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고령사회(노인 비율 14%)에 들어선 지 불과 7년 만인 지난해 우리나라는 노인비율 20%의 초고령사회에 접어들었다. 노인 케어 문제가 우리 국가사회의 주요 화두로 등장한 상황에서 특히 노인치매 질환에 대한 관리가 최대 과제로 부상했다. 경기도가 치매 조기 발견과 치료를 위한 지원 대상을 크게 늘리는 등 치매 관리를 대폭 확대한다는 소식이다. 경기도가 치매 가족에 대해 가장 따뜻한 지방정부로 자리매김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경기도가 ‘치매가족돌봄 안심휴가 지원’ 제도를 본격 시행한다. 치매조기발견과 치료를 위한 지원도 지난해 대비 7000명 확대한 5만여 명을 대상으로 추진한다. 도는 지난 9일 이 같은 내용의 ‘2025 경기도 치매케어패키지’ 계획을 발표하고 10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도의 치매가족돌봄 안심휴가 지원 제도는 정부 지원에 더해 도가 운영 중인 도내 6개 경기도립노인전문병원 단기입원이 가능하다. 구체적으로 이 사업은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이 외출·출타로 며칠간 집을 비워야 하거나 장기간 돌봄에 지친 가족이 일정 기간 육체·정신적 휴식이 필요할 때 지원하는 제도다. 노인전문병원 이용에 따른 간병비 지원과 장기요양기관 본인부담금 지원은 국내에서 경기도가 처음이다. 정부의 유사 사업인 장기요양가족휴가제는 1년에 열흘만 방문요양서비스나 단기보호시설을 이용할 수 있고 현금 지원 없이 할인에 그치는 수준이다. 입원 기간은 입원 기간 간병비(일 3만원)를 연간 최대 30만 원(연 10일 간)까지 지원한다. 노인전문병원을 이용하지 않는 가족은 방문요양서비스나 단기보호시설 이용 시 발생하는 이용료의 본인부담금을 연간 최대 20만 원(일 2만 원, 연 10일 간)까지 지원한다. 경기도립노인전문병원(단기입원), 단기보호시설, 종일방문요양 이용 여부는 치매 환자의 중증도와 여건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경기도립노인전문병원은 ‘치매안심병동’을 보유하고 있어 환자별 맞춤형 진료·간호가 가능하다. 인지재활, 공예활동 등 비약물치료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이밖에 도는 올해부터 치매조기발견과 치료를 위한 지원대상도 확대했다. 치매 감별검사비(최대 11만 원) 지원에서 소득 제한을 폐지하고 치매 치료비(연 36만 원) 지원 소득 조건은 기준중위소득 120% 이하에서 140% 이하로 완화했다. 현대의학의 눈부신 발달로 신체의 건강을 유지하는 의술이 높아진 덕분으로 육신의 건강을 오래 지키는 사람들이 괄목할 수준으로 늘었다. 육신의 건강에 맞춰서 두뇌 건강도 증진된 것은 사실이지만, 정신 건강의 증진은 육신에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결국은 치매로 인해 일상이 망가지는 노년층이 날로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한 현상이 되고 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20년 뒤인 2045년 우리나라 노인 인구는 전체의 37.3%에 이르게 된다. 이에 비례하여 야기될 문제는 가히 폭발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와 지방정부가 해야 할 사명 중에서 노령층에 대한 관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높아질 수밖에 없다. 초고령사회는 노인 인구 비율의 증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고령 1인 가구가 이미 급증하듯 사회의 구조적 대변화로 이어진다. 치매 환자, 치매 가족을 돌보기 위한 세련된 정책은 초고령 시대 핵심과제다. 경기도가 도내 노령층에 대한 모범적인 정책을 앞장서 다듬어 나가야 한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속담은 부정할 여지가 없는 진실이다. 오랜 치매 간병 끝에 친족 살인 폐륜을 저지르는 비극마저 간헐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우리 국가사회가 이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치매 환자 자신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이 받고 있는 고통까지도 감당하게 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우리가 선진 복지국가로 나아갈 수 있다. 그것은 비용이 아니라, 건강한 미래세대와 국가를 위한 요긴한 투자다.
