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빈집 해소 3법’ 개정안을 마련해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의 빈집 비중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인구 유입의 중심지이자 가장 많은 주택 공급이 이뤄진 지역임에도 공급이 과도하거나 기존 주택이 방치되는 현상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흉물로 방치돼 주거환경을 해치고 우범 위험성마저 높이고 있는 빈집에 대한 획기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효율적인 방안을 신속히 마련해 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다. 최근 대한건설정책연구원(건정연)이 발표한 ‘연도별·지역별 미거주 주택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전국의 빈집 수는 153만 4000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2015년(106만 8000가구) 대비 43.6% 증가한 것이다. 전국 빈집 비율은 2015년 6.5%에서 2019년 8.4%까지 치솟았고, 2021년 7.4%로 다소 감소했으나 2023년 다시 7.9%로 상승했다. 특히 경기도는 전국 빈집의 18.6%를 차지해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도내에서 빈집이 가장 많은 지역은 평택(11.2%)으로 나타났다. 이어 화성(8.1%), 부천(6.3%), 수원(6.1%), 남양주(5%) 순으로 빈집 비율이 높았다. 도는 앞서 지난달 중순 시장·군수 등이 빈집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주민공람을 실시하기 전 도지사 의견을 청취하는 내용 등을 담은 ‘빈집 정비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시·군에 배포했다. 개정안에는 빈집 실태 조사 시 빈집소유자의 빈집정보 공개유도 등의 내용이 담겼다. 경기도는 가이드라인 개정으로 시장·군수가 내실 있는 빈집정비계획을 수립하도록 지원하고, 이를 통해 2025년 경기도 빈집정비사업을 효율적 추진해 도심 속에 방치된 빈집을 적극적으로 정비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빈집 증가는 단순한 주택 공급 과잉의 문제가 아니다. 장기간 방치될 경우 주변 주택 가치 하락은 물론, 도시 슬럼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인구 1000명당 빈집 수는 전국 평균 29.9가구로, 2015년(1000명당 20.7가구)보다 크게 증가했다. 경기도는 ‘빈집 해소 3법’ 개정안을 마련해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빈집 해소 촉진을 위해 재산세, 양도소득세, 부동산종합소득세를 완화하는 내용이다. 현행법은 빈집을 철거해 나대지가 되면 재산세가 오히려 인상되어 철거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경기도는 나대지를 공공 활용하는 경우 철거 전 재산세에 따라 세 부담을 동결하도록 지방세법 개정을 제안하고 있다. 또 ‘세컨드 홈’ 특례에 인구감소 관심 지역인 동두천시와 포천시의 빈집도 포함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도 제시하고 했다. 세컨드 홈 혜택은 종전 1주택자가 인구감소지역에 있는 공시가격 4억원 이하 주택 1채를 추가 취득하면 1주택자에 준하는 재산세, 양도소득세, 부동산종합소득세 특례를 적용하는 내용이다. 흉물로 방치된 빈집은 지역의 미관을 해치고 주택가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범죄와 연계될 수 있다. 빈집 증가는 나아가 지역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일고 있다. 그럼에도 빈집 소유주들은 복잡한 소유관계나 개인 사정 등이 얽혀 있어서 관리가 쉽지 않다. 올해부터 행안부,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등 중앙부처가 지자체를 지원하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빈집을 방치하는 것은 주민의 삶터를 망가뜨리는 어리석은 무관심이다. 전국적으로 빈집과 공터를 새로운 개념의 주민 편익 시설 등 공익 시설로 탈바꿈시켜 성공한 사례들은 많다. 국비나 지방예산 등 세금을 들여서 찔끔 흉내만 내는 수준으로는 안 된다. 민간의 사업참여까지 견인해낼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날로 증가하는 빈집들을 전화위복의 시설로 활용할 더 많은 지혜가 절실하다. 오늘보다는 내일이, 내일보다는 모레가 더 행복한 도시로 발전시켜야 한다.
