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흰나비 애벌레 /문정영 고치벌은 배추흰나비 애벌레의 몸에 알을 낳아 기른다. 애벌레들은 애벌레의 몸속을 갉아먹으며 자란다. 고치벌 애벌레들이 몸을 뚫고 나올 때까지 배추흰나비의 애벌레는 날아가는 몽상을 한다. 내 숨을 먹고 자란 별빛들아, 너희들은 날아 또 다른 몸에 수태할 때까지 너희들은 내가 기른 목숨이다. 내 속이 까맣게 타고 뱃가죽이 딱딱해져도 내가 날아야 할 한 평의 배추밭마저 너희들에게 나누어주마. 아프리카 수단 4만 명의 유괴된 아이들아, 내 몸속에 너희들의 계절이 푸르게 남아 있구나. - 문정영 시집 ‘그만큼’ 우리의 생명은 언제부터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왜 여기 이 자리에 와서 왜 또 가야만 하는 것일까. 신의 섭리인가. 수십억 년 전 유전자의 이기적 행태인가. 아무리 따져 물어도 우리는 우리 생명의 근원을 알 길이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우리는 우리의 생명에 대하여 애원과 절망을 섞어 매달릴 수밖에 없다는 것. 기쁨과 서러움을 섞어, 우리의 목숨을 내어주며 별빛을 기를 수밖에 없다는 것. 속을 태우면서, 유괴된 아이들과 가난한 친구들과 남루한 인류에게 한 평의 마음밭이나마 내어줄 수밖에 없다는 것.…
정부가 대학 입학금을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에 발맞춰 전국 4년제 국공립대가 2018학년도 신입생 입학금을 폐지하고 이번 수시모집부터 전형료도 인하하기로 했다. 국공립대총장협의회는 지난달 서울대 교수회관에서 제3회 정기총회를 열고 이같이 결의했다. 협의회는 전국 50여 개 4년제 국공립대 가운데 고등교육법을 바탕으로 설립된 41개 학교 총장들이 구성한 협의체로 경북대·부산대·서울대·전남대·충북대 등 지역 주요 국립대(거점국립대) 10곳, 군산대·금오공대·부경대를 비롯한 지역 중소 국립대 19곳, 교육대학교 10곳 등이 참여하고 있다.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는 지난 8일 회장단 회의를 열어 “입학금 폐지는 시기상조”라며 “대학 재정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입학금을 폐지하면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고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의 사립대 입학금 사용용도를 분석한 것을 보면 이같은 주장이 얼마나 허구인가를 나타내준다. 사립대학 입학금 가운데 입학관련 업무에 들어가는 비용은 14%뿐이라는 것이다. 일부 대학은 100만 원에 육박하는 입학금을 받으면서 일반 운영비로 43.9%, 홍보비로 22.5%를 사용했다고 한다. 잇속 챙기기에만 골몰
한국등잔박물관이 개관 20주년을 맞았다. 용인시 처인구 모현면 능원리에 있는 한국등잔박물관엔 우리 조상들의 밤을 밝히면서 크고 작은 사연을 간직한 등잔, 촛대, 서등, 제등 등 다양한 전통 등기구가 전시돼 있다. 세계문화유산 수원 화성의 독특한 시설물 가운데 하나인 공심돈을 옮겨온 듯한 형상의 박물관은 모두 3층인데 지상 1층과 2층은 주 전시실, 3층은 특별전시실이다. 이 박물관은 지난 1997년 문을 열었다. 의사이자 사진작가로서 수원지역 문화예술계의 어른이었던 수원 출신 고 김동휘 선생(1918-2011)은 사비를 들여 평생 옛 등기들을 수집했다. 그리고 자신이 운영하던 수원의 보구산부인과 병원 2층에 등잔 전시장을 설치했다. 선생의 등잔수집 소문이 널리 퍼져 여러 차례 전시회를 갖기도 했다. 1968년에는 국립중앙박물관·국립민속박물관 소장품과 함께 두 차례 공동특별전을 개최했으며 1971년에는 등잔으로만 단독으로 당시 수원여성회관에서 전시회를 했다. 1991년 가을 롯데월드에서 소장품전을 열었는데 인기가 높아 전시기간을 두 달이나 연장했을 정도였다. 앞에서 선생을 ‘수원지역 문화예술계의 어른’이라고 했는데 실제로 수원문화원 기초를 다지고 수원예총, 그
