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시흥에 위치한 편의점과 체육공원 등에서 2명을 살해하고, 2명에게 흉기로 상해를 입힌 이른바 ‘시흥 흉기 사건’은 강력사건 예방에 취약한 치안시스템의 허점을 다시 한번 노정했다. 시흥시에서는 지난 2월에도 한 남성이 자신의 주거지에서 이복형제인 친형과 편의점 알바 여성을 잇달아 살해하는 강력사건이 있었다. 사건 발생 이후 범인을 신속히 검거한 일을 시비할 이유는 없으나 허술한 우범자 예찰 시스템 등 강력사건 대비책을 재점검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예방’이 ‘검거’보다는 백배 천배 낫다. 19일 오전 9시 34분쯤 중국 국적 50대 남성이 시흥시 정왕동 소재 편의점에서 점주인 60대 여성에게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히고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같은 날 오후 1시 21분 최초 범행이 있던 편의점에서 1.3㎞가량 떨어진 한 체육공원 주차장에서는 70대가 복부를 흉기로 찔려 중상을 입었다. 경찰은 범인을 체육공원 피해자 주택의 세입자인 중국동포 차철남으로 특정해 수배 전단을 배포하고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경찰은 편의점 CCTV 영상을 확인했으나, 영상이 흐릿해 용의자가 흰색 마스크를 쓰고 있다는 것 외에는 신체적 특성이나 옷차림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했다. 그러나 범행 현장 인근의 CCTV를 확인하던 중 사건 당시 편의점 앞을 지나던 승용차를 용의차량으로 판단, 차적 조회를 통해 차주의 신원이 중국동포 50대 차철남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차 씨의 주소로 찾아간 경찰은 집 안에서 2구의 시신을 차례로 발견했다. 시신들은 사망한 지 며칠이 지난 것으로 추정됐으며, 타살 혐의점이 확인됐다. 차철남의 집 안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두 사람은 서로 형제 사이인 중국동포로 추정되고 있다. 차철남은 범행 직후 자전거를 유기한 장소로부터 약 300m 떨어진 시화호수 1로 노상에서 사건 신고 약 10시간 만인 이날 오후 7시 24분께 검거됐다. 시흥경찰서로 압송된 차 씨는 살인 범행 동기를 묻는 취재진에게 “저한테 돈을 꿨는데 그걸 12년씩 갚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흥에서는 지난 2월에도 살인사건이 발생했었다. 경기도 시흥시 거모동에서는 한 남성이 자신의 주거지에서 이복형제인 친형을 살해하고 인근 편의점에서 20대 알바 여성을 잇달아 살해하는 강력사건이 일어났다. 동기가 무엇이었든지 간에 주민들이 평화롭게 살고 있는 생활공간에서 벌어지는 살인 등 흉악한 강력사건은 일순간에 공동체 구성원 삶의 질을 형편없이 떨어뜨리는 변고다. 사건이 발생하면 우리는 온통 범인 검거에만 몰두하면서 예방과 재발 방지책에 관해서는 관심을 별로 기울이지 않는다. 강력사건에 대해서 대다수는 ‘강력한 처벌’을 가장 유용한 범죄 예방책으로 거론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은 교묘한 범죄 수법만 낳을 뿐 범죄 예방 효과는 현실적으로 거의 검증되지 못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도 있다. CCTV 설치가 기하급수로 늘어나면서 사건 후 범인을 검거하는 데는 획기적인 도움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범법 가능성이 높은 우범 인물에 대한 예찰에는 거의 활용이 되지 않고 있다. 인권침해 논란과 예산 타령을 넘어 냉정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일상생활 환경 속에서 범행이 우려되는, 이상행동을 하는 우범자에 대한 적극적인 신고와 추적관리와 분석 같은 예방 시스템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비극을 막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다소 과하더라도 무고한 시민이 졸지에 죽고 다치는 일을 막을 수만 있다면 그게 훨씬 더 가치 있는 일 아닌가. 살인사건 범인을 빨리 잡아내는 경찰의 노고는 얼마든지 칭찬할 만하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사건 발생 예방 활동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 일하다가, 길을 가다가 느닷없이 희생되는 이웃을 ‘개인적 불운’으로만 치부하고 살아가는 사회의 ‘야만성’을 이제는 충분히 부끄러워해야 할 때가 됐다.
