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경기북부 대개조 프로젝트’ 4대 분야 8대 핵심과제에 올해 총 5265억 원을 집중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경기도의 남·북부 불균형 발전은 해묵은 지역의 숙제다. 횡단하는 군사분계선과 넓은 군사 보호 구역의 제한 때문에 개발도 발전도 제대로 하지 못한 경기북부는 국가의 깊숙한 배려가 집중적으로 필요한 지역이다. ‘경기북부 대개조 프로젝트’가 수십 년 지역의 숙원을 해결해 균형발전의 신기원을 달성하는 분기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도가 발표한 ‘경기북부 대개조 프로젝트’의 핵심은 ‘생활인프라 확충’, ‘공공기관 이전’, ‘교통인프라 개선’, ‘투자유치·규제개선’ 등 4대 분야에 선제적인 투자를 추진해 지역개발을 도모한다는 내용이다. 먼저 생활인프라 확충을 위해 남양주와 양주에 감염병 대응과 응급의료, 의료·돌봄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할 ‘혁신형 공공병원’을 설립한다. 2030년 착공을 목표로 올해 타당성 조사 연구용역을 착수할 계획이며 총 24억 5000만 원이 투입된다. 반려동물 테마파크인 경기북부 ‘반려마루’도 총사업비 250억 원을 투입해 동두천시에 조성한다. 공공기관 이전은 올해 경기연구원(의정부)·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파주)·경기도신용보증재단(남양주), 오는 2026년 경기주택도시공사(구리) 이전을 진행한다. 인재개발원(의정부)과 교통연수원(포천)은 임차 방식으로, 농업기술원 북부농업R&D센터(연천)와 소방학교 북부캠퍼스(연천)는 신축 설치를 추진 중이다. 교통 인프라도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경기북부 고속철도 확충을 위해 지난 추가경정예산에 의정부발 SRT 용역비 3억 원을 확보, 지난해 11월 사업에 착수했다. 파주발 KTX는 올해 본예산에 용역비 1억5000만 원을 확보해 신속히 용역에 착수할 방침이다. 도로 분야는 올해 지방도로 25개, 116.37㎞를 추진할 계획으로 총 1425억 원을 집중투자해 평균 13년이 걸리는 도로 사업 기간을 최대 7년 이상 단축할 방침이다. 이 밖에 북부 주민 출·퇴근 ‘1시간 시대’도 열기 위해 상습 정체 구간인 경기 구리~서울 광진 강변북로 지하화와 교통수요가 많은 경기 고양~서울 은평 구간 민자도로를 건설해 출퇴근 시간 단축을 도모한다. 북부 33개 지방하천 정비에는 총 768억 원을 투자한다. 정비가 시급한 고양, 남양주, 파주, 의정부 등 13개 하천은 조기 착공하고 8개 하천은 조기 준공해 홍수와 폭우 등 기상이변에 대비한다. 투자유치 분야에서는 지난해 5월 1천500억 원 규모의 프리미엄 아웃렛을 경기북부에 투자하기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일산 및 양주 테크노밸리(올해 토지공급), 킨텍스 제3전시장(이달 착공) 등 대규모 개발사업도 본격화되며 북부지역 경제자유구역 지정도 올해 추진할 계획이다. 기회발전특구와 평화경제특구 지정도 있다. 기회발전특구는 접경지역 및 인구감소지역 8개 시군을 대상으로 경기도가 산업통상자원부에 신청한다. 평화경제특구는 접경지역 7개 시군을 대상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경기북부는 오랜 세월 경기도가 안고 살아온 ‘아픈 손가락’이다. 국방이라는 중차대한 사명에 막혀 불편하고 부당한 금지와 제한을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희생하며 살아온 지역인 것이다. 멀게는 1945년 해방 직후 분단 구도가 형성된 이래 지금껏 지속돼 왔으니, 그 피해는 계량하는 일 자체가 무의미할 만큼 막대하다. 그러므로 경기북부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는 일은 우리 국가사회가 감당해야 할 당연한 의무인 것이다. 이번 경기도의 ‘경기북부 대개조 프로젝트’가 대한민국이 지역에 갚아야 할 어마어마한 빚을 조금이라도 청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 프로젝트를 기점으로 경기북부가 괄목할 발전을 거듭하여 기본인프라는 물론 생활 문화 환경까지도 국민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풍요롭고 안락한 지역으로 거듭나기를 소망해 마지않는다.
최근 50대 초반인 지인의 ‘권고사직’ 소식을 듣게 됐다. 이런 일을 가까이서 목격하는 건 처음이다. 나와는 아주 먼 이야기인 줄 알았던 소식을 가까이서 접하고 보니, 우리나라 경제 위기와 중장년층의 고용 불안이 얼마나 심각한 지 피부로 오롯이 느껴졌다. 지난달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촉발된 1500원대 환율 전망과 경제 위기, 역대급 고용 불안 등으로 대한민국호는 그 어느 때보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국내 대기업들은 희망퇴직과 권고사직을 시행하며 긴축경영에 돌입했다. 새해를 앞두고 ‘조직 슬림화’를 통해 고정비를 절감하기 위해서다. 엔씨소프트, SK텔레콤, KT, LG헬로비전, 롯데면세점, G마켓, SSG닷컴 등 기업들은 인원 감축을 실시했고, 이 중 일부 기업은 대대적으로 몸집을 줄이기 위해 역대급 퇴직금과 위로금을 내걸기도 했다. 