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의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에 비례하여 이들의 빈곤율 또한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주목된다. 특히 1인 가구의 사회적 관계 단절과 고립이 심해지면서 ‘사회적 배제 수치’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를 개선할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분절 현상은 가뜩이나 정신건강 위기가 가중되는 시대에 심각한 사회 문제 파생 우려까지 더해져 1인 가구에 대한 심층적 관리 방안이 절실해지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빈곤 개념 및 측정 동향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8년간 전체 가구의 경제적 박탈이 크게 감소한 데 반해 1인 가구의 사회적 배제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과 2021년 국민생활실태조사를 분석한 결과 전체 가구의 ‘경제적 박탈’ 점수는 이 기간 평균 1.13점(박탈지표 10개 중 해당하는 1개당 1점)에서 0.96점으로 0.17점 줄었다. ‘사회적 배제’ 점수도 1.52점에서 1.47점으로 0.05점 낮아졌다. 1인 가구의 경제적 박탈 점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배제 점수는 증가했다. 같은 기간 경제적 박탈 점수는 1.75점에서 1.72점으로 0.03점 미미하게 감소했으나 사회적 배제 점수는 2.61점에서 2.83점으로 오히려 0.22점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경제적 박탈과 사회적 배제 모두 ‘박탈’ 상태를 나타내는 사회학적 용어다. 경제적 박탈은 물질적 결핍, 사회적 배제는 참여와 관계 영역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는 이 같은 조사 결과가 1인 가구의 사회적 관계 단절과 고립이 더 심화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부의 국민생활실태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의 비율은 2003년 15.5%에서 2021년 32.8%으로 늘었다. 이후에도 계속 늘어나 통계청 인구총조사 기준으로 지난해 35.5%까지 달했다. 특히 1인 가구는 2인 이상 가구에 비해 경제적 빈곤의 절대적 수준도 높고 개선 속도도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1인 가구의 빈곤율은 2021년 기준 41.4%(균등화된 중위 경상소득 50% 기준)로 전체 가구 13.7%의 3배 수준으로 기록하고 있다. 1인 가구는 혼자 사는 청년부터 이혼, 사별로 인한 독거노인 등 다양한 이유로 형성된다. 7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으며 30대 이하가 뒤를 잇는다. 최근 주목할 만한 변화는 청년 1인 가구의 증가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결혼은 필수’라는 인식은 20대의 경우 4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1인 가구는 대한민국의 뉴노멀로 자리 잡았고 이젠 비혼 출산 등 가정의 새로운 형태까지 나타나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전통적인 형태의 가족해체라는 위험성을 내포한다. 저소득층 1인 가구의 빈곤율 상승, 경제적 문제로 인한 범죄 발생, 정신건강 케어를 비롯한 복지로 인한 재정부담 증가 등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고 결국 고독사 문제로 귀결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내의 사회적 연결을 강화하고 생활비 및 건강관리 지원, 고독사 예방 시스템 확립 등 안전망을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 거부할 수 없는 1인 가구 시대가 도래한 만큼 이제 그 후유증을 담론화하는 일이 필수가 됐다. 1인 가구 확대 문제는 출산 기피 현상에 기인하는 인구소멸 문제와도 맞물려 국가사회의 미래와 연결된 중요한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혼자 사는 풍조’는 거부할 수 없는 트랜드이기 때문에 그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를 정책적으로 보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런 풍조를 마냥 미화해서도 안 되는 치명적인 한계점이 있다. 보호해야 하지만, 마냥 장려할 수만도 없는 난해한 딜레마를 안겨 주고 있는 것이다. 세월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사회현상에 대한 더욱 복합적이고 영리한 대응 전략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을사년도 한 달이 가고 둘째 달 중순이 지나간다. 2월은 28일까지다 1월 말경에는 설 연휴 겸 공휴일로 쉬고 2월은 28일까지니까 새해 벽두부터 뭔가 헐렁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사는 게 뭐 그런 거지’ 싶었다. 