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에 돌연변이 흥행물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건 그다지 좋은 시그널이 아니다. 일본 애니메이션들이 흥행 돌풍을 연달아 일으키고 있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하 귀멸)은 그렇다고 치자, 분위기이다. 그건 그래도 서사(스토리)라는 것이 있고 등장인물들의 행동 동기가 비교적 뚜렷하며 캐릭터 간의 관계가 그나마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귀멸’은 10월 23일 현재 600만 명 안팎의 관객을 모으며 기염을 토하고 있다. 문제는 두 편의 일본 애니메이션이며, 일부 평론가들은 이를 ‘저패니메이션’의 범주에 넣을 수 있을지 망설이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이라 명명되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하고 작품의 분위기나 정서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다르다가 아니라 무엇인지 개념화하기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예컨대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이하 체인소 맨)이란 애니가 있다. 제목만 들어서는 도무지 어떤 내용인지 알 수가 없다. 주인공 머리에서 전기톱이 튀어나온다는 건데, 그래서 주인공이 ‘체인소 맨’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판타지에 국내 젊은 관객들이 현재 230만 명이나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건 대체 무슨 트렌드인가. ‘체인소 맨’은 아마도 할리우드의 안티히어로물인 ‘베놈’ 시리즈를 일본식으로 모방한 작품으로 보인다. 주인공이 전기톱 악마견 ‘포치타’와의 계약으로 신체가 합치된 것은 ‘베놈’에서 주인공 기자 에디(톰 하디)가 외계 생물체 ‘심비오트’와 몸이 섞이는 것과 유사하다. 어찌 됐든 관객 230만은 다른 현상으로 보인다. ‘어쩔수가없다’의 관객 수를 따라잡고 있으며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아예 언감생심의 수치이다. 이건 볼 영화가 없어서가 아니라 젊은 관객의 취향이 기성세대와 완전히 다른 쪽으로 궤도 이탈한 케이스이다. 심지어 애니메이션의 목소리 연기를 한 다소 낯선 연기자들이 내한 행사를 열어도 젊은 층들이 몰릴 정도다. 지난 16일에 개봉해 상영 2주차를 맞고 있는 ‘극장판 주술회전: 회옥·옥절’도 심상치가 않다. 벌써 15만을 넘어서고 있다. 지금 한국의 극장가는 일본 애니 세 편이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이다. 일각에서는 한국 극장가가 일본화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겁을 먹고 있다. 일본 영화산업은 애니메이션과 로맨틱 코미디가 주류를 형성하고 있으며 극영화 상당수는 크게 위축됐거나 TV 쪽에서 생존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해 있다. 만약 극장이 일본 애니와 임영웅 콘서트 유의 트로트 실황 중계, 프로야구 시청 중계 등으로 채워진다면 한국 극장가는 완전히 다른 구역으로, 돌연변이 공간으로 변신할 가능성이 크다. 이건 다분히 제어해야 할 신호들이다. OTT 환경에서 극장 스크린 수는 어쩔 수 없이 줄어드는 것이 대세이겠으나 채워지는 콘텐츠는 영화여야 한다. 극장용 영화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일단 양을 늘려야 한다. 한번은 승부를 봐야 한다. 정부가 힘을 보태야 한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10월31일~11월1일·경주)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속 가능한 내일-연결·혁신·번영’을 주제로 한 이번 회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해 주요 21개국 정상들이 참석한다. 또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필두로 1700여 명의 글로벌 기업인들도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며, APEC 행사 전후로 각 나라의 고위급 관료들과 경제인 등 전 세계에서 2만명 정도가 우리나라를 찾게 된다. 이번 APEC 정상회의는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일정이다.