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무더위가 어느덧 가시고, 아침저녁으로 부는 상쾌한 바람과 습하지 않은 날씨, 그리고 한껏 높아 보이는 하늘이 인상적인 가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 독서의 계절이라는 찬사를 듣기도 하지만, 건조한 날씨와 큰 일교차로 인해 건강에 위협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여름동안 무더위에 힘들다가 선선한 가을 날씨로 변하면서 몸이 좀 더 가볍고 의욕이 생기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여름의 더위로 인해 허약해진 기운이 잘 회복되지 않아 도리어 가을에 유행성 질환에 걸려 고생하거나, 오전과 오후의 큰 일교차로 인해 호흡기 질환 등에 이환될 수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가을은 육기(六氣) 중에서 건조함, 즉 조(燥)의 기운이 가장 왕성한 시기입니다. 조의 기운이 왕성하게 되면, 사람의 피부도 건조해지면서 피부가 가려워지거나, 원래 가지고 있던 아토피나 피부질환이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평소보다 물을 자주 마셔 피부에 수분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해주고, 씻고 난 이후에는 피부의 습기를 지켜주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가을은 수렴의 계절입니다. 사람도 식물과 마찬가지로 수렴하는 기운에 영향을 받습니다. 특히 사람의 마음이 움츠러 들게 되면, 가
기자 초년병 시절, 가을만 되면 숱하게 부르고 들은 노래 중 하나가 ‘잊혀진 계절’이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우 우우우” 읊조리듯 시작하는 멜로디가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잊혀진 계절은 지금도 10월만 되면 애창곡 1위 반열에 오른다. 특정 계절을 노래한 대중가요 하나가 이토록 생명력이 긴 것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노랫말 속에 녹아있는 서정적인 분위기가 듣는 이들에게 추억을 하나쯤 생각나게 해서 그럴까. 아니면 모든 이별에는 메아리치는 변명이 있지만 무표정으로 헤어진 뒤, 그때 미처 못 했던 말을 이후 내내 곱씹는 절절한 심경을 공감해서 그럴까. 아무튼 깊어가는 가을만 되면 수많은 사람들의 애창곡으로 남아 쓸쓸함과 위안을 전하고 있다. 며칠 지나면 10월도 마지막 밤을 맞는다. 그 밤이 지나고 나면 낙엽이 더욱 스산하게 흩날리는 시기에 접어들고 덩달아 시간의 허허로움을 탓하는 사람들도 늘어날 것이다. 가을에 유난히 울렁증이
돈을 물 쓰듯 한다는 속담이 있지만 이젠 물을 돈 쓰듯 해야 한다는 말로 바꿔야 한다. 가뭄이 장기화되면서 물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지역적으로 많은 사람이 고통을 겪고 있다. 식수 및 생활용수를 제한급수 받는가 하면 강바닥은 거북등처럼 갈라지고 과수며 밭작물들의 작황도 좋지 않다. 콩을 수확해보니 죽정이가 많고 가뭄 때문인지 벌레가 극성이다. 같은 밭에 같은 조건으로 농사를 지었는데 올해는 유난히 병충해가 심하다. 수로가 비교적 잘 정비되고 운영되는 지역은 물 사정이 원만하여 큰 어려움 없이 농사를 지었지만 천수답이라던가 물 사정이 원활하지 못한 곳은 일 년 내내 발만 동동 굴렀을 것이다. 비가 오는 것은 하늘의 소관이라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일이기에 더 안타깝다. 우리 어릴 때는 한 바가지의 물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 설거지한 물로 쇠죽을 끓이고 세수한 물로 걸레를 빨아 방 청소하고 그 물로 마당 청소를 했다. 마당에 펌프가 있었는데 가물거나 하면 물이 나오지 않았다. 마중물을 붇고 펌프질을 해도 빈 울림만 있을 뿐 물이 올라오지 않으면 할 수 없이 물동이를 이고 물을 길어야 했다. 과수원집에 우물이 있었는데 과수원 주인이 시내 살다보니 집 지키
