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에서 보면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를 했니' '지시를 받았니' 이런 얘기들이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달그림자 같은 걸 쫓아가는 느낌이다.” 4일 헌법재판소 5차변론에 나온 윤석열의 횡설수설이다. 자신이 계엄을 선포한 것도 맞고 국회에 계엄군을 보낸 것도 맞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니 내란이 아니란다. 세상에나.. 이것이 정녕 한 나라의 수장을 지낸 사람으로서 입에 담을 말이던가? 발기부전 탓에 뜻을 이루지 못한 강간범이 범하지 못했으니 죄가 없다고 강변하는 꼴이다. 쿠데타를 막으려 슬리퍼바람으로 달려간 국민들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군인들이 부당한 지시는 따르지 않을 것이라 여기고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대목에서는 모두 절망했다. 저 광인에겐 헌법이 호수 위 달그림자에 불과했음이다. 하늘에 달은 하나지만 천개의 호수 위에 뜬다. 12월3일 밤으로부터 두달이 지났다. 대한민국은 더 안전해졌는가? 가없는 사람들이 얼어붙은 거리에서 밤을 새웠다. 탄핵이 이어져도 수괴들은 히드라의 머리처럼 새로 돋아났다. 구속된 대통령의 뻔뻔스런 발뺌에 호응하듯 거리는 폭동을 선동하는 광기로 뒤덮였다. 21세기 대한민국에 현대사의 끔찍한 기억 서북청년단이 백골단이란 이름으로 부활했다. 서부지법이 짓밟혔고 헌재 마저 위협받고 있다. 지난 총선이 중국공산당에 의한 부정선거라는 주장이 달그림자처럼 떠올랐다. 부정선거라고 지목된 53개의 선거구에서 낙선한 당사자들은 정작 단 한사람도 부정선거라 주장하지 않는데 말이다. 지금의 개표방식이 수개표인데도 부정선거를 막기위해 수개표를 해야한다며 거품을 문다. 달은 하늘에 있는데 사람들은달그림자를 향해 호수로 몸을 던진다. 사악한 집단광기다. 10일 부산 기장의 한 은행에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남성이 은행에 들어서자 말자 갑자기 검은 비닐봉지로 싼 물건을 총처럼 겨누기 시작했다. 사람들을 무릎꿇게 하곤 직원에게 가방을 던지면서 '5만원권을 담아'라고 소리쳤다. 상황은 딱 영화 속 은행강도이다. 은행 안에 있던 직원과 손님 모두 공포에 휩싸였다. 난데없는 상황은 용감하게 제압에 나선 50대 손님에 의해 2분 만에 종료되었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범인이 집에 있던 자녀의 물총을 이용해 벌인 일이란다. 평화롭게 마무리된 상황에 대한 시민들의 댓글이 역대급이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만 원 한장 도둑맞지 않았다. 2분짜리 은행강도가 어디있나? 그는 은행 보안시스템에 경각심을 주기 위한 계몽 시민일 뿐이다. 은행 직원들이 부당한 지시에 따라 돈을 담지 않을 것을 알고 한 행위를 강도라니.. 그야말로 호수 위 달그림자를 쫓는 꼴이다!” 아무리 봐도 다음번 노벨문학상도 보나마나 한국 차지일게 뻔하다. 달그림자를 쫓는 사람들이 어디 이뿐이랴? 여론이 뒤집어졌다며 탄핵기각을 압박하는 국민의힘 의원들도 저마다 호수 위 달그림자 바라기다. 탄핵반대 집회의 목사님도, 학원 강사님도 달그림자에 목을 맨다. 그들은 내란 지속을 바란다. 혼돈만이 그들을 구원할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정작 국민들은 정월대보름 달보고 평화를 기원하고 있는데... 나는 믿는다. 12월3일 밤, 이재명대표의 라이브를 듣고 죽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국회로 달려간 국민들이 있기에.. 진달래가 필때면 모든게 정상으로 돌아갈수 있겠지?