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국익을 위해 치열한 수싸움과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한미 관세협상 타결의 결정적 계기가 될 전망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양자회담은 전 세계 금융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미-중 무역갈등의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엔비디아 등 글로벌 기업인들이 참여하는 ‘CEO 서밋(10월 28일~10월31일)’은 최근 글로벌 자산시장을 이끌고 있는 반도체, 에너지, AI 분야의 기술동향을 확인할 수 있고 우리나라 기술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관세협상을 위해 무박 3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하고 오늘 귀국했다. 이들은 러트닉 상무장관과 2시간 동안 협상을 진행했고 쟁점 사항을 두 가지 정도로 축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범 실장은 회담한 뒤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또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밝혔다. 일정상 추가회담은 어려울 전망이지만 양국 모두 APEC정상회의 기간에 있을 2차 한미정상회담에서 최종합의를 목표로 물밑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실장이 “진전이 있었다”고 밝힌 부분은 3천 5백억 달러의 성격과 투자방식에서 한국의 입장을 지속적으로 설득한 것이 성과를 본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 석상에서 '전액 선불'을 주장해왔는데, 역시 공개적으로 불가 입장을 밝힌 한국의 방안을 트럼프가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일 김정관 장관은 미국의 전액 현금 요구가 철회됐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16일에 이어 엿새 만에 다시 미국으로 달려가 긴박하게 협상을 이어온 우리 정부는 끝까지 국익을 지키겠다는 원칙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APEC정상회의는 무역협상의 ‘중요한 계기’일 뿐이며 시간에 쫒겨 일본처럼 미완의 합의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확고해 보인다. 오히려 급한 쪽은 미국이라는게 해외 언론의 분석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APEC 계기에 열릴 것으로 예측되는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담판이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동맹국인 한국과의 최종 합의가 늦어지는 모양새는 보이고 싶지 않기 때문에 APEC 한미정상회담에서 최종 합의를 만들고자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가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를 규탄하며 미국과 미국 동맹국의 단결을 강조한 것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며 주가지수가 4000 포인트를 목전에 두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없애기 위한 정부 정책의 전환과 반도체, 에너지, 조선 등 우리 기업들의 혁신이 이루어 낸 결과다. 주식시장의 훈풍이 자산시장에만 머물지 않고 많은 기업들과 민생경제로 확산되려면 정부와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 지금처럼 국익이라는 대원칙을 끝까지 지켜야 한다. 국회와 정치권도 중차대한 APEC 정상회의를 도와야 한다. 앞으로 일주일 만이라도 국정감사 관련 정쟁을 멈추고 국익과 국민만을 생각하는 정치 본연의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 전세계가 한국을 주목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남아 있는 일주일이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현재 OOO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라는 협박 메일 또는 신고가 급증하고 있다. 8월경부터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신고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더니 이제는 셀 수 없을 정도로 지역, 장소를 불문하고 여러 곳에서 신고가 들어오고 있다. 폭발물 테러 관련 신고로 경찰, 소방 등 많은 관계 기관에서 직원들이 출동하고 있지만 대다수가 허위신고로 밝혀졌다. 일부 시민들은 뻔한 허위신고인데 과잉 대응을 한다는 비판을 하고 있지만 신고가 들어온 이상 경찰 입장에서는 출동을 안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지금부터는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경찰 기동대에 대해 얘기하려고 한다. 흔히 테러와 관련된 경찰부대라고 하면 특공대를 떠올릴 것이고, 기동대라고 하면 집회, 시위의 업무만 담당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기동대는 각종 재난 및 테러 상황에 따른 대응 임무도 담당하고 있다. 