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미분양 주택 해소를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한 신축 매입 등의 방안을 내놨다. 미분양 증가로 역시 혹독한 몸살을 앓고 있는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사정도 이만저만 심각한 게 아니다. 정부의 지방에 대한 미분양 해소를 위한 지원책에 대해 수도권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가 몰려 있는 수도권의 미분양을 방치하면 자칫 전국 부동산 시장 모두가 흔들릴 우려가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정부는 19일 ‘지역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발표하며 LH가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직접 매입,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 구입 시 디딤돌 대출 우대금리 신설, 지방은행의 가계대출 경영계획 수립 시 경상성장률(3.8%) 초과 허용 등의 대책을 제시했다. 동시에 7월 시행 예정인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확대 시행도 지방 건설경기 상황을 고려해 오는 4~5월 구체적인 적용 범위와 비율을 정하기로 했다. 또 빌라 등 비아파트에 한해 허용 중인 매입형 등록임대 사업을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까지 대상을 넓히기로 했다. 정부가 설정한 LH의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직접 매입 물량은 3000호 수준이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분양 주택 2000여 호를 매입했던 LH가 이번에도 해결사로 나서게 됐다. 현재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구입하면 취득세·재산세뿐만 아니라 양도세·종합부동산세까지 감면받을 수 있도록 세제 지원이 대폭 강화됐다. 반면, 수도권에 대한 세제·금융 지원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업계에서는 수도권의 실정을 도외시한 정부의 대책으로는 여전히 지방의 경기침체에 따른 부동산 시장 약세라는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자칫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이 될 수 있고, 매입 할인율을 둘러싼 논란마저 확산할 우려가 높아 지역 건설경기 보완책으로써 효과를 보기 힘들 것이란 혹평마저 제기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수도권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4251채로 전월 대비 10% 증가했다. 특히 경기도(2072채)와 인천(1546채)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크게 늘면서 시장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미분양 증가가 단순한 부동산 시장 침체를 넘어 금융시장 전반으로 위기를 확산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수도권 미분양이 장기화하면 건설사의 자금 부담이 커지고 은행권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도 지방보다는 수도권에서 진행되는 건설 프로젝트 규모가 훨씬 크기 때문에 수도권 미분양이 늘어나면 PF 대출 부실화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지적한다. 주택 미분양의 발생 원인은 복잡하다. 경기침체·금리 인상 등 경제적 요인, 과도한 신규 공급·부동산 개발 계획의 오류 등에 의한 주택 공급 과잉, 불리한 위치·환경 문제 등 위치 및 환경적 요인, 부동산 규제 강화·세금 정책 등 정책적 요인, 부정적인 시장 전망·가격 하락 우려 등 소비자의 심리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동한다. 부동산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수도권 미분양 해소를 위해 과거 성공했던 정책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3년 정부가 발표한 ‘4·1 부동산 종합대책’이다. 당시 정부는 신축 및 미분양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양도소득세를 5년간 전액 면제하는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했다. 그 결과 수도권 미분양 해소에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 사실상 부동산 문제는 이제 수도권이냐 비수도권이냐를 가리는 일이 중요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 비수도권 미분양 문제를 다스리는 해법과 동시에 수도권 미분양 대책도 추구돼야 한다. 단순히 역차별만의 문제가 아니라, 비수도권을 위한 대책만으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해법이 안 된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을사년 설날 벽두부터 매스컴을 통해 전해 듣는 중국의 생성형 AI 딥시크(DeepSeek) 관련 소식이 과히 충격적이다. 