경기신문은 최근 ‘고독사 위험가구 손 내미는 수원시’(10일자 6면) 기사를 통해 경기지역에서 근무하는 한 사회복지사의 말을 전했다. “1인 가구가 지속해서 늘어나고 고독사 예방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고독사 위험군을 위한 지원이 많아졌다”며 “현재는 기존 고독사 예방을 넘어 외로움이나 재고립·재은둔까지 예방할 수 있는 입체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 같다”는 복지사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가족과 친척, 그리고 이웃과 교류 없이 홀로 생활하던 사람이 쓸쓸하게 세상을 떠나는 일이 사회적 문제가 된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 이에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한 법·조례가 제정되고 기본계획과 예방사업이 실시됐다. 2021년에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고 고독사 예방 조례가 제정됐으며, 2022년엔 39개 시군구에서 고독사 예방 시범사업이 시작됐다. 2023년엔 고독사 예방 5개년 기본계획이 수립됐다. 이 결과 고독사 사망자 수는 조금이나마 감소하고 있다. 2021년 전체 사망자 100명당 1.06명이었던 고독사 사망자 수는 2023년 1.04명으로 줄었다. 그러나 그 수는 무려 3661명이나 된다. 한해에 이처럼 많은 국민이 아무도 돌보지 않는 가운데 외롭게 세상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경기신문은 지난해 11월 11일자 사설을 통해 고독사의 원인 가운데는 노인 빈곤문제와 사회와 국가의 무관심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홀로 사는 노인 가구가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빈곤과 질병에 시달리다 도움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이할 가능성도 증가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정부가 실시한 2023년 노인실태조사 결과, 노인이 혼자 사는 집은 3년 전보다 13%나 포인트 급증한 32.8%나 됐으며, 고독사한 사람들 가운데 기초생활 수급자는 41%나 됐다. 2023년 고독사로 사망한 3661명 가운데 경기도민은 922명으로 전국 1위였다. 보건복지부가 고독사 실태조사를 실시한 2017년 이래 전국 1위라는 불명예를 계속 안고 있다. 물론 전국에서 인구수가 제일 많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2017년 512명에서 2023년에 922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에 경기도는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고독사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AI로봇을 활용한 노인 건강관리 사업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인 ‘챗-지피티(Chat-GPT)’가 탑재된 로봇을 가정에 대여해 자가 건강관리 능력 향상(규칙적인 약 복용 및 식사 관리 알람), 정서지원(음성 대화 서비스), 인지훈련(치매 예방 프로그램), 응급상황 보호자 알림서비스 및 필요시 응급관제센터를 통한 119 연계, 24시간 모니터링 등을 제공하는 것이다. AI 로봇이 홀로 사는 노인을 지켜보고 대화하면서 안부를 묻는 것 뿐 아니라 약 먹을 시간까지 알려준다. 도내 일부 보건소에서 65세 이상 건강취약 홀몸노인을 대상으로 이 사업을 시작했다. 수원시 역시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고독사 예방 추진단'을 구성해 고독사 위험군을 발굴·관리했다. 또 ‘새빛관계망 프로그램’을 통해 고독사 위험군을 대상으로 식사 프로그램, 상담, 독서 등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도록 지원한다. 지난해 6~7월에는 중장년 취약계층 고독사 위험군 4300여 명을 대상으로 현장 발굴 조사를 하기도 했다. IoT(사물인터넷) 기반 안부 확인 서비스 ‘새빛 안부똑똑’, 수원새빛돌봄 식사지원서비스 등도 전개하고 있다. 고독사 위험군을 선제적으로 발굴해 지원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이제 고독사는 개인 문제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의제(議題)다. 정부는 2027년까지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등의 방법으로 고독사를 20%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홀로 사는 노인문제와 일자리 문제,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다. 고독사는 국가와 지방정부, 우리 사회가 입체적으로 연대해 함께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하늘’이라는 글자 아래 북한군이 있다. 올가미가 걸려있고 군복을 입은 사람이 보인다. 병사는 이미 산 사람이 아니다. 러·우 전장에서 북한군은 잡힐 위험이 있으면 항복을 거부한다. 죽기를 무서워하지 않는 병사만큼 두려운 전투는 없다. 한국전쟁 막바지 고지전에서 불 뿜는 화구를 몸으로 막았다는 병사가 있다. 국가는 그것을 교본으로 죽기 살기로 싸우라고 부추긴다. 전장에서 잡히지 말고 죽으라 한다. 이미 죽어있는 사람 얼굴을 노출하고 머리카락을 잘라내는 모습도 잔인하지만, 죽음을 부추기는 국가는 하늘이 부끄럽게 잔인하다. 누구의 아들이었을 청춘의 병사는 훗날 무엇으로 기억될까. 하늘이 열린 이후 무수한 전쟁이 있었다. 병사는 전장으로 내몰리고 싸우지 않으면 죽는다. 그래서 그렇게 싸워 무엇을 얻는가. 병사가 싸워 얻는건 파괴다. 파괴를 부추긴 수령은 죽지 않는다. 어떻게 더 많은 이익을 얻을까에 관심 있다. 