최근 급증하는 테러 신고와 관련하여 기동대의 테러 대응능력을 제고시키기 위해 경기남부경찰청 11기동대에서는 즉각적인 출동이 가능하도록 출동 준비 태세 훈련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단순히 부대에서 출동 준비 훈련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다중이용시설 관계자의 협조를 받아 지하철 역사 등에서 실질적 기동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테러 대응능력 향상을 위한 노력은 11기동대뿐만 아니라 경기남부청 모든 기동대에서 실시하고 있다. 아울러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허위 협박임이 명백해도 기동대는 즉시 현장에 출동해 안전 조치를 진행한다. 오랜 시간 사소하게 놓칠 수 있는 구석구석을 모두 살피며 수색작업을 벌이며, 필요하다면 밤샘 작업도 마다하지 않는다. 국민의 안전이 확실시될 때까지 기동대는 모든 위협에 대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테러 대비는 평상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때 부지런히 준비해야 한다. 테러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지금도 전국의 경찰들은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시를 공부한다는 여성에게서 문자가 왔다. 명절이 끝나는 마지막 날 카페에서 만나고 싶다고. 이어서 그는 수필을 공부하고 싶어 꼭 두 가지만 물어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순간의 느낌은 인간이 갖고 있는 본능적인 풋풋한 야성(野性) 같은 감성이었다. 가을이 되면 강의실도 뭔가 달라져야 한다. 그런 마음으로 강의를 시작하면서 가요를 한 곡 불러주기도 하고 악보를 나눠주면서 같이 부르며 가을날의 정서를 강의실에 담아내곤 한다. “갈대밭이 보이는 언덕 통나무집 창가에/ 길 떠난 소녀 같이 하얗게 밤을 새우네./ 김이 나는 차 한 잔을 마주 하고 앉으면/ 그 사람 목소린가 숨어 우는 바람 소리… ” 나는 이 노래 가사에 마음이 끌려 부르게 되었다. 작사가(김지평)의 마음과 내 마음이 포개지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주말이면 지리산을 의무적인 과업으로 알고 오르내리면서도 통나무집 창가에서 밤을 새우며 울어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김이 나는 차 한 잔을 마주하고 앉으면 숨어 우는 목소리 같은 바람소리며 젊은 날의 그녀 얼굴이 주름진 내 가슴에 안기는 듯해서 좋았다. 그러한 가슴과 눈빛으로 갈대의 몸동작을 바라보면서 산을 오르고 내리면 또 생각나는 일들이 있었다. 마당가에 첫서리가 내려 국화가 시들 무렵이면 아버지와 어머니는 우리 집 방 문짝에 새로 사 온 창호지를 바르고서 떼어낸 문짝을 담 곁에 세워놓은 뒤 함께 바라보시곤 하셨다. 그때의 두 분 모습은 퍽 편안해 보였다. 그 생각이 나면 지금도 ‘숨어 우는 바람 소리와 문풍지 소리며’ 가버린 여인의 모습이 떠오르며 공연히 쓸쓸해진다. 그러나 허전한 마음은 끝내 맑아지곤 한다. 부모님 슬하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을 때다. 그때는 강변에 나가면 건너편으로 노루가 뛰어가고 풀숲에는 큰 뱀이 똬리를 틀고 있기도 했다. 뒷동산으로는 아이들과 토끼몰이를 다니고 강물이 얼어붙어 스키를 즐길 때는 산 짐승들의 달아나는 모습을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산과 냇가 그리고 강변 둑에서 풀을 뜯던 황소들은 한 폭의 야생(野生) 풍경화이었다, 산과 강과 사람이 같은 하늘 아래서 본능적인 삶을 자연스럽게 살아갈 수 있었다. 어쩌면 사람도 야생동물 같이 산과 들과 숲과 마을에서 야성이 길들여져 살아가는 생명으로서의 개체이었다. 인류의 역사는 대형 포식자들을 멸종시키고 중소형 포식자를 가축화하는 역사였다. 그리고 현재는 전 세계 포유류의 36%가 인간이고, 60%가 가축이며, 오직 4%만이 야생 포유류라고 한다. 한국에서도 호랑이 표범 스라소니 같은 대형 포식동물이 사라진 지 오래이다. 김대중 대통령도 TV에서 가끔 시청했다는 “동물의 왕국”이라는 프로를 본다. 그 순간 넓은 초원에 서 있는 엘크 사슴이 나타나 턱 하니 버티고 서 있는데 보니, 짐승의 관(冠) 같은 뿔이 두 갈래로 나누어져 무섭게 뻗었는데 곁가지 뿔이 10개였다. 그리고 약간 입을 벌리고 서 있는 그 야성미! 야생의 본질은 ‘자유요 힘’이라는 게 절로 느껴졌다. 다듬어지지 않고 길들여지지 않는 본능 그대로, 그대로, 생긴 그대로- 그때 생각나는 고사(古事)다. 한자로는 기호선인(騎虎仙人)이다. 어떤 사람이 깊은 산에서 갑자기 호랑이를 만나 엉겁결에 등에 올라타 꽉 잡고 있는데 호랑이가 사람들이 있는 마을로 줄달음치니 보는 사람들은 ‘호랑이를 타고 가는 신선’이라고 하더란다. 본인은 뛰어내릴 수도 없고 죽을 지경인데-. 이러한 이야기가 통하던 그 시절, 그때는 그만큼 야생동물과의 삶이 낯설지 않았으며 야성을 잃지 않고 살았다는 이야기이다. 