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의 존경을 받았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하셨다. 그는 인간이 공수래공수거임을 몸소 우리에게 보여주셨다. 신던 낡은 구두에 철제 십자가, 소박한 흰옷을 입고 장식이 없는 관에 누워 계셨다. 가슴이 찡한 이 영적 지도자의 장례 기간 동안 한국에서는 정치적 암투가 또 벌어졌다. 한덕수와 김문수 단일화 방식을 놓고 국힘의 한 의원이 새 교황 선출방식인 ‘콘클라베’를 거론했다. 이에 한 정치 평론가는 콘클라베가 무엇인줄 아느냐? ‘걸어 잠그다’라는 뜻이라며 말미를 흐렸다. 이 불편한 장면들을 목격한 필자는 콘클라베의 진정한 의미를 독자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콘클라베는 어원적으로 라틴어 ‘cum clave’에서 유래한 ‘밀폐된 방’을 의미한다. 가톨릭교회에서 새 교황을 선출하기 위해 모인 추기경들은 투표 기간 격리된 방에서 지내야 한다. 전통적으로 추기경들은 투표 과정 동안 외부 세계와 단절된다. 이러한 고립은 교황청회의 중요한 요소이며, 이를 통해 교황청회의 신성하고 심의적인 성격이 강조된다. 스페인 왕립 아카데미에 따르면, ‘콘클라베’는 교황을 선출하기 위해 열리는 추기경 회의로 정의된다. 이는 고립의 물리적 측면뿐만 아니라 그 과정의 영적, 의례적 의미도 포함된다. 이 의식의 역사는 유구하다. 12세기 중반에 시작되었지만 1274년 교황 그레고리 10세에 이르러서 헌법 ‘우비 페리쿨룸’에서 정식 규칙에 포함되었다. 이 방식은 교황 선출에 대한 국가의 간섭에 맞서 교회의 자유를 보존할 수 있게 하였다. 비록 심의가 지나치게 길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더라도 말이다. 한 예로 1241년 추기경들은 선거가 길어짐으로써 한여름 70일 동안 셉티조니움에 갇혔고, 이로 인해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인 로베르토 디 소메르코테스 추기경이 죽었다. 그럼에도 이를 고집한 이유는 어떤 외부 압력도 투표에 영향을 미치게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콘클라베는 교황이 사망하거나 사임한 후에 공식적으로 시작된다. 추기경단은 회의를 열어 추기경 회의의 날짜와 규칙을 정한다. 선거는 공식적으로 개회 미사로 시작되며, 그 과정에서 신의 인도를 구하는 기도를 드린다. 이 의식은 조직적인 차원을 초월하여 신성함을 탐구하는 행사의 영적인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번 콘클라베 동안 바티칸 궁전의 모든 창문은 어둡게 커튼이 드리워졌고 최근 몇 년 동안 설치된 모든 기술 장치와 센서가 비활성화 되었다. 회의에 참석한 사람을 수용하기 위해 준비된 200개의 객실 중 일부 창문은 대면 접촉을 없애기 위해 일시적으로 닫혔다. 이렇게 폐쇄된 추기경들은 신문을 읽거나, 라디오를 듣거나, 심지어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조차 금지되었다. 콘클라베의 의미는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해 왔다. 하지만 그 본질에는 변화가 없다. 가톨릭교회 내에서의 단결과 집단적 결의의 상징이 바로 그것이다. 이처럼 콘클라베는 우리 선거판에서 벌어지는 분열과 야합이 아닌 결속과 신성함을 의미한다. 우리말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속담이 있다. 콘클라베를 두고 이렇게 아전인수격 해석을 해댄 국힘의 대선판에 깊은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탄핵으로 이루어진 대선정국이건만 그들은 일말의 각성도 없다. 구태의 옷을 언제나 벗으려는지? 심장이 천근만근이다.
우리 부모님 세대에는 자녀가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기념과 축하의 의미로 손목시계를 선물해주었다. 시계는 시간을 본다는 본질적인 의미 외에도 사회적 레벨을 암시하는 척도로 사용되기도 하였고 그것은 현재에도 그런 것 같다. 스마트폰이 일상화된 요즘은 시계의 본질적인 용도는 거의 폐기된 것 같다. 스마트폰과 연결하여 사용하는 스마트워치는 시간 뿐 아니라 우리의 삶을 기록하고 조정하는 역할까지도 한다. 디지털 시계는 현재라는 한 점을 정확하게 표시해주고 숫자를 그냥 읽으면 되기 때문에 시계 읽는 법을 배우는 어린이들이 선호할 수밖에 없다. 아날로그 시계는 60초가 1분, 60분이 1시간, 12시간이 반나절, 시침의 두 바퀴가 하루라는 복잡한 진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처음 시계 읽기를 배울 때에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3개의 바늘을 가지고 있는 아날로그 시계 속에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의 유기적인 관계가 잘 나타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먼저 시계의 3가지 바늘 중에서 가장 쉬임없이 움직이며 일하는 것은 바로 초침이다. 그들은 한시도 쉴 수가 없다. 비록 연약하지만 초침의 부지런한 족적들이 모여서 분침을 조금씩 움직이게 한다. 몇 초는 정말 짧은 시간이지만 1분의 시간을 위하여 초침은 60보의 걸음을 쉬임없이 걷는 것이다. 마치 사회의 가장 아랫자리에서 성실하게 일하는 우리 서민들처럼 말이다. 1분, 2분, 3분….. 