정부는 의료·요양·돌봄 통합지원 시범사업 대상을 노인 중심에서 장애인까지 확대하고 맞춤형 복지 서비스를 강화한다. 올해부터 의료와 돌봄의 통합적 제공을 목표로 새로운 복지 체계 구축을 위한 시범사업 추진 기반을 마련하고 ‘26년도 본사업 시행 준비에 들어간다. 통합지원 사업은 의료와 돌봄 서비스를 연계해 대상자가 지금까지 살던 곳에서 건강한 삶을 유지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 한국장애인개발원 등 관련 기관과 협력하여 종합적인 사업 준비에 나섰다. ‘장기 요양 서비스’는 장기 요양 등급 판정을 받은 이들에게 간호·목욕 등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보험제도를 말한다. 이 서비스를 제공받는 노인과 돌봄 제공자를 대상으로 수행한 건강보험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혼자 일상생활을 하기 곤란해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한 노인이 재가 요양을 하는 경우 하루 2시간 ‘돌봄 공백’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집에서 ‘장기 요양 서비스’를 받는 노인은 수면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평균 4.9시간의 돌봄이 필요했지만, 실제 도움을 받는 시간은 2.9시간에 그쳐 돌봄 공백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돌봄 제공자의 42%는 “돌봄 부담이 심각하다”고 했고, 33%는 우울증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돌봄 제공자는 배우자가 36%로 가장 많았고, 아들·며느리가 33%, 딸·사위는 27%로 그 뒤를 이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실시한 노인 실태조사를 보면 65세 이상 노인의 18.5%가 일상생활에서 타인의 돌봄이 필요하며, 돌봄을 받는 노인의 80% 이상이 가족 구성원에 의지하고 있다. 2025년 대한민국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지난해 대한민국은 치매 환자 100만 명 시대에 접어들었는데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를 앓고 있는 셈이다. 치매 환자 수 증가와 함께 치매 관리 비용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중앙치매센터가 지난해 발표한 ‘2023 대한민국 치매 현황’에 따르면, 치매 환자 1인당 연간 관리 비용은 2200만 원을 넘어섰다. 보건복지부(사회서비스원)가 설치·운영 중인 종합재가센터는 홀로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운 노인의 가정을 방문해 공공 돌봄을 제공하며, 특히 고난도, 낮은 수익성, 원거리 등의 이유로 민간 재가요양기관이 기피하는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이다. 공공 돌봄을 통해 민간 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하고자 설치한 종합재가센터가 경기도 내에 2곳에 불과하다. 센터가 위치한 지역과 인근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탓에 경기도 지자체 대부분이 여전히 공공 돌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제 지역사회 전반적인 시스템을 '돌봄사회'에 걸맞게 혁신하고, 예상되는 다양한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 정책과 민간 기술을 결합한 복지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70년 62.3세에서 ’24년 84.5세로 50여 년 만에 22세 이상 늘어났다. 이 같은 흐름에 비추어 볼 때 앞으로도 기대수명 오름세가 지속될 것이고, 그만큼 '노인 돌봄'에 대한 수요 또한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고령자가 우리 사회의 다수를 이루는 사회인구 현상 속에 상대적으로 젊고 건강한 노인들은 경제적·사회적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가정과 시설 내에서 노인이 노인을 돕고 돌보는 '노노케어(老老 care) 시스템‘을 확대함으로써 노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가족 구성원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돌봄 정책과 새로운 복지 시스템이 구축되기 바란다.
세계 제1의 박물관 파리 루브르. 매년 이곳을 찾는 방문객은 900만 명에 달한다. 이는 서울시 인구와 맞먹는 숫자다. 이 많은 사람 중 80%가 외국인 관광객이다. 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그림은 ‘조콩드(Joconde)’다. 조콩드는 ‘모나리자’의 프랑스식 이름이다. 연간 700만 명이 이 그림을 보고 간다니 참으로 놀랍다. 세계인의 변함없는 사랑을 받는 루브르 박물관은 그 역사가 230년이 넘는다. 장구한 역사가 부럽지만 심각한 노후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안타깝다. 낙후된 기술 장비는 온도 변화에 잘 대처하지 못함으로써 귀중한 작품들을 위협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루브르 박물관을 개보수할 방대한 계획을 발표했다. 2031년까지 유리 피라미드의 혼잡을 완화하기 위해 박물관 동쪽에 새로운 대형 문을 만들고 연간 방문객 수를 1,200만 명으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현재 피라미드 문은 연간 400만 명의 방문객을 맞이하도록 디자인 돼 굉장히 비좁다. 또한 박물관의 대표 작품인 모나리자가 독립적으로 접근 가능한 ‘특별구역’을 설치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많은 관람객이 몰려들어 주변 지역의 관람 환경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보다 안전하고 평화롭게 방문할 수 있는 조건과 모나리자에 걸맞은 전용 전시실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기회에 이탈리아는 모나리자를 유치하겠다고 야심차게 나서고 있다. 