대선레이스가 한창이다. 선거기간에는 참으로 많은 말들이 오간다. 마음에 없는 말들이 난무하고, 서로를 비방하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이런 시기에 생각해 봐야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말투’다. ‘말투’란 방어학사전에 의하면 화자가 말을 하는 상황이나 문맥(context)에 따라 선택하여 사용하는 언어 변종(linguistic variety)을 일컫는다. “극기복례위인(克己復禮爲仁)”란 말이 있다. '논어'의 안연편에 나오는 말로, ‘자신을 이겨 예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춘추시대의 사상가인 공자가 주장한 인(仁)의 실현방법이다. 자신의 사적인 이기심, 분노, 욕망 등의 감정을 절제하고, 공동체의 질서와 규범, 도덕적 행위기준 등의 도리를 따르는 것을 의미한다. 공동체인 인간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인 사상일 것이다. 이 말은 단순한 자기 수양을 넘어 더불어 살아가는 길이 무엇인지를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극기복례의 의미를 ‘말투’에 적용하고 싶다. 말하는 방식은 단순한 표현기술이 아니라 삶의 태도이자 철학이다. 우리 주변에는 자기 생각대로 자기감정대로 상황이나 문맥도 생각하지 않고 말을 툭툭 내뱉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 건조한 상대방의 말투에 기분 나빠지는 경험을 심심찮게 하게 된다. 반면 상대를 존중하는 부드럽고 정중한 말투를 지닌 사람에 대해 자연스레 신뢰감이 느껴지는 경험도 하게 된다. 인간관계에서 상대방에 대한 존중은 기본 덕목이다. 그러나 사회가 커지고, 경제가 발전할수록 존중의 마음이 사그라들고, 자기중심적 사고가 팽배해진다. 이런 이유로 조직에서 가정에서 자신의 감정만 생각하는 말투를 쓰게 된다. 함께 사는 사회에서 자기를 극복하고 예로 돌아가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 중 하나는 자신의 말투를 점검하는 것이다. 우선, 말투에 ‘친절함’을 입히자! 인간은 모두 존엄한 감정의 동물이다. 존중받는 느낌을 주고받을 때 비즈니스도 가정생활도 원활하다. 친절함이 묻어나는 말투를 가지고 있다는 건 그만큼 성숙한 인격을 드러내는 것이다. 목소리 톤은 적당하게, 말투에 부드러움을 담아 교양있는 어휘로 대화해 보자. 다음으로, 솔직함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다. 솔직함은 매우 중요한 도덕적 덕목이다. 그래서 솔직해야만 된다는 생각에 머물기도 한다. 그러나 때론 솔직함이 폭력으로 나타날 수 있다. 단점이 없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서로를 불편하게 하는 단점이나 문제가 아니라면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는 대화법도 필요하다. 그리고 꼭 말해야겠다면 마치 샌드위치가 생긴 모양대로 칭찬, 핵심메시지인 조언, 긍정의 말 순서로 부드럽게 말하는 게 좋다. 말의 형식 역시 지시형이 아닌 제안형으로 바꾼다면 서로를 존중하면서 대화할 수 있다. 인간을 목적으로 대하라는 임마누엘 칸트의 말처럼 상대를 목적으로 대하는 친절한 태도를 갖추고 있다면 말투는 자연스럽게 부드럽고 듣기 좋게 변한다. 대선주자들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떤 후보를 선택할지 고심하는 나날일 것이다. 후보들의 말투와 행동으로 국민을 얼마나 존중하는지 알 수 있다.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좋은 삶으로 인도할 품격있는 대통령이 잘 선출되기를 바란다.