중동에 있는 가자지구를 보라. 전쟁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고 건물이 파괴되었는지. 그리고 아무런 일이 없은듯 터전을 잃은 사람들을 그곳에서 쫒아내려 한다. 강제 이주시키려 한다. 여기서 사람은 숫자에 불과하다. 별이 폭발하면 또 다른 별이 탄생하겠지만, 이주는 별처럼 자연질서에 따라 생긴게 아니다. 유목민이 양을 방목하려 이동한것도 아니요. 숫자에 불과한 사람 감정이나 이주에 고통은 별의 탄생처럼 자연스럽지 않다. 조선을 강점한 일본인은 조선인을 만주로 강제이주 시켰다. 그리고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이 만주로 갔다. 이주한 조선인들 속에 나의 부모님에 부모님도 있다. 강화위씨에 공주이씨는 따뜻한 남쪽 사람이었다. 만주로 이주한 사람들은 황무지를 개간하고 공동체를 이루었다. 연해주로 이주했던 조선인은 1937년 스탈린 지시로 우주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으로 강제이주 당했다. 이들을 ‘고려인’으로 부른다. 이주가 그렇게 좋으면 ‘집 나서면 고생’이라는 말은 어찌 생겼을까. 일본인이 흥남에 화학공장 지울 때 헐값으로 땅을 사고 농민을 강제로 내쫒으며 잘 살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흥남을 만든 노구치는 재벌이 되었고, 조선인 임금은 일본인 임금에 절반도 안되었다. 병사여! 이주의 슬픔이 가득한 러시아에 무슨 영광을 얻으려 죽음도 마다하지 않는가. 당신의 수령은 병사를 전장으로 보내고 안녕한가? 아직 이주에 역사를 모르거나, 군(軍)생활 경험이 없어 전장을 모른다. 그래서 무지하고 무모하다. 부모에 부모를 따라 부족함 없이 살았으니, 터전을 잃는 고통을 모른다. 경험 없는 사람이 권력의 정점에 있으면 불안하다. 경험 없는 무지한 수령은 선택이 가져올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저질러 버린다. 수령은 당신의 죽음보다, 권력으로 얻을 영광만을 생각한다. 그러니 무모하게 죽지 마시라. 당신을 낳은 어미와 당신을 기다릴 가족을 위해서. ‘하늘 우러러 한점 부끄럼없이’ 만주로 이주한 윤동주 시인은 연변에 있는 명동촌에서 태어났다. 하늘 부끄럽게 병사는 이미 전장에서 많은 것을 파괴했다. 병사가 쏜 포탄은 누군가의 생명을 빼앗고 터전을 파괴했다. ‘수령 만세’를 부르고 죽은들 당신의 영광은 수령만에 것이다. 청춘은 한번 뿐이고, 병사도 명령에 불복종할 권리가 있다. 병사는 살아서 고향으로 가시라.
KBS의 한 현직 기자가 지난 1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 구속기간 연장 불허··· 여, ‘즉각 석방’···야, ‘즉각 기소’”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법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기간 연장 신청을 불허하자, 여야가 엇갈린 입장을 내놨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근무 중에 자사(KBS) 기사를 보다가 기겁을 했다”며 “(보도책임자가)기계적 중립을 지킨다며 탄핵 찬반 집회를 함께 보여줘야 한다더니...이것은 최소한의 기계적 중립도 아닌 편향 그 자체였다”고 탄식했다. 이어 “전체 기사 1분 54초에 국민의힘 주장 45초, 민주당 주장 38초, 윤석열 대통령측 주장 30초였다”며 “이게 그 잘난 기계적 중립인가?”라고 썼다. 한종범 80년해직언론인협회 상임대표(전 중앙일보 기자)는 유튜브 채널 스픽스의 ‘심각한 탄핵보도 행태’ 특별대담에 출연, 탄핵반 세력에 스피커 노릇을 하는 언론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1월 23일 밤 YTN의 ‘국회 독재로 국가 위기 상황···포고령 상징적 의미’, ‘질서유지를 위한 상징적 측면에서 국회에 군 투입’ 같은 기사가 탄핵반대 세력에 스피커를 빌려준 거나 다름없다고 했다. 붉은색 바탕에 하얀 글씨로 전체 TV 화면의 1/6을 할애한 자막을, 하물며 광고 시간에까지 반복해 전해주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질타했다.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언론보도는 숱한 문제점을 양산하고 있다. 취재원의 말을 검증 없이 전달하는 따옴표 저널리즘과 기계적 균형 보도는 위험수위를 한참 넘어섰다.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이란 책이 있다. 2001년 출판된 이후 2021년까지 네 번 개정판이 나왔다. 저널리즘 교과서다. 국내서도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모든 판을 번역 출판했다. 저널리즘 관련된 책 중 가장 많이 팔렸다. 이 책은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 10가지를 제시한다. 이 시기에 언론인이 수시로 꺼내 되새길 지침이다. 3000여 명의 시민이 참석하고, 300여 명의 기자가 증언한 내용을 수없는 공개 포럼과 심층 인터뷰를 거쳐 도출한 원칙이다. 핵심 세 가지만 적용해도 KBS와 YTN 보도가 무엇이 문제인지 보여준다. 저널리즘의 첫 번째 의무는 진실 추구다. 진실은 국익에도 우선한다. 내란세력은 국익까지 망가뜨렸다. 다음은 사실 확인이다. 확인에 방점이 찍힌다. 사실은 진실에 찾아가는 하나의 수단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인원’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하면, 그 말을 한 건 사실이지만 진실은 아니다. 세 번째는 포괄적이면서도 사안에 합당한 비중이 반영돼야 한다. 산술적 평균이 아니란 말이다. 도올 김용옥 선생이 말하는 시중(時中)이어야 한다. 균형성과 중립성은 저널리즘의 원칙이 될 수 없다. 주관적이고 모호해서 때로는 진실을 왜곡하는 데 쓰여지기 때문이다. 내란범과 그것을 막아낸 시민들의 의견을 기계적 균형으로 포장하는 것은 결국 내란 세력에 동조하는 것과 같다. 윤석열 정부가 왜 KBS 사장을 무리하게 바꾸고 YTN 민영화에 혈안이었는지를 명징하게 보여준다.