광화문은 경복궁의 정문이다. 1392년 조선이 한양에 개국하고 3년후 경복궁을 건립하면서 정문을 세웠다. 세종 때 정문을 광화문으로 명명하여 오늘에 까지 이어진다. 광화문 앞 거리는 육조(六曹)거리 라고 불리우고 양 옆으로 조선시대의 중심지였다. 육조거리를 중심으로 국정이 논의되고 시장이 열렸다. 지금은 육조거리가 세종로거리로 지명이 바뀌어 정치의 광장이 되고 있다. 광화문에서 세종로 사거리까지 이어지는 곳에서 탄핵의 찬⦁반을 둘러싸고 함성소리가 장안을 가른다. 나라를 위하는 마음이지만 주장하는 목소리는 상반된다. 이제 우리는 가뿐 숨을 멈추고 광화문으로부터 들려오는 역사의 소리를 들어보자. 광화문은 1592년 임진왜란 때에 허물어지고 1865년 대원군에 의해 복원되었다. 복원된 광화문이 다시 허물어지질 위기를 맞은 것은 일제시기였다. 일제는 경복궁 경내에 총독부 건물을 지으면서 광화문을 철거하려고 하였다. 이때 광화문 철거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울린다. "광화문이여. 광화문이여 너의 생명이 조석(朝夕)에 절박하였다. 네가 이 세상에 있다는 기억이 냉랭한 망각 가운데 장사(葬事) 되어 버리려 한다” 이것은 일본인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의 목소리였다. 1922년 그는 광화문이 철거되는 것을 통분히 여겨 일본잡지 <개조>에 글을 올린다. “사라져 가려고 하는 한 조선 건축을 위하여” 라는 제목의 그의 글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결국 총독부는 광화문 철거를 포기하고 동편으로 이전하였다. 그로 인해 2010년 광화문을 온전하게 복원할 수 있게 되었다. 선입견이나 편견 없이 세상을 바로 보기 위해 노력한 일본인의 목소리가 광화문을 지켜 준 것이다. 1984년 한국정부는 그에게 보관문화훈장을 수여했다. 세종로 사거리에서 들려오는 또 다른 목소리를 듣는다. “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 문자와 서로 통하지 아니하므로 이런 까닭으로 어린 백성이 이르고자 할 바가 있어도 마침내 제 뜻을 능히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노라. 내가 이를 위해 가엾게 여겨 새로 스물여덟 글자를 만드노니 사람마다 하여금 쉽게 익혀 날마다 쓰는 것이 편안케 하고자 할 따름이니라.” 이것은 1446년 10월 9일 세종대왕이 반포한 훈민정음 서문이다. 당시 공용문자인 한자를 사용하지 못하는 백성이 90% 이상이었다. 한자를 익혀 사용하기 까지에는 6년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그러나 한글을 익히는 것은 한 두 주일이면 된다. 대신들은 사대부가 조선의 뿌리라고 생각하고 한글 창제가 성리학에 위배된다고 생각했다. 백성이 이치를 깨닫고 정치로 향하게 되면 그들의 지도자를 스스로 선출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에도 세종은 백성을 신뢰하며 문자를 창제하였다. 창제자가 누구인지 밝혀진 문자 중에서 한글의 창제는 선구적이다. 당시 세계는 르네상스(문예부흥) 아래에서 학문과 문화, 과학기술의 발전이 풍미하던 시기였다. 세계사적 흐름속에서 내·외의 반대속에서도 세종이 한글을 만든 것은 자주성의 표본이다. 광화문에서 우리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있다. 광화문에 나서는 사람들은 광화문에서 들려오는 역사의 생생한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번에 우리는 내 나라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고 외세에 의탁하지 않고 주권자인 국민의 손으로 민주공화국을 세워야 한다.
요즘 직장을 그만두거나 옮기는 사람들을 종종 보곤 한다. 곧 퇴사를 앞둔 지인 K씨의 사연을 소개해본다. 50대 여성인 그는 해가 바뀔 때마다 회사에서 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점점 버겁다고 했다. 이직조차 순탄치 않아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그는 어느날 아침, 출근길 지하철 안의 사람들을 둘러보다 문득 깨달았다고 했다. 자기 또래의 여성을 발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최근 들어 진지하게 고민하는 듯했다. 언제까지 회사에서 버틸 수는 없다는 걸 인정한 후 해결책을 마련하려는 모습이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직장을 다니는 게 가장 좋다고 말하던 그였다. 그러나 현실이란 벽 앞에서 ‘직장’이라는 조직을 졸업할 때가 됐다는 걸 그는 결국 인정했다. 그가 퇴사 후 제2의 직업으로 삼기로 결정한 일은 다소 의외였다. 바로 장례지도사. 고인의 마지막 길을 경건하게 배웅하는 의미있는 일이긴 하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아서다. 솔직히 나는 감당할 자신이 없다. 소중한 이를 잃은 사람들의 슬픔과 울부짖음을 바라보는 것도 버겁고, 차갑게 굳은 고인과 단둘이 한 공간에 머물 자신도 없다. 마지막 숨을 조용히 거둔 사람도 있겠지만, 갑작스런 사고로 생을 마감한 분의 안타까운 모습을 마주하는 것도 두렵다. 가냘픈 외모에서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말이 나온 탓에 그 말을 들은 나는 적잖이 놀랐다. 그러나 그는 진지했다.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은 일단 접어두더라도, 살아있음에 대한 경외심이 없다면 선택할 수 없는 일이다. 그는 누구나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결코 예외일 수 없다는 걸 가슴으로 이해하게 됐다며, 고인 한 분 한 분의 마지막 길을 잘 보내드리면 뿌듯할 거라고, 삶을 대하는 긍정적 자세를 갖게 될 거라고 했다. 며칠 후 그는 곧장 내일배움카드를 신청했다. 본격적으로 장례지도사 준비에 착수하겠단다. 발 빠른 실행력에 또 한 번 놀랐다. 그리고 두 번째 직업을 준비하는 일은 많은 이들이 경험할 수밖에 없는 현실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진로’라는 건 입시 때 한 번, 대학 졸업과 취업을 준비하며 또 한 번 겪으면 끝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나이를 먹을수록 언젠가는 기존의 삶에서 궤도를 바꿔야만 한다는 걸 알게 됐다.