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시·도 및 시·군·구 자치단체에 대한 감사원 종합감사 결과는 놀랍고 부끄럽고 착잡하다. 지방자치제 10년을 맞은 지금 형식면에서는 자치제가 정착되고 있지만 내용면에서는 아직도 개선하고 보완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음을 이번 감사결과는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종합감사를 통해 드러난 일부 단체장들의 편법 불법 탈법행위와 월권행위는 어이가 없을 정도다. 직권을 이용해 직제에도 없는 자리를 만들어 자기사람을 심고 승진 순위를 마음대로 조작하는 일을 서슴치 않은 바람에 공직사회를 어지럽히고 공무원 수만 터무니없이 늘려놓은 단체장이 한둘이 아니다. 자신의 업무실을 규정보다 몇 배가 넘게 꾸민 속물 단체장들이 있는가 하면, 이미 개발 소문이 퍼지는 바람에 보상비를 높여받기 위한 개발신청이 폭주해 건교부가 해당 지자체에 개발허가를 내주지 말도록 수차례 지시했음에도 이를 묵살한 채 개발허가를 남발함으로써 결국 수천억원에 이르는 혈세를 추가 보상비로 낭비한 단체장도 있다. 단체장들이 이렇게 앞뒤 가리지 않고 잇속 챙기는 일만 골라 하는데 부하 공무원들인들 가만 있을리 없다. 친인척을 시켜 개발예정지를 선점해 보상금을 챙기는가 하면, 유흥주점의 주지육림과 해외여행 등을 즐
교육은 백년대계를 내다보아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가 근본적인 원인보다 결과나 현상에 집착하는 당국에는 생경한 진실인 듯하다. 사학법을 시작으로 교육계로 번진 이념 갈등이 가뜩이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교육당국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정책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교육의 순수성에 대한 본연의 목적까지 훼손시키는 것은 특히 경계해야 할 대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이해관계를 둘러싸고 계층간의 격한 충돌을 야기했던 교원평가와 사학법 논쟁에 이어 시작부터 삐걱거린 ‘방과후학교 확충방안’은 무기력해진 ‘수준별보충학습’과 마찬가지로 추진과정이나 교육현장에서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정착여부조차 미지수다. 그동안 교육당국의 숱한 시행착오는 ‘공교육 불신과 사교육 의존’을 부추기고, 눈덩이처럼 불어난 사교육비는 가계경제를 위협하는 심각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공교육에 대한 불신에도 학생과 학부모들은 입시제도와 평가방법등 매년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교육정책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잘못된 가치관과 공교육의 무능이 몰고 온 ‘기러기족’은 왜곡된 교육정책의 합작품이며 우리의 치부이고 깊은 딜레마다. 미국현지에서조차 한국가족의 해체요인으로 꼽고 있
시대의 흐름은 분할이고 분권이다. 국회가 마련 중인 ‘지방행정체제 개편안’은 이런 시대의 흐름을 당위로 한다. 그러나 그 당위의 그늘에는 적지않은 문제가 도사리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지방의 변화를 중앙의 정치권에서 일방적으로, 그것도 천편일률적이고 관료적인 산술평균으로 재단하겠다는 발상은 옳지 않다. 전국의 시·도를 없애고 시·군·구 등 기초자치단체를 몇 개씩 묶어 60~70개의 통합시로 개편하는 ‘지방행정체제 개편안’에는 서울특별시와 부산광역시를 분할하여 몇 개의 작은 시로 만드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현재의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와 읍·면·동 3단계’로 돼 있는 지방행정체제에서 광역자치단체를 없애고 기초단체를 몇 개씩 묶어 통합시로 만드는 ‘통합시와 읍·면·동의 2단계로의 개편’이 골자인 것이다. 이 안이 시행되면 경기도의 경우 우선 현재의 경기도와 경기도의회는 없어지고 각 시·군·구의 시장·군수·구청장도 없어지게 되며, 대신 통합시의 시장과 통합시의회 의원을 새로 선출해야 한다. 31개 시군은 10개 정도의 통합시로 재편되며, 이들 통합시들은 그동안 도(道)가 해오던 행정업무를 대폭 넘겨받게 되고, 통합시 간의 조정업무는 중앙정부가 맡게 된