2017년 고령사회(노인 비율 14%)에 들어선 지 불과 7년 만인 지난해 우리나라는 노인비율 20%의 초고령사회에 접어들었다. 노인 케어 문제가 우리 국가사회의 주요 화두로 등장한 상황에서 특히 노인치매 질환에 대한 관리가 최대 과제로 부상했다. 경기도가 치매 조기 발견과 치료를 위한 지원 대상을 크게 늘리는 등 치매 관리를 대폭 확대한다는 소식이다. 경기도가 치매 가족에 대해 가장 따뜻한 지방정부로 자리매김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경기도가 ‘치매가족돌봄 안심휴가 지원’ 제도를 본격 시행한다. 치매조기발견과 치료를 위한 지원도 지난해 대비 7000명 확대한 5만여 명을 대상으로 추진한다. 도는 지난 9일 이 같은 내용의 ‘2025 경기도 치매케어패키지’ 계획을 발표하고 10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도의 치매가족돌봄 안심휴가 지원 제도는 정부 지원에 더해 도가 운영 중인 도내 6개 경기도립노인전문병원 단기입원이 가능하다. 구체적으로 이 사업은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이 외출·출타로 며칠간 집을 비워야 하거나 장기간 돌봄에 지친 가족이 일정 기간 육체·정신적 휴식이 필요할 때 지원하는 제도다. 노인전문병원 이용에 따른 간병비 지원과 장기요양기관 본인부담금 지원은 국내에서 경기도가 처음이다. 정부의 유사 사업인 장기요양가족휴가제는 1년에 열흘만 방문요양서비스나 단기보호시설을 이용할 수 있고 현금 지원 없이 할인에 그치는 수준이다. 입원 기간은 입원 기간 간병비(일 3만원)를 연간 최대 30만 원(연 10일 간)까지 지원한다. 노인전문병원을 이용하지 않는 가족은 방문요양서비스나 단기보호시설 이용 시 발생하는 이용료의 본인부담금을 연간 최대 20만 원(일 2만 원, 연 10일 간)까지 지원한다. 경기도립노인전문병원(단기입원), 단기보호시설, 종일방문요양 이용 여부는 치매 환자의 중증도와 여건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경기도립노인전문병원은 ‘치매안심병동’을 보유하고 있어 환자별 맞춤형 진료·간호가 가능하다. 인지재활, 공예활동 등 비약물치료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이밖에 도는 올해부터 치매조기발견과 치료를 위한 지원대상도 확대했다. 치매 감별검사비(최대 11만 원) 지원에서 소득 제한을 폐지하고 치매 치료비(연 36만 원) 지원 소득 조건은 기준중위소득 120% 이하에서 140% 이하로 완화했다. 현대의학의 눈부신 발달로 신체의 건강을 유지하는 의술이 높아진 덕분으로 육신의 건강을 오래 지키는 사람들이 괄목할 수준으로 늘었다. 육신의 건강에 맞춰서 두뇌 건강도 증진된 것은 사실이지만, 정신 건강의 증진은 육신에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결국은 치매로 인해 일상이 망가지는 노년층이 날로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한 현상이 되고 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20년 뒤인 2045년 우리나라 노인 인구는 전체의 37.3%에 이르게 된다. 이에 비례하여 야기될 문제는 가히 폭발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와 지방정부가 해야 할 사명 중에서 노령층에 대한 관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높아질 수밖에 없다. 초고령사회는 노인 인구 비율의 증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고령 1인 가구가 이미 급증하듯 사회의 구조적 대변화로 이어진다. 치매 환자, 치매 가족을 돌보기 위한 세련된 정책은 초고령 시대 핵심과제다. 경기도가 도내 노령층에 대한 모범적인 정책을 앞장서 다듬어 나가야 한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속담은 부정할 여지가 없는 진실이다. 오랜 치매 간병 끝에 친족 살인 폐륜을 저지르는 비극마저 간헐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우리 국가사회가 이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치매 환자 자신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이 받고 있는 고통까지도 감당하게 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우리가 선진 복지국가로 나아갈 수 있다. 그것은 비용이 아니라, 건강한 미래세대와 국가를 위한 요긴한 투자다.