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 년간 어딘가에 소속되어 살던 삶을 바꾸고 새롭게 살아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남들이 좋다는 일이 보이면 새로운 경쟁에 또다시 휩쓸리기도 한다. 조금 이상적일 수 있으나, 은퇴 후 새로운 직업을 시작할 때는 원하는 일에 한발짝 다가갔으면 한다. 근사해 보이지 않아도 자신에게 충분히 의미있고 가치있는 일에. 어쩌면 많은 이들이 중년의 나이에도 방황하는 이유는 원하는 일을 제대로 시도해본 적이 없어서일지도 모른다. 장례지도사를 준비하겠다는 K씨를 처음엔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이유를 듣고 보니 그와 잘 어울리는 일 같다. 의미가 없으면 흥미를 잃는 그에겐 누군가의 마지막을 곱게 단장하고 마무리하는 일이 고귀하게 여겨졌을 테니. 그를 보며 깨달았다. 어쩌면 퇴직 후 새로운 직업에 도전하는 것은 자신이 무엇에 가치를 두는지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지 모른다고.
최근 전 세계에 재해가 계속되고 있다. 원인은 기후변화다.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온난화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기후 마지노선’은 1.5도다. 그런데 지난해 1~9월 세계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과 대비해 1.54도나 더 높았다. 그리고 앞으로 지구온난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한다. 세계 곳곳에서 폭우와 가뭄, 이상고온과 한파 소식이 끊임없이 전해지고 있다. 더 심각한 위기도 있다. 빠르게 북·남극지방의 얼음이 녹고 있어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다. 이 말은 곧 세계 여러 나라의 국토가 물에 잠기고 있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곳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지역이다. 이미 지난 2018년 인도네시아 반둥공과대 연구팀이 ‘2050년에 자카르타의 절반 이상이 물에 잠기고 북자카르타는 흔적 없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2019년 미국 기후변화 연구단체인 ‘클라이밋센트럴’은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2050년에는 매년 상시 침수 피해를 입는 인구가 약 3억 명(현재 인구 기준)에 달할 것’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지구온난화가 진행된다면 2100년에는 약 6억4000만 명이 수몰될 수도 있다는 끔찍한 전망도 내놓았다. 2050년 베트남은 호찌민을 포함한 남부 지역 대부분이 수몰되며 중국은 상하이가 거의 바다 속으로 가라앉을 것으로 전망했다. 인도의 뭄바이와 태국의 방콕도 피해가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나라 역시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피해에서 안전하지는 않다고 한다. 2030년도엔 한반도의 5% 면적이 물속에 잠긴다는 예측이 나온바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가뭄과 홍수가 잦아지고 해수면 상승으로 농지가 감소하면 필연적으로 식량난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탄소배출을 줄여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탄소제로 정책에 역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기후악당’ 국가로 낙인찍혔다. 세계에서 13번째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는 한국은 지난해 11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오늘의 화석상’ 1위 국가가 됐다. 이 상은 기후변화대응에 부정적인 나라에 수여하는 상으로 2023년(3위)에 이어 2024년에는 1위의 불명예를 차지했다. 한국이 세계 1등 ‘기후 악당’이 된 것은 선진국의 화석연료 투자 제한에 관한 국제적 합의를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에 국회의원 기후 행동 모임인 ‘비상’은 비판성명을 냈다. “전 세계가 재생에너지로 나아가는 지금, 한국 정부만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화석연료를 고집하고 있는 행태에 국제사회의 비판이 집중되는 모습을 보고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와는 반대로 경기도에서는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기아 등 도내 기업 124개사가 모여 경기 기후환경협의체를 구성, RE100 확대, 환경오염 예방, 탄소중립 및 친환경 기술 공유 등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아울러 경기도는 기후위기 대응과 경제적 안정성을 동시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기후경제’ 전환을 목표로 ‘기후경기 3대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한다.(관련기사:경기신문 4일자 3면, ‘기후도지사 김동연…3대 프로젝트로 대전환 그린다’) 이달부터 전국 최초로 ‘기후보험’을 시행하고 기후위성 개발·발사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3일 김동연 도지사는 “기후위성, 기후펀드, 기후보험 등 기후경기 3대 프로젝트를 통해 기후위기 대응과 경제 전환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달 26일엔 “기후위기는 대한민국 경제의 위기”라고 전제한 뒤 ▲기후산업에 400조 원 이상 투자 ▲석탄발전소 전면 폐지 ▲기후경제부 신설 등 기후경제 거버넌스 구축을 골자로 하는 기후경제 대전환 3대 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나 자신과 내 아이들에게 닥친 문제다. 정부의 기후정책 대전환이 필요하다.
