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수원·용인·고양·창원·화성시 등 5개 특례시로 구성된 ‘대한민국특례시시장협의회’와 지방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전국 89개 기초자치단체 협의체인 ‘인구감소지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가 만났다. 두 협의체는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 균형·상생발전을 위해 힘을 모은다는 내용의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이 자리엔 대한민국특례시시장협의회 대표회장인 이재준 수원특례시장과 인구감소지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대표회장인 송인헌 괴산군수와 국회 행정안전위원장 신정훈 의원과 염태영 의원(수원시무), 인구감소지역 의원 등도 참석해 힘을 실어 줬다. 인구감소지역과 특례시(대도시) 간 공동협력 활성화 사업에 대한 행·재정적 지원을 요청하는 ‘인구감소지역 및 특례시 공동협력 활성화 건의문’도 신정훈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에게 전달됐다. 건의문에는 우수한 정책 사례가 더 발전된 형태와 방향으로 널리 전파되고 정착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대도시 참여를 유도하기위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 홍보’ 등의 요청사항도 포함돼 있다. 두 협의회는 경제, 문화, 관광, 자원봉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며 지역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협약서엔 농특산물 홍보·판매를 촉진시키고, 미술관·박물관 소장품 교류, 스포츠 교류, 의료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의료봉사 등 구체적인 협력 내용이 들어있다. 협약 내용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생활 인구’ 유치를 위해 유휴 재산을 활용한 연수원 공간을 마련하고, 체류형 쉼터를 개발해 도농 간 교류를 활성화한다는 내용이다. 이날 협약이 특례시 등 대도시와 인구감소지역의 인적·물적 교류가 확산되고,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구감소지역이 되살아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경기도는 인구 1400만 명이 훨씬 넘는 전국 최대 지방정부다. 주민등록인구와 등록외국인을 합치면 1400만3000여명이 거주한다. 하지만 시·군별 인구격차는 매우 크며 많은 지역이 인구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지난해 경기연구원이 발간한 ‘사라지는 지방, 지역 활력에서 답을 찾다’ 보고서는 2067년에 도내 31개 시·군 중 화성시를 제외한 30곳이 인구소멸 고위험 지역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소멸위험 지역은 65살 고령인구가 20~30대 여성인구의 두 배가 넘는 곳이다. 경기연구원이 밝힌 현재 도내 소멸위험 지역은 가평, 연천, 양평, 여주, 포천, 동두천 등 6곳이다. 이들 지역은 낙후된 정주 여건, 부족한 생활 인프라, 일자리 문제로 인한 청년인구의 유출이 많은 곳이다. 인구 감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각 지방정부들의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출산 장려 정책과 교육·주거 인프라 개선, 일자리 창출, 고령 친화 정책 등 다양하다. 경기도는 올해 760억 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 ‘2025년도 경기도 인구감소지역 대응 시행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생활인구 확대, 지역 일자리 증대, 거주환경 개선 등이 주 내용이다. 이 가운데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생활인구 확대 정책이다. 2023년부터 도입된 생활인구 제도는 체류형 관광객 등을 유치하기 위한 것이다. 생활인구가 증가하면 인구유입에 도움이 되고 지역 경제도 활력을 찾게 되기 때문이다. 가평군의 경우는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가평군의 총인구는 6만 명이 조금 넘는다. 군은 인구감소에 대응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생활인구 확대에 총력을 기울였다. 군은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뮤직빌리지 등 문화예술축제와 청평호, 명지산 등 자연경관을 앞세워 문화 관광정책을 적극 추진했다. 이 결과 최근 생활인구 100만 명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둬 타 지역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구감소지역이 발전할 수 있도록 대도시가 인구감소지역과 협력하고 정부와 국회가 적극 나선다면 인구소멸 먹구름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사회는 정치검찰과 법조카르텔의 횡포에 위기상항을 맞이하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재명 대선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공직선거법 2심 판결을 유죄취지로 파기환송하였다. 