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하게 막을 내려 관객들이 보지 못하는 사이에, 뒤에 배경 역할을 하는 스크린이 올라간다. 무대 위 맨덜리 저택 세트는 무대 뒤로 옮겨지고, 무대 위엔 다시 새로운 세트가 설치된다. 무대 뒤 전환이 완료된 후, 조감독의 사인에 맞춰 무대감독이 다시 큐를 주고 막이 오른다.’ 지난달 경기아트센터에서 상연된 뮤지컬 ‘레베카’ 속 장면 전환이다. 위의 지시들이 15초 이내에 이뤄져야 한다. 속도감 있는 전환으로 관객의 몰입을 지켜주는, 공연이 순항할 수 있도록 무대 뒤 긴장을 늦추지 않는 사람, 바로 무대기계감독이다. 지난 7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 대관과 기획, 예술단 등 모든 공연의 무대기계감독을 담당하는 서동권 무대기계감독(기술 5급, 무대기술팀)을 만났다. 서 감독은 “무대에서 기계 파트는 일반 관객들에게 되게 생소할 수도 있다”는 말로 이야..
"다양한 책들 사이에서 제일 재밌는 책을 찾을 수 있는 보물창고 같아요." 경기도 이천시 대월중학교에는 13가지의 재밌는 일들이 가득한 '보물창고'가 있다. 언뜻 보면 평범하고 지루해 보일 수 있는 '꿈꾸는 도서관'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1971년 설립된 대월중학교는 현재 약 70여 명의 재학생과 28명의 교직원이 함께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지역에 아파트 단지가 생겨나며 신설 초·중학교로의 학생 전출이 증가해 한때 어려움을 겪었지만, 학생 중심의 교육과정 실현을 위한 교직원과 학생들의 적극적 참여로 2018년 '연계형 혁신학교'에 지정됐다. 김상범 교장과 안정진 사서교사를 비롯한 전 교직원들은 수많은 답사와 회의를 거쳐 생동감 넘치는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만전을 기했다. 그렇게 기존 학교 운영비의 3%로 책정된 예산에 혁신학교·혁신지구 도서관 관련 프로그램 지원금을 더해 지난해 3월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마쳤다. 2층에 마련된 교무실을 허물고 교실 2.5배 크기로 확장해 근사하게 재탄생한 '꿈꾸는 도서관'에는 장서 1만 2171개와 열람좌석 30석이 마련돼있다. 과거 비가 오는 날이면 물이 새 꿉꿉하고 좁고 어두웠던 공간에서 쉬는 시간, 점심 시간 할 것 없이 학생들로 붐비는 교내 가장 '핫'한 공간으로 변신했다. ◇ 독서 토론 활동…'교육·지역 공동체' 단합과 소통의 창 마련 꿈꾸는 도서관 사서교사인 안정진 교사는 "3년 전만 해도 가장 가까운 도서관은 1시간 거리에, 대월리 인근 문화 기반 시설이 많지 않았다"면서 "그렇다면 그 역할을 우리 꿈꾸는 도서관이 한다면 어떨까"라고 생각했다. 이어 "학생들에게 도서관은 '항상 열려있는, 경험이 풍부해지는 공간'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매달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바꿔가는 등 끊임없는 소통과 노력을 펼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독서사랑방'은 부모·학생·교직원 등 교육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독서 토론 활동이다. 독서사랑방은 지원자들이 직접 도서를 선정해 읽고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학생들은 점심시간을 틈타 토론을 진행하고, 부모들은 1년에 한 번 토론회를 열어 교육·지역 공동체의 단합과 소통의 창을 마련하고 있다. 교내에 '집처럼 편안하게 누워 휴식하고 놀 수 있는 공간'을 꿈꿨던 김상범 교장의 바람처럼 꿈꾸는 도서관에는 책을 읽지 않아도 방문 자체를 즐거워하는 학생들로 넘쳐났다. 대출·반납에 진심인 이성희 양(15)은 봉사 당번이 아닌 날에도 찾아와 바코드 찍기에 열중하고, 김민서 양(16)은 도서관을 재미있는 공간이라고 칭하며 교과 교실제 수업으로 바쁜 일과 중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찾아오기도 한다. 또 달라진 점은 학부모들도 책을 빌리러 오는 등 도서관은 모두에게 열린 '사랑방'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 게임부터 방송까지…독후 활동의 13가지 보물찾기 실제 기존에 물리적 학습 자료나 제공하는 도서관 형태를 탈피해 '체험 미디어 센터'로서 확장시키고자 했던 교직원들의 노력을 곳곳에서 살펴볼 수 있었다. 대월중학교는 지난해 총 13개의 도서 활동을 진행했다. ▲독서방송 ▲독서사랑방 ▲독서논술(토론) 대회 ▲작가와의 만남 ▲작가 데뷔 프로젝트 ▲방학 독서 꾸러미 ▲교과 융합 수업 ▲북 큐레이션 ▲장애이해교육 ▲창의적 글쓰기 ▲책나라 세계일주 ▲행운의 포춘쿠키 ▲도서관 환경 개선이다. 그중 가장 큰 인기를 끌었던 '독서방송'은 학생들 사이에서 최근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학생 주도 활동의 일환으로 학생들이 직접 책을 선택, 독서 후 방송 대본을 작성해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전교생에게 소개하는 활동이다. 