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탄핵정국은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이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12.14)하고 체포, 구속 수사하고 있는 가운데, 탄핵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저항이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17년 3월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파시즘의 징후를 드러내고 있다. 파시즘은 강력한 국가주의를 강조하며 권위주의적 통치가 특징이다. 이러한 파시스트 운동은 대중의 불만을 이용하여 지지를 확보하고, 선전과 선동을 통해 대중을 동원하며 때로는 폭력을 사용하려 한다. 거짓말을 반복적으로 하면서 대중을 조종한다. 역사학자 페데리코 핀첼스타인은 이렇게 말한다. “거짓말은 다른 정치 전통에서는 볼 수 없는 파시즘만의 특징이다”(<파시스트 거짓말의 역사>, 장현정 역, 2023)라고 하였다. 거짓 선전으로 대중을 선동하는 것은 무솔리니, 히틀러가 그랬고 윤석열 또한 그러하다. 윤석열은 비상계엄을 국회에 통보(헌법 제77조 제4항)하지도 않은 채, ‘체제전복을 노리는 반국가세력’의 준동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안전을 지킨다고 하면서 불법으로 국회에 침입했다. 여소야대 국회를 체제 전복세력이라고 한 것은 거짓선동이다. 그리고 계엄군을 동원하여 ‘부정선거’라는 미명하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침탈하였다. 2024년 4월 10일 치루어진 제22대 총선이 부정선거였다는 것이다. 총선은 윤석열 대통령 재임 중에 이루어졌다. 문재인 대통령 재임중에 치루어진 대통령선거에서 윤석열 후보는 이재명 후보를 1% 미만의 차이로 앞서며 당선됐다. 이제까지 수사 결과 부정선거에 대한 증거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자기 재임중에 실시한 총선 결과를 의심하고 선관위를 공격한 것은 자기모순이다. 윤석열은 내란수괴 혐의로 체포되어 구속 중에도 “지지자들과 끝까지 싸우겠다”고 독려하고, 지지자들은 사주를 받아 ‘국민저항권’이라고 하면서 법원을 공격했다. 법치주의의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가 침탈을 당한 것은 민주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저항권이란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국가·정부 권력에 의하여 극도로 침해되었을 때, 권리를 보존하기 위해 불의한 정권에 맞서 싸우는 국민의 권리를 말한다. 친위쿠데타를 범한 윤석열과 그 지지자들에게 저항권이라는 것은 해당하지 않는다. 내란범의 수괴가 국헌을 문란하게 했다면 마땅히 구속되고 처벌받아야 한다. 내란범을 지지하는 것은 저항권이 아니라 공범을 자처하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당원 제1호인 윤석열을 신속히 제명해야 한다. 탄핵정국은 거짓과 선동과 폭력으로 얼룩지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심의하고 있지만 어떠한 판결이 나더라도 파시즘 현상은 쉽게 종식되지 않을 기세이다. 이번에 파시즘 요인들을 들어내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비관적이다. 백년 전 나라의 독립을 위해 헌신한 민족지도자 도산 안창호는 “거짓이여! 너는 내 나라를 죽인 원수로구나” 하면서 망국의 백성들에게 절규하였다. 이제 우리는 탄핵을 넘어서 창궐하는 파시즘을 파기하고 진실과 사실을 인정하면서, 자유롭고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데 온 힘을 다해야 할 것이다. 당면한 탄핵정국을 넘어 우리는 대한민국을 민주국가로 곧추세우기 위한 대로를 열어야 한다.
선물처럼 주어진 9일간의 황금휴가를 보내고 일상에 복귀했다. 그 긴 시간 내내 한 일은 주변 사람들과 서로 안부를 전한 것 뿐이다. 우리에겐 저마다 삶의 무게가 있다. 혼자 사는 사람은 먹고살기 위해 쉴새 없이 일해야 한다. 가정이 있다면 가족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노후와 만약을 대비한 적당한 자산도 모아야 한다. ‘오늘의 즐거움을 내일로 미뤄선 안 된다’는 욜로(YOLO) 정신은 언감생심 눈꼽만큼도 허용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설 연휴의 첫 날, 몇 년 만에 대학 동기들을 만났다. 그 중 한 친구는 노안이 왔다며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면서 쓰고 있던 안경을 이마 위에 걸쳐올렸다. 