이탈리아 북부의 롬바르디아는 파리에서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일시적으로라도 “모나리자를 다시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진지하게 선언했다. 문화 담당 지역 의원인 프란체스카 카루소는 “이탈리아 문화와 예술을 가장 잘 대표할 뿐만 아니라 전 인류의 유산이기도 한 모나리자를 롬바르디아가 환영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렇다면 롬바르디아는 왜 이러는 것일까? 다빈치는 이 지역에서 화가생활 대부분을 보냈다. 1482년부터 1499년까지 그는 밀라노 공작 루도비코 스포르차의 보호 아래 롬바르디아의 수도인 밀라노에서 일했다. 이때 최후의 만찬을 비롯한 여러 걸작을 제작했다. 하지만 모나리자는 롬바르디아가 아닌 자신의 고향 토스카나에서 그려졌다. 1503년경 피렌체의 부호 프란체스코 델 지오콘도가 그의 아내 리사 제라르디니 지오콘도를 묘사해 달라고 의뢰했다. 이 지오콘도에서 ‘조콩드’ 이름이 탄생한 것이다. 프랑스가 오늘날 이 그림을 보관하고 있는 것은 다빈치가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의 후원을 받지 못하게 되자 1516년 자신의 재능을 알아봐주는 프랑수아 1세를 만나러 프랑스로 떠났다. 이때 짐 속에 모나리자를 비롯한 자신의 그림 몇 점을 가져가 프랑스 국왕에게 바쳤고, 국왕은 그 대가로 다빈치에게 거액의 연금을 지급했다. 1797년 모나리자는 왕실 소장품으로 들어가 다시는 프랑스를 떠나지 않았고 ‘조콩드’라는 이름으로 루브르에 전시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는 이 그림을 둘러싸고 종종 프랑스와 논쟁을 벌이곤 한다. 토스카나의 한 미술사학자는 “공증된 문서에 따르면 프랑수아 1세가 다빈치로부터 모나리자를 실제로 구입했다는 사실이 증명 된다”고 말하며 이론의 여지가 없음을 강조한다. 롬바르디아의 선언으로 모나리자가 이탈리아에 다시 돌아와 2026년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 올림픽의 아이콘이 되는 모습을 벌써부터 상상하는 이탈리아인들이 많다. 하지만 이미 프랑스의 귀중한 보석이 돼버린 모나리자가 국경을 떠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본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5년을 훌쩍 넘긴 시점에 아직도 상황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통계 결과가 나와 씁쓸하다. 사단법인 직장갑질119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직장인 중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변한 응답이 직전 조사 대비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이다. 직장 내 괴롭힘은 개인의 인격과 존엄성을 침해하는 심각한 문제다. 정책에 아직 구멍이 많다는 증거다.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는 직장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정밀한 대응책 보완이 불가피하다.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11일 전국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에게 직장 내 괴롭힘 현황을 조사했다. 그 결과 ‘지난 1년 동안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적 있다’는 직장인은 35.9%로 지난해 1분기(30.5%)와 비교해 5.4%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정규직(32.3%)보다는 비정규직(41.3%)이, 사무직(32.4%)보다는 비사무직(39.4%)이 직장 내 괴롭힘에 더 노출됐다. 유형별로는 모욕·명예훼손이 23.5%로 가장 많았고 부당 지시가 19.6%, 폭행·폭언이 19.1%로 뒤를 이었다. 직장 내 괴롭힘 대응 방식으로는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는 응답이 51.3%로 절반을 넘었고 ‘회사를 그만뒀다’는 응답도 23.7%에 달했다. ‘개인 또는 동료들과 항의했다’는 30.1%, ‘회사 또는 노동조합에 신고했다’는 12.8%, ‘관련 기관에 신고했다’는 5.0%에 머물렀다. 직장 내 괴롭힘 수준이 심각하다는 응답률은 작년 1분기 46.6%에서 54.0%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자해나 죽음을 고민한 적 있다는 응답률은 같은 기간 15.7%에서 22.8%로 각각 늘었다. 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난 MBC 일기예보 진행자 오요안나 씨의 유서가 뒤늦게 발견되면서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다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20대 여성 오요안나 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인 지난해 9월 15일 오전 1시5분 자신의 휴대전화 메모장에 원고지 17장 분량 총 2750자의 유서를 작성해 남겼다. 