딥시크가 개발한 생성형 AI를 발표하자마자 AI 종주국인 미국의 자존심이 추락한 걸 지켜본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아마 큰 충격에 휩싸이게 된 게 분명하였을 것이다. 이번 딥시크의 충격을 2022년 11월 30일 오픈AI의 챗GPT가 세상에 출현한 것만큼이나 의미를 부여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심지어 오픈소스 모델 가운데 리더보드에서 1위를 차지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폐쇄 소스 모델과 당당하게 맞서 경쟁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딥시크는 2023년 5월 중국 항저우에서 설립된 AI 스타트업으로 저비용 고성능의 장점을 갖춘 경쟁력 있는 기업이다. 중국의 헤지 펀드 하이 플라이어(High-Flyer)의 지원을 받아 설립되었으며, 창업자인 량원펑은 저장대학 출신의 탁월한 리더십과 경영 능력을 겸비한 컴퓨터 공학자로 알려져 있다. 딥시크의 기업 가치는 최대 225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딥시크는 강력한 AI 기업으로서 오픈AI의 GPT-4와 비슷한 성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의 대표적인 최신 모델로는 V3로, GPT-4o와 비슷한 수준이며, 메타(META)의 라마3(Llama3)를 능가하는 결과를 기록했다고 한다. 또 R1은 사람처럼 생각하고 결정을 내리는 추론 특화 AI 모델로, 오픈AI의 최신 모델과 비견될 만한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엔비디아 H800 칩 약 2,000개만 사용하여 훈련했다고 한다. 이는 서구 기업들이 사용하는 수만 개의 칩보다 훨씬 적다. 메타의 라마3 모델보다 약 1/10의 적은 비용으로 개발하여 적은 데이터로도 고성능을 구현한다는 점에서 비용 대비 성능이 매우 뛰어난 AI 모델이라는 평판을 받는다. 딥시크가 가지고 있는 이점은 오픈소스라는 데 있다.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 신흥국이나 저개발국들은 이제 자국 실정에 맞게 딥시크를 변형시켜 자체적으로 AI 모델을 만들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중국산 AI가 그들 국가의 표준이 된다. 그동안 자체 AI 모델 개발에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고난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므로 미국이나 유럽연합(EU) 국가, 일본이나 한국 같은 선진국, 또는 중국과 인도 등 신흥 경제 대국에서나 가능한 일로 여겨왔다. 하지만 딥시크가 개발한 AI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함으로써 신흥국이나 저개발국에서도 소수의 AI 엔지니어를 비롯해 어느 정도 조건만 갖춘다면 적은 비용으로도 딥시크의 오픈소스를 활용하여 다양한 AI 모델을 구축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된 셈이다. 향후 이들 신흥국이나 저개발국들이 딥시크를 기반으로 하여 본격적으로 AI 인프라를 구축하기 시작하면 세계 AI 시장 판도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딥시크가 전 세계에 충격을 준 이유는 바로 가성비다. 딥시크는 미국 빅테크의 AI 모델 개발비의 1/10~1/30의 비용으로 고성능의 AI 모델을 내놨고, 이 과정에서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칩 그래픽처리장치(GPU)는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실제로 딥시크의 출현은 이미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에 위협이 된다는 지적이다. 딥시크가 추론 모델 R1을 출시하자, 고성능 AI 칩 무용론이 제기되며 엔비디아의 주가가 하루 만에 17%가 폭락했다. 그런데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고성능 AI 칩에 필수인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사실상 독점 수출해 큰 이익을 보는 등 업계의 지형 변화는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미국과 중국 간 인공지능(AI) 기술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21일 핵심사업으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하였다. 스타게이트는 오픈AI, 오라클, 소프트뱅크 등 빅테크들이 향후 4년간 5000억 달러를 투자하여 미국 16개 주에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는 대형 AI 인프라 확충사업이다. 바이든 전 정부는 중국의 대국굴기를 저지하기 위해 반도체·전기차·배터리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공급망 재구축사업을 추진하였으며 ‘반도체 칩4’ 동맹에 역점을 두었다. 반면, 트럼프는 집권 초반부터 차세대 첨단산업을 주도할 AI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챗GPT의 주인공인 오픈AI CEO 샘 올트먼을 주축으로 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생성형 AI 덕분에 세상이 급변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AI 광풍에 뒤지지 않기 위해서 AI를 기업 핵심역량으로 지정하여 집중 투자를 하고 있다. 