독서방송을 준비하는 도서부 학생들은 대본을 작성하는 것이 독후 활동의 일환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도서부원들은 책 소개 방송을 거듭할 수록 표현력이 풍부해지고, 방송 말미에 소개 책 관련 퀴즈를 내 간식을 상품으로 나눠주며 도서관으로 학생들의 발길을 이끌기도 했다. 도서부원 이성희 양(15)은 "저희가 직접 대본도 만들고, 녹음해서 책을 소개해 주는 게 정말 재밌었다"고 했다. 도서부장 조은애 양(16)은 "내년에 저희가 졸업해도 독서방송은 꼭 해줬으면 한다"며, 독서방송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이어 "도서부 학생들이 의견을 나눠서 하는 것이니 또래 입장에서 이해시키기 더 적절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대월중학교 김상범 교장 ◇ 주체적 삶을 살게 하는 원동력…'새로운 것을 아는 즐거움' 김 교장은 자신의 독서 철학을 '새로운 것을 아는 즐거움'으로 정의했다. 대학 시절 '너의 흔적 너의 의미'라는 책을 읽고 처음으로 새로운 느낌을 경험했다는 김 교장은 "교사로서 그런 즐거움을 학생들에게 만들어주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독서라는 게 과거·현재·미래를 만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진로와도 연결 된다"며 "내 행동에 변화를 가져와 내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원동력이 될 수 있는 그 기초를 쌓을 수 있는 게 독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읽고, 놀고, 휴식하는 도서관을 이룰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으로 학생·교직원 간의 친밀감을 꼽았다. 김 교장은 "교직원 모두가 학생 개개인에 대한 이해가 높은 친밀한 관계 속에서 학생들의 도서관 활동, 학생회 등 적극적 참여가 이뤄진다"고 했다. 끝으로 김 교장은 대월중학교 학생들에게 "학교에 더 많은 요구를 해달라"고 전했다. 이는 학생들에게 더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 하고픈 교사들의 진심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아울러 오는 2023년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로 선정된 대월중학교는 더 많은 예산과 환경의 변화를 통해 학생들만의 공간에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 공존하는 마을 공동체로서의 도약을 기다리고 있다. [ 경기신문 = 김한별 기자 ]
"의료진은 전공 관련 환자를 보며 계속 공부하고 경험하고 논문도 읽어야 실력이 쌓이는데 이렇게 코로나19 환자만 보게 하면 돌팔이가 되든 그런 게 싫어서 떠나든, 둘 중 하나가 돼요."(국립중앙의료원 관리자) 국립중앙의료원(이하 의료원)이 코로나19 대응 과정과 현장의 목소리, 대국민 인식 조사 결과 등을 담아 최근 발간한 '코로나19 대응 백서 Ⅱ'에 실린 의료진의 목소리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 책에는 코로나19 대응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의료원 구성원 23명과 외부 관찰자 4명을 면담해 2년여간의 성취와 한계점을 정리한 내용이 포함됐다. 코로나19가 할퀴고 간 현장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 전공의 수련 질 저하…진료공백에 취약계층부터 타격 의료진은 꾸준한 환자 진료를 통해 의학 지식과 임상 측면의 전문성을 유지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18일부터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간 10명까지만 허용됐던 사적모임 인원 제한이 이날 오전 5시부터 풀리고, 밤12시까지였던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 제한도 사라진다. 영화관에서는 1주일 후인 오는 25일부터 팝콘을 먹으면서 영화를 관람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지난 1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영업시간, 사적모임, 행사·집회 등에 관한 거리두기 조치를 18일부터 모두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직장이나 동호회 등에서는 대규모 회식이 가능해진다. 예비부부들도 청첩장을 돌리거나 상견례를 할 때, 또 결혼식을 올릴 때도 인원 제한을 받지 않게 됐다. 식당·카페뿐 아니라 유흥시설, 노래연습장, 목욕장업, 헬스장 등도 업장에 따라 새벽까지 이용할 수 있다. 최대 299명 규모로만 가능했던 행사·집회도 18일부터는..