유서엔 특정 기상캐스터 2명에게서 받은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2021년 5월 MBC 프리랜서 기상캐스터가 된 오 씨는 이듬해 3월부터 괴롭힘 대상이 돼 줄곧 고통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오 씨가 남긴 유서에 나타난 괴롭힘 양상은 참혹하다. 눈물을 흘리는 오 씨에게 가해자가 “선배한테 그게 할 태도냐. 너가 여기서 제일 잘 났냐”고 목소리를 높였다니 말이 안 나올 지경이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언어도단의 갑질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하소연 한 마디 못하고서 눈물짓고 있을 제2, 제3의 오요안나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힘과 고용노동부 등 당정이 ‘중대한’ 직장 내 괴롭힘이 1회만 발생해도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내용이 골자인 가칭 ‘오요안나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 직장 내 괴롭힘 신고사건 처리 현황에 따르면, 금지법 시행 후 5년간 고용부에서 처리된 사건은 4만 3446 건 중 ‘법 위반사항 없음’ 결정이 난 사건이 3분의 1인 1만 2805 건에 이른다. 피해를 줄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뭔가 본질적인 구멍이 많다는 뜻이다. 멀쩡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에게 벌이는 남의 인격을 말살하는 갑질 행각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멀었다. 처벌 만능주의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제대로 된 교육을 강화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형벌이 두려워서 못하는 것보다, 사람의 도리로서 할 짓이 아니라는 건강한 경계심이 더 효과적이다. 직장 내 괴롭힘을 일소하기 위한 정책들은 종합적으로 재점검되고 충분히 보완돼야 한다.
1300년 전, 그는 당나라의 2대 황제(598-649)였다. 후대로부터 중국 5천년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군주로 평가받는다. 통치기간은 627년부터 649년까지. 24년간이었다. 당나라는 정치 경제 문화 예술 군사 등 모든 분야에서 당시 세계최강의 제국이었다. 그의 치세(治世)를 역사가들은 ‘정관지치’(貞觀之治)라고 칭송했다. ‘세상을 올바르게 본다’는 뜻의 ‘정관’(貞觀)은 태종의 연호다. 그는 공자를 존경하고 따르면서도 노장사상에 심취하여 무위지치(無爲之治)가 최고의 정치라는 것을 깨닫고 실천했다. 도교(道敎)를 국교로 삼은 것이 그 증거다. 불교를 공부한 후에 역시 큰 깨달음을 얻었다. 지체없이 유불도 삼교정립(儒佛道 三敎鼎立)을 국가의 사상적 정체성으로 정립(定立)시켰다. “철학자가 군주가 되거나, 군주는 철학을 공부해야 한다”는 플라톤의 철인정치론에 합당한 인물이다. 그의 위대한 리더십을 기록한 ‘정관정요’(貞觀政要)는 노장공맹(老壯孔孟), 그 2천년 스승들의 핵심사상이 체화된 품격정치의 바이블이다. 아래의 인용문들은 ‘정관정요’에 나와 있는 태종의 사람됨과 그의 정치에 관한 내용이다. “그는 현명하고 유능한 사람을 뽑아서 일을 시켰다. 그들과 언제나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듣기에 불편할만큼 혹독한 충고도 허용했으며, 고마운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즉시 자신의 문제점을 바로잡았다. 부역과 세금을 가볍게 하여 백성들을 아꼈으며, 형법을 신중하게 사용하였다. 문화를 중히 여겼다. 백성들이 전쟁이나 토목사업에 동원되어 농사철을 놓치지 않도록 했다. 군주와 신하가 항상 서로 거울이 되어 선행을 하려고 애썼다. 근면검소했다.” “관리들은 대부분 스스로 청렴하게 생활하고 근신했다. 왕자들과 왕후나 왕비들, 공주들의 시댁들, 권문세가, 간사한 무리들을 통제했다. 이들은 모두 국법의 위력을 두려워하여, 자신들의 행실을 삼갔다. 감히 일반백성들을 침범하거나 억누르지 못했다. 상인이나 여행객이 벽지에서 투숙하더라도 강도를 만나지 않았고, 좋은 정치 덕분에 감옥이 텅텅 비었다. 외출하는 사람들은 몇 개월씩 문을 닫아걸지 않았다. 나그네는 입을 것과 먹을 것을 없더라도 모두 오고가는 길에서 해결되었다. 이러한 다스림은 모두 옛날에는 없었던 것이다.” 순수한 청년 정치지망생이 꿈을 말하는 것 같지만, 실재했던 역사다. 어느 날, 태종과 동양사 최고의 신하로 역사에 남은 위징(魏徵. 580-643)과의 대화다. “군주된 자가 백성들에게 손해를 끼치면서 자신의 욕심을 채운다면, 마치 자신의 넓적다리를 베어 배를 채우는 것과 같소. 몸이 곧으면 그림자도 곧은 법이오. 윗사람이 훌륭하게 다스리려고 노력하는데, 아랫 사람들이 혼란스러운 경우는 없소. 무슨 일에서든 탐욕이 재앙을 부른다고 생각하오. 만일 군주가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한다면, 백성들은 그 때문에 사분오열할 것이고, 변심하여 원한을 품고, 모반하는 이가 생겨날 것이오. 나는 항상 이러한 이치를 생각하고, 감히 나 자신의 욕망에 따르는 행동을 하지 않았소.” “옛날 성스럽고 현명한 군주들은 모두 가깝게는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아 행동했습니다. 그런 까닭에 나라 안의 온갖 사물을 살필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몸을 아끼고 마음을 수양하는 방법으로 나라를 다스리면 그것이 최선입니다. 군주의 품행이 단정한데, 나라가 안정되지 못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위징은 '실제로 목이 달아나더라도 할 말은 하라'는 뜻이 담긴 간의대부(諫議大夫)라는 직책이었다. 위의 응답도 죽음을 각오한 신하의 간언(諫言)이다. 태종처럼 위대한 지도자도 위징의 충간(忠諫)을 듣고 칼을 뺐다가 도로 집어넣은 것이 300회가 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참고 끝까지 경청한 날은 언제나 마음 편하게 단잠을 잘 수 있었다’는 기록도 있다. 우리나라 정치는 혁명의 대상이다.