창덕궁 후원 부용지 주변의 건물 중 가장 권위 있는 것은 중층건물의 주합루(宙合樓)로 연못의 북쪽 언덕 위에 자리하여 웅장하며 늠름한 모습으로 부용지를 내려다보고 있다. 지금은 이 건물을 ‘주합루’라고 하지만 창건 시기에는 규장각(奎章閣)으로 더 많이 불렸다. 창건 당시 1층은 왕실의 도서를 보관하는 도서관 역할의 규장각이고, 2층은 역대 임금의 어제, 어필, 어진을 보관하는 어제각(御製閣) 용도의 주합루였다. 이후 규장각은 역할이 확대되면서 창덕궁 서쪽의 금호문 근처로 이전하게 되어, 주합루(어제각)만 남게 되면서 건물의 명칭도 주합루로 불리게 되었다. 정조가 즉위하자마자 가장 먼저 건축 사업을 추진한 것이 어제각의 설립이었다. 이는 정조가 폐위된 사도세자의 아들로 기반이 약한 상태에서 즉위하였기에 본인이 선왕인 영조의 적통(嫡統)임을 나타내고자 하는 목적이며 왕실의 권위를 높이는 일이기에 우선하여 추진되게 된 것이다. 주합루와 규장각의 준공시기에 정조는 “우리 선대왕의 운장(雲章)·보묵(寶墨)은 모두 다 소자를 가르쳐 주신 책이니, 존신경근(尊信敬謹)하는 바가 어찌 보통 간찰(簡札)에 비할 것이겠는가? 의당 한
도박은 유희성이 있기 때문에 어디까지가 놀이고, 어디부터가 범죄에 해당하는지 판별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우리 삶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으면서 많은 사람들을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따라서 예부터 나라마다 도박은 도둑질보다 더 큰 해를 끼친다고 해서 법으로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나 거둔 효과는 매우 미미하다. 도박의 폐해는 역시 자제력을 잃고 빠져들게 만드는 중독성과 삶의 피폐함이다. 그 점에서 마약과 동급으로 친다. 전문가들은 도박하는 심리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오디세우스를 유혹하는 세이렌’에 빗대 설명하기도 한다. 바다의 요정 세이렌은 암초 해역에 살며 지나가는 뱃사람들을 노래로 유혹하여 배를 난파시키는 악녀다. 선원들은 세이렌에 맞서야 하는 것을 알고 처음엔 유혹을 경계하다 노래에 현혹돼 사랑에 빠지고 결국 물에 빠져 숨진다는 신화의 내용이 도박중독의 과정과 같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나라마다 국가적으로 카지노 등 공인된 노름장소를 오래 전부터 제공하고 있다. 이익금을 공익사업에 쓴다는 명분아래 걱정과 염려를 뭍고, 국가 이익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미명하에 경마나 축구와 같은 운동경기에까지 돈을 거는 행위를 거들고 있다
화단은 내게 /김일영 이슬비를 함께 맞던 날 화단은 내게 조금의 자리를 내주었지 그곳에 축축한 시간과 말라가던 구근 몇 알을 심었다 얼마 후 아침이면 내 입은 꽃잎 모양으로 벌어지곤 했다 몇 번의 폭우가 침묵을 깨울 때마다 빗방울이 뚫다만 자리를 담배 필터로 메우곤 했다 여름을 키워낸 매미들의 울음소리가 빌딩들을 건너가고 철 지난 봉숭아 한 잎 누구도 밟지 않는 빈집 마당에 떨어져 어둠 속에 감춘 길이 열리는 순간, 처음엔 이곳에서 나는 떠돌이였다 - 시집 ‘삐비꽃이 아주 피기 전에’/실천시선, 2009 이제 여름 끝자락입니다. 가을이 도둑처럼 다가서 있습니다. 시인의 말처럼 ‘여름을 키워낸 매미들의 울음소리’가 우리 곁에서 어느새 사라지고 없습니다. 조락의 계절이라고 하지요. 가을은. 그런데 또 한편 결실을 맺는 때이기도 하다는 뜻을 이 시는 새기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시인은 새 보금자리를 찾은 것 같습니다. 떠돌이였던 그가 화단 한 켠에 한 자리 마련하여 꽃을 피웠으니 말입니다. 빈집 마당 같던 시인의 마음은 늘 어두웠습니다. 거기에 빛으로 길을 낸 사람이 그립습니다. 누구나 처음엔 모두 다 떠돌이가 아니었나요?
