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11월이다. 달력을 넘기다 보면 한 해가 참 빠르게 흘러갔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 공기는 차가워지고, 해는 짧아졌다. 계절이 깊어질수록 하루하루의 끝엔 잔잔한 정적이 내려앉고 ‘나는 올해를 잘 살아냈을까?’ 라는 생각이 문득 찾아오는 요즘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올해의 끝자락에서, 이미 지나가 버린 나날들을 천천히 돌아본다. 올해는 유난히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익숙했던 것들을 내려놓고, 새로운 것을 시작해야 했고, 예상치 못한 만남과 감격스러운 경험도 했다. 그 속에서 기쁨도, 후회, 감동 등의 감정도 함께 남았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내다 보니 어느새 11월이다. 시간이 점점 빨리 간다는 지겹도록 진부한 말을 공감하며 뱉게 될 줄이야. 물론 지치기도 했지만, 마음 한켠이 따뜻하고 뿌듯하기도 하다. 돌아본다는 것은 단순히 지난 일을 되새기는 게 아니다. 내가 어떤 사람으로 변했는지, 무엇을 배우고 놓쳤는지를 살피는 일이다. 사람들은 종종 미래를 준비하느라 바쁘게 달리지만, 때로는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볼 때에야 비로소 자신이 얼마나 멀리 왔는지 알게 된다. 올해의 나는 작년의 나보다 조금 더 말랑해졌고, 어떤 일에는 더 마음을 열게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한 해였다. 올해를 돌아보며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사람들’이다. 함께 웃고, 고민하고, 버텨준 사람들 덕분에 버거운 순간들도 견딜 수 있었다. 인생에서 관계는 언제나 마음의 온도를 조절해 주는 존재 같다. 바쁜 하루 속에서도 잠깐의 대화가 마음을 데워주고, 예상치 못한 위로가 하루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우리는 결국 사람으로 인해 다치기도 하고, 또 사람으로 인해 회복된다. 올해의 나는 그런 관계의 힘을 다시금 느꼈다. 그리고 ‘초심’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어떤 일을 오래 하다 보면 처음의 마음이 희미해질 때가 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나를 이 자리까지 데려온 건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지금 이 일을 좋아한다’라는 단순한 마음이었다. 때로는 지치고 흔들렸지만, 그 마음이 있었기에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올해의 끝자락에서는 다짐한다. 초심을 잃지 않되, 그 위에 더 깊어진 마음을 쌓아가자고. 11월은 어쩐지 시간을 천천히 걷게 만든다. 한 해의 끝자락에 서면, 우리는 자연스레 마음의 속도를 늦추는 것 같다. 올해가 가는 게 아쉬워 붙잡기도 하고, 남은 한 달을 잘 살기 위해 다짐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스스로를 다독여보면 어떨까. 잘 달려온 자신을 칭찬하고, 때로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되는 여유를 허락해도 좋다. 돌아봄은 후회를 위한 일이 아니라, 내일을 위한 준비이기 때문이다. 이제 곧 올해의 마지막 달이 다가온다. 남은 한 달 동안 나는 조금 더 따뜻하게 살고 싶다.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주변 사람의 안부를 물으며 작은 기쁨을 더 자주 느끼려 한다. 어쩌면 그것이 한 해를 잘 마무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 아닐까. 시간은 언제나 앞으로 흐르지만, 우리의 마음은 가끔 뒤를 돌아보며 자란다. 지나온 계절을 천천히 되짚으며, 그 안에서 배운 것들을 가슴에 새기자. 그렇게 한 해의 끝에 서 있는 우리는, 다시 시작할 준비를 한다. 11월이 그래서 좋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잠시 멈춰 서서, 내가 걸어온 길을 찬찬히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올해를 잘 보내주기 위한 준비가 될 것 같다.