분침은 눈에 띄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가장 긴 바늘로 시간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지금 몇 시냐고 물어보면, 몇 시 몇 분이냐고 물어보지 않아도 우리는 몇 시 몇 분이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그 분침의 숫자는 가장 구체적인 현재를 나타내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왜 시침보다 분침이 긴 걸까? 그 이유가 바로 시간을 알고자 할 때 시침은 12곳 중 어느 곳을 가리키므로 쉽게 인지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시간을 알기 위해서는 시계의 60개의 눈금에 가장 가깝게 다가가야 하는 분침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도 어떤 사안에 대해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성공적인 결과를 이루어 내는 중간층이 바로 이 분침과 같다. 시침은 굵고 짧게 천천히 움직이지만 큰 단위인 시간을 가리킨다. 1과 2 사이에 시침이 있으면 우리는 1시 대라는 것을 안다. 이는 모든 조직, 나라와 인류의 운명을 책임지는 최고결정권자의 역할과 같다. 시간의 단위를 넘긴다는 것은 역사의 한 페이지를 넘기는 것과 같다. 시침은 사실 시계 속에서 가장 큰 권위를 갖는다. 그런데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시간은 저 스스로 혼자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초가 모여 분이 되고,, 분이 모여 시가 되는 것은 모든 사회의 조직 속에서 수장 혼자서가 아니라 가장 아래에서부터 쉬임없이 자신의 본분을 다한 이들의 노력이 모인 결실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망가진 시계는 초침이 움직이지 않거나 초침과 분침이 아무리 움직여도 시침이 까딱거리기만 하고 제 시간을 나타내지 못한다. 우리 사회는 어떤 시계일까? 잘 작동하고 있는 시계일까? 초침에 의해, 분침에 의해 정확하게 그 뜻을 받아들여 움직이며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일까? 시계를 바라보자니 마음이 숙연해진다. 특히 아날로그 시계에서 3개의 침이 공간감을 가지고 움직이면서 현재의 시간만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의 맥락을 보여준다고 생각하니 전자시계보다 아날로그 시계에 더 애착이 가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호숫가 정자에 앉아 있는데 호수를 건너온 아침햇살이 다가와 나를 꼭 껴안는다. ‘이게 자연의 품이겠지! 아니 생전의 어머니 품인가, 떠나간 아내의 체온인가?’ 5월의 아침햇살과 오후의 햇볕의 질감을 생각하게 된다. 참으로 오랫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자연의 품에서 아침햇살의 부드러운 감각을 온몸으로 느끼며 정자에서 일어나 걸었다. 호수를 뒤로 하고 한동안 걸으면 복숭아 과수원으로 이름난 ‘대지’ 마을이다. 그곳 풋마늘의 생명력에도 눈 주고, 마을회관 옆집 꽃밭에서 꽃들에게 눈을 주고 있었다. 그때 꽃집에서 나온 아주머니는 떡국이 든 큼직한 통을 들고 가더니 골목 입구 첫 집 낮은 담의 창문을 밀치고 할머니에게 음식 통을 건네고 미소를 지으며 돌아서 간다. 그래 저 모습이야! 사람 사는 맛이란 담장 위로 음식을 주고받는 정으로 소중한 이웃이 되고 고을 인심이 넉넉해지는 것이지- 생각은 고향에서 살던 우리 집과 이웃 사람들의 얼굴과 인정으로 가슴이 훈훈해졌다. 아파트로 돌아오는 길에서의 생각이었다. ‘인생은 부싯돌의 불빛처럼 짧다.’고 했다. 그렇듯 짧은 인생이 왜인지 지루하게 느껴진다. 나는 지금 오후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그것도 외로움과 다르고 쓸쓸함과도 다른 ‘홀로움’ 속에서_ ‘그래 나는 남다른 매력도 능력도 없다. 밥 먹고 살려면 최소한 남들이 하는 것만큼은 하면서 살아야 하는데.’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들려오는 소리 없는 언어가 가슴속에서 외쳤다. ‘몸 바쳐할 일이 있었고, 할 만큼 했어!’ 순간 움츠러든 가슴이 펴지고 손가락이 말아지면서 주먹이 쥐어졌다. 노년기의 삶은 인품 완성의 길이다. 괴테는 일생 동안 행복했던 시간이 17시간이라고 했다. 외로운 울분을 혼자 다스리고 그런 환경에서 생존을 지키고자 최선책으로 택할 수밖에 없는 길, 그것이 문학이요. 한마디로 운명이었다. 사람은 지나간 과거를 고칠 수 없다. 오직 앞으로 걸을 뿐이지. 황석영은 80 넘은 나이에도 매일 대여섯 시간씩 글을 쓴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글을 어떻게 쓰느냐?’라는 질문을 하면, 그럴 때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쓴다.’고 했다고 한다. 밭농사나 다른 일들과 똑같다. 는 것이다. 그저 꾸준히 열심히 쓴다는 거다, 그는 밤 10시쯤 책상 앞에 앉아 새벽까지 쓴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는 ‘노장 투혼’ ‘만년 문학’이라는 말도 어울리지 않게 하고 싶은 게 많은 ‘청년’이라고 누군가는 평했다. 유성룡이 기록한 퇴계의 연보에 따르면 퇴계는 관직에 있는 동안 정치의 잘잘못을 거리낌 없이 말했다. 하지만 관직에서 물러난 뒤로는 달랐다. 그의 제자들도 퇴계를 닮아 모든 관직을 사양하고 정치 얘기는 입에 담지 않았다고 한다. 율곡 이이도 격몽요결(擊蒙要訣)에서 말했다. ‘친구와 함께 있을 때는 세속의 더러운 얘기, 정치의 시비, 등 타인의 잘못을 입에 담지 마라’고 했다. 