로스쿨이 생기기 직전 법대에 다녔었다. 대학교에 입학해서 법을 처음 배울 때 개인의 감정과 부합하지 않는 법 조항들에 나름의 존재 이유가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너무 과한 처벌이나 약한 처벌은 그 자체로 사람들의 행동에 동기 부여가 된다. 처벌 수위가 법 감정과 괴리를 보이는 경우는 이 때문이다. 예컨대 강도나 음주운전 하는 사람들을 왜 모두 사형시키지 않을까. 사회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동을 강력하게 규제하면 범죄 예방 효과가 있을 것 같은데 법이 범죄 사실을 쉽게 용서해주는 건 아닐까. 하지만 법이 강도나 음주운전 범죄자를 사형시킬 정도로 강력하면, 살인자가 될지 말지 기로에 선 사람들이 살인을 택하게 된다. 강도로 사형을 당한다면 강도 행위를 본 목격자를 살려두지 않을 확률이 높아진다. 이렇듯 법 조항 하나하나와 판례에는 사람들의 행동을 뒤바꾸는 강력한 힘이 담겨 있다. 3년 전 초등교사에서 학생들과 체험학습을 갔다. 도착한 테마파크 주차장에서 학생이 타고 온 버스에 치여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즐거워야 할 소풍이 비극으로 끝난 것이다. 운전했던 버스 기사는 이미 처벌이 확정됐고, 남은 건 담임교사와 보조교사로 온 사람들의 처벌 여부였다. 학교 활동 중 학생이 하늘나라에 갔다면 인솔자가 책임을 지는 게 맞다. 여기까지는 이견이 없다. 다만 교사의 책임을 어디까지 묻느냐에 따라 소풍이 구시대의 유물이 되는 건 판례를 본 사람들의 행동 변화에 따른 결과다. 1심 구형에서 금고 3년이 나온 상태라 교사들 사이에서는 선고 여부에 따라 앞으로 남은 교직 전체기간 동안 체험학습을 거부하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교사는 성범죄 벌금형 이상, 일반 범죄 금고형 이상이 나오면 당연 퇴직 대상이 된다. 사고가 불시에 찾아오는데 아이들의 추억을 위해 직업을 걸기에는 잃을 게 너무 많다는 주장이었다. 여러 사람의 탄원서 제출과 서명운동에도 불구하고 1심 선고는 담임교사의 주의 의무 위반 과실이 인정되어 금고 6월, 집행유예 2년이었다. 담임교사가 줄을 세우고 뒤를 한 번만 돌아봐서 줄에서 5명이 이탈했고, 학생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게 판결 요지였다. 동행했던 보조교사는 무죄를 받았다. 일반적인 피고인이었다면 감옥에 가지 않아 기뻐했겠지만, 이 판결이 유지된다면 담임교사 A씨는 직업을 잃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소풍을 가는 건 만용에 가깝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평소에 체험학습을 많이 가는 걸로 유명한 학교다. 고학년은 1년에 대여섯 번 이상 체험학습을 떠난다. 이런 학교에서도 1학기는 체험학습 전면 중단을 결정했다. 6월에 학교안전법과 학교 안전사고관리 지침이 개정된다면 바뀐 내용을 보고 2학기 체험학습 진행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평소에 강경하게 체험학습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던 분들도 최근 판결이 충격으로 다가온 건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물론 법이 개정된다고 해도 정당한 교육활동 중 일어난 사고에 대해 교사가 면책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불안감은 남아있다. 지금까지 교사를 보호하는 법이 없어서 불신이 상당하다. 20명이 넘는 아이들을 교사가 하나하나 보호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사고는 발생하기 마련이다. 활동에서 사고를 없앨 수 없으니 체험학습 자체를 안 가는 게 교사에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된다. 체험학습이 구시대의 유물로 남게 될 때까지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
