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마흔이 되었을까 싶은 조촐한 인상의 아주머니가 열심히 음식 먹는 법을 가르켜 준다. “먼저 탕과 면을 드신 다음에, 밥을 넣어서 드시면 돼요.” “고향이 어디에요?” “화성 팔탄면인데요.” 그제야 어죽(천렵국)의 정체를 알아챘다. 직장 동료들과 사무실 근처의 약간은 외진 느낌이 드는 식당에서 식당 주인과 주고받은 이야기이다. 며칠 전 그 집에서 먹은 ‘도리뱅뱅이’를 자랑하던 지역 기자의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최소한 보통 수준의 맛은 기대를 했던 터이다. 바람을 잡은 직장 동료와 선배 한 분을 모시고 퇴근 시간을 기다려 찾은 그 식당은 한갓지다 못해 조용했다. 앉아서 음식을 기다리면서 소주를 한 두 잔씩 주고받았다. 찬품을 드는 주인 아주머니와 ‘천렵’이 맞다느니, ‘철렵’이 맞는다느니 하면서 잠깐의 실랑이를 하는 사이에 어죽이 나왔다. 알맞게 붉은 색과 냄새가 회를 진동한다. 시장했던 터라 허겁지겁 붕어인 듯 보이는 놈의 살점과 수제비를 떠서 입에 넣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함께한 식객들이 이구동성으로 “어라? 옛날에 먹던 맛이네”라며 한마디씩을 보탰던 것으로 안다. 나는 정말 오랜만에 천렵국 한 그릇을 감사히 먹었다. 천렵국. 늘 고팠던 내 어린 날,…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의혹 등으로 남·북 관계가 급냉, 교착상태에 빠지고 미·일의 대북 제제와 관련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적십자 회담·장관급 회담·군사회담 등 남·북 관계가 화해의 급물살을 타는가 싶더니 돌발변수가 있을 때마다 대화가 삐꺽거리는 현실이 답답하기만 하다. 학생들에게 ‘대화를 통한 평화통일’, ‘한민족의 세계사적 통일역량’ 등을 강의해보지만 갑오경장(1894년)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의 각축이 ‘6자회담’ 틀 속에 그대로 남아있고 우리 ‘남·북 연합안’과 북측 ‘낮은 단계 연방안’의 두 통일방안이 어휘상으로는 접근한 듯 싶지만 분단 60여년의 정치적 골은 여전히 깊기만 하다. 우리 헌법상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 (제4조)과 북측 헌법의 ‘사회주의의 완전한 승리를 이룩하는 통일’(제9조) 사이의 체제적 차이를 과연 ‘햇볕’만으로 녹여내고 통일을 이룩해 낼 수 있을 것인가. 국가보안법 철폐·전시 작통권 환수 등 내부개혁과 ‘퍼주기식·친북정권’이란 비난을 감수하면서 까지 계속되는 경제적 지원 등 우리 일방적인 구애만으로 북측이 기본적 태도를 바꿀 수 있을지 회의가 앞선다. 아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시인 김춘수(金春洙)의 ‘꽃’이란 작품 중의 한 부분이다. 상대의 이름을 불러준다는 말은 그냥 이름을 부른다는 뜻이 아니고, 사랑에 벅찬 가슴으로 상대의 이름을 부르는 경우이다. 그렇게 사랑의 감동을 품고 이름을 불렀을 때 상대는 부르는 사람에게로 와서 꽃같이 귀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어느 시인은 이르기를 사랑은 70%의 불안과 30%의 믿음 속에 그 자신을 사르게 되는 황홀한 불길이라 표현하였다. 한 남성이 한 여성을, 혹은 한 여성이 한 남성을 사랑할 때의 깊고도 미묘한 감정 세계는 스스로 경험함으로써만 깨달을 수밖에 없는 신비(神秘)의 세계이다. 그래서 사랑의 세계는 누구에게나 불안하고 고독한 세계이다. 누구에게나 처음 부딪치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인간을 사랑하고 그리워한다는 것은 표현할 수 없는 두려움과 흥분과 모험, 그리고 기쁨을 준다. 때로는 땅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고독과 안타까움, 그리고 때로는 온 세계를 다 차지하게 된 것 같은 환희를 느끼게 해 준다. 그러나 인간이 인간을 사랑한다는
정부가 27일 확정하여 발표한 ‘2007년도 예산안’은 성장보다 복지에 치중함으로써 국민이 부담할 세금은 늘어나지만 재정 적자를 면치 못해 국채 발행 규모를 대폭 증가시키겠다는 것이다. 이 예산안은 한 마디로 말해서 복지를 위해 국민이 허리띠를 더욱 조여야 한다는 것으로서 국민에게 고진감래(苦盡甘來) 즉 고통을 참고 견디면 좋은 일이 온다는 격언을 주지시키는 성격이 짙다 하겠다.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2010년까지 정부의 분야별 예산 증가율에서 사회복지ㆍ보건 분야와 연구ㆍ개발(R&D) 분야가 9.1%(연평균 기준)로 가장 높고, 국방이 9%로 그 뒤를 잇는다. 그러나 절대금액을 기준으로 2007년 복지예산은 61조 8천억 원, 국방 24조 7천억 원, R&D 9조 8천억 원으로 복지 분야는 R&D의 무려 6배를 넘어선다. 내년 복지예산은 올해 56조원보다 10.4% 늘어난 61조 8천억 원으로 보육료 지원 대상을 10명 중 7명으로 확대하는 등 육아예산의 비중을 높였으며 출산ㆍ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도 늘린다. 정부는 내년도 국세수입액 증가율을 9.4%로 잡아 국민 조세 부담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예산 가운데 8조 7천억 원
