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은 일상생활과 업무 전반에 폭넓게 이용되고 있다. 특히 유용한 콘텐츠 생산 도구로서 AI에 대한 활용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가짜와 진짜를 구분하기 어려워져 혼란스럽다는 반응도 많지만, 이용을 막을 수는 없다. 뉴스라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언론사도 마찬가지다. AI 활용이 주는 효율성은 이미 저널리즘을 변화시키고 있다. 뉴스콘텐츠 품질과 관련된 여러 우려와 함께 탐사보도·심층보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생존전략은 상식이 됐다. 뉴스콘텐츠 생산 보조 도구로서 AI 활용에 대한 긍정적 반응이 많다. 그럼에도 언론사와 AI기업의 갈등은 골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외 많은 언론사는 AI기업과 소송 중이다. 뉴스저작권과 공정이용을 둘러싸고 양측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뉴스콘텐츠 이용 계약으로 해결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저명한 거대 언론사의 얘기다. 다른 많은 언론사는 해결 방안을 찾기가 난망하다. 일단 지켜볼 수밖에 없다. 할 수 있다면 무엇보다도 먼저 AI 서비스에서 뉴스콘텐츠의 기여분을 증명해야 한다. 지난 7월 미국의 AI 기반 브랜드 마케팅 회사인 제너레이티브 펄스(Generative Pulse)는 ‘AI는 무엇을 읽고 있나?(What Is AI Reading?)’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대표적 AI 서비스인 챗지피티(ChatGPT), 제미나이(Gemini), 클로드(Claude)의 인용 출처를 분석한 것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AI가 인용한 출처의 27%가 저널리즘 콘텐츠였다. 이중 최신성과 관련된 질문만을 보면, 49%에 해당한다. 물론 이들 AI는 로이터, AP, 파이낸셜타임스 등과 같이 잘 알려진 신뢰할 수 있는 출처, 즉 저명한 거대 언론사의 콘텐츠를 주로 인용하는 경향이 있었다. 저널리즘 콘텐츠는 주관적 질문보다는 객관적 질문에서 더 많이 인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AI 서비스별로 저널리즘 콘텐츠 인용에 차이가 있었다. 챗지피티와 제미나이가 클로드보다 저널리즘 콘텐츠를 훨씬 더 많이 인용했다. 한편, 이들 AI의 유료 콘텐츠 인용은 5% 미만이었다. 언론산업 입장에선 막연히 그럴 것이라는 추측이 사실로 증명된 순간이다. 이제 대응이 남는다. AI 기업은 수많은 언론사 중 일부와 계약하면 그만이라는 견해일 것이다. 언론사가 AI기업과 맺는 개별 계약을 막을 방법이 없고, 막아서도 안 된다. 하지만 얼마나 평등한 조건에서 합리적으로 계약이 이뤄지는지는 살펴봐야 한다. 계약 내용의 상당수가 기술 영역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언론사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때 언론사와 AI기업 간 ‘표준계약서’가 필요하다. 이 표준계약서를 근거로 해 개별 언론사는 AI기업과 뉴스콘텐츠 데이터 이용 계약에서 고려하고 점검해야 할 사항을 확인할 수 있다. 내용은 뉴스콘텐츠 데이터의 이용 목적과 방법, 뉴스저작권 및 뉴스콘텐츠 보호 방안, 보상의 형태와 비용 산정 방식, 명시적인 계약 조건과 법적 내용, 기술 지원 및 협력 내용, 모니터링 및 투명성 보고 등과 관련된 사항으로 촘촘히 구성돼야 한다. 특히 뉴스콘텐츠 데이터의 이용 범위와 보호, 보상을 위한 뉴스콘텐츠 가격의 산정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계약 당사자인 언론사와 AI기업 간 공정성과 전문성을 담보하기 위해, 표준계약서 제정과 보급에 국가행정기관이 적극 나서야 한다.