후계자를 자칭한 송시열도 마찬가지였다. 농부가 모이면 농사 얘기를 해야 한다. 함부로 정치의 잘잘못을 따지고 남의 장단점을 말한다면 큰 잘못이다. 고 정치 얘기를 입에 담지 않는 것이 정치의 매너라고 강조한 것이다. 정치의 과잉시대, 양당시대의 양극화 사회를 보면서 이 시대의 처세술과 에티켓을 생각하게 된다. 자신의 길이 아닌 것에는 조금은 무심하고 외면해도 되는 것을 괜히 흥분하여 혈압에 영향 끼칠 것 없다는 것도 나이 값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 말하기 좋다고 남의 말 하고 난 뒤의 입맛은 개운치 못하다. 생명에 대한 깨달음과 예의가 떠오른다. 기린은 하루에 3시간밖에 못 잔다고 한다. 개미는 아예 잠을 안 잔다고 한다. 하마는 오줌을 누워 지린내로 구애를 하는데 내년에는 제발 잘 생긴 미모로 짝짖길 희망하고, 타조는 년 중 6개월 이상은 혼자 생활한다고 한다. 자고 싶으면 자고 먹고 싶으면 먹을 수 있는 생명의 자유! 방안퉁수 같이 있다가도 바람 냄새가 그리우면 공원길을 제 발로 걸을 수 있다는 것도 행복해야 할 일이다. 이른 아침 햇살의 미소를 생각하며 걷는다. 오후의 인생! 마음 같아서는 미소를 머금으며 ‘오늘도 걷는다마는…’ 콧노래라도 부르고 싶다. 갈수록 살아갈 날들을 위한 기도도 절실할 것 같다. 마음 같아서는 아참햇살의 품 같은 죽음의 품에 안기고 싶다. ‘지금 불행한가? 아니 외로운가. 그러면 책을 들어라.’라는 생각과 함께 인생의 행복한 오후의 길을 걷고 싶다.
지난해 일본에서 ‘홀로 집에서 사망한 사람’은 무려 7만 6020명이었다. 이 가운데 사후 8일 이상 지난 뒤 발견된 ‘고독사’(일본에서는 ‘고립사’로 표기)의 경우는 무려 2만 1856명이나 됐다고 한다. 사회와 단절된 채 살다가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고독사는 일본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다. 일본보다 훨씬 적다고는 하나 고독사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21년 4월 1일부터 고독사로 인한 개인적, 사회적 피해를 방지하고 국민의 복지 증진에 기여하기 위해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시행하면서 고독사 사망자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실시한 ‘2024년 고독사 사망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고독사 사망자는 총 3378명이었다.(전체 사망자의 1.06%) 2022년엔 3559명, 2023년엔 3661명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수도권에서의 고독사 사망자가 가장 많았다. 2023년 3661명의 고독사 사망자 중 수도권이 1689명(경기도 922명, 서울시 559명, 인천시 208명)이나 됐다. 경기도의 경우 고독사 사망자는 전년에 비해 23%나 급증한 것이었다. 이는 노인과 1인 가구가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초고령화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더해 1인 가구 역시 늘어나고 있는 지금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회가 고독사에 더욱 큰 관심을 갖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인간관계가 단절된 상태로 고독사하는 안타까운 비극을 방지하기 위한 지방정부들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24시간 상담 서비스인 ‘외로움안녕120’ 전화, 먹거리와 상담을 제공하는 ‘서울마음편의점’ 등을 시행하고 있다. 강남구는 대상자가 스마트폰 걷기 앱을 통해 자동으로 안부 전화를 거는 '은둔 고독사 위험가구 세상밖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수원시는 2023년 8월 ‘고독사 예방 추진단’을 구성했다. 고독사 예방·관리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돌봄정책과·복지정책과 등 11개 과, 4개 구 보건소 등으로 구성됐다. 또 지난해 2월 ‘수원시민의 외로움, 사회적 고립에 관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고독사위험군 중장년 4300여 명 대상 현장 발굴 조사를 실시했다. 이를 근거로 사물인터넷(IoT) 기반 안부 확인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동시에 수원새빛돌봄 식사지원서비스, 고독사 유품정리 지원 사업을 펼친다. 수원시사회적기업협의회와 함께 고독사 위험군을 대상으로 다이닝(식사) 프로그램, 힐링 프로그램(미술관 관람, 산책) 등도 진행하고 있다. 올해엔 저소득층 40~64세 1인 가구를 대상으로 ‘고독사 위험군 발굴 기획 조사’를 해 위험군을 발굴하기도 했다.(관련기사:경기신문 7일자 인터넷판, ‘수원시, 고독사 위험군 발굴 기획조사해 332명 발굴’) 지난 3월 11일부터 4월 4일까지 중장년 저소득층을 대상(전체 조사 대상 6316명 중 4892명 참여)으로 사회적 관계망·외로움·우울감 등을 조사했다. 고독사 위험도 판단 도구를 활용해 고독사 위험군, 비위험군을 분류한 결과 332명(6.8%)이 위험군으로 판단됐다. 시는 이번 조사를 통해 발굴한 고독사 위험군의 복지 수요를 파악해 새빛안부똑똑, AI스피커, 식사지원, 동행돌봄, 주거안전, 심리상담 등 수원새빛돌봄(누구나) 7대 서비스를 연계했다. 