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이면 한두 차례 군에서 같이 근무했던 전우들을 만난다. 이번 주말 그들과의 송년회가 기다려진다. 1982년 제대했으니 37년째 이어져오는 끈질긴 만남이다. 남자들 셋만 모이면 군대 이야기다.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지만 남자들도 만만찮다. 혹자들은 제대하고 나면 부대 쪽을 향해 XX도 안 눈다고 우스갯소리를 한다. 그래도 군대 얘기가 나오면 신이 난다. 자신들이 가장 고생한 것인 양 무용담을 늘어놓는다. 당시 동료 전우들은 물론 소대장 선임하사(행정보급관)에 국방장관을 지내신 중대장까지 수십 명이 모인다. 50대 후반에서 60이 훌쩍 넘은 나이들이다. 1979년 군에 입대했을 때는 전쟁만 치르지 않았지 정말 나라가 풍전등화의 위기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재규의 총탄에 서거했고, 전두환 장군의 12.12 군사쿠데타에, 광주민중항쟁 등 굵직한 사건들로 점철됐던 시절이었다. 실전상황인 준전시상태의 비상이 발령됐으니 그 시절 군에서 지낸 사람들의 몸과 마음은 분주했다. 지금은 어디에다 버렸는지 모를 ‘국난극복기장’이라는 마치 훈장처럼 생긴 흉장을 달고 휴가를 나오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북을 향해야 할…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의 원인이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수원광교에서도 또 화재가 발생했다. 성탄절인 25일 오후 2시40분쯤 광교신도시 오피스텔 건설현장에서 화재가 일어나 1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쳐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이날 화재현장 인근에는 대형 쇼핑몰과 아파트단지가 들어서 있어 하마터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 했다. 그러나 경기도재난안전본부의 신속하고도 현명한 대응으로 그나마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경남 수원소방서장 등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즉각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소방헬기와 함께 인근 용인 화성 오산 송탄 등 10개 소방관서에 장비와 인력을 투입토록 했다는 것이다. 이날 화재신고가 접수된 시각은 오후 2시46분이었는데 선착대가 현장에 도착한 시각은 불과 4분만인 2시50분. 즉각 인근 소방서에까지 신속한 출동을 요청해 장비 59대와 138명의 소방인력이 투입됐다. 화재진압 경험이 많은 인근의 베테랑 소방관들은 인명구조작업은 물론 인화성 물질이 있는 곳으로 불이 번지지 않게 하기 위해 소방력을 집중해 2시간 반만에 불길을 잡았다. 제천 화재 발생 당시 화재 진압을 위한 1차 투입 인력은 모두 13명으로 초동대
‘궁(窮)하면 통(通)한다’는 말이 있다. 이는 궁했기 때문에 통할 거라는 단순한 낙관론이 아니라 위기상황에서 ‘지혜의 변수’를 가하라는 뜻일 게다. 때문에 ‘궁즉통’이 아니라 ‘궁즉변 변즉통(窮卽變 變卽通)’이 올바른 표현같다. 44일 후에 개막하는 평창동계올림픽은 그 동안 바로 이 ‘변(變)’자가 화두였을 것이며, 올림픽 이후에도 여전히 지혜와 순발력의 변수가 가동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 2011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성공 당시 92%에 이르는 국민이 지지와 환호를 보냈는데도 준비과정에서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설상가상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긴장감이 고조된 탓에 행사 개최는 물론 참가 자체에 우려를 표하는 국가들이 있을 정도였다. 다행히 지금은 행사를 위한 준비평가도 흡족한 수준이며 기금 조성도 목표치를 넘었다고 하니 그동안 조직위원회가 ‘변의 지혜’를 제대로 발휘한 듯하다. 하지만 필자는 행사가 성공적으로 치러진 이후가 더욱 걱정스럽다. 통상 올림픽 유치를 두고 경제적 효과를 수치로 환산한다. 조직위는 총 13조 원 정도