경기도교육청이 중점적으로 힘을 쏟고 있는 학교시설 개방 정책에 대한 도민들의 호응도가 높다. 학교시설 개방은 생활체육 공간 부족 해소와 주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다만 학생 안전 문제와 무단 훼손·오염되는 부작용에 대한 예방책이 완벽하게 수반될 때 비로소 정책 목적이 극대화될 수 있다. 확산하고 있는 개방 정책 시행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교육 당국 및 지방자치단체들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경기도교육청이 주민 호응도가 높은 학교시설 개방 정책을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부천교육지원청이 협업 모델 구축을 통해 정책을 선도하고 있는 이 정책은 일단 주민 호응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2023년부터 현재까지 부천 관내 초·중학교 11곳이 운동장·체육관·주차장을 개방 중인 부천교육지원청의 만족도 조사에서 긍정 응답이 94%에 달했다. 신규 신청도 꾸준히 늘고 있다. 도교육청은 27일 부천시 신도초등학교에서 ‘학교시설 개방 계획과 우수 사례’발표회를 개최했다. 부천교육지원청은 가장 활발한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다. 부천교육지원청은 도내에서 부천이 유일하게 부천시·부천도시공사·학교와 ‘학교시설 개방 위탁 협약’을 맺고, 부천도시공사가 관리 인력을 학교에 파견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파견 인력은 체육 프로그램 운영, 이용객 접수, 시설 유지관리를 맡아 주민의 이용 편의를 돕는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3월 ‘학교시설 개방 활성화 추진단’을 구성하고 2025년도 제1차 협의회를 개최했다. 추진단은 도교육청 행정국장을 단장으로 경기도의회, 지자체, 학교, 경기도체육회 소속 직원 등 16명의 위원으로 구성했다. 이어서 학교와 지역사회의 인식을 개선하고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 8월 전국 최초로 실무형 지침서인 ‘학교시설 개방 길라잡이’를 제작·보급했다. 특히 학교시설 사용 절차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용자 표준안’도 마련했다. 이를 통해 이용자의 책임 있는 사용을 유도하고 학교의 부담을 완화한다. 학교는 지침서에 부담을 덜고 이용자는 만족하는 학교시설 개방 문화 정착을 위해 더욱 노력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학교시설 개방 정책에 대한 일선 시·군의 반응은 뜨겁다. 안산시는 지난 3월 관내 8개 학교와 ‘학교시설 개방 활성화를 위한 실무 협약’을 체결했다. 고양시도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학교체육시설 공유 활성화 사업’을 통해 올해 1억 9800만 원에 이어 내년에도 1억 4600만 원의 국비를 추가 확보에 성공했다. 군포의왕교육지원청도 관내 4개 학교와 ‘학교시설 개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지역주민을 위해 체육시설을 개방했다. 학교시설 개방은 분명히 지역사회와 학생 모두의 삶을 증진하는데 긍정적 효과가 있다. 하지만,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이용자 무질서, 안전 문제, 학교 부담 등 부작용에 대한 온전한 대책이 뒷받침돼야 비로소 소기의 목적 달성이 가능하다. 시설의 무단 사용이나 무분별한 행위 등에 대한 페널티와 함께 이용 주민들의 인식 제고 방안도 당연히 뒷받침돼야 한다. 범죄 위험 등으로 인해 한동안 학교시설은 외부와 차단하는 정책이 우선적으로 시행됐다. 그러나 주민들을 위한 편의 및 여가 시설이 태부족한 현실이 시대변화에 발맞춰 이 문제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극적으로 불러 왔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못 담는 현실에 대한 뒤늦은 자각인 셈이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2025년 학교시설 개방 활성화 학교장 연수’ 자리에서 “학교시설 개방으로 문제가 생겼을 때 학교에게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렇듯 한 매듭씩 풀어가면 지역민들의 소중한 인프라인 학교시설의 효용성을 극대화할 방안들이 하나씩 채워져 주민들 모두로부터 사랑받는 정책으로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학교시설 개방’은 지역사회 모두가 함께 만들어갈 만한 좋은 정책 주제다.