이와 함께 우울증, 알코올 의존증 등 상담·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은 정신건강복지센터, 수원시자살예방센터 등 정신건강 관련 기관에 순차적으로 연계할 방침이다. “안부확인서비스 연계, 사례관리대상자 선정 등으로 발굴한 고독사 위험군을 모니터링할 것”이라는 수원시 관계자의 말처럼 이들이 자기 효능감을 느끼고,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도와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고독사의 가장 큰 원인인 노인 빈곤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고독사는 개인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국가와 지방정부, 우리 사회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우리의 일상 속에는 가족의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등 챙겨야 할 크고 작은 날들이 많다. 특히 5월엔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에 이어 성년의날까지 많은 기념일이 있다. 그렇다면 선거에 참여하는 것을 기념하는 날도 있지 않을까.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투표에 참여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음을 기념하는 날, 5월 10일은 이를 기념하는 ‘유권자의날’이다. 유권자의날은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와 ‘투표 참여’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지난 2012년 법정기념일로 제정되었다. 1948년 5월 10일 우리나라 최초로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 원칙 하에 민주적인 국회의원 총선거가 치러졌기에 이를 기념하고 축하하는 한편, 주권자로서 국민 모두의 적극적인 투표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유권자의날을 제정하였고, 올해로 열네 돌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유권자의날의 주인공은 그 명칭에서 알 수 있듯 바로 유권자다. 유권자에게 투표는 권리인 동시에 의무이자 책임이기도 하다. 선거가 국가의 통합과 발전에 기여하는 제도로서 그 의의를 제대로 실현하려면 후보자는 법을 준수하며 정책 중심의 공정한 경쟁을 펼쳐야 하고, 유권자는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투표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지난 4월 2일 실시된 경기도의회의원 보궐선거의 투표율은 26.4%를 기록했다. 직전에 치러진 공직선거인 2024년 4월 10일 제22대 국회의원선거의 투표율 66.7%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셈이다. 이러한 낮은 투표율의 배경에는 임기만료 선거와는 달리 일부 지역에서만 선거가 실시되고 선거일이 공휴일이 아닌 점 등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진정한 지역의 일꾼을 선택하기 위해 유권자들이 투표소를 찾아 좀 더 적극적으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유권자가 행사하는 한 표의 가치가 선거에 따라 다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라고 한다. 꽃은 이를 가꾸는 주인이 물과 거름을 주면서 관심과 애정을 쏟아야 비로소 아름다운 봉오리를 맺을 수 있다. 열네 번째 유권자의 날을 눈앞에 둔 지금, 오는 6월 3일 실시하는 제21대 대통령선거에 모든 유권자가 선거의 주인공으로 적극 참여하여 온 나라에 민주주의의 꽃이 만개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정치권은 중도 표심 확보에 사활을 건다. 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중도층뿐만 아니라 아직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에게 어필하는 일은 선거 승리를 위한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5월 1일 발표된 ‘전국 지표조사(NBS)’ 결과(4월 28일부터 30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의 ‘차기 대통령 적합도’ 설문에서 ‘의견 유보’ 응답은 18%였다. 직전 조사(23%)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통계적 오차 범위 내 변화에 불과하다. 대선을 불과 한 달 앞두고 응답자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이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2017년 19대 대선과 2022년 20대 대선을 한달 여 앞둔 시점의 한국갤럽 조사에서 의견 유보층은 10%에 머물렀다. 정치권은, 현재 왜 이렇게 많은 이들이 후보 선택을 망설이는지를 파악하고,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약속하고 실천할 때 비로소 표심을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유보층과 중도층이 요구하는 핵심 의제는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전국 각지를 돌며 이른바 ‘경청 투어’를 진행 중이다.