그런데 명절에 다녀간 어느 회사 사장 말이 떠올랐다. 매일 꼬박꼬박 광고를 내보내야 하고 기사를 써 편집해 독자에게 전달되어야 하는 계약 사회에서는 하루하루가 경제적 단위 가치로 따져질 수밖에 없다던 그 말이. 나라 밖으로 눈을 주면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경제와 안보에 따른 불안의식은 심각해졌다. 이민자들의 고통도 만만치 않게 되었다. 국내 사정은 지난해 12월 3일 현직 대통령이란 자의 친위 쿠데타 시도와 그 이후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대한 지지자들의 난립과 난동, 그리고 그 후유증과 통치자의 비이성적인 재판과정의 태도 등 마음 편히 보낼 수가 없었다. 새해라고 맑은 기운으로 덕담을 나누기에도 어설프기만 했다. 매사 기본과 근본을 놓치면 개인의 삶도 나라도 혼란스럽고 불행한 것. 하루 속히 기본 질서가 잡혀 사람다운 삶을 고민해야 할 같다. 무거운 마음 달래고자 2022년 4월 20일 작고 한 한승헌 변호사의 '유머 기행'을 서재에서 꺼내 들었다. '책과 인생'에 2004년 6월에 발표한 ‘탄핵사건 착수금’이 펼쳐졌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2004년 3월-5월) 때에 대통령 측 대리인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고 처음엔 사양했다고 한다. 그러나 나 같은 재야 법조 원로(?)도 대국민 구색 갖추기로 쓸모가 있어서 그런가 싶어 마침내 수락을 했다는 것. 그런데 선배 한 분이 ‘한 변호사는 약자를 대변해 왔기 때문에 인권변호사라고 해서 존경하는데,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을 변호하는 것은 인권변호사 이미지에 맞지 않으니 재고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말했다고도 했다. 또 다른 신문에서는 액수 문제에 접하는 기사를 실었는데, ‘초호와 대리인단의 면면으로 보아 일반 형사사건을 맡았다면 총 수임료 액수가 최소 수십억에 달했음직한 명망가들이어서 더욱 그렇다’는 것이라고 발표했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재산이 공직자 재산 등록 때 6억 5천만 원으로 신고된 점을 감안하여 변호사 1인당 일백만 원 미만이 적당하다는 셈법도 제시되었다는 것. 그런데 그 기사가 나오기 전 날 변호사 대리인들 계좌에 500만 원씩의 착수금이 입금되었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탄핵소송 변호사 비용으로 1천1백만 달려, 즉 130여 억 원을 부담하고 그 빚을 갚지 못해 허덕였다고 했다. 세상의 모든 물건과 제도는 생각이 만든다. 우리의 삶을 채우는 물건과 제도도 독립적(창의)으로 생각(사유)한 결과이다. 명절이면 덕담도 하면서 ‘네 꿈이 뭐냐?’ 라고 묻기도 한다. 2월에는 입춘과 대보름이 있어 새해 설계에 따른 설렘이 가시지 않는 때이다. 침대에서의 꿈이라기보다 현실 세계에서 내가 선택한 꿈은 다양할 수 있다. 그리고 자기가 어디로 건너가고 성취하고자 하는 독촉 같은 것이다. 건전한 생각은 자신에게서 솟아나는 것, 생각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을 스스로 궁금하게 해야 한다. ‘나는 무엇을 원하며 어떻게 살다 갈 것인가? 내가 타고난 능력은 무엇인가?’ 등 기본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 나도 꿈꾸는 법을 배우고 싶다. 잘 노는 법도 공부하고 싶다. 내 인생 나이테에 걸맞게 꿈꾸는 법(道)을 배우고 싶다. 그리고 하나님이 허락하신다면 잘 노는 문화도 겸손하게 몸으로 익히고 싶다.
유튜브로 뉴스를 소비하는 비율이 2021년 정점을 찍은 이후 감소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이달 초에 발표한 ‘2024 언론수용자 조사’를 보면 유튜브에서 뉴스를 이용하는 비율이 2021년 26.7%에서 2023년에는 25.1%로, 2024년에는 18.4%까지 줄었다. 여론 양극화의 원인으로 주로 꼽던 유튜브 이용이 줄었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 뉴스 이용률이 눈에 띄는 정도는 아니지만 2023년에 비해 소폭 상승한 경로가 있는가 살펴보면 메신저 서비스가 14.5%에서 16.8%로, SNS가 8.6%에서 10.9%로 증가했다. 유튜브를 포함해서 개인 맞춤형 뉴스 전송 서비스가 점차 자리를 잡아가는 추세가 여전해 보인다. 뉴스 산업 전반이 어려워지면서 디지털 전략이 우세해지고 있는데, 유튜브라는 채널의 영향력이 여전히 높긴 하지만 개인별 맞춤 정보를 제공할 채널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는 정도로 말할 수는 있어 보인다. 해당 조사 설문 기간은 작년 9월부터 11월까지 전국에서 3천 명을 조사했다. 여러모로 뉴스 소비가 개인화하면서 수용자의 뉴스 선택권이 강해졌다는 점이다. 반대로 뉴스 생산자는 수용자가 원하는 형태로 뉴스를 친숙하게 받아들이게 만들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그만큼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콘텐츠를 수용자의 소비 습관에 맞게 가공할 수 있는 뉴스 제공자 능력이 커졌다. 