분홍빛 봄꽃이 하나둘 지고, 하얀 배꽃이 만발하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술이 있다. 바로 ‘이화주’다. 이름 그대로 ‘배꽃이 필 무렵에 담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지만, 실상 그 술에 배꽃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이화주는 고려 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우리 전통주다. 쌀만을 원료로 해 빚는 고급주로, 과거에는 사대부나 부유층 등 특권 계층만이 즐기던 귀한 술이었다. ‘산가요록’, ‘음식디미방’, ‘요록’, ‘주방문’, ‘산림경제’, ‘임원경제지’, ‘양주방’,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 등 30여 종의 고문헌에 이화주에 대한 기록이 전해질 만큼,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화주를 빚기 위해서는 특별한 누룩인 ‘이화곡’이 필요하다. 이화곡은 멥쌀을 하룻밤 불린 뒤 곱게 갈아 체에 쳐서 고운 가루를 만든 후, 오리알 크기로 단단히 뭉쳐 만든다. 여기에 솔잎이나 볏짚을 사이사이에 끼우고 약 30도 내외의 따뜻한 곳에서 2주 정도 띄우면, 표면에 솜털 같은 흰 곰팡이가 피어난다. 이것을 말린 뒤 겉껍질을 벗기면 속의 연한 미색이 드러나는데, 이 과정을 거쳐 속까지 곱게 뜬 이화곡은 절구에 넣고 곱게 빻아 술 빚는 데 쓰인다. 누룩이 준비되면 본격적인 술 빚기가 시작된다. 멥쌀을 깨끗이 씻어 하룻밤 불린 뒤 곱게 갈아 뜨거운 물을 조금씩 부어가며 익반죽을 한다. 이 반죽으로 도넛 모양의 ‘구멍떡’을 만들어 끓는 물에 삶아낸 뒤, 뜨거울 때 멍울지지 않도록 고르게 펼쳐 식힌다. 여기에 이화곡 가루를 넣고 섞는데, 수분이 적어 손으로 버무리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 이렇게 만든 술덧을 항아리에 담아 2~3주간 발효시키면, 새콤달콤한 이화주가 완성된다. 걸쭉한 질감은 마치 떠먹는 요거트를 연상시키며, 숟가락으로 떠먹거나 여름철에는 찬물에 타서 마시기도 한다. 하지만 진정한 풍미는 떠먹을 때 비로소 온전히 느껴진다. 이화주는 단순한 술이 아니다. 봄날의 햇살과 정성스러운 손맛이 깃든, 계절을 담은 음식이자 문화다. 꽃이 피는 짧은 시기에만 빚고 맛볼 수 있는 이 특별한 술 한 숟가락에, 조상들의 지혜와 사계절을 음미하는 섬세한 감성이 담겨 있다. 현재에도 전통 방식의 이화주를 계승하고자 여러 양조장에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국순당의 ‘이화주’, 술샘의 ‘이화주’, 예술의 ‘배꽃 필 무렵’, 양주골이가전통주의 ‘이화주’, 백주도가의 ‘이화주 참’ 등에서 그 깊은 맛을 다시 만날 수 있다. 짧은 봄, 흩날리는 꽃잎처럼 아쉬운 계절에 어울리는 술. 이화주는 그렇게, 봄을 담아낸 술이다.
수원시청소년청년재단이 고립·은둔 청소년의 일상 회복과 사회복귀를 지원하는 ‘고립·은둔 청소년 원스톱 패키지 지원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청년재단에 따르면 이번 사업은 심리적 어려움과 사회적 관계 단절로 고립된 청소년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상담·학습·체험·사후관리 등 전 과정 통합 지원을 골자로 한다. 고립·은둔 청소년은 잠시도 방치돼서는 안 될 존재다. 국가사회의 현재와 미래가 건강하기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지원 확대가 바람직하다. 수원시청소년청년재단은 일단 청소년에게 활동 프로그램을 지원하면서 부모에게는 자녀 이해를 돕는 교육과 자조 모임 참여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사례 관리 중심의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발굴부터 사후관리까지 전담 상담 인력이 지속적으로 개입하는 체계적인 방식으로 운영된다. 재단은 전담인력 4명을 중심으로 대상자 발굴과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고 장기적인 지원체계 구축 및 유관기관 연계를 통한 고립·은둔 청소년의 지속적인 사회복귀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고립·은둔 청소년이란 고립 또는 은둔 기간이 최소 3개월 이상이며, 지적장애가 없으면서 대부분 자신의 방이나 집안에만 칩거하고, 학업 또는 사회·경제적 활동이 거의 없으며, 가족 이외의 관계가 거의 없는 9세에서 24세 연령의 청소년을 말한다. 여성가족부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 3월 발표한 ‘2024 고립·은둔 청소년 실태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1만9160명 가운데 고립·은둔 청소년은 각 2412명, 2972명으로 전체의 28.1%(5484명)로 확인됐다. 외출 빈도에 따라 ‘은둔’ 상태를 판단하고, 가족·학교 등 사회적 관계의 양과 질을 점수로 측정해 ‘고립’ 상태로 분류했다. ‘방에서도 안 나온다’고 응답한 초고위험군도 395명(2.1%)에 달했다. 고립·은둔 상태인 청소년의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4.76점으로, 비고립·은둔 청소년의 삶의 만족도 7.35점보다 훨씬 낮았다. 과거 고립·은둔 상태를 경험한 뒤 다시 고립·은둔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는 응답도 39.7%에 달했다. 사회적 관계가 사실상 끊어진 채 지내는 고립·은둔 청소년 10명 중 6명이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 있다는 조사 결과는 소름이 끼친다. 고립·은둔 청소년의 70.1%가 현재 생활을 벗어나고 싶다고 느낀 적이 있고, 55.8%는 실제 공부나 취미 활동을 통해 고립·은둔 생활을 벗어나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다는 조사 결과에 해법의 실마리가 있다. 