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롤모델로 생각하는 분이 있다. 이 분은 중견기업에서 임원으로 재임하고 명예 퇴직을 하셨다. 50대 초반에 퇴사를 하셔서 처음에는 많이 당황하셨고 회사에 대한 섭섭함도 있었다고 한다. 회사의 창업 멤버로 입사를 해서 회사 성장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는데 막상 나가려고 하니 억울한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다행히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귀농을 선택하셨다. 귀농 후 새롭게 농사도 배우고 자신의 직장생활 경험을 담은 책도 출간하셨다. 지금은 방송, 강연 등 다양한 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계신다. 퇴사 후 한가지 직업이 아닌 다양한 직업을 갖게 되셨다. 농부, 저자, 강사, 커리어컨설턴트 등 1인 4가지 직업을 소화하고 계신다. 이렇듯 다양한 이유로 법정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회사를 나와야 하는 신중년이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현재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82.1세로 길어졌지만, 정년퇴직 시기는 53세로 짧아졌다고 한다. 100세 시대가 현실화되면서 어떻게 건강한 노후를 보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백년을 살아 보니’란 책을 출간하신 김형석 교수님도 50세 무렵부터 신체 기능은 떨어진다고 느꼈지만 정신적 성
반부패정책협의회가 지난 26일 출범하면서 바짝 긴장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반부패정책협의회 첫 회의에서 “부정부패 척결에는 성역이 있을 수 없으며 새 정부 모든 정책의 출발로 삼겠다”고 말했다. 다만 야당 등 일각에서는 부정부패 척결 과정에서 정치적 논란이 야기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한국당을 비롯한 보수야당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검찰총장이 참석하는 데 대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과 ‘코드 사정’ 문제를 제기하며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4대강 비리와 자원외교 비리, 방산비리 등 이른바 ‘사자방’ 비리를 조사해 부정축재 재산을 모두 환수하겠다는 뜻을 표명한 바 있다. MB(이명박 전 대통령) 측이 고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지 않아도 노무현 전 대통령 아들 건호씨가 지난 25일 ‘노 전 대통령 부부싸움 후 자살’ 발언을 한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을 고소했다. 이에 맞서 한국당은 “노 전 대통령 부인과 아들이 수백만 달러를 받은 게 허위 사실인가”라며 재수사를 요구했다. 자칫 부정부패 수사가 전직 대통령들을 향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미 탄핵돼 투옥 상태로 재판을 받고…
충격적인 일이다. 도태호 수원시 제2부시장이 26일 수원 원천저수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아직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경찰이 방범용 CCTV를 확인한 결과 도 부시장이 저수지로 뛰어드는 모습을 확인했다고 한다. 고 도태호 부시장은 2010년 국토교통부 기획조정실장으로 근무할 당시 1억원 금품수수 혐의로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3차례 소환돼 조사를 받았고 혐의 일부를 인정해 구속영장이 신청된 상황이었다. 이보다 5일 전인 지난 21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2인자’ 김인식 부사장이 경남 사천 아파트에서 스스로 목을 맨 채 세상을 떠났다. ‘잘 해보려 했는데 누를 끼쳐 죄송하다’는 내용의 유서도 발견됐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면서까지 속죄를 한 이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추호라도 자살행위를 비호할 생각은 절대로 없다. 그렇지만 죽음이라는 극단의 행위로 책임을 진 이들과는 달리 국정농단을 통해 국격을 심각하게 훼손시키거나, 군사쿠데타를 일으키고 국민을 죽이면서까지 권력을 쥔 세력, 불필요한 토목사업이나 이른 바 자원외교로 수십조원을 탕진해 국가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 세력들은 아직 뻔뻔하게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아