다른 친구는 염색을 미루다 얼마 전 마트에서 ‘할머니’ 소리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건강이 최고다, 최대한 회사 바지가랑이를 붙잡고 놓지 말아야 한다, 월급만 따박따박 나와도 행복하다, 경력단절이 길어져 애가 더 크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저마다 한 마디씩 하소연을 하다 부디 아프지만 말자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카카오톡 메시지로 새해 인사를 나눈 지인들도 저마다 사연을 하나씩 풀어놨다. 50대 초반 여성 A는 작년까지 다니던 계약직에서 기간만료로 퇴사했고 현재 실업급여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실업급여를 받지만 이후엔 어떻게서든 일자리를 다시 구해야 한다며 막막해했다. 또 다른 50대 초반 여성 B는 올해 중반쯤 직장과의 계약이 끝난다. 운좋게 대기업 계약직에 채용됐으나 2년이라는 기간은 눈 깜빡할 새 지나간다고 했다. 다음엔 어디서 일해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다. 50대 초반 남성 C는 지난달까지 회사를 다니고 설 명절과 함께 권고사직했다. 그 역시 약간의 위로금과 실업급여로 한 동안 생활이 가능하지만,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장으로서 마냥 쉴 수만은 없다고 했다. 40대 중반 D는 30대에 다니던 소규모 업체가 폐업하면서 현재는 배달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꾸려가고 있다. 이번 설 명절이 길어지면서 평소보다 높아진 배달 수수료를 버느라 더 바쁜 나날을 보냈다며 뿌듯해했다. 그러나 연휴가 끝난 후에는 수수료가 다시 낮아져 일할 맛이 안난다고 했다. 나는 9일이라는 황금 연휴를 보내면서 주변에 있는 대한민국 중년들의 자화상을 하나씩 관찰할 수 있었다. 그에 대한 소감을 씁쓸하다거나 슬프다는 식으로 표현하고 싶지는 않다. 이것은 우리의 하루하루이며, 새로 시작한 올해에도 변함없이 이어질 모습이기 때문이다. 지난 3일은 절기상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이었다. 하지만 그 의미가 무색하리 만큼 매서운 한파가 불어닥친 날이었다. 어쩌면 우리네 삶도 이와 같진 않나 생각해본다. 따스한 희망이 존재하지만 막상 눈앞엔 차디찬 벽만 가득해보이는 모습과 닮아 있어서다. 그렇다면 우린 이것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까. 틀림없이 봄이 온다는 사실을 아는 것처럼 대범하게 마주해야 하지 않을까. 올해는 경제적으로 더 힘든 한해가 될 거라고 한다. 그로 인해 정신은 피폐해지고 우울감은 더해질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살아야 한다. 희망을 가져야 한다. 꽃이 만발하는 따뜻한 날을 기다려야 한다. 결국 봄은 오고야 말테니까. 우리 삶의 엔딩은 봄날일 거라 믿고 싶다.
전통시장 활성화와 소비 촉진을 위한 온누리상품권 할인행사가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가운데 혜택이 디지털 상품권에 집중돼 사용이 미숙한 계층이 소외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부정 유통 가능성을 줄인다는 명분으로 디지털 상품권의 할인율을 대폭 늘렸다. 결국 디지털 마인드가 취약한 지류 상품권 사용계층이 상대적으로 홀대를 당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소외계층이 차별받는 쪽으로 정책이 설계됐다면, 이는 시급히 보완 개선되는 게 옳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온누리상품권 발행량은 5조 5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중 지류 상품권은 부정 유통을 차단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임에도 여전히 1조3000억 원에 달한다. 온누리상품권은 지류형과 디지털형(카드·모바일)으로 나뉜다. 카드형은 온누리상품권 앱 설치 후 기존 카드를 등록, 금액을 충전해 사용한다. 모바일형은 앱에서 모바일상품권을 구매해 가맹점의 QR코드를 찍고 금액을 전송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온누리상품권 할인 행사가 이뤄지는 전통시장 등 매장의 상인·소비자 중 고연령층 등 디지털 소외계층은 지류 상품권이 아닌 디지털형 온누리상품권 결제 방식에 미숙해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10일 정부가 진행한 온누리상품권 할인행사 첫날 접속자가 몰리면서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이 한때 마비됐다. 할인행사 첫날 기록된 접속 트래픽은 최대 972만 건으로 시간당 평균 135만 건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추석 특판 당시 최대 트래픽인 96만 건의 10배, 시간당 평균 접속량 33만 건의 4배를 훌쩍 넘어선 수치다. 서버 정상화 이후에도 구매자가 몰리면서 수천 명의 대기 인원이 발생했다. 이같이 많은 사람이 몰린 건 전례 없는 할인율 때문이다. 