세상에는 모든 생물들이 제자리에서 각기 제 역할을 하며 존재하고 있다. 봄·여름·가을·겨울의 사계절도 어김없이 운행되고 있다. 묵묵히 그들은 자신의 분수를 알고 있으며, 따뜻한 태양 아래 주어진 환경과 여건에 맞게 지금까지 살아왔었다. 나아가 사람들은 집단과 사회를 구성하며 서로 영향을 주며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상호작용을 통하여 우리는 사회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규칙과 법을 제정하여 이 틀과 관계망 속에서 마음껏 자유를 누리며 서로 행복하게 지내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질서가 있는 사회를 이끌어가며 통치하려는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덕(德)이 없든가 잘못을 저질렸을 때는 커다란 혼란과 손해가 따르기 마련이다, 소수의 지배자가 다수의 시민들이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를 ‘비상계엄’이라는 괴물을 통해 파괴하였으며 대한민국의 국격을 크게 훼손하였다. 이에 대해 대처하는 법을 동양고전에서 찾아보자. 『논어』에서 공자는 정치의 요체에 대해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비는 아비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君君臣臣父父子子)고 강조하셨다. 또 “시민들의 믿음이 없으면 나라는 존립하지 못한다(民無信不立)‘고 하였다. 이는 현대사회에서 각자에게 주어진 자신의 역할에 충실함으로써 조화롭고 민주복지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말이다. 또 시민들의 믿음이 없다면 식량을 생산·공급하는 체계나 군대는 물론 나라와 사회의 기반이 유지될 수 없다는 뜻이다. 맹자는 ‘최고지도자는 천명(天命)을 받은 사람을 말하고, 천명은 덕이 있는 사람에게 하늘이 부여한다‘고 믿었다. 민심은 하늘의 마음(天心)이기에 천명은 시민들의 마음으로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맹자는 ’대통령에게 허물이 있어서 간언(諫言)을 반복해서 하더라도 이를 듣지 않으면, 대통령의 지위를 갈아 치운다‘(『맹자』 「만장 하」)는 혁명사상이 있다. 이러한 혁명사상의 개요는 첫째 백성을 등진 군주나 어짊(仁)을 저버린 군주는 무력(武力)으로 바꿀 수 있다. 둘째 백성의 마음을 보듬지 못하고 고통만 주는 비도덕적인 왕권(王權)에 대해서도 이를 빼앗을 수 있음을 용인하고 있다. 이는 현대국가의 국민화합과 사회의 제반 부분까지 크게 영향을 주어 왔었다. '주역'에는 ’항룡유회(亢龍有悔)‘라는 구절이 있다. 여기에서 ’항룡‘은 최고의 관직에 올라간 사람인데 잠시 방심을 하든가 잘못을 하여 반드시 후회가 생긴다는 의미이다. 이유는 자기의 분수를 모르고 지나치게 굳센 용(龍)이고 나아갈 데 없는 극한에 도달한 용이기 때문이다. 이 항룡은 나아갈 줄만 알고 물러남을 모르며, 보존할 줄만 알지 없앨 줄을 모르며, 얻어 채우려고만 하고 비울 줄을 모르는 고집 센 사람이다. 그러므로 최고의 자리에 올라가서 자기만의 고집과 오만(傲慢)을 끝까지 부린다면 스스로 재앙을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오늘날 반역과 내란의 소용돌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상계엄’이라는 기괴한 망나니 칼춤을 통해서 우리는 인간의 비겁함·뻔뻔함·간사함을 모두 보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신들이 만들었던 이 업보로 인해 파멸만이 남아 있을 것이다.