미래 사회를 예측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인구구조 변화를 살펴보는 것인데 우리 사회의 가장 특징적인 변화는 고령화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2025년이 되면 총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20%를 넘게 되는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령화 속도는 빨라지는데 기업에서의 퇴직연령은 오히려 낮아져 최근에는 평균 51세라고 한다. 특히 우려스러운 사실은 베이비 부머 세대(55년~63년 출생)의 퇴직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베이비 부머 세대는 약 700만명으로 총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퇴직을 하고도 계속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부모님을 봉양하고 취업 못한 자식을 부양해야 하는 낀 세대로 정작 자신의 노후는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중년의 생계형 취업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신중년의 고용의 질은 다른 세대에 비해서 현저하게 열악한 상황이다. 자영업, 비정규직, 단순노무직의 비율이 전체 평균보다 높다. 자영업 비중이 높은 것은 재취업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자영업을 선택한 측면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비정규직
응급실에 수년간 근무하다 보면 여러 가지 안타까운 일을 많이 겪게 되는데 그 중에서 의사와 보호자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 하고 당황하게 하는 것이 말 못하는 어린 아이가 이유 없이 자지러지게 울면서 응급실로 내원하는 경우이다. 아이가 죽어라 울어대고, 우는 이유를 모르니 어떻게 해주어야 할지도 모른다면 그 어떤 부모가 당황하지 않겠는가? 또한 이런 부모를 대하는 의사는 얼마나 심리적으로 조급해지겠는가? 이렇게 말 못하는 아이가 갑자기 죽어라 울며 부모와 응급실 의사를 당황하게 만드는 질환의 하나가 ‘장중첩증’이다. 이는 말 그대로 긴 망원경을 폈다가 접을 때처럼 장의 위와 아래 부분이 겹쳐지게 되는 상태를 말하고 이렇게 되면 장속이 좁아져서 음식물이나 대변이 내려가지 못해 장폐색 증상이 나타난다. 또 장이 연동 운동을 할 때마다 심하게 배가 아프고 장벽이 눌려서 장벽 속에 있는 혈관을 통해 피가 흐르지 못해 장이 썩을 수도 있고 심하면 터져서 복막염이 되어 생명이 위독할 수도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중첩증 환아는 필자가 14~15년 전 응급실에 근무할 때인데, 갑자기 다리를 배로 끌어당긴 채 심한 복통으로 자지러지게 울고 얼굴빛은 창백
1971년도에 중학교에 입학했다. 삽과 곡괭이를 들고 교문에서부터 교실에 이르는 진입로 포장공사를 선생님과 학생들이 손수 했다. 연못도 만들었다. 주번들은 아침 일찍 등교해 교내는 물론 학교에서 경기도교육위원회(현 경기도교육청)까지 살수차를 끌고 물을 뿌리고 다녔다. 그때만 해도 교장선생님을 꽤나 극성쟁이로 생각했다. 필자의 선친도 수원 인근의 신설 중학교 교장이셨다. 학교진입로와 운동장은 당연히 진흙투성이였다. 자갈과 모래를 까는 일에 고사리손들이 동원됐다. 학생들에게 일을 시킨다는 제보를 받고 교육청에서, 언론사에서 찾아왔다. 교장이 학생들과 같이 바지를 걷어부치고 삽질을 하는 모습을 보고는 그냥 돌아갔다고 한다. 학생들이 힘은 들었지만 포장공사나 정지작업을 스스로 해냈다는 자부심도 있었다. 새마을운동이 학교에도 들풀처럼 번질 때였다. 1969년 8월 어느 날 영남지역에 큰 물난리가 났다.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수해지역을 시찰했다. 기차를 타고 가던 그는 차창 밖을 바라보다가 신거역에 멈췄다. 경북 청도군 청도읍 신도마을이었다. 수마가 휩쓸고 간 마을 안길과 제방을 보수하기 위해 아이부터 허리 굽은 노파까지 모두가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
늪 /정호승 지금부터 절망의 늪에 빠졌다고 말하지 않겠다 남은 시간이 한 시간도 채 되지 않는다 할지라도 희망의 늪에 빠졌다고 말하겠다 절망에는 늪이 없다 늪에는 절망이 없다 만일 절망에 늪이 있다면 희망에도 늪이 있다 희망의 늪에는 사랑해야 할 사람들이 가득 빠져 있다 - 정호승 ‘밥값’ / 창작과 비평 세상에서 길을 잃어버렸을 때 자신은 길과 멀어진다. 잃어바린 길을 찾아간다는 것은 자신을 찾아간다는 것과 동일하다. 자신 안에 들었던 희망과 절망은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서로에게 비추어지는 모습에서 찾는 동일성은 결국 자싱의 몫으로 회귀된다. 사랑해야 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 ‘희망’이라는 시간 안에서 언제나 새벽의 얼굴로 ‘늪’에 한 발씩 디밀고 있다. /권오영 시인