지난해의 경우 온누리상품권 할인율이 15% 선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디지털 상품권 구매할인(15%), 환급행사(15%)와 더불어 온라인전통시장관에서 할인쿠폰(5%)까지 모두 적용받는다면 최대 35% 할인 혜택으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경기신문 취재에 따르면 온누리상품권 설맞이 행사 기간(1월 10일~2월 10일) 기존 5%에 그치는 지류 상품권 사용자들은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 결국 디지털 문화에 익숙하지 못한 노년층 등은 단지 디지털 상품권에 접근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심각한 차별을 당하는 결과가 빚어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설 대목 상가에서 상품권을 사용하는 계층은 대부분이 젊은 사람들이었다. 디지털 상품권에 익숙하지 못한 상인들은 환급 절차가 복잡해서 처리하기가 어려웠다는 점을 토로한다. 설 명절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를 진행한 수원시의 관계자도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있음을 고백했다. 이 같은 디지털 소외계층의 혜택 격차에 대한 지적은 지난해 발표된 국회입법조사처의 ‘온누리상품권 사업 효과와 개선과제’ 보고서에도 나왔다. 입법조사처는 보고서에서 ‘10% 할인 지류 상품권을 발행하지 않는 것은 지류 상품권 주 구매층으로 예측되는 저소득 노령층을 비롯한 모바일 약자를 상대적으로 차별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상품권 종류별 할인율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고, 구체적으로 지류형과 카드·모바일형 할인율 차이를 기존 5%p에서 2%p로 축소·재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디지털 리터러시와 연령은 반비례한다. 연령대가 높으면 어떻게 앱을 깔고 어떻게 휴대전화에 카드를 등록하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현금 현품 없는 사회는 가야 할 길이긴 하다. 그러나 디지털 문맹까지 전체를 포용하는 형태에 관한 연구와 노력이 함께 수반돼야 한다. 잘 모른다는 이유로, 알기 어렵다는 한계 때문에 손해를 보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는 국가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 좀 더 공평하고 따뜻한 정책이 추구돼야 한다.
어린 시절 동네 놀이터에서는 아이들이 다양한 놀이 방법을 만들어냈다. 놀이기구 하나에서 놀 수 있는 수십 가지 놀이가 있었다. 우리 동네에서는 미끄럼틀에 원숭이처럼 매달려서 땅에 발이 닿지 않고 술래잡기를 하는 게 유행이었다. 그렇게 놀다가 질리면 미끄럼틀 손잡이에 구슬을 굴리는 구슬치기를 하거나, 미끄럼틀 지붕 아래에 잡동사니를 모아 집을 짓고 놀았다. 원하는 놀잇감이 없으면 상상으로라도 만들어서 하루를 재밌게 보냈다. 포유류의 공통적 특징 중에는 자유놀이가 있다. 어른의 개입 없이 아이들이 심판이 되어 규칙을 만들고 플레이어도 되는 놀이를 뜻한다. 다양한 동물들이 꼬마 시절에 아무렇게나 노는 것 같지만 자유놀이를 하며 사회화되어 간다. 놀면서 타이밍에 맞게 대화를 하거나,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기술을 익힌다. 갈등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지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 어린이에게 자유놀이 시간이 부족해지면 말 그대로 사회성이 부족한 어른으로 성장하게 된다. 요즘은 놀이터에 정글짐이나 높이가 긴 놀이기구를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아이들이 매달려서 놀다가 떨어지는 걸 막기 위함이다. 처음에는 낙상을 막기 위해 놀이터 바닥이 모래에서 우레탄 재질의 탄성 고무로 바뀌었다. 시간이 더 지나자 다칠 위험이 있는 놀이기구들은 모두 제거되었다. 대신에 엄청나게 안전하고 놀이 규칙이 정해져 있는, 상상력을 덜 자극하는 기구들이 놀이터에 남았다. 아이들을 보호하려는 어른들의 마음이 무균실에 가까운 놀이터를 만드는 중이다. 상황이 더 나쁜 건 무균실에 가까운 놀이터마저도 이용할 시간이 없다는 거다. 대신에 자유놀이를 경험하지 못한 채로 스마트폰 가상 세계에 빠진다. 놀이터의 모래와 위험한 기구를 치우는데 열중했던 어른들은 가상 세계의 번지점프대나 낭떠러지 같은 놀이기구들은 치울 생각을 하지 않는다. 겉으로 보기에 현실 세계의 아이가 얌전히 앉아서 액정 화면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화면 안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은 어른의 뇌가 감당하기에도 벅찬 내용들이 많다. 자유놀이가 대신 가상 세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게 나쁘기만 할까. 