쑥과 마늘만으로 100일의 고난을 견디고 꿈을 이룬 조상으로서의 시조 곰의 교훈도 기억해 볼 일이다. 하늘 맑은 계절이다. 하늘을 거울삼아 나를 깊이 들여다볼 일이다. 우리의 삶이 야성을 까맣게 잊고 문명의 이기에 길들여지고 자본주의 하늘만 쳐다보면서 아파트 평수와 자가용에 갇힌 것은 아닌가 하고. 어린이는 일찌감치 동심을 잃고 의대, 법대, 과학기술반의 유아원에, 청년들은 일류대학과 일류회사를 위한 과외와 학원에 갇혀 길들여지고 다듬어지면서 땅 한 번 제대로 밟아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더욱 자연의 저장고인 숲 속에서 심호흡 한번 해보지 못하고 세련된 신사요 숙녀로 매끄럽게 살아가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그래서일 것이다. 나이가 무거울수록 인간으로서의 풋풋한 야성(野性)이 그립고 아쉽다,
추석 연휴가 지나고 나니 공기가 달라졌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창문을 열면 남은 여름의 기운이 느껴졌는데, 이제는 바람 끝에 서늘함이 묻어난다. 거리의 사람들은 두꺼운 옷을 꺼내 입기 시작했고, 출근길엔 연휴의 흔적이 완전히 사라진 듯하다. 하지만 마음 한켠은 여전히 어딘가에 머물러 있다. 몸은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마음은 아직 쉬는 중이다. 연휴가 끝난 뒤 찾아오는 묘한 공허감, 그리고 다시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압박감. 잠시 멈추어 쉬었을 뿐인데, 세상은 나만 빼고 여전히 빠르게 돌아가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쉬는 일조차 조급하게 했나 보다. 푹 쉬었으니 이제는 다시 달려야 한다고, 뒤처지면 안 된다고 스스로를 다그친다. 하지만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 보면, 쉰다는 것은 단순히 멈추는 일이 아니라, 다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숨 고르기 아닐까. 돌이켜보면, ‘쉼’이라는 일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어릴 적부터 쉬는 시간에도 다음 일을 준비하던 습관이 몸에 밴 채로 어른이 되었다. 일을 하지 않으면 불안했고, 계획이 없으면 조급해졌다. 하지만 결국 그런 삶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바쁘게 달리던 말도 잠시 쉬어야 다시 속도를 낼 수 있듯이, 사람도 그럴 필요가 있다. 이 단순한 사실을 너무나 잘 알지만, 그래도 편히 쉴 줄을 모른다. 물론 쉬는 동안에도 세상은 여전히 움직인다. 그래서 우리는 ‘쉬는 동안에도 쉬지 못하는’ 모순에 빠진다. 하지만 진짜 쉼은 그런 것과는 다르다. 잘 쉴 때 우리는 잠시 일을 멈추고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나를 둘러싼 관계와 일의 방향을 다시 바라볼 수 있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그 속에서 마음은 조용히 정돈된다.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우리는 비로소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선명하게 본다. 연휴 마지막 날 밤, 나는 내일을 준비했다. 연휴 동안의 휴식을 에너지 삼아, 몸과 마음이 준비 상태에 들어간다. 지난 몇 달간의 분주함, 사람들과의 관계, 스스로의 태도를 돌이켜보고, 온전히 느껴본다. 몸이 아닌 마음의 먼지를 털어내는 시간. 쉼을 통해 나는 다시 일할 준비를 한다. 이제 우리의 일상은 다시 속도를 낼 것이다. 새로운 일정이 생기고, 해야 할 일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마음만큼은 급하게 달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쉬는 동안 배운 여유를 조금이라도 간직하면서, 서두르지 않고, 내 속도대로 걸어가길 바란다. 일은 늘 우리 곁에 있지만, 쉼은 우리가 선택해야만 찾아온다. 그러니 그 선택을 조금 더 자주, 의식적으로 해보자. 연휴가 끝났다는 건, 다시 무언가를 시작할 시간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그 시작이 꼭 거창할 필요는 없다. 부담 갖지 말고, 하루의 리듬을 천천히 회복하는 일부터면 충분하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일은 조금 낯설지만, 쉼이 알려준 느림의 감각을 기억한다면, 다시 맞이할 분주함 속에서도 잘 해낼 수 있다. 휴식을 끝내고 일상을 향해 다시 걸어갈 때, 새로운 마음가짐과 힘찬 발걸음으로 나아가면 좋겠다. 쉼을 통해 회복한 마음이 방향을 잃지 않게, 일의 한가운데에서도 스스로를 돌보는 일을 잊지 않기를. 그렇게 우리는 일과 쉼 사이의 경계를 오가며, 조금씩 더 균형 잡힌 사람이 되어간다. 이번 가을, 다시 달려야 할 시간이 왔다면 그 시작이 두려움과 부담감이 아닌 기분 좋은 미소로 시작되길 바란다.
