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육사 뮤지컬을 구경 가던 지난 주말, 날씨가 왜 그리 을씨년스럽던지……. 계절은 봄 깊숙이 발 딛었지만 맨 바람 세게 불어 추풍(秋風)과 다름없었다. 따뜻한 곳에서 정종 한잔 생각이 간절했지만……. 3시간 가까운 공연을 관람한 후 잠시나마 조국, 광복, 국운(國運) 등 대견스러운 생각을 했다. 본명이 이원록(李源祿)인 시인은 수감번호 64번을 따서 육사를 필명으로 삼았다. 한때 황태자 소리를 듣던 박철언 씨도 출감 후 펴낸 책 제목이 ‘4077, 면회 왔습니다.’ 4077은 수인(囚人)번호. 보통 사람들은 지긋지긋 해서 그 숫자를 버릴 만도 한데……. 전문(全文)을 외우는 시(時)는 거의 없는데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 오다. 어대다 무릎을 꿇어야하나?] 육사의 절정(絶頂)은 겨우 외우고 있다. 서정적이지만, 웅장한 언어! 시인으로도 매력적이지만 특히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시인이 지켜온 ‘일관된 저항의식’이다. 우리는 쉽게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말하지만 그런 덕목을 요구받는 당사자 들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경제 인사들이야 자신의 가진 것 일부를 뚝 떼어서 사회 환원이란 듣기 좋은 명분을 내세우면 그럴
핵(核)은 동전의 양면 같은 얼굴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원자력발전과 의료기기에 사용되는 핵은 인류의 삶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핵(核)과 무기(武器)라는 단어가 합성해 핵무기(核武器)로 바뀌면 그 파괴력에 얼굴이 굳어진다. 특히 북한과 적대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의 경우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국가 전반에 거쳐 주름살로 작용한다. 북한이 이미 국제사회에서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받는 분위기가 더욱 우리 가슴을 짓누른다. 또 핵강국인 중국과 러시아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위치에다 북한마저 핵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미국의 핵우산에만 의지하는 우리의 처지를 더욱 불안케 한다. 최근 미국의 안보전문가이자 석학인 ‘즈비그뉴 브레진스키’가 한권의 책을 냈다. ‘전략과 비전’이라는 제목의 저서에는 과거 카터대통령 당시 백악관 안보보좌담당관을 지내며 지구촌 안보문제를 쥐락펴락했던 그의 날카로운 분석이 실렸다. 저서에서 브레진스키는 지구촌 초강대국인 미국의 쇠퇴를 전제로 미국의 핵우산에 기대고 있는 한국과 일본은 다른데서 안보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해결방법으로 ‘스스로 핵무기를 보유하거나 아직은 군사적으로 낯선 중국이나 러시아의 핵우산에 들어가야…
요즘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날로 증가되면서 채식주의자들의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웰빙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로 유기농의 경우 일반상품보다 월등히 비싼 가격임에도 판매량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자 하는 것은 인류의 영원한 꿈일 것이다. 이 때문에 동서양을 불문하고 아주 옛날부터 건강과 장수에 관한 속설은 수없이 많다. 이러한 속설에는 과학적인 근거보다는 종교에 가까운 자연식이나 채식주의 등이 힘을 얻고 있는 세상이다. 채식주의자들은 비과학적인 내용으로 사람들을 현혹하기도 한다. 사람의 성격도 먹거리에 따라 좌우된다고 하면서 채식으로 우울증, 조울증 등의 치료가 가능하며, 집중력과 기억력이 향상돼 학습능력도 좋아진다고 주장한다. 과학자라고하는 사람들까지도 종종 이런 주장에 동조해 일반인들은 그 말에 현혹돼 착각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과학적인 증거가 부족하다. 예를 들어 우울증 예방과 활발한 성격 형성에 작용하는 세라토닌이라는 물질은 식물성 식품의 섭취보다 동물성 식품을 섭취해야 인체 내 많이 생성된다고 알려져 있다. 일본 도쿄대 의학부 마츠자키 도시히사교수는 45년간 일본인 1억2천만명을 대상으로 식생활에 대