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일은 대선 후보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다. 동시에 “우리가 여러분의 요구를 반드시 반영하겠다”는 신뢰를 주는 것 역시 필수적이다. 여주를 찾은 이 후보가 “발전소를 만들었더니 돈도 안 들고 한 달에 1000만 원씩 나온다. 대체 (윤석열 정부가) 이걸 왜 탄압해 못 하게 만드는지 이해가 되나”라고 한 뒤 “앞으로는 태양과 바람 같은 자연력으로 주민이 혜택을 보는 상식적인 세상, 정상적인 나라를 만들자”라고 강조한 것도, 악화된 경제 상황 속에서 주민들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메시지를 던지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경제 활성화는 중도·무당층이 바라는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들 중도·무당층과 아직 선택을 보류한 유권자들이 바라는 것은 무엇보다 ‘안정적인 국정 운영’이다. 우리는 지난 8년 사이 두 번의 대통령 탄핵을 겪었고, 최근에는 계엄령 선포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목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다수 국민은 이제 ‘정상적’이고 ‘안정적’인 국가 운영을 원한다. 따라서 각 후보는 정권을 잡으면 나라를 안정적으로 이끌겠다는 확신을 제공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민주당의 행보는 이러한 국민적 바람과 엇갈려 보인다. 민주당은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를 탄핵하려 했으나 본인의 사임으로 탄핵 표결이 무산된 바 있고, 심우정 검찰총장 탄핵안은 이미 발의된 상태다. 여기에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도 조만간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정당성 여부를 떠나, 수십 차례에 이르는 탄핵 시도가 국가를 불안정하게 만들었다는 인식이 국민 사이에 자리 잡은 상황에서, 대선을 앞두고 이어지는 탄핵과 청문회는 불안을 더욱 증폭시킬 수밖에 없다. 이재명 후보에 대한 법원의 재판 연기로, 대선 전까지 재판으로 인한 불이익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기에 이제 민주당은 국민적 불안감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행동해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단체 대화방이나 인터넷 커뮤니티의 게시판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 관한 의견을 소통하는 것은 이제 흔한 일상의 모습이 됐다. 이러한 소통의 수단을 통해서 일상의 유용한 정보부터 같은 아파트나 마을 나아가 사회의 각종 현안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표명하고 나아갈 방향을 찾아가는 것은 순기능이라고 할 것이다. 다만, 이러한 소통의 과정에서 우리가 서로의 입장에 대한 충분한 배려가 없이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나 허위의 사실의 표명이 이루어지고 이로 인해 같은 공동체의 구성원이나 이웃 간에 명예훼손으로 서로 고소하는 모습 역시 종종 볼 수 있다. 특히 사소한 다툼의 과정에서 객관적 사실을 표현하는 경우에는 명예훼손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그러나 형법 제307조 제1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형법 제307조 제2항은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 한다) 제70조 역시 허위의 사실 뿐만 아니라 사실을 적시하는 경우에도 처벌하도록 하고 있어 설사 표현의 내용이 객관적 사실에 해당한다고 하여도 타인의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다. 다만, 명예훼손죄는 사실의 적시라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으므로 사실이 아닌 의견의 표명에 불과한 경우에는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명예훼손죄에서의 사실의 적시란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에 대치되는 개념으로서 시간과 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 내지 진술을 의미하며, 그 표현내용이 증거에 의한 입증이 가능한 것을 말하고, 판단할 진술이 사실인가 또는 의견인가를 구별할 때에는 언어의 통상적 의미와 용법, 입증가능성, 문제된 말이 사용된 문맥, 그 표현이 행하여진 사회적 상황 등 전체적 정황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5. 11. 