정부는 의료·요양·돌봄 통합지원 시범사업 대상을 노인 중심에서 장애인까지 확대하고 맞춤형 복지 서비스를 강화한다. 올해부터 의료와 돌봄의 통합적 제공을 목표로 새로운 복지 체계 구축을 위한 시범사업 추진 기반을 마련하고 ‘26년도 본사업 시행 준비에 들어간다. 통합지원 사업은 의료와 돌봄 서비스를 연계해 대상자가 지금까지 살던 곳에서 건강한 삶을 유지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 한국장애인개발원 등 관련 기관과 협력하여 종합적인 사업 준비에 나섰다. ‘장기 요양 서비스’는 장기 요양 등급 판정을 받은 이들에게 간호·목욕 등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보험제도를 말한다. 이 서비스를 제공받는 노인과 돌봄 제공자를 대상으로 수행한 건강보험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혼자 일상생활을 하기 곤란해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한 노인이 재가 요양을 하는 경우 하루 2시간 ‘돌봄 공백’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집에서 ‘장기 요양 서비스’를 받는 노인은 수면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평균 4.9시간의 돌봄이 필요했지만, 실제 도움을 받는 시간은 2.9시간에 그쳐 돌봄 공백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돌봄 제공자의 42%는 “돌봄 부담이 심각하다”고 했고, 33%는 우울증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돌봄 제공자는 배우자가 36%로 가장 많았고, 아들·며느리가 33%, 딸·사위는 27%로 그 뒤를 이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실시한 노인 실태조사를 보면 65세 이상 노인의 18.5%가 일상생활에서 타인의 돌봄이 필요하며, 돌봄을 받는 노인의 80% 이상이 가족 구성원에 의지하고 있다. 2025년 대한민국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지난해 대한민국은 치매 환자 100만 명 시대에 접어들었는데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를 앓고 있는 셈이다. 치매 환자 수 증가와 함께 치매 관리 비용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중앙치매센터가 지난해 발표한 ‘2023 대한민국 치매 현황’에 따르면, 치매 환자 1인당 연간 관리 비용은 2200만 원을 넘어섰다. 보건복지부(사회서비스원)가 설치·운영 중인 종합재가센터는 홀로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운 노인의 가정을 방문해 공공 돌봄을 제공하며, 특히 고난도, 낮은 수익성, 원거리 등의 이유로 민간 재가요양기관이 기피하는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이다. 공공 돌봄을 통해 민간 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하고자 설치한 종합재가센터가 경기도 내에 2곳에 불과하다. 센터가 위치한 지역과 인근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탓에 경기도 지자체 대부분이 여전히 공공 돌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제 지역사회 전반적인 시스템을 '돌봄사회'에 걸맞게 혁신하고, 예상되는 다양한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 정책과 민간 기술을 결합한 복지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70년 62.3세에서 ’24년 84.5세로 50여 년 만에 22세 이상 늘어났다. 이 같은 흐름에 비추어 볼 때 앞으로도 기대수명 오름세가 지속될 것이고, 그만큼 '노인 돌봄'에 대한 수요 또한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고령자가 우리 사회의 다수를 이루는 사회인구 현상 속에 상대적으로 젊고 건강한 노인들은 경제적·사회적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가정과 시설 내에서 노인이 노인을 돕고 돌보는 '노노케어(老老 care) 시스템‘을 확대함으로써 노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가족 구성원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돌봄 정책과 새로운 복지 시스템이 구축되기 바란다.
