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동남아 일대에 사스 공포가 몰아쳤을 때 우리는 김치를 먹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위안한 적이 있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은 아니었으나 김치가 우리 민족의 지혜로운 건강식품이란 자부심에서였다. 국산 김치에서도 기생충 알이 검출됐다는 식약청의 발표는 충격을 넘어 허탈감마저 들게 한다. 당국은 일부 영세업체의 제품일 뿐이고, 거의 해롭지 않은 수준이라고 했지만 께름칙하기 그지없다. 그동안 중국산만 탓하고 국산에 대해선 안전하다고 반복해온 당국의 태도를 생각하면 울화가 치밀기도 한다. 백이면 백 사람에게 묻고 싶다. 몸 속에서 자라지 않을 기생충 알이니, 김치와 함께 먹을 수 있고, 감염되더라도 구충제를 먹으면 안전하다는 말을 당국이 할 소리냐고 말이다. 이 문제의 본질은 국산 김치에서도 기생충 알이 검출됐다는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아무리 안전하다고 해도 국민의 불신이 쉽게 가실 문제가 아니다. 당국은 제목부터 ‘국산김치의 97%는 기생충 알이 없다’는 식의 보도자료를 내놨고, 앞서 중국산에서 나왔던 기생충 알도 알고보니 해롭지 않은 것이었다는 발표도 덧붙였다. 그러면선 국민적인 관심이 집중된 발표를 어쩐 일인지 최고당국자가 하지도 않았다. 결과적으로…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이라는 표어가 말 그대로 삼천리를 뒤덮은 시절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를 배고픔의 설움에서 탈출하게 해준 새마을 운동이 한창이던 70년대만 해도 산아제한이 매우 중요한 국가시책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읍면동별로 가족계획을 전담하는 공무원이 배치되어 산아제한을 그야말로 혁명적인 사업으로 추진했습니다. 그것은 비단 임신 가능한 여성뿐만이 아니라 피임을 위해 거시기를 한 남자의 경우 일주일짜리 예비군 훈련을 면제해주는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부여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오히려 아이를 낳지 않는 사람이 너무 많아 큰 걱정이라고 합니다. 아니 걱정을 넘어 이제는 범국가적으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 것은 인구통계를 실시한지 60년이 조금 넘은 지난 2002년 이후 신생아수가 50만 미만으로 떨어지더니 해마다 더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결혼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은데다 결혼을 했어도 이상하게도 아이를 낳지 않는 이른바 DINK족이라는 별종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어쨌거나 인구증가율이 감소되면 노동력의 부족, 고령화 사회에 따른 부양비 증가와 함께 경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부산지부 홈페이지에 올린 ‘아태경제협력체(APEC) 바로알기 수업’ 동영상은 교직단체의 교육 일탈은 물론 국가 이미지를 손상시키는 처사로 단정할 수 밖에 없다. 모처럼 한국외교의 최대 행사로 부산에서 열리는 제13차 APEC 정상회의는 의장국인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아태 20개국 정상이 참석하는 거국행사로 한국의 역량과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한국의 교직원 단체를 대표한다고 하는 전교조가 교육자료라고 내놓은 ‘APEC 바로알기’ 동영상이 부시 미국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을 연관시켜 반미운동 내용을 깔고 비속어와 욕설을 동원하고 있다는 것은 국민의 양식으로 용인 할 수 없는 일이다. 전교조의 동영상이 문제되자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동영상을 종합 고려할 때 다소 학교 교육 기풍 및 국제간의 우의를 훼손할 우려가 있을 수 있다 하더라도 사회질서의 선량한 풍속을 현저하게 저해할 정도로 과도하지 않고 표현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다” 며 시정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냈고, 교육인적자원부 또한 이 자료가 현장수업에 활용되지 않도록 하라는 조치를 했을 뿐이다. 한마디로 국민의 상식과는 거리가 먼 해석과 대응책이라고 하지…