샘 올트먼은 “AI 발전 속도가 ‘무어의 법칙’보다 훨씬 빠르다”라고 언급하였으며 엔비디아 CEO 젠슨 황도 “피지칼AI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AI 기술은 단순히 언어모델만이 아니라, 가전제품, 휴머노이드 로봇, 자율주행차, 플라잉카, 바이오, 군사 무기 등 산업 전반에 걸쳐 활용되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매우 크다. 샘 올트먼은 최근 한국을 방문하고 삼성전자 이재용, 소프트뱅크 손정의 등 3자 회동을 통해 스타게이트 사업을 협의하였으며, SK그룹 최태원 회장 등과도 만났다. 한·미·일 기업들이 힘을 합쳐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성공시킨다면 트럼프 2기 정부의 업적으로 남을 것이다.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삼성전자로서도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AI 산업에서 대국굴기를 이루기 위해 국가 차원의 투자와 인재양성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중국 스타트업인 딥시크가 미국 AI 기업들보다 가성비가 높은 생성형 AI 기술을 선보여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였다. 이 충격으로 세계 AI 반도체를 석권하고 있는 엔비디아 시총 880조 원이 사라졌다. 미국 빅테크가 중국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미·중 간에 AI 패권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이 AI 기술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중국의 핵심산업인 전기차, 자율주행차, 휴머노이드 로봇 등을 뒷받침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도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 4대 빅테크인 아마존, 알파벳, 메타,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AI 관련 분야에 총 3200억 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다. 미국, 일본 등 주요국가들은 중국 딥시크에 대한 경계령을 내렸다. 정보유출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은 자국 기업을 중심으로 딥시크 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우리 정부도 ‘국가 AI컴퓨팅센터’ 구축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미국, 중국 등에 비하면 AI 인프라 구축 투자 규모가 적은 데다 AI 인재육성도 체계적으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범정부 차원에서 과감한 규제개혁과 뒷받침이 필요하다. 국내 기업들은 AI 기술개발에 역량을 집중하여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의 기습 남침이 시작됐고 고작 3일 만에 수도 서울이 함락됐다. 그리고 한 달 만에 낙동강 남쪽을 뺀 한반도 전역이 북한군의 수중에 들어갔다. 절체절명 풍전등화의 위기 속에 국제연합군 최고사령관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이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했고 이 작전의 성공은 한국전쟁의 판도를 바꿨다. 인천시는 인천상륙작전 제 75주년을 맞는 올해 국방부, 국가보훈부와 함께 국가적 국제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 영국, 캐나다, 프랑스, 네덜란드, 호주, 뉴질랜드 등 인천상륙작전 참전국 7개국 정상과 자매우호도시 대표, 국내외 참전용사가 초청된다. 국제평화안보포럼, 인천상륙작전 주제 기념주간 특별공연, 각종 음악회, 거리퍼레이드, 체험행사 등도 연이어 펼쳐진다. 인천시 관계자의 말처럼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인천의 대외적 위상 제고, 국가적 기억과 추모를 위한 기념행사로서의 의의가 있다. 유정복 시장의 꿈은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버금가는 국제행사로 만드는 것이다. 경제·문화 등 분야에서도 부수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한 속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 경기신문은 ‘인천상륙작전 기념행사를 세계적인 행사로 추진하고 있는 인천시가 정작 참전용사 대우는 전국 평균에도 못 미친다’며 ‘허울뿐인 예우’를 비판했다.(관련기사:18일자 인천판 1면, ‘허울뿐인 예우…참전용사 명예 수당은 쥐꼬리’) 유정복 시장이 ‘오는 9월 열리는 제75회 인천상륙작전 기념행사를 국제행사로 격상하겠다’며 8개 참전국 정상과 주지사(시장), 참전용사를 초청하기 위한 광폭 행보에 나섰지만 인천에 사는 참전용사들은 쥐꼬리만한 수당만 받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현재 특별시와 광역시 7곳 중 서울시가 월 20만 원, 울산시·대구시가 14만 원, 부산시가 13만 원의 참전수당을 지급하고 있지만 인천시는 10만 원에 불과했다. 인천시 관내의 기초 지방정부들이 지급하는 참전수당 역시 타 지역보다 열악하다. 