지난 1월 26일 서울고법 민사13부는 베트남(월남)참전 군인들의 고엽제 후유증 주장을 일부 받아 들여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이 미국 제약회사인 다우케미컬과 몬산토 두 회사로 청구한 소송에서 승소 판결은 너무 늦은 감은 있지만 미국 제조회사가 또다시 어떻게 대응(對應)할지 의문이 앞선다. 그들 제약회사는 예전부터 똑같은 말로 피해 발생지인 베트남 지역과 대한민국은 실질적 관련성이 재판 관할권이 없으며 참전군인 작전지역 및 주둔지역을 고려할 때 질병인 TCDD 노출로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이 국방비를 절감하기 위해 직접 뿌려놓고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두 제약회사는 한술 더 떠서 발생일로부터 10년 피해를 입은 날로부터 3년이 지났으므로 손해배상 할 법적 근거나 청구 할 자격도 없다는 것이다. 고엽제란 독성 화학 약품으로 잎사귀를 말려 고사(枯死)시키는 것이며 농촌에서 여름 한철에 잡초만 없애려고 쓰고 있는 제초제(除草劑)인 것이다. 사람이 마셨을 경우 몇 분내에 사망에 이르게 하는 독성 성분을 가진 극약이다. 이 약을 베트남 전투 현장인 정글 숲에 공중 살포했던 약품의 기준을 초과한 다이옥신은 청산가리의 최고 1만배에 달하
미국 부시행정부의 대외정책 기조가 일방주의와 강경일변도 정책을 선호하던 ‘네오콘(neo-conservatives, 신보수주의자)’의 노선에서 국제기구 및 동맹국과의 협력을 중시하는 ‘네오리얼리스트(neo-realists, 신현실주의자)의 외교적 접근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북한, 이란, 이라크, 중국 문제 등에 대한 강경책을 주도함으로써 미국과 동맹국들 간에 갈등을 초래하는가 하면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교토의정서의 비준을 거부하기도 했던 이들 네오콘들의 입지는 부시 집권 2기 들어 상대적으로 약화됐다. 네오콘의 대표주자 체니 부통령과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리비 비서실장이 ‘리크 게이트’에 연루돼 중도하차하면서 힘을 잃었다. 네오콘 진영의 폴 울포위츠 전 국방부 부장관과 존 볼턴 전 국무부 차관은 이미 세계은행 총재와 유엔 대사 직을 맡아 행정부를 떠났다. 특히 네오콘의 핵심 전략가로서 이란의 신정(神政)체제 붕괴계획을 수립하고 대 중동 강경노선을 밀어붙인 로렌스 프랭클린은 이스라엘 외교관에게 비밀자료를 넘겨준 혐의로 한달 전 12년형을 선고받았다. 국방부 내 서열 3위의 강성 네오콘 더글러스 페이스 정책차관도 지난해 여름 사임했다 13 이제 부시 2기 행정부의
국회의 관련 각 상임위원회별로 5명의 국무위원과 경찰청장 후보에 대한 인사 청문회가 6일부터 8일까지 실시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1·2개각이 코드와 보은성 인사라는 평가와 더불어 장관 내정자들이 자질과 도덕성, 부서를 지휘 관장할만한 능력을 갖추었는가 하는 의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열린 청문회이기 때문에 국민적 관심이 높았다. 그러나 과거 청문회와 다름없이 야당의 흠집잡기 질문공세와 여당의 후보자 감싸기는 여전하다. 이러한 청문회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의문점을 해소했는지 의문이다. 우선 그동안 통일부 장관에 내정된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사무차장에 대한 사상적 편향성과 지난 3년 동안의 공직수행 평가, 그리고 도덕성과 전문능력을 검증함에 있어 일부 여당의원은 후보자에 대한 의문점을 변호하는듯한 일방적 해명서 낭독행태까지 보였다. 이렇듯 여당의원들이 국회 청문회 의미를 훼손하는 태도는 공직후보자에 대한 보호도 될 수 없고, 여당 국회의원의 본분을 망각하고 있다는 인상만 국민에게 비쳐질 뿐이었다. 통일부장관이란 자리는 어떤 전문성보다도 대한민국의 국가관에 입각한 사상이 중요하다. 이를 적당히 넘겨서는 안된다. 내정 과정에서부터 말썽이 많았던 유시민 보건
북한 ‘요덕정치범수용소’의 참상을 다룬 뮤지컬 ‘요덕스토리’가 대한민국 정부의 압력과 우리 사회의 지각없는 ‘김정일 홍위병’들의 협박으로 제작과 공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 부처에서 나와 시나리오를 보더니 ‘수위가 너무 높다’며 대본 내용의 수위를 낮춰줄 것을 요구했고, 뮤지컬에 김일성 초상화와 북한 노래, 인공기가 나오기 때문에 국가보안법 위반에 걸릴 수 있다고 압박했다”는 것이 이 뮤지컬을 연출한 정성산 감독의 ‘증언’이다. 정 감독의 휴대전화에는 “공연을 하면 맞아죽을 줄 알아라.” “민족의 반역자 새끼…” 등의 협박 메시지가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정 감독은 탈북자 출신으로, 평양에서 노동당 고위 간부의 아들로 태어나 평양연극영화대학 연출학과와 모스크바국립영화대학을 나왔으며, 탈북해 남한에 온 후 영화 ‘쉬리’, ‘실미도’등을 각색하기도 했다. 북한 군대에서 남한 방송을 몰래 듣다가 발각돼 13년형을 선고받고 사리원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가던 중 극적으로 탈출해 압록강을 건넜다. “이 작품을 통해 사람들이 좀더 북한 인권현실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북한엔 15개 이상의 정치범수용소가 있고 30만명이 넘