가상 세계에서 친구들 간의 우정이나 대화법 같은 걸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지금까지의 연구로는 그렇지 않다는 결과가 나온다. 2010년 스마트폰 사용이 확대된 이후로 아이들의 정신건강 지표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10대의 우울증 비율이 2010년 이후 10년 동안 여자아이 145%, 남자아이 161%가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한국에서는 2022년도에 처음 소아, 청소년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조사가 이루어졌는데 7% 정도의 아이들이 도움이 시급한 정신건강의 문제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년에 다시 조사하는 시기에는 정신건강의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의 비율이 더 늘어있을 확률이 높다. 태어나면서부터 스마트폰과 밀접한 세대이기 때문이다. 뻔한 이야기지만 아이들에게는 현실에서 경험하는 놀이가 필요하다. 어른들이 없는 곳에서 자유롭게 규칙을 만들고, 갈등을 일으키고, 다시 화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놀면서 무릎, 팔꿈치 등에 각종 상처를 얻는 것도 좋다. 그래야 통증에 둔감한 어른이 될 수 있다. 이런 과정이 빠진 채 성장한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인류 전체에게 비극이 아닐까.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23분 윤석열 대통령은 불법 비상계엄을 선포하였다. 국회는 즉시 다음날 비상계엄을 해제결의하였다. 그리고 14일 윤석열을 탄핵의결하였다. 윤석열은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하였으나 그것은 윤석열의 망상이었음이 드러났다. 그는 왜 이런 망상에 빠져들게 되었을까? 과대망상(誇大妄想)이란 '사실보다 지나치게 부풀려서 하는 터무니 없는 헛된 생각'을 말한다. 윤석열이 이런 망상을 가지게 된 것은 그의 편향된 사회화과정(Socialization)에 단초가 있다. 사람의 성격은 어릴 때부터 청소년기까지 그리고 성인이 되고 나서 경험하게 되는 직장생활의 재사회화,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형성된다. 윤석열은 초등학교 생활기록부는 이렇게 그의 성품을 말하고 있다. '재능이 없고 성실하지 않으며, 교칙에 순응하지 않고 고집이 세며 고자세이다. 또한 꾸지람하면 오만불손하며 급우들 위에 군림하고 싶어 함'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이는 현재 윤석열의 퍼스낼리티와 오버랩이 된다. 부친 윤기중씨는 아들의 이러한 성품을 근심하여 절친한 친구에게 훗날 내 아들이 잘못할 때에 올바르게 인도하여 줄 것을 당부하였다고 한다. 부친은 일본 히토쓰바시대학 대학원에 유학갔을 때 7세였던 윤석열은 부모와 함께 일본에 있으면서 일본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그렇게 성장한 사람이 어느날 대통령이 되고 나니 왜곡된 정치에 빠지게 되었다. 공자는 “정치는 바르게 하는 것이다(政者, 正也)”라고 하였다. 국민의 말을 들으며 올바른 판단을 가지고 바르게 하는 것이 정치라는 뜻이다. 그러나 자가당착에 빠진 사람은 사실보다 지나치게 부풀려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자기 생각에 동조하는 사람하고만 만나고 자기 견해와 다른 사람은 전혀 만나려 하지 않는다. 윤 대통령이 그랬다. 그는 대한민국과 일본 사이에 외교적인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일본의 입장을 두둔하게 된다. 부친은 뉴라이트에 연계되어 있으므로 뉴라이트의 친밀한 관계는 이런 영향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는 부인 김건희 여사의 무속적인 관행을 따라 생활해 왔음이 알려졌다. 이들 주변에 ’건진법사’, ’천공’ 등이 있고, ’지리산 도사‘라고 자처하는 명태균씨는 국회의원 공천과 국가정책에 관여했다는 사실이 폭로되었다. 또 그는 제22대 총선결과가 부정선거로 이루어졌다고 하는 망상에 빠졌다. 이것은 대통령인 자기 재임 중에 실시한 총선결과를 부정하는 것이니 자가당착이다. 윤석열은 집권기간 내내 왜곡된 신념을 강화시켜주는 극우 유튜브 방송을 맹신(盲信)해 왔다. 그는 ’종북‘, ’반국가 세력‘, ’부정 선거‘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했다, 점점 극우 유튜브의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졌다. 그 결과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세력이 반국가 세력이고, 북한 공산세력 동조자는 종북세력이라고 단정하였다. 12·3 비상계엄을 통해 이런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모두 처단하고, 윤석열 자신의 말만을 따라주는 독재정권을 수립하려는 과대망상을 하지는 않았는지? 아마도 윤석열은 평소에 현실의 문제를 왜곡하며 잘못 생각하였던 망상(妄想)을 있는 그대로 실천에 옮긴 것에 불과하다. 결국 그는 대한민국 역사상 검찰총장 출신의 군사반란 우두머리(首魁)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산업현장의 재해 위험 감소에 획기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의 효과가 희망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찍으로만 다스리기에는 복잡한 역학·이해관계가 얽힌 사회 문제를 형벌 편의주의적으로만 접근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반성이 필요해 보인다. 