이는 대법원의 정치개입으로 볼 수 있으며 대법원의 사법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린 셈이 되었다. 더구나 2024년 12.3 불법 비상계엄 이후, 정치검찰의 권력카르텔이 기승을 부리며 국민들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는 가운데 발생한 사건이다. 그 예로 정부 각료들과 국민의 힘 국회의원들의 내란 동조 행위, 사법부 권위를 망쳐버린 지귀연 판사의 내란 수괴 윤석열의 불법 석방, 심우정 검찰총장의 즉시 항고 포기와 직권 남용, 검찰의 김성훈 경호차장의 구속 기각 결정 등의 불투명한 사건들이다. 게다가 어리석은 자멸(自滅)의 길로 들어섰던 내란 수괴 동조 세력중에는 검찰과 법원의 정치엘리트가 포함돼 있음이 밝혀진 것이다. 이들은 충암고, 육사, 서울법대와 사법고시의 학연, 법조카르텔로 뭉친 정치엘리트들의 권력동맹(Power Bloc)을 만들었다. 이런 카르텔은 사회정의를 실천하지 않았으며 그들만의 사적 이익을 위해 권력을 악용해 왔었다. 그 결과 정치검찰은 당연히 해체되어야 한다. 나아가 법조카르텔을 악용해 법을 위반한 판사와 검사를 처벌함이 옳은 것이다. ‘사회에서 뛰어난 능력자와 지도력 위치에 있는 사람’을 엘리트(Elites)로 정의한다면, 이는 조선시대에 있어서 ‘선비’의 개념과 가의 유사하다고 하겠다. 당시 ‘선비’들은 사회의 지도적 계층이었으며, 그들의 생활태도도 매우 엄격한 규범에 의해 제약을 받기도 하였다. 아울러 사회가 나아갈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야 했으며, 올곧은 신념과 사회적 정의를 위해 몸소 실천하며 대중들을 교화해야 하는 책무를 맡았다. 오늘날 사회의 정의를 바로잡는데 기여하는 판사와 검사 같은 경우도 이들 정치엘리트에 속한다고 하겠다. 같은 맥락에서 지금의 정치엘리트에게도 동일한 사회적 책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고전적 엘리트 이론(Elite Theory)가인 파레토(V. Pareto)의 견해에 따르면, 정치엘리트 중에 기득권을 지닌 보수적 ‘사자형’엘리트는 혁신적인 ‘여우형’엘리트에 의해 교체된다는 것이다. 즉 시간에 지남에 따라 ‘사자형’엘리트는 부패하며 적폐가 쌓여 스스로 파멸(破滅)의 길로 가면서 권력이 교체돼 순환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새로 들어서는 신정부는 이와 같은 정치엘리트의 권력카르텔을 과감하게 해체해야 한다. 이러한 시각(視角)에서 한국의 12.3 불법 비상계엄 양태를 관찰할 수 있다. 즉 윤석열은 국민의 뜻을 배신해 무능의 국정운영을 보여주다가 자아도취적 몽상(夢想)에 사로잡혀 자폭(自爆)의 비상계엄을 선포해 탄핵을 당하였다. 다행인 것은 내란 수괴 윤석열의 등장으로 인해, 한국사회 속에서 잠재해 왔으며 적폐청산할 대상인 ‘커다란 암덩어리’가 대부분 드러났다는 점이다. 이를 수술해서 과감하게 제거해야 하는데 누가 수술을 담당하는 의사가 되느냐가 관건이다. 내란 동조자들도 암덩어리 조직세포에 둘러싸고 있는 암조직의 일부이기에 수술을 담당할 수 없다. 그러므로 수술을 담당하는 의사는 새로 들어서는 ‘신정부의 집행부’와 늘 ‘깨어 있는 시민’과 ‘촛불의 힘“이 아닐까?
요즘 교실에서 아이들이 제일 반기는 말은 “태블릿 꺼내세요”다. 문제를 풀거나, 자료를 조사할 때, 아니면 공부한 내용을 정리할 때, 태블릿은 이제 교실의 일상 도구가 됐다. 아이들은 손쉽게 화면을 넘기고, 입력하고, 답을 제출한다. 마치 교과서보다 더 익숙한 도구처럼 보인다. 그런데 가끔 묻게 된다. 지금 아이들이 집중하는 건 수업일까, 화면일까? 디지털 기기가 교육에 들어온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팬데믹을 거치며 원격수업이 일상화됐고, 이후 많은 학교에서 기기 활용 수업이 빠르게 자리 잡았다. 학습 콘텐츠의 접근성은 높아졌고, 교사 입장에서도 각종 기기를 활용하며 자료 준비와 수업 운영이 훨씬 유연해졌다. 과거에 비해 수업의 형식은 풍부해졌고, 아이들의 반응도 다양해졌다. 문제는 디지털 기기가 집중을 돕기보다 방해할 때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태블릿을 켜는 순간, 교사는 하나의 수업을 하면서 동시에 20개 이상의 ‘작은 세상’을 감시해야 한다. 문제를 푸는 화면 같지만, 알고 보면 유튜브를 켜거나, 검색창을 띄워놓고 엉뚱한 걸 들여다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멀티 태스킹’이라는 말이 있지만, 실제로는 집중이 분산된 상태일 뿐이다. 아이들은 눈앞의 활동에 몰입하기보다, 자극적인 정보에 시선을 빼앗기기 쉽다. 특히 한창 호기심이 왕성한 초등학생들에게는 이런 유혹이 더욱 강하게 작용한다. 더 큰 문제는 기기 사용에 대한 경계심이 점점 낮아진다는 점이다. 수업 중 ‘다른 화면을 보는 것’이 너무 자연스러워지면서, 아이들 사이에서도 “그냥 보고 있었어요”, “잘못 눌렀어요” 같은 말이 습관처럼 나온다. 처음에는 조심스럽던 아이들도 몇 번의 경험을 통해 ‘기기 안에서도 자유롭게 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받게 된다. 그러다 보면 기기를 통한 수업은 ‘몰입’보다는 ‘소비’의 방식으로 흘러간다. 결국 수업 시간은 점점 산만해지고, 아이들의 사고 흐름은 끊어지기 일쑤다. 기기를 통한 학습이 늘어난 만큼, 손을 움직이고, 몸을 활용하고, 친구와 대화하는 활동은 줄어든다. 글씨를 쓰는 대신 터치하고, 친구에게 묻기보다 검색을 한다. 하지만 교육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다. 배우고 익히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실수하고 질문하며 성장한다. 그 과정을 짧게 줄이는 대신, 손쉽게 ‘답’을 얻도록 만드는 게 과연 교육적으로 옳은 방향일까? 교사 입장에서 태블릿 수업은 매력적인 도구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도구는 어디까지나 도구일 뿐이다. 