세계 제1의 박물관 파리 루브르. 매년 이곳을 찾는 방문객은 900만 명에 달한다. 이는 서울시 인구와 맞먹는 숫자다. 이 많은 사람 중 80%가 외국인 관광객이다. 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그림은 ‘조콩드(Joconde)’다. 조콩드는 ‘모나리자’의 프랑스식 이름이다. 연간 700만 명이 이 그림을 보고 간다니 참으로 놀랍다. 세계인의 변함없는 사랑을 받는 루브르 박물관은 그 역사가 230년이 넘는다. 장구한 역사가 부럽지만 심각한 노후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안타깝다. 낙후된 기술 장비는 온도 변화에 잘 대처하지 못함으로써 귀중한 작품들을 위협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루브르 박물관을 개보수할 방대한 계획을 발표했다. 2031년까지 유리 피라미드의 혼잡을 완화하기 위해 박물관 동쪽에 새로운 대형 문을 만들고 연간 방문객 수를 1,200만 명으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현재 피라미드 문은 연간 400만 명의 방문객을 맞이하도록 디자인 돼 굉장히 비좁다. 또한 박물관의 대표 작품인 모나리자가 독립적으로 접근 가능한 ‘특별구역’을 설치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많은 관람객이 몰려들어 주변 지역의 관람 환경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보다 안전하고 평화롭게 방문할 수 있는 조건과 모나리자에 걸맞은 전용 전시실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기회에 이탈리아는 모나리자를 유치하겠다고 야심차게 나서고 있다. 이탈리아 북부의 롬바르디아는 파리에서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일시적으로라도 “모나리자를 다시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진지하게 선언했다. 문화 담당 지역 의원인 프란체스카 카루소는 “이탈리아 문화와 예술을 가장 잘 대표할 뿐만 아니라 전 인류의 유산이기도 한 모나리자를 롬바르디아가 환영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렇다면 롬바르디아는 왜 이러는 것일까? 다빈치는 이 지역에서 화가생활 대부분을 보냈다. 1482년부터 1499년까지 그는 밀라노 공작 루도비코 스포르차의 보호 아래 롬바르디아의 수도인 밀라노에서 일했다. 이때 최후의 만찬을 비롯한 여러 걸작을 제작했다. 하지만 모나리자는 롬바르디아가 아닌 자신의 고향 토스카나에서 그려졌다. 1503년경 피렌체의 부호 프란체스코 델 지오콘도가 그의 아내 리사 제라르디니 지오콘도를 묘사해 달라고 의뢰했다. 이 지오콘도에서 ‘조콩드’ 이름이 탄생한 것이다. 프랑스가 오늘날 이 그림을 보관하고 있는 것은 다빈치가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의 후원을 받지 못하게 되자 1516년 자신의 재능을 알아봐주는 프랑수아 1세를 만나러 프랑스로 떠났다. 이때 짐 속에 모나리자를 비롯한 자신의 그림 몇 점을 가져가 프랑스 국왕에게 바쳤고, 국왕은 그 대가로 다빈치에게 거액의 연금을 지급했다. 1797년 모나리자는 왕실 소장품으로 들어가 다시는 프랑스를 떠나지 않았고 ‘조콩드’라는 이름으로 루브르에 전시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는 이 그림을 둘러싸고 종종 프랑스와 논쟁을 벌이곤 한다. 토스카나의 한 미술사학자는 “공증된 문서에 따르면 프랑수아 1세가 다빈치로부터 모나리자를 실제로 구입했다는 사실이 증명 된다”고 말하며 이론의 여지가 없음을 강조한다. 롬바르디아의 선언으로 모나리자가 이탈리아에 다시 돌아와 2026년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 올림픽의 아이콘이 되는 모습을 벌써부터 상상하는 이탈리아인들이 많다. 하지만 이미 프랑스의 귀중한 보석이 돼버린 모나리자가 국경을 떠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본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5년을 훌쩍 넘긴 시점에 아직도 상황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통계 결과가 나와 씁쓸하다. 사단법인 직장갑질119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직장인 중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변한 응답이 직전 조사 대비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이다. 직장 내 괴롭힘은 개인의 인격과 존엄성을 침해하는 심각한 문제다. 정책에 아직 구멍이 많다는 증거다.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는 직장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정밀한 대응책 보완이 불가피하다.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11일 전국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에게 직장 내 괴롭힘 현황을 조사했다. 그 결과 ‘지난 1년 동안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적 있다’는 직장인은 35.9%로 지난해 1분기(30.5%)와 비교해 5.4%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정규직(32.3%)보다는 비정규직(41.3%)이, 사무직(32.4%)보다는 비사무직(39.4%)이 직장 내 괴롭힘에 더 노출됐다. 유형별로는 모욕·명예훼손이 23.5%로 가장 많았고 부당 지시가 19.6%, 폭행·폭언이 19.1%로 뒤를 이었다. 직장 내 괴롭힘 대응 방식으로는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는 응답이 51.3%로 절반을 넘었고 ‘회사를 그만뒀다’는 응답도 23.7%에 달했다. ‘개인 또는 동료들과 항의했다’는 30.1%, ‘회사 또는 노동조합에 신고했다’는 12.8%, ‘관련 기관에 신고했다’는 5.0%에 머물렀다. 직장 내 괴롭힘 수준이 심각하다는 응답률은 작년 1분기 46.6%에서 54.0%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자해나 죽음을 고민한 적 있다는 응답률은 같은 기간 15.7%에서 22.8%로 각각 늘었다. 