얼마 전 우연히 읽은 신문 기사가 마음을 오래 붙들었다. 어느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손편지가 붙었다. 그것은 갓난아기를 낳은 부부가 아이 울음소리에 불편을 겪을 이웃들에게 이해를 구하는 편지글이었다. 예의를 갖춘 부부의 편지는 아름다웠고, 이웃들은 편지에 축하의 메시지를 가득 채웠다. 기사에는 이웃들이 남긴 메시지가 소개되었는데, 그중에서 나는 가슴이 먹먹해지는 한 구절을 만났다. 그것은 “우리 모두 울면서 자랐습니다”라는 문장이었다. 짧고 단순하지만 뜨거운 문장이었다. 어딘가에 숨어있던 나의 울음이 곧 쏟아져 나올 것만 같았다. 태어난다는 건 세상에 울음을 들려주는 일이다. 우리는 울음소리로 세상에 나를 알렸다. 나의 존재는 울음으로 시작되었으니, 울음의 기원은 탄생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배가 고프면 울고, 외로우면 울고, 아프면 울었다. 울음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세상에 닿는 방식이었다. 밤이고 낮이고 시도 때도 없이 울며 자랐다. 그 울음에 누군가는 달려왔고, 누군가는 등을 두드려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울음으로 누군가를 불렀다. 울음은 생의 첫 언어이자 관계의 시작이었다. 그러다가 우리는 어느 순간 울음을 멈췄다. 울음을 참을 줄 알아야 진정한 어른이 되는 것이라고 은연중에 배웠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른에게 울음은 나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사회적 관계에서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는 것과 같았다. 이것을 울음의 구속이라고 부르면 어떨까. 그런데 문제는 단지 울지 못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다. 어디선가 여전히 울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해도 참아지지 않는 울음이 있을 텐데, 우리는 그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제 듣지 않음으로 평화를 유지한다. 귀를 막고, 눈을 피하고, 모르는 척함으로 질서를 지킨다. 무관심은 생존의 기술이 된다. 울음이 멈춘 세상은 점점 조용해지고, 그 고요 속에서 우리는 서로 멀어진다. 들리지 않는 울음이 늘어날수록 세상은 더 많은 사건을 만들어 내고 소란스러워질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여전히 울음으로 매 순간 탄생하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어른이 된 지금도 울음 속에서 타인의 존재를 확인하고, 등을 두드려주며 살아가야 하는 어린, 어른들이지 않을까. 아이도 어른도, 아프고 배고프고, 외로우면 우는 것이다. 도움이 필요하면 울고, 억울하면 우는 것이다. 사람은 함께 살아가라고, 태어날 때부터 울음을 지니고 왔을 것이다. 아이의 울음을 이해하고 받아주는 마음으로 이웃의 울음을 들어줄 귀가 있으면 좋겠다. 어디선가 숨죽여 우는 사람들의 흐느낌이 잘 들리도록 그 귀가 예민하게 살아나면 좋겠다. 그래서 아무도 버려두지 않는 세상이기를. 아이 울음소리를 염려해 미리 이해를 구한 젊은 부부의 지혜와 축하의 메시지로 응답한 어느 아파트의 이웃들은 아름다웠다. 그래서 우리가 조금만 더 나아가면 서로를 품으며 살아갈 수 있겠다는 기대를 품어 본다. 층간소음보다 이웃의 울음소리를 듣는 귀가 필요한 시절이다. 날씨가 추워졌다. 바람에 흔들리는 창문, 나무의 뒤척임조차 울음소리처럼 들린다. 바람이 몰고 온 소리에는 우리가 들어주지 못한 울음이 섞여 있는 것만 같다. 어디선가 울고 있을 사람들의 웅크린 등이 보이는 것 같다.