역사책을 살피면, 사회적 혼란과 정치적 불안이 심화하는 시기마다 미신과 초자연적 신앙이 위기를 극복할 방안으로 여겨지곤 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미래를 예측하고자 하는 인간의 심리는 이해할 수 있으나 비합리적 믿음이 국가 운영과 정치적 결정에까지 영향을 미치면 그 결과는 대개 국가의 붕괴나 사회적 혼란으로 귀결되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나타난 사례들은 미신적 사고가 정치에 미치는 위험성을 경고하며 현대 사회에서 이를 배제해야 할 필요를 시사한다. 미신적 신앙은 예언서나 도참서를 통해 특정 인물이나 사건이 도래할 것을 암시하며 통치자와 민중에게 미래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후한 말기 중국에서는 도참 신앙에 힘입어 황건적의 난이 일어났고, 이는 후한의 몰락을 예고하는 사건이었다. 조선 후기에도 민중 사이에서 정감록에 대한 믿음이 퍼지며 왕조에 대한 불안을 부추겼다. 이처럼 비이성적 신앙은 단기적으로 사회적 불안을 완화하는 역할을 하지만, 일종의 진통제와 같을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정치적 혼란을 심화시키고 통치의 정당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신에 의존한 통치의 문제점은 명확하다. 비합리적 믿음은 과학적 검증이나 논리적 근거 없이 상징적 해석과 자의적 판단에 의존하기 때문에 통치자 자신의 정치적 목적에 맞추어 왜곡하거나 남용할 위험이 있다. 러시아 제국 말기, 요승 라스푸틴은 황실과 결탁하여 개인적 신비주의를 앞세워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다. 황제와 황후는 그의 초자연적 능력을 맹신하며 국가적 위기 속에서도 현실적 개혁을 외면했고, 결국 러시아 혁명이 일어났다. 초자연적 신앙은 불안을 일시적으로 해소할 수 있지만 통치 과정에 개입되면 민중의 비판적 사고를 억제하고 비이성적 사고를 조장해 시민의 자율적 판단을 약화하고 의존적 사고를 강화한다. 오늘날에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인간은 확실성을 갈망해 음모론이나 미신적 믿음에 의존하곤 한다. 하지만 현대 민주 사회에서 통치는 과학적 근거와 합리적 판단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비과학, 비합리가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경우, 사회적 신뢰를 훼손하고 장기적으로 정치적 불안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합리적 토대 위에서 구성되는 대의민주주의의 가치는 근본적으로 신용, 이성, 진보에 대한 믿음에 뿌리를 두고 있다. 냉철한 분석과 합리적 판단이 요구되는 위기 상황에서, 초자연적 신앙에 의존하면 현실적 대응이 아닌 근거 없는 믿음에 따라 잘못된 판단과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막대한 시간과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소모될 가능성을 높이며 사회적·경제적 손실을 초래한다. 결과적으로 민주적 절차와 법치의 원칙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약화하고 사회적 통합을 저해한다. 역사적 사례들은 비이성적 믿음이 국가의 몰락과 자주 맞물려 있음을 보여준다.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이러한 경향은 미신 의존적 통치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 초자연적 신앙은 민간 신앙의 차원에서는 존중될 수 있지만 공적 통치 영역에서는 철저히 배제돼야 한다. 공자도 이 사실을 이미 춘추시대에 통찰하여 괴력난신을 논하지 않았다. 이성을 중시하며 초자연적 요소가 인간의 판단과 통치에 개입하는 것을 경계하는 그의 가르침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지난 3일은 24절기 중 첫 번째로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立春)이었다. 그러나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라곤 하지만 온기를 전혀 느낄 수 없는 강추위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어이없는 계엄령 선포 이후 더욱 냉각된 우리나라의 정치와 경제, 사회 분위기 등이 날씨에도 영향을 끼친 것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당연히 그럴 리야 없겠지만. 