문제는 이같은 기업들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는 점이다. 새해벽두부터 은행권 역시 대대적인 희망퇴직에 돌입했다. 지난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2일 희망퇴직을 통해 541명을 떠나보냈고, 최근 희망퇴직 접수를 마무리한 KB국민은행도 지난해(674명)와 비슷하거나 더 큰 규모의 임직원을 떠나보낼 예정이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도 각각 6일, 7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올해는 국내 5대 은행의 희망퇴직자 규모가 지난해보다 더 많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벼랑 끝에 내몰린 건 자영업자도 마찬가지다. 하루종일 손님이 한 명도 오지 않아 매출 ‘0’원으로 마감했다는 한 카페 주인은 월세를 내는 것도 힘에 부친다며 한 숨을 쉬었다. 이처럼 지난달 음식점과 유흥업소 등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탓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실이 신한‧KB‧삼성‧현대카드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20일까지 4개 카드사의 합산 매출은 28조2045억원으로 전월 동기대비 약 2% 감소했다. 한국은행도 이와 비슷한 통계를 내놨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88.4로 전월보다 12.3포인트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년 3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지수는 2022년 11월 이후 최저치다. 국내 유수의 대기업에서 일하는 또 다른 지인은 올해 연말 상여금이 한푼도 없었다며, 예상은 했지만 막상 받지 못하니 기운이 빠진다고 속상해 했다. 희망퇴직과 권고사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배부른 하소연일 수도 있지만, 월급만 바라보며 사는 직장인에게 커다린 기쁨이 사라진 일임은 분명하다. 매년 경제 상황에 대한 평가는 암울했지만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위기감이 최고조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장년층의 재취업과 이직 또한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많은 이들이 어느 때보다 무거운 마음으로 새해를 시작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권고사직을 당한 지인은 현재 새로운 회사를 알아보고 있다. 하지만 많은 회사들이 허리띠를 졸라맨 상황에서 순탄하게 이직에 성공할지는 의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한 줌의 희망을 품고서 열심히 오늘을 살아야 한다. 부디 그에게 ‘전화위복’의 기회가 주어지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지난 3일 오전 8시 쯤 ‘12.3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 및 수색 영장 집행을 시작했다. 이후 국민들은 실시간으로 방송되는 체포 영장 집행 시도에 눈을 떼지 못한 채 5시간 30분 동안 초조함 속에서 애를 태웠다. 한남동 관저에서 두문불출하고 있는 윤 대통령을 체포하기 위해 검사를 비롯한 공수처 체포팀이 영장을 들고 진입했지만 경호처 직원들과 수도경비사령부 소속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이 막아서며 대치가 시작됐다. 대치는 5시간 30분 정도 이어졌다. 그리고 오후 1시 30분쯤, 공수처는 수사팀 안전이 우려된다며 체포 영장 집행을 멈췄다고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실패한 것이다. 버티기를 고수해 온 윤대통령의 전략이 또 한 번 시간을 벌었다. 물론 윤대통령 탄핵과 체포, 파면을 염원해 온 국민들의 실망은 클 수밖에 없었다.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이 불발된 직후 한 시민이 한 방송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됐던 사람이 저렇게 치졸하고 비열하게 버티는지. 빨리 나와서 체포에 응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한탄에 대부분의 국민들은 동의할 것이다. 이번에 체포 영장이 발부된 것은 윤 대통령이 공수처의 세 차례 출석 요구에 모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헌법 수호 기관인 검찰의 최고위직인 총장까지 지냈다. 대통령이 된 것도 ‘법과 원칙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국민들이 믿고 표를 줬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9월 19일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집사부일체’에 출연해서 “밥을 절대 혼자 먹지 않겠다”고 말했다. ‘밥은 소통의 기본’이기 때문에 항상 여러 사람과 밥을 먹으며 소통하겠다고 부연했다. 