“수원화성은 1796년 9월 10일 완공하였노라. 나라가 태평하고, 풍년이 들어 온갖 물건이 무르익고 있다...(중략)...조선 400여 년 역사에 처음 있는 큰 공사를 2년 만에 이처럼 이루었다. 궁실이 거대하고 화려하니 오늘 낙성 잔치를 어찌 성대하게 열지 아니 하리오? 오늘 낙성 잔치를 베풀어 화성 성역에 참여한 모든 장인과 백성들 모두는 풍류를 즐기고 불취무귀(不醉無歸) 하기를 바라노라” 지난 18일 열린 ‘2025 수원화성 축성 장인명패 봉안문화제’ 낙성연 행사 중 화성성역 총리대신 좌의정 채제공 역을 맡은 화성연구회 회원이 낭독한 낙성연 교지 내용이다. 낙성연은 화성 성역에 참여한 이들을 위로한 잔치다. 올해 수원화성 축성 장인명패 봉안문화제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렸다. 수원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사단법인 화성연구회(이사장 최호운 한국국가유산지킴이연합회 회장)가 주최하고 대한불교 (재)선학원 팔달사(주지 각소 스님)가 공동주관하고 있다. 3000만원이 넘는 행사 경비도 화성연구회와 팔달사가 부담하고 있다. 순수민간 단체인 화성연구회가 이 행사를 여는 이유는 세계유산 화성을 축성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석수, 목수, 미장이, 와벽장이, 대장장이, 개와장이, 화공, 톱장이로 일했던 장인(匠人)들을 기억하기 위해서다. 축성을 지시한 정조대왕과 화성성역 총리대신인 좌의정 채제공, 수원유수로서 축성 감동당상(監董堂上)을 맡은 조심태, 그리고 화성 기본 설계서인 ‘성설’을 지은 정약용 등을 기억하는 이들은 많다. 그러나 화성 성역에 참여한 장인1821명과 화성성역소의 관리직 376명 등 2197명은 ‘화성성역의궤(華城城役儀軌)’ 기록 속에만 남아 있을 뿐이다. 이에 화성연구회가 나섰다. 지난해부터 팔달사를 중심으로 이들의 노고를 기억하고 넋을 기리는 ‘수원화성 축성 장인 명패 봉안문화제’를 열고 있다. 올해 행사는 팔달산 성신사에서의 고유제에 이어 우화관 옆 마당에서의 낙성연, 팔달사에서의 바라춤과 회심곡, 헌화와 헌작 등 장인들의 안식과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천도재 의식이 이어졌다. 지난해엔 고유제와 천도재만 실시됐으나 올해엔 낙성연도 포함됐다. 장인 명패 역시 지난 해 22개에서 100개로 늘었다. 행사 규모가 훨씬 더 커진 것이다. ‘윤복쇠, 김대노미, 김개불, 김쇠고치, 지악발, 이자근노미.../그대들 비록 그때 그 자리 초대받지 못하였으나/저 성벽과 누각, 수원천에 비치는 달빛/만천명월(萬川明月)의 주인은 그대들일세...(중략)...이 자리에 없으나/나의 마음 속 큰 술잔 받으시게/이어인노미, 김육손, 김노랭이, 황시월쇠, 정춘득...//기세 푸르던 장용영 군사들/춤추고 노래하던 여령들과/장안문 밖 새술막거리 주모/그대들도 오늘밤은 불취무귀(不醉無歸)...(중략).../오늘에서야/그대들에게 내미는/아직도 여여(如如)한 이 마음 한잔 받아주시게’ 이 시를 쓴 시인의 마음처럼 수원화성 축성 장인 명패 봉안문화제는 화성축성 장인들을 잊으면 안 된다는 화성연구회 회원들의 마음이 모여 만든 행사다. 장인들의 명패는 서각가이면서 전 화성연구회 이사장인 김충영 작가가 팔달사에서 나온 은행나무를 이용해 새기고 있다. 앞으로 5년 동안 2000개가 넘는 모든 장인들과 관련자들의 명패를 새길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앞으로가 문제다. 지금까지야 부족한 예산의 대부분을 최호운 화성연구회 이사장을 비롯한 회원들과 팔달사 등이 냈지만 언제까지 부담시킬 수는 없다. 명패를 봉안할 장소도 문제다. 지난해 22명이었던 명패는 올해 이번엔 100명으로 늘었다. 앞으로 2000여명 장인의 명패가 더 들어가야 한다는데 지금의 팔달사 용화각으로는 어림도 없다. 더 큰 공간이 필요하다. 수원화성 축성 장인 명패 봉안문화제는 매년 계속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원시가 적극 나서야 한다. 뿐만 아니라 지역에 뿌리를 내린 기업들과 시민사회도 관심을 갖고 함께 해주면 좋겠다.
내 집 주소의 도로명은 ‘태봉안길’이다. 이때 ‘안길’의 의미를 귀촌인인 나는 잘 몰랐다. 알고 보니 그 길은 예전 지게 지고 다니던 좁은 길이 소유자의 동의로 보상 없이 넓어진 길이다. 그 역사는 일제강점기까지 올라가지만, 그 비약적 확대는 1970~80년대 새마을운동을 하면서다. 새마을노래 2절 가사에 ‘마을 길도 넓히고’라는 가사가 나오는 이유다.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함께 농사를 짓던 시대였으니 마치 논물을 같이 쓰듯이 마을 길을 공공사업으로 만들겠다는 공동체와 정부의 요구를 당시 땅 소유주들이 거절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태봉안길’은 ‘태봉마을’의 ‘안길’ 즉 예전 논밭 지겟길이 차나 트랙터가 다니는 길로 바뀐 길이다. 이렇게 사유지가 공공 도로로 사용되는 길이 이른바 ‘마을안길’, ‘비법정도로’, ‘사실상 도로(현황도로)’, ‘미지급용지(미불용지)’ 등으로 불리는 길이고 새마을운동이 휩쓴 전국 농산어촌에 엄청나게 산재해 있다. 그렇게 40~50년 전 마을 주민들이 십시일반 무료로 내놓은 길이 없었으면 나는 지금의 집을 짓지도, 살지도 못했을 것이다. 숱하게 이 길을 이용하면서도 한번 사용료를 낸 적도 없으니, 길을 다닐 때마다 지금은 대부분 돌아가셨을, 누군지도 모르는 그 땅의 소유주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만약 어느 날 누군가 나타나 이 길의 소유자라면서 길을 막아버리면 어떻게 될까? 