선고 2016도19255 판결)고 판단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법원은 아파트의 입주민이 "동대표를 사퇴시켜야 된다, 깡패새끼가 무슨 동대표냐"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하여도 이는 다툼의 과정에서 경멸의 감정 등을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한 바 있고, 목사가 예배중 특정인을 “이단 중에 이단이다”라고 설교한 부분 역시 교리에 따라 그 평가가 달리 될 수 있다고 보아 사실을 적시가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다. 반면 입주자대표회의의 회장에게 ‘해당업체로부터 돈을 받고 유리하게 일을 봐주는 것이 아니냐’라고 한 발언에 대해서 입증이 가능한 사실의 나열로 구성되어 있어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고, ‘내일이면 구속영장이 발부된다’라고 한 것은 현재의 사실을 기초로 한 장래의 사실에 대한 것이므로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사례도 있다. 명예훼손적 표현은 ‘공연성’을 갖춘 경우에만 명예훼손에 해당하고 대법원은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에 관하여 개별적으로 소수의 사람에게 사실을 적시하였더라도 그 상대방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적시된 사실을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 때에는 공연성이 인정된다고 일관되게 판단하고 있다.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 대하여 사실을 유포하였다고 하여도 이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의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발언 상대방이 발언자나 피해자의 배우자, 친척, 친구 등 사적으로 친밀한 관계에 있는 경우, 직무상 비밀유지의무 또는 이를 처리해야 할 공무원이나 이와 유사한 지위에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관계나 신분으로 인하여 비밀의 보장이 상당히 높은 정도로 기대되는 경우로서 공연성이 부정된다. 인터넷,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술 등의 발달과 보편화로 SNS, 이메일, 포털사이트 등 정보통신망을 통해 대부분의 의사표현이나 의사전달이 이루어지고 있고, 그에 따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명예훼손도 급격히 증가해 가고 있다. 더욱이 빠른 전파성으로 인하여 피해자의 명예훼손의 침해 정도와 범위가 광범위하게 돼 표현에 대한 반론과 토론을 통한 자정작용이 사실상 무의미하게 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여전히 명예훼손적 표현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은 크다고 할 수 있어, 타인에 대한 어떠한 표현을 함에 있어서는 한번더 숙고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단일화를 둘러싼 ‘국민의힘’의 내홍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한덕수 전 총리의 ‘무임승차설’부터 윤석열 전 대통령 개입설까지 논란을 넘어 수습불가의 혼란에 빠지는 양상이다. 국민의힘은 경선 흥행을 위해 여러 단계의 후보 압축 방식으로 경선을 치렀다. 11명이 후보로 등록했고 ‘서류 심사-1차 컷오프-2차 경선-최종 3차 결선’을 통해 김문수 후보가 확정됐다. 그러나 당 지도부가 김문수 후보를 강하게 압박하기 시작하면서 치밀해 보였던 경선흥행 카드는 특정인을 위한 ‘쑈’에 불과했다는 당 안팎의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 먼저 경선주자들부터 당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4강에서 탈락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윤석열이 나라를 망치고 이제 당도 망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4강에 든 후보들은 경선비용으로 최소한 2억씩 냈다”며 “변상한 뒤 후보를 교체하든 해야 한다”고 밝혔다. 역시 경선 4강에 들었던 나경원 의원도 “우리가 뽑은 대선후보를 우리가 인정하지 않는, 축출하는 모습이 돼서는 안 된다”며 “공당다운 모습이 아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나 의원은 발언 도중 눈물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안철수 의원은 “차라리 처음부터 가위바위보로 우리 당 후보를 정하는 편이 더 나았을 것”이라며 “이미 한덕수 후보가 ‘점지’된 후보였다면 우리 당 경선에 나섰던 후보들은 무엇이었나? 들러리였던 것인가”라고 친윤 당지도부를 저격했다. 최종 결선까지 올랐던 한동훈 전 대표는 5일 밤 자신의 유튜브 채널 생방송에서 “지금 대선 후보와 관련해서 여러 가지 얘기가 나온다”며 “저는 오히려 이렇게 될 줄 몰랐던 것처럼 얘기하는 게 더 놀랍다”고 당 상황을 꼬집었다. 유력 주자였던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런 경선에 참여하는 것이 의미없다고 판단해 경선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전 총리는 7일 오후 6시 서울 모처에서 회동했다. 그러나 서로간의 ‘동상이몽(同床異夢)’만 확인하면서 논란만 키운 채 아무런 성과없이 끝났다. 한시가 급한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참사 수준이다. 