수업의 주도권이 아이에게 있다 하더라도, 그 안의 흐름은 교사가 조율해야 한다. 단순히 기기를 꺼내는 것만으로는 수업이 더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어떤 순간에 기기를 닫고, 아이들끼리 이야기하게 하고, 직접 손을 움직이게 하는 수업이 집중을 되살리는 방법일 수 있다. 때로는 느리고 번거로운 방식이 더 깊은 배움으로 이어진다. 이제는 기기 활용의 ‘양’보다 ‘질’을 고민할 때다. 얼마나 자주 쓰는가보다, 언제 어떻게 쓰는가가 더 중요하다. 아이들의 눈이 화면이 아닌 사람에게 향할 때, 그 수업은 진짜 살아난다. 디지털 세대의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기기 사용법이 아니라, 기기 너머에 있는 집중, 사고, 관계의 힘이다. 우리는 그 출발점을 다시 교실에서 만들어야 한다.
세계 각국이 국민을 글로벌 인재로 양성하기 위해 진력하고 있는 시점에 한국의 학생들은 시대에 뒤떨어진 딴 세상 교육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이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연구 결과 우리나라 중학생들은 학업성취도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상위권이었다. 하지만 교우관계·자주성을 비롯한 협력성은 하위권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부만 잘하고 다른 것은 모두 부족한 사회열등생만을 양산하는 구시대적 교육은 하루빨리 혁신돼야 한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은 최근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022 데이터를 기반으로 OECD 37개국 15세 청소년의 인문교양 교육 수준을 분석한 ‘중등학교 인문교양 수준의 국제 비교 결과’ 보고서를 발간했다. 그 결과 한국 학생은 학업성취도 영역에선 수학 2위, 과학 2위, 국어(읽기) 3위로 매우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 인문교양 수준도 5위, 창의적 사고 9위, 사고표현은 11위로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관계 형성 영역에서 부모와의 관계는 12위로 떨어졌고, 교우와의 관계는 무려 36위로 거의 꼴찌였다. 다만 교사와의 관계는 1위를 기록하며 대비를 이뤘다. 협업 영역에서 신뢰는 2위, 공감 12위, 협력 26위로 세부 영역별 차이가 컸다. 감정조절 영역에서 감정표현은 12위, 회복탄력성은 19위로 다소 낮은 편이었다. 자아정체성 중 독립성은 2위였으나 주체성은 20위, 자주성은 33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삶의 향유 영역에서 일상생활은 27위, 여가생활은 36위, 진로 탐색은 29위로 대부분 최하위권을 맴돌았다. 이런 조사 결과는 책상에서 입시 공부를 하는 데 대부분이 시간을 쏟아붓는 우리나라 교육 현실이 깊이 반영된 결과다. 우리의 아이들이 얼마나 치열한 성적 위주의 경쟁 구조에서 인성에 흠집을 내며 각박하게 성장하고 있는지를 대변한다. 첨단기술 산업이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에 책상에 앉아 필수과목에 매달린 사람만을 인재로 여기지 않은 지는 이미 오래됐다. 취업시장에서도 창의성과 협업 마인드가 신입사원을 뽑는 핵심 기준이 되고 있다. 구글 등 글로벌 테크기업들은 협업과 창의성을 핵심 인재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제아무리 공부를 잘해봐야 창의적 아이디어를 발굴해 내고 팀원으로서 협력 마인드를 발휘하지 못하면 소용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학부모들은 조기교육으로 학습 진도를 앞서나가면 성공한 사람이 될 것이란 착각에 빠져 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을 키우는 가정마다 학교와 학원명이 빽빽한 일정표를 소화하기 위해 동동거려야 하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신경전이 말이 아니다. 당연히 아이들의 정신건강이 온전할 리가 없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초부터 11월까지 우울증 등 정신건강의학과 관련 질환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을 찾은 18세 미만 환자가 27만 625명을 기록했다. 2020년(13만 3235명)과 비교했을 때 불과 4년 만에 2배 이상으로 폭증했다. 아이들 불안증세의 원인에는 거세게 불고 있는 조기 학습 열풍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청소년기는 사회·정서·인지적 발달의 중요한 기반을 형성하는 시기이다. 자아정체성과 더불어 창의성과 인성 배양에도 결정적 역할을 하는 때이기 때문에 어떤 교육환경 속에서 생활하느냐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오직 성적만을 생각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청소년들이 나중에 어떤 인격체로 성장할 것인가 생각해보면 모골이 송연하지 않을 수 없다. 글로벌 시대에는 국내에서만 알아주는 ‘공부 잘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게 교육의 목표여서는 안 된다. 학업성취도에만 매몰된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는 우리 중학생들을 글로벌 인재로 키워낼 과감한 혁신방안이 절실하다. 지금처럼 아이들의 영혼이 망가지든 말든, 그들의 미래가 암울하든 말든 내버려 둬선 안 된다. 학생들이 건강해야 나라가 건강해진다.