옹진군이 12만 원, 강화군과 중·동·계양구 10만 원, 남동·서구 8만 원, 미추홀·연수·부평구 5만 원씩이다. 6·25 참전용사의 경우, 미추홀구와 서구는 각각 8만 원, 10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인천시와 관내 10개 군·구 지급액을 합친 평균 금액은 18만 8000원 수준이다. 이에 비해 전국 광역지방정부와 기초지방정부를 합친 평균치는 23만 6000원이다. 특히 충남 당진·아산·서산시는 충남도 10만 원에 해당 지방정부 50만원을 더해 60만 원씩 지급하고 있다. 인천시 옹진군이 22만 원임에 비하면 2.7배 정도 많다. 국가보훈부는 참전유공자에게 월 42만원의 참전명예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여기에 각 광역·기초지방정부의 수당을 더하면 전국평균 83만 6000이 지급되는 것이다. 전기한 충남 당진·아산·서산시 참전용사들은 102만원을 받는다. 그러나 인천에 사는 참전용사들은 평균 78만 8000원 밖에 받지 못한다. 국가를 위해 목숨을 걸고 전쟁터에 나갔던 참전용사들에 대한 예우는 차고 넘칠수록 좋다. 그래야 후세들도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고령의 참전유공자 예우 강화를 위해 참전명예수당을 지속적으로 인상하고 있다. 전국 지방정부들에게도 ‘지자체 참전수당 지침(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단계적 인상을 권고했다. 지방정부별로 차이가 큰 참전수당을 상향평준화하고 격차를 해소해 나가도록 할 방침이다. 아울러 저소득 국가유공자 등의 생계지원을 위해 월 24만 2000원~37만원 생활조정수당과 월 10만원의 생계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고령의 참전유공자들을 위해 전국 6개 보훈병원과 3개 요양병원, 730여개 위탁병원에서 진료비와 약제비 등 의료지원 등 다각적인 지원책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를 위해 희생·헌신한 참전유공자들을 존경하고 감사하며 예우하는 것은 국민의 도리이다. 인천시가 타 지역에 뒤지지 않도록 참전유공자 예우에 적극 나서기 바란다.
지난 2월 9일, 세계적 힙합 아티스트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는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슈퍼볼 LIX 하프타임 쇼에 섰다. 슈퍼볼이란, 미국 프로미식축구 리그(NFL, National Football League)의 챔피언 결정전을 일컫는 말이다. 슈퍼볼 하프타임 쇼는 경기 전후반을 나누는 20~30분의 쉬는 시간 동안의 공연(순수 공연 시간은 12~15분 정도)을 말한다. 매년 1억 명 이상이 생중계로 경기를 시청하기 때문에 슈퍼볼은 단순한 스포츠 경기의 결승전이 아니라 미국 스포츠, 문화, 경제를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이벤트이며 경기 자체뿐만 아니라, 하프타임 쇼와 광고도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다. *30초 광고비가 120억 원에 달한다. 이로 인해 슈퍼볼, 그리고 하프타임 쇼는 NFL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는 글로벌 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 아티스트로서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 선다는 건 시대를 대표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로 인정받는 자리인 것이다. 그렇기에 매년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뜨겁지만, 올해는 더욱 뜨거운 열기로 전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켄드릭 라마의 공연이 단순한 퍼포먼스를 넘어 현재 미국 사회를 관통하는 정치적,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미국 사회는 더욱 날카롭게 갈라지고 있다. 인종 갈등, 경제적 불평등, 정치적 대립이 더욱 심화되는 가운데, 흑인 아티스트인 켄드릭 라마는 인종 간 갈등과 긴장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무대 위에서 상징적으로 풀어냈다. 그는 공연 연출, 무대 장치 등을 통해 미국 정부와 백인 기득권층을 향해 강하고도 비판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특히 그는 엉클 샘(Uncle Sam)이라는 캐릭터를 등장시켰는데, 이 엉클 샘은 미국이라는 국가 그 자체를 의인화한 일종의 마스코트로 주로 미국 정부 또는 군대를 대표하는 캐릭터지만 흑인 인권 문제와 관련해 부정적인 이미지로 쓰이는 상징이다. 켄드릭 라마는 자본주의를 통해 흑인을 착취하는 부정적 상징으로 엉클 샘을 등장시켰는데, 엉클 샘을 흑인 배우, 사무엘 L. 잭슨을 캐스팅하여 더욱 효과적으로 미국 자체를 비판한 것이다. 켄드릭 라마의 퍼포먼스는 화려한 쇼를 넘은, 예술을 통한 자기표현의 교과서였다. 20년의 커리어 동안 계속해서 인종 간 화합, 지역 간 연대를 소리 내 외쳤던 켄드릭 라마가 슈퍼볼 하프타임 쇼타임에 자신의 음악으로 현재 미국의 분열과 갈등에 대해 소리쳤다. 슈퍼볼이 미국 최대의 이벤트인 만큼, 이날 도널드 트럼프도 그 자리에 있었는데, 한 사람의 가수가 한 나라의 대통령 면전에서 이른바 디스를 대차게 해버렸다. 슈퍼볼 하프타임 쇼는 매년 새로운 스타가 등장하고, 화려한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무대는, 화려함을 넘어 메시지를 담은 공연들이다. 그리고 켄드릭 라마의 올해 공연은, 역사에 남을 것 같다. 나는 이 공연을 보면서, 현재 가장 인정받고 대중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아티스트의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는 동시에, 자신이 속한 집단과 사회를 보다 나은 모습으로 만들기 위해 소리 내는 한 인간을 보았다.