당 지도부의 성급한 개입으로 회동 직전부터 참사는 예고됐다는게 국민의힘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회동에 앞서 ‘대선후보 교체’ 가능성을 둘러싼 실랑이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김 후보의 비서실장인 김재원 전 최고위원이 ‘당 지도부가 두 후보의 단일화 회동이 결렬될 것을 전제로 단일화 절차에 착수했다’고 주장하면서다. 회동 직후 김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의미 있는 그런 진척이 없었다”며 “(한 후보) 본인은 무소속으로 출마할 생각 없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어떻게 이렇게 전혀 후보 등록할 생각도 없는 분을 누가 끌어냈느냐”며 당 지도부를 직격했다. 여러 논란과 혼란이 증폭되는 상황에서도 당 지도부는 끝까지 밀어붙일 태세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7일 심야 브리핑을 통해 “8일 오후 6시에 TV토론이 열리며, 토론회 직후 여론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론조사는 대선 경선 때처럼 당원 선거인단 투표와 역선택 방지조항을 적용한 국민 여론조사를 절반씩 합산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 지도부의 무리한 강제 단일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강성 친윤으로 알려진 윤상현 의원 조차 “절차적 정당성, 민주주의에 위배된다고 판단한다"며 "만약 이런 식으로 강제하게 되면 이 당은 더욱더 법적 공방으로, 더욱더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김기현, 주호영, 나경원 의원 등도 당 지도부의 밀어붙이기식 단일화 로드맵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고 전해졌다. 김 후보 캠프 소속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당 지도부가 소집한 전국위원회(8~9일), 전당대회(10~11일) 개최를 중단해 달라는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했다. 대선을 불과 20여일 앞둔 시점에 자당의 후보 결정을 결국 법원에 맡기면서 국민의힘은 예측불가한 정당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대선 이후까지 염두에 둔 당권싸움이라지만 국민은 왜, 언제까지 이런 막장정치를 보고 있어야만 하는지 답답할 따름이다.
21대 대통령 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현재까지 지지율 1위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만이 유일하게 청년‧직장인‧자영업자 등 각계각층을 겨냥한 제도 개선과 정책 마련을 약속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중장년을 위한 정책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이재명 후보는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청년 공약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자산형성 지원과 함께 일할 권리를 강화하는 구직 지원 정책도 포함했다. 특히 자발적 이직을 하는 청년에게도 구직급여를 지급하고, ‘채용연계형 직업 교육 프로그램’을 확산하는 내용도 담았다. 그러나 이는 청년뿐만 아니라 재취업을 원하거나 경력이 단절된 중장년층에게도 필요한 정책이라는 점에서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 물론 이재명 후보는 노동절이던 지난 1일 △정년연장(60세→65세) 사회적 합의 △특수고용직‧프리랜서‧플랫폼 노동자‧자영업자 등 다양한 고용 형태의 노동자 보호를 위한 법제도 개선 △비전형 노동자 일터 문화 개선 △노동 존중 문화 확산 △노동권 적극 보장 △청년 노동권 보호 △아프면 쉴 권리 보장 등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다양한 정책을 약속했다. 이 후보는 정년연장을 약속하면서 “저출산‧고령사회에 대응하려면 계속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준비되지 않은 퇴직으로 은퇴자가 빈곤에 내몰리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고 언급해 퇴직에 내몰리는 중장년을 염두에 둔 듯한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지금도 모든 기업이 60세로 정해진 정년을 보장한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명예퇴직과 희망퇴직을 통해 40대 후반, 50대 초반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일터를 떠나는 경우도 허다하다. 직장을 떠난 이들은 새로운 일터를 찾아야 하는데 이 역시 녹록지 않다. 대한민국은 노동자의 ‘나이’가 일터에서 적지않게 걸림돌로 작용하는 보수적인 사회이기 때문이다. 재취업을 원하는 중장년층이 갈 수 있는 일터는 많지 않으며, 입사하더라도 ‘나이’로 인한 불이익을 감수하거나, 경쟁에서 밀려 채용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재취업을 원하거나 새로운 직무에 도전하려는 중장년들이 “나이가 많은데 괜찮을까요?” 