“유가족들이 여한이 남지 않도록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해달라.” 단원고 2학년 5반 이창현 군 어머니이자 416 합창단 단장인 최순화 씨(56)는 “지금 아이들이 살아있다면 올해 26살이다”며 “8년 동안 정치인들로부터 ‘열심히 한다’고 말했는데 그 8년 동안 무엇을 했냐”고 비통한 심경을 드러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의 안이한 대응 태도를 향한 질책도 했다. 최 씨는 “유가족들은 아직도 진상규명을 위해 싸우고 있으니 시민들이 기억하고 유가족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길 바란다”며 “유가족들이 여한이 남지 않도록 진실을 규명해 달라”고 덧붙였다. 세월호 참사 8주기를 맞은 16일 오후 3시,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고 아픔을 함께 기억하며 공유하기 위해 나온 시민들로 가득했다. 무대 행사장을 지키던 자원봉사자 서모 씨(57)는 “세월호 참사 발생 초기부터 지금까지 부모의 마음으로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 곁에서 함께 했다”며 “유가족들은 우리에게 결코 남이 아닌 하나의 가족으로 생각한다”고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8주기 기억식의 무대미술을 담당했던 현장스텝 배주연 씨(30)는 “이렇게 긴 시간동안 참사의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외치게 될 줄 몰랐다”며 “참사의 진상규명이 우리들의 바람대로 속히 이뤄지기를 간절히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도 만날 수 있었다. 단원고 2학년 1반 문지성 양의 아버지인 문종택 씨(60)는 “유튜브 ‘416 TV’를 통해 8년 동안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외치는 전국의 현장들을 취재해 왔다”며 “앞으로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외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길 희망하며 그 현장을 담아내기 위해 직접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찾아온 시민들도 있었다. 이제 막 초등학교에 들어간 두 자녀를 데리고 행사장을 찾은 조만석 씨(46)는 “어린 자녀들이 이 사회적 참사를 배우고 함께 기억했으며 하는 마음으로 기억식에 참석했다”고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자녀와 함께 행사장에 참여한 서문숙 씨(50)는 “‘가만히 있으라’고 말한 어른들의 잘못으로 수많은 학생들이 어린 나이에 목숨 잃은 것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온 강민지 양(22)은 “온라인에선 아직도 세월호 참사를 겪은 피해자들을 향한 조롱과 가짜뉴스가 퍼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날 하루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화랑유원지를 찾아왔다. 한 시민은 “8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세월호 참사가 우리의 기억에서 조금씩 잊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고, 또 다른 한 시민은 “기억과 약속의 기간이 그날의 아픔을 되새기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도 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방식과 행동은 모두들 다르지만 “왜 참사가 일어났는지, 왜 제대로 구조하지 않았는지를 진상규명하고, 아이들의 목숨을 앗아가도록 방치한 책임자들이 꼭 처벌받았으면 한다”것에는 한마음 한뜻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 경기신문 = 임석규 수습기자 ]
김오수 검찰총장이 17일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발의에 반발하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김 총장은 이날 낸 입장문에서 "검찰총장은 소위 '검수완박' 법안 입법절차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갈등과 분란에 대해 국민과 검찰 구성원들에게 머리 숙여 죄송하다"며 "저는 검찰총장으로서 이러한 갈등과 분란이 발생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지고 법무부 장관께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2019년 법무부 차관 재직 시 70년 만의 검찰개혁에 관여했던 저로서는 제도개혁 시행 1년여 만에 검찰이 다시 개혁 대상으로 지목돼 검찰 수사기능을 전면 폐지하는 입법 절차가 진행되는 점에 대하여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인권에 커다란 영향을 주는 새로운 형사법 체계는 최소한 10년 이상 운영한 이후 제도개혁 여부를 논하..