경기도는 지난 3일 발표한 2026년도 본 예산에서 복지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이에 장애인들과 노인들의 반발이 심하게 일고 있다. 경기도의원들도 여야 할 것 없이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지난 7일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제387회 정례회 복지국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복지예산 대폭 삭감이 복지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경기도가 이처럼 비난을 받는 것은 2026년 복지국 예산 편성 과정에서 삭감된 사업이 214건·2240억 원이나 됐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전액 삭감은 64건(240억 원)으로 시군 노인상담센터 지원 10억 원, 노인복지관 지원 39억 원, 장애인지역사회재활시설 지원 26억 원 등이다. 일부금액 삭감은 150건(2200억 원)으로 사회서비스원 운영 지원 62억 원, 경기도형 긴급복지 32억 원,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223억 원, 경로식당 무료급식 및 식사배달 지원 10억 원 등이다.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물론이고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도 복지예산 삭감에 유감을 표했다. 김동규(안산1) 의원은 “150개 사업, 2200억 원 가량 감액됐는데 반드시 지원해야 하는 사업이 대거 포함됐다. 예산 승인까지 시간이 있기 때문에 대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최만식(성남2) 의원은 사회복지시설은 ‘복지분야의 전투기지’라며 최소한의 안전망 역할을 하는 비상벨 설치 사업조차도 삭감됐다며 복지국이 예산실에 적극적인 의견을 표명했어야 한다고 질책했다. 11일 열린 제387회 정례회 기획재정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도 경기도의 복지예산 삭감을 향한 도의원들의 지적이 나왔다. 김정호 의원(국힘, 광명1)은 복지 예산 대폭 삭감과 도와 도의회 간 협치 합의 불이행 문제를 따졌다. 김 의원은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예산은 도민의 기본적 삶의 품격과 직결된 영역으로, 반드시 원위치로 복원하라”고 요구했다. 관련 단체들의 반발도 거세다. 김정태 용인장애인자립생활(IL)센터장은 경기신문 기고문 ‘선을 넘었다’(10일자 12면)에서 경기도가 지난 3일 발표한 2026년도 예산안에서 장애인 자립생활센터, 장애인가족지원, 장애인쉼터 등 장애인 자립 관련 예산을 10년 전 수준으로 대폭 삭감을 했다고 비판했다. 도가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었다’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60만 장애인이 살고 있는 경기도 김동연 지방정부가 자행한 충격적 장애인 복지 예산 삭감은 폭거를 넘어 장애인들의 자립생활을 10년, 아니 20년 전으로 되돌리는 폭력을 저지른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지금도 부족한 예산과 인력이지만 지극한 사명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인건비 예산마저 삭감을 한다는 것은 경기도 장애인은 자립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와 똑 같은 말이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국비센터는 법까지 개정해 20% 이상 증액을 하는데 경기도 소속 경기도 지원센터는 예산을 10년 전으로 삭감을 한다는 건 앞으로 경기도 장애인들은 시설에 들어가고 그 지원을 하는 센터는 문닫으라는 소리와 뭐가 다른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는 “장애인자립예산은 선심성·시혜성 예산이 아니며 생존을 위한 예산” “장애인복지 관련 모든 예산 삭감을 즉각 철회하고, 현실화를 반영”하라는 그의 요구에 동의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026년도 본예산 가운데 장애인 복지 예산 등이 일부 삭감된 것에 대해 내년도 추가경정예산안 때 반드시 담겠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지금 예상하는 내년도 추경 재원으로 봐서 그 정도의 예산은 충분히 담을 수 있다고 했다. 김 지사는 “예산 압박으로 인해 ‘일시적 조치’로 삭감하지만, 내년 추경을 통해서 부족한 장애인 복지 예산 등을 충원하겠다”며 경기도의회의 양해를 구한 바 있다. “내부적으로 추경 때 담기 위한 전략이나 계획이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렇다면 다행이다. 김동연 지사의 약속이 반드시 지켜지길 바란다.
지난 달 29일 경주 APEC 계기에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추진 잠수함(이하 원잠) 문제가 공개적으로 제기되면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핵연료 공급 요청에 대해, 다음 날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한 한미동맹의 바탕 위 원잠 건조 승인, 그것도 미국내 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하는 것으로 받으면서 다양한 논점이 제기되어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국제 비확산 규범과 관련해 민감한 이 문제를 한국이 거론한 것은 원잠에 대한 나름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었다. 잘 알려졌듯 원잠 보유는 해상 전력 확보 차원에서 참여정부 때 제기된 해묵은 현안이지만 당시 구체적으로 진전되지는 않았다. 문재인 정부에서 진행된 한미 정상 간 미국 원잠 구매에 관한 협의도 미국방부 등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이미 세계 최고의 원전과 재래식 잠수함 건설 능력을 갖고 소형모듈 원자로(SMR) 등을 선도적으로 개발해 온 한국으로서 자체 건조를 모색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원잠 연료는 농축 우라늄이다. 