학교 부적응으로 인해 중도에 탈락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특히 초중학교의 경우 의무교육 대상이어서 정규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 학부모나 학교 측 모두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그래서 이들을 특색 있는 교육과정 운영을 통해 보듬어 줄 대안학교의 활성화가 사회의 현안이 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경기도 내에는 대안교육 위탁기관 치유학교인 ‘경기수원로움학교’와 ‘경기고양위더스학교’가 지난해 개교해 운영되고 있음은 바람직한 일이다. 유사 대안학교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는 현실에서 경기도교육청이 공모를 통해 대안교육 위탁기관 치유학교를 지정·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고양시 아동청소년건강복지센터가 운영중인 고양위더스학교의 경우 지난해 6월 10명의 학교생활 부적응 학생에 대해 정서 및 생활 전반에 걸쳐 지원을 한 결과 모두 7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올해는 11명의 학생 가운데 이미 3명이 다시 정규학교로 복귀했다. 집중적인 심리지원 프로그램과 정서 및 행동양식에 대한 상담과 치유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과정도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정규수업은 물론 인지치료 원예치료 예술치료 요가 등 특색있는 수
지난 9월 28일자 본란은 도태호 수원시 제2부시장의 안타까운 자살 소식을 전하면서 생명존중인식이 확산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범정부차원의 시급한 종합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13년째 1위다. 2016년도 인구 10만명당 25.6명이라고 한다. OECD 평균 자살률 12명에 비해 두 배 이상 높다. 2위는 헝가리 19.4명으로서 큰 격차가 난다. 우리나라에서 자살률이 급증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다. 자살 1위 국가의 행복지수는 당연히 낮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행복지수는 OECD회원국 32개국 중에서 31위였다. 이는 지난 2월 OECD의 발표다. ‘일하다 지치면 한국인을 생각하며 위안을 얻어라’는 말은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보도한 내용이다. 치열한 경쟁과 현격한 빈부격차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은 클 수밖에 없고 자살을 택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전국 자살사망자수는 2016년 1만3천92명으로,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25.6명이다. 특히 안타까운 것은 노인자살률이 엄청나게 높다는 것이다. 지난해 전국 65세 이상 노인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53.3명이었다. 이는 15~64세 자살률 25
한글날은 우리에게 기나긴 추석연휴를 하루 더 늘려 주었다. 세종대왕께 다시 한 번 감사해야 할 일이다. 한글 창제를 기념하려는 노력은 일제 강점기에 시작되었다. 1926년 조선어학회에서 ‘가갸날’을 정했고, 1928년 ‘한글날’로 바꾸었다. 당시에는 음력 9월 29일이었으나, 1945년 훈민정음 해례본에 근거하여 양력으로 환산하여 10월 9일로 정해졌다. 2005년에 국경일로, 2012년에 공휴일로 지정되었다. 그런데 한글을 세종대왕이 발명했고, 전적으로 독창적이라고 아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세종실록에 따르면 세종 25년(1443)에 “임금께서 친히 언문 28자를 지으셨다”고 하였다. 또 세종 28년(1446)에 ‘훈민정음’이 반포된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세상 모든 발명품이 그렇듯이 이전에 전혀 없던 것이 갑자기 탄생할 수는 없다. 한글창제 과정을 연구한 정광의 저서 ‘한글의 발명’에 따르면 인도의 음성학과 팔만대장경을 공부하는 스님들의 조언, 파스파 문자의 영향을 받았고, 세종대왕의 가족들과 성삼문, 신숙주 등의 신진학자들의 연구가 모여서 만들어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