지난 3월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4월 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연금 개혁이 이루어졌다. 이는 2007년 이후 18년 만에 이루어진 연금개혁이자, 1998년 이후 27년 만에 보험료율이 인상된 개혁이기도 하다. 이번 개혁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첫째로 모수 개혁을 통해 보험료율이 현재 9%에서 13%로 인상되며, 2026년부터 매년 0.5%p씩 8년간 단계적으로 조정된다. 소득대체율은 2026년부터 43%로 상향 조정되며,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둘째로, 출산과 군복무 크레딧 지원이 확대된다. 출산 크레딧은 첫째 아이도 가입 기간 12개월을 인정받게 된다. 기존 50개월로 제한되던 상한도 폐지되었다. 군 복무 크레딧의 인정 기간 역시 기존 6개월에서 최대 12개월로 확대되었다. 셋째로, 지역가입자에 대한 보험료 지원이 확대되었다. 기존에는 보험료 납부를 재개한 지역가입자가 최대 12개월 지원받을 수 있었지만, 개혁으로 일정 소득수준 미만의 지역가입자도 대상으로 확대되었다. 넷째로, 연금 급여 지급에 대한 국가의 보장 의무를 명확히 하기 위해 지급보장이 법률로 명문화되었다. 이번 개혁으로, 국민이 가장 궁금해할 사항은 보험료율 인상과 소득대체율 상향이 자신의 연금 수급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부분일 것이다. 언론 기사에서 제공되는 일반적인 예시만으로는 개별적인 상황에 맞는 정확한 정보를 얻기 어려운 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공단은 지사를 방문하거나 유선으로 예상 연금액을 문의하는 국민에게 개정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반영한 예상 연금액을 신속하게 상담할 수 있도록 전산시스템 구축을 빠르게 진행할 것이다. 이를 통해 국민이 자신의 개별적인 연금액에 대해 정확하고 신속하게 정보를 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출산 크레딧, 군복무 크레딧, 지역가입자 연금보험료 지원이 확대됨에 따라 해당 지원을 받을 자격이 되는 국민이 누락되지 않고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와 홍보를 강화할 것이다. 이러한 혜택을 방송, 라디오, 신문, 소셜 미디어, 쇼츠 등 다양한 세대에게 친숙한 매체를 통해 홍보하고, 지역사회 커뮤니티와 협력하여 설명회 등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국민에게 지속적으로 안내할 것이다. 젊은 세대에게는 군복무 크레딧과 출산 크레딧 지원 확대가 연금 수급액 증가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도 정확하게 전달할 것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란 속담이 있듯이, 국민연금 개혁으로 마련된 지원책과 이를 알리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신청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다. 이번 개혁을 통해 내 연금이 얼마나 더 늘어날 수 있고 나의 노후를 어떻게 준비할지, 또한 크레딧 지원과 지역가입자 연금보험료 지원 확대 대상에 나는 포함될 수 있는지 등 국민 개개인이 더 많은 관심을 가지도록 당부드린다. [ 조병석 국민연금공단 북수원지사장 ]
나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뒤늦게 유학을 단행했다. 50세 이후를 준비하겠다는 포부에서였다. 막연한 목표였다. 하지만 꿈을 꾸면 닮는 다고 하듯 나는 정년이 없는 작가생활을 하고 있다. 기도가 이루어진 것 같아 감사하고 뿌듯한 마음에 기지개를 펴는 순간 뜻밖의 걱정이 파고든다. 머지않아 글 쓰는 일을 그만둬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두뇌나 사지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아 그러는 것은 아니다. AI라는 라이벌이 등장해 내 일을 빼앗아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크게 걱정하지 말자며 애써 낙관론을 펼친다. 글쓰기는 매우 개인적이고 창조적인 행위로 인간의 고유 영역이다. 이 특별한 세계를 AI가 과연 온전히 장악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떤 주장을 하고 있을까? 영국의 유명한 작가 살만 루슈디(Salman Rushdie)는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는 AI가 ‘자신의 스타일’을 모방해 생성한 짧은 텍스트를 읽은 후 인공지능은 여전히 영감이 부족하다고 평가하고 “AI가 생성한 글은 쓰레기였다”고 기자회견에서 털어놓았다. “내가 직접 쓴 글을 몇 자만 읽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AI가 생성한 글은 내 글일 수 없다는 것을 즉시 알아차릴 것이다”라며 지금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거듭 강조하였다. 독일의 작가이자 학자인 제니퍼 벡커(Jennifer Becker) 역시 소설 분야에서 AI의 성과는 그다지 좋지 않다고 보고, 아직 AI에게 글쓰기 작업을 완전히 자율적으로 맡길 수 있는 시기는 아니라고 단언한다. 