그리고 “어떤 일이 있을 때마다 늘 나와서 잘했든, 잘 못했든 국민들 앞에 나설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절대 국민 앞에 숨지 않겠다고 분명히 말했다. “권력자가 법을 어긴 것이 드러났을 때 제대로 처리를 안 하면 국민들에게 법을 지키라고 할 수가 없고 그러면 사회가 혼란에 빠진다” “힘이 있는 사람에 대한 사건을 얼마나 원칙대로 제대로 하느냐에 국민이 검찰을 어떻게 보느냐가 달려 있다” “무조건 원칙대로 해야 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말도 했다. 윤대통령은 12·3 계엄사태로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면서도 수사기관 출석요구에 불응하면서 법 집행을 거부하고 있다. 당시의 발언과 지금의 모습은 도무지 일치가 되지 않는다. 관저 앞을 지키고 있는 지지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고 그들을 격려하는 내용의 친필 사인 편지를 보내는 등 국민을 갈라치기하고 극단적 지지층에 보호를 기대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지적이 여당 내에서도 나왔다. 국민의힘 김상욱 의원은 지난 2일 CBS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이 무섭다고 뒤로 숨어서 대중을 갈라치기하고, 속이고, 비겁하게 법의 집행까지 피한다는 건 안타깝고 부끄러운 상황"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자신이 법 집행의 대상자가 되니까 법 집행을 정면을 거부한 채 숨어 있는 대통령이다. 오죽하면 대표적인 보수 논객인 조갑제 씨 조차 한 방송에 출연해 “보수는 책임을 지는 사람”이라고 전제 한 뒤 윤석열 대통령을 “보수의 제일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라고 잘라 말했다. “잘 속고, 국민들에 대한 예의가 없고, 무능”하다고 했다. 목숨을 걸 용기도 없고 하야할 용기가 없었으면 계엄을 선포하지 하지 않았어야 한다고 비난했다. “총을 가진 집단인 군대를 동원한다는 게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 모르는 것”이라면서 만 번 목을 베도 모자란다는 ‘만참’이란 극단적인 용어까지 사용했다. 어쨌거나 법치주의 국가에서 법원이 발부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영장 집행이 저지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장면은 전 세계로 생생하게 전해졌다. 부끄럽다. 국격이 실추됐다. 외신은 윤대통령을 ‘비참한 생존자’라고까지 표현했단다. 이제라도 한 나라의 대통령답게 당당하게 관저를 나서 자진출석하는 것이 옳다.
몇 년 사이에 스포츠 팬들이 자주 사용하게 된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워크에식’이다. 직업에 대해 성실한 정도를 의미하는데 한국어로는 직업 윤리로 번역될 수 있다. 유명한 스포츠 선수 중에는 타고난 재능이 있어서 술, 담배를 비롯한 각종 몸을 해치는 일들을 꾸준히 해오지만 성적이 좋은 선수들이 있다. 팬들이 이런 선수를 비판할 때 워크에식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반대로 늘 몸 관리를 하고, 팀에 헌신하는 자세를 가진 스포츠 스타에게 워크에식이 좋다고 말한다.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며 더그아웃의 쓰레기를 줍는 야구선수 오타니 쇼헤이는 직업 윤리가 좋은 대표적인 선수다. 특정 종목에서 슈퍼스타라고 해서 꼭 직업에 대한 자세가 좋으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공무원에 속하는 교사의 워크에식은 어떨까. 교사들 사이에서 우스갯소리로 도는 이야기가 있다. 업무분장을 할 때 눈물을 잘 흘린다면 일을 맡지 않을 수 있다. 바꿔 말하면 학교는 오는 업무를 잘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최대한 일을 많이 가져가는 구조라는 거다. 공무원이기에 일을 더 한다고 돈을 더 받는 게 아니니 일단 업무를 피하고 보는 게 유리하다. 이러다 보니 똑같은 연차이지만 누구는 업무에서 모르는 게 없어지고, 누구는 부장 한번 해본 적 없는 상황이 생긴다. 몇몇 학교에서는 특정 사람에게 부장 업무가 쏠리는 걸 막기 위해 근무하는 동안 부장 업무를 한 번 이상 해야 한다는 걸 내규로 정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것도 휴직이나 만기를 채우지 않고 다른 학교로 옮기며 피하는 경우도 있다. 주어진 업무를 피하려면 어떻게든 피할 수 있는 것이다. 학교에서 주어지는 업무를 피하는 게 적극적인 행동이라면 소극적인 행동도 있다. 서이초 이후 인터넷의 젊은 교사들은 최대한 문제가 될 일을 만들지 말자, 돈 받는 만큼 일하자는 분위기다. 급여가 그 직업의 권위를 나타내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교사는 이전만큼 매력적이거나 가치 있는 직업이 아니게 되었으니 우리도 그만큼만 일하자는 거다. 5년 미만 교사들의 급여를 생각하면 그런 마음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닌 것 같다. 