아이들은 눈치 보지 않고 들러서 머물 수 있는 공간(79.5%), 경제적 지원(77.7%), 혼자 하는 취미·문화·체육활동 지원(77.4%), 진로활동 지원(75.1%) 등을 당장 필요한 도움으로 꼽았다. 고립·은둔 청소년이 발생하는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학교폭력 등 온라인상 집단 괴롭힘의 심화’와 ‘경쟁적인 교육환경’ 등이다. 물론 가정환경이나 개인적 기질 등도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렇다면 문제의 해법도 발생 원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하고 보완하는 방식으로 추구돼야 할 것이다. 문제 학생들을 별나라의 존재로 인식하고 그 안에서 해결을 시도하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의미도 된다. 수원시청소년청년재단의 ‘고립·은둔 청소년 원스톱 패키지 지원사업’을 신호탄으로 우리 사회가 이 문제 해결을 위한 좀 더 종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설 필요가 있다. ‘외로운 늑대’로 변질될 우려가 있는 청소년의 고립·은둔을 방치하는 것은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세대의 가능성을 사장(死藏)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어리석은 방관이다. 사회생활 실패자로 전락할 개연성이 높은 아이들을 구출하기 위한 온 사회의 정성이 필요하다. 나아가 학교폭력과 성적 만능주의에 찌든 교육환경을 혁신하는 일로 확대돼야 한다. 어른들의 무관심과 근시안적인 정책들이 멀쩡한 아이들을 나락으로 몰고 있다.
지난 5월 15일 경기도체육대회 개막식이 열렸던 자라섬에서 나를 포함해 '경기북부특별자치도 범도민추진위원회' 임원들이 특별자치도 설립 청원 서명 운동을 했다. 약 2시간 30분에 걸친 서명은 매우 성황리에 진행돼 685명이 서명을 했다. 1분에 4~5명에 가까운 분들이 서명한 꼴이다. 각종 규제로 일상 활동에 제약을 많이 받았던 가평군민들은 군민들의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서명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면 대부분 바로 서명을 해주셨다. 한글을 제대로 쓰지 못해도 또박또박 글을 써주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콧등도 시큰해지고 해서 손도 잡아드리고, ‘손자, 손녀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하신 것’이라고 말씀드리며 기운도 북돋워드렸다. 범도민추진위는 경기 북부 10개 시군 도민 약 365만 명의 10%인 36만 5000명의 서명을 받아 정부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서명에 참여한 가평군민들의 열정적이고 애틋한 모습을 보며 나는 이번 대선에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립을, 가장 유력한 후보인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의 공약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보도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작년 3월 23일 총선 지원 유세를 하면서 경기신문의 관련 질문에 “제가 가진 원칙은 명확하다. 너무 큰 경우에는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현재 상태로 재정에 대한 대책 없이 분도를 즉시 시행하면 (경기 북부는) 강원 서도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장기적으로 분도에 대한 재정적인, 또는 산업 경제적 기반을 충실히 갖춘 후에 하는 것이 맞겠다는 게 제 생각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반면 당시 국민의힘 총선 후보들은 “애매모호하게 '장기적으로'란 말을 얹어 경기 북부 주민을 희망 고문하는 것”이라고 규탄했고, 더불어민주당은 “경기북부특별자치도 구상과 관련해 적절한 시점에 당의 입장을 발표하겠다며 분도에 반대한다고 표한 바 없고 당론도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놨다”고 보도됐다. 이제 당론을 정하기 바란다. “기반을 충실히 갖춘 후”라는 이재명 후보의 이전 발언은 매우 모호하다. 주권자가 할 판단을 누가 대신한다는 것은 국민주권의 원리에도 맞지 않다. 현재 범도민추진위에는 수십 년 동안 지역에서 풀뿌리 자치운동을 했던 분들이 특별한 주민자치의 실현을 위해 참여하고 있다. 관변단체로서 행정의 들러리로 참여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김동연 도지사가 잠재적 대권 후보였던 작년 총선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이재명 당시 당 대표는 당의 대선 후보가 됐다. 그리고 대선 후보로 선정된 뒤 수락 연설에서 “김동연의 비전이 이재명의 비전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김동연 도지사는 경기도정 복귀 첫날 기자들에게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경기북부특별자치도에 대한 내용이 자세히 나오지는 않았지만, 새 정부에서 추진될 수 있도록 설득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는 ‘김동연의 비전’이다. 그렇다면 이제 ‘이재명의 비전’이다. 다음 정부를 “국민주권정부”로 선언한 이재명 후보가 경기 북부 국민들의 주권을 실현하는 ‘훌륭한 도구, 최고의 도구’가 되길 바란다.