반면에 글쓰기 보조 도구로서 협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잠재력은 크다고 믿는다. 인공 지능은 이미 번역에 사용되고 있으며 과학 및 법률 출판 분야에서 발전하고 있지만 문학 창작 분야에서는 아직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편,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디렉터 유르겐 부스(Juergen Boos)는 출판 업계 종사자들이 깊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한다. 쳇GPT와 같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중심이 된 기술 혁명은 출판 업계도 혼란에 빠트릴 것이라는 것이다. 새로운 콘텐츠의 실질적인 소유권자인 저자의 지적 재산은 어떻게 되는지, 이를 가치 사슬에 어떻게 통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줄을 잇는다. 정형화된 내러티브 모델을 기반으로 하고 대량 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로맨스 소설의 경우, 더 이상 이런 종류의 콘텐츠를 다루지 않아도 될 사람들에게 AI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하고 심지어 어떤 안도감까지 준다고 부스는 농담조로 말한다. 결국, 모든 것은 출판물의 유형에 달려 있다. 신생 독립 출판사인 프리페이스 팩토리가 발행한 자료에 따르면, 오늘날 저자의 19%가 전체 원고를 작성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원고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AI를 활용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AI가 진정으로 인간의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AI가 우리의 사고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해야 한다. AI는 시간을 절약하여 업무의 더 창의적인 측면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가장 중요한 것은 AI가 진정으로 인간의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한국영화는 이러다 망할 것이다. 영화계 안팎에서 이구동성으로 나오는 소리이다. 지난 3월말 경 프랑스 칸 영화제의 공식 경쟁작이 발표된 후 여기저기서 문의가 이어졌다. 한국영화가 왜 한편도 포함이 되지 않았느냐, 영화제도 작품 라인업을 정할 때 정치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느냐는 식의 질문이 뒤따랐다. 물론 영화제는 그 해 행사를 준비하면서 올해의 키 워드, 주제, 방향을 결정한다. 그 큰 테마의 줄기에 따라 출품 경쟁작들을 선정, 배치한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영화가 정치적으로, 의도적으로 이번 칸에서 배제된 것은 아니다. 결론은 단순하다. 영화가 안좋아서이다. 영화의 수준이 칸영화제나 베를린, 베니스 등 유럽 3대 영화제, 아카데미, 선댄스, 트라이베카 등 미 대륙 영화제의 출품 기준을 밑돌기 때문이다. 영화제는 가차없다. 못 만든 영화는 아무리 거장이 만들었다손 하더라도 픽 업 하지 않는다. 영화제가 좋아하는 작품은 낯설고 새로운 작품이다. 혁신적인 내용의 영화들이다. 세상사에 대한 고민, 인간 실존에 대한 사유가 들어 있는 작품들이 우선적으로 채택된다. 지난 2~3년간 한국영화 중에는 그런 류가 전혀 없었다고 인식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다른 나라들은 그렇지 않다. 일본에선 이미 하마구치 류스케나 미야케 쇼, 네오 소라 등 현대 감독 3인방이 출현했다. 앞의 감독은 40대 중반, 뒤의 두 감독은 30대 초중반들이다. 일본영화계는 세대교체에 성공하면서 새롭고 낯선 영화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악가 故사카모토 류이치의 아들인 네오 소라는 4월 30일 개봉된 ‘해피엔드’란 영화를 통해 일본사회가 AI기술을 이용해 또 다시 전체주의로 나아갈 우려가 있다는 경고음을 보낸다. 프랑스에서는 쥘리아 뒤쿠르노가 ‘티탄’이라는 기괴한 작품을 통해 트랜스 젠더를 뛰어 넘어 트랜스 휴먼 시대의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보여줬는 가 하면 자매 감독 델핀 쿨랑, 뮤리엘 쿨랑은 ‘콰이어트 썬’이란 영화를 통해 극우화로 치닫고 있는 프랑스 20대 젊은이들에 대해 고민한다. 코랄리 파르쟈가 만든 ‘서브스턴스’는 지난 해 말 개봉돼 많은 관객들에게 충격을 줬다. 한국영화가 상투적인 조폭 영화에다 마동석 식 한방 액션에만 취해서 흐느적 거리고 모두들 OTT드라마에 몰려갈 때 세계 영화계는 훨씬 앞선 지점에서 세상사를 고민하고 있었던 셈이다. 한국영화가 계속 이런 식으로 수준 낮은 돈벌이에만 치중하는 한 미래는 없다. 칸 영화제에 한국영화가 한편도 출품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영화 정책과 산업을 주도하는 영화진흥위원회의 위원장과 위원, 직원들이 5월 영화제 기간에 맞춰 칸으로의 해외출장을 준비중이라는 소식이다. 영화계의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영화인들 상당수가 배달과 대리운전, 상품 매장 아르바이트로 지내고 있는 때이다. 영진위원장은 대체 생각과 배려라는 게 있기나 한 것인가. 영진위 해체론, 재구성론이 나오는 이유이다.