교육이나 음악과 같은 새로운 서비스와 결합한 패키지 뉴스에 대한 선호가 새롭게 생겨난 흐름과도 연관해 볼 부분이다. 유사한 관심과 입장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 의견을 궁금해하고 공유하는 것에 적극적인 이용자가 늘면서 실시간 투표 기능이나 댓글 연동 기능을 두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다시 돌아가서, 이번 수용자 조사에서는 소셜미디어에서 접한 뉴스가 어느 언론사 뉴스였는지 출처를 확인했는지 질문한 문항이 있었다. 뉴스 제공 언론사가 어딘지 안다는 응답이 34.7%, 뉴스를 보도한 언론사명을 확인한다는 응답자가 22.5%였다. 반대로 제공 언론사가 어디인지 모른다가 31.6%이고 확인조차 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45.4%에 달했다. 어떤 언론사가 보도한 내용인지 알거나 알려고 노력하는 정도를 연령대별로 살펴보니 70대 이상이 특히 낮았고, 연령대가 낮을수록 높아졌다. 얼마 전 MBC ‘손석희의 질문들’에서 언론을 주제로 한 토론이 있었다. 여기서 정준희 겸임교수는 “기성 언론이 망가지는 것은 우리 사회의 좋지않다”라고 말했다. 아무리 유튜브 저널리즘이 발전하고 비평 언론이 발전한다고 해도 사실을 공급하는 것은 기성 언론이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였다. 크든 작든 크기와 형태에 상관없이 모든 물길이 시작되는 ‘수원’이 자체가 막히거나 오염되었다고 하면 그 피해가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라는 비유였다. 뉴스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하는 단순화와 짧은 길이가 선호되고 있다. 사태의 복잡성이나 다면성을 가려지게 하거나 알 필요가 없게 막힌 속을 뚫듯 시원함을 느끼게 하는 전략이 잘 통한다. 뉴스 수용자가 관심을 가질 법한 뉴스를 알아서 제시해주는 알고리즘 서비스도 그중 하나다. 손석희는 나름의 방법으로 ‘검색 이력 기능 OFF’를 제시했다. 내가 필요한 것을 검색하면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면서. 나의 뉴스 소비력이 몇 점일지 자문해볼 때다.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8살 김하늘 양이 교사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한 사건 이후 교원의 정신건강을 관리하고 학교 안전을 강화하는 ‘하늘이법’ 입법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국민이 크게 늘고 있는 시점에 대응 수단을 특정 분야에만 집중하는 것은 효과가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사회의 전반적인 병증에 종합적으로 대처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견해를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 교육계에 따르면 정부와 정치권은 교원 임용 시부터 재직기간 심리검사를 시행하고 이상행동 시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동시에 직무수행이 어려운 교원에는 직권으로 휴·면직을 권고할 수 있는 질환교원심의위원회를 법제화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명 ‘하늘이법’의 주요 내용은 교사의 정신건강 관리 강화 방안과 학교 안전대책으로 교원 임용 시와 재직기간에 정신건강 관련 검사를 받는 안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안이 현장에 적용될 경우 교사들은 임용 시 인·적성 검사와 함께 정신건강 검진을 받고 교직 생활 중에도 주기적으로 심리검사를 받게 된다. 문제는 법안이 ‘걸러내기’에 초점을 두고 있어 ‘낙인효과’로 자신의 정신질환을 숨기거나 적절한 처방을 받지 못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심리검사는 설문지 작성 형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거짓 답변 등으로 검사의 신뢰도 역시 흔들릴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교원 사회에서는 이번 사건이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닌 교육 현장의 구조적 문제와 관련 있지만, 성급한 입법은 큰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의 2024 국민 정신건강 지식 및 태도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우울감, 스트레스, 불면 등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한 국민의 비율은 2022년 63.8%에서 지난해 73.6%로 증가했다. 그럼에도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도 병원을 방문하지 않은 비율은 73%에 달했다. 