이상을 실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현장 안전 인프라는 물론 종사자들의 인식 개선방안 등 획기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용갑(민주·대전 중구)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상위 20대 건설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상자는 총 1868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 기간 사망자는 35명으로서 전년(25명) 대비 25%나 급증한 수치다. 이는 정부 건설공사 종합정보망(CSI)에 등록된 사망 사고, 3일 이상 휴업이 필요한 부상자, 1000만 원 이상의 재산 피해 사고를 포함한 통계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전체 사상자 수는 전년(2259명)보다 17.3% 줄어들었으나 2년 전인 2022년(1666명)과 비교하면 오히려 12.1% 증가했다. 그나마 부상자는 1833명으로서 전년(2231명)보다 17.8% 감소했다. 건설사별로는 대우건설이 7명의 사망자를 기록해 가장 많았고, GS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각각 5명, 현대건설이 3명으로 뒤를 이었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상위 20대 건설사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총 96명, 부상자는 5697명에 달했다. 기간 동안 삼성물산(682명)과 현대건설(349명)은 매년 사상자 수 1위와 2위를 유지했다. 사망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건설사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 호반건설, DL건설, 중흥토건 네 곳이었다. 다만 삼성물산은 부상자가 273명으로 가장 많았다. DL건설(172명), 현대건설·SK에코플랜트(각 141명), 현대엔지니어링(137명), 계룡건설(112명)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지난해 1000만 원 이상의 사고 피해가 발생한 건설사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SK에코플랜트, DL건설, 서희건설 등 8곳으로 나타났다. 도시 개발에 따른 공사 현장이 많고 소규모 사업장이 밀집해 있는 경기도는 여건상 산재 사고 발생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도내 산재 사망의 70%가량이 건설·제조업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경기도는 산재 예방 종합계획(2023~2026년)에 따라 2022년 0.51인 산재 사고 사망만인율(노동자 1만 명 당 산재사고사망율)을 2026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0.29로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지난 2022년 1월 27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 고작 3년이 지난 상황에서 그 효용성을 단정적으로 부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현행법이 무결한 수단이 될 수 없는 한 정밀한 분석 평가를 통해 개정 방안은 물론 산업재해 감소를 위한 병행 수단을 찾는 작업을 멈춰서는 안 된다. 박용갑 의원의 “처벌이 아닌 예방 위주로의 법 개정 논의와 정부의 철저한 관리 감독 및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는 공개 주장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박 의원이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주관한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토론회에서도 법 개정의 필요성과 함께 “예방 중심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쏟아졌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재해 감소를 위한 기본적인 통제수단이다. 제일 좋은 것은 역시 완벽한 재해 예방시스템 구축이다. 산업현장에 남아있는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을 일소하는 게 그 첫 번째 단계다. 알면서도 재원 부족 등으로 안전시설을 갖추지 못하는 경우도 일일이 찾아서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처벌만능주의를 뛰어넘는 선진적인 산업 안전 환경 구축에 더욱 매진해야 할 때다.