사만다 바르바스(Samantha Barbas)의 '현실적 악의: 뉴욕타임스 대 설리반 사건에서 민권과 언론의 자유'(Actual Malice: Civil Rights and Freedom of the Press in New York Times v. Sullivan, 2023)는 뉴욕타임스 대 설리반 사건이 소재다. 설리반 사건의 시작 이전부터 종결 이후까지 서술한다. 설리반 판결은 수정헌법 제1조의 보호범위를 공직자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확장한 판결이어서 유명하다. 그러나 이 사건이 앨라배마 주 법원에서 진행되었을 때에는 '현실적 악의'나 '선동적 명예훼손'은 쟁점이 아니었다. 오히려 뉴욕에 있는 뉴욕타임스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의 "관할권"이 앨라배마 주 법원에 있다고 할 수 있는지, 뉴욕타임스에 실린 마틴 루터 킹 목사를 위한 기금 모금 광고에서 문제가 된 문구가 과연 앨라배마 주의 공공업무위원 L. B. 설리반에 “관한” 표현으로서 설리반을 "특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지 등의 쟁점이 다투어졌다. 뉴욕타임스의 변호사들도 광고 문구 중 일부가 허위라는 것은 알았고, 영국에서부터 시작된 커먼로의 법리가 자신들에게 불리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앨라배마 주 법원에서는 판사도, 앨라배마 주민 배심원들도, 뉴욕타임스 광고가 허위사실이고 명예훼손이고 거액의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설리반 사건의 승패는 연방대법원에 와서 뒤집혔다. 이 사건이 더 이상 앨라배마 주의 사건이 아닌 연방대법원의 사건이 되면서, 수정헌법 제1조의 보호 범위의 문제와 미국의 건국의 아버지들에게로 거슬러 올라가는 언론 자유 이념의 문제로 쟁점이 바뀌었다. 뉴욕타임스가 연방대법원에 상고하기로 결정하면서 선임한 허버트 웩슬러 변호사가 상고허가신청서 또는 기록이송명령신청서를 작성하면서 사건의 쟁점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버리는 솜씨를 발휘한 것이다. 앨라매바 주민들의 "심정"에 "이입"해 보면 주민들의 판단을 연방의 사법부ㅡ"북부"의 사법부ㅡ가 개입해 뒤집은 것이다. 남부에서 "인종분리"를 하든 말든, 북부 양키들의 언론 뉴욕타임스가 쳐들어 와 내정간섭을 하더니, 북부 양키 변호사들이 연방법원을 구슬려 갑자기 생경한 헌법해석을 내세우며 수 백 년 내려온 커먼로를 바꿔 놓고 앨라배마 배심원들의 평결이 틀렸다고 판정해버린 것이다. 이런 설리반 판결에 대해서도 "연방에 의한 주 자치의 훼손", "연방 사법부에 의한 주민 주권의 침해", "북부 법복귀족 카르텔의 만행"이라고 분개하는 이들이 없었을까? 그래도 연방대법관들이 실제로 수 만 장의 사건 기록을 한 장 한 장 일일이 읽었는지에 대하여 검증을 요구했다는 이야기는 없으니, 앨라배마 주민들은 얌전한 편이었다고 해야 할까?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을 전후로 뉴욕타임스 대 설리반 판결을 뒤집고 그 이전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다시 힘을 얻고 있다고 한다. 트럼프 본인부터가 여러 언론사로부터 공격을 당해 왔고 또 여러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해 오고 있으니 설리반 판결이 눈엣가시 같을 수 있다.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증가하고 있다. 내수 부진 등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고금리와 고물가로 인해 큰 타격을 받다가 버티지 못한 채 폐업하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됐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외식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팬데믹만 종식되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희망에 의지하던 자영업자들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앞으로도 폐업하는 자영업자 수가 더 증가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제지표는 더욱 어두워졌다. 경기신문은 매출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물가 상승 등으로 영업 부담이 커졌다는 자영업자들의 토로를 전했다.(14일자 5면, ‘내수부진에 빚 못 갚는 자영업자 줄폐업’) 아울러 새출발기금(코로나19와 고금리 여파로 빚을 갚기 어려워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돕기 위한 정부의 맞춤형 채무조정 제도)을 신청하는 이들도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신청자는 12만 명을 넘었다. 더 큰 걱정은 이들이 안고 있는 채무가 20조 원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새출발기금 채무조정 신청자는 누적 12만 5738명, 신청 채무액은 총 20조 3173억이나 됐다고 한다. 4개월 사이에 신청자가 2만 명을 넘었으며, 채무액은 무려 3조 5000억 원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지난 3월 10일 통계청은 자영업자가 550만 명으로 줄었다고 발표했다. 지난 2021년 이후 처음 감소세로 돌아선 것으로 코로나 사태 당시(590만 명)보다 감소했다. IMF 외환위기 때인 1997년(590만 명)과 1998년(561만 명)보다 적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600만 명)과 2009년(574만 명)과 비교해도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 4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발표한 소상공인 체감경기지수(BSI)는 64.8이었다. 