마을안길이 들어간 땅을 상속받거나 매입한 소유주가 재산권을 행세해 통행을 막거나 사용료를 요구하는 일은 이제 낯설지도 않은 뉴스다. 같이 잘 살자고 만들었던 길이 이제는 마을 분쟁의 화약고가 되었다. 뭣도 모르고 이런 땅을 구입한 귀촌인은 폭탄을 안고 마을에 들어오는 꼴이다. 이런 분쟁이 아니더라도 비법정 도로이다 보니 길이 노후화돼도 관리가 잘 안돼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더구나 마을안길에 상·하수도관, 가스관 등을 매설하기도 하니 정부가 국민 사유지를 무단점유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정부는 주민이 국유지를 조금만 사용해도 점용료, 대부료 등을 꼬박꼬박 징수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훨씬 더 넓은 면적의 사유지를 무료로 내놓은 소유주의 자식이나 영문을 모르고 해당 용지를 매입한 사람들은 울화가 치밀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불공정한 상황으로 인해 마을안길 관련 민원과 소송이 빈발하고 있다. 양주시의 경우 최근 5년간 국가와 양주시를 상대로 제기된 마을안길 관련 민사소송이 총 58건에 달했다고 한다. 2024년 6월 기준 등록된 도로 중 36.7%가 사유지로 집계됐다고 한다. 양주시 자체 예산과 행정력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고 판단한 양주시의회 의원들은 지난 5월 '비법정도로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법 제정 촉구 건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건의안에는 국가 차원의 실태조사 및 단계적 토지 매수 제도 도입 등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마을안길 문제는 전국적인 사회구조적 문제다. 그런데 경기도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김동연 도지사는 최근 경기도를 ‘기회수도’로 만들겠다며 행정의 무사안일주의를 없애는 적극 행정 의지를 밝혔다. ‘기회수도’ 경기도에 과거 독재 행정으로 만들어진 마을안길 문제 해결에도 기회가 오길 기대한다.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행사가 끝났다. 사실 1945년 10월에는 당의 전신인 조선공산당 북조선분국이 창립됐고, 김일성은 그 직후 평양 군중대회에서 첫 대중연설을 한 뒤 연말 북조선분국 책임비서, 이듬해 초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 위원장이 되면서 북한의 지도자로 커갔다. 조선노동당은 그 뒤 1949년 6월 조선공산당의 후신인 남로당과 합병 창립됐다. 노동당은 북한의 헌법과 당규약을 통해 국가의 모든 활동과 군의 모든 정치군사활동을 영도한다. 잘 알려진 대로 1990년대 경제위기 때 선군정치 체제에서는 군이 앞장서기도 했지만, 2011년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급서 이후 김정은 체제에서는 당대회 등 당기구가 정상 운영되면서 그 위상이 회복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 달 9일 북한의 노동신문·군보·청년보 공동사설은 당의 영도를 강조하면서 군이 “무한히 충직한 최정예강군”이 될 것을 요구했다. 이번 당 창건 기념행사에서 내외의 이목을 집중한 것은 역시 10일 심야에 펼쳐진 열병식이었다. 김정은은 행사 축하차 방북한 중국의 리창 총리, 러시아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또 럼 베트남공산당 서기장 등과 나란히 섰고, 이는 북한의 요즘 국제 위상과 지향성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퍼레이드에 나온 군 장비로는 신형 고체연료 ICBM ‘화성포 20형’과 몇 차례 시험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 러우 전쟁에서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 드론 발사차량 등과 함께 신형 전차 ‘천마 20형’ 및 자주포, 방사포 등이 인상적이었다. 최근 북한 군사력은 핵개발 가속화로 50발 이상의 핵탄두와 다종의 전략미사일 보유가 확대되는 가운데 각종 지상장비와 잠수함, 구축함, 드론 등 재래식 무기 현대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고도화하고 다변화되는 북한의 군사태세에 대해 우리의 국방대비도 전방위적으로 정교하게 이루어져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핵위협에 대해서는 한미의 확장억제 능력을 단계별 시뮬레이션에 맞춰 합목적적이고 신뢰성있게 제고해 나가고, 다층적 미사일방어체계, AI기반 감시·타격, ‘괴물미사일’ 활용 등 실효적인 억제전력도 강화해야 한다. 