여야의 공천작업이 마무리됐지만 경선부정에다 공천취소, 돌려막기 등 온갖 추태와 잡음으로 얼룩졌다.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가 장담한 공천개혁이나 인적쇄신은 오간 데 없어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도리어 지역유권자를 무시하는 낙하산 땜질 공천에다 선거 때마다 되풀이돼 온 계파공천이나 밀실공천 등 사천(私薦) 논란만 거세다. 특히 여야의 후보자 면면을 보면 새로운 인물이 없다는 혹평이 지배적이다. 새누리당이 231개 지역구 공천을 마무리한 결과 현역의원 ‘물갈이’ 비율은 41.9%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물갈이 내용을 보면 인적쇄신과는 거리가 멀다. 친이(친이명박)계 의원을 정리한 자리에는 어김없이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들로 채웠다. 또 물갈이한 곳을 정당인이나 관료 법조 출신들이 차지해 서민과는 거리가 먼 ‘기득권’ 인사를 배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편향된 역사관, 성 추문 등의 문제점이 노출된 일부 후보자들의 공천을 취소하면서 ‘부실공천’이란 비난도 자초한 셈이 됐다. 여기에 한 지역에서 탈락한 후보자를 다른 지역에 재배치한 ‘돌려막기 공천’도 기승을 부렸다. 민주통합당도 19일 야권 단일후보 경선 결과를 발표하는 것으로…
지난해 10월 말과 11월 초 EBS에서 방영된 ‘치매를 부탁해’라는 방송을 본 여운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 프로그램은 치매와 함께 살아가는 환자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룬 프로그램으로 치매의 심각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했다. 먼저 치매로 실종된 아버지를 찾기 위해 네 달째 하던 가게 문도 닫고 모든 가족이 전국 곳곳을 찾아 헤매고 있는 이야기가 소개됐다. 치매로 인한 실종자는 2011년 5천777명이었다고 한다. 이어 유리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해 말을 거는 아내를 보며 나날이 한숨이 늘어가는 남편의 이야기가 소개됐다. 남편 역시 ‘또 다른 숨겨진 환자’라고 이 프로그램은 지적한다. 우리 주변에는 치매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흔하다. 2011년 현재 65세 이상 인구 10명 가운데 한 명이 치매라고 한다. 치매 환자 부양가족은 감당하기 어려운 심리적 경제적 부담을 안고 산다. 따라서 치매는 이제 남의 가족 일이라고 외면할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와 정부가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야 할 숙제인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대처는 기대치에 못 미친다. 경기도도 마찬가지다. 본보 19일자 1면에 따르면 현재 도내 노인 치매 환자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에 움츠렸던 목련나무 가지를 비추는 햇살이 따스한 아침이다. 겨울 동안 하얀 꽃잎을 감싸고 있던 겨울눈이 어느새 아기 손가락만큼 뾰족하게 자랐다. 버드나무 가지가 푸릇푸릇하고 겨울옷을 벗어버린 개나리도 노란 새 옷을 갈아입을 채비를 하느라 분주하다. 3월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새봄의 부지런하고 정직한 마음이 참 아름답다. 오늘은 베란다 창가에서 겨울을 난 화분을 꺼내 놓고 분갈이를 했다. 라일락과 무화과가 있는 화분은 너무 작아 커다란 것으로 바꿔 줬다. 나무를 들어내고 얽히고설킨 뿌리가 상하지 않도록 흙을 덜어내는 일은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봄 냄새가 물씬 풍기는 뒷산에 올라가 썩은 낙엽이 섞인 부드러운 흙을 퍼다 퇴비와 골고루 섞어 잔뿌리를 펴 정성껏 심었다. 통 마늘같이 생긴 둥근 뿌리에 새싹을 내 미는 백합과 호랑이 꽃도 다른 화분에 옮겨 심었다. 지난 겨울 이상 기온으로 전국을 강타한 혹한의 날씨에도 한 줌의 흙속에서 자란 이들의 강하고 질긴 생명력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중국의 문학자 노신은 ‘한응대지발춘화’(寒凝大地發春華). 꽁꽁 얼어붙은 겨울 추위가 봄꽃을 한결 아름답게 피운다고 했다. 이는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멈추
봄기운이 무르익기 시작하는 지난 13일 경기경찰청 기동단 도내 상설부대장 회의를 가졌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조희련 단장의 얼굴에는 이제 막 약동하기 시작하는 봄꽃이 피어올랐다. 단장은 생기 가득한 표정으로 회의를 주재했다. 부드러움과 자상함이 가득한 내면을 지닌 그는 직원들과 공감과 소통을 나누려고 노력하는 지휘관이다. 회사나 기업, 학교 등 어느 단체에서나 회의가 열리곤 한다. 그런데 회의를 주재한 사람의 의견만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회의로는 올바른 소통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꽃이 피어오르기 위해선 빛, 양분 등과 ‘소통’해야 하듯이 회의 참석자들끼리 소통하지 못하는 회의는 좋은 결실을 거두지 못하는 법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여러 논의들이 거론됐다. 