잔잔하던 망망대해에 물결이 일기 시작했다. 파도가 점점 높아지더니 이윽고 집채만 한 물기둥을 일으키며 뱃전에 부닥친다. 날렵한 수영 선수가 접영을 하듯이 머리를 들었다 물속에 담그고 양팔로 제치면서 두 다리로 힘차게 내리 차듯 40노트의 쾌속정 유리창이 물보라 속으로 빠져 들었다. 영롱한 오색 무지개를 그리며 날듯 저항하고 있다. 나는 가야 한다. 가다 배가 침몰해 물고기 밥이 될지언정 사력을 다해서라도 경북 울릉군 독도리 산1-37번지를 찾아가야만 한다. 속이 울렁울렁 거려 울릉도인가? 아니면 뱃머리가 울렁울렁 해서 울릉도인가? 강원도 묵호항을 출발한 배는 2시간30분 만에 울릉도 선착장에 정박을 했다. 조용하고 아름다운 청정지역! 깎아지른 듯한 기암괴석이 금강산 1만2천봉 이상으로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하듯이 섬을 돌아가며 그림을 그려가고 있다. 해안 도로를 따라 가노라면 조물주가 빚은 듯한 절묘하고 신비스러운 바위들이 천지를 이룬다. 거북바위, 물개바위, 고래바위, 코끼리바위, 곰바위, 낙타바위, 사자바위며 형제봉, 노인봉, 선녀봉, 신선봉, 촛대봉, 옥문바위 등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바위들이 해안선을 따라 신비의 세계를 연출한다. 옥문바위를 통과하
우리 교육에 희망이 있는가? 우리나라 사람이면 누구나 고민하고 있거나 고민했을 문제이다. 불행하게도 점점 더 많은 국민들이 희망이 없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고 조기 유학 혹은 ‘기러기 아빠’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리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국외로 눈 돌릴 경제적 능력조차 없는 저소득층이 교육에 희망을 잃고 저학력의 대물림을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다. 왜 교육에 희망을 잃고 있는가? 우리 국민이 교육에 투자하는 재원과 교육에 쏟는 열의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문제는 우리의 교육 제도와 정책이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변화하지 못하고 교육 개혁이 표류하는데 있다. 개혁을 할 때는 분명한 목표를 설정하고 거기에 도달하기 위한 정책수단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낸 후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교육개혁의 목표 설정부터 잘못됐다. 어느 나라에서나 교육 개혁의 목표는 ‘좋은 학교 만들기’일 것이고 또 그렇게 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까지 교육개혁의 최우선 목표는 ‘교육고통의 해소’였다. 학생들의 지나친 입시 경쟁의 폐해와 이에 따른 과외비 부담을 경감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 설정은 국민으로부터 정치적…
한-미 외교관계와 한-미동맹은 우리 국민의 생존과 미래가 걸린 중요한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 관계와 동맹이 최근 들어 정치적으로 편향되고 왜곡된 경향으로 흐르고 있는 가운데, 현 정부의 외교 안보시스템의 부실이 여기저기서 노출되고 있어 심히 우려스럽다. 지난달 19일 워싱턴에서 한-미 외무장관 간에 합의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된 양국간의 협의과정에서 우리 외교부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청와대로 이어지는 업무수행 과정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한 사실이 비상식적인 방법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주한미군이 다른 분쟁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하는 양국간의 합의 과정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언제 어떻게 보고를 하고 대통령의 지침을 받아 양국간의 협의가 이루어졌는지 의문이 드는 NSC의 회의록과 내부문건이 폭로되고, 3일엔 이를 뒷받침하는 청와대 상황실 문건이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을 통해 흘러나왔다. 한-미간에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상호 합의되기까지 양국간에는 지난해부터 12차례의 회담을 거치면서 진통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일련의 폭로 문건에서는 이미 한-미간에 주한미군의 이동배치를 전제하는 외교각서가 교환되었음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