kt 위즈가 선발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의 호투와 모처럼 터진 타선의 활약에 힘입어 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kt는 1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쏠(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원정경기에서 8-0으로 완승을 거뒀다. 최근 5연패에 빠지며 최하위까지 처졌던 kt는 이날 승리로 3승 9패를 기록하며 8위로 두 계단 상승했다. kt 선발 데스파이네는 6이닝동안 4사구 없이 6피안타 6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타선에서는 헨리 라모스가 홈런 1개 포함 4타수 2안타 2득점으로 활약했고 장성우도 솔로포를 쏘아올리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kt는 2회초 김준태의 좌전안타, 오윤석의 좌중간 2루타로 무사 2, 3루 기회를 잡은 뒤 홍현빈의 2루 땅볼로 선취점을 뽑아냈고 계속된 1사 3루에서 심우준의 좌측 적시타로 1점을 더 추가, 2-..
윤석열 정부 국정의 밑그림을 짜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오는 18일로 출범 한 달을 맞았다. 한 달간 쉼없이 달려왔지만, 존재감은 미약했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향후 5년 국정방향을 가늠하는 핵심 이슈를 놓고 치열한 정책논쟁이 벌어지면서 국민 여론을 빨아들인 역대 인수위의 존재감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초반부터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 이슈가 부각된데다, 인수위 중반에는 내각 인선을 놓고 윤석열 당선인 측과 안철수 인수위원장 측의 파열음이 불거진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여소야대 지형으로 인해 인수위표 정책이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과반 의석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의 동의를 얻지 못한다면 현실화할 가능성이 그만큼 작다는 점에서다. 인수위가 정부조직개편을 후순위로 미루고, 입법이 아닌 시행령으로 추진가능한 정책과제에 무게를 두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는 인수위 국정과제의 무게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근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박입법) 입법이 정국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인수위 활동에 스포트라이트가 쏠리기는 더욱 어려운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여기에 인사청문 정국이 본격화하면서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공산도 적지 않다. 그나마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측의 인선 마찰이 가까스로 봉합된 것을 계기로, 인수위는 다음달 초까지 2주간 '국정과제 최종안' 작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 용산 이전·인선 파열음·검수완박…스포트라이트서 밀린 국정과제 윤 당선인은 선거 9일만인 지난달 18일 인수위 현판식을 마치고 첫 전체회의를 주재했다. 그는 "일 잘하는 정부, 능력과 실력을 겸비한 정부가 돼야 한다"며 "신속한 업무 파악을 하고 개선해야 할 점과 새롭게 추진해야 할 과제들을 빈틈없이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그렇지만 대형 쟁점들이 잇따라 터져 나오면서 국정과제 선정 작업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인수위 초기에는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 등을 놓고 신·구 권력이 정면충돌했다. 대통령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겠다는 윤 당선인의 계획에 대해 청와대가 "안보 공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제동을 걸면서 정국은 급속 냉각했다. 한차례 연기 끝에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이 이뤄졌고, 진통 끝에 집무실 이전을 위한 예비비 360억원 지출이 의결되면서 한고비를 넘긴 상태다. 윤석열 정부 첫 내각 인선을 둘러싼 내홍도 인수위 활동엔 '외부잡음'으로 작용한 모양새다. 1기 내각에 안철수 위원장측 인사들이 전면 배제되면서 사실상 공동정부 정신이 무너졌다는 지적이 나왔고, 하루만에 봉합되긴 했지만 급기야 안 위원장이 업무를 보이콧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의 만찬 회동으로 가까스로 파국을 면했지만,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뇌관'이라는 지적이 많다. 일부 장관 후보자들을 둘러싼 신상 논란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윤 당선인의 검찰 최측근 인사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40년 지기'로 알려진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민주당의 '최우선 타깃'으로 꼽힌다. 최근엔 '검수완박' 입법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4월 임시국회에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폐지하는 법안을 처리하기로 당론을 정한 민주당은 지난 15일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본회의 통과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검찰은 물론이고 국민의힘 반발이 거세다. 