어줍잖게 영화를 제작하겠다며 나다닐 때 만든 영화가 김새론 주연의 ‘바비’이다. 한국에서 가장 별종 영화감독인 이상우(‘엄마는 창녀다’ ‘아버지는 개다’ ‘나는 쓰레기다’ 등 일명 쓰레기 3부작이 그의 주요 작품이다)가 만들었고 김새론은 여기서 친동생 김아론과 각각 순영, 순자 역할로 나온다. 순영은 거리에서 핸드폰 고리 품팔이로 살아 가는데 철없는 여동생 순자는 고사하고 지적 장애인인 아버지를 돌보느라 어린 삶이 고단하기 짝이 없다. 악마 같은 작은 아빠, 곧 삼촌은 돈을 받고 순영을, 바비 인형같이 생긴 미국 소녀에게 줄 심장이식 수술을 시키러 내보내려 한다. 아무 것도 모르는 순영은 미국 가면 바비 인형 같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꼬드김에 그렇다면 자기보다 동생을 보내 달라 부탁한다. 비극이다. 2012년 작품이고 대중에게 인정받지 못했다. 김새론이 11살 때였다. 김새론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4살이다. 영화 ‘아저씨’로 급부상했었다. 8살의 아역 스타였다. 대체로 아역 스타들은 성장통을 겪는다. 그들 중 일부에게서는 술과 애정 스캔들이 터지기도 한다. 갑작스럽게 스타가 된 경우 대체로 그 부담감을 견디지 못한다. 언제 급전직하 인기가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중압감에 시달린다. 김새론이 그랬다. 그럼에도 ‘도희야’같은 영화에서 발군의 연기력을 선보였다. 그러다 2022년에 음주 사고를 냈다. 주변 시설을 들이받았다.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은 사고 후 차를 버리고 갔다는 것이다. 뺑소니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지난 3년간 김새론의 연기 인생은 바닥을 쳤다. 거의 모든 방송의 출연이 중지됐다. 출연한 드라마의 상당 부분도 통편집됐다. 무엇보다 악플과 지나친 사생활 노출에 시달려야 했다. 음주운전자 배우라는 꼬리표가 따라 다녔다. 결국 그 모든 상황이 젊은 여배우를 자살로 내 몬 형국이 됐다. 버닝썬 사건이나 서부지법 난동사건 같은, 천인공노할 사건의 가담자들은 두고두고 엄벌에 처해야 한다. 재범을 저지를 가능성 여부를 신중하게 관찰하고 감시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연예인들의 일탈에 대해서는 다소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다. 잘 만든 영화를 망하게 한다든지(<보통의 가족>) 연예인 가족의 문제로 영화에 대한 비호감을 확산시킨다든지(<대가족>) 조강지처를 버린 배우라며 인신공격을 해댄다든지 가정이 있는 중견 감독과 비관습적 삶을 살아 가는 여배우인 탓에 매번 악플에 시달리게 한다든지 등등은 아무리 봐도 과도한 측면이 있다. 다시는 이 사회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격리해야 할 범죄’가 있고 다시 한번 ‘기회를 줘야 할 잘못’이 있을 수 있다. 그 둘을 구분해야 한다. 악플과 조회수를 위해 한 인간을 괴롭히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 우리사회가 이제 그 정도의 간별력은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비상계엄이라는 초헌법적 범죄를 저지른 자, 사회 최고의 권위를 지켜줘야 할 법원에 들어가 폭동을 일으킨 자, 예수의 이름으로 혹세무민을 하며 치부와 탈세를 일삼는 일부 기독교 목사들에 비해 김새론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한 범죄를 저질렀는가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실로 한심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사회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
1인 가구의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에 비례하여 이들의 빈곤율 또한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주목된다. 특히 1인 가구의 사회적 관계 단절과 고립이 심해지면서 ‘사회적 배제 수치’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를 개선할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분절 현상은 가뜩이나 정신건강 위기가 가중되는 시대에 심각한 사회 문제 파생 우려까지 더해져 1인 가구에 대한 심층적 관리 방안이 절실해지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빈곤 개념 및 측정 동향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8년간 전체 가구의 경제적 박탈이 크게 감소한 데 반해 1인 가구의 사회적 배제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과 2021년 국민생활실태조사를 분석한 결과 전체 가구의 ‘경제적 박탈’ 점수는 이 기간 평균 1.13점(박탈지표 10개 중 해당하는 1개당 1점)에서 0.96점으로 0.17점 줄었다. ‘사회적 배제’ 점수도 1.52점에서 1.47점으로 0.05점 낮아졌다. 1인 가구의 경제적 박탈 점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배제 점수는 증가했다. 