북한의 재래식 군비는 아직 현대화가 부분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우리와의 군사기술 격차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육·해.공 전 분야에서 고루 발전하고 있는 우리의 K-방산 성과를 활용하여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고 하겠다. 다만, 지상 및 해상장비 등에서 우리 방산기술을 도용하거나 북러 군사협력 등을 통해 성능을 강화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비가 필요하다. 또한 드론이나 잠수함, 특수부대 등을 활용한 국부적 타격이나 침투전은 언제든 가능하므로 입체적 감시정찰과 한국형 아이언돔 등 저고도·근접방어 능력을 활용한 철저한 경계태세의 유지가 중요하다. 이재명 정부의 자주국방은 평화 구축에도 긍정적으로 작용 가능하다. 한국군의 전작권 환수와 전략적 유연성 문제에 대한 실사구시적 접근은 한미동맹과 주변국 관계 병행 발전의 토대가 될 수 있다. 재래식 한반도 방위를 우리가 주도해 나가면 대북 및 대주변 평화보장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것이며, 장차 위협관리를 위한 남북 및 지역 차원의 군사협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주의 꿈은 전방위 평화와도 맞닿아 있다.
정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의 충격파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책이 초래한 부작용과 규제 형평성 논란이 정책효과에 대한 기대를 압도하는 양상이다. ‘공급계획’ 없이 ‘수요억제’만 갖고 되겠느냐는 지적이 주류다. ‘현금 부자들만 집을 사라는 얘기냐’는 불만도 나온다. “묶을 곳은 빼고, 풀릴 곳은 묶였다”며 규제 형평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까지 높다. 하루속히 비현실적 조치에 대한 보완책을 내놔야 한다는 여론이다. 정부는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재지정했다. 최근 몇 달 새 아파트값이 급등한 화성 동탄신도시와 구리시는 규제에서 빠진 반면, 거래량이 급감하고 가격이 정체된 수원·의왕 등이 포함되면서 “묶어야 할 곳을 오히려 풀어줬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투자 수요가 엉뚱한 지역으로 쏠리는 ‘풍선효과’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번 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함께 과천·광명성남(분당·수정·중원)·수원(영통·장안·팔달)·용인 수지·안양 동안·의왕·하남 등 12개 경기도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였다. 2023년 1월 해제된 지 2년 9개월 만에 경기권에서 규제가 다시 도입된 것이다. 최근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과열 조짐이 나타남에 따라 가격 급등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정부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정작 과열 지역은 빠졌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화성 동탄역 인근 ‘동탄역시범우남퍼스트빌’ 전용 84㎡는 이달 12억 원에 거래되며 한 달 새 1억 원 가까이 상승했다. 같은 단지 전용 84㎡ 매물의 호가는 벌써 13억 원을 넘어섰다. 구리 ‘e편한세상인창어반포레’ 역시 11억 7800만 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했다. 서울이나 분당에서 규제 부담을 느낀 투자자들이 이쪽으로 몰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반대로 수원 장안·팔달·영통구 등은 거래가 끊기고 가격이 하락한 지역임에도 규제지역에 포함됐다. 해당 지역에서는 분당·과천 등 일부 과열 지역을 겨냥하면서 인근 지역까지 일괄적으로 묶은 것 같다는 분석과 함께 거래가 거의 없는 애먼 지역까지 같이 규제돼 피해를 본다는 비판이 터져 나온다. 실제 한국부동산원 자료가 이 같은 반응을 뒷받침한다. 2022년 10월 대비 지난달 기준 아파트 매매가격은 의왕시가 약 14.9% 하락해 경기권 내 낙폭이 가장 컸고, 수원 장안(-9.2%)·영통(-8.6%)·성남 중원(-8.7%) 등도 비슷한 수준의 하락세를 보였다. 즉, 정부가 이번에 다시 묶은 지역들은 오히려 지난 3년간 가격이 크게 떨어진 곳들이라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책이 되레 수도권 집값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는 염려도 제기된다. 규제에서 빠진 동탄·구리·남양주 등지로 투자 수요가 몰리며 단기간 내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조치가 실질적 시장 안정보다는 ‘정치적 균형’에 치우친 행정 편의식 규제라는 지적마저 나온다. 