우리은행이 신호탄을 쏘아 올린 대출 금리 인하 행렬에 주요 은행들이 동참하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5일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낮추고 금융당국의 금리 인하 압박도 한층 거세진 여파로 해석된다. 이번 금리 인하 조치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시 가팔라질 수 있어 은행권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금리 변동은 언제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 난제다. 은행권의 금리조정과 함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영리한 정책 수단이 발휘되길 기대한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번 주 가계대출 상품의 가산금리를 낮출 예정이다. 인하 폭은 최대 0.2%포인트(p) 정도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리 인하 동향은 우리은행에서 시작됐다. 우리은행은 한은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하가 결정된 다음 지난달 28일부터 5년 주기형 주택담보대출 상품 신규 신청 시 가산금리를 0.25%p 인하했으며, 5일부터는 개인신용대출 상품의 금리도 0.2%p 내릴 예정이다. KB국민은행도 이날 은행채 5년물 금리를 지표로 삼는 가계대출 상품의 금리를 0.08%p 낮췄다. 기준금리 인하로 인한 시장금리 하락분을 최대한 빠르게 대출금리에 반영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은행권은 가계대출 총량 기준이 새롭게 설정된 올해 초부터 가산금리 인하, 우대금리 확대 등을 통해 대출 금리를 조금씩 낮춰왔다. 하지만 그 폭이 미미해서 차주들이 금리 인하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웠다. 기준금리가 지난해 10월부터 세 차례 떨어지면서 2%대에 진입했음에도 은행들의 가계대출 금리는 여전히 4%대에 머무르고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지난 1월 취급한 가계대출 금리는 평균 연 4.436%다. 경기 침체로 국민은 곡소리가 나는 판에 은행은 높은 예대 금리 차로 인한 역대급 실적을 올려 임금 인상과 성과급 잔치를 이어 왔다. 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주요 시중은행의 임금·단체협약 결과 일반직 기준으로 전년보다 0.8%포인트 높은 2.8%의 임금인상률을 결정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올해 성과급으로 기본급의 280%를 책정했다. NH농협은행은 통상임금 200%에 현금 300만 원을 주기로 했다. 은행들이 높은 예대 금리 차에 높은 수익을 올리는 데 대한 국민 여론은 악화일로인 가운데 금융당국의 금리 인하 압박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4일 “대출 금리도 가격이기 때문에 시장원리는 작동해야 한다”며 “기준금리 인하를 (대출 금리에) 반영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총장도 지난달 26일 브리핑에서 우리은행의 선제적 인하 사례를 언급하며 “시차를 갖고 우물쭈물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압박했다. 그러나 은행들의 금리 인하에는 심각한 걸림돌이 있다.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한 가계대출 증가세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달 27일까지 2조 6929억 원 증가했다. 금융권의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액은 5조 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전통적으로 가계대출 비수기에 속하는 2월에 대출이 이렇게 늘어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이다. 은행권의 금리 변동과 가계대출 증감은 정확하게 풍선효과로 작동한다. 과도한 예대 금리 차로 인해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는 은행권이 가계대출 증가 우려를 빌미로 금리 인하에 미적거리는 모습은 현실이긴 하지만 얄밉기 짝이 없는 장면이다. 일부에서는 은행권의 과도한 수익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투자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은행 대출 금리 인하와 함께 국가의 재정 확대 정책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최근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집행에 경제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출 금리는 인하돼야 한다. 그리고 이에 비례하여 나타나는 가계대출 증가도 통제돼야 한다. 금융당국의 용의주도한 정책 능력이 필요한 때다.
자동차가 자율 주행하고 로봇이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세상. 이는 오랫동안 공상 과학 영화에나 나오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어느 샌가 현실이 되어 우리 생활 속으로 훅 들어오고 있다. 얼마 전 오픈AI는 인간처럼 추론할 수 있는 인공지능 쳇GPT-5를 공개했다. 이는 기계가 더 이상 프로그래밍된 작업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비슷한 방식으로 주변 세계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시대의 도래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과연 AI는 우리를 대체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간단히 ‘Yes’, ‘No’로 답할 수 없지만 필자는 과감히 ‘No’라고 말하고 싶다. 기술이 제 아무리 정교해진들 우리 인간 경험의 미묘한 뉘앙스를 재현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들이 있다. 최근 데이트 앱의 전 세계 사용인구가 16%나 감소했다. 이 현상은 스페인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왜 그러할까? 이 나라에 사는 싱글들은 ‘메르카도나(Mercadona) 플러팅’을 더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메르카도나 플러팅’이란 오후 7~8시에 대형마켓 체인인 메르카도나로 쇼핑을 떠나 카트에 파인애플을 담음으로써 “나는 진지한 만남을 원해요”라는 신호를 상대방에게 보내는 전통적 관행이다. 일종의 ‘슈퍼마켓 사교’인 이 방식으로 회귀하는 까닭은 사람들이 화상이나 알고리즘 보다 실제적인 접촉을 통해 상대방을 만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기술이 제아무리 진보해도 진정한 상호작용을 원하는 인간의 욕구를 억누를 수는 없다. AI는 탁월한 창작으로 인상적인 작품을 만들어낼 수는 있다. 