이처럼 혹한이 지속되면서 질병청은 저체온증과 동상·동창 등 한랭질환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특히 저체온증의 경우 생명까지도 잃을 수 있는 심각한 한랭질환이다. 대부분의 한랭질환의 84.5%가 저체온증이라고 한다. 매년 300~400명의 한랭질환 환자가 발생하는데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해 2월 2일까지 한랭질환자는 233명으로 집계됐다. 대표적인 저체온증 고위험군은 노숙인이나 쪽방촌 주민, 저소득층 노인 등이다. 이들은 음식섭취나 의복 난방 등 보온이 충분하지 않아 건강상태가 우려되는 사람들이다. 한파는 이들에게 치명적인 위협이다. 이에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부터 강추위에 취약한 쪽방촌 주민들에게 밤 추위 대피소 이용권을 지급하고 있다. ‘동행목욕탕’은 동네 목욕탕을 활용한 사업이다. 난방이 충분하지 않거나 수도 동파, 보일러 고장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쪽방촌 주민들이 따듯한 물로 몸을 씻고 추위에 떨지 않고 밤새 쉴 수 있는 밤추위 대피소다. 지난해 총 3만96541929명이 이용하는 등 성과가 좋아 이용 기간을 60일에서 90일로 확대했다. 쪽방 주민과 사업주가 상생할 수 있는 바람직한 사업이다. 문제는 거리에서 생활하는 노숙인들이다. 쪽방주민들은 그나마 몸을 뉠 거처라도 있다지만 노숙인들은 강추위와 배고픔에 속수무책이다. 많은 지방정부들이 노숙인쉼터를 마련하고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는 등 나름대로 노숙인을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긴 하지만 충분하진 않다. 자발적인 노숙도 정부와 지방정부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관계기관에서는 이들에게 쉼터 입소를 권유하지만 많은 노숙인들은 이를 거부한 채 거리 생활을 고수하고 있다. 노숙인이 된 이유는 다양하다. 이들은 한때 남부럽지 않은 사업체를 운영했다가 실패한 전직 사장님도 있고, 사기꾼에게 걸려 전 재산을 날린 직장인, 회사에서 내몰린 실직자, 가족과의 불화로 집을 나온 가장 등 많은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다. 경기신문은 ‘살을 에는 추위에 떠는 취약층 바람막이 돼줄 관심지원 절실’(6일자 7면)르포 기사를 통해 길거리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열악한 환경의 노숙인들의 상황을 보도했다. “미리 챙겨둔 옷들을 껴입어도 춥다. 바람이 불지 않는 곳에서 최대한 가만히 있어야 한다” “여름에는 괜찮지만 겨울에는 자다가 동사하지 않을까 할 정도로 춥다” 기자는 기온이 최대 영하 11도까지 내려간 지난 4일 수원역 인근에서 만난 노숙인들의 말을 전했다. ‘이곳에서 만난 노숙인들은 갑작스럽게 추워진 날씨에 털모자와 목도리, 두꺼운 옷을 껴입었지만 차가운 공기에 노출된 코와 볼은 빨갛게 얼어붙어 있었다’면서 ‘추운 날씨에 입이 잘 움직이지 않아서인지 말을 더듬었으며 몸을 떨기도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노숙인들은 수원역 내부로 들어갈 수도 없다. 역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민원 때문이란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역사에 노숙인들이 모여 있으면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목욕과 세탁이 용이하지 않은 탓에 위생과 외관적인 문제가 있고 술에 취한 노숙인이 시민에게 시비를 거는 경우도 있다. 물론 당국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수원시와 다시서기노숙인지원센터 등이 이들에게 도움을 제공하고 있지만 ‘종속되기 싫다’ ‘술을 마실 수 없다’ ‘전과나 채무 등 신상 정보가 드러날까 봐’ 도움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들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정부나 봉사단체, 우리사회 구성원 모두가 꾸준히 적극적으로 재활 방안을 모색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겸손한 인품과 성실한 생활태도를 가치덕목으로 삼고 살던 시대는 나의 스승과 함께 가버린 것 같다. 오늘날은 바람의 오염과 세상의 소음이 이명(耳鳴) 증상 같이 두뇌를 울리고 있다. 하여 고하(古河) 선생의 '시조로 본 풍류 24경'을 꺼내어 보니 '청정한 소나무여, 솔바람 소리여'가 펼쳐진다. "산골짜기에 가까운 집 오는 사람 드물어/ 홀로 국화꽃 따 들고 돌밭에 앉아 있네." (幽居近壑人來少유거근학 인래소 ⭑ 獨採黃花坐石田독채황화 좌석전). 성수종(成守琮1495-1533)의 칠언절구를 만나게 된다. 그런가하면 ‘누워서 듣는 맑은 퉁소 같은 바람 소리 파도처럼 흩어지는 솔바람 소리 (臥聽晴賴散松濤 와청청뢰산송도)라고도 했다. 수필가 윤오영은 소나무를 들어 ‘공기를 청신하게 하고 폐를 깨끗하게 해주는 점에서 다른 나무들이 당할 수 없다,’고 했고, 솔바람 소리는 ‘청아한 냄새가 신선한 향기를 퍼뜨린다.’했다. 십여 년 전 남편을 잃은 친구 부인과 부인의 시댁 당숙뻘 되는 내 친구와 그의 자동차로 모악산이 멀지 않은 곳으로 갔다. 그곳에서 점심을 먹은 뒤, 친구 부인이 차를 대접하겠다고 하여 간 곳이 ‘대바람 소리’라는 찻집이었다. 부인의 시댁 당숙은 나이 차이는 있어도 남편의 손 위였다. 