세계적으로 미·영의 원잠은 90% 이상, 러시아는 20~50%의 고농축 우라늄(HEU), 프랑스와 중국은 20% 미만의 저농축 우라늄(LEU)을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한국은 2015년에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에서 20% 미만의 저농축이 허용됐지만, 실제 농축을 위해서는 미국의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하고 군사적 이용은 금지되어 있다. 만약 미국의 승인 하에 미국형 원잠을 건조한다면 90% 이상의 무기급 HEU가 필요한데, 이는 우리 스스로의 농축 기술을 활용하지 못한 채 미국 핵연료 공급에 절대 의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원잠의 미국내 건조는 또다른 문제를 낳는다. 그 경우 독자 역량에 의한 원잠 건조가 아니라 미국의 기술지원과 부분적 공동생산 형태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정부 관련 부서의 입장을 고려할 때 기술 및 생산지원 각 단계에서 매우 엄격한 기준이 적용될 것이다. 민간선박 건조 전문인 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한다면 생산시설 확충에 걸리는 만큼, 혹 미국내 기존 원잠 조선소를 활용한다면 그들의 비효율적 건조 시스템으로 인해 기간이 늘어나고 자칫 중단될 위험도 있다. 무엇보다 우리의 국방 소요가 아니라 미국 원잠의 스펙이 기준이 될 수 있어 우려된다. 첨단 무기체계를 도입하면 자율적 운용에 제약이 따른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미국은 F-35 전투기 등 하이테크 군사장비의 대외 기술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까다로운 보안 기준을 설정하고 있어 체계 업그레이드 때마다 승인받기 쉽지 않다. 원잠도 건조 이후 운용 과정에서 주기적으로 제한이 걸릴 수 있다. 한반도와 주변 수역에 대한 효과적이고 지속적인 통제가 이같은 기술적 문제로 자칫 애로에 봉착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초기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최대한 자체 개발을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 대통령은 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잠수함 핵연료 공급 협의의 진전을 통해 자주국방의 토대를 더욱 튼튼하게 다지게 됐다.”고 강조했다. 전작권 전환과 함께 한국형 원잠을 보유한다면 우리의 국방을 스스로 지켜 나간다는 오랜 꿈에 성큼 다가서게 된다. 핵개발 논란은 피하면서, 사실상 전략무기인 원잠 확보를 통해 지역 평화에 주도적으로 기여하도록 재래식 억제능력을 크게 강화할 기회다.
최근 서울 세운상가 재개발을 두고 정부와 서울시 사이에 벌어지는 논쟁을 불편한 심기로 지켜보고 있다. 지난 7일 최휘영 문화체육부 장관은 종묘를 방문해 "대한민국 문체부장관으로서 취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 우리 문화유산인 종묘를 지키는 일에 앞장서겠다. 종묘는 조선 왕실의 위패가 모셔진 신성한 유산이며, 우리나라 유네스코 세계유산 1호의 상징적 가치를 가진 곳으로, 문화강국 자부심의 원천"이라며 "그럼에도 이러한 가치가 훼손될 수 있는 현 상황이 매우 우려스럽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이런 관점에 100% 동의한다. 그런데 가평군에 위치한 중종대왕 태봉의 목을 끊고 지나가는 제2경춘국도에 대해서는 이런 관점이 전혀 적용되고 있지 않다. 경기도는 중종대왕 태봉과 경북, 충남 등에 있는 다른 조선 국왕 태봉들을 엮어 함께 유네스코 문화 유적 등재를 추진했다. 조선 국왕이 살던 왕궁, 그리고 지금 논쟁 중인 조선 국왕의 사후 유적인 종묘가 이미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됐고, 여기에 조선 국왕의 태를 묻은 태봉까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함으로써 조선 국왕의 생전, 재위, 사후를 모두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중종대왕 태봉은 처음 조성된 곳에 복원된 전국 5곳 국왕 태봉 중 경기도에서는 유일한 곳이다. 그만큼 상징성과 희소가치가 큰 곳이다. 그런데 지금 서울시의 논리처럼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범위를 벗어났다며 제2경춘국도 노선이 결정됐고 문화 관련 부서들도 노선을 허용해주었다. 나는 이에 이의제기를 했지만 국가유산청도 개발 논리에 손을 들어주었다. 태봉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빌려 온 유물인 석함이 있음에도 국립중앙박물관도 무관심했다. 그랬던 부처들이 이번에 세운상가 재개발에는 적극 반대하고 있으니, 서울과 촌을 차별하는 것처럼 느껴져 마음이 편치를 않다. 지난 10일 김민석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허민 국가유산청장,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등과 함께 종묘를 찾아 “종묘 바로 코앞에 고층 건물이 들어선다면, 종묘에서 보는 눈을 가리고 숨을 막히게 하고 기를 누르게 하는 그런 결과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역시 100% 동의하는 말이다. 중종대왕 태봉은 평지돌출형 태봉이다. 주산(主山)에서 내려오던 능선이 푹 꺼졌다가 불뚝 솟아오른 풍수적 경관이 큰 특징인데, 바로 그 푹 꺼진 곳으로 도로를 건설하게 돼 있다. 마치 용이 고개를 쳐드는데 그 목을 자르고 지나가는 격이다. 오세훈 서울 시장은 "세운상가를 허물면 종묘 앞에 폭 100m 녹지축이 생깁니다. 종로–청계천–을지로–퇴계로–남산까지 쭉 연결되는 긴 녹지예요. 종묘가 지금보다 더 돋보이죠."라고 했는데, 그 말이 내게는 태봉의 목을 끊고 지나가는 도로를 눈에 거슬리지 않게 만들겠다는 건설 담당자의 말과 묘하게 비슷하게 들렸다. 김민석 총리는 종묘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곳이기 때문에 재개발은 “국민적인 토론을 거쳐야 되는 문제”라고 얘기했다. 오세훈 시장은 “세계인이 찾는 종묘 앞에 도시의 흉물을 그대로 두는 것이 온당한 일인가,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서울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공개토론을 제안한다”고 했다. 토론 좋다. 다만 그런 토론이 이곳 촌동네에서도 열리길 바란다. 문화국가의 자부심은 서울만의 전유물이 아니지 않은가?