하지만 예술가의 영혼까지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인간의 경험을 표현하는 그림, 음악, 문학에는 우리의 감정인 고통, 기쁨, 꿈 등이 투영된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말처럼 “진정한 탐험은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다.” AI는 스타일을 모방하고 기술을 재현할 수는 있지만 느끼거나 초월할 수는 없다. 기업가적 전략에는 AI가 재현할 수 없는 일정 이상의 직관과 모험이 중요하다. 혁신은 종종 대담함, 즉 ‘클리셰(cliché: 진부함)’를 깨부수고자 하는 열망에서 비롯된다. 불타는 창의 정신으로 현실을 탈바꿈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시장을 흔들고 새로운 트렌드를 창출하게 된다. AI는 인간의 존재를 향상시키기 위해 고안된 도구일 뿐이다. 따라서 AI가 인간 세상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를 규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교육은 미래 세대가 AI와 공존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데 필수 영역이다. AI 기술을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칠 뿐만 아니라 비판적 사고, 창의성, 공감과 같은 인간 고유의 특성을 길러주는 장이 되어야 한다. 또한, AI의 개발과 사용을 관리하기 위한 윤리적, 규제적 프레임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 책임, 개인정보 보호, 공정성의 문제를 쟁점화 해야 한다. 결국 AI의 미래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AI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반복적인 작업으로부터 우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단 AI 시대에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를 결코 잊으면 안 된다. 인간만의 독특한 감성과 상호 연결 욕구, 그리고 상상력과 창조력은 여전히 우리 존재의 핵심이다. 미래 역시 우리 후세가 인간답게 사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AI를 우리의 적이 아닌 동맹으로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한다.
가평군은 수도권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랜기간 각종 중첩규제로 인해 발전이 제한돼 왔다. '수도권정비계획법', '환경정책기본법', '한강수계법', '군사기지및 군사시설보호법' 등에 따른 각종 규제가 지역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해서다. 그 결과 가평군의 재정자립도는 18.3%에 불과하며 인구소멸 위기 지역으로 분류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30%를 넘어선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이러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이제 과거의 일로 마감하려 한다. 가평군은 특히 2025년을 기점으로 희망한 미래를 향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월5일, 가평군은 2001년이후 24년만에 군을 상징하는 새로운 Cl(상징물)를 선포했다. 새롭게 변경된 Cl는 도시명 '가평'과 이니셜'G'를 결합해 가평이 지닌 에너지와 역동성을 표현했다. 이는 가평군의 미래 지향적이고 희망적인 이미지 강화와 차별화를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올해부터 가평군은 접경지역으로 포함되면서 1가구 2주택 예외등 각종 세제 혜택이 적용되며 산림규제 완화로 수도권 인구 유입도 기대된다. 오는 4월과 5월에는 경기도장애인체육대회와 경기도체육대회가 가평군에서 열려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가평군의 핵심산업인 관광문화산업도 자라섬 꽃 축제를 비롯한 다양한 행사와 함께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다.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생활인구가 100만명을 초과하는 등 연간 1000만 명 시대가 가사시화 되고 있다. 재정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국비 유치를 조금이라도 더 늘리기 위해 올해 '2025년 가평군 공모사업 종합계획'을 수립해 역대급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1035억 원의 예산을 확보해 '국도 75호선 가평-청평 도로건설공사 기본 설계(안)'을 마련하고 이달 5일 주민설명회도 개최했다. 이 사업은 청평면 고성리 가평대교에서 가평군 달전리 상수도사업소 까지 총 연장11.9km 구간을 대상으로 선형불량 지역에 터널 2개소와 교량 7개소를 신설하는 등의 대규모 도로 정비사업이다. 이와함께 가평-현리, 상판-적목간 지방도 개설과 마장-목동간 국도 76호선 개량사업도 계속 추진중에 있다. 이들 사업은 가평군민의 숙원사업으로서 지역발전과 군민 삶의 질 향상에 큰 도움이 될것으로 기대된다. 가평군은 그동안 많은 성과를 이루었으며 이는 군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력과 애정어린 관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남은 민선 8기 동안에도 군민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할수 있도록 변화를 선도하며 더욱 발전된 가평군을 만들어 가겠다. 저는 올해 초 6개 읍·면을 순회하며 진행한 '주민과의 만남'에서 그 어느 때보다 군민여러분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지역 현안과 민원을 세심하게 살폈다. 이를 토대로 830여 공직자와 함께 더욱 열심히 뛰며 가평군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그러나 가평군의 희망찬 설계는 저와 공직자의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군민여러분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력이 있을때 비로소 더 큰 성과를 이룰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고 도약하는 가평군을 위해 지속적인 관심과 동참을 부탁드린다. 저는 올해도 군민여러분과 함께 변화와 혁신의 중심에서 가평군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가겠다. 군민 한분 한분의 기대에 부응하고 가평군 성장발전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군정을 펼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것을 약속드린다.