최근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대학생 박모(22)씨 사망 사건은 해외에 나간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비상등을 켰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사건·사고 발생 후 영사조력’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제는 사후대응이 아닌 사전예방 중심의 국가 보호체계로 근본부터 재설계해야 한다. 21세기는 말 그대로 대이주(great migration)의 시대다. 교통과 통신의 혁명적 발달로 사람과 자본, 정보의 이동이 폭발적으로 늘었고, 국경의 의미는 빠르게 희미해지고 있다. 유엔 인구국과 세계관광기구에 따르면 자국 밖에서 사는 인구는 전 세계 80억 인구의 4%, 매년 해외로 나가는 국제 관광객은 17.5%에 달한다. 이제는 ‘어디서 태어났느냐’보다 ‘지금 어디에 있느냐’가 더 중요한 시대다. 대한민국도 예외가 아니다.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출국자는 폭발적으로 늘어 지난해 2,800만 명을 넘어섰다. 하루 평균 8만 명이 국경을 넘나들고, 90일 이상 해외에 체류하는 유학생·주재원·현지 취업자·영주권자·복수국적자 등도 300만 명에 육박한다. 체류 기간과 관계없이 이들 모두가 외부 위협에 노출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점이 문제의 본질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첫째, 법률 명칭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2021년 제정된 ‘재외국민보호를 위한 영사조력법’은 국가의 보호 의무를 임시적·보조적 성격으로 제한하는 인상을 준다. 헌법 제2조 2항이 명시한 재외국민 보호 의무를 온전히 담아내려면, 법 명칭을 ‘재외국민보호법’으로 변경해야 한다. 둘째, 재외국민 보호와 영사업무를 외교부의 부수적 업무로 여겨온 관행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외교부는 재외공관을 지휘하며 주재국 정부와의 교섭을 담당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에 집중하되, 재외동포청은 한인회·동포 언론·한국기업 등 현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사회적 협력망을 구축해야 한다. 경찰청은 경찰영사와 한인 자경단, 현지 경찰과 협력해 긴급구조와 범죄 피해자 지원을 전담하고, 국가정보원은 대테러 및 국제범죄 정보 공유를 상시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재외국민 보호는 특정 부처의 업무가 아니라, 해외에 주재관이나 직원을 둔 모든 정부기관이 합심해 총력 대응해야 할 국정과제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셋째,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자국민 보호를 국가의 핵심 책무로 명문화했다. 미국은 1868년 제정한 법률(22 USC 1732)에서 “해외에서 구금된 미국 시민을 구출하는 것은 대통령의 의무”라고 규정했다. 9·11 뉴욕 테러 (2001) 이후에는 국토안보부를 신설하고, 비자 발급, 해외정보 공유, 위기관리 체계 등을 전면 개편했다. 이번 사건을 교훈 삼아 우리도 외교부 장관이 위원장인 현 ‘재외국민보호위원회’를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 격상하고, 외교부 내에 범부처가 참여하는 재외국민보호 통합상황실을 상설화해야 한다. 또한 ‘재외동포기본법’에 재외국민을 포함한 전(全) 재외동포 보호 조항을 명문화해 법적 근거를 강화해야 한다. 머지않아 우리는 해외여행자 3000만 명, 재외동포 1000만 명 시대를 맞게 된다. 더는 사건·사고가 터질 때마다 ‘사후약방문식’ 대책으로 대응할 수 없다. 위기 발생 이전부터 작동하는 예방 중심의 보호체계가 필요하다. 단 한 명의 국민, 단 한 명의 동포라도 위난에 처했을 때 국가가 어떻게 구조하고 지킬 것인가, 여기에 국력과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국가의 품격은 위기의 순간에 드러난다. 이번 한국인 대학생 사망 사건과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지금이 바로 재외국민보호 체계 전면 재설계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동시에 해외 체류·거주·방문 국민들도 현지 법과 관습을 존중하고, 공관·한인회와의 비상연락망을 상시 가동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한국인이 존경받는 세계인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1973년 10월, 군복무 중에 사랑하는 어머님을 하늘나라로 영원히 배웅했다. 부산 당감동 화장장에서 화장 모시고, 그 뒷산 자락에 고이 뿌려 드렸다. 외숙을 비롯한 주위의 강권에 밀려 치른 낯선 화장 장례였지만, 마지막 길 유골을 뿌리는 것은 당연한 듯 진행했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후회가 밀려왔다. 이 화장장이 폐쇄되고, 주변이 모두 아파트 천지로 변했다. 추모할 공간이 아예 사라져 버린 것이다. 애초 부산 앞바다나 낙동강 변에 모셨을 걸 하는 아쉬움이 50년이 넘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 필자이기에 강이나 산, 해변 등 내륙 산분장을 不定한 葬事법령 개정을 보고는 한탄했다. 게다가 미쳐 준비도 없이, 전혀 우리 것도 아닌 ‘장사시설 내 산분장’을 불쑥 내미는 보건복지부의 태도는 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우리 것이 아닌 문화를 도입하려면, 미리 충분한 연구를 하고 도입해야 한다. 지난날 ‘납골묘’가 그랬고, ‘자연장’은 “자연 없는 장지”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 산분장을 도입한 정부의 움직임을 보면, 허둥지둥 시설 마련에 나서는 모습이 여실하다. 실용성도 지속 가능성도, 국민 일반 관념도 외면한 지침을 내놓은 데서 잘 드러나고 있다. 유골을 뿌리고 “흙으로 덮는다”, “물을 뿌려 흙에 흡수시킨다” 이건 어디서 나온 발상인지 궁금하기조차 하다. 그래도 법률로 제도화된 만큼 우리 실정에 맞게 발전시켜야 한다는데 이견은 없다. 그 과정에 필자 주변의 외국 산분장에 대한 30년 이상 연수 경험이 도움이 될 듯하다. 화장장은 잠시 지나가는 이용 공간이다. 아무리 많이 사용해도 물리적으로 축적되는 것이 없다. 이에 비해 봉안시설, 자연장지, 산분장지 등은 갈수록 유골이 쌓여가는 수용시설이다. 수용에는 반드시 한계가 있다. 전국 지자체는 공공 봉안당에 오랜 세월 쌓인 유골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민과 정치권의 공급 요구를 외면할 수도 무작정 계속 지을 수도 없다”라고 고충을 토로한다. 