수업료 미납학생의 출석을 정지토록 하는 내용의 ‘경기도 수업료 및 입학금에 관한 조례’안을 조만간 원안대로 도의회에 상정할 방침인 경기도 교육청의 처사는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짓밟는 것으로서 비판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전교조 경기지부가 26일 성명서를 발표, “교육인적자원부조차 8월 16일 학생의 수업권 침해이고 비교육적이라며 관련 규칙에서 수업료 체납에 대한 출석정지 등 징벌조항을 삭제했다”고 지적하고 “도 교육청이 조례안 상정을 강행할 경우 학부모들과 연대하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저지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지극히 당연한 대응방식이다. 우리는 수업료를 내지 못하는 학생들에 대해 출석을 못하게 하는 조치를 도 교육청이 앞장서서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해 놀라움을 억제하기 어렵다. 수업료를 제 때에 내지 못하는 학생은 경제적으로 도움을 받아야 할 정도로 가난한 가정의 자녀들임을 쉽사리 알 수 있다. 이들에 대해 수업을 못 받게 하겠다는 구상은 빈민 가정이 전기세나 수도세를 밀린다고 해서 해당기관이 전기와 수도를 끊어버리는 것과 다름이 없는 비인도적 처사다. 인간의 행복을 중시하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국민 또는 해당 주민들로부터 국세와 지
김문수 지사는 25일 ‘민선 4기 김문수 도지사 공약사항’을 발표함으로써 임기 중에 자신의 포부를 확실하게 천명하고 이에 따른 책임감을 바탕에 깔고 도정에 임하는 자세를 보여주었다. 지난날의 국회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많은 공직 후보자들의 공약은 선거 전에 유권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부풀려진 것도 있고, 임기 중에 도저히 실천할 수 없는 무지개성 약속도 있었다. 따라서 국정과 도정을 감시하는 시민운동단체들은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변질되지 않은 것을 찾아내는 데 역점을 두어온 것이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김 지사의 공약 재발표는 도정에 대한 의욕의 재 점화인 동시에 투명한 행정 스타일의 반영이라 하겠다. 무엇보다도 김 지사의 재 공약은 “한반도의 중심인 경기도가 중국, 일본 등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고 대한민국의 성장 엔진으로 선진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나갈 수 있도록 구체적인 비전을 담았다”는 서문에서 엿볼 수 있듯이 경기도의 차원을 넘어서 대한민국의 융성과 세계무대에서의 확고한 위상 정립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원리적으로 말하면 앞서 가는 경기도, 편리한 경기도, 잘 사는 경기도, 매력 있는 경기도 등 4개 핵심 분야의 과제를 달성하려는
최근 임기의 절반도 못 채운 조영황 국가인권위원장의 갑작스런 업무 거부와 사의 표명은 표면상의 이유를 ‘건강문제’로 돌리고 있지만 그 건강이 육체적 건강은 물론 정신적 건강을 포함한다고 볼 때 국가인권위원회의 노선 충돌에서 비롯한 정신적 피로에 기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직 내부에서 “진보성이 약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진 조 위원장의 사퇴를 계기로 불거진 국가인권위원회의 갈등 구조 그 자체가 이제 하나의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2001년 11월에 설립된 국가인권위원회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조의 규정대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의 구현, 민주적 기본질서 확립’을 존립의 목표로 삼고 출발한 국가기관이면서도 그 구성원들의 대부분이 시민운동 출신으로 채워짐으로써 시민운동단체의 성격을 띤, 다시 말하면 보수의 틀에 진보의 내용을 담은 용기(容器)로 작용해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그 동안 권위주의적 정부가 존재하는 동안 침해됐던 인권 실태에 관해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을 하고 국가 기관이 유린했던 인권의 현장을 고발하고 시정책을 강구해온 업적은 칭송받아 마땅하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이 때문에 일부 보수적인 시민단체들은 국가인권위원회를 곱지 않은 눈길로