인천 소래포구항은 2017년 4월 ‘국가어항’으로 지정된 수도권 대표어항이다. 국가어항은 이용범위가 전국적일 뿐 아니라 기상악화 시 어선 대피 등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국가가 직접 지정해 개발하고, 관할 지방정부는 관리·운영을 맡는다. 지역발전의 동력이 될 수 있고 항구의 현대화 역시 진행된다. 소래포구항은 2019년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 명실상부한 국가어항으로 개발하기 위해 사업비 총 802억 원을 투입,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국가어항으로 지정된 소래포구항을 수도권 최대의 수산물 집결지와 관광명소로 탈바꿈시키는 ‘소래포구항 건설공사’가 한창이다. 어항부지를 2.5배 넓히는 작업과, 소형어선 부두도 신설된다. 235m 수변데크와 워터스크린을 소래포구에, 친수공원을 월곶포구에 조성한다. 소래철교 교량 상판을 높이고 소래철교 하단을 준설하는 한편, 월곶포구 통항로도 준설해 어선의 원활한 통항을 돕는다는 계획이다. 이 공사가 끝나면 소래포구항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어선이 53척에서 265척으로 증가할 뿐만 아니라 월곶포구 입출항 가능 시간도 매일 1~2시간에서 14~18시간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전기한 바 태풍 등 자연재난 발생 시 어선의 대피처로도 사용할 수 있다. 소래포구항은 한때 연간 1000만 여명이 방문하던 명소였다. 오래 전부터 수도권 시민들이 찾아와 수산물을 구입하거나 즉석에서 먹었다. 하지만 항만시설과 주변 환경은 매우 열악했다. 즐길 거리도 별로 없었다. 특히 어민들의 불편이 컸다. 소래철교로 인해 어선 입출항이 제한적이었고 어선 접안시설과 어항 부지도 부족했다. 따라서 이 사업에 대한 기대는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인천지방해양수산청 관계자도 사업이 끝나면 어업 작업 효율 증대, 통항 여건 개선, 수산물 신선도 증가 등의 다양한 측면에서 사업효과가 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어민편의를 고려한 시설은 미비하다는 지적이 있다. 경기신문(23일자 15면, ‘도시화에 찬밥 신세 된 인천 어민들…어업기반시설 마련 절실’)에 따르면 소래포구 주변이 택지개발 사업 등으로 2000년대부터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됐지만 훨씬 이전인 1970년대부터 조성돼 있던 소래포구에서 생업을 이어온 어민들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에 인천시 남동구는 현장을 방문해 어민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주민들의 의견은 현재 소래포구항 공사 구간 뒤쪽 부지는 옛날 그대로며 포장도 안 된 상태라 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또 “부족했던 어구 보관 창고를 만들어 미관상 문제도 해소하고, 소형 선박을 접안할 수 있는 시설도 확충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한 남동구는 인천해양수산청에 논현동 일부 부지를 자연녹지지역에서 준공업지역 등으로 토지이용계획을 변경해 줄 것을 요청했다. 어업기반시설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구가 용도 변경을 요청한 논현동 66-52번지의 경우 ‘도시지역미지정’으로 규정(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돼 있기 때문에 어항구역에 해당하지만 자연녹지에 준하는 규제를 받아 사업에 제약이 많다. 구와 주민들이 요청한 부지가 준공업지역 등으로 변경된다면 건폐율·용적률 등이 늘어난다. 따라서 어구 창고와 어민회관 등 시설 설치가 용이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해수청도 구의 요청에 긍정적이다. 일단 진행 중인 공사에 집중하고 완공 후 구와 논의·검토하겠다고 전제한 후 “공사 후 남은 부지에는 어민을 위한 시설로 변경하기 위한 검토도 하고 있다”며 “어민들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려 한다”고 밝혔다. 지난 2022년 3월 착공한 소래포구항 건설공사는 내년 11월 완공을 목표하고 있다. 공정률은 약 40%(2025년 3월 기준)다. 구와 주민들의 의견을 신중하게 받아들여 화려했던 예전의 소래포구 명성을 되찾기 바란다.