한국 사회의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적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자신의 정신질환을 아예 파악조차 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신건강에 문제를 겪는 교사들에게 낙인을 찍어 걸러내거나 업무에서 배제하는 방식의 법안이 적용된다면 실효성 감소와 함께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개별 직종에 대한 입법이 아닌 학교 구성원 모두가 건강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근본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화영 순천향대천안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가해자의 직업에만 초점을 맞춰 우울증이 원인이라고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업무 배제 등 불이익을 강조한다면 오히려 치료가 힘들 것”이라고 문제점을 짚었다. 전진용 울산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전수검사가 자칫 편견을 강화하고 치료받아야 할 증상을 숨기게 하는 장치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영희 정신장애인가족협회 정책위원장은 “‘하늘이법’보다는 정신건강복지법을 개정해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제언한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우르르 달려들어서 ‘특별법’이네 뭐네 하면서 졸속 입법 하나 해놓고서 곧바로 잊어버리는 정치·행정 행태는 우리가 반드시 개선해야 할 구태다. ‘김하늘 양 피살 사건’을 교사의 문제로 국한해서 들여다보는 것은 지극히 근시안적인 대처다.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는 정신질환 환자들이 이웃에 즐비한 사회로 가고 있는데, 당장 벌어진 일만 수습하고 땜질하기에 급급하기만 한 국가사회는 절대로 선진사회로 갈 수 없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종합적인 예방책을 찾아내어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칫 잘못된 진단과 처방이 강행될 경우, 문제 해결이 아닌 오히려 더 심각한 문제들을 덧낼 수도 있다. 정신병적 사회 문제에 관한 접근법은 지금보다 훨씬 더 정밀하게 조율돼야 한다.
오산시 직원 익명게시판(새올행정망)은 일반직 직원들의 '상소' 공간으로 불린다. 하지만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수위를 넘는 비판 글로 채워지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특히, 건강한 여론 조성은 온데간데없고 상사와의 갈등만 유발하는 공간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렇다 보니 논란의 중심이 되는 익명게시판이 폐쇄돼야 한다는 여론까지 일고 있다. 무분별한 비방이나 근거 없는 유언비어, 명예훼손성 글 등이 난무하며 애초 목적과는 상반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오는 흔한 말 중 ‘갑질’이란 단어가 서슴지 않게 오산시 공직사회에 맴돌며 시시비비를 따진다. 최근 오산시에는 ‘갑질 5인방’이란 말들까지 떠돌며 정당한 사유 없이 공직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일부 직원들이 직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하도록 정당한 업무 지시나 요구를 ‘갑질’로 치부해 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자기가 잘못해 놓고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일명 ‘을’들이 일부 있어 상반된 시각을 보인다. 일을 안 하면 지시도 없다. 인기 있는 부서장이든 팀장이든 그건 누구나 원하는 것이다. 다만 업무에 대한 과다 열정과 노력이 오히려 ‘갑질’이란 '惡'(악)의 부메랑으로 되돌아오는 것이 씁쓸할 뿐이다. 하지만 시에는 일부 갑질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가중된 업무분장이나 비인격적 대우, 거친 표현과 함께 "야!" 와 같은 반말 등은 반드시 근절돼야 하는 '갑질'이다. 세대 공감이나 문화적 차이, 살아온 환경, 가치 등 모든 것이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호랑이는 적어도 17세기 초의 호랑이였던 것이다. 간부나 상사 역시 예전 조직문화를 염두에 둔다면 큰 실수일 것이다. 노조원이 억울함을 호소해 오면 시나 노조에서는 진상조사를 하게 된다. 관할부서나 공무원 노조는 MZ세대 공무원들이 업무 실수를 지적만 해도 갑질로 받아들이는 사례들이 남지 않도록 현명한 중재를 이끌어 내야 할 것이다. 또한, 상급자 역시 업무를 회피하고 소홀히 하는 하급자의 괴롭힘으로부터 보호받을 장치를 반드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오산시가 이제는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 존중하는 따뜻한 공직사회가 되길 바란다. 신바람 나는 활기찬 공직 근무 환경을 스스로가 개선할 시점이다. [ 경기신문 = 지명신 기자 ]