차를 마시면서 두 사람의 집안 이야기는 본격화되었다. 부인의 남편이 세상을 떠나기 전 그의 형과 재산관계로 형에게 고소를 당해 고통 속에 세상을 떠났는데 그의 형 또한 불행하게 되었다는 것을 당숙에게 들려주는 내용이었다. 꽤나 지루한 시간이었다. 솔바람 소리는커녕 우리나라 정치꾼들의 다툼 못지않은 패악스런 행동에 가슴이 메스꺼웠다. 두 사람이 대화하도록 하고 잠시 밖으로 나갔다. 솔바람 소리로 가슴을 가라앉히고 찻집으로 다시 들어서는데, ‘새우잠을 자더라도/ 고래 꿈을 꾸어라.’는 작은 액자에 눈길이 멎었다. 그래 새우잠을 잘지라도 큰 고래를 잡겠다는 꿈이 있어야겠지. ‘황량한 바람이 유령처럼 불어오는 밤/ 잠의 문전에 기대어 생각한다./ 세상에서 맨 처음으로 꿈을 꾸었던 사람을…’ 빌리 콜린스의 '첫 꿈'의 시작 부분이다. 우리의 가슴에 단비를 내리게 하는 꿈! 그 꿈을 누가 제일 먼저 꾸었을까? 돌고래는 수컷 두 마리씩 짝패를 만들어 한 마리의 암컷을 놓고 양 측에서 방향을 제어하며 쫓아간다고 한다. 몇 시간 지나서 암컷이 도망가기를 포기하면 둘 중 한 마리가 짝짓기를 하고 다시 새로운 암컷을 찾아 나서는데 그때는 조금 전에 사랑을 못한 수컷의 차례다. ‘아까는 네 차례고 이번에는 내 차례야’라는 그런 계약이 딱 되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얌체같이 먹고 튀는 놈도 있다는 것, 그놈은 팀에는 끼워주지만 결정적 순간 탁 쳐내버린다고 한다. 동물들의 도덕적인 추구는 멈추지 않는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사람만 사회적 평판이 중요한 게 아니다. 그래서 돌고래의 꿈이 등장했는지 몰라도. 쇠똥구리는 몸길이 1.8cm, 몸 빛깔은 검고 광택이 난다. 여름철에 짐승의 똥을 둥글게 뭉쳐 굴리어 흙 속에 묻고 그 속에 알을 낳는다. 쇠똥구리는 밤톨만한 크기로 둥글게 경단(瓊團)을 만들어 굴리는데 자기 몸의 15배를 직선의 길로 암컷 수컷 한 쌍이 사이좋게 굴린다고 한다. 경단은 애벌레의 식량으로써 애벌레는 식량 안에서 영양을 섭취한 지 5일이면 밖으로 나온다고 한다. 매일 아침은 내가 부활하는 시간이다. 마음 다잡고 서재에서 신석정 선생의 ‘난초 잎에 어둠이 내릴 때’와 고하(古河) 선생님의 ‘난연기(蘭緣記)’를 꺼내 책상 앞에 앉아서 글줄을 읽어 내린다. 그리고 녹차를 우려 마시며 차의 향을 음미하면서 속된 고래의 꿈을 밀쳐내고 솔바람 소리, 댓바람 소리, 문풍지 우는 소리를 소환해 내 마음의 풀기를 세운다. 사는 게 뭐 별것인가. 겸손한 인품과 성실한 태도의 가치 덕목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거지! 하고서 내가 나를 껴안아 달래며 내 길을 가고 있다.
사람이 태어나서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하고 끝까지 헤어지지 않고 인생의 마지막까지 함께 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연인이 되고 부부가 된다는 것, 부모와 자식이 되고 친구가 된다는 것을 잘 생각해보면 기적 같은 일이다. 그런데 기적 같은 만남을 이루고도 많은 사람들은 기쁨을 누리지 못하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어떻게 해야 그 기쁨을 누릴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며칠 전 짜장면을 먹었다. 나무젓가락을 쫘악 자르면서 이번에는 힘조절이 잘되어 나무젓가락이 똑같이 이등분으로 잘라졌구나 하면서 그 시시한 만족을 느끼다가 문득 젓가락이 나에게 주는 메시지를 듣고야 말았다. 나무젓가락의 입장에서 만들어지고 쓸모있게 사용된 후 버려지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해보니 거기에 진리가 있었다. 한몸으로 붙어있던 젓가락은 본디 하나의 뿌리에서 자라 뿔뿔이 가지가 갈라져도 서로를 놓지 않고 있었을 것이다. 젓가락으로 만들어지기 위하여 나무의 몸이 깎일 때 젓가락 두짝은 똑같은 이름으로 태어나기 위해 생사이별의 위기마다 잡은 손을 놓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완성된 젓가락은 하얀 종이 옷 속에서 자신의 소명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소명을 이루기 위해서는 쫘악 하고 뼈를 껶는 고통을 참아내야 한다. 그렇게 나누어진 후에도 너는 너, 나는 나가 아니라 가까이 곁에 서서 가지런한 키로 숨결을 고르고 서로 협력하여 음식을 집어 사람의 입으로 가져가는 하나의 소명을 이룬다. 어느 하나가 삐죽 올라선다면 제대로 음식을 집을 수가 없다. 그래서 사람들이 음식을 먹을 때에는 젓가락의 키를 맞춘다. 그렇게 음식을 집어나르는 자신의 일을 마쳐야 사람에게 펄럭이는 포만감을 줄 수 있고 그 다음에는 버려진대도 후회가 없다. 꼭 나무젓가락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철젓가락도 마찬가지이다. 여러 개의 젓가락 중에서 길이가 맞는 젓가락을 찾아 짝을 맞춘다는 것은 참 의미가 깊은 것이다. 결국 사람의 일들도 그렇다. 특히 부부의 관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마치 두개의 젓가락이 한쌍이 되어 서로 마음을 맞추어 하나의 음식을 집어 나르듯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보다 더 우월하거나 잘난 게 아니다. 서로가 존중하고 힘을 배분하여 협력할 때 만사가 형통해지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의 부모님들은 자식들을 키우고 적재적소에서 살아가도록 힘을 모으셨던 것이다. 