시장 상황보다 행정 구역 단위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는 비판과 함께 “실제 수요와 공급 데이터를 반영하지 않으면 특정 지역의 규제만 강화돼 시장 왜곡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의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에 대한 비판은 여전히 수요억제에만 방점을 찍고 있다는 점에 집중된다. 적절하고 신속한 공급대책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부작용만 양산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난무한다. ‘만인의 만족을 도모할 수 있는 정부정책’은 불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나 효과를 거두기 위해 정책을 보완하는 일에 우물쭈물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태다. 부동산 정책 실패에 수반되는 국민적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시장 현장의 동향을 정확하게 반영한 효율적 정책이 될 수 있도록 정책의 완성도를 높여가야 할 것이다.
주식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코스피 지수는 4개월 보름 동안 1050p가 상승, 40%p 가깝게 올랐다(종가기준 6월2일 2698p→10월17일 3748p). 올해 4000선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장밋빛 보도까지 나온다. 윤석열 정부 내내 답보하던 주가가 뛰는 배경에는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으로 상징되는 주식시장의 반칙이 사라져 투명성이 확보될 것이란 기대도 반영돼 있다. KBS는 지난 7월 4일 저녁 종합뉴스인 ‘뉴스9’에서 ‘기업 취재해 주식거래···수억 원 차익 실현’이란 제목의 단독 기사를 냈다. 20여명의 기자들이 “취재하면서 알게 된 기업 내부 정보로 먼저 주식을 사고, 기사를 쓴 다음, 팔아서 수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3일 후인 7일 ‘뉴스9’에서도 ”기자 선행매매 수사, ‘특징주’ 100여개 뒤진다“는 제목으로 후속 보도를 했다. ‘한 상장사가 삼성에 핵심부품을 납품하기 했다’는 내용을 ‘단독’ 취재라고 강조하면서 주식시장 마감 직전 온라인으로 기사를 출고 했다.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했고, 이 상장사는 보름 동안 100%가 올랐다. 이 기사를 쓴 기자는 해당 주식을 다량 매수한 뒤 호재성 기사를 쓰고, 매도하는 수법이었다. 11개월 동안 10개 종목에서 5억원의 시세 차익을 얻었다는 게 골자였다. 이 두 건의 기사를 보도한 KBS 송수진 기자는 언론 전문 월간지 ‘신문과방송’ 10월호 취재기에서 ‘언론의 신뢰 자본을 기사를 통해 돈과 맞바꿨다’고 꼬집었다. KBS의 기사는 언론계 내부의 치부를 과감하게 다뤘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만했다. 특히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고 2회에 걸쳐 다룬 점도 눈에 띄었다. 다만 언론사 기자들 20여명이라고 두루뭉술하게 처리해 부도덕한 언론사가 어디인지를 밝히지 않아 아쉬웠다. 권역별 뉴스로 전환되는 9시 30분 이후에 기사를 배치해 지역시청자들은 이 뉴스를 접할 수 없었다. 부당 거래 언론사는 KBS 보도가 나간지 10여 일이 지난 뒤 미디어오늘과 오마이뉴스 등 일부 언론에서 매일경제신문 등이라고 실명 보도 했다. 매경 기자는 고발된 후 회사 측에서 징계 절차 논의가 착수되자 자진 퇴사했다. KBS의 단독 보도를 받은 중앙 언론사는 서울신문이 유일했다. 연예인 자살 사건처럼 클릭수가 나올만한 기사에는 기사를 수없이 쏟아내던 때와 크게 대비됐다. 한편, 7월 15일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은 SBS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SBS 직원 일부가 지난해 12월 '넷플릭스 협업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사고 팔아 수억 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때문이었다. ‘허위 보도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자는 국민 다수의 목소리에 언론계는 거세게 반대했다. 언론자유를 위축시킨다는 명분이었다. 언론자유를 개인이나 언론사의 사적 자유로 오용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언론이 언론계의 치부를 드러내는 일이 벌어지면 철저히 함구한다. 국민 대다수가 아는 사실임에도 선택적 보도로 대응한다. 언론이 이러니 국민이 다른 플랫폼으로 떠나게 된다. 지난 10·15일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날 수용자는 언론사를 찾지 않고 국토부 홈페이지를 찾았다. 언론(인)의 직업윤리를 냉철하게 뒤돌아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