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고에 변하지 않는 것이 의·식·주(衣·食·住)의 불가결성이다. 그러나 순위는 바뀌고 있다. 동양 3국의 경우 더욱 그렇다. 지난날의 우리나라는 식·의·주 순이었다. 가난 탓에 배를 채울 수가 없었기에 먹는 것 말고는 다른 생각을 할 겨룰이 없었다. 오죽했으면 “굶기를 밥 먹듯 한다.”고 했을까. ‘보리고개’란 말이 생긴 것이나, “배 터지게 먹고 싶다.”라는 끔찍한 말이 생겨난 것도 굶주림 때문이다. ‘의복이 날개’라고 하지만 배를 채우고 난 뒤의 일이고, 집은 맨 나중 차례였다. 그런데 요새는 집이 첫째고, 입는 것이 둘째요, 먹는 것은 꼴찌로 순위가 바뀌었다. 집을 갖는 것이 인간의 꿈이자 인생의 목표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젊은층의 경우 강남아파트는 선망의 적이다. 아침은 바쁘다는 이유로 굶기 일쑤이고, 점심은 적당한 매식으로 때우고, 저녁은 제각각 해결하다보니 식탁이 사라진 가정도 없지 않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 5년에 걸쳐 111세대의 2331 식탁을 조사한 이와무라노부꼬(岩村暢子)의 보고에 의하면 “일본의 식탁은 붕괴됐다.”는 것이 결론이다. 젊은 주부들은 “식사 준비가 하기 싫어서” “식비를 아껴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서” “시간
200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지 십여일이 지났지만 그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 수능에서 문제가 된 것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출제위원의 선정부터 잘못됐다. 사설학원 강사 출신의 모 대학 겸임교수가 출제위원으로 참여했던 것으로 밝혀졌으니 변명의 여지조차 없다. 이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수능 출제위원 선정방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더구나 그 출제위원은 자신의 학위논문 내용의 일부를 수능의 지문으로 출제했고, 또 일부 학원에서는 마치 족집게처럼 그 지문이 출제될 것을 정확하게 예상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쯤되면 수능에 대한 모종의 음모설까지 제기될 만하다. 거기에 더해 과거 수능 출제위원을 역임했던 모 대학교수는 업무상 비밀인 수능 출제의 과정을 설명한 내용이 담긴 참고서를 출간해 파란을 일으켰다. 두 경우 모두 국가시험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수능의 공신력과 공정성을 땅에 떨어뜨린 일로 볼 수 있다. 잡음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출제위원 선정이 엉망이었으니 출제문제에 대한 시비가 잇따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아니나다를까. 해마다 반복되던 출제문제에 대한 시비가 올해는 더욱 요란하게 잡음을 일
한나라당이 국회에 제출한 정치개혁안은 그런대로 수긍 가는 점이 한두군데 있다. 개혁안 전체를 보면 그저그런 것들이지만 몇가지 눈에 띄는 것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나마의 변화라도 실현된다면 정치개혁에 일말의 보탬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는 것이다. 눈에 띄는 것은 두가지다. 하나는 지구당을 없애되 연락소를 두기로 한 것과 중앙당 및 시·도지부, 지구당 후원회를 폐지하기로 한 점이다. 문제는 지구당 간판만 바꾼 연락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원내외를 막론하고, 지구당의 존재와 역할은 크다. 동시에 폐단도 있다. 지구당은 조직을 관리하는 장점이 있지만 재정부담이 너무 크다. 지구당은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월간 수천만원씩의 운영비를 쏟아붇는 곳도 적지 않다는 것이 정가의 통설이다. 그래서 지구당은 ‘돈먹는 하마’라고 말한다. 국회의원의 세비나 후원금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결국 불법 정치자금을 끌어들이게 되고, 정치는 썩게 마련이다. 지금 정가를 긴장시키고 있는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는 필연의 결과다. 중앙당과 지구당 후원회 폐지도 새로운 제안은 아니다. 불법 정치자금을 둘러싼 시비가 생길 때마다 등장했던 숙제가운데 하나다. 한나라당