안양동안경찰서가 국가정보원과 함께 국제공조를 동원해 대규모 마약 조직원들을 일망타진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러나 마약에 무참히 뚫려 만신창이가 돼가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2017년 약 1000명이던 마약사범은 지난해 2만3000여 명으로 폭증했다. ‘한국은 마약 천국’이라는 오명을 벗어날 확실한 대책이 절실한데 정부와 정치권은 왜 이렇게 거북이 놀음인가. 나라를 위협하는 액운을 물리치기 위한 결전이 필요하다. 안양동안경찰서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7월까지 특정범죄가중처벌법등에관한법률(향정) 위반 혐의로 태국인 및 한국인 등 조직원 12명을 검거하고 이 중 10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마약 유통 총책인 카메룬 국적의 30대 남성은 지난 9월 30일 태국 현지 마약단속청에 의해 체포됐다. 태국에서 체포된 남성은 지난해 4월과 올해 6월 모두 2차례에 걸쳐 필로폰 36㎏(약 120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을 태국에서 국내로 밀반입하도록 조직원들에게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남성은 지난해 4월 유통책인 태국 국적의 20대에게 밀가루 반죽 기계에 필로폰 19㎏을 숨겨 국제탁송화물로 국내에 밀반입할 것을 지시했다. 앞서 경찰은 태국 국적의 20대를 검거하고, 그의 주거지에서 보관하고 있던 필로폰 14kg을 압수했다. 이후 보강 수사를 통해 필로폰 5kg을 국내에 유통한 일당 7명을 검거했다. 그러던 중 지난 6월 카메룬 국적의 30대 남성이 다시 필로폰을 밀반입하려 한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국제탁송화물을 모니터링해 손지갑 189개에 은닉한 필로폰을 압수했다. 압수한 마약은 총 17kg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어서 해당 탁송화물을 받으려 했던 국내 운반책 30대를 붙잡고, 그의 주거지에서 야바 2021정을 추가로 압수했다. 이 사건 관련 경찰이 압수한 필로폰은 총 31kg으로 시가 1033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오랫동안 자랑스럽게 유지해오던 대한민국의 ‘마약 청정지역’ 명예는 요 몇 년 사이에 무참하게 무너졌다. 오히려 ‘마약 천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기 시작한 형국이다. 우리 사회의 마약 범죄는 더 이상 일부 계층의 일탈이 아니다. 지난해 2만 명을 넘긴 마약사범 중 10대와 20대의 비율은 무려 60%로 급증했다. 공급망의 다변화, 해외직구를 통한 유입, 그리고 SNS를 통한 거래 방식은 수사망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더욱이 최근 ‘모방형 마약 제조’ 사범까지 등장한 것은 우리 사회의 마약 병폐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뜻한다. 경찰은 수도권의 외진 캠핑장과 비닐하우스를 전전하며 차량에서 필로폰을 직접 만든 일당 2명을 검거했다. 반입·유통을 넘어서 자체 제조에까지 범행이 번지고 있다는 의미여서 결코 허투루 여겨서는 안 될 중대한 사태다. 단속 강화의 수준부터 올려야 한다. 온라인상 불법 정보의 유통을 추적하는 사이버 수사력을 강화하는 게 급선무다. 항공기와 선박의 검색기능도 마약 차단에 맞춰서 대폭 강화해야 한다. 밀수선을 막기 위해 해안선 경계 역시 긴장을 높여야 한다. 청소년들이 마약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철저히 깨우치는 일도 시급하다. 마약의 무서움을 깨닫게 할 특별한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 교도소와 구치소 등 교정시설 55곳 모두 마약사범의 재활을 전담하는 부서나 인력이 전무하다는 뉴스는 또 뭔가. 후손들에게 기어이 마약에 찌든 지옥 세상을 물려줄 참인가. 그 흔한 치자들의 ‘마약을 추방하겠다’는 약속이 그저 유권자들의 표심을 훔치기 위한 사탕발림 립서비스가 아니라면, 더 이상 이래서는 안 된다. 일부 전문가들마저 “이미 늦었다”고 탄식할 정도로 우리 사회의 마약 횡행은 심각한 수준이다. 제발 이 어리석은 자멸의 행진을 멈춰 세울 특단의 종합대책을 세우고 실천하라.