정부 여당이 수도권에 8개 첨단업종 공장 신·증설을 허용할 방침을 밝힘으로써 경기도의 당면과제 하나가 숨통을 트게 됐다. 경기도가 주장해온 25개 업종+알파에는 크게 못 미쳐서 도민 불평은 가라앉지 않고 있으나 수도권정비법에 꼭꼭 묶인 지 10년만의 허용이라는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수도권 과밀방지와 난개발을 이유로 공장 신·증설을 규제해온 것은 역차별이며 세계화시대의 경쟁력을 감소시키는 정책이다. 수도권에 공장 신·증설이 안될 경우 수송비·관리시스템 등 여러 요인으로 지방이 아닌 해외로 갈 수 밖에 없다는 게 기업들의 주장이다. 다행히 발등의 급한 불은 끈 셈이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번 조치로 신설이 허용되는 8개 업종은 감광재. 프로세스 케미칼 등 화학약품과 LCD모니터를 비롯한 컴퓨터입출력장치 및 기타 주변기기·파워모듈 등 발전기 및 전기변환 장치·다이오드 트랜지스터·유사반도체·인쇄회로 판·전자부품·방송수신기·영상음향기·광섬유 등이다. 이 외의 다른 업종의 공장 건축이 여전히 불가능하다. 정부는 난개발문제 때문에 부득이 공장 신·증설 기간을 내년 말까지 허용하기로 하고 수도권정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서 성장관리지역내의 산업단지에 한하여 신·증
기자생활 하다가 정책홍보 전문가로 국가공무원이 된 지 8개월째다. 올 1월초 국가청렴위원회 개방형 직위 공채로 임용됐다. 정책홍보직에 민간전문가가 공채된 간부(서기관급 이상)는 국회 국방부 청렴위 등 30 여명에 이른다. 대개 종전 직업이 필자처럼 십수년간 기자와 홍보대행인 생활을 해 본 경력자들이다. 이들이 국록을 먹으면서 겪는 민(民)과 관(官)간의 경쟁력 느낌은 어떨까. 지난 6월과 9월 말경 두어 번에 걸쳐 열린 ‘정책홍보 관계관 워크숍’과 ‘정책홍보 책임자 청와대 간담회’를 통해 나타난 공통된 견해는 일반의 시각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즉 ‘공직은 민간보다 생산성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우선, 업무 효율성과 추진력에서 민간 부문이 많이 앞서는 것 같다. 올 6월 워크숍에서 강연을 한 중앙부처 정무직 간부는 ‘공직의 업무 효율을 민간의 30%’로 보았다. 예를 들면 민간기업의 직원이 창구에서 상품을 하루에 열개 판다면 공직자는 3개 밖에 못 판다는 얘기다. 그는 이어‘신규 임용된 민간전문가들이 종전에 하던 일 절반(50%)만 해도 공직 사회에서 대우 받는다’는 말을 아주 강한 어조로 말했다. 이달 들어 실시되고 있는 국정감사에서도 공직사회의 무사안일
남북 경제협력추진위(경추위) 등 합의사항 이행 등에 필요한 정부 계획안이 공개되면서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대북 지원 총액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우선 정부는 200만㎾ 대북 송전을 포함해 경추위 합의사항 이행 비용을 5년간 총 5조2,500억원으로 계획하고 있어 매년 1조 500억원의 돈이 든다. 여기에다 당분간 쌀과 비료를 올해 수준으로 지원하면 여기에도 매년 1조원 남짓 되는 돈이 따로 든다. 정부는 이미 올해 쌀 50만톤과 비료 35만톤의 대북 지원에 1조405억원의 예산을 썼다. 정부는 또 북핵문제가 해결국면에 접어들 경우에 대비하여 에너지와 물류운송, 통신 등 3대 인프라 구축 지원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 여기에 드는 비용은 아직 구체안이 나오지 않고 있으나 관계자들은 매년 GDP의 0.7% 수준인 5조원 정도를 기준으로 말하고 있다. 이를 다 합치면 매년 4조~5조원 정도, 5년간 20조원 이상이 대북 지원에 들어간다는 계산이다. 여기에는 개성공단 조성비랄지 남북 철도와 도로 연결 관련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1년에 4조5,000억원 수준이면 우리나라 전체 1,430만 가구가 한 가구당 매년 31만원이 넘는 돈을 대북 지원비로 부담
중국 정부가 한국산 김치와 고추장, 불고기 양념장 등 10개 품목에서 기생충 알이 발견됐다며 수입 금지조치를 취한데 대해 보복성 ‘맞대응’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자칫 한·중 통상마찰로 비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양국의 먹거리를 둘러싼 갈등이 지난 2000년 6월의 마늘파동처럼 통상마찰로 비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양국 서로에게 득될 것도 없다. 그러나 이 문제는 양국 관계니 국익이니를 들먹이면서 어느 선에서 적당하게 덮고 넘어갈 일이 결코 아니다. 이번 김치 파동은 다름아닌 국민의 먹거리 문제다. 중국 측의 다분히 맞대응 성격이 짙어보이는 조치는 차치하고서라도, 도대체 우리가 기생충 알까지 들어 있는 불량김치를 먹고 있는다는 게 말이 되는가. 이 기막힌 현안을 어떻게 해야 바로잡을 수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문제의 책임은 바로 우리 정부의 식품행정에 있다. 중국에서 수입되는 많은 먹거리에 적잖은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나온 것은 이미 5~6년 전부터다. 수입김치 파동의 저류에는 한국인의 추한 상혼이 스며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중국에서 김치를 만들어 파는 영세 제조공장의 운영자 대부분이 한국인이라고…