전통시장의 경우는 56.1로 더욱 낮았다. BSI는 현재 기업경영 상황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전망을 조사해 지수화한 수치다. 현 경제상황이 어떤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상할 수 있다. 즉 BSI 100을 기준으로 100보다 높으면 긍정적, 작으면 부정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소상공인들은 전망은 밝지 않다. 21대 대통령을 뽑기 위한 이번 대선을 바라보는 자영업자들은 당연히 후보들의 공약을 주의 깊게 살펴볼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정책 3순위로 ‘가계·소상공인의 활력 증진 및 공정경제 실현’을 약속했다. 코로나19 정책자금 대출에 대한 채무조정과 탕감 내용이 담긴 종합대책과 비상계엄으로 인한 피해 소상공인 우선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저금리 대환대출 등 정책자금을 확대하고, 키오스크 등 각종 수수료 부담 완화로 소상공인 경영부담을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릉 위한 지역사랑상품권 및 온누리상품권 발행 규모 확대,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는 소상공인 경제를 구축하기 위한 ‘소상공인 내일채움공제’ 도입, 폐업지원금 현실화 및 폐업시 대출금 일시상환 유예 요건도 완화하겠다는 내용 등도 들어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소상공인, 민생이 살아나는 서민경제’를 일곱 번째 공약으로 내걸었다. 가칭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단’을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해 소상공인들의 다양한 요구를 정부 차원에서 통합하고,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지원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서민·소상공인을 위한 전문은행을 설립해 금융 지원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매출액 급감 소상공업인에 대한 생계방패 특별융자, 경영안정자금 지원 확대, 소상공인 새출발 희망프로젝트 지원금 확대도 약속했다. 자영업자의 표심을 잡기 위한 공약이라지만 절대적으로 필요한 정책들이다. 대통령이 된 사람은 이 정책공약들을 반드시 지켜 이 나라 서민경제의 근간이 되는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기 바란다.
지난 13일 오전 발생한 ‘이천 부발읍 물류센터 화재’ 사고는 대응 2단계가 발령될 정도로 큰 화재였으나, 인명피해 없이 마무리돼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비록 100억 원대의 안타까운 물적 피해가 예상되지만, 물류창고 화재로 대형 참사를 여러 차례 겪은 경기도로서는 실로 가슴을 쓸어내릴 일이다. 화재가 인명피해 없이 마무리된 것은 충분한 안전 교육, 경보장치 정상작동 등이 요인이었다니, 유비무환(有備無患)의 가치를 새삼 깨닫게 하는 교훈이 만만찮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13일 오전 10시 29분쯤 발생했다. 대응 2단계가 발령됐고 소방헬기까지 투입될 정도로 화재 규모가 컸지만, 현장에 있던 관계자 178명이 모두 신속하게 대피해 인명피해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우선 현장에서는 소방장비가 정상 작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도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소방대가 도착했을 때 화재경보기가 울리는 소리를 듣고 대부분 대피가 완료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초 신고자가 주변 인원들의 대피를 적절히 유도한 점도 피해를 막는 데 크게 기여했다. 전문가들은 “화재 발생 시 당황해 대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물류창고에서는 신속한 대피가 이뤄졌다”며 “사전에 안전 교육이 철저히 이뤄진 덕분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번 사고는 과거 이천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 사고들과 뚜렷이 대비된다. 2008년 호법면 냉동 물류창고 화재에서는 40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으며, 2020년 모가면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또한 38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을 입은 엄청난 비극이었다. 