유럽의 맹주 자리를 놓고 영국·독일 등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프랑스의 정치구도는 유별난 데가 있다. 대혁명의 본고장답게 정치와 철학, 그리고 시민의식이 가장 발달한 정치선진국인 프랑스에서 채택하고 있는 국정의 운영방식은 이원집정부제다. 특히 현재의 집권형태는 이원집정부제의 특성과 장점을 십분 살린 것으로 평가된다. 우파(右派)인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국방과 외교를 맡고, 좌파(左派) 출신의 총리 조스팽이 내치를 맡고 있는 형국이니 좌·우파 간에 이념 논쟁 대신 상생의 정치를 펼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정치권 일각에서도 이원집정부제 형태로의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나서 그 귀추가 주목된다. 거대 야당인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정략적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현재의 정치구도로 봐서는 개헌선인 국회 3분의 2의 동의를 얻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은 움직임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의 최병렬 대표와 서청원 전 대표, 강재섭·김덕룡의원 등 당의 핵심 중진들이 엊그제 만나 내년 17대 총선 전에 헌법을 개정해 현행 대통령중심제를 분권형 대통령제로 바꾸고, 선거구제는 소선거구제에서 도농(都農)복합선거구제로 개편하자는 데 원칙적인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홍
경기도의 뚝심과 소신 행정이 도민들의 주요 관심사항인 교통체증 문제를 상당부분 개선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이는 소신행정의 표본으로 삼을만한 일이다. 경기도는 지난 13일 수지∼금곡나들목 1.6㎞ 구간의 버스 중앙전용차로제 시행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자체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도는 출근시간대인 오전 7∼8시 교통량 측정결과 전용차로 시행 전보다 버스가 5% 증가하였고 대신 승용차는 15% 감소, 대중교통 이용 유도에 효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이 시간 8천800여명의 통행인 가운데 버스 이용자가 5천600여명으로 63.7%를 차지했으며, 버스이용객 증가에 따라 구간을 이용하는 버스도 116대에서 138대로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일에 대해 혹자는 ‘그까짓 거!’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곳의 심각한 교통정체 현상을 알고 있는 시민들이라면 이번 일이 어떤 의미를 가진 것인지 명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이곳의 중앙전용차로제 시행과 관련해서 벌어졌던 일련의 사태들을 생각해 보면 그 의미는 더욱 남다르다. 몇 개월전 이곳의 중앙전용차로제 실시와 관련해서 성남시와 용인시, 그리고 주민들 간에 심각한 갈등과 반목이 빚어졌던 바 있다. 당시 성남
화성시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인·허가 업무를 담당하는 관계 공무원들이 모리배 못지 않은 짓을 하다 줄줄이 구속되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엊그제 전 화성시 산림계장 박모씨를 뇌물공여혐의로, 산림계 직원 2명은 뇌물수수혐의로 구속했다. 이로써 공장 인·허가 비리사건에 연루돼 구속된 공무원은 모두 5명으로 늘어났다. 이번 사건은 불법을 감시하고 단속해야 할 담당부서의 간부 공무원이 업자와 짜고 부정행위를 비호한데 그치지 않고, 자신이 거액의 투자까지 함으로써 공직을 사익의 발판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가증스럽다. 지저분한 범죄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직속 부하 두사람에게 부정행위를 눈감아 달라며 5백만원씩의 뇌물을 주고 받은 것말고도, 문화환경국장이 산림 훼손을 묵인해 준 대가로 고급승용차를 뇌물로 받기까지 했으니, 화성시는 시민을 위한 봉사기관이 아니라 부패공무원이 득실거리는 복마전 소리를 들어도 할말이 없게 됐다. 화성시가 안팎으로 망가지기 시작한 것은 이번 사건 때문만은 아니다. 얼마전에는 시장의 동창들이, 시장을 우습게 본다면서 세무과장을 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화성시는 이 시점에서 이미 공직 기강이 무너질대로 무너진 상태였다. 공직사회의 기강은…
“노인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인권과 복지권을 가지고 있다. 노인은 후손의 양육과 국가 및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여 온 자로서 존경받으며, 건전하고 안정된 생활을 보장 받을 보상권을 가지고 있다. 노인이 불행하면 가족이 불행하고, 가족이 불행하면 국가가 불행하게 된다.” 1999년 김대중 전대통령이 노인의 날에 즈음해 한 말이다. DJ가 아니더라도 역대 대통령들은 하나같이 노인의 복지권 옹호를 주장해 왔다. 특히 대선 때가 되면 노인표를 얻기위해 벼라별 소리를 다했지만 나아진 것은 거의 없다. 결국 한국의 노인들은 달콤한 말에 취해 살아온 셈이다. 좀 오랜된 통계이긴 하지만 1995년 OECD 국가들의 GDP 대비 사회복지 지출규모를 보면 우리나라가 3.7%로, 스웨덴 40.1%, 영국 21.6%, 일본 21.4%에 비해 턱없이 낮았다. 우리 정부의 노인복지 예산은 낮간지러웠다. 최근 4년 동안의 예산이 이를 입증한다. 2000년도 노인복지 예산(일반회계)은 2809억원으로 정부 예산의 0.25%, 2001년 3009억원으로 0.29%, 2002년 3897억원으로 0.35%, 2003년에는 4077억원으로 역시 0.35%에 지나지 않았다. 선거 때 약속했던 ‘1%