매일 아침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나서다보면 종종 예기치 못한 항의를 받을 때가 있다. “이렇게 큰 개를 왜 입마개를 하지 않습니까?” 나의 반려견은 맹인안내견으로도 많이 활약하는 세상없는 순둥이 래브라도리트리버 종이다. 그럴 땐 정중히 안내드린다. “입마개를 해야 하는 맹견은 법에 지정이 되어있습니다. 도사견, 핏불테리어, 스탠퍼드셔 테리어, 불테리어, 로트와일러 등입니다.” 모두 개물림사고로 뉴스에도 종종 언급되는 투견종들이다. 얼마전 아들이 키우던 핏불 한 마리를 시골어머니에게 맡겨놓았는데 그 어머니를 핏불이 물어 숨지게 한 안타까운 사고도 있었다. 개가 주인을 몰라보고 광견(狂犬)이 되면 몽둥이 외에는 약이 없다. 미치면 주인도 몰라보는 것이 개만 그렇겠는가? 대장동 사건 항소를 포기하자 검찰의 항명이 거세다. 시작은 서울지검장이었다. 자신이 결정해야 할 항소건을 수뇌부의 지휘에 따라놓고 “내 생각은 달랐다”며 사표를 던졌다. 이어 약속이나 한 듯 검사장들의 집단 입장표명이 뒤따르더니 꼴뚜기가 뛰니 망둥이도 뛴다는 격. 이제는 지청장, 부장, 심지어 초임검사까지 팔걷어 부치고 뛰어나온다. 알고나 떠들어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올해 1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검찰이 항소를 포기했다. 그리고 솔직해져라. 검사들의 항명은 너무나 정치적이다. 대통령이 대장동사건에서 책임을 면하는 것이 못마땅한 것 아닌가? 검사들의 속내는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되고 지난 수개월의 국정운영동안 지지율을 높이고 있는 대통령을 법사슬로 엮어 끌어내리고 싶은 것이다. 그래야 검찰개혁을 되돌리고 검사들이 산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미치지 않았다면 다른 무슨 표현이 가능한가? 데자부가 떠오른다. 2020년 문재인정권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추윤갈등이 빚어졌을 때 검찰이다. 전국에서 평검사회의를 소집하는등 윤석열의 편에 서서 검란을 일으켰던 그 검사들이다. 이들의 분노는 늘 선택적이다. 윤석열의 구속취소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 포기나 김건희의 각종 비리 의혹 무혐의 처분 등에 대해서 쥐 죽은 듯 고요했던 검사들이다. 사실 문제는 항소포기가 아니다. 검사들은 그동안 대장동사건에 이재명 대통령을 엮어 넣기 위해 미친 듯이 날뛰었다. 김만배에게 “이재명 대표에게 돈을 줬다는 취지로 진술을 맞춰달라고 요청했다”(김만배 증언) 남욱 변호사에게 “배를 갈라서 장기를 다 꺼낼 수도 있고, 환부만 도려낼 수도 있으니 네가 선택하라”고 했던 그 검사들이다. ‘진술짜맞추기, 허위진술 강요’ 등 “줬다고만 해라. 나머진 우리가 알아서 한다” 식으로 몰고갔던 그 검사들이다. 이제는 거꾸로 검찰의 대장동 조작수사를 밝히고 몽둥이로 다스리지 않으면 나라가 망한다. 사냥개가 미쳐버렸는데 삶아야지 별 수 없다. 오래전 법률가에 박상진 의사가 있었다. 박 의사는 1911년 일제의 고등고시에 합격하여 평양법원 판사로 발령받았으나 “식민통치의 관리가 되어 일제에 봉사할 수 없다”며 거부하고 만주로 건너가 독립전쟁에 뛰어들었다. 의사는 1915년 대한광복회 총사령관이 되어 무장투쟁에 나서 친일파를 처단하고 독립군을 양성하다 1918년 체포되어 모진 고문 끝에 대구형무소에서 사형을 언도받았다. 1921년 8월 13일에 만세삼창과 함께 순국했다. 검란에 뛰어든 검사들에게 고하노니... 똑같이 법을 공부한 박상진 의사 처럼은 못하더라도 지금까지 내란범에 부역한 것만 해도 능히 부끄러운줄 알아 앞으로 주인을 물어뜯는 광견(狂犬)의 길은 가지 않기를 당부한다.