도의 광활한 지역치안의 현안은 늘 어제와 오늘이 다른 여러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조희련 단장은 기동단 내 각 과장들과 부대장들에게 획기적인 마인드를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우선 경찰력에 불균형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어느 부서에서는 죽어라 일을 하고, 또 다른 부서에서는 한가롭게 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어느 단체에서나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여겨지면 마음의 문을 닫게 돼 소극적으로 일할
지난해 11월 경기도는 홀몸노인의 고독사(孤獨死)를 없애기 위해 ‘생활밀착형 홀몸노인돌봄 사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다소 길고, 행정적 냄새가 풍기는 명칭이지만 이 사업의 배경에는 가슴 아픈 사회현상을 담고 있다. 산업발전의 사회진화단계에서 핵가족으로 분화된 가정이 해체를 거듭하더니, 이제는 홀로 살다가 외롭게 죽어가는 고독사(孤獨死)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독사(孤獨死)의 심각성을 알린 건 우리보다 먼저 산업화의 길을 걸은 일본이다. 일본 언론에는 홀몸으로 살던 노인이 숨진 지 수개월이 지난 후 우연히 발견되는 고독사(孤獨死)관련 기사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최근 일본측 통계에 따르면 도쿄도의 경우 가구당 인구가 2명을 밑도는 1.99명으로 나타나 일본 사회가 떠들썩하다. 가구당 인구가 2명이 채 안된다는 것은 1인가구가 그만큼 많다는 것이고, 1인가구의 득세는 가족으로 형성된 인간관계의 붕괴를 예고한다. 이같은 사회현상이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연간 고독사하는 인구가 450명을 넘는다고 한다. 2010년 통계에 따르면 경기도 64명, 서울 174명, 부산 46명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고독사 인구가 늘어
桃李不言下自成蹊 복숭아와 오얏은 말이 없어도 사람들이 모여들어 그 밑에는 저절로 길이 생긴다 덕이 있는 사람은 조용한 곳에 살아도 그 덕에 감화돼 사람들이 찾아든다는 말이다. 훌륭한 스승 밑으로 우수한 인재가 많이 모이는 것을 비유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이 있는데 덕망 있고 학식까지 높다고 하자. 그러면 그 사람을 찾고자 하는 이가 당연히 많아질 것이고, 그 사람이 사는 곳은 자연히 알려지게 돼 마치 새로운 길이 생겨난 것과 다를 바 없다. 또 어느 곳에 아주 이름난 음식점이 있다면 사람의 입과 입을 통해 그리고 매스컴을 통해 자연히 알려지게 된다. 그러면 그 곳 또한 길이 생겨난 것과 같다. 오래전 일이긴 하나, 필자가 자주 찾던 어느 허름한 음식점이 있었는데 각하 한 분이 경기도청에 오셔서 점심을 드시게 됐다. 이때 이 음식점에서 배달된 음식으로 드셨고 이런 소식이 신문지상에 오르고 사람의 입을 통해 널리 퍼져 이 음식점은 별미가 있는 명소로 소문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이곳을 찾는 이들로 인해 자연히 길이 만들어 졌던 것이다. ‘가수하자성혜’(嘉樹下自成蹊)라는 말도 있는데, 아름다운 나무 아래에는 자연히 길이 생겨난다는 의미다. 우리에게도 사람들이 찾아
21세기는 바야흐로 ‘이벤트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날 이벤트가 발전하게 된 배경은 바로 물질의 풍요로움보다는 정신의 풍요로움을 더 중시하는데서 출발하고 있다. 특히 메가급 이벤트는 특정장소에서 주최자와 참가자가 기쁨을 함께 공유하며 또 다른 에너지를 발산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으며 나아가 세계가 하나되는 좋은 계기가 조성되고 있다. 최근 선진국에서는 대형 국제이벤트의 유치를 통해 자국의 관광홍보와 더불어 관광객 유치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난 1988년 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대회를 개최함으로서 메가이벤트 산업을 통한 관광산업에 비약적 발전을 가져오게 되는 계기가 형성됐다. 실제로 메가이벤트 산업은 지속적인 참가규모나 투자비용의 확대로 인해 개최국과 그 지역에 미치는 개발적 측면의 영향 또한 대단하다. 메가이벤트 개최국으로서 수용태세의 구축은 개최지역의 도시경관 및 사회하부구조 등의 획기적 개선을 통한 이미지 상승은 물론 도시공간구조 변화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는 좋은 기회적 요인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같은 메가 스포츠이벤트는 세계인의 관심을 TV에 집중시키게