며칠 전 한해의 풍년과 건강을 기원하는 중요한 명절 정월대보름이 지났다. 예전부터 나쁜 기운을 쫓고 건강과 부를 기원하는 의미로 보름달을 보며 달집도 태우면서 소원도 빌고, 묵은 나물에 오곡밥과 귀밝이술, 부럼도 깨면서 많은 사람과 나눔을 함께 하는 정겨운 모습들이 참 보기 좋았다. 점점 사라지고 있지만 그래도 잊지 않고 이런 좋은 의미를 소소하게 즐기는 사람들이 있어 마음이 따뜻했다. 세시 음식 중에 귀밝이술은 ‘귀가 밝아지고 일 년 내내 좋은 소식을 들어라’라는 의미로 전해지는데, ‘동국세시기’에는 ‘보름날 이른 아침에 데우지 않은 찬술을 마시면 귀가 밝아지고 귓병이 생기지 않는다. 이 술을 이명주(耳明酒)라 한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음식 중 하나인 오곡밥은 겨울철 부족한 영양을 보충해주기 위해 다양한 잡곡을 넣어 밥을 짓는데 지역마다 조금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으로 찹쌀, 수수, 조, 콩, 기장이 들어간다. 오곡밥에 들어가는 다섯 곡식이 각각 사람의 건강을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고 믿었고, 다양한 곡식을 섞으므로 풍성한 수확을 기원하면서 이를 통해 한해의 모든 일이 풍성하고 순조롭게 이뤄지는 바람을 담고 있다. 또 그 음식을 통해 한해의 건강을 챙긴다는 큰 뜻이 숨어 있는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하기 위해 오곡밥을 선택했다면 이번 정월대보름에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봐야겠다. 정월대보름에 함께 함께 마실 귀밝이술로 찹쌀, 수수, 조, 검정콩, 기장으로 빚는 ‘오곡주’를 빚었다. ‘산림경제’ ‘해동농서’ ‘임원경제지’ 등 옛 문헌에도 잡곡으로 빚는 ‘잡곡주’가 있다. 잡곡을 가루 내어 죽을 끓여 누룩과 함께 버무려 밑술을 빚고, 며칠 뒤 다시 가루로 만들어 죽을 끓여 지난번 빚어 놓은 술과 버무려 발효 시기면 된다. 잡곡으로 술을 발효하기에는 껍질도 두껍고 각각 익히는 시간도 다르다 보니 이런 다양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가루로 만들어서 술을 빚는 방법을 선택한 옛사람들의 지혜에 다시 한번 감탄을 하게 된다. 이런 기록들이 남아 있다 보니 응용하는 과정에서 색다른 맛을 가진 술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오곡주에는 밑술에 오곡을 가루로 만들어 죽을 끓인 뒤 식혀 누룩을 넣고 발효시켜 4~5일 후 오곡을 씻어 불린 뒤 가루로 만들어 김이 오른 찜솥에 올려 찐 뒤 식혀 지난번 빚어 놓은 술과 함께 버무려 발효시키면 된다. 이번 술은 맑은 약주의 형태로 즐겨도 되지만 오곡의 느낌을 즐기려면 탁주의 형태로 즐기는 것이 더 맛있게 마실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세시풍속을 지키는 의미는 우리가 단순하게 전통을 따르는 것 이상의 깊은 상징성과 가치를 담고 있다. 우리의 고유한 문화와 삶의 지혜를 이어가며 정신적 물리적 건강을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이해하면서 삶을 풍요롭고 균형이 있게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공동체 내에서 서로를 돌보는 배려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고 한해의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는 중요한 의미로 에너지와 용기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1월 민생회복을 위해 50조 원 추경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던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4일 광주경영자총협회 특강에서 다시 이 문제를 거론했다. 13일 더불어민주당에서 발표한 추경안에 대한 견해도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은 13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생 회복과 경제 성장 방안을 담은 35조원 규모의 ‘슈퍼 추경’을 하자고 정부·여당에 제안했다. 민주당의 추경 예산에는 민생 회복 예산 24조원, 경제 성장 예산 11조원이 책정돼 있다. 이 가운데는 13조원 규모의 민생 회복 소비 쿠폰 사업도 들어 있다. 국민 1인당 25만원,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및 한부모 가족엔 추가 10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동연 지사는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제가 얘기했던 것과 비슷한 얘기를 해서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당의 어제 추경 발표에 대해서는 아주 잘했다고 생각하는데, 민생회복지원금만큼은 다른 입장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민생회복지원금을 주는 것은 찬성하지만 모든 국민에게 25만 원씩 민생회복지원금을 주는 것은 한계소비성향, 정책일관성 등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부자들이 소득이 늘어난다고 세 끼 먹을 밥을 네 끼를 먹겠습니까? 