공무원이니 공무원 마인드를 갖는걸 비판할 수는 없지 않을까. 그러던 차에 얼마 전에 만난 몇 명의 선생님과 대화하며 직업 윤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 선생님들은 누가 봐도 너무 많은 양의 업무를 혼자서 해오고 있었다. 이유를 묻자 답변이 돌아왔다. “내가 몸 담고 있는 조직이 잘 굴러가기를 원한다. 업무를 더 하는 걸로 해결이 된다면 안 할 이유가 없다.”, “아이들에게 정말 꼭 필요한 경험과 활동이라 정말 잘 해내고 싶어서 조금씩 조금씩 더 하다 보니 일이 많아졌다.” 길지 않은 교직 경력에서 멋있었던 선생님들은 모두 일을 피하지 않고 성실하게 해냈던 분들이었다. 어떤 모습으로 경력을 쌓고 싶은지 생각해 보면, 일을 잘하고, 잘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이는 잔뜩 많아졌는데 업무를 몰라서 전전긍긍하는 모습은 멋이 없다. 새해에 생각보다 다양한 업무를 잔뜩 하게 되었지만 일은 일이니까, 하면 그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이 20일 정도 남은 시점에서 미국의 상당 수 국민들도 향후 4년이 참 길 것이라는 자괴감을 가질 것이다. 우리도 2년 반 전쯤, 5년은 너무 길다라는 생각을 가졌었고 그 우려가 지금 현실로 다가서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의 재등장을 걱정하는 미국 내 지식인의 목소리는 다양한 대중문화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더글러스 케네디의 소설 『원더풀 랜드』와 영화 ‘시빌 워 : 분열의 시대’가 그것이다. 지난 해 연말에 개봉됐던 알리 아바시 감독의 ‘어프렌티스’란 영화도 트럼프 시대의 재개가 새삼 두렵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작품이다. 이 중 앞의 두 작품, 『원더풀 랜드』와 ‘시빌 워 : 분열의 시대’는 둘 다 트럼프 같은 대통령이 만들어 놓은 깊은 증오의 정치가 미국이라는 큰 나라를 두 쪽으로 쩍 갈라 놓게 한 것을 소재로 삼고 있다. 소설 원더풀 랜드에서는 미국이 ‘연방 공화국’과 ‘공화국 연맹’으로 갈라지는데 그 영토의 분포도가 딱, 대선 때의 민주당 지지 주와 공화당 우세 지역이다. 거기에 독일 베를린 처럼 중립지대가 하나 있다. 그건 미니애폴리스이지만 왜 작가가 미니애폴리스로 잡았는지는 불분명하다. 아마도 스윙 보트 지역이 아닐까 싶다. 분열과 분단은 언제, 어느 나라, 어느 시대가 됐든 결코 바람직 하지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가 오는 트럼프 재집권 시기에는 이 같은 분단 상황이 미국에서 실현될 지도 모른다는 상상 아닌 상상이 나오고 있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영화 ‘시빌 워 : 분열의 시대’는 분단은 이미 오래 전 일이고 미국이라는 나라가 아예 정부군과 이에 저항하는 서부군의 내전으로 비화된 상태의 얘기를 다룬다. 정부군을 대표하는 대통령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채, 하야를 거부한다. 서부군은 이제 곧 백악관을 함락 시킬 태세이다. 알렉스 가랜드라는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비록 허구지만 이제 정치 협상은 더 이상 필요가 없다는 듯 (트럼프를 연상케 하는)대통령을 처단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미국의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국민의 뜻을 저버리면 가차 없이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이다. 국내에서는 흥행이 완전히 참패했지만 ‘어프렌티스’는 트럼프라는 인간의 정치관과 인생관이 얼마나 비뚤어져 있는 지를 고발하는 내용의 작품이다. 어프렌티스는 견습생이라는 뜻이다. 사실은 트럼프가 2004년부터 2015년까지 NBC TV에서 진행했던 TV쇼 프로그램의 제목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정치적 견습생이 나라를 대표할 때 자칫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가를 얘기하고 있다. 이 대중문화의 작품들이 비단 미국만의 얘기일까. 한남동에서 버티고 있는 내란범죄의 대통령과 그의 소수 극렬 지지자들의 얘기는 아닐까. 미국의 영화와 소설이 반면교사가 되는 요즘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시도한 지도 벌써 한 달이 됐다. 그동안 수사기관과 법원은 ‘12.3 내란 중요임무 종사자’ 14명을 신속하게 구속했다. 그러나 이번 내란 사건을 계획하고, 발표하고, 현장 지휘까지 한 것으로 확인된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 윤석열은 아직 조사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조사거부 뿐 아니라 수사기관, 법원, 헌법재판소의 정당한 법 집행을 적극적으로 방해하고 있다. 