뉴욕시장 선거에서 조란 맘다니(Z. Mamdani)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일약 정계의 기린아로 등장했다. 불과 34살이고 아프리카 출신의 인도계 이민자이자 이슬람교도이고 사회주의자임을 스스럼 없이 밝힌 그는 세계 자본주의의 중심지이자 미국의 상징 도시 뉴욕시장이 된 것이다. 맘다니의 승리는 미국판 MZ세대의 지지와 성원 때문이라고 한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전 세계가 보수화되고 특히 젊은 층의 보수화 내지는 극우화에 우려를 표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그것도 뉴욕의 젊은 층만은 거꾸로 사회주의자에 투표하고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10만 명이 이르는 자원봉사자의 열렬한 활동과 경쟁자의 엄청난 선거자금 투입에도 “정치헌금은 이제 그만” 이라고 외치는 그는 진정으로 정치가 돌봐야 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그것을 풀어내었다. 그가 공약으로 내건 임대료 동결은 살인적인 임대료에 고생하는 서민을 위한 정책이었고 무상 버스와 무상 보육 그리고 자치구마다 상설 식료품점을 뉴욕시가 직접 운영하는 공공서비스의 확대 등은 한결같이 약자들을 위한 정책이다. 이를 위한 재원 마련은 부유세와 법인세 인상으로 해결하겠다는 맘다니의 진정성이 자본주의의 최정점의 도시 뉴욕시에서 통한 것이다. 맘다니는 컬럼비아대학의 유명 교수인 아버지와 영화감독인 어머니를 둔 금수저 출신이었지만 어려서부터 자신과 같은 이민자, 소수자들에 관심을 가지고 스스로의 정체성(이민자, 무슬림, 사회주의자)을 숨기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것을 생활 밀착형 진보 가치로 승화시켰다. 그의 뒤에는 민주당 내의 소수파이지만 여전히 국민의 강력한 신뢰를 받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OC) 하원의원 등이 참여하고 있는 민주사회주의자 진영(DSA)이 있다. 이들은 비록 미국에서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서기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미국 자본주의 체제의 부작용을 완화하고 복지와 분배를 강화해 북유럽 같은 복지국가를 만들고자 한다. 즉, 시장의 효율성은 유지하되,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불평등을 세금과 공공서비스 확대로 보완하자는 그룹이다. 맘다니의 선거 캠페인은 'Affordable New York'(부담가능한 뉴욕)이었다. 아무리 뉴욕시가 살인적인 생활고의 비인간적인 도시라 해도 가진 자들이 조금씩 더 부담하면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따듯한 도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예비 피해자들인 MZ세대의 관심과 지지를 성공적으로 끌어낸 것이다. 뉴욕시뿐 아니라 버지니아주와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도 진보적인 민주당 후보들이 압승함으로써 향후 트럼프 정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특히 보스턴 시장에는 ‘미셸 우’가 단독후보로 나와 70% 이상의 지지로 재선에 성공했다. 맘다니처럼 대만계 이민 2세인 미셸 우 시장은 대표적인 기후 시장으로 환경과 생태전문가이다. 그의 정책도 화석연료 사용 기업 퇴출, 도시 외곽 무료 순환버스와 같은 한결같이 시민의 생활과 가까운 진보적 정책들이다. 미국의 MZ세대를 일깨우는 반가운 소식을 접하며 한국 사회의 진보 세력의 행방이 묘연한 현실이 안타깝다. 집 부자들만을 위한 정책이 주택 대책이라고 하는 집권당과 수준 이하의 보수세력 속에서 한국 진보의 소리는 사라진 지 오래다. 하긴 한국판 맘다니를 꿈꾸기엔 여전히 내란세력이 척결되지 않고 있는 우리에게는 너무 힘겹고 복에 겨운 소리인가…
‘인천뮤지엄파크’ 조성 사업은 인천지역 문화·예술계와 시민들의 숙원사업이었다. 인천뮤지엄파크는 미추홀구 학익동 587의53 일원에 조성된다. 박물관, 미술관, 예술공원 등 복합문화시설이다. 이에 따라 연수구 옥련동에 있는 인천시립박물관은 이곳으로 이전한다. 특히 인천시립미술관에 대한 기대감을 품고 있는 시민들이 많다. 그동안 전국 6대 광역시 중 인천만 시립미술관이 없었다. 이번에 인천 최초의 시립미술관이 생기는 것이다. 시는 지난해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한 바 있다. 그러나 운영 수지 개선 요구 등을 이유로 반려됐다. 올 4월 재도전하자 행안부는 조건부로 통과시켜 사업이 시작됐다. 인천시립미술관 사전프로젝트의 일환인 미술전문가 연구세미나도 지난 8월 27일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2028년 개관 예정인 인천시립미술관의 정체성과 운영 방향을 구체화하고, 수도권 미술관 간 네트워크를 구축해 인천시립미술관의 위상을 확고히 하기 위한 방안들이 제시됐다. 이보다 한 달 전에 열린 지역미술계 연구세미나에서 ‘인천의 정체성’을 논의한 데 이어 ‘느슨한 연대, 수도권 미술관의 새로운 모델 구축’을 주제로 수도권 차원의 협력과 공존 가능성을 모색했다. 토론자들은 현재 수도권에 서울 7곳, 경기 15곳, 인천 2곳을 포함 총 24곳의 국·공립 미술관이 운영되고 있는데 인천시립미술관이 후발 주자인 만큼 최신 트렌드와 첨단기술을 반영할 수 있는 강점을 살려 미술관 네트워크의 구심점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지난 9월 24일엔 ‘인천시립미술관 통합(공간·시각·브랜드) 디자인 실시설계 용역’ 착수보고회를 열었다. 