양복을 하루에 한 개씩 사겠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라면서 부자들은 소득 늘어난다고 그 돈을 소비하지는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대신 김 지사는 더 힘들고 어려운 계층에 ‘두텁고 촘촘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타가 인정하는 경제전문가이도 한 그의 설명에 따르면 취약계층일수록 소득이 올라가면 돈을 쓰는 비율(한계소비성향)이 높다고 한다. 따라서 전 국민에게 25만원씩 지급하는 것보다는 보다 어려운 국민, 즉 소득분위 25% 이하에게 1인당 100만 원씩 민생회복지원금을 주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이날 특강에서 김 지사는 외신들이 윤석열 대통령을 ‘GDP 킬러(KILLER)’라고 표현했다면서 윤석열 정부의 연속 1% 성장과 관련해 “아주 비참한 지경”이란 표현까지 써가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지사는 12일 오전 경기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82회 경기도의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 도정연설에서도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에 깊은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실물경제와 내수경기는 내일을 장담할 수 없을 만큼 위태롭다고 개탄했다. IMF 외환위기, 코로나19 팬데믹 때보다 더 깊은 침체에 빠져들어 ‘소비절벽’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소매 판매가는 -2.2%였다. 자영업자들은 이 시간에도 폐업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지사는 12일 도정연설을 통해 경기도가 선제적인 추경을 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중앙정부의 재정 정책을 견인하고 대한민국 경제 재건의 마중물이 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트럼프발 관세전쟁 대응 등과 관련해 ‘대미 통상환경조사단’을 미국 현지에 파견하는 등 트럼프 쇼크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는 약속도 했다. 김 지사는 “민생 현장은 하루하루 피가 마르고 있다. 여와 야, 정부의 공방을 지켜볼 여유가 없고 기다릴 시간도, 더 이상 버틸 여력도 남아 있지 않다”며 우선 전국 최초로 소상공인 3만 명에게 500만 원씩 운영비를 지원하는 ‘소상공인 힘내Go 카드’를 전면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중소기업 육성자금은 2조 원으로 확대하고 국비가 전액 삭감된 지역화폐를 도비로 추가 발행할 계획임을 발표했다. 여기에 더해 수출 중소기업의 환변동 보험료와 금융지원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미래 먹거리인 팹리스 양산 지원, 벤처스타트업 글로벌 펀드 조성 등에도 더 과감하게 투자하고 건설경기를 활성화하고 지역 경제의 활력을 더 빠르게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우리 경제에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와 취약계층, 대한민국 미래먹거리를 위한 산업정책에 돈을 써야 한다는 김 지사의 뜻에 깊이 공감한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백악관 기자실을 유튜버들과 인플루언서들에게 개방했다. 백악관 브리핑 룸이 이제는 ‘레거시 미디어’ 뿐만 아니라 ‘뉴 미디어’를 위한 자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갤럽의 2024년 조사에 의하면 ‘매스 미디어’를 신뢰한다는 답변은 30% 대로 떨어졌고, 특히 공화당 지지자들과 청년층의 신뢰도 감소가 뚜렷하다. 우리나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노학자들은 한 때 지금의 매스 미디어도 뉴 미디어라고 분류했다. 이제 매스 미디어는 레거시 미디어가 되었고, 더 ‘뉴’한 뉴 미디어와 경쟁해야 한다. 레거시 미디어는 어떻게 해야 할까? 차별화하거나 죽거나(differentiate or die). 브랜딩에 관한 책을 읽다가 알게 된 경구다. 업계에서는 이미 유명한 경구였다고 한다. 레거시 미디어도 차별화해야 한다. 뉴 미디어를 모방하고, 뉴 미디어와 같은 차원에서 더 높은 스코어를 내려고 하기보다, 뉴 미디어가 안 하는 것을 해야 하고, 뉴 미디어가 못 하는 것을 해야 한다.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라는 표어로부터 한 번도 감동을 받은 적이 없었다.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라는 컨셉은 의심스럽다. 