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난 MBC 일기예보 진행자 오요안나 씨의 유서가 뒤늦게 발견되면서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다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20대 여성 오요안나 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인 지난해 9월 15일 오전 1시5분 자신의 휴대전화 메모장에 원고지 17장 분량 총 2750자의 유서를 작성해 남겼다. 유서엔 특정 기상캐스터 2명에게서 받은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2021년 5월 MBC 프리랜서 기상캐스터가 된 오 씨는 이듬해 3월부터 괴롭힘 대상이 돼 줄곧 고통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오 씨가 남긴 유서에 나타난 괴롭힘 양상은 참혹하다. 눈물을 흘리는 오 씨에게 가해자가 “선배한테 그게 할 태도냐. 너가 여기서 제일 잘 났냐”고 목소리를 높였다니 말이 안 나올 지경이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언어도단의 갑질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하소연 한 마디 못하고서 눈물짓고 있을 제2, 제3의 오요안나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힘과 고용노동부 등 당정이 ‘중대한’ 직장 내 괴롭힘이 1회만 발생해도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내용이 골자인 가칭 ‘오요안나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 직장 내 괴롭힘 신고사건 처리 현황에 따르면, 금지법 시행 후 5년간 고용부에서 처리된 사건은 4만 3446 건 중 ‘법 위반사항 없음’ 결정이 난 사건이 3분의 1인 1만 2805 건에 이른다. 피해를 줄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뭔가 본질적인 구멍이 많다는 뜻이다. 멀쩡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에게 벌이는 남의 인격을 말살하는 갑질 행각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멀었다. 처벌 만능주의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제대로 된 교육을 강화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형벌이 두려워서 못하는 것보다, 사람의 도리로서 할 짓이 아니라는 건강한 경계심이 더 효과적이다. 직장 내 괴롭힘을 일소하기 위한 정책들은 종합적으로 재점검되고 충분히 보완돼야 한다.
1300년 전, 그는 당나라의 2대 황제(598-649)였다. 후대로부터 중국 5천년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군주로 평가받는다. 통치기간은 627년부터 649년까지. 24년간이었다. 당나라는 정치 경제 문화 예술 군사 등 모든 분야에서 당시 세계최강의 제국이었다. 그의 치세(治世)를 역사가들은 ‘정관지치’(貞觀之治)라고 칭송했다. ‘세상을 올바르게 본다’는 뜻의 ‘정관’(貞觀)은 태종의 연호다. 그는 공자를 존경하고 따르면서도 노장사상에 심취하여 무위지치(無爲之治)가 최고의 정치라는 것을 깨닫고 실천했다. 도교(道敎)를 국교로 삼은 것이 그 증거다. 불교를 공부한 후에 역시 큰 깨달음을 얻었다. 지체없이 유불도 삼교정립(儒佛道 三敎鼎立)을 국가의 사상적 정체성으로 정립(定立)시켰다. “철학자가 군주가 되거나, 군주는 철학을 공부해야 한다”는 플라톤의 철인정치론에 합당한 인물이다. 그의 위대한 리더십을 기록한 ‘정관정요’(貞觀政要)는 노장공맹(老壯孔孟), 그 2천년 스승들의 핵심사상이 체화된 품격정치의 바이블이다. 아래의 인용문들은 ‘정관정요’에 나와 있는 태종의 사람됨과 그의 정치에 관한 내용이다. “그는 현명하고 유능한 사람을 뽑아서 일을 시켰다. 그들과 언제나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듣기에 불편할만큼 혹독한 충고도 허용했으며, 고마운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즉시 자신의 문제점을 바로잡았다. 부역과 세금을 가볍게 하여 백성들을 아꼈으며, 형법을 신중하게 사용하였다. 문화를 중히 여겼다. 백성들이 전쟁이나 토목사업에 동원되어 농사철을 놓치지 않도록 했다. 군주와 신하가 항상 서로 거울이 되어 선행을 하려고 애썼다. 근면검소했다.” “관리들은 대부분 스스로 청렴하게 생활하고 근신했다. 왕자들과 왕후나 왕비들, 공주들의 시댁들, 권문세가, 간사한 무리들을 통제했다. 이들은 모두 국법의 위력을 두려워하여, 자신들의 행실을 삼갔다. 감히 일반백성들을 침범하거나 억누르지 못했다. 상인이나 여행객이 벽지에서 투숙하더라도 강도를 만나지 않았고, 좋은 정치 덕분에 감옥이 텅텅 비었다. 외출하는 사람들은 몇 개월씩 문을 닫아걸지 않았다. 나그네는 입을 것과 먹을 것을 없더라도 모두 오고가는 길에서 해결되었다. 이러한 다스림은 모두 옛날에는 없었던 것이다.” 순수한 청년 정치지망생이 꿈을 말하는 것 같지만, 실재했던 역사다. 어느 날, 태종과 동양사 최고의 신하로 역사에 남은 위징(魏徵. 580-643)과의 대화다. “군주된 자가 백성들에게 손해를 끼치면서 자신의 욕심을 채운다면, 마치 자신의 넓적다리를 베어 배를 채우는 것과 같소. 몸이 곧으면 그림자도 곧은 법이오. 윗사람이 훌륭하게 다스리려고 노력하는데, 아랫 사람들이 혼란스러운 경우는 없소. 무슨 일에서든 탐욕이 재앙을 부른다고 생각하오. 만일 군주가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한다면, 백성들은 그 때문에 사분오열할 것이고, 변심하여 원한을 품고, 모반하는 이가 생겨날 것이오. 나는 항상 이러한 이치를 생각하고, 감히 나 자신의 욕망에 따르는 행동을 하지 않았소.” “옛날 성스럽고 현명한 군주들은 모두 가깝게는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아 행동했습니다. 그런 까닭에 나라 안의 온갖 사물을 살필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몸을 아끼고 마음을 수양하는 방법으로 나라를 다스리면 그것이 최선입니다. 군주의 품행이 단정한데, 나라가 안정되지 못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위징은 '실제로 목이 달아나더라도 할 말은 하라'는 뜻이 담긴 간의대부(諫議大夫)라는 직책이었다. 위의 응답도 죽음을 각오한 신하의 간언(諫言)이다. 태종처럼 위대한 지도자도 위징의 충간(忠諫)을 듣고 칼을 뺐다가 도로 집어넣은 것이 300회가 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참고 끝까지 경청한 날은 언제나 마음 편하게 단잠을 잘 수 있었다’는 기록도 있다. 우리나라 정치는 혁명의 대상이다.
