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뼈 /천수호 시속 백 킬로미터의 자동차 창밖으로 손 내밀면 병아리 한 마리를 물커덩 움켜쥐었을 때 그 느낌 바람의 살점이 오동통 손바닥 안에 만져진다 오물락 조물락 만지작거리면 바람의 뼈가 오드득 빠드득 흰 눈 뭉치는 소리를 낸다 저렇듯 살을 붙여가며 풀이며 꽃이며 나무를 만들어갈 때 아득바득 눈 뭉치는 소리가 사방천지 숲을 이룬다 바람의 뼈가 걸어나간 나뭇가지 위에 얼키설키 지은 까치집 하나 뼛속에 살을 키우는 저 집 안에서 들려오는 눈보다 더 단단히 뭉쳐지는 그 무엇의 소리 누구나 달리는 차 창 밖으로 손을 내밀어 본 적 있을 것이다. 이 시의 화자는 “병아리 한 마리를 물커덩 움켜쥐었을 때 그 느낌”이라는 아주 감각적인 발상을 한다. “오물락 조물락 만지작거리”면 “바람의 뼈”가 지나친 “나뭇가지 위에” “얼키설키 지은 까치집 하나”가 된다. 이처럼 새의 이미지로 변주되어 대상에 대한 안쓰러운 마음이 이입되고 질주하는 자동차라는 공간과 차창 밖으로 휙
우리나라 시각으로 어제 저녁 워싱턴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이 오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문 대통령의 방미는 취임 후 이번이 3번째로, 두 정상의 회담은 5번째다. 22일 오전 미국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담당하는 주요 인사들을 접견하는 것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하는 문 대통령은 이어 정오께 트럼프 대통령과 통역을 제외한 배석자 없는 단독회담을 한 뒤 주요 참모들이 참석하는 확대회담을 겸한 업무 오찬을 한다. 이번 단독회담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중차대한 문제에 대해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북미 간 갈등이 고조되는 과정에서 열리는 것이어서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다. 경우에 따라서는 단독회담이 장시간 소요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북한이 불만을 갖고 있는 한반도 비핵화 로드맵에 대해 이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그 해법을 놓고 두 정상은 머리를 맞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남북고위급 회담 무기연기에 대해 남북 간 핫라인을 가동하지 않았으나 문 대통령은 이번 방미 이후에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 결과물을 가지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핫라인’ 통화를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반도 운전자론의 당사자로서 그만큼 문 대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한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할 것 없이 한 목소리다. 출산율 저하 현상이 가속화된다면 국가 존립자체가 위태롭게 된다. 지방정부들도 자꾸 줄어드는 주민수로 인해 지자체가 해체되거나 인근 지역으로 통합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 출생아 수는 2만7천500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반대로 사망자 수는 2만5천명으로 대폭 증가하면서 인구 자연증가 수는 2천500명, 역대 최저가 됐다. 게다가 지난해 12월에는 건국 이래 최초로 인구 자연감소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출생아 수 감소 현상은 2015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27개월 동안 지속되고 있다. 혼인 건수도 6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인구절벽’ 현상이 현실로 다가와 있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이미 2000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7%를 넘어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지난해엔 14.2%를 차지, ‘고령사회’가 됐다. 불과 17년 만이다. 