인수위 역시 "검수완박은 헌법 파괴행위"라고 맹비난했다. ◇ 국정과제 선정까지 2주일 남았는데 '깜깜이' 국정과제 선정 작업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 인수위는 지난 4일 공약 대부분이 그대로 포함된 국정과제 1차 초안을 점검했으며, 18일 2차 초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정리 작업을 진행 중이다. 최종안은 다음 달 초 확정할 계획이다. '데드라인'은 2주일가량 남은 셈이다. 인수위는 국민적 혼란을 막겠다는 이유로 국정과제 확정 전까지 각종 공약의 세부 추진 방향에 대해 언급을 삼가는 모습이다. 그러나 인수위 출범 한 달이 다 되도록 국민적 관심이 큰 소상공인 손실보상, 부동산 정책 전환, 정시 확대 등 각종 공약의 추진 방향이 '깜깜이'에 머무는 것은 아쉽다는 지적이 있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문제나 공동정부를 둘러싼 내홍 등 메가톤급 정치적 이슈에 가려, 윤석열 정부의 비전을 보여주고 국민 여론을 모으는 의제설정 움직임은 좀처럼 감지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인수위 기간 이렇게 정책 이슈가 잠잠할 줄은 몰랐다. 과거 정부 인수위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라고 말했다. 인수위는 지난 한 달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1년 한시 배제, 나이계산법 '만 나이' 통일 등 공약 중 일부 내용에 대해서만 세부 방향을 발표했다. 탈원전 폐기는 탄소중립 정책 수정 방침과 함께 발표했으나, 세부 추진 방안 없이 큰 방향만 제시했다.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은 새 정부 출범 이후로 미뤄놨다. 소상공인 손실보상 확대 방안과 재난지원금 지급 여부도 여전히 논의 중이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비롯한 조직 개편은 인수위 기간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완화는 공약 수준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LTV 규제 완화의 효과를 좌우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완화 여부도 확정되지 않았다. 금융뿐 아니라 부동산 정책 전환 방향에 대해서도 기본 기조만 확실한 상황이다. 구체화 작업은 진행 중인데, 언제 발표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국민 공감대 형성이 필수인 노동 개혁과 연금개혁 문제 역시 수면 위로 본격적으로 떠 오르지 않고 있다. 공약에서 제시된 큰 제목만 있을 뿐 각론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 논의가 이뤄질지도 불투명하다. 대입 정시비율 확대를 비롯한 교육 공약도 상황은 비슷하다. 조각이 완료되면서 인수위원 일부는 인사청문회 준비에 돌입했다. 인수위 동력이 지금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수위는 남은 2주간 국정과제 확정 작업과 함께 지난 한 달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의제 설정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인 정호영 전 경북대병원장 자녀의 '아빠 찬스' 의혹이 아들의 병역 문제로도 옮겨붙으면서 논란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정 후보자와 인사청문준비단은 "특혜는 없었다"며 반박에 나섰지만, 새로운 의혹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그의 낙마 가능성이 조금씩 번져가는 양상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정 후보자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검찰 최측근 인사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최우선 낙마 대상' 명단에 올려 의혹 공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15일 민주당과 경북대병원 등에 따르면 정 후보자의 아들(31)은 과거 첫 병역판정검사에서 현역 판정을 받았지만 5년 뒤 사회복무요원 소집 대상으로 판정이 달라졌다. 특히 재검을 위한 진단서를 정 후보자가 근무하던 경북대병원에서 발급받았고 아들은 2019년 2월부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부동산 규제 완화 기대감이 커지면서 경기도 1기 신도시들의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15일 부동산 리서치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번 주 경기·인천 지역 집값이 하락세에서 보합(0.00%)으로 전환됐다. 그중 1기 신도시인 분당과 일산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각각 0.09%, 0.04% 상승했다. 실거래 내역을 살펴보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 상 이달 초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시범삼성아파트 전용 171㎡는 24억 9000만원(15층)에 거래됐다. 같은 면적의 직전 거래가는 2020년 10월 17억원(15층)이다. 일산의 경우 서구 장성 4단지 전용 130㎡가 지난 1일 7억 9500만원에 매매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런 오름세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정부 출범이 가까워지며 1기 신도시 재정비사업 촉진 기대가 점차 고조되며 발생한 것으로 추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