미술관 건축과 시공에 직접 반영될 최종 단계 설계다. 다시 말하자면 인천시립미술관 건립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뜻이다. 시는 앞으로 전시·교육·수장·공용 등 기능별 공간의 전문적 설계와 함께 시민 공론화를 통해 공식 명칭과 MI(Museum Identity)를 확정하기로 했다. 시의 계획은 인천시립미술관을 ‘기술·예술·일상이 어우러지는 미래형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것이다. 시는 예술장르를 아우르는 전문 전시공간을 비롯해 시민 참여형 생애주기별 학습공간, 수장공간, 휴식과 교류가 가능한 열린 공용공간 등이 들어선다고 밝혔다. “미술관의 가치는 건물 안에 어떤 걸 담아내느냐가 관건”이라며 소장품은 미술관의 정체성을 설정하고 이에 맞춰 단순한 수집을 넘어 인천만의 차별점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10월 30일엔 인천시립미술관의 비전과 정체성을 시민과 함께 모색하는 시민참여 공개포럼도 개최했다. 하지만 걱정이다. 정작 지금까지 수집한 핵심 미술 소장품은 19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준공일까지 2년 정도 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따라서 자칫 ‘미술품 없는 미술관’이 될 우려가 지역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고 한다.(관련기사: 경기신문 6일자 14면, ‘개관 앞둔 인천시립미술관… 화려한 비전 뒤 속빈 강정 우려’)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을 보면 미술관 정식 등록을 위해서는 최소 100점 이상의 소장품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에 시는 앞으로 11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약 300점의 작품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등 다른 지역 시립미술관 작품 구입 평균 단가를 산출한 결과를 바탕으로 작품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해도 다른 광역지방정부와는 비교가 안 된다. 서울시립미술관의 경우 소장 미술품은 6287점이며 광주시립미술관은 5748점, 부산시립미술관은 2984점의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다. 전기한 ‘인천시립미술관 시민참여 공개포럼’에서도 이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현재 시급한 것은 실질적인 콘텐츠 구축과 소장품 확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시 관계자는 “시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미술품 유치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우선 내년에 예산 20억원을 투입해 예술 작품 수집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시민과 전문가들의 우려를 시가 수렴,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현재 언론보도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언론이 본연의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했다. 한종범(80년 TBC해직)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상임대표가 유튜브 방송 언시국TV 인터뷰에서다. “뉴스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이를 기반으로 수용자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분석을 해주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영리를 추구하는 언론이 주를 이루면서 언론의 이런 기능이 현격히 약화 됐다. 언론사간 경쟁이 격화돼 수용자를 끌기 위한 뉴스의 선정성이 심화됐다. 돈벌이를 위해 가짜뉴스까지 등장했다. 원가절감 때문에 TV는 질 낮은 대담프로로 채워지고 있다. 양비양시를 균형이라고 우긴다. 윤석열 지지자와 내란척결을 주장하는 국민들과 동급으로 취급하는 우까지 범하고 있다. 민영언론의 영리 추구는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공영언론이 소환되는 까닭이다. 공영언론이 요즘처럼 절실한 때도 없다. 윤석열 정부서 한전과 마사회가 지배주주로 있던 준공영방송 YTN을 졸속 민영화했다. 이 문제가 국정감사에서 크게 부각된 것도 이런 흐름과 맥락을 같이 한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가 ‘YTN 지분 매각 등에 대한 조사와 감사’를 언급, YTN 민영화와 관련된 이면이 밝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공영방송이 민영언론과 차별화된 심층보도를 하지 못할 땐, 이런 논리도 입지가 좁아진다. 4일 저녁 KBS 뉴스9에선 ‘국회의원 주택 중 절반은 서울···5채 중 1채는 강남’이란 제목으로, MBC 뉴스데스크는 ‘"의원님은 집주인?" 서울 보유 27% 실거주 안 해’라는 제목으로 국회의원들의 집 보유 실태를 보도했다. 경실련 보도자료를 토대로 한 단순 보도였다. 국회의원들이 보유한 주택 5채 중 한 채는 강남 4구에 있다는 내용이 근간이었다. 일반명사화 되다시피한 강남 3구가 뜬금없이 강동구를 포함시켜 강남 4구라고 표현했다. 