이 추세라면 21% 이상에 해당하는 ‘초고령화 사회’가 멀지 않을 듯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저출산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으나 효과가 없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아름다운 성곽이 지금은 관광시설로 보이지만 당시에는 모두의 목숨을 담보하는 시설로 매우 중요하였다. 그래서 재료의 사용에도 신중하게 결정될 수밖에 없었다. 돌이 벽돌보다 강하다고 생각하지만 돌은 불에 약해 화공을 받을 경우 터지고 무너져 내려 이미 중국에서 벽돌로 성벽을 만들고 있었다. 당시 중국을 다녀온 실학자들이 벽돌의 중요성을 주장하면서 수원성이 벽돌로 만들어지게 된다. 하지만 벽돌의 제작과 시공기술이 발달하지 못해 전체를 그렇게 하지 못하고 옹성과 일부 공격시설에만 채택하게 된다. 성문(城門) 부분은 보통 2가지 약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문짝이 목재로 되어 불에 타기 쉬운 점이고 둘째는 성문의 상부가 돌로 만들어져 역시 불에 약하다는 것이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성문은 철갑을 입히지만 철갑 또한 얇아 강한 불에 녹기 때문에 그 효과가 작다. 따라서 물을 부어 불을 끄는 장치를 추가하게 되는데 바로 오성지(五星池)가 그것이다. 화성성역의궤 도설 남옹성편에는 ‘북옹성과 다른 점은 홍예재료와 타구와 현안의 개수이고 나머지는 같다.’라고 되어 있다. 남·북옹성의 설계는 같은데 3가지 요소가 다르게 시공하게 된…
국민의 주거안정과 거주이전의 자유를 보장하고자 고가주택 아닌 1세대1주택은 비과세된다. 고가주택 해당분에 대해서도 10년 이상 살면 80%까지 소득공제 해준다. 주택을 살아가는데 필수재화로 보아 주택 한 채의 자본이득에 대해서는 과세를 완화해 주고 있는 것이다. 1세대1주택 요건이 단순해 보이지만, 현실세계에서는 요건을 갖추지 못해 과세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언론계에 30년 종사하던 독신의 기자 A씨는 노후 대책으로 오피스텔 한 채를 업무용으로 사두고 월세를 받고 있었는데, 은퇴가 가까워져 본인이 살던 시내 아파트를 팔고 교외로 나가고자 했다. 그런데 업무용으로 알고 있던 오피스텔에 세입자가 주소이전을 하지 않는다는 특약을 어기고 주소이전을 해서 살고 있었고, A씨는 그 사실을 모른 채 본인 아파트를 매각하였다. 이에 주거용 오피스텔과 본인 주택으로 2주택이 되어 A씨는 양도소득세를 꼼짝없이 내게 되었다. 강남에서 오래 살아온 B씨는 살던 단독주택이 낡아 새 아파트를 구입하여 이사를 하고 일시적 2주택으로 인정받는 3년 내에 살아왔던 단독주택을 팔았다. 그런 과정에서 친구의 말을 듣고 개발호재가 있는 소형 주택을 추가 구입하였는데 구입시점이
‘뇌송송 구멍탁’……10년 전 쇠고기 파동 때 피켓에 등장했던 구호다. 그런데 그랬던 광우병은 그 후 어떻게 되었을까? 2003년 미국의 광우병 발생으로 중단되었던 쇠고기 수입이 2006년 ‘30개월 미만, 뼈를 제거한 고기’라는 조건으로 재개되면서 광우병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었다. 그 후 2008년 4월 29일 MBC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가 방영되면서 수입반대 여론이 폭등하였다. 5월 2일 시작된 청계광장 촛불집회는 ‘72시간 연속 촛불집회’ ‘100만 촛불대행진’ 등 당시 역대 최대 규모의 촛불집회로 100일 이상 계속되었다. 아이들 먹을 것을 방치할 수 없다며 젖먹이를 데리고 집회에 참가한 ‘유모차 부대’가 생겨날 정도였다. 1천700여 개 시민단체가 모인 ‘광우병국민대책회의’가 이를 주도하였다. 5월 7일에는 국회에서 쇠고기 청문회가, 8월 1일에는 쇠고기 국정조사가 시작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하였고, 청와대와 내각을 전면 개편하
홍수 /장승진 끈질긴 욕망과 갈증의 아가리 분풀이하듯 비가 내린다 쿨럭이며 수 천 개의 마른 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흙탕물 비로소 강물은 차 오르고 부끄러움으로 벌개진 강의 얼굴 위를 쓰레기와 오물들이 흘러 내린다 목숨처럼 소중하게 여겼던 것들이 젖어 초라하다 속이 쓰리다 하지만 이해한다 난 나의 폭음暴飮을 좋아하진 않지만 이해하는 편이다 - 장승진의 시집 ‘환한 사람’ 중에서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일들을 ‘내가 나에게’ 시킬 때가 있다. 해도 될까, 해야 할까, 후회하지 않을까, 하다가도 어느 틈에, ‘그래 하자’ 쪽으로 기울면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된다. 그런데 그 일들에는 늘 장벽이 있기 마련이고 그것들을 제거하느라 흙탕물 같은 부끄러움들이 끼어들게 된다. 사업도 그렇고 생활도 그렇고 연애까지도 그렇다. 욕망과 갈증이 홍수처럼 지나가고 나면 그 뒤에 쓰레기와 오물을 남긴다. 그것들이 타인에게 해악을 끼친 일이었다면 그 부끄러움은 극에 달할 수도 있다. 반성하고 성찰하고 용