벌써 오래전의 일이다. 아직 하교 시간이 되려면 멀었는데 마트에서 어슬렁거리는 학생들이 눈에 띈다. 딱히 무엇을 사는 것 같지도 않고 그냥 이것저것 구경을 하고 자세히 살피기도 하며 몇 바퀴를 돈다. 한참 호기심 많을 때이니 그런가 하고 지나기도 하는데 다음에 보면 또 그 얼굴을 마주치게 된다. 속칭 땡땡이를 치고 있는 아이들이다. 집에서는 학교 가는 체하고 나와서 하루 종일 저렇게 빙빙 돌며 시간을 보내자면 하루가 얼마나 길고 지루할지 그리고 그 아이의 부모들은 알고나 있을지 걱정도 된다. 가정이나 학교생활에 문제가 있는지 모르지만 단순히 공부가 싫은 아이들도 있다. 그렇다면 무조건 공부만 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이렇게 방치되는 것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옛날에도 선비라고 해서 모두 공부를 열심히 했던 것은 아니었다. 일도 하지 않고 글공부에도 관심이 없었던 사람도 있었다. 친구들과 어울려 주색잡기에 눈을 돌리고 허송세월을 하게 된다. 그러다 과거에 급제해서 벼슬길에 올라야 한다는 독촉에 응시를 하지만 번번이 낙방을 하고 가세는 걷잡을 수 없이 기울었다. 식구들 볼 면목도 없었지만 무엇보다 급한…
빨래 /황보출 동지섣달 폭풍 냇가에 고등얼음에 콩깍지 잿물 받아서 빨래하면 손발이 터져 나갈 듯 했네 물을 팔팔 끓여 요강에 담아 가 손을 적셔가며 빨래를 했네 밤에 손이 터서 피가 나고 따갑고 견디기 힘들게 아플 때 시어머님 하신 말씀 “야야 오줌을 눠서 거기에 손을 담그라” 내 오줌을 눠서 아픈 내 손 담갔네 - 황보출시집 ‘‘가’자 뒷다리’ / 돋보기 초등학교 문턱도 들지 못했던 팔십 중반의 할머니가 한글공부를 하며 쓴 시이다. 시라기 보다 쓸개를 짜내어 그 즙을 떠 먹여주는 느낌이다. 동서고금을 통 털어 ‘시란 무엇인가’에 대한 수많은 논의가 있어왔으나 이만큼 거짓 없이 자신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순진무구의 시가 모든 문학이론이나 미학의 가장 앞자리에 서야 하지 않을까? 시집 구석구석마다 쓰디쓴 쓸개즙이 가득 흐른다. 하지만 그 뒷맛은 오래오래 단 맛으로 변하며 삶이란 무엇인지 시란 무엇인지를 되씹게 한다. /조길성 시인
이번 주말부터 열흘 간의 긴 추석연휴를 맞는다.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들의 선물장만을 위해, 또 친지들과 음식을 만들어 나누기 위해 시장을 찾게 될 것이다. 가뜩이나 경기가 어려운 현실에서 우리들의 재래시장은 또 정치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질 것이다. 재래시장을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는 이처럼 1회성 이벤트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올해 추석 명절 제수용품 값은 지난해보다 20% 가까이 올랐으나 재래시장이 대형 할인점보다 싼 것으로 조사됐다는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4인 가족 추석 차례 비용은 평균 값은 재래시장이 11만7천100원, 대형 할인점이 14만6천500원으로 재래시장이 25% 싸다는 소비자단체의 조사결과도 있다. 재래시장은 더 이상 낡은 시설도 아니다. 수원만 하더라도 영동시장 남문시장 거북시장 파장시장 등 재래시장은 최근 리모델링 사업으로 나름대로 깨끗하게 정비되어 있다. 볼품없는 시설이 아닌 이제는 주민의 생활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취지로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규제가 시작된 지도 2년이 훨씬 지났다. 그러나 그 효과는 크지 않은 편이다. 영업시간이 줄어든 대형마트의 매출이 줄었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통시장 매출도 늘기
‘이태백’이란 말이 있다. 20대의 태반이 백수라는 뜻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청년들은 사상 최악의 구직난을 겪고 있다. ‘헬조선’이란 말도 회자되고 있다. 일자리를 잡을 수 없으니 연애도 못한다. 더욱이 혼인해 가정을 꾸리고 육아를 하고 집을 마련할 엄두는 낼 수 없다. 이런 것들을 포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삼포세대’ ‘칠포세대’라는 말도 나왔다. 지금 우리나라에 공무원시험 열풍이 불고 있다. 공직을 폄하하는 건 아니다. 다만 보다 원대한 꿈을 갖고 미래로 세계로 뻗어나가야 할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에 몰리는 이유는 경기불황과 고용 한파 속에서 공직이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 7·9급 공무원 시험에는 429명 뽑는데 자그마치 10만6천186명이나 몰렸다고 한다. 이중 9급 공무원 경쟁률은 사상 최고치로 무려 301.9대1이었다. 지난 23일 서울을 제외한 16개 시도에서 치러진 2017년도 지방공무원 7급 공채 필기시험에도 222명 선발에 2만8천779명이 지원했다.(평균경쟁률 129.6대 1) 지난 7월 정부가 앞으로 5년간 공무원 17만4천명을 추가 선발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더 많은 젊은이들이 공무원시험에 응시할 것으로 보인다. 치열한 경