최근 들어 도시형생활주택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다. 택지공간 확보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각종 규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공사기간도 아파트에 비해 훨씬 짧은 7개월~1년에 불과한데다 마감재가 일반건축물에 비해 1/3~1/4에 불과한 값싼 드라이비트가 사용된다. 또한 주차장 설치기준과 주민들의 생활편의를 위한 부대시설의 설치기준도 대폭 완화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도시형생활주택의 증가가 소형 주택의 수급 불균형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했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국 곳곳 도심지마다 일정한 토지공간만 있으면 도시형생활주택이 지어지고 있는 이유다. 지난 5년 간 오산시에서 허가된 도시형생활주택은 201건에 모두 3천768가구에 이르고 있고 한다. 이들 주택에는 가구당 1~3명의 적은 인원이 살고 있어 거주 인구는 6천여 명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문제는 주차시설이 너무 협소해 주차난을 겪는데다 화재 시 거의 무방비 상태라는 것이다. 아파트는 가구당 주차면적이 1.3대이고, 오피스텔은 0.99대여서 가구당 1대씩은 주차가 가능하다. 그러나 도시형 생활주택의 경우 0.4대 수준이다. 2~3가구당 한 대씩밖에 주차할 수 없다. 골목의 주차난을 가중시키는…
수원을 연고지로 정한 프로구단은 축구 클래식의 수원삼성블루윙즈와 챌린지의 수원FC, 야구의 수원kt위즈, 남자 배구 수원한전배구단, 여자배구 수원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등이다. 수원삼성썬더스와 삼성생명 비추미 등 남녀 프로농구팀도 있었지만 각각 서울과 용인으로 연고지를 옮김으로써 지역 스포츠팬들의 마음에 상처를 남겼다. 사실 지연연고팀이 타 지역으로 옮기면 매번 경기장에서 목이 터져라 응원했던 서포터스들은 허탈을 넘어 가슴에 멍이 맺힌다. 남녀 프로농구팀을 떠나보낸 수원 말고도 경기도내 프로구단 연고도시들은 연고지 이전의 아픔을 많이 겪었다. 프로축구 팀을 하루아침에 잃은 부천과 안양이 대표적이다. 지난 2004년 안양을 연고로 하던 안양 LG 치타스가 서울로 연고를 이전했다. 그 팀이 지금의 FC서울이다. 축구 도시임을 자랑하면서 안양 LG 치타스팀을 열정적으로 성원하던 안양 서포터들의 분노는 극에 이르렀다.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레바논과 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전서 반대시위까지 했지만 외침은 공허했다. 부천도 2006년 부천 SK의 연고가 제주로 바뀌었다. 극성스러울 정도로 홈팀을 응원하던 부천 서포터들은 SK본사 앞에서 연이어 시위를 벌이고 서울
우리나라의 척박한 기부문화에 모처럼 색다른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사회 지도층이 경제·사회적 약자를 위해 기부에 나선 ‘청년희망펀드’가 그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이 펀드는 ‘전시행정’의 냄새가 풍기고 사업목적의 불확실성에도 문제가 있으나 제대로만 이뤄진다면 기부 문화에 새 획을 그을 만 하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정부는 펀드의 ‘진정성’을 강조하고 있다. 대기업 기부는 거부하고 철저히 지도층 개인의 기부를 통해 사회적 사각지대를 없애는 데 쓰겠다는 것이다. 실제 ‘2014 국내 나눔실태 조사’에서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서는 ‘사회지도층의 모범적 기부 증대가 필요하다’는 답이 54.6%를 기록했다. 월드비전의 연도별 후원금 현황을 보면 개인 후원금은 같은 기간 39.70%에서 소폭 증가했지만 해외처럼 재벌이나 사회지도층 출신들의 기부는 많지 않다. 외국 사회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우리를 숙연하게 한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주와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이 지난해 출범시킨 &l
바다 새우중 가장 작은 것이 젓새우다. 다 자라도 크기가 20㎜ 내외니 가장 크다는 대하의 평균키 20여㎝보다 10배나 작다. 하지만 우리가 먹는 양은 가장 많다. 새우젓을 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새우젓은 작은 새우에 소금을 뿌려 담갔다고 해서 하해, 백하해, 백하젓, 세하젓이라고도 한다. 젓새우는 서해안에서 고루 잡힌다. 바닥이 뻘인 얕은 바다에 서식해서다. 강화 광천 강경 곰소등 서해안에 새우젓 산지가 많은 것도 이 같은 이유다. 담그는 계절별로 부르는 이름도 여럿이다. 잡히는 시기에 따라 가격이 다르고 맛이 달라서다. 음력 3∼4월에 담그면 춘젓, 5월이면 오젓, 6월이면 육젓, 삼복 이후 9∼10월이면 추젓, 11월이면 동젓, 1∼2월이면 동백하젓이라 한다. 그중 알이 차고 살이 튼실하여 최상의 맛을 낸다는 육젓을 최고로 친다. 탱글한 몸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씹는 식감도 좋으며 단맛이 물씬 풍긴다고 해서 가격도 제일 높다. 다음이 약간 붉은기가 도는 오젓이고 가을에 잡히는 추젓은 넘버 3다. 그러나 살은 좀 덜하지만 추젓의 인기는 육젓 못 지 않다. 선선한 가을에 잡혀 소금을 적게 넣어도 부패하지 않는 다는 장점으로 인해 육젓 보다 소금 함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