바람 불어와 나뭇가지를 낭창낭창 흔들어댄다. 짙어진 녹색 나뭇잎은 기름칠한 듯 반짝인다. ‘내 나이를 새어 무엇 하리. 나는 지금 5월 속에 있다.’는 피천득 수필가의 문장처럼 계절은 우리를 위로해 준다. 유년 시절의 일이다. 날아다니는 새가 귀여워 처마 밑에서 참새 새끼를 잡아다 새장 안에 넣고 물도 주고 아까운 싸라기도 주며 정성껏 길러보기로 했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새는 새장 안 바닥에 누워 있었다. 아니 죽어 있었다. 새를 꺼내 마루에 놓고 손바닥으로 마루판자를 두드리며 ‘일어나라 일어나’하고 주문을 외우며 새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어머니는 내게 ‘그만저만 해라. 죽은 녀석 고추 만지기인 게’ 하시는 것이었다. 이 말씀은 내가 어머니에게 속담으로 처음 들었는지는 모르나 속담 1호가 되었다. 어느 교회 집사가 내게 언제부터 신앙생활을 했느냐고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그때 나는 나의 첫 신앙은 ‘어머니 종교’ 곧 모교(母敎)였노라고 했다. 집사는 나를 멍하니 바라보다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내 어머니는 가정살림에 논농사까지 경작하시며 힘들고 외롭게 사셨다. 나 또한 홀로 성장하며 기댈 곳은 어머니뿐이었다. 어머니는 속담으로 내 정신의 뼈대를 튼실하게 해주시려 했는지도 모른다. 어머니는 바느질하는 순간에도 나를 옆에 앉게 하시고 속담을 들려주셨다. “남하고 다투지 마라.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하지 마라 네 눈에서 피눈물 날 수가 있다. 살려고 나온 짐승 죽이지 마라 그것들도 다 생명이다.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 밥 먹고 바로 자면 소 된다. 남에게 손가락질당하지 마라. 병 없고 빚 없으면 산다.”라는 말씀을 들려주셨다. 속담은 속된 이야기가 아니다. 조상들 지혜가 응축되어 구전되어 온 보통사람들의 격언이요 철학이다. 속담을 무식한 사람의 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 사람은 F.S 코즈츠이다. 그렇다면 내 어머니는 문학인이었다. 1920년대 출생하여 학교 앞도 가보지 못한 분이요. 마을 야학에서 뒤늦게 한글을 깨쳐 ‘개 조심’ 정도밖에 해득을 못하시는 분으로서 놀라운 일이었다. ‘속담은 평범한 사람들의 철학’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속담은 하루하루 경험의 어머니가 되어 자녀들의 밥상머리 교육이 되었다. 때로는 잔소리가 되기도 하고 지겹다고도 했다. 귀에 못이 박히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잔소리 교육이 약이 되어 오늘날의 수필가 김경희의 삶이 엮어지고 있다. 그래서 나는 가끔 ‘어머니는 어느 대학을 나오셨느냐?’는 내 시집 속 ‘어머니의 시’를 읽어본다. 어머니는 내게 ‘공부 잘해라’ 라든가 ‘출세해서 잘 살아야 한다.’는 말씀은 없으셨다. 대신 유유상종이다. ‘못된 녀석들과 어울리지 마라’는 말씀을 들려주셨다. 문학으로써의 속담을 장르로 구분한다면 속담과 수필은 이웃이다. 멀다 해도 사촌은 될 것이다. 수필은 청춘의 글보다 한 세상 고비를 넘긴 사람의 글이다. 인생의 향취가 있으면서도 아픈 체험 속 찬란하지 않고 화려하지 않은 정서적인 글발이다. 수필은 독자의 마음 산책 같은 문장 속에 삶에 대한 의미와 인식을 일깨우는 것으로써, 작가의 삶이 담보가 되어야 신뢰할 수 있다. 동아프리카 속담에 ‘땅에 빚지지 마라. 언젠가 땅이 이자를 요구해 올 것이다.’ 라는 속담 이 있다. 왠 아프리카 속담인가- 어느 지역에서는 산불로 수십 명이 집을 잃었다, 서울에서는 잘 가던 차가 땅 꺼짐으로 도로 밑 땅 속으로 떨어지고 있다. 그런가하면 봄날의 폭설로 기후 위기가 심각하다고 한다. 땅이 이자를 요구 햐는 것인가 싶다. 그런데 한 나라의 통치자가 상상할 수 없는 범죄행위를 저질러놓고서도 부끄러워 할 줄을 모른다. 그 모습을 보면서 인문학적 전공 기술자가 저 모양인가 싶어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 인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녹음 짙어가는 자연 앞에서, 살아갈 날을 위해 새벽 기도하는 분들 앞에서 나는 생각해 본다. 그동안 사람들 교도소 보내는 재미로 살아온 인간이나 권력의 꿀을 빨겠다고 쇠파리 떼 같이 빌붙어 살아온 인생들 그리고 우직한 나부터 마음 다스리기 위한 수필이나, 한 편의 속담이라도 제재로 읽어야 할 때가 아닌가! 하고.