대통령제는 미국의 발명품이다. 미국은 영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해 독립을 쟁취했지만 제대로 된 정부 조직조차 없었다. 정부 조직을 갖춰야 했지만, 영국과 같은 왕정국가는 피하고 싶었다. 그렇게 도입된 것이 대통령(president)이다. 미국은 초대 대통령으로 독립전쟁의 영웅 조지 워싱턴이 선출했다. 주변국은 사실상 조지 워싱턴을 대통령이 아닌 왕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조지 워싱턴은 자신을 삼인칭으로 호칭하는 등 왕과 같이 행동하기도 했다. 마음만 먹으면 영구집권도 가능했다. 하지만 그는 재선 후 스스로 임기를 마쳤다. 이후 미국 대통령의 삼선 금지는 불문율이 되었다. 건국 과정 대한민국은 내각제 국가를 그리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 유학파 이승만의 고집으로 대통령제가 선택되었다. 초대 대통령이 된 이승만은 사사건건 국회와 대립했다. 국회 프락치사건이 대표적이다. 이후 대한민국은 4.19 민주혁명 이후 3차 개헌을 통한 제2공화국의 장면내각의 짧은 기간 외 계속하여 대통령제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는 조지 워싱턴과 같은 건국의 아버지를 만나지 못했다. 5.16 군사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장악한 박정희는 1962년 4차 개헌을 통해 더욱 강화된 대통령중심제를 도입했다. 1969년 6차 개헌에서는 국회의원의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의 겸임을 허용하고 대통령의 임기를 3선까지 연장한다. 대통령을 견제해야 할 국회의원의 대통령의 지휘를 받는 각료가 되는 요상한 제도는 박정희의 3선 개헌에 뿌리를 두고 있다. 박정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1972년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반면 국회의 권한은 대폭 축소하는 내용의 7차 개헌을 단행한다. 특히 대통령의 임기 제한 규정을 폐지해 영구집권의 길을 만들었다. 유신개헌이다. 영구집권을 꿈꾼 박정희지만 1979년 10월 26일 김재규의 총탄에 쓰러졌다. 하지만 12.12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전두환 신군부는 서울의 봄을 짓밟고 1980년 8차 개헌을 통해 대통령 간선제로 도입하며 또다시 강력한 대통령제를 이어갔다. 박정희와 전두환으로 이어진 군부독재도 1986년 인천 5.3 항쟁에 이은 1987년 6월 항쟁의 민주화 열기를 버티지는 못했다. 결국 전두환은 6.29 항복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를 도입해야 했다. 현재 헌법을 만든 9차 개헌이다. 대통령 직선제를 도입하고 임기를 5년 단임으로 제한 것, 대통령의 비상조치권 및 국회 해산권을 폐지한 것은 상당한 성과였다. 하지만 수 십년에 걸친 여덟 차례의 개헌을 통해 켜켜히 쌓여있던 강화된 대통령제의 본질은 건드리지는 못했다. 그리고 이후 우리는 40년 가까이 헌법을 개정하지 못했다. 모든 것이 바뀌었지만 통치구조만은 소위 87체제에 갇혀 있던 것이다. 지난 12.3. 군사 쿠데타는 세상이 바뀐 것을 모른 채 87체제가 개혁하지 못한 제왕적 대통령제의 단맛에 빠진 미련한 왕의 무모한 반란이었을까? 그나마 대통령의 국회 해산권이 폐지되었기에 윤석열의 12.3. 군사 쿠데타를 막아 세울수는 있었던 것일까? 내란 세력은 어떻게 처단할 수 있을까? 87체제를 극복하는 것이 진정한 쿠데타의 진압이지 않을까? 많은 질문이 든다.
얼마 전 노후 단독주택·빌라가 들어선 지역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국토교통부의 ‘뉴:빌리지’ 사업 공모 결과, 경기도내에서는 수원특례시 서둔동, 광명시 소하동, 김포시 사우동 등 3곳이 최종 선정됐다. 뉴:빌리지는 노후 저층 주거지역에 국비로 기반·편의시설을 설치하고, 기금 융자, 도시·건축규제 완화 등 인센티브를 통해 민간의 주택정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단독주택, 빌라 등은 주거비용이 저렴해 서민과 청년들의 보금자리이자 주거사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균형 있게 관리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노후화 등으로 주거만족도가 낮아진 데다 전세사기 등으로 신규 공급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뉴:빌리지 사업대상지는 5만~10만㎡ 노후 저층주거 밀집구역으로 20년 이상 건축물 비중이 50% 이상이면서 인구나 산업체가 줄어드는 도시 쇠퇴지역과 노후·불량 건축물 비중이 50% 이상인 소규모주택정비관리계획 대상 지역이다. 정부는 공모를 통해 최종 확정된 지역에 주차장, 공원 등 아파트 수준의 기반·편의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사업 지역 당 최대 국비 15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주택건설사업과 공동이용시설 설치를 직접 연계하는 경우에는 최대 30억 원의 추가적인 국비를 지원한다. 이와 함께 자율정비주택정비 사업 등에 대한 금융·제도적 지원을 확대하고, 자율주택정비사업 융자한도를 확대(총사업비의 50→70%, 금리 2.2%)했다. 