“나는 아침, 점심, 저녁 이 일상의 완고함과 씨름하고 있다. 축복받기 전에는 나날을 그대로 흘려보내진 않겠다. 천천히 말 없는 시간의 발자국을 따라가고 있다.” '오랜 슬픔의 다정한 얼굴'을 읽었다. 해야 할 일들은 머리를 짓누르고 정리되지 않는 일상의 끄트머리에 매달려 허덕이고 있는 것만 같은 그런 날, 잠시 짬 내어 읽는 시집 한 줄이 마음에 위안을 줄 때가 있다. 오늘 아침은 어쩐 일인지 싯구보다 시집 뒷면에 수록된 작가의 삶이 더 눈에 들어온다. 칼 윌슨 베이커(Karle Wilson Baker, 1878-1960) 이야기다. 미국 아칸소주 리틀락에서 태어나 텍사스 남부에서 자란 문인으로, 시인이자 소설가 아동문학가이기도 했던 그는 1931년 퓰리처상 시 부문 후보로 오르기도 했다. 그가 유년기를 보냈던 1880년대의 리틀락은 한창 철도가 놓이고 빅토리아풍 저택들이 들어서며 확장되고 있던 분주한 도시였다. 교사였던 부모는 도시로 옮긴 후 식료품점 점원으로 일하다 회사를 일구어내기에 이른다. 작가가 꿈이었던 어머니의 응원으로 칼은 어린 시절부터 글쓰기에 푹 빠져 지낸다. 외가가 아칸소주 잭슨빌 근처 농장에 있었던 터라 기차여행을 종종 하곤 했는데 칼은 이 여행을 무척이나 즐거워했다고 한다. 시골길과 농장을 거닐며 어린 시절 자연의 아름다움과 다정함에 푹 빠져 지낸 까닭인지 그의 시 곳곳에 자연에 대한 깊은 애정이 묻어 나온다. 시카고대학에서 1년간 수학할 기회를 얻기도 하는데, 마침 그때는 자전거가 막 보급되기 시작하던 시기라 자전거를 타고 도시를 달리며 소설가, 극작가들과 교류하면서 본격적인 문인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아무리 미국이라 해도 여성이 글을 쓰기 쉽지 않던 시기에 그는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다. 부모님 병간호로 집에 머물러야 했던 시기에도 공부나 일은 잠시 접었지만 시 쓰는 일은 어떻게든 이어간다. 집이 화재로 전소해 매일 썼던 글을 모두 잃어버리는 일도 있었지만 여전히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1907년 결혼한 후로는 아이들 키우며 가족과의 일상을 소재로 한 글을 쓰고,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일할 때에는 강의와 글쓰기를 병행한다. 아동용 교재와 학습용 교재 제작에 시간을 써야 했던 시기에도 에세이와 소설 집필을 이어간다. 문자를 다루는 일이라는 측면에서 얼핏 같은 일처럼 보여도 실상 문학적 글쓰기는 다른 세상의 일이라 그것들을 일상의 업무와 병행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그는 1960년 82세로 눈감을 때까지 집안일, 학교일, 때마다 상황에 맞추어 오가면서도 쓰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칼 윌슨 베이커는 당대 동부 남성 중심이었던 출판계 구도를, 서부 지역 그리고 여성 작가들에게까지 끌어왔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는다. 젊은 시절 시나 에세이 등 짧은 글에서 시작해 동화, 교재 집필 등을 거쳐 마침내 가족서사와 역사서사까지 다다랐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마음에 담고 있는 일이 진척이 없어 답답할 때가 있다. 상황도 여의치 않고 일상이 우리를 놓아주지 않아 어지러울 때가 많다. 그래도 시간의 힘을 믿어 보자. 사소해 보이는 일상이 쌓여가는 시간을 가벼이 여기지 말자. 꿈을 좇는 과정을 더디지만 계속해 보자. 나만의 속도에 주의를 기울이자. 산책도 하고 가끔은 한눈을 팔아도 좋지만, 오직 유념할 일은 꿈을 향해 가는 이 길을 지속하느냐 마느냐일 뿐이다. “나무와 산책한 뒤 오늘 내 키가 조금 더 자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