같은 기간 경제적 박탈 점수는 1.75점에서 1.72점으로 0.03점 미미하게 감소했으나 사회적 배제 점수는 2.61점에서 2.83점으로 오히려 0.22점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경제적 박탈과 사회적 배제 모두 ‘박탈’ 상태를 나타내는 사회학적 용어다. 경제적 박탈은 물질적 결핍, 사회적 배제는 참여와 관계 영역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는 이 같은 조사 결과가 1인 가구의 사회적 관계 단절과 고립이 더 심화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부의 국민생활실태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의 비율은 2003년 15.5%에서 2021년 32.8%으로 늘었다. 이후에도 계속 늘어나 통계청 인구총조사 기준으로 지난해 35.5%까지 달했다. 특히 1인 가구는 2인 이상 가구에 비해 경제적 빈곤의 절대적 수준도 높고 개선 속도도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1인 가구의 빈곤율은 2021년 기준 41.4%(균등화된 중위 경상소득 50% 기준)로 전체 가구 13.7%의 3배 수준으로 기록하고 있다. 1인 가구는 혼자 사는 청년부터 이혼, 사별로 인한 독거노인 등 다양한 이유로 형성된다. 7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으며 30대 이하가 뒤를 잇는다. 최근 주목할 만한 변화는 청년 1인 가구의 증가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결혼은 필수’라는 인식은 20대의 경우 4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1인 가구는 대한민국의 뉴노멀로 자리 잡았고 이젠 비혼 출산 등 가정의 새로운 형태까지 나타나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전통적인 형태의 가족해체라는 위험성을 내포한다. 저소득층 1인 가구의 빈곤율 상승, 경제적 문제로 인한 범죄 발생, 정신건강 케어를 비롯한 복지로 인한 재정부담 증가 등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고 결국 고독사 문제로 귀결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내의 사회적 연결을 강화하고 생활비 및 건강관리 지원, 고독사 예방 시스템 확립 등 안전망을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 거부할 수 없는 1인 가구 시대가 도래한 만큼 이제 그 후유증을 담론화하는 일이 필수가 됐다. 1인 가구 확대 문제는 출산 기피 현상에 기인하는 인구소멸 문제와도 맞물려 국가사회의 미래와 연결된 중요한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혼자 사는 풍조’는 거부할 수 없는 트랜드이기 때문에 그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를 정책적으로 보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런 풍조를 마냥 미화해서도 안 되는 치명적인 한계점이 있다. 보호해야 하지만, 마냥 장려할 수만도 없는 난해한 딜레마를 안겨 주고 있는 것이다. 세월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사회현상에 대한 더욱 복합적이고 영리한 대응 전략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을사년도 한 달이 가고 둘째 달 중순이 지나간다. 2월은 28일까지다 1월 말경에는 설 연휴 겸 공휴일로 쉬고 2월은 28일까지니까 새해 벽두부터 뭔가 헐렁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사는 게 뭐 그런 거지’ 싶었다. 그런데 명절에 다녀간 어느 회사 사장 말이 떠올랐다. 매일 꼬박꼬박 광고를 내보내야 하고 기사를 써 편집해 독자에게 전달되어야 하는 계약 사회에서는 하루하루가 경제적 단위 가치로 따져질 수밖에 없다던 그 말이. 나라 밖으로 눈을 주면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경제와 안보에 따른 불안의식은 심각해졌다. 이민자들의 고통도 만만치 않게 되었다. 국내 사정은 지난해 12월 3일 현직 대통령이란 자의 친위 쿠데타 시도와 그 이후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대한 지지자들의 난립과 난동, 그리고 그 후유증과 통치자의 비이성적인 재판과정의 태도 등 마음 편히 보낼 수가 없었다. 새해라고 맑은 기운으로 덕담을 나누기에도 어설프기만 했다. 매사 기본과 근본을 놓치면 개인의 삶도 나라도 혼란스럽고 불행한 것. 하루 속히 기본 질서가 잡혀 사람다운 삶을 고민해야 할 같다. 무거운 마음 달래고자 2022년 4월 20일 작고 한 한승헌 변호사의 '유머 기행'을 서재에서 꺼내 들었다. '책과 인생'에 2004년 6월에 발표한 ‘탄핵사건 착수금’이 펼쳐졌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2004년 3월-5월) 때에 대통령 측 대리인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고 처음엔 사양했다고 한다. 그러나 나 같은 재야 법조 원로(?)도 대국민 구색 갖추기로 쓸모가 있어서 그런가 싶어 마침내 수락을 했다는 것. 그런데 선배 한 분이 ‘한 변호사는 약자를 대변해 왔기 때문에 인권변호사라고 해서 존경하는데,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을 변호하는 것은 인권변호사 이미지에 맞지 않으니 재고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말했다고도 했다. 