두 사고 모두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 인재로 평가된다. 2008년 사고 당시에는 인부들에 대한 안전 교육조차 없었고, 스프링클러와 방화셔터, 화재경보기 등 주요 소방설비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익스프레스 화재 역시 스프링클러를 비롯한 설비가 작동하지 않았으며, 현장에는 안전 관리자조차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물류창고나 공장처럼 적재물이 많고 구조가 복잡한 사업장은 화재 발생 시 대피가 어려워 인명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기억조차 하기 싫은 지난해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참사의 경우도 사전 예방 조치가 사실상 전무해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진 것으로 소방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이번 이천 부발읍 물류센터 화재의 경우에서 나타난 것처럼 대형 화재 발생 위험이 있는 산업시설 등에서는 안전시스템의 정상작동 여부가 최대의 관건이다. 수시 점검과 관리를 통해 비상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유지하는 게 기본이다. 막상 재난이 발생했을 때는 무용지물이 되는 경보장치나 스프링클러가 아무리 좋은들 다 무슨 소용인가.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정기적인 훈련이다. 비상시에 사람을 적절하게 움직이게 하는 것은 숙련뿐이다. 평상시 훈련을 통해서 문제가 발생하면 즉각적으로 몸이 먼저 움직일 정도로 만들어 놓아야 한다. 머릿속에 제아무리 많은 정보가 저장돼 있어도 훈련이 돼 있지 않으면 불의의 사고가 발생해도 효과적으로 움직여 지지 않게 돼 있다. 물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힘은 안전사고에 대한 인식이다. 경영진에서부터 말단 노동현장 직원에 이르기까지 ‘안전 우선’의 마인드로 무장돼 있어야 한다. 아직은 좀 더 분석이 필요하지만, 이번 이천 부발읍 물류센터 화재 성공적인 진압 희소식 뒤에는 평소 일정 수준을 유지해온 물류센터 구성원들의 안전 의식이 적중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갖가지 경우의 수가 공교롭게 결부되어 나타나는 불의의 재난을 온전히 다 막아낼 방도는 없다. 그러나 대다수 재난 참사가 인간의 부주의와 무관심 때문에 일어난다는 냉정한 현실은 많은 각성을 요구한다.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재난에 잘 준비하는 기업에 대한 매리트 시스템 등을 적극적으로 구사해 동기유발을 진작하는 것도 한 묘책이 될 것이다.
아이들이 어릴 때 놀이공원에서 바이킹을 탄 적이 있었다. 이런 종류의 롤러코스터를 타본 사람은 알겠지만 단순한 기구인데도 추락하는 느낌이 주는 공포감은 대단했다. 문제는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아직 어릴 때라 보호자 동반으로만 탑승할 수 있었는데 계속 “한번 더”를 외치는 아이들 때문에 세 번 연속 타고나니 나중에는 현기증과 함께 구토가 올라왔다. 짜릿함을 넘어선 공포감을 내 신체가 격렬히 거부했다. 그 이후로 나는 이런 롤러코스터류의 놀이기구를 타지 않는다. 반복되는 공포는 더 이상 내게 놀이가 아니라 고통이었다. 대선레이스로 거리가 시끄럽다. 교차로에서 신호대기를 하는데 붉은 색 옷을 입은 운동원들이 자극적 언어로 상대후보를 비방하고 있다.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갑자기 뱃속에서 신물이 올라왔다. “어? 왜 이러지?” 나는 몰랐다. 그들의 발언에 내 신체가 나도 모르게 발작하는 줄을.. 가만히 추스르며 깨달았다. 작년 12월3일 이후 대한민국 정치는 롤러코스터 그 자체였다. 느닷없는 비상계엄과 군대의 진입, 시민들의 저항과 탄핵정국, 극우세력과 종교집단의 준동, 대통령 구속과 법원난동, 탄핵인용과 윤석열 석방, 그리고 대선과 대법원의 개입, 집권당의 후보교체 파동까지 수십년간 겪을 일을 우리는 한꺼번에 겪어 내었으니.. 매순간 추락하는 정치적 롤러코스터에 매달린채 반년을 살았다. 심리적으로 구토가 일어나지 않으면 이상할 일이다. 알고보니 대한민국은 생각보다 위험한 나라였다. 우리는 수십년간 쌓아올린 K-민주주의가 파탄나고 정치적 후진국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공포에 떨어야 했다. 그뿐인가? 전쟁의 공포도 알고보니 현실이었다. 정신 나간 판사 한사람이 내란수괴를 풀어줄 수도 있고, 지지율이 가장 높은 야당 후보의 자격을 법원이 박탈할 수도 있는 나라였다. 지난 10일, 주민들과 함께 광주 망월동묘역 참배를 다녀왔다. 열사들 묘지 앞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솟구쳤다. 광주에서 벌어진 학살이 45년 후 재연될 뻔했다. 이를 위해 시신처리용 백을 수천개나 주문하는 군대가 국군이었다. 광주학살의 주역 정호용이 돌아왔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될 것’이란 말은 영화카피가 아니었다. 바로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었다. 책 ‘이기적 유전자’를 쓴 리처드 도킨스는 “생물들은 모두 유전자의 자가복제를 위한 존재이며 필요할 경우 다른 이의 희생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기적”이라고 보았다. 핵심은 DNA란다. 그렇다면 박정희부터 전두환, 윤석열로 이어지는 국민의힘의 ‘쿠데타 자가복제’는 어떤 DNA 때문일까? 그들은 어려움에 처하면 습관처럼 쿠데타로 타개하려 한다. 무산되기는 했지만 후보교체를 위한 새벽 쿠데타도 마찬가지다. 주체는 다르지만 대법원의 사법쿠데타도 같은 DNA의 작용으로 봐야 한다. 결국 “기득권집단의 이익수호”라는 DNA 때문이다. 우리가 반년동안 겪은 모든 일이 이 DNA가 벌인 사달이었다. 내란 우두머리는 지금 반려견을 데리고 한강을 산책하고 있다. 여당은 내란옹호자를 대선후보로 뽑았다. 내란은 진행형이다. 그로 말미암아 많은 국민들이 나처럼 심리적 구토 상황이다. 6월3일 압도적 투표로 치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내란종식, 정상국가 회복! 그것만이 유일한 심리치료가 될 것이다. 그렇지 못한다면 우리는 더 잘 준비된 쿠데타를 만날 것이다. 나라를 망치는 이기적 유전자 때문에...