자연장지 또한 거의 같은 길을 걷고 있음에도 덜 알려졌을 뿐이다. 전통적인 온전한 산분장은 대자연이 근본적으로 해결해 준다. 뿌려진 유골은 한여름 비 한두 번에 씻겨 떠내려가 분해되어 태초의 자연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우리에게 없던 장법(시설)이었던 장사시설 내 산분장지는 수용하는 특성상 유골이 축적될 수밖에 없다. 나라 밖으로 눈을 돌려 보면, “Scattering ash(산분장)”이 성행하고 있는 나라는 프랑스, 영국, 벨기에, 네덜란드 등이다. 모양도 방식도 다르지만, 각각의 문화와 관습을 담고 있다. 프랑스 파리 페르라쉐즈 묘지 산분장 잔디밭 ‘추모의 정원(Jardin du Souvenir)’의 치밀한 관리를 바탕으로 유지된다. 프랑스 내 같은 ‘추모의 정원’인데도 어떤 곳은 (우리 눈으로 보면) 좀 을씨년스러운 곳도 있다. 영국 묘지에 유명한 산분장지 ‘Rose garden’ 중에는 유골이 쌓여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곳도 있다. 독일어권의 ‘익명공동봉안묘역’과 일본 공공부분에서 성행하는 합장식묘지(合葬式墓地) 또한 산분장지와 같은 기능을 한다. 저마다 장단점을 지니고 있어, 도입에는 충분한 연구 검토가 필요하다. 근래 보건복지부는 산분장 제도화 이후, 부랴부랴 각 지자체에 산분장지 설치 독려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일선 지자체에서는 시설을 어떻게 설치하면 되는지 몰라 고심 중이란 이야기도 들린다. 잘못 끼운 첫 단추를 두고 그대로 옷을 입으려는 모양새라고나 할까. 서울시에서는 2003년, 시립 용미리묘지 안에 산골(散骨) 장소인 “추모의 숲”을 설치 보급했다. 그런데, 불과 몇 년 못가 사용을 중단했다. 유골을 뿌리고 흙을 덮는 방법이 문제였다. 또 전국 화장장 대부분에는 유골을 뿌리는 시설인 ‘유택동산’이라는 시설이 있다. 그중에는 장지로 바꿀만한 곳도 더러 있어 보인다. 이런 국내외 사례를 놓고, 머리를 맞대면, 경제적이면서도, 품위 있게 장사치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가 있을 것이다. 환경친화적인 自然 산골의 법적 認定과 좋은 산분장지 정착, 화장률 95% 시대를 바라보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술유용행위 근절을 명목으로 관련 부서를 확대·개편했음에도 매년 저조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역량 강화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기술유용행위 처분사건에 대한 직권인지 능력이 유명무실해 이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한 것으로 집계됐다. 공정위의 ‘2024년 자체평가 결과보고서’에서도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공정위에 대한 높은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개선책이 충실하게 마련되고 실행돼야 할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승원(민주·수원갑) 의원이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6년간 기술유용행위 처분사건의 신고·직권인지 현황’에 따르면 처분사건 중 직권인지 건수는 매년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연도별 건수를 살펴보면 2020년은 3건, 2021년은 4건, 2022년 9건, 2023년 1건, 2024년 2건, 올해 이달 기준 3건이었다. 앞서 공정위는 2022년 12월 기술유용감시팀을 기술유용조사과로 격상해 조사 권한·조직을 확대했다. 이 같은 제도적 뒷받침에도 3년간 처분된 사건 중 직권인지 건수가 6건에 그치는 등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공정위가 처분한 사건 가운데 45%가 행정소송으로 이어졌고, 공정위가 최종 승소한 건은 단 3건에 그치며 낮은 승소율(20%)을 보였다. 지난 4월 공정위가 공개한 자체평가위원회(평가위)의 ‘2024년 자체평가 결과보고서’에서도 25개 정책과제 중 ‘미흡’ 또는 ‘부진’으로 평가된 항목은 9개에 달한다. 민간전문가 21명과 공정위 당연직 1명(기획조정관) 등 22명으로 평가위를 구성해 평가한 결과다. ‘부진’ 평가를 받은 정책과제는 외국경쟁당국과의 협력 및 기술지원 강화였다. 평가위는 공정위가 해외 진출 국내기업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해외경쟁정책동향을 펴내고 있지만, 발간·배포가 특정 시기에 집중됐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의 기술탈취 등 불공정행위 근절에 대해서 평가위는 “유관기관과의 양해각서 체결 등을 통해 소통 채널을 구축했으나 활용도가 높지 않은 상황”으로 파악하고 ‘미흡’ 평가를 내렸다. 일감몰아주기와 같은 각종 부당지원 및 대기업의 사익편취 행위 관련 제재도 ‘다소 미흡’ 평가를 받았다. 대기업의 부당지원·사익편취 행위의 경우 그 특성상 은밀하게 이뤄지는 만큼 체계적인 모니터링 방안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평가위는 “사건 특성을 고려해 장기적으로 법 위반 행위 인지 방식을 개선하고, 다각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기업형벤처캐피털(CVC) 정책성과가 낮아서 ‘시장의 예측가능성과 역동성을 높이는 대기업집단 제도운영’ 과제가 ‘미흡’ 판단을 받았고, ‘안전한 소비자 환경 조성’ 과제도 취약층 소비자 교육방식에 대한 개선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미흡’ 판정이 나왔다. ‘매우 우수’ 평가를 받은 정책과제는 전자상거래·표시광고·약관 분야 소비자피해 방지였다. ‘우수’ 평가가 나온 정책은 시장분석 및 경쟁제한적 규제 개선, 대기업집단 시책의 합리적 개선, 하도급 분야 공정거래기반 조성, 가맹 분야 불공정거래 관행 개선 등이었다. 김승원 의원은 “공정위의 역량 부족으로 피해기업의 구제가 지연되고 실질적 회복이 지체되고 있다”면서 “수급기업의 기술자료가 두텁게 보호되고 신고가 불이익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제도적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점 및 과점을 방지하며 부당한 공동 행위와 불공정거래를 규제하여 소비자를 보호하고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의 촉진을 도모하는 기관이다. 경제활동 영역에서 질서를 잡아주는 ‘공정 거래’를 담보해주는 최후의 보루이기도 하다. 공정위가 정책 실효성, 협업 체계, 제도적 보완 등 다양한 측면에서 부진의 원인을 찾아내어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현장 적용 강화에 매진해나가길 기대한다.