새 학기가 되면 부모님의 보호 아래 있던 아이들이 유치원이나 학교로 진학해 다른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게 되는데, 이 때 눈에 들어오는 것이 우리 아이가 반에서 키가 얼마나 되나 하는 것이다. 키도 작고 왜소한 아이의 부모님은 우리 아이가 큰 아이들에게 밀려 기죽어 지내지 않을까 내심 걱정부터 한다. 실제 그런 아이들 중 일부는 성장장애를 동반한 다른 질병이 있거나 병적으로 키가 작아 성인이 되었을 때의 예측키가 심각하게 작은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현재키나 예측 성인키가 모두 정상범위에 드는 정상아들이다. 하지만 성장이라는 것이 한 번의 키 측정으로 단정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이들이 성장이 멈추는 시점까지 관찰해야 한다. 키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적인 요인으로, 유전이 키에 미치는 영향력은 약 70% 정도다. 이에 부모님의 키를 이용해 성인키를 예측할 수 있는데 남자의 경우는 부모님 키 평균에 6.5㎝를 더하고, 여자의 경우 6.5㎝를 빼면 된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약 10㎝의 오차범위를 갖는다. 이런 유전적 요인 외에 키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는 영양이나 질병 상태, 사춘기의 발현 및 진행정도 등이 있다. 사람
베스트셀러 작가로 알려진 최영미 시인이 최근 2년새 페이스북에 올린 사실들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베스트셀러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최영미 시인이 마포세무서로부터 근로 장려금을 신청하라는 통보를 받았다는 내용을 지난해 SNS에 올려 화제가 됐었다. 근로 장려금이란 연 소득이 1천300만원 미만이고 무주택자에게 주는 생활보조금이다. 그것도 1년에 한 번 최대 수혜자가 210만 원 정도인데 비해 최영미 시인의 경우 59만5천원을 받게 된다는 내용이다. 신문 방송매체가 떠들썩하는 등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자 최 시인은 “전 그저 지인들에게 제 사정을 알리려고 글을 올렸는데, 이렇게 반응이 뜨거울 줄 몰랐습니다. 여러분의 관심과 격려에 깊이 감사드립니다.”라는 해명성 글을 다시 올렸다. 올해는 호텔을 홍보해줄 테니 방을 1년 간 무료로 제공해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사실을 SNS에 올렸다가 비난과 위로의 대상이 되는 등 화제가 됐다. 집을 비워주어야 하는 입장에서 답답한 나머지 장난기도 좀 있었다고 방송에 나와 해명했지만 뭔가 씁쓸한 마음이다. 문인이 가난하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최영미 시인이
허물 /차성환 허물어지는 허물을 볼 수 있다면 내가 볼 수 있는 것은 불에 일그러지는 나의 살과 피부 뼈와 불꽃 내가 허물어지는 나를 볼 수 있다면 뜨겁고 차갑고 내가 모르는 생의 온도로 허물을 벗는 곤충의 이야기처럼 벗으라면 벗겠어요. 나는 그만 허물어지고 발목과 무릎과 허리가 흐무러져 척추는 자긍심을 잃고 허물이 안 되게 발악해 봐도 허물밖에 되지 않고 어제의 허물을 벗고 허물을 찢어 허물은 나의 몸인데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쓰레기 더미 사이에 허물어지는 허물이 가장 아름답고 허물을 벗을 수 있게 허물에게 허물의 자리를 마련해주고 나는 허물과 결혼해 허물을 낳고 허물이 잘 커서 큰 허물이 되고 나보다 더한 거물도 속물도 아닌 허물이 되어 나를 허물뿐 나는 헛물만 켜고 허물은 아프지 않고 슬프지 않고 허물 속에 싹튼 허무와 신물과 허수아비를 껴안고 겉이 속이 되고 속은 겉이 되는 허무를 허물뿐 차세대에 가장 주목받고 있는 매우 성실한 시인이다. 허물은 허물어진다는 이미지와 어울려 부정적인 뜻이 될 수 있다. 허물없는 사람이 없다는 말, 허물은 한 사람의 단점이거나 한 사람이 잘못을 저질러서 가지게 된 얼룩을 말하기도 한다. 또 다른 의미는 허물을 벗는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