는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지난해 11월 기획예산처가 밝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대표적인 예산낭비사례중의 하나가 지방의원들의 외유성 출장이었다. 지방의원들의 외유성 낭비출장에 대한 한 시민단체의 분석에 따르면 2002년 7월
한반도에도 강한 지진이 늘고 있다. 20일 밤에 강원도 강릉 서쪽 23km를 진앙으로 발생한 리히터 규모 4.8의 지진은 전국의 대부분 지역에서 진동을 느낄 정도로 강력한 것이었다. 이 지진으로 강원도는 말할 것도 없고 서울과 경기도의 일부 지역에 사는 국민들은 고층 건물이 심하게 흔들리는 느낌을 받기까지 했다. 심지어 대구와 경북, 부산에서까지 지진이 발생했다는 느낌을 받은 사람이 있다.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 중에서 리히터 규모가 가장 높은 지진은 1980년 평북 의주의 지진 5.3을 비롯하여 1978년 속리산 부근의 5.2, 1978년 충남 홍성, 2003년 백령도 서남 해안의 5.0, 1994년과 2003년 전남 홍도 부근 해상의 4.9 등이다. 이번 강릉 지진은 우리나라에서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후 여덟 번째로 센 지진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말하면 한반도는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더구나 한반도에서 지진은 1990년대 초까지는 1년에 20번 정도 발생했지만 2000년 이후에는 1년에 평균 40번 이상 발생하고 있다. 지진을 이웃 일본의 고민거리로만 알아왔던 우리는 더 늦기 전에 지진에 대한 본격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집행해야 한다. 정부는
불법폭력시위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일은 한국사회가 해결해야 할 주요과제 중 하나이다. 국가이미지 제고나 경제·사회 각 부문의 안정된 발전을 위해 평화적인 시위문화가 정착되기를 국민 대다수가 여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폭력시위 문제는 여전히 미완의 숙제로 남아 있다. 2000년도 이후 전국적인 집회·시위건수는 연간 1만건 이상으로 매일 30여건 정도가 꾸준히 발생했다. 이 가운데 불법폭력시위는 200건을 상회했던 2001년도를 정점으로 점차 감소되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62건으로 줄어들었지만, 부상자 수는 6∼7년전 300명 정도였던 것이 재작년부터는 오히려 800여 명을 넘고 있다. 불법폭력시위가 양적으로는 감소했지만 질적으로는 과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경찰 내부에서는 1999년 이후 유지해온 무최루탄 원칙이 오히려 시위대와 진압부대 사이의 완충지대를 없애 부상자를 증가시키고 있으므로 이를 철회하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국회와 행정자치부 주도로 폭력시위단체에 대해 중앙부처와 자치단체가 지원해준 보조금을 환수하고 향후 지급을 중단하는 법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책들은 일정부분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근본적인
유네스코 세계 유형 문화유산인 ‘화성’은 수원을 넘어 유구한 반 만년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의 자부심이다. 때문에 수원은 매년 문화관광 축제인 수원화성문화제에서 정조대왕 능행차 연시를 실시했다. 이 한국 최대의 퍼레이드는 매스컴과 관광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최근 도와 수원시, 서울시는 정조대왕 능행차를 서울 창덕궁에서 출발해 화성 융릉까지의 노선에서 국가적 문화축제로 재현할 것이라 밝히면서 지역의 축제에서 전국규모의 행사로 발돋움하게 됐다. 하지만, 그럴 수 있을까. 지금까지 정조대왕의 효심과 화성의 우수함을 기리며 수 년간 이를 진행한 지역의 많은 이들이 ‘오히려 우리가 배제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수원에서는 매년 10월에 실시한 만큼 같은 시기에 개최할 것을, 서울은 서울 페스티벌의 기간에 맞춰 5월 실시를 주장하고 있다. 개최시기부터 엇갈린다. 예산중복 및 낭비도 큰 문제로 떠올랐다. 경기도는 왜 뜨거운 감자를 만들었을까. 김문수 도지사는 도가 주최했던 대규모 행사의 의미와 내용을 따져 중복성을 피해 도내 각 시군에 분배해 효율적 운영을 꾀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원시 대표 문화 행사인 정조대왕 능행차를 도 문화행사로 끌어