북핵해결, 한반도 통일, 노벨평화상 수상, 통일대박 사업 추진. 며칠 전까지만 해도 꿈에 부풀었던 얘기들이다. 그러나 최근 북한이 한미훈련을 트집잡아 남북고위급 회담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북미회담까지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북한이 한미훈련을 트집잡아 일방적으로 회담연기를 통보한 것이다. 이에따라 북미정상회담이 임박하면서 우리 정부의 대응방안이 주목되고 있다. 정부도 한국과 미국을 겨냥한 북한의 돌출행동에 의아해 하고 있다. 난데없이 북한이 맥스선더 훈련, 한미연합훈련을 표면적인 이유로 내세우고 있으나 맥스선더 훈련은 남북 정상회담 이전인 지난 4월부터 잘 알려진 내용이다. 더욱이 북한이 고위급회담 연기를 통보한 이전부터 이미 훈련은 시작되고 있었다. 그러기에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측으로부터 강도 높은 비핵화 요구에 딴지를 걸고, 태영호 전 공사의 기자회견 등을 문제 삼아 복합적인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나아가 미국도 북미정상회담 운명을 심사숙고하라는 경고성 발언마저 있어 일부에서는 협상의 주도권을 자기들이 가져가려는 의도가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있다. 남북정상회담이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이같이 터무니
6·13 지방선거가 24일밖에 남지 않았다. 각 후보자들은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그런데 선거기간 중 지방정부 수장이 출마하느라 자리를 비우거나, 임기 말 누수현상으로 행정공백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한심한 일이다. 공직자들은 시민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인데 누가 당선될지 눈치를 보거나, 윗사람이 없다고 업무를 게을리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하던 일을 묵묵히 계속하는 것이 참 공직자의 자세다. 선거철마다 빚어지는 현상이지만 도내 유흥가 일대에서 무질서한 상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한다(본보 18일자 1면). ‘행정단속 사각지대’를 노리고 노골적인 불법호객행위와 함께 낯 뜨거운 불법음란전단지를 마구잡이로 배포하고 바가지요금을 씌우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수원시 인계동 일대와 수원역, 안양 일번가, 성남 분당 서현역, 화성 동탄신도시, 병점 중심상가 등에선 호객행위가 반복되고 있다. 수원시 인계동 일대는 일명 ‘박스’라고 불리는 지역으로 음식점, 숙박업소, 유흥업소 등이 집중된 곳이다. 유흥업소 중에는 음란퇴폐업소들도 많다. 매년 경찰의 단속에도 불구, 이른바 ‘삐끼’들의 극성스런 호객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 박스 안에는 수원시청도 있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족애의 의미를 되새기는 날이 많아서 챙겨야 할 것이 많다. 택시를 탔는데 연배가 있으신 기사님이셨다. 자연스럽게 어버이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어버이날에 자식들이 주는 용돈을 어린이날 손주들한테 그대로 주니까 뭐 그렇더라 평상시에나 잘해야지…. 어버이날 자식들이 챙겨주는게 별로 반갑지 않다. 그런데 또 지들 바쁘다고 못 온다고하면 섭섭하고 참…’ 그 말을 들으면서 나 역시 내 아이들한테 받아야 한다는 것보다 챙겨야하는 의무감에 5월 가정의 달은 무엇인가 이벤트를 하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하고 죄책감에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매년 언론에서 보도된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 의해서 살해된 여성’ 분석을 하고 통계로 내고 있다. 2017년 역시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 의해 살해된 여성은 최소 85명, 살인미수 등으로 살아남은 여성은 최소 103명으로 나타났다. 또한 피해여성의 자녀나 부모, 친구 등 주변인이 중상을 입거나 생명을 잃은 경우도 최소 55명에 달했다. 혼인이나 데이트관계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