이름 대신 번호로 불립니다.교도소에 수감된 사람 이야기가 아닙니다. ‘싱어게인’이라는 예능 프로그램 이야기입니다. 방송사의 프로그램 제작 의도는 이렇습니다. “한 번 더, 기회가 필요한 가수들이 대중 앞에 다시 설 수 있도록 돕는 리부팅 오디션 프로그램.” 쉽게 말하자면, 무명 가수에게 무대에 설 기회를 주는 경연 프로그램입니다. 시청자들에게 꽤 인기가 많았는데, 코로나 여파로 새로운 시즌이 최근에야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공식 명칭은 ‘싱어게인 4’입니다. 그렇다고 프로그램을 알리려는 건 아닙니다. 새로운 시즌에 출연한 이름 모를 가수의 이야기를 하려는 것뿐이니까요. 그녀의 이름은 ‘18호’입니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사람은 이름 대신 각자에게 주어진 번호로 불립니다. 우스갯소리로라도 오징어게임을 떠올릴 필요는 없습니다. 오징어게임에 참여한 사람처럼 게임에 졌다고 해서 목숨을 잃는 건 아니니까요. 다음 라운드에 오르지 못한 출연자는 번호에 가려졌던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프로그램을 하차하면 그만입니다. 다행히 이번 시즌에 출연한 18호 가수는 1라운드를 통과했습니다. 모든 심사위원이 ‘AGAIN’ 버튼을 눌렀으니 근사한 출발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경연 프로그램 용어대로라면 멋지게 살아남았다고나 할까요. 살아남았으니, 그녀의 이름은 여전히 18호입니다. 나는 이어지는 라운드에서도 그녀가 쭉 살아남기를 희망합니다. 최종 라운드까지 살아남아서, 18호라는 번호를 스스로 떼어내고 세상천지를 향해 자신의 이름을 당당히 밝혔으면 좋겠습니다. 18호로 불리는 그녀는 죽다 살아난 가수입니다. 죽음은 싱어게인 예심에 참가하고 돌아가는 길에 찾아왔습니다. 트럭 운전사는 그녀가 바퀴에 깔린 걸 처음엔 몰랐습니다. 그렇게 몇 미터를 더 굴러간 바퀴 밑에서 그녀는 살아 돌아왔습니다. 죽음은 그녀의 허리뼈를 여섯 개나 부러뜨렸지만 저세상으로 데려가지 못했습니다. 노래 부를 수 있는 목과 기타를 칠 손이 있어 다행이라는 그녀는 병실에 누워서도 노래 연습을 하였습니다. 그리곤 휠체어에 몸을 맡긴 채 1라운드 경연 무대에 올랐습니다. 올라서, 살아 돌아온 세상을 향해 노래를 불렀습니다. 굳이 이름을 밝혀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싱어게인에 출연한 18호 가수만의 이야기가 아니니까요. 나와 당신이 살아가는 세상에는 너무도 많은 인간 18호가 살고 있습니다. 매 순간 죽음의 바퀴로부터 살아 돌아온 인간 18호들 말입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게도, 그녀가 부여받은 ‘18’이라는 숫자를 가슴에 새기면서요. 그렇잖습니까. 십팔이든, 씨발이든, 씨팔이든... 세상은 참말 뭣 같기 일쑵니다. 그래서겠지요. 뭣 같은 세상은 이름보다 번호를 선호합니다. 나와 당신도 예외일 순 없습니다. 등수로 줄을 세우고, 서열로 존재를 확인하고, 신용카드 한도로 값이 매겨집니다. 이름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이름 뒤에 감춰진 숫자입니다. 연봉의 액수거나, 부동산 평수거나, 묵혀둔 코인이나 주식의 수량 같은 것 말입니다. 그렇게 굴러가는 이 도시의 뒷골목을 배회하는 건 어김없이 또 다른 18호들입니다. 알아주는 사람 하나 없는 명함을 흔들어대며 빌딩 그림자를 향해 소리칩니다. - 씨발, 아직 안 죽었어. 무명 가수 18호를 응원하는 까닭이 거기 있습니다. 생각할수록 형편없는 게 내가 사는 꼬락서니라서, 그녀를 비껴간 죽음의 바퀴를 부적 삼아 견뎌내고 싶었달까요. 당신은 어떠십니까. 나이만 먹었지, 여전히 속없는 나는 이렇게 믿고 있습니다. 이름은 잊혀도, 노래는 남는다고요. 그래서 액수로 바꿀 수 없는 글을 노래랍시고 불러대고 있답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이렇게 불러대는 노래가 내가 살아온 이름인 것을요.
어느날 종아리의 통증으로 내원한 94세인 할아버님을 처음뵙고는 몹시 놀랐다. 왜냐하면 얼굴, 표정과 신체의 활력이 70살 정도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활기찬 표정으로으로 친구들과의 약속이 있어서 치료를 빨리 끝내달라고 부탁하였다. 치료를 하며 정말 궁금해져 물었다 “정말 20년은 젊어보이세요, 어르신. 건강의 비결이 무엇인 것 같으세요”라고 물었다. 그는 “비결이라면 타고났겠지요. 하지만 난 힘들거나 스트레스 받는 것 오래 담아두지 않고 그때그때 풀고. 남에게 베풀려고 해요”라고 말하였다. 그러고는 밝은 표정으로 친구들을 만나러 가셨다. 93세에 무릎이 아파서 내원하신 할머님도 인상적이었다. 화사한 인상의 고운피부. 체육교사로 교직생활을 하여 운동을 좋아하였다는 그녀는 즐겁게 교직생활을 마쳤다. 그녀는 소화기가 약했기에 항상 음식을 한식위주로 소식하였다. 어렸을 때 병약해서 침도 자주맞고 약도 자주먹었는데 평생 경옥고를 먹으라는 아버지의 말대로 꾸준히 먹는다는 말을 하였다. 경옥고는 소화흡수가 잘되는 성장, 갱년기 장애, 병후회복 등에 적용하는 고약형태의 한약이다. 할머님은 치료를 마칠 즈음 뜨개질로 직접 덧버선을 만들어주시기까지 하였다. 이런 분들을 뵐 때마다 더욱 궁금해진다. 건강과 장수의 비결이 무엇일까. 전 세계적으로 100세 이상 건강한 장수 인구가 유독 많은 지역인 블루존(Blue zone)에 대한 관찰은 흥미롭다. 대표적 블루존 지역은 일본 오키나와, 이탈리아 사르데냐, 미국 캘리포니아 로마린다, 그리스 이카리아 섬, 코스타리카 니코야 반도이다. 