왜 강동구가 포함됐는지, 왜 한강 이남에 있는 동작구 등 다른 한강 이남 지역은 포함되지 않았는지도 언급해야 했다. 취재원은 자신들의 조사결과가 크게 보도되길 바란다. 사실이지만 부풀려질 수 있다는 점을 언론은 염두해야 한다. MBC는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를 살지 않는 강남 지역에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고 예시했다. 김 대표는 지역구인 동작구에 세를 살고, 송 대표는 지역구는 김천이면서 서초에 세를 살면서 강남에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고 했다. 사실이지만 단순 비교는 억지스러웠다. 해당 지역에 집을 소유하고 있는 다른 의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 다른 의원들도 명단과 지역구를 도표로라도 제시해 주어야 했다. KBS 뉴스9의 보도는 더 무성의 했다. 강남 4구에 집을 가진 의원 수가 5명 중 1명 꼴인 61명으로, 이중 민주당 20명, 국민의힘 36명이라고 사실만 나열했다. 원내의석 166명과 107명인 양당의 의석수만 언급했어도 기사의 질이 크게 달라질 수 있었다. 민주당 의원의 12%, 국민의힘 의원 34%라면 기사의 선명도가 달라질 수 있었다. 정치권의 항의을 피하기 위한 기자의 자기검열처럼 비춰졌다. 공영언론은 언론의 최후 보루여야 한다. AI를 이용한 선정적인 기사가 넘쳐나고, 자사 이기주의가 횡행하는 환경에선 더더욱 그렇다. 두 공영방송의 경실련 보도자료 인용 보도는 공영방송에 대한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예전에는 처음 만난 사람에게 “고향이 어디신가요?” 라고 묻곤 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어디 나오셨어요?”라는 질문이 자연스럽다. 이는 곧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는 뜻이다. 고등교육이 보편화된 시대에 출신 대학을 묻는 것이 이상할 것은 없다. 하지만 특정 대학 출신들이 사회 곳곳에서 집단적 유대와 특권을 행사한다면, 그것은 사회구조의 병폐가 된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발표한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방안'(2024.8.27.)은 우리 사회의 근본적 문제로 ‘대학입시 경쟁’을 지목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대학 진학률 격차는 부모의 경제력과 사교육 환경에 크게 좌우된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과도한 경쟁과 학업 스트레스로 행복도가 낮아지고, 수도권 집중과 주택가격 상승까지 초래한다. 부모의 경제력과 사교육 환경이 학생의 잠재력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면, 그것은 교육기회의 불평등이다. 교육비 부담은 저출산과 결혼 기피로 이어지고, 계층 간 이동의 사다리는 사라지게 된다. 이러한 입시 서열화는 곧 학벌사회를 고착시킨다. 우리 사회에서 학벌(academic clique)은 단순한 학력이 아니라 일종의 ‘신분’처럼 작용한다. 학력은 개인의 노력의 결과이지만, 학벌은 취업·승진·결혼 등 사회적 판단의 기준이 되면서 개인의 선택과 행동을 제약한다. 학벌은 같은 출신끼리의 결속을 강화하고, 정치·경제·문화 전반에서 보이지 않는 계급 구조를 형성한다. 그 결과 일상 속에서 은밀하고 구조적인 차별과 편견이 재생산된다. 헌법 제11조 1항은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의 대학입시제도와 학벌 중심 사회는 이 헌법 정신에서 벗어나 있다. 과열된 경쟁과 서열화는 인간의 존엄과 평등권을 침해하며, 개인의 능력보다 출신 배경이 더 중요한 사회를 만든다. 학벌은 권력과 결합할 때 더 큰 문제를 낳는다. 과거 하나회가 군사정권을 낳았고, 검찰이 권력화된 것도 결국 폐쇄적 학벌 네트워크의 산물이었다. 학벌이 권력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끊기 위해서는 교육과정에서 정치교육과 민주시민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최근 국방부가 3군 사관학교의 교육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를 구성하여 가동한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다. 법학전문대학원 역시 민주주의 가치와 시민 교육을 강화하여 법적 지식이 권력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제 학벌사회를 넘어서는 제도적 개혁이 필요하다.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가 교육개혁의 산실이 되어야 한다. 차정인 위원장은 취임사(9.15)에서 경쟁지상주의와 시험능력주의를 비판하며, 공교육 정상화와 과도한 입시체제 개선을 약속했다. 국가교육위원회가 대학입시제도의 근본적 개혁안을 마련하여 자유롭고 공정한 교육환경을 조성하기 바란다. 대학입시는 단순한 선발의 절차가 아니라, 사회의 공정성과 희망의 구조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학벌 중심의 서열 사회를 해소하지 못한다면, 한국 사회의 불평등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교육이 사회의 공정과 평등을 회복하고, 누구나 노력으로 꿈을 이룰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학벌사회 극복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