미국의 전설적인 야구 선수 '요기 베라'는 뉴욕 양키스의 전성기 시절의 주전 포수였다. 그는 18년의 선수 생활을 하면서 팀을 월드시리즈 10회 우승으로 이끌었고 15년을 올스타에 선발되는 등 양키스 최고의 선수였다. 그러나 사람들이 그를 기억하는 이유는 선수를 은퇴한 뒤 뉴욕 메츠의 감독시절 선두 팀과 9.5게임의 차이로 뒤져 따라잡기가 불가능해 보일 때 그가 했던 이 말 때문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It ain't over till it's over) 모두가 포기하고자 하는 순간, 야구는 9회 말 2아웃부터라고 그는 마침내 역전시키어 뉴욕 메츠를 리그 우승에 올렸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말로 이보다 더 강력한 명언은 없을 것이다. 12.3 내란 이후 한국 사회는 더 이상 나쁠 수 없는 최악의 연속이었다. 상상할 수도 없었던 한밤중의 비상계엄이 발동되고, 그것이 정당하다는 해괴한 논리로 내란을 옹호하는 국회의원들과 이를 지지하는 듯한 논조의 언론들과 지지 세력이 등장하고, 사보타지하듯 사사건건이 국정을 핑계로 오히려 혼란을 부추기며 정국을 안개 속으로 몰고 가는 고위 행정관료들의 실체가 드러나고, 구속된 내란 수괴를 황당한 논법으로 석방시켜주는 판사와 아무런 반발도 하지 않는 더 황당한 검사 법비들 그리고 정의의 최후 보루라고 국민이 믿고 싶었던 대법관들은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국민의 참정권을 뭉개버리는 판결 등 정말 끝을 알 수 없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내일은 고사하고 잠시 뒤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불안의 연속이다. 이제 20여 일도 남지 않은 대선판을 숨 좀 돌리고 바라볼 수 있을까? 그런데 아직도 불안하다.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다. 아직도 유력 후보에 대한 테러 소식과 분주한 경호 이야기 등 분명 내란은 아직도 진행 중임이 틀림없다. 내란 주범은 어떤 제재도 당하지 않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고, 오히려 정부는 그를 위한 경호 인력을 늘려 준다고 한다. 반드시 감옥으로 다시 돌아가야 할 내란 수괴를 위한 눈물겨운 한국 사회 최고위층의 노력에 진짜 피눈물이 난다. 그들에게 민주주의가 국민의 지배라는 정의는 교과서의 문자일 뿐인가. 어쩌면 그들은 이번 기회에 그동안 누렸던 권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싸여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곳곳에 암초와 길목마다 지뢰를 설치하고 있는 것이다. 안하무인에 인면수심 후안무치도 무색하다. 이 험난한 길을 뚫고 나아가야 할 몫은 오로지 국민뿐이다. 그들이 모르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음을 확인시켜 주고, 국민이 위임해 준 권력은 너희들을 위해서 쓰라고 준 것이 아니라 오로지 위임자인 국민만을 위해서 사용하라고 가르쳐 주어야 한다. 국민의 투표권이 얼마나 위대하고 엄청난 힘을 가졌는지를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도 여전히 국민 무서운 줄을 모른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말처럼 그들은 역사상 패배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이 늘 기득권자였고 권력자였었기에 더욱 그렇다. 우리의 불안함은 그들이 또 무슨 폭탄을 터트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지쳐서도 포기해서도 안 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기 때문이다. 힘내자. 대한민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