이지역 사람들의 공통점은 채소, 과일, 콩류, 통곡물 위주의 식사, 육류는 한 달에 5회 미만으로 섭취, 유제품과 설탕 섭취 소량, 적당량의 물과 식사량으로 설명되는 먹는 것에 더해 일상활동 중의 걷기, 정원일 등의 자연스러운 신체활동 그리고 스트레스 관리. 강한 사회적 유대를 가진다. 작고 소박하더라도 목적의식과 의미가 있다. 블루존 연구 외에도 SNS에는 건강에 대한 정보들이 넘쳐 혼란스러워하는 분들을 많이 만난다. 일상에서 적용할 때는 정밀한 적용이 더 필요하다. 왜냐하면 인간은 누구나 비슷한 면이 있는 반면에 또 각자의 고유한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 사상체질 팔체질 등 체질진단도 이러한 고유성을 반영한 진단체계이다. 신체를 운용하기 위해서 필요한 영양소가 있지만 그것들을 섭취하기 위해 나에게 좋은 음식은 개인차가 있을 수 있다. 매일 육류를 꼭 먹어야 기운이 나는 경우도 있는가 하면 주로 식물성이나 해산물 위주의 식생활이 더 편하고 좋은 경우도 있다. 또한 어떤 음식이 좋다고 해도 질이 다를수 있다. 계란이 좋다고 해도 닭장에 갇혀 항생제와 성장호르몬제를 투여받으며 자란 닭이 나은 달걀과 넓은 마당에서 마음껏 움직이며 자란 닭의 달걀이 영양적인 측면에서도 에너지적인 측면에서도 다르듯이 말이다. “시계를 거꾸로 돌리기 연구”로 마음이 몸을 변화시킨다는 통찰을 제시했던 앨랜 랭어는 그의 책(노화를 늦추는 보고서)에서 몸에 대한 마인드풀니스를 말한다. 마인드풀니스는 깨어있는 마음이다. 활동할 때, 음식을 먹을 때 어떤 반응인지.기분이 어떤지 몸의 컨디션이 나아지는지 아닌지. 혹 더 불편해지는지 이렇게 스스로를 관찰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찰, 깨어있는 마음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내몸의 주인이 되는 방법이기도 하다.
지난 2021년 중국 음반사들이 한국 곡을 도둑질해 등록한 사건이 벌어져 한국인들의 지탄을 받은 일이 있었다. 중국인이 도용한 한국의 저작권은 아이유의 ‘아침 눈물’, 지오디(god)의 ‘길’, 브라운아이드의 ‘벌써 일년’, 토이의 ‘좋은 사람’, 다비치의 ‘난 너에게’, 이승철의 ‘서쪽하늘’, 윤하의 ‘기다리다’ 등이다. 이로 인해 한국의 업체와 가수들이 저작권 침해 피해를 당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또 같은 일이 발생했다. ‘다나카’로 유명한 코미디언 김경욱 씨는 자신의 SNS를 통해 “중국 음원 업체들이 유명 음원들을 편곡해 인스타그램(메타)에 신규 등록을 진행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원곡 소유권이 강제로 이전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관련기사: 경기신문 21일자 7면, ‘중국에 뺏긴 ‘잘자요 아가씨’…정부 대응 필요’) ‘잘자요 아가씨’는 지난해 2월 출시돼 우리나라와 일본, 대만 등 여러 나라에서 인기를 끈 노래다. 그런데 공동 작곡자인 유튜버 겸 프로듀서 과나는 “제가 작곡한 ‘잘자요 아가씨’ 음원이 인스타그램에서 없어졌다”고 분노했다. 중국에서 편곡한 다음 신규 등록함으로써 원곡 소유권이 중국 업체에 강제로 이전됐다는 얘기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의 음원 검색 창에 ‘잘자요 아가씨’를 입력하면 ‘완안따샤오제(晚安大小姐)’라는 중국어 제목과 함께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우예자오멍스(午夜造夢師)’라는 인물이 나온다. 과나는 “싸울 힘도 없고 방법도 몰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은 소리쳐본다. 슬프다”라는 토로에 공분을 느낀다. 김경욱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최근 중국 음원 업체에서 유명 음원들을 편곡해 인스타그램(메타)에 신규등록, 원곡 소유권이 강제로 이전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른 아티스트들도 비슷한 일을 겪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했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이와 관련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K팝이 전 세계에 더 널리 알려지려면 이런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우리 정부 부처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의 말에 적극 동의 한다. 중국인들의 ‘대한민국 베끼기’가 음원에만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 ‘K푸드’ 붐이 일자 짝퉁 K푸드도 등장하고 있다. 글로벌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은 불닭볶음면은 물론이고 다시다·조미김·맛소금·미역·액젓 등에 이르기 까지 전 품목으로 확대됐다. 포장지까지 그대로 베낀 불닭볶음면의 경우 중국 온·오프라인 플랫폼에서 버젓이 판매됐다. 이에 해당 식품사들은 ‘K푸드 모조품 근절을 위한 공동협의체’를 구성, 중국 법원에 상표권 침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농림축산식품부 산하)은 K푸드 모조품에 대처하기 위해 식품 산업 지식재산권(IP) 보호를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전기한 것처럼 중국인의 저작권 도용 방식은 글로벌 플랫폼을 활용, 한국 저작물을 자기이름으로 등록을 하는 것이다. 