고 황산덕 서울대 교수가 “좋은 법률가는 나쁜 이웃이다”라는 영국의 법언(法諺)을 <법학통론>의 머리에 인용한 적이 있다. 저명한 형법학자로서 법철학에도 조예가 깊었던 황 교수는 법률 지식을 많이 습득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판검사로 임용되고자 하는 제자들에게 악질 또는 이기적인 이웃으로 비치지 않게 처신하라는 취지로 강의했다. 요즘 이용훈 대법원장은 사법개혁의 선구자로서 지난날 사법부 안에 잘못된 관행을 뜯어고치고 반성할 점을 찾아내서 획기적으로 개혁하는 등 괄목할만한 업적을 쌓아가고 있다. 사법부가 독재정권 시절에 ‘독재의 하수인’, ‘독재의 꼭두각시’란 비판까지 받았으며, 국가보안법과 관련된 사건을 재판하면서 ‘사법살인’까지 자행한 것으로 드러난 점을 감안하면 대법원장의 사법부 권위 회복 노력은 마땅하고 옳다. 하지만 사법부의 주요 구성원인 법관 또는 그 부인들이 부동산 투기를 하거나, 전관예우를 받는 일부 변호사와 정의에 어긋나는 유착관계를 형성하거나, 불완전한 인간인 이상 오판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판결의 정당성만을 우기는 집단 이기주의로 함몰한다면 일반 시민과 마찬가지로 지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들은 특수한 지위를 보유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크로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현지 시간 16일, 하루에 두 차례나 만난데 이어 18일에도 만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모두 베이징 6자 회담 대표들이며, 그들이 베이징이 아닌 베를린의 미 대사관에서 회담했다는 것은 아주 주목할 만한 일이다. 그들이 만난 것은 물론 지난 연말 베이징 회담이 별 성과 없이 끝난 이후, 무한정 시간만 낭비할 수 없다는 양측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올해 경제난 해결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선정한 이상 지난해부터 시작된 유엔에 의한 경제봉쇄를 풀어야 하는 시급한 실정이고, 미국은 부시 대통령의 임기 안에 북 핵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절박감이 있다. 톰 케이시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16일 회동이 끝난 다음, 브리핑을 통해 “그들은 여러 시간에 걸쳐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차기 6자 회담의 준비를 잘해 진전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대화(좋은 의견 교환)를 했다”고만 설명할 뿐 자세한 대화 내용의 공개는 없었다.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 차기 6자 회담 날짜를 합의했다는 보도도 없다. 베를린에 체류 중인 힐 차관보는 17일 ‘베를린 아메리칸 아카데미’에서 행한 강연에서 “이달
현대자동차 노조의 잔업거부 및 파업으로 빚어진 노사분규가 20일만인 17일 노사간의 합의로 해결됐다. 모든 노사대립의 현장에서는 한쪽의 완승과 다른쪽의 완패가 아닌 서로 반승씩 하면 커다란 상처없이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자칫하면 야합이나 봉합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현대차 노사는 이날 지난해 생산목표 미달성분(2만8732대)과 잔업거부, 부분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분(2만1682대)을 만회하는 시점에 목표달성 격려금 50% 지급, 이번 사태와 관련 국민과 고객에 대한 노사 공동사과, 손해배상 청구소송(10억 원)과 고소취하 불가, 공정한 성과금 지급기준 마련을 위한 성과배분제 도입, 노사공동 추천의 외부전문가 위원회 출범 등으로 신노사문화 정착 등에 합의했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성과금 지급을 요구하고 회사는 이를 거부함으로써 악화된 이번 사태는 노사가 성과금에 대한 격려금 50%라는 ‘조건부 지급’에 합의함으로써 성과금에 대한 뚜렷한 원칙을 정립하지 못한 채 일부 지급으로 봉합하는 대신 노조는 민형사상의 책임과 임금 손실 등을, 회사는 생산 피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그러나 회사에 대해서는
제 작년 언제쯤이던가. 추웠던 기억이 있다. 정확한 날짜가 기억나지 않는다. 겨울이 깊어가는 길목의 어느 언저리쯤이었다. 하늘 높이 솟아 있는 숱한 참나무들을 뒤로 하고 합천 해인사 앞에 서 있었다. 반듯하게 잘 닦여진 길 끝에 해인사의 심처로 들어가는 문들이 나란히 서 있었다. 사찰 밖의 참나무들 곁에 서서 바라보니 문 안에 문이 있고 그 문 안에 또 문이 있는 형국이었다. 그 문으로 들어가 사찰을 돌아보고 나올 때는 어스름 내린 저녁 무렵이었다. 날씨가 추웠기 때문이었을까. 산 중의 저녁이 서둘러 오기 때문일까. 잠시 전까지만 해도 몰려다니며 소란을 피우던 관광객들도 학생들도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저녁 어스름 아래서 주변은 고요하다. 산사는 고즈넉하다. 그 고즈넉함을 뭐라 표현할 수 있을까. 잠시 내가 나 아닌 다른 이들의 생으로 다녀 온 듯하다. 밖에서 바라보았던 것처럼 안에서도 바라본다. 문 밖을 내다본다. 안에서 보아도 문 밖에 문이 있다. 문 밖에 문이 있고 그 문 밖에 또 문이 있다. 문안에 또 다른 문이 있고, 그 안에 또 다른 문이 있다. 문들이 줄지어 서 있는 듯하다. ‘산 중에 수많은 길이 있지만 부처님께 오는 길은 오직 이 길 뿐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