새 해 첫 날, 국민들은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 윤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 대신, 관저 앞에 모여 있는 극렬 지지자들을 선동하는 편지를 전달했다. 그는 법원에서 발부된 체포영장의 집행을 막고 있는 군중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새해 첫날부터 추운 날씨에도 이 나라의 자유민주주의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이렇게 많이 나와 수고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며, “저는 실시간 생중계 유튜브를 통해 여러분께서 애쓰시는 모습을 보고”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그는 “끝까지 싸울 것”을 천명하며 등 매우 노골적이고 직접적으로 선동했다. 윤 대통령의 편지가 전달되자 불법적인 시위현장에 있던 군중들은 환호했고, TV를 통해 생중계 된 그들의 광기어린 눈빛은 더 강렬해졌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이 유튜브로 아직 세상을 보고있는 것이 믿기지가 않는다”고 했고, 국민의 힘 김상욱 의원은 "이런 말도 안 되는 변명과 말장난, 거짓말, 갈라치기, 법꾸라지 같은 행동을 그만했으면 한다"고 비판했다. 이 참담한 상황을 끝 낼 방법은 헌법재판소의 빠른 심리와 판결 뿐이다. 지난 12월 31일 최상목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두 명을 임명해 8인 체제로 만든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 힘 지도부에서 줄기차게 주장해 온 ‘재판관 6인 체제 판결 불가’ 논란을 없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보여 준 일부 국무위원들과 대통령실의 언행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한 정부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12월 31일 오후 4시 30분에 시작된 국무회의는 일부 국무위원들의 극렬한 항의로 아수라장에 가까웠다고 한다. 김문수 고용부 장관은 여야 협의가 있었는지 따지며 “국회 인준도 안 받은 부총리가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것은 정당성이 없다”고 항의했고, 김태규 방통위원장 권한대행은 “(최 권한대행이)헌법재판관 2명을 최근에 만났나”,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야기한 것은 아닌가”라며 취조하듯이 몰아붙이며 최 권한대행의 사직까지 언급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이완규 법제처장을 비롯해 유철환 국민권위원장.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 연원정 인사혁신처장 등이 거세게 항의 했다고 한다. 대통령실의 행동은 더 가관이다. 대통령실은 1일 공지를 통해 정진석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장호진 외교안보특보와 수석비서관 전원이 최 권한대행에 사의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이에대해 보수논객 정규재씨는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위헌적 계엄을 모의할 때 그리고 파다하게 소문이 외부로 흘러넘칠 때 단 한명도 입을 뻥끗하지 않던 자들이 지금 와서 헌재 심리와 판결을 중단시켜 국정을 마비시키려는 일을 요구하기에 이른다면, 이 자들은 국민의 공복이 아니라 윤석열 개인에 충성하는 사복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극렬 지지자들을 선동해 물리적 충돌을 일으켜서라도 법원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보려는 윤 대통령의 막장 행동은 그 끝이 어디일지, 내란 공범혐의를 받고 있는 국무위원들과 대통령 참모들의 위헌적인 행동은 언제까지 이어질지 이제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해법은 하나밖에 없다. 헌법과 법률을 따르는 것이다. 법원의 체포영장이 적법하게 집행되고, 6인 체제의 불안정성이 해소된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심리와 판결 뿐이다. 그 길 만이 무너진 국격을 다시 회복하고, 환율급등으로 사라지고 있는 국민의 재산을 지켜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이후 24년이 지난 2024년 12월 10일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스톡홀름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받으며 한강 작가가 노벨상을 수상할 때 노르웨이 오슬로에서는 노벨평화상 수상식이 있었다. 2024년 노벨평화상은 일본 내 원폭 피해자 단체인 니혼 히단교(Nihon Hidankyo)가 수상했다. 히단교는 1956년 결성되어 국제사회에 핵무기 폐기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일본 정부에 피폭 지원을 요청하는 활동을 하는 단체이다. 