또 다른 신문에서는 액수 문제에 접하는 기사를 실었는데, ‘초호와 대리인단의 면면으로 보아 일반 형사사건을 맡았다면 총 수임료 액수가 최소 수십억에 달했음직한 명망가들이어서 더욱 그렇다’는 것이라고 발표했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재산이 공직자 재산 등록 때 6억 5천만 원으로 신고된 점을 감안하여 변호사 1인당 일백만 원 미만이 적당하다는 셈법도 제시되었다는 것. 그런데 그 기사가 나오기 전 날 변호사 대리인들 계좌에 500만 원씩의 착수금이 입금되었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탄핵소송 변호사 비용으로 1천1백만 달려, 즉 130여 억 원을 부담하고 그 빚을 갚지 못해 허덕였다고 했다. 세상의 모든 물건과 제도는 생각이 만든다. 우리의 삶을 채우는 물건과 제도도 독립적(창의)으로 생각(사유)한 결과이다. 명절이면 덕담도 하면서 ‘네 꿈이 뭐냐?’ 라고 묻기도 한다. 2월에는 입춘과 대보름이 있어 새해 설계에 따른 설렘이 가시지 않는 때이다. 침대에서의 꿈이라기보다 현실 세계에서 내가 선택한 꿈은 다양할 수 있다. 그리고 자기가 어디로 건너가고 성취하고자 하는 독촉 같은 것이다. 건전한 생각은 자신에게서 솟아나는 것, 생각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을 스스로 궁금하게 해야 한다. ‘나는 무엇을 원하며 어떻게 살다 갈 것인가? 내가 타고난 능력은 무엇인가?’ 등 기본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 나도 꿈꾸는 법을 배우고 싶다. 잘 노는 법도 공부하고 싶다. 내 인생 나이테에 걸맞게 꿈꾸는 법(道)을 배우고 싶다. 그리고 하나님이 허락하신다면 잘 노는 문화도 겸손하게 몸으로 익히고 싶다.
유튜브로 뉴스를 소비하는 비율이 2021년 정점을 찍은 이후 감소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이달 초에 발표한 ‘2024 언론수용자 조사’를 보면 유튜브에서 뉴스를 이용하는 비율이 2021년 26.7%에서 2023년에는 25.1%로, 2024년에는 18.4%까지 줄었다. 여론 양극화의 원인으로 주로 꼽던 유튜브 이용이 줄었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 뉴스 이용률이 눈에 띄는 정도는 아니지만 2023년에 비해 소폭 상승한 경로가 있는가 살펴보면 메신저 서비스가 14.5%에서 16.8%로, SNS가 8.6%에서 10.9%로 증가했다. 유튜브를 포함해서 개인 맞춤형 뉴스 전송 서비스가 점차 자리를 잡아가는 추세가 여전해 보인다. 뉴스 산업 전반이 어려워지면서 디지털 전략이 우세해지고 있는데, 유튜브라는 채널의 영향력이 여전히 높긴 하지만 개인별 맞춤 정보를 제공할 채널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는 정도로 말할 수는 있어 보인다. 해당 조사 설문 기간은 작년 9월부터 11월까지 전국에서 3천 명을 조사했다. 여러모로 뉴스 소비가 개인화하면서 수용자의 뉴스 선택권이 강해졌다는 점이다. 반대로 뉴스 생산자는 수용자가 원하는 형태로 뉴스를 친숙하게 받아들이게 만들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그만큼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콘텐츠를 수용자의 소비 습관에 맞게 가공할 수 있는 뉴스 제공자 능력이 커졌다. 교육이나 음악과 같은 새로운 서비스와 결합한 패키지 뉴스에 대한 선호가 새롭게 생겨난 흐름과도 연관해 볼 부분이다. 유사한 관심과 입장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 의견을 궁금해하고 공유하는 것에 적극적인 이용자가 늘면서 실시간 투표 기능이나 댓글 연동 기능을 두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다시 돌아가서, 이번 수용자 조사에서는 소셜미디어에서 접한 뉴스가 어느 언론사 뉴스였는지 출처를 확인했는지 질문한 문항이 있었다. 뉴스 제공 언론사가 어딘지 안다는 응답이 34.7%, 뉴스를 보도한 언론사명을 확인한다는 응답자가 22.5%였다. 반대로 제공 언론사가 어디인지 모른다가 31.6%이고 확인조차 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45.4%에 달했다. 어떤 언론사가 보도한 내용인지 알거나 알려고 노력하는 정도를 연령대별로 살펴보니 70대 이상이 특히 낮았고, 연령대가 낮을수록 높아졌다. 얼마 전 MBC ‘손석희의 질문들’에서 언론을 주제로 한 토론이 있었다. 여기서 정준희 겸임교수는 “기성 언론이 망가지는 것은 우리 사회의 좋지않다”라고 말했다. 아무리 유튜브 저널리즘이 발전하고 비평 언론이 발전한다고 해도 사실을 공급하는 것은 기성 언론이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였다. 크든 작든 크기와 형태에 상관없이 모든 물길이 시작되는 ‘수원’이 자체가 막히거나 오염되었다고 하면 그 피해가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라는 비유였다. 뉴스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하는 단순화와 짧은 길이가 선호되고 있다. 사태의 복잡성이나 다면성을 가려지게 하거나 알 필요가 없게 막힌 속을 뚫듯 시원함을 느끼게 하는 전략이 잘 통한다. 뉴스 수용자가 관심을 가질 법한 뉴스를 알아서 제시해주는 알고리즘 서비스도 그중 하나다. 손석희는 나름의 방법으로 ‘검색 이력 기능 OFF’를 제시했다. 내가 필요한 것을 검색하면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면서. 