‘안 먹을 음식은 먹기 전에 미리 돌려주자’는 캠페인 광고를 봤다. 눈에 확 들어오는 문구다. 특히 요즘처럼 송년회를 비롯한 각종 모임이 잦는 때에는 꼭 필요한 정보이고 실천해야할 사항이다. 한정식이나 상차림의 가짓수에 신경을 쓰는 업소를 보면 비슷비슷한 반찬과 절임류와 나물 등 수십여 가지의 찬으로 큰 상이 가득하다. 가짓수가 많아 먹기도 버겁고 필요이상으로 많이 나오는 염장식품은 부담스러워 손이 덜 가게 된다. 주문한 음식이 나왔을 때 본인이 먹지 않는 음식은 되돌려 보냄으로 자원낭비도 막고 음식물 쓰레기도 줄일 수 있다면 얼마나 합리적인 방법인가. 음식점에서 수저도 안댄 반찬을 볼 때 버려지는 것이 아깝기는 했지만 먹기 전에 되돌려 준다는 생각은 못했다. 어려운 일도 아니다. 가족끼리의 식사자리에는 음식의 호불호를 알기 때문에 가족의 식성에 따라 좋아하는 음식은 추가하고 먹지 않는 음식은 미리 돌려보냄으로써 맛있게 부담 없이 식사를 하면서 남기는 음식을 최대한 줄여보자는 것이다. 서해안 고속도로의 한 휴게소 자율식당에는 반찬마다 가격이 있어서 본인이 먹고 싶은 음식만 선택해 먹을 수 있어 좋다. 한식과 양식 등 메뉴를 골고루 갖추고
12월 26일, 이 날의 시계를 38년 전으로 되돌려 보자. 1979년 이 날, 북한은 ‘모스크바 하계올림픽’ 참가의 남북단일팀 구성을 위한 남북대화를 대한체육회에 제의했다. 지금 우리 정부는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이하 평창올림픽)에 북한의 참가에 대해 현명한 선택의 결정을 하도록 기대하고 있다. 얼마 전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케이티엑스(KTX) 경강선’ 시승식의 대통령 전용열차(트레인1) 간담회에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바란다고 표명했다. 조명균 통일부장관도 취임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조건 없는 남북대화의 개최를 제안하고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에 대한 기대를 표시해오고 있다. 이런 기대는 우리 정부의 인내심과 기다림이라는 선택의 시간적 흐름을 담고 있는 것이다. 분단 이후 남북관계에서 체육회담은 그 어느 분야의 회담보다도 먼저 시작됐다. 특히 분단사상 처음으로 남북체육회담의 물꼬는 ‘올림픽’의 단일팀 출전문제로 비롯됐다. 그 출발점은 ‘도쿄 하계올림픽’의 남북단일팀 출전여부를 두고 1963년 1월과 5월의 남북체육회담이 로잔 및 홍콩에서
주소를 지우다 -치매행致梅行·11- /홍해리 소식을 보내도 열리지 않는 주소 아내의 이메일을 지웁니다 첫눈은 언제나 신선했습니다 처음 주소를 만들 때도 그랬습니다 첫눈에 반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내 눈이 사로잡은 아내의 처녀 아직도 여운처럼 가슴에 애련哀憐합니다 이제는 사막의 뜨거운 모래 위 떨어지는 물방울 같은 내 사랑입니다 열어보고 또 열어봐도 언제부턴지 받지 않는 편지를 쓰는 내 마음에 멍이 듭니다. - 홍해리 시집‘치매행致梅行’ / 황금마루 ‘아내가 문을 나섭니다 어디로 가는지도 왜 가는지도 모른 채 그냥 집을 나섭니다’로 시작되는 시인의 「다 저녁때-치매행·1」을 읽으며 가슴이 먹먹했었다.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으며 집에서는 세 아이와 여간 까다롭지 않은 시인님의 뒷바라지를 묵묵히 수행하시던 현모양처”(임채우 시인의 발문 中)라는 시인의 아내. 어느 날 “집사람이 명사를 기억하지 못해”라는 시인의 말에 모두 깜짝 놀랐다고 한다. 치매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것, 겪는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고통이다. 첫눈에 내 삶의 모든 것을 같이 하고자…
자고 나면 사고다. 과연 사고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언제 벗을 수 있겠는가 참담하다. 29명이 목숨을 잃은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를 보면서 국민들은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낚싯배 사고로 13명이 숨진 지가 불과 얼마 전이다. 불이 난 건물은 목욕탕과 헬스클럽, 식당 등이 몰려있는 다중이용시설이라 피해가 컸다. 건물공사에서부터 화재대비 사고대처과정 등 어느것 하나 제대로된 구석이 없는 것 같다. 생존한 사람들의 말을 빌면 조금만 더 안전 관리에 주의를 기울였더라도 얼마든지 인명 피해를 줄일 수도 있었다고 한다. 지진 때 취약성을 드러낸 피로티 건물구조에서부터 화재에 약한 드라이비트 공법 등은 사고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였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갑자기 연기가 앞을 가려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애초부터 사우나의 출입문 시설이나 비상구가 탈출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 내에 스프링클러의 작동도 평소 고장이 잦았다고 한다. 조사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형식적인 소방시설이 아니었나 하는 의구심도 있다. 20여 명이 한꺼번에 변을 당한 여성 사우나의 경우를 보면 더욱 그렇다. 유사시 안전을 조금이라도 염두에 뒀다면 피해자가 한층 줄었