노벨위원회는 “핵무기 없는 세상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과 다시는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증언을 통해 증명한 공로를 인정”하여 이 상을 수상 한다고 밝혔다. 이번 노벨평화상 수상식에는 히단교 관계자 외에 한국이 피폭자인 정원술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회장과, 피폭 2세인 이태재 한국 원폭 피해자 후손회 회장도 히단교의 초청으로 함께 참여했다. 수상식의 대표연설을 한 다나카 데루미는 “일본에서 피폭돼 고국에 돌아간 한국인 피폭자들과 전후 미국과 브라질, 멕시코, 캐나다 등지로 이주한 많은 피폭자는 피폭자 특유의 병, 원폭 피해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고통받았다”라고 했다. 시간이 흐른 뒤 한국 역사에서 2024년 노벨평화상에 참석한 2명의 한국인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에는 원폭 피해로 고통받는 피해자들과 그 후손들이 살아가고 있다. 직접 피해를 당한 피해자들은 이미 나이가 80세를 넘긴 고령이며, 많은 피해자가 유명을 달리했다. 이제 후손들인 2~3세에게 그 고통이 대물림되고 있다. 2007년 알 수 없는 희귀병으로 죽는 순간까지 원폭 피해의 유전적 피해를 호소하다 죽은 고 김형률을 시작으로 원폭 피해가 유전된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2~3세에 대한 지원은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유전학적으로 원폭 피해가 자녀에게 유전되는지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폭 피해자들을 지원하지 않는 것은 제국주의 전쟁을 위한 일본이 전쟁 무기를 만들기 위해 강제로 동원되어 끌려가 고통스러운 노동환경 속에서 착취당하다가 미국의 원폭투하로 피해를 본 역사적으로 암울하고 힘없던 그 시기의 아픈 역사를 외면하는 것이다. 피해자들이 자신 받은 피해를 당당하게 얘기하고 그 아픈 역사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한국 사회가 앞장서서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원폭 피해의 문제는 단지 피해자들의 지원 문제를 넘어 핵 없는 세상을 만드는 비핵평화 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니혼히단교의 노벨평화상 수상도 비핵평화 운동이 수상의 주된 역할이었음을 볼 때 앞으로 한국 사회가 바라보는 원폭 피해의 문제를 더 큰 아젠다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한국의 원폭 피해자들도 그동안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핵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한국의 원폭 피해자들에게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할 때이다.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 헌법 제84조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은 법전에만 존재하는 규정이라 생각했다.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이 재직 기간에 형사소추, 즉 기소되는 것은 상상 속에서도 생각하기 어려운 사건이다. 하지만 법원은 직무정지 상태라고는 해도 현직 대통령인 윤석열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영장을 청구한 공수처는 영장 기간인 2025. 1. 6.까지 집행해야 한다. 아마도 이 칼럼이 게시될 때면 윤석열은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어 있을 것이다. 범인을 체포하면 수사기관은 48시간 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 만약 구속영장이 발부되지 않으면 석방해야 한다. 그렇기에 공수처의 체포영장 청구는 구속영장을 전제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48시간 후 석방하기 위해 현직 대통령을 체포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불소추특의 예외 사항은 내란, 외환의 죄다. 윤석열의 체포 사유가 내란이라는 뜻이다. 현직 대통령의 내란 행위, 그 초현실적인 사건이 대한민국에서 발생했다. 그리고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출석에 불응하고, 더 나아가 체포영장의 집행까지 불응하겠다는 대통령이 여전히 대통령 직위에 앉아있는 현실, 과연 이게 나라인가 싶다. 백번 양보해 윤석열이야 범죄자의 방어권 행사라 생각해서 이해해 보려 노력해 볼 수는 있다고 치자. 그런데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까지 발부된 상황에서 여전히 2024. 12. 3.