정말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규제마저 동일하게 받는다면, 차별성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레거시 미디어가 규제의 무게를 내려놓고 뉴 미디어와 같은 체급에서 뉴 미디어의 방식으로 경기를 하면 뉴 미디어를 이기리라는 자신감의 근거는 무엇일까? 레거시 미디어만 받는 규제 중 많은 것은 해롭지만 어떤 것은 이롭다. 더 정확한 보도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규제들은 레거시 미디어의 ‘차별성’이 될 수 있고, ‘브랜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나라의 경우, 언론 보도의 피해자들은 언론중재법상 언론에 대하여 정정보도, 반론보도, 추후보도를 요구할 수 있다. 공직선거법상 언론기관에 대하여는 선거기간에 보다 신속한 정정보도, 반론보도를 요구할 수도 있다. 선거기간에는 선거기사심의위, 선거보도심의위,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의한 규제도 받게 할 수 있다. 레거시 미디어 종사자들의 입장에서는 불편하다. 뉴미디어는 받지 않는 규제를 받으며 플레이 하려니 답답하고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뉴미디어의 소비자들은 누리지 못하는 “애프터서비스”(A/S)가 제공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레거시 미디어의 뉴스 “상품”의 브랜드 형성의 계기가 될 수도 있었던 이 “A/S” 시스템을 권력에만 혈안 된 위정자들이 언론장악의 도구로만 악용하며 망쳐 왔다. ‘레거시’라는 말에는 물려받은 ‘유산’이라는 뜻이 있다. 레거시 미디어가 물려받은 규제는 ‘상속재산’이기도 하다. 그 중 어떤 것은 레거시 미디어의 브랜드의 재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단지 ‘규제’라는 이유만으로 전부 상속포기를 선언할 것은 아니지 않을까? 지상파 방송 콘텐츠가 중동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인기였다. 할리우드 콘텐츠와는 달리, 온 가족이 함께 시청할 수 있는 건전한 콘텐츠라는 점이 ‘차별화’의 요소가 되었다. 이는 역설적이게도, 중동의 검열관들을 만족시킬 정도로 엄격했던 우리의 내용 심의 제도의 결과다. 내용검열이 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기회를 발견하는 사람은, 규제에서도 브랜딩의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지난 11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기일에서 윤 대통령 측 변호인이 확인되지 않은 중국의 부정선거 개입 음모론을 꺼내 들었다. 특히, 현직 안보실장인 신원식 실장을 증인석에 앉혀 두고 30분 내내 중국의 부정선거 음모론을 설파했다. 다행히 신 안보실장이 윤 대통령 측의 주장에 동의 하지 않는 입장을 견지했으나, 중국과의 외교적 갈등 우려를 키웠다는 비판은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날 윤 대통령 측 차기환 변호사는 신 안보실장에 대한 주신문에서 중국 관련 의혹을 주장했다. 그는 "중국이라면 한국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선거개입을 시도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죠?"라며 유도성 질문을 했으나, 신 안보실장은 "가정을 전제로 한 질문은 외교에 영향을 미칠수 있기 때문에 답변하지 않겠다"며 윤 대통령 측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차 변호사는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이 260만명이고, 그 중 중국인이 96만 2000명이라며 전통적 전쟁 방식에 정치공작과 심리전 등을 더한 '하이브리드 전쟁' 의혹까지 제기했다, 차 변호사는 "증인이 말한 다양한 하이브리드 전술을 감안하면 이렇게 중국인이 많다고 하는 것은 중국 정부로서는 하이브리드 전을 전개하기에 상당히 유리한 환경인 건 맞죠?"라는 황당한 질문을 이어갔으나, 신 안보실장은 "단정적으로 제 견해를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습니다"라고 답해 원하는 답을 얻지 못했다. 윤 대통령 측은 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수원 선거연수원 제2생활관이 부정선거 기획을 위한 중국인 해커 숙소라는 음모론까지 꺼내 들었다.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에 대한 신문에서 윤 대통령 측 배진한 변호사는 “수원연수원 제 2생활관이 외국인 공동주거 주택으로 등기된 이유는 무엇이냐”고 질문했고, 이에 김 사무총장은 “그 건물은 최초에 농어촌공사 건물이었다”며 “공사가 건물을 지었을 때 개발도상국 농어촌 후계자를 데리고 와 교육시키는 시설로 썼고, 그래서 외국인 숙소로 등록됐던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김 사무총장의 설명으로 사실관계가 확인됐지만, 배 변호사는 “그랬다면 외국인 전용시설이라는 것도 바꿔야 하지 않느냐”고 재차 물었고, 김 사무총장은 “건물 명칭만 제2 생활관이라 하고 용도를 안 바꾸는 바람에 그게 남아 있는데, 이번에 조치해서 바꿨다”고 답했다. 