10·26 재선거 참패의 책임 소재를 놓고 당·청 간에 공방이 일고, 당 내에서도 친노·반노로 갈려 내홍이 일고 있는 열린우리당과 청와대의 모습은 참으로 안타깝고 보기에 딱할 뿐 아니라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막중한 국정 책임을 담당하고 있는 청와대와 집권여당이 이래서는 안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갈등은 다소 진정기미를 띠어가고 있다지만, 근본적인 분열 요소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으로서는 국정쇄신이 겉도는 가운데 야기될 책임정치의 실종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고 불안할 수밖에 없다. 여권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나 국정책임의 사명감을 지니고 있다면 이런 행태는 옳지 않다. 겸허한 마음에서 출발한 철저한 자성을 통해 체제 정비와 자기혁신에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야 하며 등 돌린 민심을 수습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국민 앞에 보여주어야 한다. 노 대통령의 정치적 꿈은 ‘지역통합’과 ‘개혁’이었고, 지금도 그 목표는 여전하다. 그러나 당초 열린우리당의 전신이었던 새천년민주당은 호남색이 너무 짙어 전국정당으로 인식되기보다는 영남권 한나라당의 반대선상에 서 있는 지역당으로 취급됐다. 그래서 ‘개혁’과 ‘전국정당화’를 기치로 내걸고 창당
‘나라는 갈팡질팡 어지러운데 뉘라서 나라건질 충신이 될 꼬 한양(서울)을 떠남은 큰 계획이 있음이요, 회복은 그대들에게 달려있나니 국경이라 달 아래 소리쳐 울고 압록강 강바람에 마음이 상하네. 산하들아 오늘이 지난 뒤에도 또다시 동서(與野)로 나누어 싸우려느냐.’ 임진왜란(1592~1598)으로 서울을 빼앗기고 의병장 정문부(鄭文孚)장군은 함경북도 길주 단천 등에서 왜장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와 치열한 전투를 치룰 때 조선조 14대왕(1552~1608) 선조임금이 북쪽의 땅 끝인 의주(압록강변의 신의주)까지 피난길에 닿아 자신의 무능함을 탓하고 신하들을 원망하며 지은 시조(時調)이다. 왜적의 임진왜란은 무방비상태에서 조선을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전쟁 20일 만에 한양(서울)을 빼앗겼으니 조선에게 왜란은 얼마나 치명적이고 절망적인 난리 이었겠는가. 나라는 위태로운데 붕당정치는 정치세력들 간에 파당으로 이어지고 나라는 점점 왜세에 밀려 서산으로 저물어가고 있었다. 이때에 가진 것도 없이 나타난 이가 있으니 그 분이 곧 의병장 정문부 장군인 것이다. 선조의 시조를 대하고 보니 어쩌면 지금의 정치 현주소와 닮아 가는 것 같아 첫 추위를 느끼는 이 가을에
주사파와 마르크스 혁명파는 지난 80년대 말 소련권의 붕괴와 북한의 기아사태로 급속히 쇠퇴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오히려 ‘좌파’들이 갈수록 극성을 피우고 있는 양상이다. 세계는 ‘우’로 가고 있는데 한국만 ‘좌’로 가고 있는 형국이다. 왜 그런가? 한마디로, 불량품이긴 하지만 잘 포장된 ‘좌’의 상품들이 대중적 패션을 주도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문화전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이념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탈북자 출신 영화감독 정성산씨는 영화 ‘쉬리’를 각색해 일약 유명해진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그는 평양에서 노동당 고위관료의 아들로 태어나 모스크바국립영화대학과 평양연극영화대학 연출학과를 나온 엘리트다. 그의 할아버지는 북한 교육부상(장관)까지 지냈다. 군대에서 남한 방송을 듣다가 발각돼 사리원 정치범 수용소에 끌려가 죽을 고비에서 간신히 탈출해 한국에 왔고, 그의 부모는 이 때문에 2002년 양강도 정치범 수용소에 끌려가 돌에 맞아 죽는 공개처형을 당했다. 이데올로기의 철저한 희생자이자 북한 인권참상의 생생한 희생자이기도 한 그가 북한 요덕 정치범 수용소의 실태를 뮤지컬로 만들고 있다고 한다. 2만여명이 수용돼 있는 요덕 정치범 수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