다세대 건축 시에는 호당 융자한도도 상향(5천만→7.5천만, 금리 3.2%)시켰다. 이번에 뉴:빌리지 사업지로 선정된 수원특례시 서둔동의 경우 주거환경이 열악해 재개발을 추진한 적이 있다. 그러나 사업성이 부족, 재개발은 무산됐는데 이번 사업 대상지로 선정돼 공영주차장, 소공원, 자원순환센터 등 주민 생활편의시설을 개선하고 자율주택정비사업과 개별재건축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광명시 소하동은 건축물 높이 제한 규제 때문에 전면 재개발이 어렵다. 경기도 지정 문화유산 역사문화환경 보전지역이기 때문이다. 이 지역에는 순환형 자율주택정비 시범사업이 추진되며 공영주차장, 주민운동시설 등 생활기반시설이 공급된다. 원도심 공동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김포시 사우동엔 공원부지를 활용한 공영주차장, 생활체육시설 등이 조성된다. 경기도는 정부의 뉴:빌리지 사업 등 정부 도시재생 공모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 결과 올해까지 70곳이 선정됐다. 이는 전국 최다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기도형 도시재생사업 20곳을 보태면 모두 90곳에서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도시재생사업인 ‘경기 더드림 재생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원도심 재생을 위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민선 8기 경기도형 사업이다. 주민 공동체가 주도해서 지역 여건에 맞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안산시는 생활폐기물 배출시설 사업을 추진해 다문화국제거리를 정비했다. 구리시는 골목상권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 인창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에 수리단길 가로환경개선과 생태프로그램 등을 연계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매년 약 2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 경기 더드림 재생 사업을 추진해 원도심 쇠퇴지역의 주민들의 주거환경 개선 사업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힌다. 아울러 정부의 도시재생사업과 함께 민선 8기 공약과 시군 정책사업을 연계한 경기 더드림 재생사업을 병행해 성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도시재생지원센터의 활약도 돋보인다. 센터는 각 지역센터 간 소통․협력을 위한 경기도 도시재생지원센터 협의회를 개최하고, 도시재생 역량강화를 위한 경기도 도시재생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경기도 도시재생 경진대회를 통해 도시재생 우수사례를 발굴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더 확대돼야한다. 이에 앞서 지역의 역량이 주도돼야 이 사업은 더욱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헌법 필사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당시 정국이 헌법 제77조에 명시된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고 판단해 계엄을 선포했다고 했다. 이후 대통령은 탄핵소추 됐는데, 대통령 권한 대행을 하던 국무총리마저 탄핵소추 돼 부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는 초유의 상황이 됐다. 탄핵소추와 권한 대행은 모두 헌법에 근거한 것이며, 앞으로 헌법재판소가 탄핵 사건을 다룰 때도 헌법의 여러 조항들을 근거로 심판할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시민들은 대한민국헌법 전체 조항을 면밀히 살펴보고 민주주의와 삼권분립의 근간을 스스로 알고 싶었을 것이다. 대개 법은 필요한 때 해당 조항을 찾아보지만, 이번엔 필자도 대한민국헌법을 전문부터 부칙까지 정독해봤다. 30분이면 다 읽을 수 있는 대한민국헌법은 조문의 체계성과 내용의 심오함을 느끼게 했다. 헌법은 한 나라의 최고의 법이다. 1945년 8월 15일 일제로부터 해방된 후 1948년 5월에 처음으로 보통선거를 실시해 제헌국회가 구성됐고, 제헌국회는 7월 12일 헌법을 제정해 7월 17일 공포됐다. 이후 9차례 개정되었지만, 헌법적 가치는 그대로 유지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행 헌법은 1987년 6월 항쟁의 영향으로 전부개정된 제10호 헌법이며, 총 10장 130조로 돼있다. 헌법은 전문에 이어 제1장 총강에서 주권, 국민, 영토를 규정한다. 국회나 정부보다 국민을 제2장에 먼저 두고 있고, 국민의 권리와 의무 중에서는 권리를 먼저 규정했다. 그리고 입법부인 국회를 제3장에 설명한 후에 최고 통수권자이자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을 설명하고, 그 뒤에 사법부가 나오는데, 이런 순서는 국가의 가치와 철학을 함축하는 것 같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대통령 취임식에서 하는 이 선서문도 헌법 제69조에 나와 있다. 