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생방송으로 목도한 그 초현실적인 사건이 내란은 아니라며 윤석열을 옹호하는 국민의 힘 의원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들을 이해하는 방법은 내란의 공범으로서 방어권을 행사한다고 해석하는 것밖에 없다. 게다가 내란범 윤석열의 체포를 온 몸으로 막을 태세인 그들은 불과 1년여 전 윤석열의 정치검찰에 의해 청구된 제1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의 심사를 앞두고 “회기 중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라”며 핏대를 올렸던 자들이다. 더욱 당시 제1야당 대표에게 적용된 혐의는 배임 등이었다. 입증도 되지 않은 배임 혐의 등으로 제1야당 대표에게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라며 핏대를 올리던 그들이 2년이 채 지나지도 않아서 온 국민이 증인인 내란혐의자를 체포하면 안된다며 울부짖고 있는 현실, 게다가 그들이 집권 여당 국회의원이라는 현실을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대한민국 헌법은 권력에 대한 저항권을 규정하고 있다.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한다는 전문이 그것이다. 권력에 대한 저항은 국민의 권리다. 군대를 동원해 국회에 쳐들어 가고 국민에게 총부를 들이대는 것은 저항이 아닌 쿠데타다. 그렇기에 윤석열이 내란범, 군사반란범임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렇기에 당연히 체포되고 구속되고 재판을 받아야 한다. 더는 기대할 것도 없지만, 그것이 그나마 한 때는 대통령이었던 자의 마지막 품위일 것이다.
‘푸른 용의 해’라고 불린 2024년 갑진년(甲辰年)이 가고 2025년 을사년(乙巳年) 새해가 밝았다. ‘푸른 뱀’의 해란다. 부디 나라를 망가트리는 ‘사악한 이무기’나 에덴의 사람에게 금지된 선악과를 먹도록 유혹해 저주를 내리게 했다는 그 뱀이 아니면 좋겠다. 지난해는 그야말로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다. 여름 내내 뜨거웠으며 비는 억수처럼 퍼부었다. 겨울이 되면서 폭설이 내려 큰 피해를 입혔다. 극한기후였다. 여객기 참사와 대형화재까지 발생했다. 대통령이란 사람이 비상계엄을 선포해 나라를 혼란으로 빠져들게 했다. 증시가 급락하고, 환율은 급등하는 등 내우외환을 불러왔다. 12월 3일 밤 10시 23분경 윤석열 대통령은 뜬금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종북과 반국가세력을 척결하고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겠다”는 것이 선포 이유였다. 민의를 대표하는 국회가 군홧발에 짓밟혔다. 45년 만의 비상계엄은 12월 4일 1시 1분경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되며 2시간 1분 만에 해제됐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은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을 앞두고 있다. 12월 29일엔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착륙 중 사고가 발생, 179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에 예정됐던 전국의 제야·송년 행사는 모두 취소됐다. 서울 보신각 제야의 종 행사는 공연과 퍼포먼스를 취소한 채 조용히 치러졌으며 각 지역의 새해 첫 날 타종·해맞이 행사들도 취소되거나 크게 축소해 열렸다. 경기도 역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해 희생자를 애도하며 1월 1일 수원시 팔달산 서장대 일대에서 갖기로 했던 새해 해맞이 행사 일정을 취소했다. 매년 5000명 정도가 몰리던 수원시의 송년·신년 행사도 열리지 않았다. 31일 수원시민과 함께하는 2024년 수원시립예술단 송년음악회(수원SK아트리움), 제야음악회(행궁광장 특설무대), 1일 제야타종(여민각), 떡국나눔(제야타종 후), 해맞이 행사(팔달산 서장대) 등이 줄줄이 취소됐다. 6월 24일엔 화성시에 위치한 리튬배터리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의 대형 화재로 노동자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으로 인한 의·정 갈등도 계속되고 있다. 4월 10일 실시된 제22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175석을 차지하며 압승했다. 국민의힘은 108석밖에 얻지 못했다. 이밖에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이 1석을 차지했다. 국민들을 기쁘게 한 소식도 있었다. 한강 작가가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노벨문학상 선정위원회는 그의 작품을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의 연결에 대해 독특한 인식을 갖고 있다”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됐다”고 평가했다. K-팝, K-드라마, K-푸드 등 K-컬처도 세계에서 빛났다. 