지방자치가 부활하고 지방의회가 복원된 지 27년이 됐다. 지방의회가 ‘지방자치의 꽃’이라고도 불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방정부의 재정과 정책, 사업, 기타 지방자치단체의 조직과 운영 사항 심의하고 의결하며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 등이 민의를 어기고 옳지 않은 사업을 강행한다면 이를 통제할 수도 있다. 지방정부의 수장에 맞먹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27년이 지난 지금에도 지방의회 의원 능력과 자질 논란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지방의원들의 막말, 음주운전, 성추행, 폭행, 이권개입, 채용비리, 외유성 출장 등 비리는 끊임없이 신문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이는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다. 일탈행위를 접하면서 과연 이들에게 중대한 권한을 맡겨도 괜찮은가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게다가 자신의 소신 대신 소속 정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끌려 다니고 있다. 반대하면 다음 선거 때 공천에 탈락되기 십상이다. 지역에 물난리가 났을 때 유럽 외유를 했던 충북지역의 어떤 도의원이 국민들을 쥐 종류인 레밍에 비유해 비난을 받고 있다. 지방의원들이야말로 그의 발언처럼 ‘지도자에게 우르르 몰려가는’ 존재들이라고 할 수 있
쇳대박물관 입구에는 ‘최가 철물점’이라는 작은 안내판이 자리하고 있다. ‘최가 철물점’이라는 이름에서 친근하면서도 고집스런 장인의 냄새를 엿볼 수 있다. 지난번에 이어 빗장 여행을 이어가보자. 빗장은 4층에도 전시되어 있지만 3층 기획전시실에서 더 많은 빗장의 종류를 만날 수 있다. 빗장에는 반드시 기다란 막대를 걸 수 있는 둔테가 필요한데 이 둔테는 한 쌍으로 만들어 부착하였다. 그래서 빗장의 전시물들은 모두 한 쌍씩 셋트로 전시되어 있다. 거북등모양이 각양각색이다. 나무 결을 그대로 살린 것이 있는가 하면, 실제 거북등딱지처럼 모양을 한 땀 한 땀 새겨넣은 것도 만날 수 있다. 둔테의 모양은 물고기 모습도 만날 수 있다. 물고기는 눈꺼풀이 없어 늘 눈을 뜨고 있다. 그래서 늘 눈뜨고 집안을 지켜주길 바라는 마음이 물고기 빗장에는 담겨 있다. 3층 기획전시실을 벗어나 다시 4층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4층의 빗장 코너에는 아프리카의 빗장도 전시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빗장은 거북과 물고기 같은 모양이어서 귀엽고 앙증맞은 반면 아프리카 빗장에서는 약간의 비장함이 느껴진다. 빗장코너를 지나 한 칸씩 자리하고 있는 18개의 독특한 자물쇠를 마주한다. 고려시대의 자물
“날씨는 참 좋았제, 구름도 한 점 없는 그런 날 훨훨 날아갔데이. 허리 구부리고 양팔 휘적휘적 저으며 그래 바지런케 살더이. 무슨 힘으로 저래 높은 하늘로 미련도 없이 훨훨 날아갔을꼬. 매정도 하제, 갈 때는 어째 그래 덧없이 가노. 봄날에 나비처럼 우리 형님 박분화씨 그래 날아갔부렜데이.” 남도 구슬픈 배따라기 한 자락 풀어내듯, 하늘 환하게 열리고 구름 비껴선 얼마 전 그날 얘기를 엄마는 수도 없이 하고 또 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한 번 더 떠올리고 기억하고 싶으신 거다. 갓 스물에 시집 와 지척에 살림 꾸리고 고락을 함께 해 온 사이. 남편 먼저 보내고도 서로 다독이며 의지 해 온 오십년지기 단짝. 팔순이 넘도록 아침저녁으로 안부 전하던 그 손윗동서룰 먼저 보낸 헛헛한 마움. 무엇으로도 그 빈 곳 채울 수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기에 묵묵히 그 얘기 듣고 또 들어드린다. 봄꽃 진 자리에 여름 꽃 꽃대 올리듯 삶 속의 죽음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 인식하면서도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야 하는 현실 앞에서는 숱한 사람들이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마지막 죽음을 준비하던 가장이 꺼져가는 한 가닥 희망을 붙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