회사측의 노조원들에 대한 무리한 손배소 제기와 재산 및 급여가압류 등으로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최근 노조 간부들이 잇따라 자살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 와중에 며칠전 민주노총의 집회에서 무려 2년 8개월만에 화염병시위가 벌어져 관계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의 조정 역할이 절실하지만 정부는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정부는 지금 노동문제와 관련해 총체적 위기에 봉착해 있다. 최근에는 노사문제 외에 또 다른 노동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외국인 고용허가제 실시로 오는 15일 강제출국 위기에 몰린 외국인 노동자가 지하철역에서 전동차에 뛰어들거나 공장에서 목을 매 자살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지난 12일에는 김포시 소재 D엔지니어링 공장에서 방글라데시인 노동자 네팔 비꾸(34)씨가 목을 매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다. 그 보다 앞선 11일에는 지하철역 승강장에서 스리랑카 치란 다라카(Chiran Tharaka.31)씨가 선로로 뛰어들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비꾸씨와 다라카씨는 체류기간 4년이 넘어 출국여부를 놓고 고민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노동자들의 잇딴 자살 소식을 접하는 우리의 마음은 착
주말(15일)의 안양 평촌중앙공원은 시위 열기로 뜨거워질 전망이다. 예고되어 있는 바와 같이 이날 도내 31개 시·군단체장과 여야 국회의원, 광역·기초의회 의원, 각급 시민단체와 수천명의 시민이 참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린다. 집회를 갖는 이유는 수도권 역차별을 노골화하려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의 입법에 반대하고, 지방분권의 입법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경기도와 도 출신 국회의원들은 수도권을 말살하는 국가균형발전법을 악법으로 규정하고, 정부와 정치권을 상대로 치열한 입법 저지운동을 펼쳐 왔다. 그 선봉에는 손학규 지사가 있었다. 그는 심지어 청와대를 겨냥한 비난과 공격도 서슴치 않았다. 사사건건 충돌하는 여야 국회의원들도 이 문제만은 한 목소리를 냈고 입법 저지를 위해 공동전략을 세우는 일체감을 보여주었다. 심지어 경기도의회 홍영기 의장을 비롯한 4명의 수뇌부는 삭발까지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사상 처음으로 31개 시·군 단체장과 지방의원까지 가세, 그야말로 1000만 경기도민의 공분을 결집하는 범도 결의대회를 갖기로 한 것이다. 한마디로 경기도의 지도세력이 총궐기한 일련의 대정부 항쟁이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주말에 펼쳐질 범도민 반대결의
대학입시가 각일각 임박해 오는 상황에서 입시자료를 어느 쪽으로 할것이냐를 놓고 또다시 논쟁이 불거졌다. 엊그제 서울대학교를 비롯한 수도권 14개 대학이 2004학년도 입시전형자료를 NEIS로 만 접수하겠다고한 발표가 발단이 됐다. 이 발표가 있자 전교조는 NEIS만 접수하는 대학에 법적 대응을 할 것이고, 더 나아가서는 고3 학생들에 대한 학생부 CD 제작도 입력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교육부는 전교조 교사들이 NEIS 자료 입력을 방해할 경우 경찰의 도움을 요청할 것이라며 강경한 대응방침을 내놓았다. 한마디로 산넘어 산이고, 강건너 강이다. 한동안 내내 NEIS냐 학교종합정보관리시스템(CS)이냐를 놓고 신물나도록 다툰 것도 모자라서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교육정보화위원회를 설치하고, 지루한 협상을 해왔지만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이 오히려 더 큰 분란으로 번지고 말았으니 할말을 잊을 지경이다. 입시자료는 대학에 입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을 위한 것일 뿐이다. 때문에 당사자인 학생들 입장에서 보면 어느쪽이던 관계가 없다. 그들은 12년 동안 갈고 닦은 실력으로 심판을 받으면 그만이다. 그런데 학교와 교사가 성원을 해주지는 못할 망정 입시자료의 유형을 놓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