마지막 제10장 헌법개정 전에 “경제”가 제9장에 규정되어 있다. 헌법기관의 구성과 조직에 해당하는 것이 아닌 경제가 헌법의 한 장을 구성하고 있는 점이 특이하게 느껴지지만 경제가 국가의 모든 면에 끼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것을 헌법에서 확인하게 된다. 때 맞춰 출간된 「일생에 한번은 헌법을 읽어라」(2024. 8.)의 저자 이효원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책 서문에 국가도 헌법도 ‘또 다른 나’이며, 헌법을 통해 나와 국가도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고 썼다. 좋은 헌법은 국가를 건강하게 하며, 개인의 발전의 근간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헌법은 내 삶의 철학이 될 수 있고, 나 자신을 이해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필사는 긴장과 스트레스를 풀게 하고, 흐트러진 마음을 모아 집중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문학작품이나 성경을 필사하는 사례가 많다. 헌법 필사는 이와 다른 의미가 있는 것 같다. 헌법을 알아야 이 나라의 제대로 된 주인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헌법을 바르게 이해하고자 헌법 필사를 하는 것이리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이 잘 지켜지고 헌법대로만 한다면 우리나라는 참 좋은 나라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허망함의 깊이는 측정할 수 없다. 죽음 너머는 불가해(不可解)의 영역이다. 삶에 발 딛고 죽음과 결별하는 마지막 절차가 장례다. 죽음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끼리 죽음의 아픔을 나누는 것처럼 민망한 일이 또 있을까. 고인(故人)의 영정(影幀) 앞에 조아리며 절을 할 때면 나도 모르게 휘청거린다. 망자의 얼굴을 쏙 빼닮은 자식을 보고 있자면, 작별할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한 내가 당혹스럽다. 이리도 쉽게 화르르 태워지고 사라지는 것이 한 사람의 역사일 수 있을까. 빈소를 걸어 나올 때면, 그래도 살아남아야 하는 현실이 흔들리는 넥타이 같아서 아찔하다. 진이 빠진다. 길을 잃은 세상에는 내일이 없다. 나는 더 이상 믿지 않는다. 꽃보다 아름다운 게 사람이라고? 한때, 그렇게 믿었던 내가 안쓰럽다. 짐승보다 못한 사람도 사람일 수 있을까. 광기로 번뜩이는 눈동자가 지워지지 않아서 이 겨울은 내내 불면이다. 귀를 여는 것조차 겁이 난다.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을 조롱하고, 추모를 가장하여 구호품을 싹쓸이하는 그들도 사람이랄 수 있을까. 그것도 모자라 제주항공 참사를 “하나님이 사탄에게 허락한 것”이라 말하는 목회자는 또 어떠한가. 그런 목회자를 최고사령관이라 추앙하는 정치 모리배를 보면 나도 모르게 진절머리가 난다. 진이 빠진다. 밑바닥으로부터 길어 올린 생각에는 얼굴이 없다. 나이도 이름도 주소도 없다. 행방이 불분명한 무국적자처럼 소문만 무성하고 실체가 없다. 실체도 없이 꿈틀거리는 생각에 문자와 기호로 숨을 불어넣는 것처럼 가뭇없는 일이 또 있을까. 단어로 콧대를 세우고 문장으로 눈썹을 그리다 보면 나도 모르게 애가 탄다. 이 얼굴이 맞나? 집 나가 소식 끊긴 소녀와, 일이 없어 고시원에 틀어박힌 소년과, 빚 독촉에 핸드폰을 꺼버린 사람들. 맞나, 얼굴이? 문장 하나를 일으켜 새롭게 얼굴을 그릴 때마다 그 생김새가 나와 닮아서 애가 탄다. 진이 빠진다. 하늘에 대고 외치는 기도에는 사람이 없다. 사람은 없고 적의만 일렁이는 간절함. 그들의 간절함은 깃발 되어 거리에 가득한데, 가득함으로 충만한 신은 어느 나라 백성의 신인 걸까. 나는 민망해서 차마 땅을 내려다보지 못하고 눈을 감고 만다. 이 나라는 어떤 백성의 나라이고, 저들은 어떤 나라의 백성인가. 광화문 거리에 흔들리는 성조기를 보고 있자면, 나는 나라를 빼앗긴 식민지 백성이 되어 고개를 떨구고 만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빼앗긴 들에도 옳음이 여물고 어둠은 빛에 밀려 사라지는가. 이따위를 기도라고 읊조릴 때마다 조아리는 내가 안쓰러워서 속이 탄다. 진이 빠진다. 그래도 꿈꿔야 하는 건지 자신이 없다. ‘없음’을 ‘있음’으로 바꾸는 건 기적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뭉클한 기적. 기적은 멀리 있지 않다. 은박지를 덮고 눈발을 버티는 그대들. 응원봉을 들어 어둠을 밀어내는 너희들. 36.5도의 체온으로 내란(內亂)의 얼음장을 녹이는 당신들. 그대와 너희와 당신이 있어 나는 기적처럼 꿈을 꾼다. 연필을 깎고 까만 연필심에 촛불을 당긴다. 부디 이 한 줌 불빛이 온기가 될 수 있기를. 오늘도 어김없이 차디찬 아스팔트에서 기적을 일으키고 있을 그대와 너희와 당신에게 따스한 입김일 수 있기를. 간절한 심정으로 글을 쓴다. 연필이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