역사책을 살피면, 사회적 혼란과 정치적 불안이 심화하는 시기마다 미신과 초자연적 신앙이 위기를 극복할 방안으로 여겨지곤 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미래를 예측하고자 하는 인간의 심리는 이해할 수 있으나 비합리적 믿음이 국가 운영과 정치적 결정에까지 영향을 미치면 그 결과는 대개 국가의 붕괴나 사회적 혼란으로 귀결되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나타난 사례들은 미신적 사고가 정치에 미치는 위험성을 경고하며 현대 사회에서 이를 배제해야 할 필요를 시사한다. 미신적 신앙은 예언서나 도참서를 통해 특정 인물이나 사건이 도래할 것을 암시하며 통치자와 민중에게 미래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후한 말기 중국에서는 도참 신앙에 힘입어 황건적의 난이 일어났고, 이는 후한의 몰락을 예고하는 사건이었다. 조선 후기에도 민중 사이에서 정감록에 대한 믿음이 퍼지며 왕조에 대한 불안을 부추겼다. 이처럼 비이성적 신앙은 단기적으로 사회적 불안을 완화하는 역할을 하지만, 일종의 진통제와 같을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정치적 혼란을 심화시키고 통치의 정당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신에 의존한 통치의 문제점은 명확하다. 비합리적 믿음은 과학적 검증이나 논리적 근거 없이 상징적 해석과 자의적 판단에 의존하기 때문에 통치자 자신의 정치적 목적에 맞추어 왜곡하거나 남용할 위험이 있다. 러시아 제국 말기, 요승 라스푸틴은 황실과 결탁하여 개인적 신비주의를 앞세워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다. 황제와 황후는 그의 초자연적 능력을 맹신하며 국가적 위기 속에서도 현실적 개혁을 외면했고, 결국 러시아 혁명이 일어났다. 초자연적 신앙은 불안을 일시적으로 해소할 수 있지만 통치 과정에 개입되면 민중의 비판적 사고를 억제하고 비이성적 사고를 조장해 시민의 자율적 판단을 약화하고 의존적 사고를 강화한다. 오늘날에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인간은 확실성을 갈망해 음모론이나 미신적 믿음에 의존하곤 한다. 하지만 현대 민주 사회에서 통치는 과학적 근거와 합리적 판단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비과학, 비합리가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경우, 사회적 신뢰를 훼손하고 장기적으로 정치적 불안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합리적 토대 위에서 구성되는 대의민주주의의 가치는 근본적으로 신용, 이성, 진보에 대한 믿음에 뿌리를 두고 있다. 냉철한 분석과 합리적 판단이 요구되는 위기 상황에서, 초자연적 신앙에 의존하면 현실적 대응이 아닌 근거 없는 믿음에 따라 잘못된 판단과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막대한 시간과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소모될 가능성을 높이며 사회적·경제적 손실을 초래한다. 결과적으로 민주적 절차와 법치의 원칙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약화하고 사회적 통합을 저해한다. 역사적 사례들은 비이성적 믿음이 국가의 몰락과 자주 맞물려 있음을 보여준다.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이러한 경향은 미신 의존적 통치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 초자연적 신앙은 민간 신앙의 차원에서는 존중될 수 있지만 공적 통치 영역에서는 철저히 배제돼야 한다. 공자도 이 사실을 이미 춘추시대에 통찰하여 괴력난신을 논하지 않았다. 이성을 중시하며 초자연적 요소가 인간의 판단과 통치에 개입하는 것을 경계하는 그의 가르침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