김 사무총장은 “(선관위가 건물을 인수한 후에) 외국인들이 숙박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런 적 없다”고 명확히 말했다. 지난 달 2차 변론에서도 윤 대통령 측은 한 극우매체를 인용하며 ‘계엄 선포 당일 계엄군이 미군과 공동 작전으로 수원 선거연수원에서 부정선거에 연루된 중국인 간첩 99명을 체포해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로 압송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으나, 주한미군이 공개적으로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 허위임이 증명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탄핵 심판 초기부터 비상계엄 선포의 주요 배경 중 하나로 부정선거를 주장했다. 중국 정부의 연관성 의혹도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12일 발표한 대국민 담화 때는 공개적으로 중국인의 미국 항공모함 촬영이나 국정원 촬영, 중국산 태양광 시설로 인한 산림 파괴 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그러나 그는 부정선거 관련 내용을 수사기관에 넘기거나 수사를 요청하지도 않았다. 또한 선거관리의 책임은 선관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행안부도 각종 선거 관리에 대한 책임이 있다. 행정부 수반인 현직 대통령이 부정선거 음모론에 사로잡혀 있는게 기이한 이유다. 윤 대통령 측이 최소한의 근거나 구체적인 정황 없이 미군이 부정선거와 관련된 중국인들을 체포했다거나, 중국의 부정선거 개입을 주장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외교적 자해다. 근거도 없이 망상에 사로잡혀 미국과 중국을 부정선거 음모론에 끌어들이는 것은 크나큰 국익훼손 행위다.
영국의 철학자 칼 포퍼(Karl Popper, 1902-1994)는 1938년 히틀러가 자신의 원래 조국인 오스트리아를 강제 합병하자 나치 제국의 전체주의를 비판한 '열린사회와 그 적들(The Open Society and Its Enemies)'을 쓰기 시작했다. “인류 역사는 열린사회와 닫힌사회 간 투쟁의 역사였다”라는 전제로 시작되는 이 책은 1945년에 출간되었지만 강렬한 제목만큼이나 지금껏 전체주의를 비판한 최고의 명저로 꼽힌다. 포퍼의 닫힌사회는 비판과 반성 그리고 토론이 불가능한 사회이다. 그곳에서는 오로지 독단적 이데올로기를 강요되는 획일성만이 존재한다. 지도자는 신성하기에 그가 만든 제도나 언어는 금칙이 되어 누구도 비판할 수 없고, 발전은 이미 만들어진 법칙에 따라 저절로 이루어진다는 역사법칙주의가 주도한다. 히틀러의 독일제국, 스탈린의 전체주의 국가, 헤겔의 절대정신으로 우상화된 국가, 마르크시즘에 경도된 국가 그리고 플라톤의 철인국가까지도 닫힌사회이다. 모두 21세기에는 존재할 수도, 존재해서도 안 되는 불량한 국가들이다. 열린사회는 그 반대로 다양한 의견과 비판이 자유로운 사회로, 인간은 불완전하기에 서로를 인정하고 건전한 소통을 통해 비로소 발전해 나가는 것이라고 본다. 열린사회는 혁명적인 변혁보다는 점진적인 개혁과 변화를 추구하는 사회로 추상적인 선(善)을 실현한다는 망상으로 현혹하는 것이 아닌 구체적인 악과 고통의 제거에 전력하는 사회이다. 당연히 오늘의 건전한 사회와 국가를 상징한다. 윤석열 정권 2년 6개월 동안 우리 사회는 닫힌사회였다. 부정적인 말에는 입틀막으로, 건전한 소통이 아닌 일방통행이었으며, 반대파들은 모조리 반국가세력으로 매도당했다. 강자에게는 비굴했지만, 약자에는 무자비함 그 자체였다. 그것도 모자라 제왕이 되고자 친위 쿠데타를 일으키고, 심판대에 선 그는 경고성 계엄일 뿐이었다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그런 자를 지지한다는 사람들은 진짜로 닫힌사회를 원하는가. 아무리 가짜뉴스라고 해도 듣지 않고 오로지 자신들의 주장만 신줏단지처럼 신뢰한다. 서부지원의 난입으로 폭력성이 만천하에 공개되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자신의 믿음은 그대로 이데올로기가 되어 그 틀 안에 스스로를 가두어 버린다. 21세기에 포퍼의 20세기 책을 되새기는 이유는 열린사회로 가는 험로를 체험하기 때문이다. 검찰이 수차례 압수 수색해 무혐의로 결론난 부정선거도 못 믿고, 미래 파급은 생각 않고 무조건 중국 탓으로 돌리는 이 무모함은 어쩌란 말인가. 잘못된 종교적 신념에 매몰된 사람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자신의 이익만을 위하여 선동하길 서슴지 않는 여당 정치인과 양비론에 숨어서 정론인 양 왜곡보고를 일삼은 언론들과 심지어 곡학아세하는 지식 판매꾼들의 행태는 혐오스럽기까지 하다. 이들이야말로 열린사회로 가는 길의 최대 적들이다. 우리가 여전히 열린사회를 향해 가야 하는 이유는 민주주의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20세기 닫힌사회를 극복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렀는가. 그 희생을 딛고 올라선 오늘의 대한민국이 그 적들 때문에 또다시 혼란 속에 처해지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러나 역사의 승리자는 열린사회였다는 포퍼의 경구를 믿고 오늘도 나는 민주주의를 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