어느 한쪽이 방심하면 음식을 흘리듯이 우리 삶의 어떤 부분을 소실하게 될지도 모른다. 젓가락을 사용하는 우리 한민족은 손과 눈, 그리고 두뇌의 협업으로 재주가 많고 섬세하다. 젓가락으로 콩을 집는 그 행위는 놀랍고도 아름답다. 그러나 젓가락질은 둘이 균형을 이루어야 하기에 사용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편리하게 포크로 콱 찍을 수도 있지만 서로 반목의 관계에 있는 모든 이들은 아름다운 균형의 미학을 가진 젓가락을 사용하면서 젓가락 같은 포용과 협력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보길 바란다. 비록 짜장면을 먹다 발견한 사소한 것이지만 깊은 울림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출산 기피 풍조가 불러온 인구소멸 위기에 맞서 정부와 지자체가 기울여온 총력대응의 결과로 그 효과가 희미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경기도가 임신 전·임신 중·출산 후 시기별 지원정책을 차별화하는 등 대응책을 강화한다. ‘국가소멸’ 초래라는 상상조차 하기 싫은 대재앙 가능성이 여전히 살아 있다. 경기도의 적극적인 정책적 대응이 괄목할 만한 성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작은 긍정적인 조짐에 함부로 긴장을 허물 때가 아니다. 경기도는 올해부터 모든 20~49세 남녀를 대상으로 필수 가임력 검사 비용 13만 원(여성), 5만 원(남성)을 최대 3회 지원한다. 또 가임기 여성과 임산부에게 철분제와 엽산제를 지원하고 모유 수유 교육 등 임신·출산·육아 관련 건강서비스를 제공한다. 임신 중 정책으로는 난임부부와 임산부를 대상으로 인구보건복지협회 경기도지회 또는 동국대일산병원에서 전문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올해부터 동국대일산병원에서는 경기도 임신출산교실을 운영해 부부 동반으로 임신·출산에 관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다. 4월부터 분만취약지역(연천·가평·양평·안성·포천·여주) 거주 임산부에게는 카드 포인트 형태로 교통비 최대 100만 원을 지원한다. 또 19대 고위험 임신 질환 진단을 받은 임산부 등에게 적정 치료·관리에 필요한 급여 전액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진료비 90%를 1인당 300만 원까지 지원한다. 19세 이하 청소년 산모를 대상으로는 임신·출산 의료비, 약제·치료 재료 구입비를 임신 1회당 120만 원까지 지원한다. 지난해 1월 1일 이후 출산한 산모 또는 신청일 기준 임신부를 대상으로 1인당 40만 원(자부담 8만 원 포함)까지 유기농수산물·무농약농산물 등 친환경농산물 구입을 지원한다. 이 밖에도 도내 출산가정에 산모 신생아 건강관리 서비스 비용, 출생아 1인당 산후조리비 50만 원도 지원한다. 지난해부터 소득 기준 관계없이 도내 모든 출산가정을 대상으로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신생아 양육 교육, 가사 활동 지원 서비스를 지원한다. 산후조리비는 지역화폐로 형태로 지급되며 지역과 매출액 제한 없이 사용 가능하다.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 인구통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출생(등록)자 수는 24만 2,334명으로 2023년(23만 5039명)보다 7,295명(+3.10%) 늘어 9년 만에 증가로 돌아섰다. 남아(12만 3,923명)의 출생등록이 여아(11만 8411명)보다 5,512명 더 많았다. 자연적 요인(출생-사망)에 의한 주민등록 인구 감소(11만 8423명)는 지속되고 있으나, 그 폭은 2023년(11만 8881명)보다 줄어들었다. 그야말로 출산 절벽으로 인한 소멸 위기라는 암울한 골짜기에 희미한 빛이 비쳐 들기 시작한 셈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연구자들을 포함하여 한국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는 견해는 아직 찾아보기가 어렵다. 영국의 인구학자 폴 몰랜드(Paul Morland)가 ‘No One Left(아무도 안 남는다)’라는 충격적인 표현을 앞세워 내놓은 경고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는 “두 세대 후 한국 인구의 85%는 사라질 것”이라는 끔찍한 전망치를 내놓은 바 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경제성장 둔화, 복지 부담 증가, 사회 구조 변화, 국제질서 재편 등 다층적 영향을 초래하며, 한국은 이미 이 문제의 최전선에 서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전국 최대의 지자체인 경기도의 인구 절멸 대응책의 성패는 곧 대한민국의 미래와 직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기도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우리 국가사회는 유의미한 반전의 모멘텀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다. 한층 더 세밀하게 다듬어진 경기도의 임신출산정책이 큰 호응을 받아 빛나는 성과로 이어지기를 고대해 마지않는다. 육아와 교육 부담 모두를 공동체가 전면 책임져주는 사회로 갈 수밖에 없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