세상만사에 지름길이 있고 요령이 있다. 돈 버는 데 요령이 있고 인간관계에도 요령이 있다. 심지어 신앙생활에도 요령이 있고 부부 싸움에까지 요령이 있다. 옛말에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란 말이 있지만 그야말로 옛날 말이다. 요즘의 부부 싸움은 사생결단하고 치러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서로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히고 건강마저 망가뜨린다. 더욱이나 자녀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쳐 부모님들의 부부싸움을 지켜보며 자란 아들, 딸들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장애를 주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부부 싸움을 막가파 식 부부 싸움이라고나 할까? 한 정신과 의사의 말로는 부부 싸움이 잦은 부부는 세 명 중에 한 명꼴로 만성질환에 걸리거나 수명이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부부 싸움이 이렇게 파괴적인 방향으로 흐르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의 성격을 살펴 그에 대한 맞춤형 대응법으로 대처하는 것이다. 남편의 성격이 폭발형이면 아내는 감정 자제 훈련을 쌓아 상대의 감정이 격앙되었을 때는 즉각 대화를 중단할 줄 알아야 한다. 또 상대가 회피형이면 감정 표현의 방법을 익혀 상대의 말을 귀담아 듣는 노력을 쌓아야 한다. 우리가 믿
요즘 어른들은 아이들 보고 무조건 예의 없고 무례하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예절을 가르쳐 주지도 않았으면서 버릇 없다고들 한다. 급격히 변화하는 우리사회에서 물질만능과 개인 이기주의에 공동체를 상실하고 사회생활 규범을 잃어가고 있는 요즘 어른들마저도 예절하면 “고리타분하게 무슨 예절하냐”며 구습적인 이야기는 그만두라고 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다시피 ‘동방예의지국’으로 불리었던 우리나라가 아닌가? 몇년 전만해도 외국인들이 TV프로그램에 출연해 한국이 좋아 한국에 산다면서 한국은 효와 예를 수출해야 한다며 아낌없는 칭찬도 곁들였다. 그런데 지금 어떤가? 이제 외국인 기자들이 한국을 방문하여서는 “동방예의지국은 사라진지 오래고 어른이나 젊은이 할 것 없이 예의 없고 무례하다”라고 하는 말을 들으면 부끄럽기 그지없다. 이웃에 살아도 서로 얼굴조차 모르고, 인사 건네기가 귀찮고 부담스럽다고 애써 모른 척하고 산다. 이렇게 주변의 이웃들을 외면하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 한 구석이 씁쓸해진다. 아이들도 예외는 아니다. 학교 교육이나 지적인 교육만이 교육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학습 이전에 기본 생활 예절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예절이란 가장 마땅한 것을 따르는…
글로벌 시대에 낙오되지 않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학교교육은 바람직하게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학교교육은 체벌에 대한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로 인해 팽(烹)에 대한 긴장으로 교원들의 사기가 저하되면서 교육이 실종되고 있다. 체벌의 부작용으로 학생은 바람직한 행동인 융통성, 창의성 등이 없어지고 불안, 죄책감, 자기 부정 등의 감정을 갖게 되고 사제지간의 돈독한 인간관계가 손상되면서 벌하는 행동을 모방할 위험이 있다. 그리고 교원은 체벌의 효과를 맹신하면서 체벌을 확대, 남용하는 악순환에 빠져드는 부작용이 있다. 체벌은 다른 방법으로 문제 행동을 약화시킬 수 없는 불가피한 경우에만 상반 행동에 대한 정적 강화와 더불어 사용해야 하는 데도 불구하고, 문제 행동의 즉각적인 중단이라는 마술같은 매력 때문에 교사들은 체벌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해야 이 체벌 유혹에서 벗어나 바람직한 학교교육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우선 교원들은 자기 주도적인 학습을 통해 경쟁력 있는 창의성 교육과 인성 교육을 실시하여 발전을 도모하면서 변화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학부모들은 생태학적체계 이론을 통하여 체벌의 불가피성을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