나의 뉴스 소비력이 몇 점일지 자문해볼 때다.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8살 김하늘 양이 교사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한 사건 이후 교원의 정신건강을 관리하고 학교 안전을 강화하는 ‘하늘이법’ 입법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국민이 크게 늘고 있는 시점에 대응 수단을 특정 분야에만 집중하는 것은 효과가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사회의 전반적인 병증에 종합적으로 대처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견해를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 교육계에 따르면 정부와 정치권은 교원 임용 시부터 재직기간 심리검사를 시행하고 이상행동 시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동시에 직무수행이 어려운 교원에는 직권으로 휴·면직을 권고할 수 있는 질환교원심의위원회를 법제화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명 ‘하늘이법’의 주요 내용은 교사의 정신건강 관리 강화 방안과 학교 안전대책으로 교원 임용 시와 재직기간에 정신건강 관련 검사를 받는 안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안이 현장에 적용될 경우 교사들은 임용 시 인·적성 검사와 함께 정신건강 검진을 받고 교직 생활 중에도 주기적으로 심리검사를 받게 된다. 문제는 법안이 ‘걸러내기’에 초점을 두고 있어 ‘낙인효과’로 자신의 정신질환을 숨기거나 적절한 처방을 받지 못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심리검사는 설문지 작성 형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거짓 답변 등으로 검사의 신뢰도 역시 흔들릴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교원 사회에서는 이번 사건이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닌 교육 현장의 구조적 문제와 관련 있지만, 성급한 입법은 큰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의 2024 국민 정신건강 지식 및 태도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우울감, 스트레스, 불면 등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한 국민의 비율은 2022년 63.8%에서 지난해 73.6%로 증가했다. 그럼에도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도 병원을 방문하지 않은 비율은 73%에 달했다. 한국 사회의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적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자신의 정신질환을 아예 파악조차 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신건강에 문제를 겪는 교사들에게 낙인을 찍어 걸러내거나 업무에서 배제하는 방식의 법안이 적용된다면 실효성 감소와 함께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개별 직종에 대한 입법이 아닌 학교 구성원 모두가 건강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근본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화영 순천향대천안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가해자의 직업에만 초점을 맞춰 우울증이 원인이라고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업무 배제 등 불이익을 강조한다면 오히려 치료가 힘들 것”이라고 문제점을 짚었다. 전진용 울산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전수검사가 자칫 편견을 강화하고 치료받아야 할 증상을 숨기게 하는 장치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영희 정신장애인가족협회 정책위원장은 “‘하늘이법’보다는 정신건강복지법을 개정해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제언한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우르르 달려들어서 ‘특별법’이네 뭐네 하면서 졸속 입법 하나 해놓고서 곧바로 잊어버리는 정치·행정 행태는 우리가 반드시 개선해야 할 구태다. ‘김하늘 양 피살 사건’을 교사의 문제로 국한해서 들여다보는 것은 지극히 근시안적인 대처다.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는 정신질환 환자들이 이웃에 즐비한 사회로 가고 있는데, 당장 벌어진 일만 수습하고 땜질하기에 급급하기만 한 국가사회는 절대로 선진사회로 갈 수 없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종합적인 예방책을 찾아내어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칫 잘못된 진단과 처방이 강행될 경우, 문제 해결이 아닌 오히려 더 심각한 문제들을 덧낼 수도 있다. 정신병적 사회 문제에 관한 접근법은 지금보다 훨씬 더 정밀하게 조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