이밖에도 경사가 여럿 있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 경사들은 뒷전으로 밀렸다. 을사년 올해는 광복 8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이다. 그리고 조선이 일본에 강제 병탄되기 시작되는 을사조약이 체결된 지 120년이 된 해이기도 하다. 일제 치하에서 해방된 지 80년 동안 우리나라는 6.25 전쟁과 4.19, 12.6, 12.12, 5.18 등을 겪었다. 그 숱한 어려움을 이겨내며 우리는 선진국의 대열에 합류했다. 참으로 위대한 국민들이 자랑스런 나라를 만들었다. 지금 겪고 있는 이 시련도 더 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자양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12월 3일 내란 사태이후 손님의 발길이 끊긴 데에 더해, 안타까운 여객기 참사까지 터져 최악의 연말연시를 보내고 있는 자영업자를 비롯한 국민들의 일상이 빠르게 회복되길 바란다. 새해엔 비극적인 참사가 더는 일어나지 않길 기원한다. 불의가 정의로 바뀐 나라, 궤변과 억지의 정치가 통하지 않는 나라, 어둠을 이긴 빛이 가득한 나라, 새해엔 국민들이 눈물을 흘리지 않는 새 나라를 이루자. 새해엔 모든 난제들이 해결되면 좋겠다.
실제보다 좋게 보이려고 사실을 숨기고 거짓으로 꾸미는 것을 ‘분식(粉飾)’이라 한다. 예를 들면 기업이 주가를 높이거나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추기 위해, 고의로 자산이나 이익 등을 크게 부풀리고 부채를 적게 계산하여 재무 상태나 경영 성과 등을 고의로 조작하는 것을 ‘분식회계(粉飾會計)’라 할 때 ‘분식(粉飾)’이 그것이다. 즉 왜곡하거나 숨겨야 할 무언가가 있을 때 사용되는 분장이나 덧칠을 말한다. 1970~1980년대 우리 사회 집권 세력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한국적 민주주의’, ‘한국적 민주주의의 토착화’였다. 유신체제 출범과 함께 박정희 대통령이 제안한 한국적 민주주의’는 ‘민주주의로 ‘분식(粉飾)’된 권위주의’의 결정판이었다. 중학교 사회시간에 선생님께서 ‘민주주의 앞에 다른 말을 붙인 것은 민주주의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는 말씀을 나중에 성장하면서 이해하게 되었다. 3선 개헌을 통해 1971년 대통령에 다시 당선된 후 박정희는 그해 12월 북한의 무력도발과 안보 위기를 명분으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여 언론 등 국민의 자유를 제한하였다. 또한 야당의 당리당략이나 언론의 무책임으로 안보 위기가 발생했다고, 1972년에는 국회를 해산하고 헌법의 효력을 정지시키며 10월 유신을 단행하였다. 이후 그는 선거제도가 지역감정과 민족분열을 조장한다며 선거제도는 물론 민주주의 전체를 부정하기에까지 이르렀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이 어디에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은가? 그때로부터 50년도 더 지난 지금 세계 10위권 OECD국가 대한민국에서 그런 황당한 일이 버젓이 벌어졌다. 그런 징조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는 어느 순간부터인가 헌법에 명시된 우리나라 국호를 ‘대한민국’이 아닌 ‘자유 대한민국’으로 바꾸어 불렀다. 국호에 ‘분식(粉飾)’이 들어가고 있었는데, 아무도 눈치를 채지 못한 것이다. 비상계엄 선포가 야당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고, 북한의 위협으로 안보 위기가 고조되었다거나, 심지어 전단과 포사격에 무인기까지 아무리 자극해도 북한 응하지 않자 이제는 선거관리위원회의 부정선거 의혹 때문이라는 주장까지, 50여 년 전의 주장과 너무나도 똑같다. 윤석열은 수없이 ‘자유’의 가치에 대하여 강조하며, ‘가치 외교’를 최고의 치적으로 삼았다. 그러나 그가 말한 ‘자유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을 ‘분식(粉飾)’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 진정한 ‘자유’의 가치를 실천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음이 이번 계엄을 통해 밝혀졌다. 지금까지 온 국민의 땀과 노력으로 일으켜 세우고 발전시켜 놓은 ‘대한민국’을 한순간에 국제사회 비웃음거리, 부끄러운 후진국으로 만들어 버렸다. 교활한 대통령은 나라를 부끄럽게 만들었지만,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도 새로운 희망을 보았다. 세상과 사회에 무관심하다 여겼던 20, 30세대가 계엄을 막아내는데 앞장섰고, 모두가 함께 즐기는 문화로 폭력을 막아낼 수 있다는 새로운 민주주의 모델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지난 50여년 동안 경제, 사회, 문화 등등 여러 면에서 선진국 수준에 이르렀고, 일부 첨단 과학기술이나 한류 등에서는 글로벌 리더가 되었다. 새해에는 정치에서도 새로운 한류를 꿈꾸며 이들이 펼쳐갈 새로운 미래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