한국 곡을 중국어로 번안해 글로벌 플랫폼에 자기명의로 등록한 다음 저작권료를 가로채고 있다. 앞에서 열거한 음원들이 중국 음반사로 저작권이 올라가 있다. 정당한 권한이 없는 중국어 번안곡의 음반 제작사가 유튜브에 콘텐츠 아이디를 먼저 등록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도 피해 구제는 쉽지 않다. 해외 소송의 어려움에 더해 유튜브의 저작권 관리에도 허점이 있다. 그래서 “유튜브로 듣지 말자. 중국인들이 지금 표절곡으로 저작권 강탈했다” “우리 노래를 유튜브로 들으면 중국인이 돈을 번다”는 네티즌의 말이 공감을 얻고 있다. 중국인들의 저작권 강탈은 한·중 간 저작권 등록 방식 차이를 악용한 결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국은 한국과 달리 음원 등록 시 ISRC(녹음 코드)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편곡만 해도 다른 작품으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국내 가수들의 음원이 차단됐고, 음원의 수익이 중국 업체로 갔다. 서 교수의 말처럼 우리 정부 부처의 적극적인 대응도 필요하지만 중국정부도 남의 일처럼 여겨서는 안 될 일이다.
지난 3월 정부는 글로벌 최우수 인재 유치를 통한 첨단 산업 지원 방안에 대해 발표하였다. 탑티어(Top-Tier) 비자, 청년드림 비자 등을 통해 해외 우수 인재 유치를 본격화하겠다는 것, 광역비자, 비자·체류정책 제안제 등을 통해 지역과 산업 현장의 수요를 반영하겠다는 것, 이민자의 다양한 교육 수요를 반영하여 사회통합교육 프로그램을 개선하겠다는 것, 국민 돌봄 부담 완화를 위한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 및 제도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전 세계적으로 산업 전반에서 인재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각국의 글로벌 인재 확보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저출생과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청년 인력이 감소하고 있고, AI·로봇·자동차 등 첨단 산업의 발전 속도를 기존 교육체계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해당 분야의 인재 배출 속도가 늦어지는 점도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주요 국가들은 자국 내 인재 양성과 더불어 해외 우수 인재 유치 정책에 주력하고 있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숙련 인력을 대상으로 한 점수제 출입국 제도를 도입하고, 2022년부터 세계 명문대학 졸업자를 위한 고급 인재 비자를 시행하고 있다. 특정 분야의 우수한 인재이자 리더에게 주어지는 글로벌 인재 비자 제도도 도입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전문인재이민법을 통해 EU 국가가 아닌 지역 출신의 숙련 인력 유입을 도모하고 있으며, 체류법 제정 및 취업령 개정 등을 통해 고급 인재의 유입 및 노동시장 개방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해외 우수 인재 유치를 국가 전략으로 오랫동안 추진해왔다. 1980년대부터 교육부, 국가해양국, 중국과학원 등을 비롯한 정부 기관을 중심으로 해외 인재 유치를 위한 대형 프로그램들이 가동되고 있다. 재외 중국인 과학자와 해외 고급 인력을 본국으로 유치하여 과학기술 현대화의 기반을 마련한 ‘백인계획’을 시작으로 ‘천인계획’, ‘치밍계획’ 등 대형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적 수준의 연구자에게 정착금, 세제 혜택, 주택 보조금 등을 제공하고 있다.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국제 환경 속에서 중국은 과학기술 강국 건설과 혁신형 국가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해외 인재 확보를 이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인재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한국도 최근 유학생 유치 정책이나 해외 우수 인재 유치 정책을 마련하여 운영하고 있으나 여전히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인재경쟁력 지수’에서 종합 순위는 24위였으나, 해외 인재 유치 부문은 59위에 머물렀다. 낮은 임금 수준과 열악한 정주 여건, 복잡한 비자 절차, 제도적 제약이 주요 장애 요인으로 지적된다. 해외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 인재의 유입과 정착을 촉진하려면 비자, 체류, 이민 제도의 전반적인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 패스트트랙 제도, 사이언스 카드 도입, GKS 및 BK21 사업 내 이공계 비중 확대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석·박사 과정부터 박사후 연구, 산학연구, 취업 등으로 이어지는 연속적 인재 육성·활용 체계가 아직 충분히 구축되지 못한 실정이다. 우수 인재의 해외 유출을 막고 해외 우수 인재를 유입하여 국내에 정착하게 하기 위한 정책과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