라는 질문을 공공연하게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년을 연장하는 것만으로는 노동 현장에서의 문제점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이같은 현실을 감안하여 각 당 대통령 후보들은 보다 촘촘하고 배려심 있는 중장년층 지원 정책을 만들어주길 바란다. 이는 청년과 중장년을 ‘갈라치기’ 하려는 것이 아니다. ‘나이’가 크게 영향을 미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언젠가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아무리 능력이 출중해도 ‘나이’가 많아 새로운 도전에 주저하는 중장년에게도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새 정부가 알아주길 바라서다. 수많은 중장년 노동자들은 다양한 이유로 기존에 하던 일을 정리하고 새로운 일터나 직무에 도전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대선까지 4주가 채 남지 않았다. 각 당 대통령 후보들은 지금이라도 이에 대한 정책과 공약을 만들어서 더 나은 대한민국, 더 나은 우리 사회를 건설해주길 진심으로 소망한다.
5월 1일 대법원이 이재명 상고심 사건을 ‘유죄’로 인정해 파기환송했다. 이 사건은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대통령후보의 발언을 검찰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한 것이다. 고등법원에서 무죄로 판시한 것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유죄로 인정했다. 대법원의 판결은 절차와 내용면에서 공정성을 상실해 위기를 자초했다. 절차면에서, 대법원은 내규를 위반해 재판을 진행했다. 그동안 1심 선고(2024.11.15.) 까지는 2년 2개월이, 2심 선고(2025.3.26.)에는 4개월이 걸렸다. 그러나 상고심 선고는 항소심 선고 후 36일만에 판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심리절차에 관한 내규' 제7조를 보면, 재판연구관이 전원합의 사건에 관해 조사·연구한 결과를 미리 보고하도록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소부 배당 당일 바로 전원합의체 심리를 함으로써 재판연구관이 조사·연구한 결과를 미리 볼 수 없었다. 전원합의체는 배당 9일 만에 2차례 심의했을 뿐이다. 이것은 국민기본권의 침해이다. 내규도 따르지 않은 채, 자료를 제대로 읽지도 않고 판결한 대법원에 시민들은 ‘자료열람기록의 공개’를 청원(100만 명) 하기에 이르렀다. 내용면에서 이번 판결은 소의 이익이 없는 것이다. 판결문은 보충의견에서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말로 서두른 재판을 변호했다. 그러나 공직선거법의 ‘6·3·3’이라는 신속재판 원칙은, 인용한 미국의 연방대법원 판결처럼, 당선무효형을 받게 될 선출직 공직자가 재판 지연으로 임기를 장기간 채우게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이재명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낙선했다. 낙선자의 재판을 신속하게 한다는 것은 입법 취지와 상반되는 것이다. 또 미국의 판결은 원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으나 이재명 사건은 원심 ‘무죄’를 ‘유죄’로 뒤바꾸는 경우이므로 서두를 만한 재판의 실익이 없는 것이었다. 절차와 내용면에서 피고에게 불리한 재판을 서두른 대법원판결은 전형적인 정치개입이라고 할 것이다. 대법원은 사법부의 최고기관으로서 입법부, 행정부와 함께 국가기관의 한 축을 이룬다. 국회의원과 대통령은 국민의 선거를 통해 선출되지만 법관(헌법재판소 포함)은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선출되지 않은 법원의 존립이유는 재판의 공정성이다. 대법원 앞에 서 있는 정의의 여신상(Dike)이 이를 상징한다.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하기 위해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아야 한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불법 ‘12.3 비상계엄’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금년 1월 18일 폭도들의 서부지방법원 난입을 초래했다. 고등법원은 5월 15일에 첫 심리기일을 잡고 피고(이재명)에게 출석을 통지했다. 5월 10일-11일에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등록 이후 12일부터 대통령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그런데 15일 선거운동기간중 고등법원이 재판을 강행하는 것은 국민의 선거권과 이재명 후보의 참정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다행히 법원이 재판일정을 선거이후로 연기(6.18)하기로 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대법원의 일탈은 스스로 사법부의 존립위기를 초래했다. 대법원은 파기환송의 자승자박(自繩自縛)을 풀고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한 개혁의 길로 나아갈 것을 적극 권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