나는 2006년 대한민국 국민이 되었다. 그동안 네 번 대통령 선거가 있었고, 나는 빠지지 않고 참가해 권리를 행사했다. 누구를 찍어야 나라가 망하지 않는다고 소란을 떠는 바람에 두 번은 흔들렸고, 두 번은 소신껏 투표했다. 네명의 대통령 중 한명의 대통령은 법정에 섰고, 두명의 대통령이 탄핵 되었다. 나는 정치에는 관심 없으면서, 정치학을 공부하던 2017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경험하기 위해 탄핵 찬반 집회에 참가했다. 그리고 2025년 ‘비상계엄령’으로 인한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를 관망했다. 나는 두 번에 대통령 탄핵을 경험하면서 리더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지금 두 개의 비영리단체를 운영하면서 고민했던 일들과 무관하지 않다. 나는 왜 아무도 하려고 하지 않는 비영리단체 리더를 자처하고 있으며, 어째서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은 많은데 올바른 리더는 없을까. 생존의 위협을 겪으면서 비영리단체 활동에 적극적인 나 자신을 이해할 수 없지만, 최고의 정점에서 모든 것을 가진 듯한 대통령의 명예롭지 못한 결말은 더욱 이해할 수 없다. 대통령의 탄핵으로 리더란 무엇이며 리더는 어떤 사람이여야 하는가. 어째서 리더의 역할이 중요한지를 생각해 보았다. 대통령을 국민이 선출하고 파면을 할 수 있다면 북한이탈주민 리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탈북민 출신 국회의원이 네명이나 배출되었다. 과분하게도 내가 알지 못하는, 내가 선택하지 않은 탈북민 출신이 국회의원이 되었다. 세명의 국회의원은 비례대표로 뽑혔고, 한명은 지역구에서 선출되었다. 탈북민 출신 국회의원은 자신을 뽑아준 지역구와 정당에 충실했다. 그렇다면 이들이 과연 북한이탈주민을 대표 할 수 있을까. 명예는 얻었을지라도 북한이탈주민 리더라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들은 치열한 경쟁과 민주주의 뿌리, 즉 탈북민 사회를 경험하지 않았다. 그나마도 국회의원을 뽑아준 정당에 감사해야 할 판이다. 뿌리 없는 탈북민 리더의 모습은 누구라도 줄을 잘 잡으면 한자리 얻을거라는 비정상적인 생각을 가지게 한다. 통일부는 매년 수억을 들여 탈북민 정착에 정성을 다하고 있다. 나무랄데 없는 정착지원이지만, 성적표는 초라하다. 아직 탈북민 자살율이 높은 원인을 알지 못하며, 모범 정착사례는 모범적이지 않다. 무엇이 문제인가. 지금까지 탈북민 사회에서 리더는 북에서 리더의 경험이 있는 사람, 엘리트라는 사람을 뽑아 올렸다. 뿌리 없는 리더이기에 뿌리에 필요한 영양소가 무엇인지 모른다. 책으로 민주주의를 배웠기에 디테일을 모른다. 누가 누구를 탓할 것도 없이 싸우는게 일상인 국회에서 탈북민 출신 국회의원의 자리는 불안정해 보인다. 나는 비영리 단체를 하기에 공모에 응모해 면접을 자주 본다. 때로 북한 사회 복사판을 보는 것 같아 실망할 때가 있다. 나에게도 품격있는 면접을 볼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노력한 만큼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은 아직 있다. 탈북민 사회 30년이 지나고 있다. 그동안 탈북민 사회는 성장했고, 낡은 옷을 벗을 때도 되었다. 揠苗助長 뽑아올린 뿌리는 살아남지 못한다. 선출된 대통령도 잘못하면 탄핵하는데 하물며 뽑아올린 탈북민 리더 역시 마찬가지이다. 내가 생각하는 탈북민 리더는 탈북민 활동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적당한 곳에 적당한 사람을 쓰는 사람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